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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2004. 11. 5. 선고 2002구단4054 판결
[요양불승인처분취소][미간행]
원고 겸 망인의 소송수계인

망인의 소송수계인 1외 3인(소송대리인 세방종합 법무법인 담당변호사 황덕희)

피고

근로복지공단

변론종결

2004. 9. 17.

주문

1. 피고가 2002. 2. 27. 망 소외 1에 대하여 한 요양불승인처분과 2004. 4. 20. 원고 1에 대하여 한 유족보상과 장의비 부지급처분을 각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망 소외 1(1963. 6. 6.생 남자, 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1991. 6. 25. 포천시 신읍동 243-4에 있는 지방공사 경기도 포천의료원에 사무직으로 채용되어 근무를 하던 중, 2001. 12. 18. 06:00 무렵 자신의 집에서 경련을 일으키며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되어 진단을 받았더니 “바이러스성 뇌염, 간질중첩증”(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의 진단을 받았다. 소외 1은 2002. 1. 9. 그 치료를 위하여 피고에게 요양을 신청하였다.

나. 피고는 망인의 요양신청에 대하여 2002. 2. 27. 망인에게, 이 사건 상병 중 간질중첩증은 뇌염이 일반적인 발병 원인이 되어 생긴 병이고, 뇌염은 망인의 뇌막에 바이러스가 침투하여 발병한 것으로 보이는데, 망인은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의 병원체에 감염될 우려가 있는 업무에 종사한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망인의 요양신청을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이하 이 요양불승인처분을 “이 사건 요양불승인처분”이라 한다).

다. 그후 망인은 2004. 2. 10. 08:20 무렵 이 사건 상병이 원인이 되어 위 포천의료원에서 사망하였고, 망인의 처와 자녀들인 원고들이 상속인이 되었다.

라. 원고 1은 망인이 사망한 후 피고에게 망인의 사망에 대한 유족보상과 장의비 지급 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2003. 11. 28. 이 사건 요양불승인처분과 같은 이유로 그 청구를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이하 이 유족보상과 장의비 부지급처분을 “이 사건 유족보상등부지급처분”이라 한다).

【인정 근거】갑1(주민등록등본), 갑2(요양·보험급여결정통지서), 갑3-1(요양신청서), 2(소견서), 갑4(진단서), 갑27(호적등본), 갑28(사망진단서), 갑29(유족보상 및 장의비 부지급 통보), 을1(요양신청서 처리에 따른 결과 통보), 변론의 전체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들의 주장

원고들은 이 사건 청구 원인으로, 망인은 위 의료원에서 근무하면서 심한 스트레스와 육체적 피로로 시달려 오다가 과로와 스트레스 때문에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였으므로, 이 사건 상병은 업무와 상당 인과관계가 있음에도 피고가 이 사건 상병을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아니하고 이 사건 요양불승인처분과 유족보상등부지급처분을 한 것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 판 단

