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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2014.12.5. 선고 2012가합6878 판결
손해배상(의)
사건

2012가합6878 손해배상(의)

원고

1. A

2. B

3. C

미성년자이므로 법정대리인 친권자 부 A, 모 B

피고

1. D

2. E

3. F

4. G

5. H

변론종결

2014. 10. 24.

판결선고

2014. 12. 5.

주문

1.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 A에게 48,476,844원, 원고 B에게 10,000,000원, 원고 C에게 679,528,694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2012. 1. 15.부터 이 사건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1) 피고들은 천안시 서북구 I에서 J병원(이하 '피고 병원'이라 한다)이라는 산부인과 병원을 운영하는 자들로서, 그 중 피고 F은 원고 C을 분만한 의사이고, 피고 H은 원고 C에 대한 응급처치를 한 의사이다.

2) 원고 A는 원고 C의 부이고, 원고 B은 원고 C의 모이다.

나. 분만 전 상황

1) 원고 B은 1998. 6. 6.에 제왕절개술에 따라 분만한 적이 있는 38세의 경산모로서 임신 28주차 째인 2011. 11. 14. 피고 병원에 방문하여, 그 무렵부터 피고 병원에서 산전진찰을 받아 왔다.

2) 원고 B은 임신 38주차인 2012. 1. 14. 진통을 느껴 피고 병원에 내원하였다. 피고 병원은 내진을 통해 원고 B의 자궁경관이 1cm 정도 개대되어 있고, 그 경부가 50% 정도 소실되었음을 확인하고, 분만이 진행될 것으로 판단하여 원고 B에 대한 입원조치를 취하였다. 그런 다음 피고 병원은 원고 B을 상대로 비수축검사(NST, Non-Stress Test)를 시행하여 태아심박동수(FHR, Fetal Heart Rate)가 1분당 142회로 양호함을 확인하였다.

다. 분만 당시 상황

1) 피고 병원은 2012. 1. 14. 15:00경 자연분만을 하고자 원고 B에게 옥시토신(Oxytocin)1)을 투여하여 분만을 유도하였다. 그러나 피고 병원이 위와 같이 옥시토신을 투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원고 B에게 충분한 진통이 나타나지 않았고, 분만 진행을 위해 이루어져야 할 자궁경관도 완전히 개대되지 않았다.

2) 이에 피고 병원은 2014. 1. 14. 19:00경 옥시토신 투여를 중단하면서, 일단 자궁경관이 개대될 때까지 기다린 후 2012. 1. 15. 06:00경부터 다시 유도분만을 실시하기로 결정하였다.

3) 피고 병원은 다음날인 2014. 1. 15. 06:30경 원고 B의 자궁경관이 3㎝ 정도 개대되고, 그 경부 소실도가 60% 정도임을 확인하고, 다시 옥시토신을 투여하면서 분만을 유도한 다음, 같은 날 11:00경 양막파수를 시행하였다.

4) 피고 병원은 2014. 1. 15. 12:30경 원고 B의 자궁경부 소실도가 70% 정도임을 확인하고, 같은 날 15:00경 그 자궁경관이 4㎝ 정도 개대되고, 같은 날 17:00경 그 자궁경관이 8cm 정도 개대되었음을 확인하였다. 그 과정에서 태아심박동수는 정상범위 내에 있었다.

5) 그 후 피고 병원은 2014. 1. 15. 18:30경 원고 B의 자궁경부가 10㎝로 완전히 개대되었고, 그 경부 소실도도 90% 정도임을 확인함과 아울러 태아의 머리도 육안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그 당시 태아심박동수는 1분당 147회였다.

6) 그러던 중 태아심박동수가 2014. 1. 15. 19:00경 1분당 60 내지 70회로 감소하였다. 이에 피고 병원은 산소마스크를 이용하여 산소를 투여하였고, 결국 태아심박동수는 1분당 112회 내지 120회로 다시 회복되었다.

