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겸 피부착명령 및 피보호관찰명령청구자
피고인 1 외 1인
항 소 인
피고인들
검사
최창호, 나창수(기소), 나창수(공판)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바른 외 2인
주문
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한다.
피고인 1을 징역 13년, 피고인 2를 징역 20년에 각 처한다.
피부착명령청구자 피고인 2에 대하여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의 부착을 명한다.
피부착명령청구자 피고인 2에 대하여 별지 기재 준수사항을 부과한다.
피고인 1에 대한 부착명령 청구 및 보호관찰명령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1
1) 피고사건 부분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1) 피고인 2는 피고인 1을 끌어들여 피고인 1이 지시하여 어쩔 수 없이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피고인 2는 피고인 1에게 자신이 30살이라고 인식하게 만들었고 대부분 반말을 하는 등 피고인 1로부터 지시를 받을 관계가 아니었다. 또한 피고인 1의 살인 범행가담에 대한 피고인 2의 진술은 핵심적인 부분들이 매번 달라졌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공모한 것인지, 피고인 1의 구체적인 지시내용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진술하지 못하고 있다. 피고인 1이 피고인 2와 살인 범행을 공모하고 이에 가담하였다는 피고인 2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
(2) 피고인 1도 진술이 번복되는 부분이 있으나 이는 사체유기와 관련된 것이지 이 사건 살인 공모에 관한 부분이 아니다. 피고인 1이 가진 성격적 특성에 비춰볼 때 진술 번복이 곧바로 살인을 공모하였다는 것을 숨기기 위한 것이었다고 판단하는 것은 유죄의 심증을 가지고 피고인 1을 평가하는 것이다. 피고인 2와 공통적인 관심사(캐릭터 커뮤니티 활동, 우울증 등)가 있고, 심리상담에도 관심이 있어 그와 관련된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 했던 피고인 1이 피고인 2를 위로하고 맞장구치며 공감해주던 방식에 따라 피고인 2의 살인 이야기에 동조하고 마치 현실세계에서 자신들이 살인을 저지른 적이 있던 살인범이었던 것처럼 가장하며 살인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던 것을 두고서 실제 살인을 공모하였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며 독단적인 판단이다.
(3) 피고인들의 대화내용을 확인해보면 상당히 많은 곳에서 현실에 관한 대화와 가상세계에 관한 대화가 명확히 구분되지 아니한 채 혼재되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피고인들이 범행 전날 장시간 통화를 한 것도 평소에 통화하던 방식일 뿐이었으므로 이를 두고 피고인 1이 피고인 2와 살인을 공모하였다거나 피고인 2의 살인행위 당시 이를 인식하였다고 볼 수 없다.
(4) 피고인 2가 적극적으로 살인을 실행하고 사체를 손괴하고 있는 와중에 피고인 1은 PC방에서 게임을 하고 있었다. 피고인 1은 범행현장 인근에 가본 적이 없고 범행이 이루어진 지역에 대한 정보조차 제대로 가지고 있지 않았으며, 사체의 일부를 건네받는다 하더라도 보관할 방법과 장소도 없었다. 또한 피고인 1은 이 사건 전에는 사체 실물이나 사체일부의 실물을 본 적조차 없다. 또한 피고인 2는 사건 당일 처음부터 피고인 1을 만나기로 되어 있었던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만나려고 하였는데 그것이 여의치 않자 피고인 1을 만나게 된 것에 불과하다. 이와 같은 모든 사정 등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인 1은 피고인 2가 살인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한 이야기를 가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였을 뿐 도저히 이를 실제 살인상황이라고 인식할 수 없었다.
(5)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1) 원심 은 범행으로 인한 피해 결과가 중하다는 점에만 과도하게 집중한 나머지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피고인 2의 살인 범행에 가담한 적이 없는 피고인 1을 살인 범행의 공범으로 판단한 잘못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무기징역)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
2) 부착명령사건 부분
가) 피고인은 유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 재범의 위험성을 높게 평가할 만한 특별한 요소가 없는 한 피고인 1을 재범의 위험성이 높다고 평가할 수는 없는 것이고, 피고인 1이 재범의 위험성을 낮게 평가받기 위해 저지르지도 않은 범행을 자백하도록 강요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오로지 피고인이 저지르지도 않은 살인범행을 부인하고 있다는 사정만을 근거로 재범의 위험성을 높게 평가하였다.
