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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서울서부지법 2006. 10. 13. 선고 2006고정927 판결
[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법률위반] 항소[각공2006.12.10.(40),2705]
판시사항

[1]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위반 행위가 형법상 정당행위 조항의 적용대상이 되는지 여부(적극)

[2] 학교법인의 행정과장과 노조위원장이 학교법인의 이사장과 그 아들을 횡령죄로 고소하면서 고소장에 위 이사장을 상대로 한 민사소송과정에서 취득한 위 이사장과 그 아들의 재산관리인의 금융거래내역서를 첨부하여 제출한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에서는 위 법에 위반되는 비밀의 공개나 누설행위에 대하여 별도의 위법성조각사유를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금융거래에 있어서의 비밀 역시 무제한적으로 보호되는 절대적인 기본권이 아니라 헌법 제37조 제2항 의 기본권제한의 법리에 따라 법률에 의하여 제한할 수 있는 상대적 기본권에 해당되는 것이고, 이러한 행위에는 형사처벌에 관한 기본법률인 형법상의 정당행위 조항에서 정한 위법성조각사유가 적용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2] 학교법인의 행정과장과 노조위원장이 학교법인의 이사장과 그 아들을 횡령죄로 고소하면서 고소장에 위 이사장을 상대로 한 민사소송과정에서 취득한 위 이사장과 그 아들의 재산관리인의 금융거래내역서를 첨부하여 제출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1외 1인

검사

이종민

변 호 인

공익법무관 김진영

주문

피고인들은 각 무죄.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 1은 공소외 1 학교법인의 노조위원장, 피고인 2는 위 학원의 행정과장이었던 자인바,

가. 피고인 2는

2005. 5. 27.경 파주시 (상세 주소 생략) 소재 (학교명 생략)고등학교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위 학원의 이사장인 공소외 2를 피고로 한 서울중앙지방법원 (사건번호 생략) 유류분반환청구 소송에서 위 판사의 제출명령에 의하여 우리은행이 위 공소외 2에 대한 금융거래내역을 제출하였던바, 위 내역서를 사본한 후 이를 피고인 1에게 주어 위 거래정보를 누설하고,

나. 피고인 1은

같은 해 10.경 파주경찰서 민원실에서, 피고인 2로부터 위와 같이 위 공소외 2의 금융거래내역서를 제공받아 소지하고 있던 중, 동인을 상대로 횡령죄로 고소하면서 고소장에 위 내역서를 첨부 제출하여 타인에게 위 거래정보를 누설하였다.

2. 피고인들의 주장

피고인들은 위 민사소송과정에서 취득한 공소외 5의 금융거래내역에서 학생들을 위하여 사용되어야 할 학교재단의 돈이 개인의 이익을 위해 유용하는 행태를 고발하기 위하여 부득이하게 금융거래정보를 누설한 것이므로 이는 사회상규에 반하지 아니하는 정당행위로서 그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3.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의 관련 규정 및 그 의의

제4조 제1항 또는 제3항 내지 제5항 의 규정을 위반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같은 법 제4조 (금융거래의 비밀보장)

① 금융기관에 종사하는 자는 명의인(신탁의 경우에는 위탁자 또는 수익자를 말한다)의 서면상의 요구나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는 그 금융거래의 내용에 대한 정보 또는 자료(이하 ‘거래정보등’이라 한다)를 타인에게 제공하거나 누설하여서는 아니되며, 누구든지 금융기관에 종사하는 자에게 거래정보등의 제공을 요구하여서는 아니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로서 그 사용목적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거래정보 등을 제공하거나 그 제공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법원의 제출명령 또는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한 거래정보 등의 제공

2. 이하 생략

제1항 각 호 의 규정(종전의 금융실명법 제5조 제1항 제1호 내지 제4호 의 규정 및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긴급재정경제명령 제4조 제1항 각 호 의 규정을 포함한다)에 의하여 거래정보등을 알게 된 자는 그 알게 된 거래정보등을 타인에게 제공 또는 누설하거나 그 목적외의 용도로 이를 이용하여서는 아니되며, 누구든지 거래정보등을 알게 된 자에게 그 거래정보등의 제공을 요구하여서는 아니된다. 다만, 이하 생략.

제1항 또는 제4항 의 규정에 위반하여 제공 또는 누설된 거래정보등을 취득한 자(그로부터 거래정보등을 다시 취득한 자를 포함한다)는 그 위반사실을 알게 된 경우 이를 타인에게 제공 또는 누설하여서는 아니된다.

나. 위 법 제4조 제6조 는 우리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인 금융거래에 있어서의 사생활의 비밀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들로서, 우리 헌법 제17조 는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금융실명법은 금융거래관계에 있어서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하여 위 조항들을 통하여 취득한 금융거래정보의 목적 외 사용과 정보의 누설을 엄격히 금함으로써 금융거래에 있어서 국민의 사생활의 비밀을 보호하고 있다.