7) 피고 병원은 하강하지 않고 있는 태아를 분만시키기 위하여 밀어내기(Pushing)2)를 시행하였고, 당시 태아심박동수는 1분당 110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효과가 나타나지 않자, 피고 병원은 2014. 1. 15. 19:45경 보호자인 원고 A에게 흡입분만을 하겠다고 설명한 후 3차례의 흡입분만을 시행하였고, 그 결과 원고 B은 2014. 1. 15. 19:58경 원고 C을 분만하였다.

라. 분만 후 상황

1) 원고 C은 분만 당시 자발호흡을 하지 못한 상태로 근육이 이완되어 늘어져 있는 상태였고, 출생 직후 아프가 점수(Apgar Score)3)도 1점으로 낮게 평가되었다.

2) 피고 병원은 분만 직후인 2014. 1. 15. 19:58경 흡입장치를 이용하여 분비물을 제거하고, 앰부배깅4)을 통해 산소를 공급하면서 원고 C을 신생아실로 옮겼으며, 계속하여 같은 날 20:05경 산소마스크(산소용량 10ℓ)를 이용하여 원고 C에게 산소를 공급하고, 같은 날 20:08경 원고 C의 기관지에 산소를 주입할 튜브를 삽입함과 아울러 에피 네프린을 투여하였다.

3) 피고 병원은 2014. 1. 15. 20:15경 원고 C을 5분 거리에 있는 순천향대학교병원으로 후송하기로 결정하였다.

4) 충청남도 천안서북소방서 구조대원은 2014. 1. 15. 20:30(또는 20:35)경 원고 C을 순천향대학교병원으로 후송하였고, 위 병원의 담당 의사는 원고 C의 아프가 점수가 3점이라고 판단한 다음, 원고 C에게 지속적으로 산소를 공급하는 등 응급조치를 취하였다.

5) 그러나, 원고 C은 이로 인하여 노동능력 상실률 100%에 해당하는 뇌성마비 판정을 받았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7, 11, 12호증, 을 제1, 3호증의 각 기재(이상, 가지번호 있는 것들은 이를 모두 포함한다. 이하 같다), 이 법원의 K병원장,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장에 대한 각 감정촉탁 결과, 이 법원의 충청남도 천안서북소방서장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2. 손해배상청구권의 발생 여부

가. 분만 부분 과실의 존부

1) 원고 주장의 요지

피고 병원은 원고 B의 분만 과정에서 아래와 같은 과실로써, 원고 C에게 뇌성마비를 입게 하였다.

가) 피고 병원은, 원고 B이 제왕절개술에 따라 분만한 점을 알면서도, 무리하게 밀어내기를 통한 자연분만을 시도하였다. 즉, 피고 병원은 자연분만 과정에서 태아서맥(Fetal Bradicardia)5)이 발생한 것을 확인하였고, 그 과정에서 제왕절개술을 해달라는 원고 B의 요구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하여 밀어내기 등의 방법으로 자연분만을 시행함으로써 원고 B의 자궁파열을 불러일으켰다(이하 '주장 ①'이라 한다).

나) 원고 B의 분만 과정에 비추어 보았을 때, 아두골반불균형6)에 의하여 태아가 전혀 하강하지 않는 상태에 있었다고 보아야 함이 마땅하다. 그런데 아두골반불균형이 있는 경우 무리한 자연분만(즉, 질식분만)을 시행하게 되면, 분만 과정 중 태아에게 태아곤란증(저산소증)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태아의 안전한 예후를 위하여는 제왕절개가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 병원은 무리하게 자연분만만을 고집하였다(이하 '주장 ②'라 한다).

다) 원고 C이 분만 직후 이미 저산소성 손상을 받은 상태였을 뿐만 아니라, 모상건 막하출혈(Subgaleal Hemorrhage), 두개내출혈을 입은 상태였다는 점과, 흡입분만은 태아의 머리가 산모의 골반에 진입한 경우 실시할 수 있는 것임을 고려해 보았을 때, 피고 병원은 아두골반불균형 때문에 태아가 하강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부적절한 방법으로 무리하게 흡입분만을 시행하였다고 할 것이다(이하 '주장 ③'이라 한다).

