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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21.6.10. 선고 2020가단5189556 판결
손해배상(기)
사건

2020가단5189556 손해배상(기)

원고

별지 원고들 목록 기재와 같다.

피고

주식회사 A

변론종결

2021. 4. 8.

판결선고

2021. 6. 10.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9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8. 10. 20.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들은 피고와 사이에 피고 소속 B 항공기(이하 ‘이 사건 항공기’라 한다)로 2018. 10. 19. 19:40(현지시각, 이하 같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을 출발하여 약 17시간 15분 비행함으로써 다음날인 12:55(국내시각) 인천 국제공항에 도착하는 국제항공운송계약을 체결하였다.

나. 피고의 정비팀은 2018. 10. 19. 19:10경 이 사건 항공기의 WHCU 장치(이하 ‘이 사건 장치’라 한다) 관련 경고 메시지가 표시되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 사건 장치는 조종실 창문의 온도를 실시간으로 감지하여 창문 외부 표면에 성에나 안개가 생성되지 않도록 필요시 적정량의 열을 전달하는 일종의 컴퓨터 장치로, 이 사건 항공기에 2대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그 중 조종실 중앙 왼쪽 창과 오른쪽 측면 창의 온도를 통제하는 1대에서 경고 메시지가 표시된 것이다.

다. 피고는 2018. 10. 19. 20:30경 이 사건 항공기의 승객들에게 이 사건 항공기의 지연 출발시각이 다음날인 17:00로 정해졌다는 취지의 통지를 하였고, 이후 인천 국제공항에서 새로운 장치를 긴급 공수하여 2018. 10. 20. 15:20경부터 16:00경까지 새로운 장치를 이 사건 항공기에 설치하였다.

라. 이 사건 항공기는 당초 출발예정시각보다 약 21시간 30분 늦은 2018. 10. 20. 17:10경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을 출발하여 2018. 10. 21. 10:30경(국내시각) 인천 국제공항에 도착하였다.

[인정근거] 다툼이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7호증, 을 제1 내지 21호증(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들의 주장

1) 이 사건 항공기의 지연 출발은 피고가 합리적으로 요구되는 정비의무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이를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과실이 기인한 것이고, 또한 피고는 이 사건 장치의 결함을 확인 후에도 이 사건 항공기의 지연 출발에 따른 원고들의 손해를 피하기 위하여 합리적으로 요구되는 모든 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였다. 따라서「국제항공운송에 있어서의 일부 규칙 통일에 관한 협약」(Convention for the Unification of Certain Rules for International Carriage by Air Done at Montreal on May 1999, 이하 ‘이 사건 협약’이라 한다) 제19조 전문에 따라, 피고는 원고들에게 이 사건 항공기의 지연 출발에 따라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2) 이 사건 항공기의 지연 출발에 따라 원고들은 계획하였던 일정이 갑작스럽게 지연되거나 취소되었고, 이로 인하여 결근을 하거나 업무에 지장이 생김으로 인하여 정신적 손해 등을 입었음이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피고는 그러한 원고들의 정신적 고통을 금전으로나 위자하여 줄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인데, 피고의 의무위반의 정도 및 성격, 이 사건 항공기의 지연 정도, 경위, 사후 피고의 조치, 운항거리 및 운항시간 등을 고려하면, 피고가 원고들에게 지급하여야 할 위자료는 90만 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위자료로 각 9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의 주장

1) 이 사건 항공기가 지연된 이유는 피고의 제어․통제 등의 조치가 불가능한 이 사건 장치의 결함에 기인한 것일 뿐만 아니라 피고는 원고들의 손해를 피하기 위해 합리적으로 요구되는 모든 조치를 취하였으므로, 피고는 이 사건 협약 제19조 후문에 따라 책임이 면책된다.

2) 설령 피고가 이 사건 협약 제19조 전문에 따라 이 사건 항공기의 지연출발에 따른 책임을 부담한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의 정신적 손해는 이 사건 협약에 따른 배상대상이 아닐 뿐만 아니라, 원고들이 정신적 손해 등을 입었다고 보기 어렵다.

3. 판단

가. 관련 규정 및 이 사건 쟁점

1) 우리나라가 가입한 국제조약은 일반적으로 민법이나 상법 또는 국제사법보다 우선적으로 적용된다.

