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국가법원에 의한 소송제도의 이용을 포기하려는 의사가 중재합의의 유효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2]'분쟁의 일부'도 중재합의의 대상으로 규정하는 중재법 제3조 제2호 의 규정취지
판결요지
[1] 중재법 제3조 제1호 의 '법원의 재판에 의하지 아니하고'라는 부분은 중재가 법원의 재판에 '대체적인(alternative)' 분쟁해결수단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는 점을 확인한 것에 불과한 것이고, 중재법 제3조 제2호 에서도 전속적인 중재합의가 있어야 중재에 의하여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지 아니한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와 반대로 양 규정의 어의를 단순하게 결합시켜 중재는 국가법원에 의한 소송제도의 이용을 차단한 채 전속적인 분쟁해결수단으로써만 가능한 것으로 제한하여 해석한다면, 다양한 분쟁해결방법을 모색하려는 당사자의 사적 자치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고, 그러한 결과는 분쟁의 다양성에 따른 적합한 해결방법의 모색이라는 당사자의 편익을 무시하는 결과도 함께 수반하는 것이므로 중재합의에는 반드시 국가법원에 의한 소송제도의 이용을 포기하려는 의사가 있어야 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
[2] 하나의 법률관계에서 발생하는 분쟁 중 일부를 중재합의의 대상으로 하였다고 하더라도 위 분쟁 중 나머지 부분 또한 당초 중재합의 대상인 일부와 직접 관련이 있거나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서 중재의 대상이 되는 것이므로, 중재법 제3조 제2호 가 '분쟁의 일부'를 중재합의의 대상으로 규정하는 것은 일정한 법률관계에 관하여 발생하는 복수의 분쟁 중 전부 또는 일부를 중재합의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취지 즉, 병렬적 분쟁에 관한 중재합의를 허용하는 취지로 보아야 하고, 이를 하나의 법률관계에서 발생하는 분쟁 중 일부도 중재합의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하여서는 아니 된다.
참조조문
[1] 중재법 제3조 [2] 중재법 제3조 제2호
원고
대한민국 (소송대리인 서초법무법인 담당변호사 박상기)
피고
금호산업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광장 담당변호사 정은환)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원고와 피고 사이의 사단법인 대한상사중재원 중재 제01111-0005호 사건에 관하여 위 중재원 중재판정부가 2002. 12. 16. 한 [별지] 기재 주문의 중재판정을 취소한다.
이유
1. 기초 사실
가. 공사도급계약
원고 산하 조달청이 조달사업에관한법률시행령 제15조 에 의하여 서울특별시로부터 공사계약의 체결을 요청받아, 원고는 1993. 12. 29. 피고와의 사이에 서울 지하철 제2기 2단계 건설공사 중 제6-1공구 건설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고 한다)에 관한 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공사는 3차에 걸친 공사로 나뉘어 진행되었는데, 1차 공사는 3회의 설계변경을 거쳐 1995. 6. 30. 완료되었고, 2차 공사는 3회의 설계변경을 거쳐 1996. 2. 29. 완료되었으며, 3차 공사는 11회의 설계변경을 거쳐 2000. 12. 31. 완료되었다. 위와 같은 총 17회의 설계변경에 따라 5회의 공사금액 조정이 이루어지고, 물가변동에 따른 공사금액 조정도 7회(그 중 2회는 설계변경에 따른 공사금액 조정과 함께 이루어 짐) 이루어졌다.