2) 관련 법리

가)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서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으로서는 의사의 의료행위의 과정에 주의의무 위반이 있는지의 여부나 그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밝혀내기가 극히 어려운 특수성이 있으므로 수술 도중 환자에게 사망의 원인이 된 증상이 발생한 경우 그 증상 발생에 관하여 의료상의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을 입증함으로써 그와 같은 증상이 의료상의 과실에 기한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하겠으나, 그 경우에도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들을 가지고 막연하게 중한 결과에서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의사에게 무과실의 입증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2다45185 판결 등 참조).

나) 의사는 진료를 행함에 있어 환자의 상황과 당시의 의료수준 그리고 자기의 지식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범위의 재량을 가진다고 할 것이고, 그것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닌 한 진료의 결과를 놓고 그 중 어느 하나만이 정당하고 이와 다른 조치를 취한 것은 과실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대법원 1992. 5. 12. 선고 91다23707 판결 등 참조).

3) 판단

가) 주장 ①에 대하여

피고 병원의 원고 B의 분만과정에서 자궁파열이 초래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는 것으로 보이나, 한편 위 인정사실과 갑 제4, 6, 10호증, 을 제2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대한의사협회장에 대한 각 감정촉탁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그 자궁파열이라는 결과만으로 피고 병원이 분만 과정에서 과실 있는 행위를 저질렀다고 단정할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1) 제왕절개술로 분만한 산모가 차회 분만시 자연분만(질식분만)을 선택하여 이를 시행할 경우, 이전 제왕절개반흔이 자궁하부 횡절개의 형상이면 0.2% 내지 0.5% 정도의 산모에게서, 자궁하부 종절개의 형상이면 1% 내지 7% 정도의 산모에게서, T자 형상이면 4% 내지 9% 정도의 산모에게서 종전 제왕절개반흔의 분리(곧, 자궁파열을 의미한다)가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종래에는 제왕절개술로 분만한 적이 있는 산모에게는 차회 분만에도 역시 제왕절개술이 시행되어 왔다.

(2) 그러나, 최근에는 제왕절개술로 분만한 적이 있다고 하여 차회 분만시 반드시 제왕절개술에 따라 분만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게 되었다. 그와 같은 견해에 따라, 현재에는 제왕절개술을 한 적이 있는 산모라 할지라도 일정한 요건을 충족시킬 경우 자연분만을 시행하는 경우도 많아졌는바, 실제 그에 따라 자연분만에 성공한 사례는 60% 내지 80%에 달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3) 제왕절개술로 분만한 산모의 자궁절개선이 충분히 재생하는 데는 약 6개월 정도가 소요되고, 임상적으로 선행 제왕절개술과 자연분만의 간격이 18개월 미만일 경우 그 간격이 18개월 이상일 경우에 비해 자궁파열의 위험이 3배 정도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원고 B이 제왕절개술로 초산을 한 시점은 원고 C을 출산한 때로부터 약 14년 전의 일이고, 그 제왕절개술의 방식도 자궁파열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횡절개 방식에 따른 것인바, 피고 병원이 원고 B의 요청에 따라 자연분만의 방식을 택한 것은 위와 같은 요건을 충족하여 선택한 것으로서 적절하다.

(4) 피고 병원에서 자연분만을 실시할 때 순간적으로 태아심박동수가 1분당 60 내지 70회로 떨어진 적이 있었으나, 그것만으로 태아곤란증을 바로 진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닐 뿐더러, 피고 병원은 산소마스크를 원고 B에게 씌워 태아에게 산소가 원활히 공급되도록 하였고, 그 결과 태아심박동수는 1분당 100회 내지 120회 정도로 회복되었다.

(5) 임신 말기의 태아심박동수는 1분당 110회 내지 160회로 알려져 있고, 분만된지 1일이 채 되지 않은 신생아의 심박동수는 1분당 93회 내지 154회로 알려져 있는바, 피고 병원 측이 즉각적으로 산소를 공급해줌으로써 위 (4)항과 같이 태아심박동수가 정상범위 내로 회복된 것으로 보인다.

(6)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피고 병원의 의무기록에 태아심박동수가 제대로 기재되어 있지 않으므로 이는 태아심박동수가 상당히 낮았다는 것을 시사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그와 같이 추론할 근거는 전혀 없다. 오히려 원고 B이 분만을 위하여 피고 병원에 내원한 2012. 1. 14.부터 태아심박동수는 줄곧 1분당 119회 내지 150회 정도로 기록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분만 과정에서 태아심박동수가 증감 · 변동하는 것은 흔한 일로 알려져 있다.