나) 청구전 조사 당시 서울보호관찰소에서 ‘일반적으로 강력 범죄의 위험 요인으로 지적되는 강력 범죄 및 동종 범죄의 전력이 없고 가족의 적극적인 지원 및 지지가 있는 점 등은 재범 위험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추정됨’, ‘피조사자가 수사 및 범죄전력이 없는 점, 피조사자의 부모가 적극적인 보호 의지를 보이는 점은 긍정적이다’라고 처분의견을 제시하였던 점 등을 종합해볼 때, 피고인 1이 가담한 바도 없는 범행에 대하여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고 볼 만한 증거나 이유가 전혀 없으므로 피고인 1에 대한 위치추적전자장치의 부착을 명한 원심판결은 잘못이 있다.
나. 피고인 2
1) 피고사건 부분
가) 법리오해
(1) 심신미약 주장
피고인은 이른바 ‘아스퍼거 증후군’ 등을 앓고 있는 미성년자로서 이 사건 범행 당시 정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음에도 원심이 형법상 심신미약 감경을 인정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
(2) 자수 주장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당일 어머니와 여러 차례 통화한 끝에 자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후 어머니와 경찰에 출석하여 범행을 인정하였으므로 자수감경 사유가 존재함에도 원심은 이를 인정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20년)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
2) 부착명령사건 부분
가) 피고인의 살인, 시체 해부 및 인육 등을 주제로 한 사건에 대한 관심이 장기적·지속적인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아스퍼거 장애 환자의 범행 가능성은 일반적인 자폐성 장애 환자와 마찬가지인바 정상인에 비해 높다고 볼 수 없으며, 피고인은 미성년자로서 그 인격이 완전히 고정되었다고 볼 수 없다. 또한 피고인에게 아무런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으므로 피고인에 대하여 재범의 위험성을 인정하기 어려움에도 원심은 이를 인정하여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한 잘못이 있다.
나) 설령 피고인에게 재범의 위험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부착기간(30년)이 너무 장기이어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피고인 1의 피고사건 부분 중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1) 인정되는 사실관계
원심과 항소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피고인 1은 2017. 2.경 서울 소재 ○○ 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재수생이었고, 피고인 2는 2016. 6.경 인천 소재 ○○ 여자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 자퇴한 후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사람이었다.
피고인 1과 피고인 2는 2017. 2.경 베네치아 점령기라는 온라인 캐릭터 커뮤니티를 통해 서로 알게 되었다. 위 커뮤니티는 마피아의 일상을 다루며 두 마피아 그룹이 대립하는 내용을 역할극으로 표현하는 것이었다. 이 커뮤니티에서 피고인 1의 캐릭터 이름은 ‘○○○○’로 부두목급에 해당했고, 피고인 2의 캐릭터 이름은 ‘△△’로 조직원에 해당했다. 피고인들은 위 캐릭터 커뮤니티 활동을 마친 후에도 개인적인 연락을 주고받았다.
피고인들은 창작물(판타지 캐릭터)이나 기타 일상생활에 관한 내용을 중심으로 트위터, 카카오톡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연락을 주고받았고, 2017. 3. 5.경 처음으로 통화를 하게 된 후 종종 전화를 하며 친분을 쌓았다. 두 사람은 서로 다독여주거나 일상생활 등을 이야기하였고, 캐릭터를 가지고 상황극을 만들어 이야기를 꾸며나가기도 했다. 또한 주체를 캐릭터가 아닌 자기 자신으로 표현하며 자신이 과거에 실제로 사람을 죽여 본 경험이 있다는 등 허구적인 상황을 전제로 한 대화도 종종 나누었다. 가상 또는 허구적인 상황을 전제로 하여 소위 ‘썰을 푸는’ 대화의 속성상 그 주제에는 제한이 없었다.
