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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가법 1988. 10. 10.자 87드6835 제5부심판 : 확정
[이혼][하집1988(3.4),630]
판시사항

서로 다른 종교적 신념을 갖는 부부 사이에서의 종교의 자유와 협조의무의 관계

심판요지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특정한 성경해석론을 교리로 내세우는 종파를 사이비종교라거나 그 종교단체 자체를 불법단체로 단정할 수 없는 이상 그 교리를 지킨다는 동기에서 나온 어떤 행위를 법질서에 위배되었다 하여 그 행위자에게 사법적 제재를 가할 수 있음은 별문제로 하고 어느 누구도 위와 같은 교리를 믿고 이에 따른 종교활동을 하는 것을 그만 두도록 강요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며, 한편 부부는 가족이라는 혈연공동체를 이끌어가는 구심체로서 가정평화를 유지하기 위하여 서로 협조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므로 부부가 각기 다른 교리를 따르고 상이한 논리적 관념을 가지는 탓으로 제예의 봉행, 존속에 대한 예우, 자녀의 교육 등 중요한 가사에 관하여 의견이 대립되는 경우에는 종교적 신념과 가정의 평화라는 두개의 가치를 함께 유지하기 위하여 상호의 이해와 양보로 합리적인 기준을 찾도록 노력할 책무가 있다.

청 구 인

청구인

피청구인

피청구인

주문

청구인의 청구를 기각한다.

심판비용은 청구인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청구인과 피청구인은 이혼한다는 심판

이유

공문서이므로 그 진정성립이 추정되는 갑 제1호증(호적등본)의 기재에 의하면, 청구인과 피청구인은 1977.9.24. 혼인신고를 한 부부로서 슬하에 1남 1녀를 출산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청구인은 이 사건 청구원인으로서, 피청구인은 청구인과 혼인하기 전부터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종교를 신봉하는 종교인이었는데 청구인에게 그러한 사실을 숨기고 청구인과 혼인하였고 위 종교의 교리를 내세워 시부모 등에 대한 세배, 시부가 사망한 후 망부에 대한 제사, 애국가봉창, 국기배례 등을 거부하고 매주2회 이상을 1회에 5-6시간씩 위 종교의 예배 및 포교활동으로 집을 비우는 등 가정에 충실하지 아니하며 때때로 시모에게 대어들면서 싸우기도 하고 시모를 학대하는 등 하여 부부사이는 물론 피청구인과 시모사이에 불화가 심화되었고 그로 인하여 청구인이 정신적인 안정을 잃고 근무하던 직장에 태만히 하게 되어 그 직장마저 잃게되는 등 혼인생활이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탄에 이르렀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므로 살피건대, 증인 김봉원, 전광자의 각 증언과 이 법원의 조사관 김상엽 작성의 조사보고서의 기재(위 김봉원의 증언 및 위 조사보고서의 기재 중 뒤에서 믿지 아니하는 부분은 각 제외)에 심리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청구인과 피청구인은 각자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던 때인 1977년초경 서로 만나 교제하던 끝에 같은 해 8.27. 관례에 따른 결혼식을 거행하고 그 무렵부터 그들만의 보금자리를 꾸며 동거하다가 같은 해 9.24. 위에서 본 혼인신고를 한 사실, 청구인은 혼인당시 무역협회의 사원으로 근무하다가 얼마후 한신공영, 공영토건 등으로 직장을 옮겨 다니면서 1979.1.경부터 1986.5.경까지의 사이에 전후 4회에 걸쳐 약 6년동안 해외에서 주로 건설현장의 책임자로 근무를 한 사실, 피청구인은 청구인이 해외취업중인 1983.3.경부터 청구인 본가에 들어가 시부모, 시동생들과 같이 생활하였고 시부는 같은 해 9.30.경 신병으로 사망한 사실, 그런데 피청구인은 청구인과 혼인하기 전에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종교를 신봉하다가 혼인을 전후하여서는 그 신앙생활을 그만두고 있었는데 청구인이 맨처음 해외근무를 할 때인 1980년경부터 위 종교를 다시 신봉하기 시작한 이후 매주 화요일에 1-2시간씩, 금요일과 일요일에 각2-3시간씩 각 교리연구와 예배를 보러 교회에 가느라 집을 비운 사실, 위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종교에서는 성경의 해석상 우상숭배라는 이유로 국기배례, 윗어른께 하는 큰절, 조상에 대한 제사 등을 금지하고 수혈과 군에 입대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을 교리의 일부로 삼고 있는 바, 피청구인은 그와 같은 교리에 따라 국기배례, 큰절 등을 하지 아니하고 시부 등의 제사때 배례를하지 아니함은 물론 자녀들에게도 그와 같이 교육시켜 온 사실, 청구인은 1차 해외근무를 마치고 귀국하였을 무렵인 1980.1. 중순경 피청구인이 위와 같은 종교활동을 하는 것을 알고 그 종교의 교리가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윤리, 관습과 달라 가정의 화목을 해친다고 여겨 기회있을 때마다 피청구인에게 종교활동을 그만두고 가정에만 충실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였으나 피청구인은 자기의 신앙을 포기하지 아니하고 교리에 따른 태도를 견지하여 온 사실, 피청구인은 신앙생활을 계속하면서도 가족의 식사준비, 빨래, 청소 등 가정주부로서 해야 할 기본적인 일은 빠짐없이 하여왔음은 물론 시모가 자극성있는 음식을 잘먹지 못한다고 시모의 음식을 따로 마련하는 등 정성을 다하였고 시부의 제사때에도 배례는 하지 아니하였으나 제사음식은 준비하였으며 청구인이 피청구인의 종교활동을 강력하게 반대하기 때문에 위에서 인정한 교리연구 및 예배활동 이외의 적극적인 포교활동 등은 일체 삼가하여 온 사실, 원래 가부장적권위를 중시하고 날카로운 성격을 가진 청구인은 1986.5.경 해외근무를 마치고 귀국한 이후에도 피청구인이 위와 같이 종교활동을 계속하자 피청구인에게 그 종교활동을 그만두라고 하면서 피청구인을 마구 구타하여 왔고 그로 인한 부부사이의 갈등과 불화가 심화됨에 따라 청구인과 피청구인은 같은 해 6. 중순경부터 같은 집에 거주하면서도 따로따로 방을 사용하기에 이르렀으며 청구인 스스로 이러한 불화를 극복하지 못한 채 정신적인 안정을 잃고 방황하게 되어 1987.7.경 귀국후 근무하던 삼성시계에서 근무태만으로 권고사직을 당하게 된 사실, 그러다가 청구인은 1987.9.24.경 피청구인에게 가정과 종교 중 하나를 택일하라고 요구하고 피청구인이 둘다 포기할 수 없다고 대답하자 거주하던 집의 전세금을 빼내어 피청구인과 피청구인 소유의 물건만을 놓아둔 채 다른곳으로 이사를 가버리고 피청구인을 이사간 집에도 못들어 오게 하고 있는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고 위 인정에 반하는 증인 김봉원의 일부 증언 및 위 조사보고서의 일부 기재는 믿을 수 없으며 달리 위 인정에 반하는 증거가 없고 그밖에 피청구인이 때때로 시모에게 대어들며 싸우기도 하는 등 시모를 학대하였다는 청구