우리나라는 2007. 10. 30. 이 사건 협약에 가입하여 2007. 12. 29. 국내에서 발효되었고, 출발지인 독일도 2004. 4. 29. 이 사건 햡약에 가입하여 2004. 6. 28. 발효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고, 이와 같이 출발지와 도착지가 모두 이 사건 협약 당사자국이므로, 이 사건은 국내법에 우선하여 이 사건 협약이 적용된다(대법원 2016. 3. 24. 선고 2013다81514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 협약 제19조는 “운송인은 승객․수화물 또는 화물의 항공 운송 중 지연으로 인한 손해에 대한 책임을 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송인은 본인․그의 고용인 또는 대리인이 손해를 피하기 위하여 합리적으로 요구되는 모든 조치를 다하였거나 또는 그러한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는 것을 증명한 경우에는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1)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장치의 결함으로 인하여 이 사건 항공기의 출발이 지연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결국 이 사건의 중요 쟁점은 피고에게 이 사건 협약 제19조 후문에 따른 면책사유가 존재하는지 여부이다.

나. 구체적 판단

위 기초사실에서 든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장치의 결함은 피고의 실질적인 통제를 벗어난 불가항력적인 사유에 기인한 것이고, 피고는 이 사건 장치의 결함을 발견한 후에 원고들을 비롯한 승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합리적으로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 역시 모두 이행하였다고 보인다. 따라서 피고에게는 이 사건 항공기의 지연출발에 관하여 이 사건 협약 제19조 후문에 정한 면책사유가 존재한다고 보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의 항변은 이유 있다. 결국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1) 이 사건 장치의 결함이 피고의 실질적인 통제를 벗어난 불가항력적인 사유에 기인한 것인지 여부

① 항공기는 수많은 장치와 부품으로 구성되고 고도의 기술이해를 요하는 첨단 기계장비이므로 항공기 제작사가 결함 등의 원인을 가장 잘 알 수 있을 뿐, 항공기를 이용하여 운송서비스를 제공하는 항공사가 쉽게 이를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피고와 같은 운송인은 항공기 제작사가 제공한 정비메뉴얼에 따라 정비를 할 수 밖에 없고, 항공기 제작사는 운송인인 피고의 사용인이나 대리인도 아니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와 같은 운송인이 항공기 제작사가 제공한 정비메뉴얼에 따라 정비를 하였음에도 항공기에 결함 등이 발생하였다면 피고로서는 연착에 대한 책임을 면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② 피고는 이 사건 항공기의 제작사인 미국 C사가 제공한 정비매뉴얼과 그 메뉴얼을 토대로 작성되어 항공안전법에 따라 국토교통부장관으로부터 인가받은 피고의 정비메뉴얼을 토대로 이 사건 항공기를 정비․관리하여 왔는데, 위 각 정비메뉴얼의 내용에 따르면 이 사건 장치는 일종의 컴퓨터 장치로서 실시간으로 내부 결함을 자체 모니터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별도의 정비대상으로 지정되어 있지 않고, 점검 사항 또한 기재되어 있지 아니하다.

③ 이 사건 장치는 해당 장치의 개봉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봉인 처리가 되어 있고, 제조사만 내부를 열고 점검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피고가 임의로 이 사건 장치의 내부를 열거나 점검을 할 경우 제조사인 미국 C사로부터 품질보증 등의 사후 수리 서비스를 받을 수 없게 된다. 또한 이 사건 장치는 일종의 컴퓨터 장치로서 전자장비인 회로 카드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 바람에 피고가 위와 같은 봉인 처리를 무시하고 내부를 점검하더라도 회로 카드의 내부소자 등의 이상을 점검하거나 이를 수리할 수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 사건 장치의 이상 여부는 설계 및 제조 당시부터 그 내부를 주기적으로 개봉하여 확인하는 방법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중앙컴퓨터 장치에 결함 메시지가 기록 및 표시되는 방법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예정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④ 이 사건 항공기는 2018. 10. 19. 17:30경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에 도착하여 직전 항공편 운항을 마쳤는데, 그 이전에는 이 사건 장치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으나, 이후 피고의 정비팀이 출발을 위하여 이 사건 항공기에 대한 지상 점검 작업 등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2018. 10. 19. 19:10경 이 사건 장치 관련 경고메시지가 표시되는 것을 발견하였다. 피고는 이 사건 장치의 결함 메시지가 표시되는 것을 인지한 직후 항공기 전체 전원을 재부팅하여 수회 점검하고, 정비위탁사로 하여금 제조사의 정비메뉴얼에 따라 이 사건 장치의 위치를 서로 바꾸어 설치하는 조치를 하도록 하는 등의 다양한 조치를 취하였음에도 이 사건 장치의 결함 메시지가 사라지지 아니하였다.