피고인들은 위와 같이 평상시에도 가끔 해오던 것처럼, 본건 범행 전날인 2017. 3. 28. 저녁경부터 본건 범행 당일인 2017. 3. 29. 새벽경까지 통화를 하였다. 즉, 피고인들은 2017. 3. 28. 20:44경부터 20:59경까지 약 15분, 2017. 3. 28. 21:06경부터 21:47경까지 약 41분, 2017. 3. 29. 00:07경부터 00:32경까지 약 25분, 2017. 3. 29. 01:00경부터 01:44경까지 약 44분 동안 전화통화를 하였다. 피고인 1은 통화를 끊고 잠이 들었으나, 피고인 2는 통화를 마친 후 네이버, 구글 등 검색엔진을 통해 02:10경부터 03:26경까지 ‘완전 범죄’, ‘남양주 아파트 밀실 살인사건’, ‘부산 시신 없는 살인사건’, ‘거여동 밀실 살인사건’, ‘뼛가루’, '김포국제공항 폭탄테러‘, ’화장 유골 바다에 뿌리는 행위 불법 아니다‘, '화장‘, ‘도축’, ‘라면스프’, ‘뼈가루내기’, ‘최고의 요리비결 햄버그 스테이크 만들기’ 등을 주2) 검색하였다.
피고인 2는 이 사건 범행 당일인 2017. 3. 29. 오전 주변 CCTV에 찍히더라도 신원 확인이 어렵게 하기 위해 어머니의 옷과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그 지역과 무관한 사람인 것처럼 보이게 할 목적으로 여행용 캐리어 가방을 소지한 채, 자신의 아파트 집 주변 초등학교 부근을 배회하면서 범행 대상을 물색하는 이른바 가상 세계를 전제로 하는 ‘사냥’을 현실 세계에서도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이에 피고인 2는 2017. 3. 29. 10:50경 피고인 1에게 ‘사냥을 나간다’라는 내용과 함께 위와 같은 복장을 한 채로 혼자 촬영한 변장사진을 문자메시지로 전송하였다(전송된 변장사진에는 어머니의 옷과 선글라스만 착용한 모습이 나타나 있고, 여행용 캐리어를 들고 있는 모습은 없다). 피고인 1은 ‘옷 예쁘게 입었네, 화려하네’라며 피고인 2에게 답장하였다.
그 후 피고인 2와 피고인 1은 2017. 3. 29. 10:56경부터 11:07경까지 약 11분, 11:29경부터 12:13경까지 약 44분 동안 전화통화를 하였는데, 위 통화 중 피고인 2가 피고인 1에게 “우리 집 아파트에서 초등학교 운동장이 내려다 보인다”라고 말을 하자 피고인 1이 “그럼 저 중에서 한 명이 죽게 되겠네, 불쌍해라, 까약”이라고 답하였다. 또한 피고인 2가 피고인 1에게 “초등학교는 몇 시에 마치냐”라고 묻자, 피고인 1은 “12시부터 점심시간인데, 저학년부터 밥을 먹고서 집에 간다”라고 답변하여 주었다. 이후 피고인 1은 PC방에 간다고 하면서 전화를 주3) 끊었다.
피고인 2는 2017. 3. 29. 12:18경 초등학교 저학년생의 하교 시간에 맞추기 위해 인천 연수구 (주소 생략)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나와 그 근처 ○○초등학교 주변을 돌면서 범행 대상을 물색하였다. 그러던 중 피고인 2는 2017. 3. 29. 12:44경 피해자 공소외 1(여, 7세)로부터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야 하는데, 휴대전화 좀 빌려줄 수 있냐"라는 부탁을 받았다.
피고인 2는 사실 휴대전화의 충전 상태가 양호하였을 뿐만 아니라, 당시 약정한 발신 통화량 초과로 본래 수신밖에 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음에도 피해자에게 “내 휴대전화 배터리가 방전되어서 쓸 수 없으니, 우리 집으로 가서 집 전화기로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라”라고 거짓말을 하며 피해자를 유인하였다.