나. 시설공사계약일반조건
원·피고는 위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원고의 회계예규인 시설공사계약일반조건(이하 '일반조건'이라 한다)을 위 계약의 일부로 하였다. 일반조건 제31조는 "① 당해 계약문서와 예산회계법령에 규정된 사항을 제외한 계약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관한 분쟁은 계약당사자가 쌍방의 합의에 의하여 해결한다. ② 제1항의 합의가 성립되지 못할 때에는 당사자는 관계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설치된 조정위원회 등의 조정 또는 중재법에 의한 중재기관의 중재에 의하여 해결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일반조건 제12조는 "① 계약자는 설계서의 내용이 불분명하거나 누락, 오류 또는 상호 모순되는 점이 있거나, 설계서와 지질, 용수 등 공사현장의 상태가 다른 사실을 발견할 때에는 당해 부분에 대한 계약 이행 전에 지체 없이 (현장감독관을 경유) 계약담당공무원에게 서면으로 이를 통지하여야 한다. ② 계약담당공무원은 제1항의 통지를 받은 때에는 즉시 그 사실을 조사 확인하고 공사가 적정히 이행될 수 있도록 설계변경 또는 기타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라고, 제13조 제1항은 "계약담당공무원은 제12조의 규정에 의한 설계변경으로 인하여 공사량의 증감이 발생한 때에는 당해 계약금액을 조정한다."라고 각 규정하고 있다.
다. 중재판정
(1)피고는 일반조건 제31조에 의거하여 원고를 상대로 사단법인 대한상사중재원에 "이 사건 공사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원고의 책임 있는 사유로 다음과 같은 내용의 공사비 추가지출이 있었거나 원고의 피용자가 의무를 위반한 잘못으로 위 공사비 상당의 손해를 입었으므로, 원고는 피고에게 위 추가공사비 합계액과 이에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중재신청을 하였다.
①원고의 지시에 따라 연신내 정거장 및 불광 정거장의 3호선 하부 통과구간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굴착패턴을 변경하는데 소요된 추가비용 101,064,064원.
②터널굴착 작업구로 사용할 계획이던 환기구가 그 위치 및 사유지에 대한 용지보상지연 등으로 인하여 사용이 불가능하게 됨에 따라 임시 작업구를 설치하는 데 소요된 추가비용 1,376,397,045원.
③피고가 주민들의 설치반대 등으로 인하여 환기구 위치를 변경하고 원고의 지시에 따라 위 변경된 위치의 토지 소유자에게 대신 지급한 보상금 380,000,000원 중 원고로부터 지급받은 171,469,600원을 공제한 잔금 208,530,400원.
④독바위정 거장 확폭구간의 가시설공사 시행 중 원고가 구체적인 근거 없이 확대굴착부 위쪽에 지반보강을 지시함에 따라 경관다단 그라우팅 63공을 추가 시행하는 데 소요된 비용 126,441,549원.
⑤원고의 요구에 따라 응암-연신내 구간 종단선형을 상향조정하면서 조정된 선형이 통과하는 풍화대에 지반보강공을 추가 시공하는 데 소요된 비용 6,537,684,217원.
⑥원고의 지시에 따라 연신내 정거장 기존 3호선 기능실을 재배치하는 데 소요된 추가비용 604,118,211원.
⑦표준시방서 및 입찰안내서의 규정에 의한 발파진동허용치 0.5∼1.0cm/sec에 일치하게 설계서가 작성되었으나 인근 주민의 민원 및 이질적인 현장여건으로 인하여 발파진동치를 0.3cm/sec 이하로 변경하여 이 사건 공사를 시행함에 따라 소요된 추가비용 694,323,228원.
⑧원고의 승인 아래 터널 내 방수공법을 비배수 방식에서 배수 방식으로 변경하는 데 소요된 설계변경비 1,443,946,076원.
⑨원고의 승인 아래 터널 내 방수공법을 비배수 방식에서 배수 방식으로 변경하여 시공하는데 따른 비용절감액 1,788,000,000원.
⑩원고의 지시에 따라 레미콘 슬럼프치를 8cm 또는 12cm에서 15cm 이상으로 변경시공하는 데 소요된 추가비용 5,116,931,460원.
⑪원고의 지시에 따라 철근가공·조립 규격을 '매우 복잡'으로 변경하여 시공하는 데 소요된 추가비용 2,481,628,622원.
⑫원고의 지시에 따라 철근 품질 규격을 SD-40으로 변경하여 시공하는 데 소요된 추가비용 371,870,721원.