⑤ 이후 이 사건 장치의 제작사의 점검 및 확인결과에 의하면, 이 사건 장치에는 실질적인 결함이 없으나 다만 이 사건 장치의 내부 회로에 일시적인 오류가 발생하여 결함 메시지(비휘발성 반도체 기억장치 결함 메시지)가 현출되었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하였다.

2) 후속 조치 과정에서 승객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였는지 여부

① 국토교통부가 인가한 최소 장비품 목록 규정(Minimum Equipment List)에는 서리가 내리는 구간을 운항하는 항공기의 경우 안전한 운항을 위하여 이 사건 장치를 두도록 규정하고 있었는데, 피고는 이 사건 항공기가 약 10시간 동안 장기간 운항하고, 향후 기상예보가 변동될 가능성이 있음을 고려하여, 탑승객의 안전을 위하여 이 사건 장치의 교체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였는바, 이러한 피고의 판단이 비합리적이라고 보이지 않는다.

② 항공사가 직접 수리할 수 없고, 대체품을 주요 공항에 상시 구비하기 어려운 장치인 경우, 항공사들은 해당 부품․장치 여유분을 공유하는 Pooling System을 두어 해당 부품․장치 고장에 대비하고 있다. 피고는 이 사건 장치의 결함 메시지를 발견한 직후인 2018. 10. 19. 19:27경부터 Pooling System을 이용하여 여러 정비업체, 제작사, 항공사에게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 인근에 이 사건 장치의 재고가 없는지 문의하였는데, 해당 업체들로부터 모두 이 사건 장치의 여분의 재고가 없다는 회신을 받았다.

결국 피고는 독일 현지에서는 이 사건 장치의 대체품을 구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인천 국제공항에서 화물기를 통해 이 사건 장치를 긴급히 공수하는 것이 문제해결에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판단하여, 2018. 10. 20. 15:20경부터 16:00경까지 인천국제공항으로부터 긴급 공수한 새로운 장치를 이 사건 항공기에 장착하였다.

③ 한편, 피고는 2018. 10. 19. 19:15경부터 게이트에서 대기하고 있는 원고들을 비롯한 승객들 약 350명에게 항공기 점검으로 출발이 지연되고 있다는 사실을 수차례 알렸고, 같은 날 19:45경 위 승객들에게 제공할 식음료를 주문하여 같은 날 20:00경부터 승객들에게 식음료를 제공하였으며, 같은 날 20:30경 위 승객들에게 숙박을 위한 호텔객실과 교통편 등을 알렸다. 이후 위 승객들은 위 호텔에 숙박하고 그 다음날 피고가 제공한 버스를 이용하여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에 도착한 다음 이 사건 항공기에 탑승하였고, 이 사건 항공기는 2018. 10. 20. 17:10경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을 출발하여 2018. 10. 21. 10:30경(국내시각) 인천 국제공항에 도착하였다.

④ 피고는 이후 위 승객들에게 전자우대할인권 및 연결편 관련 비용을 제공하였는데, 이 사건 항공기의 출발지연과 관련하여 피고가 승객들을 위하여 지출한 호텔숙박비, 식음료, 교통비용, 전자우대할인권 및 연결편 관련 비용에 관한 지출액 합계는 약 84,000,000원 가량이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판사 박강민

주석

1) The carrier is liable for damage occasioned by delay in the carriage by air of passengers, baggage or cargo. Nevertheless, the carrier shall not be liable for damage occasioned by delay if it proves that it and its servants and agents took all measures that could reasonably be required to avoid the damage or that it was impossible for it or them to take such measures.

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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