피고인 2는 2017. 3. 29. 12:49경 피해자를 데리고 자신의 집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자신의 집이 아닌 13층에서 내려 집으로 돌아온 후, 거실에서 피해자로 하여금 고양이 등과 함께 놀게 만든 다음, 피해자의 뒤에서 태블릿 컴퓨터의 전깃줄로 피해자의 목을 졸라 살해하였다. 이와 같이 피고인 2는 피해자를 유인하여 살해하는 동안 카카오톡의 문자메시지 서비스를 통해, PC방에서 게임을 하고 있던 피고인 1에게 ‘잡아왔어’, ‘상황이 좋았어’, ‘집에서 전화를 쓰게 해주겠다며 데리고 왔어’라는 내용을 전송하였다. 그러자 피고인 1은 게임을 하면서 간간이 피고인 2에게 ‘살아있어?’, ‘CCTV는 확인했어?’라고 물었고, 피고인 2는 ‘아직 살아 있어’, ‘여자애야’, ‘목에 전선을 감아놨어’라고 답변하였다. 피고인 1은 피고인 2에게 ‘손가락 예뻐?’라고 물어보았고, 피고인 2는 ‘손가락이 예쁘다’라고 답하였다.
피고인 2는 피해자를 살해한 후 손가락, 폐 등의 신체 일부를 적출하기 위하여 피해자의 사체를 안방 화장실 욕조 안으로 옮겨 사체의 옷을 전부 벗겼다. 피고인 2는 주방에 있던 주방용 칼(전체길이: 31cm, 칼날길이: 22cm)을 가지고 와서 제일 먼저 사체의 오른쪽 새끼손가락을 자른 후 계속해서 사체를 상반신과 하반신 두 부분으로 절단하고 장기를 적출한 다음, 폐의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장기는 대야에 담아놓았고, 하반신 사체의 왼쪽 대퇴부 피부를 절개하였다.
피고인 2는 위와 같이 사체손괴를 마친 후 훼손된 사체의 전체 모습을 보고 갑자기 흥분 및 불안정 상태에 빠져 2017. 3. 29. 13:37경 피고인 1에게 ‘향님제발저좀살려주세요’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피고인 1과 피고인 2는 2017. 3. 29. 13:38경부터 13:46경까지 약 8분 동안 다시 통화를 하게 되었다. 이러한 통화 과정에서 피고인 2는 피고인 1에게 “눈앞에 사람이 죽어 있다”, “피가 너무 많다”, “끔찍하다”라고 울면서 말하였고, 피고인 1은 피고인 2에게 “침착해라”, “제이(J)를 불러와라” 등의 말을 하여 피고인 2를 진정시켰다.
피고인 2는 피고인 1과 위와 같이 통화한 후 다시 안정을 되찾아 2017. 3. 29. 14:00경 자신의 집에서 2개로 분리된 상반신과 하반신 사체를 2개의 쓰레기 종량제 봉투(20ℓ용량)에 나누어 담았다. 피고인 2는 먼저 하반신 사체가 담긴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대형 장바구니에 넣은 후 이를 어깨에 맨 채 자신의 집에서 비상계단을 통해 옥상으로 올라가서 옥상 물탱크 건물 꼭대기에 버렸다. 피고인 2는 상반신 사체도 위와 같은 방법으로 옥상 물탱크 건물 꼭대기에 버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한편 피고인 1과 피고인 2는 2017. 3. 29. 14:19경부터 14:22경까지 약 3분, 14:52경부터 14:58경까지 약 6분 동안 통화하였다. 이러한 통화 과정에서 피고인 2는 피고인 1에게 “만나서 주기로 한 것 줄게”라고 말하였다. 그 후 피고인 2는 2017. 3. 29. 15:00경 사체의 폐와 손가락 등을 제외한 나머지 장기는 검정색 비닐봉지에 담아 자신의 집 아파트 단지 1층에 있는 음식물 쓰레기 수거통에 버렸다.