⑬1995. 7. 6.자로 국가를당사자로하는계약에관한법률시행령 제69조 에 의하여 장기계속계약에서 계속비 계약으로 변경됨에 따라 잔여 공사비에 대하여 채권을 일괄 매입하는 데 발생한 추가금융비용 484,634,000원.
⑭지하매설물에 대한 이설, 보강 등의 추가공사를 시행하는 데 소요된 비용 4,637,210,796원.
⑮역촌, 독바위, 구산 등 3개 정거장에 당초 1대의 냉동기를 각 설치하는 것으로 설계되었으나, 원고의 2대로의 분할 설치 지시에 따라 냉동기 및 냉각탑을 추가 설치하는 데 소요된 비용 683,484,625원.
(2)위 중재원의 중재판정부는 2002. 12. 16. 위 중재 사건에 관하여 피고가 주장하는 위 ①항 내지 ⑮항 기재 각 비용 중 전부 또는 일부를 받아들여 "원고는 피고에게 10,773,022,131원(=②항 1,376,397,045원+③항 208,530,400원+⑤항 6,537,684,217원+⑥항 604,118,211원+⑧항 1,443,946,076원 중 721, 973,038원+⑩항 5,116,931,460원 중 130,224,770원+⑪항 2,481,628,622원 중 335,114,633원+⑫항 371,870,721원 중 15,495,192원+⑬항 484,634,000원 중 160,000,000원+⑮항 683,484,625원) 및 이에 대한 2001. 1. 28.부터 완제일까지 연 5푼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중재판정(이하 '이 사건 중재판정'이라 한다)을 하였다.
근거] 다툼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제2호증의 1 내지 10, 제3호증의 각 기재, 변론의 전취지
2. 중재합의의 존부
가. 원고의 주장
(1)중재합의는 분쟁을 국가법원에 의한 소송절차가 아닌 사인의 중재에 의하여 해결하기로 하는 합의로서 국가법원에 의한 소송제도의 이용을 포기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한다. 일반조건 제31조에서는 분쟁해결에 관한 쌍방의 합의가 성립하지 않을 경우 조정위원회 등의 조정 또는 중재법에 의한 중재를 그 해결방법으로 선택할 수 있다고 규정할 뿐이다. 일반조건 제31조 제2항에 규정된 '관계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설치된 조정위원회'라고 할 수 있는 중앙건설분쟁조정위원회 또는 지방건설분쟁조정위원회(건설산업기본법 제69조)의 조정에 의하더라도 그 조정 결과에 불만이 있을 경우 법원에의 제소가 여전히 가능한 점에 비추어 보면, 국가법원에 의한 소송제도의 이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2)일반조건 제31조는 분쟁해결방법을 조정 또는 중재로서 선택적으로 규정함과 아울러 조정 또는 중재에 의하여 분쟁을 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규정한 것에 불과하고 반드시 조정 또는 중재에 의하여야 한다는 의무를 규정한 것은 아닌바, 조정 또는 중재 중 분쟁해결방법으로써 쌍방이 합의한 경우에만 그 합의된 방법으로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일방 당사자가 하나의 방법을 선택하더라도 다른 당사자가 이에 동의하지 아니하고 다른 방법으로 선택함으로써 분쟁해결이 서로 다른 방법에 의하여 동시에 진행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이를 피하기 위하여 일방 당사자가 임의로 선택한 방법을 다른 당사자가 따라야 한다면 이는 다른 당사자의 선택권 포기를 강요하는 것이 되어 부당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앙건설분쟁조정위원회 또는 지방건설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이 선택되더라도 그 조정 결과에 불만이 있을 경우 법원에의 제소는 여전히 가능한데, 법원에의 제소가 차단되는 중재를 선택한 당사자는 그 선택을 통하여 다른 당사자의 재판받을 권리를 박탈하는 결과가 초래된다.