4. 위 금융실명법 위반 행위가 형법상의 일반적 위법성조각사유인 정당행위조항의 적용대상이 되는지 여부

금융실명법에서는 위 법에 위반되는 비밀의 공개나 누설행위에 대하여 별도의 위법성조각사유를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금융거래에 있어서의 비밀 역시 무제한적으로 보호되는 절대적인 기본권이 아니라 헌법 제37조 제2항 의 기본권제한의 법리에 따라 법률에 의하여 제한할 수 있는 상대적 기본권에 해당되는 것이고, 이러한 행위에는 형사처벌에 관한 기본법률인 형법상의 정당행위 조항에서 정한 위법성조각사유의 적용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한편, 형법 제20조 는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됨을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 함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고, 어떠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인지는 구체적인 사정 아래서 합목적적, 합리적으로 고찰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하므로, 정당행위가 인정되려면, 첫째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 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이외의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3도3000 판결 , 2004. 6. 25. 선고 2003도4934 판결 등 참조).

5. 이 사건 피고인들이 공소외 5의 금융거래정보를 수사기관에 누설한 것이 위법성조각사유에 해당되는지 여부

가. 이 사건 고발에 이르기까지의 사실관계

이 사건 공판에서의 피고인들의 진술 및 공판과정에서 현출된 증거들을 모두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피고인 2는 공소외 1 학교법인의 행정과장으로 근무하고 있고, 피고인 1은 위 법인의 노동조합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피고인 2는 위 학교법인의 설립자인 망 공소외 3의 혼외자로서 공소외 3이 사망하자 공소외 3의 유처인 위 학교법인 이사장인 공소외 2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유류분반환청구의 소를 제기하였고, 위 소송과정에서 위 법원이 상속재산을 확정하기 위하여 우리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공소외 2 및 이복형인 공소외 4의 재산을 관리한 공소외 5의 금융거래정보를 검토하던 중 위 공소외 5에게 위 학교법인으로부터 사립학교법상 상임임원에게만 지급되어야 하는 보수 명목으로 월 금 5,000,000원씩 지급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2) 이에 피고인 2는 노조위원장인 피고인 1과 상의하여 공소외 4 및 공소외 2가 자신들의 재산관리인인 공소외 5의 계좌에 급여 형식으로 매달 수백만 원씩 이체시킨 뒤 이를 개인적으로 횡령하였다고 판단하여 2005. 10.경 파주경찰서 민원실에 위 공소외 4 및 공소외 2를 횡령죄로 고소하면서 고소장에 위 금융거래내역서를 첨부 제출하였다.

나. 위법성조각사유의 해당 여부에 대한 판단

(1) 형사소송법 제324조 제1항 은 누구든지 범죄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고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피고인 2가 민사소송과정에서 취득한 공소외 5의 금융거래내역을 피고인 1에게 알리고 피고인 1과 함께 이를 수사기관에 누설하게 된 것은 개인의 금융정보를 단순한 흥미거리나 사적 비난의 목적으로 공개한 것이 아니라 학교법인 재산의 불법유출을 방지하고, 위 학교법인의 이사장인 공소외 2나 그의 아들 공소외 4의 불법행위를 수사기관에 고발하기 위한 공익적 목적에 기한 것이었다.

(2) 피고인들로서는 공소외 5가 학교법인의 상근임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상당액의 금전을 지급받았고, 공소외 5와 위 공소외 2 및 공소외 4의 관계를 고려하여 볼 때 공소외 2 및 공소외 4가 공소외 5를 통하여 학교법인 자금을 불법 유출 내지 횡령하였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여진다.

(3) 피고인들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여 공개적으로 공소외 5의 금융거래정보를 공개적으로 누설한 것이 아니라 수사기관에 그 내용을 알려 고발한 것이고, 누설한 금융거래정보는 위와 같이 일응 불법적인 금전유출행위에 대한 것으로서, 피고인들로서는 자신들이 취득한 위 금융거래내역서 이외에는 피고발자들의 위법행위 사실을 뒷받침할 자료가 없었으므로 비록 거래내역서의 기재 내용 중에 위와 같은 위법적인 금융거래사실 외에 정상적인 금융거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수사기관에 이를 제출한 것은 불가피하였다고 보여진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인들의 이 사건 금융거래정보 누설행위는 비록 금융실명법 제6조 제1항 , 제4조 제1항 , 제4항 , 제5항 구성요건에는 각 해당되는 것이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그 목적의 정당성, 법익의 균형성, 수단의 상당성 및 비례성, 보충성 등의 요건을 모두 충족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된다.

그렇다면 피고인들이 위와 같은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서 형법 제20조 에 규정된 위법성조각사유인 정당행위에 해당한다.

4. 결 론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로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유헌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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