피고인 2는 2017. 3. 29. 17:44경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 홍대입구역 출구에서 피고인 1을 만나 주기로 한 것을 준다는 취지로 말하며 피해자의 사체 중 일부인 오른쪽 새끼손가락, 폐, 허벅지 살 등이 들어 있는 종이봉투를 건네주었다. 이후 피고인 1과 피고인 2는 홍대입구역 출구에서 자리를 이동하여 2017. 3. 29. 18:00경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있는 ‘□□□(상호 생략)’ 술집에서 피고인 1의 계산으로 칵테일을 한 잔씩 마셨고, 피고인 1은 위 술집의 화장실에서 피고인 2로부터 건네받은 종이봉투 안에 담겨 있던 검은색 비닐봉투를 꺼내어 묶여 있던 봉투 입구를 풀고, 그 안의 내용물(피해자 사체의 일부인 손가락과 폐, 허벅지 살)을 확인하였다. 피고인 1은 화장실에서 나와 피고인 2에게 “확인했다”라고 말하였고, 피고인 2로부터 “손가락 예쁘지?”라는 질문을 받고서는 “예쁘더라”라고 답하였다.
이후 피고인 1과 피고인 2는 2017. 3. 29. 19:15경 위 술집에서 나와 근처 ‘◇◇' 룸카페로 다시 자리를 옮겼는데, 피고인 2는 잠을 잤고 피고인 1은 캐릭터 사진 등을 다운 받으며 시간을 보냈다. 2017. 3. 29. 20:22경 피고인 2가 어머니로부터 “경찰이 찾고 있다”라는 전화를 받았고, 두사람은 2017. 3. 29. 20:31경 헤어졌다.
피고인 1은 서울 송파구 ▽▽▽로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로 돌아온 후 범행 다음날인 2017. 3. 30. 10:00경 위 아파트에서 비닐장갑을 끼고 그곳에 있던 주방용 가위(총길이: 약 23cm)를 사용하여 전날 피고인 2로부터 건네받은 피해자 사체의 일부인 손가락, 폐 등을 잘게 자른 후, 이를 음식물 쓰레기와 섞어 위 아파트 단지 1층 분리수거장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려 유기하였다.
2)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들은 평소 살인, 시체 해부, 인육 등을 주제로 한 사건이나 관련 영화, 소설 등에 관심이 있었고, 피고인 1은 손가락, 폐 등 사람의 특정 신체조직에 관심을 보였다. 피고인들은 2017. 3. 하순경 손가락, 폐 등 신체 일부를 갖고 싶어 하는 피고인 1을 위하여 실제 사람을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그 구체적 계획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공모하였다.
먼저 실제로 사람을 살해하는 실행행위는 피고인 2가 맡기로 하였는데, 이는 피고인 2 성격의 일면 중 폭력성과 잔혹성이 엿보여 피고인 2가 살인행위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범행 대상과 관련하여, 초등학교 저학년과 같은 약한 사람을 목표로 삼았는데, 이 경우 피해자가 저항하는 등의 돌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체구가 비교적 작은 피고인 2도 피해자를 제압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범행 장소 및 범행 후 사체유기 장소와 관련하여, 피의자를 특정할 수 없는 학원이나 아파트 옥상 등에서 범행을 하고 사체를 유기하는 등의 방법을 논의하였다.
완전 범죄의 실현을 위하여, 피고인 1은 피고인 2에게 범행 전 미리 주변 CCTV의 존재 및 그 위치를 확인하도록 주의를 주었고, 나아가 CCTV가 있을 만한 장소에 들어갈 경우에는 신원이 노출되지 않도록 사전에 변장을 하고 그 사진을 전송하도록 하는 등 피고인 2에게 범행이 들키지 않도록 주문하였다. 피고인 2는 위와 같은 살인 계획 내용에 따라 2017. 3. 하순경부터 인터넷 검색을 통해 혈흔을 완벽하게 제거하는 방법이나, 범인을 찾지 못해 사건이 미궁에 빠진 ‘완전 범죄 사건’의 내용을 연구하였으며, 아파트 집 주변에 설치된 CCTV의 위치를 사전에 파악하는 등 살인을 위한 준비절차를 진행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인들은 위 ‘인정되는 사실관계’에서 본 바와 같이 범행의 구체적인 실행과 관련한 내용을 카카오톡 채팅이나 문자로 주고받았고, 피고인 2는 피해자를 유인하여 자신의 집으로 들어온 뒤 피해자 뒤에서 태블릿 컴퓨터의 전깃줄로 피해자의 목을 졸라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인 피해자 공소외 1을 유인하여 살해하였다.