(3)따라서 일반조건 제31조 제2항만으로는 원·피고 사이에 이 사건 중재판정의 대상인 분쟁에 관하여 중재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고, 이는 중재법 제36조 제2항 제1호 (가)목 에 정한 사유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중재판정은 취소되어야 한다.
나. 판 단
(1) 중재법 제3조 제2호는 "중재합의라 함은 계약상의 분쟁인지의 여부와 관계없이 일정한 법률관계에 관하여 당사자 간에 이미 발생하였거나 장래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의 전부 또는 일부를 중재에 의하여 해결하도록 하는 당사자들의 합의를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중재법 제3조 제1호 는 "중재라 함은 당사자 간의 합의로 사법상의 분쟁을 법원의 재판에 의하지 아니하고 중재인의 판정에 의하여 해결하는 절차를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양 규정의 정의 규정을 해석함에 있어서 단순하게 양 규정의 문의를 결합하여 "중재합의는 분쟁을 법원의 재판에 의하지 아니하고 중재인의 판정에 의하여 해결하는 절차에 의하여 해결하도록 하는 당사자들의 합의"라고 보아 ① 당사자가 분쟁을 중재에 의하여 해결하려는 의사와, ② 국가법원에 의한 소송제도의 이용을 포기하려는 의사가 모두 있어야 중재합의로서 유효하다고 할 것인지 문제된다.
(2)복잡한 현대사회의 상거래에 있어서 계약당사자들의 필요나 요청에 의하여 또는 열악한 지위에 있는 계약당사자 일방의 보호를 위하여 법원에 의한 소송에 대체할 수 있는 분쟁해결수단으로 중재가 선택되고 있고, 이러한 분쟁당사자의 중재 선택 의사는 보다 다양한 분쟁해결수단 내지 권리구제절차를 보장한다는 의미에서 존중되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중재법 제3조 제1호 의 '법원의 재판에 의하지 아니하고'라는 부분은 중재가 법원의 재판에 '대체적인(alternative)' 분쟁해결수단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는 점을 확인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마찬가지로 중재법 제3조 제2호 에서도 전속적인 중재합의가 있어야 중재에 의하여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지 아니한 것으로 파악하여야 한다. 이와 반대로 양 규정의 어의를 단순하게 결합시켜 중재는 국가법원에 의한 소송제도의 이용을 차단한 채 전속적인 분쟁해결수단으로서만 가능한 것으로 제한하여 해석한다면, 다양한 분쟁해결방법을 모색하려는 당사자의 사적 자치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만다. 그러한 결과는 또한 분쟁의 다양성에 따른 적합한 해결방법의 모색이라는 당사자의 편익을 무시하는 결과도 함께 수반한다. 따라서 중재합의에는 반드시 국가법원에 의한 소송제도의 이용을 포기하려는 의사가 있어야 한다고 볼 것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3)일반조건 제31조 제2항과 같은 선택적인 분쟁해결방법을 약정한 당사자의 취지는 분쟁이 발생할 경우 당사자 누구든지 약정된 분쟁해결방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으로 볼 것이다. 일방 당사자가 하나의 방법을 선택하더라도 이에 동의하지 않는 다른 당사자가 다른 방법을 선택함으로써 상이한 분쟁해결방법이 동시에 진행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일방 당사자가 임의로 선택한 방법을 다른 당사자가 따라야 한다면 이는 다른 당사자의 선택권 포기를 강요하는 것이 되어 부당하다는 원고의 주장은, 일방 당사자가 선택권을 행사한 이후에도 다른 당사자에게 선택권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에 근거한 것으로서, 약정된 분쟁해결방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양 당사자 모두에게 부여하고 그 선택권 행사에 의하여 선택된 분쟁해결방법에 의하여 분쟁을 해결하려는 약정 당시 당사자들의 의사를 분쟁해결의 국면에서 오히려 경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법원에의 제소가 차단되는 중재를 선택한 당사자는 그 선택을 통하여 다른 당사자의 재판받을 권리를 박탈하는 결과가 초래된다는 점 또한, 양 당사자가 약정 당시 자기결정에 의하여 중재를 분쟁해결방법의 하나로 삼은 이상 자기책임의 범위에 속하는 것이다.