(1) 인정 사실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들과 갑7(확인서), 갑8-1(병가신청), 갑9-1(사직원 진달), 갑10(근무상황부), 갑11-1(산전산후휴가신청), 갑12(근무상황부), 갑14, 15-각 2(각 업무분장표), 갑17-1, 2(공무원범죄처분결과통보), 갑18(공소장), 갑19(소견서), 갑20(인증서), 갑21-1(진술서), 갑23-1, 2(각 급여지급건), 갑24-1(공사발주건의), 2(수의계약체결건의), 3(안내문), 4(공사감독직원임명), 5(준공검사조서), 갑25-1(포천의료원 위생개보수 설비공사 발주건의), 2(수의계약체결건의), 3(안내문), 4(공사감독직원임명), 5(준공검사조서), 갑26-1(입찰 시장조사 및 시가조사의뢰), 2(입찰건의), 3(구매입찰공고), 4(입찰유의서 및 계약일반조건작성), 을2-1~3(업무분장), 을3(당직근무일지), 을4(특근명령부), 을6(진료기록지)각 기재와 증인 소외 2의 증언, 이 법원이 대한의사협회장에 대하여 한 감정촉탁결과, 지방공사 경기도 포천의료원장에 대하여 한 사실조회결과에 변론의 전체 취지를 보태어 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망인은 위 의료원에 채용되어 주로 총무과에서 근무를 하였고, 2000년 8월부터는 총무과의 업무 중 물품구매관리, 수의계약, 자산관리등의 업무를 수행하였다. 그 때 망인이 근무하던 총무과에는 7명의 직원이 있었는데, 2001년 2월 무렵 같은 과에 근무하던 직원 중 급여 업무 등을 맡던 직원이 20일 가량의 병가를 내다가 2001. 4. 3.에 퇴직을 하여 그가 맡던 급여 업무를 다른 총무과 직원인 소외 2가 맡게 되었으나, 위 소외 2는 만삭이었다가 2001년 6월부터 약 2개월 동안 출산 휴가를 가는 바람에 그 기간 동안 이전에 급여 업무를 처리한 경험이 있는 망인이 급여 업무까지 맡아 수행하게 되었다. 그리고 위 소외 2가 휴가를 마친 후에도 급여 업무에 익숙하지 않아 망인은 소외 2의 급여 업무를 옆에서 도와주었다. 그리고 2001년 3월, 4월에는 망인 업무에 대하여 책임을 지고 감독을 하는 총무과장 등 관리자들이 의료원 업무와 관련한 뇌물수수죄로 구속되어 업무 공백이 생기자 망인은 감독자 없이 업무를 수행하였고, 그 사람들 중 한 사람이 맡던 업무 중 일부(제입찰 및 계약 사무, 시설관리 및 청소관리)를 더 맡기도 하였다.

(나) 위 의료원이 보관하고 있는 근무 상황 관련 서류에 따르면, 망인은 이 사건 상병으로 쓰러지기 직전 2001. 10. 1.부터 2001. 12. 18.까지 당직 근무를 11번 한 것으로 되어 있고, 2001년도에 시간외 근무로 모두 31시간을 한 것으로 되어 있으나, 실제 근무는 이러한 서류 기재와 달리 이루어졌고, 망인은 대개 저녁 8시 이후와 같이 늦은 시간에 퇴근하는 경우가 많았다.

(다) 2001년 하반기에 들어서 망인은 기존의 계약 업무 외에 병원 시설의 개·보수 건의를 위하여 심적 부담을 많이 지게 되었고, 12월에 들어서는 2002년도 의약품 진료재료 입찰, 각종 용역의 계약 체결, 2002년 초에 예정된 감사 준비 등으로 업무가 누적되었다. 그러던 중 망인은 2001. 12. 12. 무렵 고열이 생겨 2001. 12. 13. 18:55 무렵 위 포천의료원 응급실에서 고열(38.8도), 두통, 기침등으로 진료를 받았고, 2001. 12. 17.에는 의료원의 물품 입찰등록 업무를 마친 후 (다) 링겔 주사를 맞으면서 업무를 보다가 다음날인 2001. 12. 18. 아침에 이 사건 상병으로 쓰러졌다.

(라) 바이러스성 뇌염은 바이러스가 몸 안에 들어와 발병하는 것으로 그 감염 과정에서 과로, 피로 등으로 면역 상태가 떨어져 있는 경우에 그렇지 않을 경우보다 뇌염으로 이행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알려져 있고, 망인의 경우 진료기록상 단순 포진 바이러스(herpes simplex virus 1형, HSV-1)에 의한 감염이라고 볼 여지가 큰데, 일반적으로 이 바이러스는 피부와 점막을 통하여 몸 안으로 침투하고 신경세포로 들어가 장기간 잠복하여 있다가 몸 안의 면역기능이 떨어지는 때에 잠복하고 있던 바이러스가 다시 활성되어 증상과 질병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성 여부

위와 같이 인정되는 사실관계에서 알 수 있는 망인의 업무 내용과 상병 발병 경위, 원인을 감안하여 보면, 망인은 위 의료원 총무과에서 근무하면서 적지 않은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린 것으로 보이고, 거기에다가 이 사건 상병 발병 직전의 과도한 업무 수행으로 말미암아 면역 능력이 현격하게 떨어져 있을 때 바이러스가 활성되어 이 사건 상병이 생겼다고 보여진다.

따라서 이 사건 상병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고, 피고가 이 사건 상병을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보고 이 사건 요양불승인처분과 유족보상등부지급처분을 한 것은 잘못된 것이어서 취소되어야 한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받아들이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은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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