(7) 피고 병원은 자연분만이 여의치 않게 되자, 보호자인 원고 A에게 흡입분만을 시행한다고 알려주었다. 위와 같이 분만 제2기가 지연되는 경우 산부인과 의료진으로서는 이를 단축시킬 수 있는 흡입분만을 시행할 수 있는바, 그와 같은 경우 반드시 제왕절개술을 시행하여야 한다는 의학적 정설은 없다. 따라서 피고 병원이 제왕절개술을 요구하는 원고 B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채 차선책으로 흡입분만을 시행한 것을 두고, 그것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진료방법의 선택이었다고 단정할 수 없는 것이다.

(8) 오히려, 피고 병원이 위와 같이 차선책으로 흡입분만을 시행한 것은, 산소호흡기를 통한 응급조치로써 태아심박동수가 정상 수준으로 돌아온 점, 원고 B의 자궁경부가 완전히 개대된 상태인 점, 원고 B의 힘주기가 적절하지 않았던 점 등과 같은 당시의 상황에 비추어서 의학적으로 적절한 조치인 것으로 여겨진다.

(9) 일반적으로 태아가 하강하지 않을 경우 밀어내기를 실시하나 그 시간, 횟수 등은 정하여진 바가 없다. 밀어내기가 과도하게 실시될 경우 태아곤란증을 초래할 염려가 있으나,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태아심박동수가 잠시 떨어졌다가 곧바로 상승하였다는 사실은, 피고 병원의 분만 과정에서 태아곤란증이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반증이 될 것이다.

나) 주장 ②에 대하여

살피건대, 을 제1호증의3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 병원의 분만 과정에서 2012. 1. 5. 06:30경부터 같은 날 12:30경까지 당시 태아하강도가 -3에 불과하여 태아가 전혀 하강하지 못하고 있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그로 인하여 피고 병원이 자연분만을 포기하고 차선책으로 흡입분만을 실시하여, 그에 따라 분만이 이루어졌음은 앞에서 인정한 바와 같다.

그러나 한편, 을 제1호증의3의 기재, 이 법원의 대한의사협회장에 대한 각 감정촉탁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의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이 분만 7시간 전 태아하강도가 -3 정도에 불과하였다는 사실만으로, 피고 병원이 차선책으로 흡입분만을 택한 다음, 그에 따라 실제 분만에 근접한 당시에도 태아하 강도가 -3 정도에 불과하여 아두골반불균형의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으므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그 전제부터 인정되지 아니하여 나머지 점에 관하여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1) 위 분만기록지(을 제 1호증의3)상 2012. 1. 15. 12:30경부터 분만이 흡입분만이 시행된 같은 날 19:45까지 약 7시간 정도의 태아하강도가 나타나 있지 않아 그 이후의 태아하강도를 전혀 알 수 없다.

(2) 분만 과정에서의 지연장애는 '자궁경관 개대와 태아하강이 활성기 진통의 정상속도보다 느린 상태'를 의미하고, 정지장애는 '자궁경부 개대 또는 아두하강이 정지된 상태'를 의미하나, 피고 병원의 분만 과정에서 그와 같은 지연장애라든지 정지장애가 있었음을 인정할 만한 자료가 부족하다.

(3) 한편, 위 분만기록지상으로는 분만진통과정이 지연되지 않은 것으로 기재되어 있는데, 그것이 누군가에 의하여 변조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아 어느 정도 신뢰성을 갖고 있다.

(4) 아래 다)의 (3)항에서 보는 사정과 같이 흡입분만을 시행한지 불과 13분 만에 분만이 완료되었다.

다) 주장 ③에 대하여

살피건대, 피고 병원이 흡입분만을 시행할 당시 태아하강도가 -3이라는 점에 비추어 당시 아두골반불균형이 있었음을 전제로 하는 이 부분 주장은 위 나)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당시 아두골반불균형이 있었음을 추론하기 어려운 이상, 나머지 점에 관하여 살필 것도 없이 이유 없다.