(4)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원고는 또한, 민법 제380조 및 제381조 제2항을 유추하여 중재를 선택한 피고와의 관계에서 위 규정상의 '채무자'라고 할 원고에게 선택권이 있고, 피고는 원고에게 선택권 행사를 최고하였음에도 원고가 선택권을 행사하지 아니한 경우에 비로소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로 다투고 있으나, 위 민법 규정들은 '채권의 목적'의 선택에 대한 것인데 비해, 일반조건 제31조 제2항은 '분쟁해결방법'의 선택에 관한 것으로서, 피고가 이 사건 중재를 선택하였다 하여 원고를 위 '채무자'의 지위와 유사하게 볼 수는 없으므로,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중재합의 대상 여부
가. 원고의 주장
(2)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일반조건 제12조, 제13조 제1항에서는 "계약자는 설계서의 내용이 불분명한 등의 사유가 있는 때에는 당해 부분에 대한 계약 이행 전에 지체 없이 계약담당공무원에게 통지하고, 계약담당공무원은 위 통지를 받은 즉시 그 사실을 조사 확인하고 공사가 적정히 이행될 수 있도록 설계변경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하며, 계약담당공무원은 위 설계변경으로 인하여 공사량의 증감이 발생한 때에는 당해 계약금액을 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국가를당사자로하는계약에관한법률 제19조 는 "각 중앙관서의 장 또는 계약담당공무원은 공사·제조·용역 기타 국고의 부담이 되는 계약을 체결한 다음 물가의 변동, 설계변경 기타 계약내용의 변경으로 인하여 계약금액을 조정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 계약금액을 조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3)이 사건 중재판정의 대상이 된 피고 주장의 1.다.의 (1)항 기재 각 비용항목은 모두 위 일반조건 제12조, 제13조 제1항 및 국가를당사자로하는계약에관한법률 제19조 에 규정된 사항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중재판정은 중재합의의 대상이 아닌 분쟁을 다루거나, 중재합의의 범위를 벗어난 사항을 다룬 것이다. 이는 중재법 제36조 제2항 제1호 (다)목 에 정한 사유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중재판정은 취소되어야 한다.
나. 판 단
(가) 중재법 제3조 제2호 는 중재합의의 대상을 "계약상의 분쟁인지의 여부에 관계없이 일정한 법률관계에 관하여 당사자 간에 이미 발생하였거나 장래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의 전부 또는 일부"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일부'라는 규정과 관련하여 일정한 법률관계상 발생하는 분쟁 중 일부를 중재합의의 대상으로 하는 것이 가능할지 문제된다.
(나) 중재계약은 중재조항이 명기되어 있는 계약 자체뿐만 아니라 그 계약의 성립과 이행 및 효력의 존부에 직접 관련되거나 밀접하게 관련된 분쟁에까지 그 효력이 미치고, 중재조항에 대상으로 삼은 '계약내용에 관한 법적 분쟁'의 해석에 있어서도 단순히 계약내용의 의미해석에 관한 분쟁만이 아니라 계약내용의 성립과 그 이행 및 그 효력의 존부에 직접 관련되거나 밀접하게 관련된 분쟁까지도 포함하는 취지라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 1992. 4. 14. 선고 91다17146, 91다17153(반소) 판결 , 2001. 4. 10. 선고 99다13577, 13584 판결 , 각 참조}. 하나의 법률관계에서 발생하는 분쟁 중 일부를 중재합의 대상으로 하였다 하더라도 위 분쟁 중 나머지 부분 또한 당초 중재합의 대상인 일부와 직접 관련이 있거나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서 중재의 대상이 되고 만다. 따라서 우리 중재법 규정도 일정한 법률관계에 관하여 발생하는 복수의 분쟁 중 전부 또는 일부를 중재합의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취지 즉, 병렬적 분쟁에 관한 중재합의를 허용하는 취지로 보아야 하고, 이를 하나의 법률관계에서 발생하는 분쟁 중 일부도 중재합의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하여서는 아니 주1) 된다. 주2) 주3) 주4)
