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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고유예
서울서부지법 2013. 10. 10. 선고 2013고정160 판결
[경범죄처벌법위반] 항소[각공2013하,915]
판시사항

[1] 구 경범죄 처벌법 제1조 제13호 가 죄형법정주의가 요구하는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2] 피고인이 전직 대통령을 풍자한 포스터를 주택의 담벽 등에 붙였다고 하여 구 경범죄 처벌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의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사회공동체의 질서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 있고, 예술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같은 법이 규정한 남용금지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경범죄 처벌법이 사회공공의 질서유지를 목적으로 제정된 법률인 점, 구 경범죄 처벌법(2012. 3. 21. 법률 제11401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1조 제13호 에 규정된 ‘함부로’는 ‘무모하게, 과도하게’ 또는 ‘허가 없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지니고 있고, 위 조항은 위와 같이 함부로 행하여지는 대상을 ‘다른 사람 또는 단체의 집이나 그 밖의 공작물’로 한정하고 있는 점, 또한 위 조항은 광고물 등을 붙이거나 거는 행위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 또는 단체의 집이나 그 밖의 공작물에 글씨나 그림을 쓰거나 그리거나 새기는 행위 및 다른 사람 또는 단체의 간판 그 밖의 표시물 또는 공작물을 함부로 옮기거나 더럽힌 행위’도 함께 처벌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위 조항의 전단 부분은 ‘다른 사람 또는 단체의 집이나 그 밖의 공작물에 타인의 허락을 받지 아니하고, 그것이 붙여짐으로 인하여 사회공공의 질서유지에 방해가 될 수 있는 광고물 등을 포함한 물건을 붙이거나 거는 행위를 한 자’를 처벌하는 규정으로 해석되고, 이러한 해석이 수범자의 예측가능성을 넘거나, 법을 해석·집행하는 기관으로 하여금 자의적인 법해석이나 법집행이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으므로, 위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할 정도로 죄형법정주의가 요구하는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

[2] 피고인이 전직 대통령을 풍자한 포스터를 주택의 담벽 등에 붙였다고 하여 구 경범죄 처벌법(2012. 3. 21. 법률 제11401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단속될 당시 이미 55장의 포스터를 타인의 담벽에 붙였고, 그 외에 약 150여 장의 포스터를 더 소지하고 있었던 점, 피고인이 포스터를 붙인 거리가 약 300m에 이르는 점 등을 종합할 때, 피고인의 행위를 구 경범죄 처벌법 위반으로 처벌하는 것은 사회공동체의 질서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 있고, 예술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구 경범죄 처벌법이 규정한 남용금지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검사

강화연 외 1인

변 호 인

법무법인 이공 외 1인

주문

피고인에 대하여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

범죄사실

누구든지 다른 사람의 집이나 그 밖의 공작물에 함부로 광고물 등을 붙여서는 아니 됨에도, 피고인은 2012. 5. 17. 01:00경부터 03:30경까지 서울 서대문구 (이하 생략)에 있는 주택의 담벽 등에 ‘수의와 수갑을 착용한 채 29만 원 수표를 들고 있는 공소외 1 전 대통령’의 모습을 그린 포스터(이하 ‘이 사건 포스터’라고 한다) 55장을 청색테이프를 이용하여 붙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1. 증인 공소외 2의 법정진술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1. 노역장유치

1. 선고유예

형법 제59조 제1항 (유예된 형: 벌금 100,000원, 미납 시 5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노역장유치, 피고인에게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 참작)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주장 요지

가. 이 사건의 적용 법률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

구 경범죄 처벌법 제1조 제13호 는 다른 사람 또는 단체의 집이나 그 밖의 공작물에 함부로 광고물 등을 붙이거나 걸거나 또는 글씨나 그림을 쓰거나 그리거나 새기는 행위 등을 한 사람과 다른 사람 또는 단체의 간판 그 밖의 표시물 또는 공작물을 함부로 옮기거나 더럽히거나 해친 사람을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위 규정의 전단 중 ‘함부로’라는 부분은 광고물 등을 무단으로 부착하는 행위의 태양에 대하여 어떠한 제한도 두지 않고 있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고, 또한 위 조항 중 ‘광고물 등’ 부분은 행위대상에 대하여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아 모든 물건이 이에 해당할 수 있도록 규정하여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

나. 피고인의 행위가 예술의 자유를 실현하기 위한 것으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거나 피고인의 행위를 처벌하는 것이 경범죄 처벌법의 남용에 해당한다는 주장

피고인이 이 사건 포스터를 붙인 행위는 예술의 자유를 실현하는 행위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 또한 구 경범죄 처벌법 제4조 는 “이 법의 적용에 있어서는 국민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지 아니하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다른 목적을 위하여 이 법을 함부로 적용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여 경범죄 처벌법의 남용을 금지하고 있는데, 위와 같은 규정 취지와 피고인의 예술의 자유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의 행위가 처벌되어서는 안 된다.