게다가, 갑 제7, 11호증, 을 제3호증, 이 법원의 K병원장에 대한 감정촉탁 결과의 각 기재에 의하여, 원고 C이 출산할 당시 머리의 변형이 심하여 첨두형을 보이고 있었던 사실, 이로 인하여 원고 C이 모상건막하출혈, 두개내출혈을 입게 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갑 제9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본다면, 위와 같은 결과만으로 피고 병원이 분만 과정에서 과실 있는 행위를 하였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1) 일반적으로 흡입분만의 필요조건은, 머리가 자궁경관을 항하고, 자궁경부가 완전히 확장되며, 양막이 파수되고, 태아하강도가 0 또는 그 이하인 경우(즉, 태아의 머리가 진입한 경우)로 알려져 있다. 기초사실에서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 병원은 2014. 1. 15. 11:00경 양막파수를 시행하였고, 흡입분만을 시행하기 직전인 2014. 1. 15. 18:30경 자궁경부가 10㎝로 완전히 개대되고, 경부 소실도도 90% 정도임을 확인함과 아울러, 태아의 머리도 육안으로 확인하였는바, 당시의 태아하강도는 0 또는 그 이상이었을 것으로 추단된다.

(2) 피고 병원은 자연분만을 하면서 밀어내기를 시도하였으나 그 효과가 없었고, 원고 B 역시 적절한 힘주기를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음을 덧붙여 고려해 본다면, 그 경우 피고 병원으로서는 즉각적인 분만을 시행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피고 병원은 그와 같은 필요성에 입각하여 실제로 보호자인 원고 A에게 흡입분만을 하겠다고 알린 후 이를 즉각적으로 시행하였다.

(3) 보통 흡입분만은 3회 내지 4회 정도 실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바, 적절한 술기에도 태아의 하강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그것은 아두골반불균형의 증거가 된다고 한다. 그런데 피고 병원은 분만 과정에서 3회의 흡입분만을 시행하였고, 그 결과 원고 C이 흡입분만이 시행된 2014. 1. 15, 19:45경부터 불과 13분이 지난 후인 같은 날 19:58경 분만되었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당시 흡입분만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태아하 강도가 낮은 아두골반불균형의 상태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4) 일반적으로 흡입분만 과정에서 태아 혹은 신생아에게 경도의 두피열상에서 심각한 건막하출혈 또는 두개내출혈 등의 부작용이 동반될 수는 있으나, 이와 같은 부작용은 통상적인 분만 과정에서도 발생할 수도 있다. 원고 C이 위와 같은 부작용을 입은 상태로 확인되었으나, 그것이 과연 분만의 어느 과정에서 발생한 것인지 확인된 바 없다.

나. 응급조치상 과실의 존부

1) 원고의 주장 요지

피고 병원은 원고 C이 분만된 후 자발호흡이 없고, 피부가 청색을 띠고 있을 뿐만 아니라 몸에 힘이 없는 상태임을 인지하고서도, 기관내 삽관을 지연하고, 삽관한 튜브를 고정시키지 않은 과실로써 원고 C에게 뇌성마비를 입게 하였다.

2) 판단

살피건대, 원고 C이 분만 당시 자발호흡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근육이 늘어져 있는 상태였고, 출생 직후 아프가 점수(Apgar Score)가 1점으로 평가되었음은 앞에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기초사실과 갑 제5, 8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K병원장, 대한의사협회장에 대한 각 감정촉탁 결과, 이 법원의 충청남도 천안서북소방서장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본다면, 피고 병원이 원고 C에 대한 응급조치를 취하면서 원고들 주장과 같은 과실있는 행위로써 원고 C에 대한 응급조치를 잘못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

가) 신생아의 경우 응급조치를 시행할 때는, 흡입장치를 이용하여 코와 입 부분의 이물질을 조심스럽게 흡입하여야 하고, 기관내 삽관을 할 때도 적절한 크기의 튜브를 사용하여 그것이 빠지지 않도록 고정시켜야 한다.