(다)일반조건 제31조의 '당해 계약문서에 규정된 사항'도 이 사건 공사 계약 내용의 의미해석뿐만 아니라, 이 사건 공사 계약의 성립과 그 이행 및 그 효력의 존부에 직접 관련되거나 밀접하게 관련된 사항까지도 포함하는 취지라고 볼 여지가 있게 되고, '당해 계약문서와 예산회계법령'은 이 사건 공사 계약에 적용될 법원(법원)의 대부분을 의미하게 됨에 비추어 볼 때, 일반조건 제31조는 이 사건 공사 계약에서 발생하는 분쟁 중 당해 계약문서와 예산회계법령에 규정된 사항은 중재합의의 대상에서 배제하는 측면에서는 효력이 없다고 할 것이다. 다만, 일반조건 제31조에 위와 같은 규정을 둔 당사자의 취지는, '당해 계약문서와 예산회계법령'에 규정된 사항으로서 그 객관적 의미가 분쟁 발생이 예견되지 아니할 만큼 분명한 것 이외에는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 미리 원·피고 간의 합의에 의한 해결을 약정하고 합의에 의한 해결이 어려울 경우 조정 또는 중재로써 해결하려는 것으로 해석함으로써, 일반조건 제31조의 중재합의 전체를 무효로 돌리지 아니함이 위 중재합의 당시의 원·피고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는 길이 된다.
(라)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2)설령, 하나의 법률관계에서 발생하는 분쟁 중 일부도 중재합의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고 본다 하더라도,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가 이 사건 공사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원고의 책임 있는 사유로 공사비 추가지출이 있었다는 것과 함께 원고의 피용자가 의무를 위반한 잘못으로 손해를 입었다는 것을 그 신청원인으로 삼아 중재신청을 하였고, 이 사건 중재판정이 위 신청원인을 모두 받아들여 이루어진 이상 원고 피용자의 의무위반의 점을 이유로 한 범위 내에서는 일반조건 제31조의 '당해 계약문서와 예산회계법령에 규정된 사항'에 관한 것이라고 할 수 없어, 이 사건 중재판정은 중재합의의 대상이 아닌 분쟁을 다루거나, 중재합의의 범위를 벗어난 사항을 다룬 것이 아니라고 판단된다. 원고의 위 주장은 위와 같은 견해에 의하더라도 이유 없다.
4. 결 론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
주1) 원고는 1998. 4. 14. 위 동양선재에게 같은 금액을 변제기 2001. 4. 13.로 하여 대여하였다가 위 동양선재가 이를 변제하지 못하자 2001. 4. 30. 이른바 대환 방식으로 위와 같이 대출을 해 주어 사실상 변제기를 연장해 주었다.
주2) 피고들은 당시 위 박달근이 채무 초과 상태였고 위 처분행위로 인하여 그 상태가 더 심화되었다는 점에 대하여는 다투지 않는다.
주3) 주사 바늘을 종괴 내부에 삽입하여 세포를 흡인한 후 이를 슬라이드에 방출하여 도말, 염색한 다음 판독하는 방법.
주4) 뉴욕협약 제2조 제1항도 중재합의 대상을 'all or any differences which have arisen or which may arise between them in respect of a defined legal relationship'라고, 유엔국제상거래법위원회(UNCITRAL)의 표준국제상거래법(Model Law on international Commercial Arbitration) 제7조도 중재합의 대상을 'all or certain disputes which have arisen or which may arise between them in respect of a defined legal relationship'라고 각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any' 또는 'certain'이라는 표현은 '일정한 법률관계에 관한(in respect of a defined legal relationship)'것이라면 '복수의 분쟁(disputes)' 중 불특정한 일부를 중재합의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