인의 주장은 위에서 믿지 아니한 증거외에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청구인과 피청구인 사이의 혼인생활은 피청구인이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종교활동을 고집하고 청구인은 그 종교활동을 그만둘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과정에서 부부사이에 갈등과 불화가 심화되어 자신의 절제력마저 잃게 된 청구인이 직장까지 잃게 되고 부부가 별거하기에 이르는 등 어느정도 파탄에 이르른 것으로 보여진다.

생각컨대, 우리나라 헌법은 국민 모두에게 종교의 자유가 있음을 확인하고 있고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특정한 성경해석론을 교리로 내세우는 종파를 사이비종교라거나 그 종교단체 자체를 불법단체로 단정할 수 없는 이상 위에서 본 교리를 지킨다는 동기에서 한 어떤 행위를 법질서에 위배되었다고 하여 그 행위자에게 사법적 제재를 가할 수 있음은 별문제로 하고 어느 누구도 위와 같은 교리를 믿고 이에 따른 종교활동을 하는 것을 그만두도록 강요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지만, 한편 부부는 가족이라는 혈연공동체를 이끌어가는 핵심으로서 가정의 유지와 향상을 위하여 서로 협조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므로 부부가 각기 다른 교리를 따르고 상이한 윤리적 관념을 가지는 탓으로 제례의 봉행, 존속에 대한 예우, 자녀의 교육 등 중요한 가사에 관하여 의견이 대립되는 경우에는 종교적 신념과 가정평화라는 두개의 가치를 함께 유지하기 위하여 상호의 이해와 양보로 합리적인 조화의 기준을 찾도록 노력할 책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을 바탕으로 위에서 인정한 사실을 되새겨 보면 피청구인이 청구인과 시모의 태도를 감안하여 최소한의 교리연구와 예배활동만 하고 포교활동 등 다른 적극적인 종교활동은 자제하면서 가정주부로서 해야 할 기본적인 일은 충실하게 하여 왔고 시부의 제사 음식을 준비하거나 시모의 음식을 따로 마련하는 등 위 종교활동으로 인하여 가정생활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노력하였으며 지금도 가정이 회복되기를 간절하게 바라고 있는 태도를 지키고 있는데 비하여 청구인은 위와 같은 교리가 전통적인 윤리관념에 배치된다는 이유만으로 가부장적 권위를 내세워 신앙의 일방적인 포기만을 강요하고 뜻대로 따르지 않자 피청구인을 가정에서 축출한 사정에 비추어 보아 위에서 본 피청구인의 종교활동으로 인한 혼인생활의 파탄정도는 피청구인의 종교활동의 자제의 노력과 함께 청구인이 가정 생활과 피청구인의 종교활동 사이에 조화점을 찾으려고 조금만 노력한다면 극복할 수 있는 상태인 것으로 보여질 뿐 아니라 가사 청구인의 호소와 같이 혼인생활이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에 이른것으로 보더라도 그 파탄의 주된 책임은 청구인의 위에서 본 독선적 태도에 있다고 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청구인과 피청구인 사이의 혼인생활이 피청구인의 책임있는 사유로 회복하기 어려운 파탄에 이르렀다는 점을 전제로 한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없어 이를 기각하고, 심판비용은 패소자인 청구인의 부담으로 하여 주문과 같이 심판한다.

심판관 노경래(심판장) 임채균 이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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