나) 그와 같은 응급의학의 일반적인 조치 방법에 따라, 피고 병원은 분만이 완료된 2014. 1. 15. 19:58경 즉시 원고 C에 대한 앰부배깅을 실시하는 한편, 원고 C을 신생아실로 옮겨 같은 날 20:05경 산소포화도가 55% 내지 60%임을 확인하였다.

다) 원고 C의 산소포화도는, 기관내 삽관을 마친 후인 같은 날 20:10경 75%로, 같은 날 20:15경 80% 내지 85%로, 순천향대학병원으로 후송되기 전인 같은 날 20:30경 85% 내지 90%로, 후송되는 구급차 안에서 96%로 상승하고 있었다.

라) 만약 기관내 삽관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삽관에 사용된 튜브의 크기가 맞지 않는 것이라면, 위와 같이 산소포화도가 상승하지 못하게 되므로, 위와 같이 산소포화도가 상승하고 있음은 결국 피고 병원이 한 기관내 삽관이 적절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 원고들은 피고 병원이 분만 직후 즉시 기관내 삽관을 하지 않은 것을 탓하고 있으나, 피고 병원은 분만실에 있는 앰부백을 이용하여 앰부배깅을 하고 흡입장치로 이물질을 제거하면서 그 즉시 응급장비가 있는 신생아실로 원고 C을 옮겼고, 그 과정에서 에피네프린 등을 투여하였다. 신생아는 외부와의 접촉에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신생아에 대한 응급조치는 가)항에서 설시한 바와 같이 조심스러워야 하며, 보통의 성인이나 어느 정도 성장한 유아에 대하여 하는 응급조치처럼 매우 급하게 진행되어서는 아니될 것임은 분명하다. 따라서 피고 병원의 위와 같은 조치는 신생아에 대한 응급조치로서 신속성과 신중함을 두루 갖추었다고 여겨지므로, 결국 적절한 응급조치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바) 원고 C의 분만 직후 산소포화도가 낮았다는 것은 오랜 기간 지속된 분만 과정에 따른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확인되었으므로, 그 과정에서 이미 중추신경계통에 큰 장애를 입게 되었을 여지는 있을지 몰라도, 그것이 피고 병원의 잘못된 응급처치로 인한 것이라고 추론할 수는 없다(한편, 이와 관련한 이 법원의 K병원장에 대한 감정촉탁 결과는 분만 과정이 오랜 기간 지속된 것을 피고 병원의 잘못이라고 적시한 바 없을 뿐만 아니라, 앞에서 본 바와 같이 분만 과정이 길었다는 것이 피고 병원의 과실 때문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다. 설명의무 위반 여부

1) 당사자들의 주장 요지

가) 원고들

피고 병원이 종전에 제왕절개술에 따른 분만을 경험한 적이 있는 원고 B으로부터 자연분만을 요청받은 이상, 그 자연분만이 산모와 태아에게 미칠 위험성에 대하여 충분히 설명하여 원고 B이 제왕절개술을 선택할 수 있게 하였어야 함에도, 원고 B의 위와 같은 요청에 오히려 '피고 병원에서도 충분히 자연분만이 가능하다'라는 취지의 답변만을 하였다. 따라서 피고 병원은 위와 같은 설명의무를 다 하지 아니함으로써 원고 B 뿐만 아니라 그 보호자인 원고 A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였다.

나) 피고들

피고 병원은 원고 B의 위와 같은 분만 이력을 알고서 원고 A, B에게 충분한 설명을 하였다.

2) 관련 법리

가) 일반적으로 의사는 환자에게 수술 등 침습을 가하는 과정 및 그 후에 나쁜 결과 발생의 개연성이 있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또는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 발생이 예측되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에 있어서 응급환자의 경우나 그 밖에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진료계약상의 의무 내지 침습 등에 대한 승낙을 얻기 위한 전제로서 당해 환자나 그 법정대리인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 등에 관하여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설명하여 당해 환자가 그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해 보고 그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가의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고, 의사의 설명의무는 그 의료행위에 따르는 후 유증이나 부작용 등의 위험 발생 가능성이 희소하다는 사정만으로 면제될 수 없으며, 그 후유증이나 부작용이 당해 치료행위에 전형적으로 발생하는 위험이거나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것인 경우에는 그 발생가능성의 희소성에도 불구하고 설명의 대상이 된다 할 것이다(대법원 1995. 1. 20. 선고 94다3421 판결, 2002. 10. 25. 선고 2002다48443 판결 등 참조).