2. 판단

가. 이 사건 적용 법률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에 관하여

어떠한 법규범이 명확한지 여부는 그 법규범이 수범자에게 법규의 의미 내용을 알 수 있도록 공정한 고지를 하여 예측가능성을 주고 있는지 여부 및 그 법규범이 법을 해석·집행하는 기관에 충분한 의미 내용을 규율하여 자의적인 법해석이나 법집행이 배제되는지 여부, 다시 말하면 예측가능성 및 자의적 법집행 배제가 확보되는지 여부에 따라 이를 판단할 수 있고, 법규범의 의미 내용은 그 문언뿐만 아니라 입법 목적이나 입법 취지, 입법 연혁, 그리고 법규범의 체계적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해석방법에 의하여 구체화되므로, 결국 법규범이 명확성 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는 위와 같은 해석방법에 의하여 그 의미 내용을 합리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해석기준을 얻을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헌법재판소 2005. 6. 30. 선고 2002헌바83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살피건대, 경범죄 처벌법이 사회공공의 질서유지를 목적으로 제정된 법률인 점, 이 사건 조항에 규정된 ‘함부로’는 ‘무모하게, 과도하게’ 또는 ‘허가 없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 점, 이 사건 조항은 위와 같이 함부로 행하여지는 대상을 ‘다른 사람 또는 단체의 집이나 그 밖의 공작물’로 한정하고 있는 점, 또한 이 사건 조항은 광고물 등을 붙이거나 거는 행위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 또는 단체의 집이나 그 밖의 공작물에 글씨나 그림을 쓰거나 그리거나 새기는 행위 및 다른 사람 또는 단체의 간판 그 밖의 표시물 또는 공작물을 함부로 옮기거나 더럽힌 행위’도 함께 처벌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조항의 전단 부분은 ‘다른 사람 또는 단체의 집이나 그 밖의 공작물에 타인의 허락을 받지 아니하고, 그것이 붙여짐으로 인하여 사회공공의 질서유지에 방해가 될 수 있는 광고물 등을 포함한 물건을 붙이거나 거는 행위를 한 자’를 처벌하는 규정으로 해석되고, 이러한 해석이 수범자의 예측가능성을 넘거나, 법을 해석·집행하는 기관으로 하여금 자의적인 법해석이나 법집행이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으므로, 이 사건 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정도로 죄형법정주의가 요구하는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 정당행위 또는 남용금지 주장에 관하여

헌법 제22조 는 모든 국민은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예술의 자유에는 예술창작의 자유뿐만 아니라 창작한 예술품을 일반 대중에게 전시·전람하거나 공연할 수 있는 자유가 포함되고, 이 사건과 같이 피고인이 이 사건 포스터를 타인의 담벼락 등에 붙이는 행위는 예술표현의 자유에 포함된다 할 것이다. 그러나 한편 예술의 자유 중 예술창작의 자유는 아무런 제한 없이 보장되어야 할 것이나, 예술표현의 자유는 헌법 제37조 제2항 에 따라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

앞서 든 증거 및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피고인이 단속될 당시 이미 판시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55장의 포스터를 타인의 담벼락에 붙였던 점, 피고인은 위 55장의 포스터 이외에 약 150여 장의 포스터를 더 소지하고 있었던 점, 피고인이 포스터를 붙인 거리는 이미 연희우체국을 중심으로 약 300m에 이르렀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비록 피고인이 이 사건 포스터를 떼기 쉬운 청테이프를 이용하여 붙였고, 해가 뜬 후 날이 밝아질 무렵에 이를 철거할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 등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피고인의 위 행위를 구 경범죄 처벌법 위반으로 처벌하는 것은 사회공동체의 질서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 해당한다고 보이고, 그것이 피고인이 향유하고자 하는 예술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거나 구 경범죄 처벌법이 규정한 남용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따라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판사 전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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