나) 한편, 설명의무는 침습적인 의료행위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의사에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절차상의 조치로서, 그 의무의 중대성에 비추어 의사로서는 적어도 환자에게 설명한 내용을 문서화하여 이를 보존할 직무수행상의 필요가 있다고 보여질 뿐 아니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9조, 같은 법 시행규칙 제3조 및 [서식] 1에 의하면, 통상적인 의료행위에 비해 오히려 긴급을 요하는 응급의료의 경우에도 의료행위의 필요성, 의료행위의 내용, 의료행위의 위험성 등을 설명하고 이를 문서화한 서면에 동의를 받을 법적 의무가 의료종사자에게 부과되어 있는 점, 의사가 그러한 문서에 의해 설명의무의 이행을 입증하기는 매우 용이한 반면 환자측에서 설명의무가 이행되지 않았음을 입증하기는 성질상 극히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사측에 설명의무를 이행한 데 대한 입증책임이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그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 및 법체계의 통일적 해석의 요구에 부합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등 참조).

3) 판단

살피건대, 을 제1호증의 1 내지 3, 8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 병원의 산부인과 전문의인 피고 F이 2012. 1. 6. 원고 B에게, 종전에 제왕절개술을 받은 경산모가 자연분만을 시도할 경우 1/1,000의 확률로 자궁파열이 일어날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한 적이 있는 사실, 원고 B의 남편이자 보호자인 원고 A는 2012. 1. 14.자로 피고 병원에게 "VBAC(제왕절개술 후 자연분만 동의서, 을 제1호증의8)"이라는 제목의 문서를 작성해주었는데, 거기에는 '이 시술로 인해 생길 수 있는 합병증으로는 자궁파열이 있으며, 파열로 인해 산모의 합병증(심한 출혈로 인한 수혈 필요성, 방광손상 및 처치, 응급 자궁절제술 등)과 태아문제(태아 가사 및 손상, 태아사망 등)가 야기될 수 있습니다'로 기재되어 있는 사실, 피고 F은 원고 A, B에게 실시간으로 분만 과정에 대하여 설명하고, 향후 분만 과정에 대하여 설명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여기에다가 제왕절개술을 받은 임산부가 추후 반드시 제왕절개술에 따라서 분만하여야 한다는 원고들의 주장이 의학적으로 통용되는 확립된 정설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을 덧붙여 고려해 보면, 피고 병원은 원고 A, B에게 제왕절개술 후 자연분만을 하게 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한 설명의무를 다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그 전제가 되는 손해배상책임의 발생이 인정되지 아니하여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심준보

판사 고지은

판사 백우현

주석

1) 출산시 자궁이완을 촉진하는 약재를 말한다.

2) 자궁경관이 완전히 개대된 후 태아의 만출을 위해 자궁수축에 보조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3) 출산당시 신생아 상태를 평가하는 방법 중 하나로 심박수, 호흡 노력, 근육긴장도, 자극반응도, 피부색의 5항목을 불량, 양호상태에 따라 0, 1, 2점을 주어 그 점수를 합산 평가한다. 통상 위 점수가 7-10점은 건강이 양호하고, 6점 이하를 신생아 가사로 보는데, 0-3점은 중증 가사(질식), 4-6점은 중등도 혹은 경증가사 상태라고 한다. 1분 아프가 점수는 가사의 유무판정과 응급소생술이 필요한지 판단하는 기준이 되고, 5분 아프가 점수는 예후판정으로 사망 및 신경학적 장애의 가능성을 가늠하는 지표가 된다.

4) 앰부백으로 산소를 공급하는 것을 말한다.

5) 태아심박동수가 낮은 상태를 의미한다. 반대 용어는 태아 빈맥이다.

6) 모체의 골반 크기와 태아 머리 크기 사이의 불일치를 설명하는 용어이다. 이를 유발하는 원인으로는 거대아, 부적절한 골반구조, 태아의 이상 태위, 이상 태아위치 등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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