3) 원심의 판단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구체적인 사정, 즉 ①피고인 2의 이 사건 범행의 동기와 목적이 특정 신체 부위인 손가락과 폐 등을 구하여 피고인 1에게 제공하기 위한 것인 점, ② 피고인 2의 진술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구체화되고 그에 따른 피고인 1의 관여 정도가 점점 높아지기는 하나, 자신에게도 불리할 수 있는 범행 내용을 진술하거나 피고인 1과의 관계 등에 비추어 진술 번복의 동기나 경위를 수긍할 수 있는 등 신빙성이 있는 점, ③ 반면 피고인 1의 진술은 이 사건 범행 이전 및 범행 당일 피고인 2와의 통화내용, 당일 저녁 피고인 2로부터 피해자의 사체 일부를 건네받은 이후 헤어질 때까지의 대화내용 등 이 사건의 핵심을 구성하는 사실관계에 대해 일관성이 없거나 불분명하고 그 변소나 언행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면이 있어 신빙성이 없는 점 등을 설시한 뒤, 피고인들 사이의 이 사건 범행에 대한 공모사실 내지 피고인 1의 이 사건 범행에 대한 본질적 기여를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아 피고인 1의 살인범행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4) 항소심의 판단
가) 관련법리
공모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2인 이상의 사람이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공모를 하고 이에 따라 범행을 실행한 사실이 인정되어야 한다. 여기서의 공모는 법률상 어떤 정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므로 비록 전체적인 모의과정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수인 사이에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하여 그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지면 공모관계가 성립한다. 이러한 공모가 이루어진 이상 실행행위에 직접 관여하지 아니한 사람이라도 다른 공모자의 행위에 대하여 공동정범으로서 형사적 책임을 부담하여야 하지만, 그 의사는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하지 아니하고 용인하는 것만으로 부족하고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이어야 한다. 이러한 공모나 모의는 범죄사실을 구성하는 것으로서 이를 인정하기 위하여는 엄격한 증명에 의하여야 하므로, 피고인이 공모의 점과 함께 범의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은 사물의 성질상 범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이를 입증할 수밖에 없다.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2도6103 판결 등 참조).
공모공동정범의 성립 여부는 범죄 실현의 전 과정을 통하여 각자의 지위와 역할, 공범에 대한 권유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이를 종합하여 위와 같은 상호이용의 관계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어야 하며, 그와 같은 입증이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대법원 2005. 3. 11.선고 2002도5112 판결 등 참조).
나) 공모공동정범의 성립 여부에 대한 판단
(1) 피고인들의 종래 대화 양상
피고인들은 캐릭터 또는 자신을 행위의 주체로 삼아 가상의 살인 상황과 관련된 대화를 자주 나누었던 사실이 인정된다. 피고인들은 캐릭터 커뮤니티 활동의 연장선상에서 자신들이 만든 가상의 캐릭터와 관련하여 그 캐릭터가 폭행을 가하거나 또는 폭행을 당하는 가상의 폭력행위를 묘사하면서, 그것의 느낌에 대해 평가(좋다, 싫다)하거나 공감하며 맞장구를 치는 등의 대화를 하였고, 실제로 사람을 죽여 본 적이 없음에도 사람을 죽여 보았다는 취지로 서로에게 말하기도 하였다 즉, 피고인 2는 자신이 취객을 죽였다고 하고 피고인 1은 자신이 아는 사람을 통해 원한관계에 있던 사람을 죽였다고 하는 등 허구적인 상황을 전제로 한 대화도 나누었다.
(2) 공모 인정 여부
범행에 대한 공모는 2인 이상의 사람이 현실에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한 것이므로, 공모의 내용은 적어도 현실 세계에서 범행이 실행될 수 있을 만큼의 구체성을 가질 것을 요한다. 그러나 원심과 항소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 1이 피고인 2와 이 사건 범행을 구체적으로 공모하였다거나 범행을 지시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가) 피고인 2 진술의 신빙성
① 피고인 2의 이해관계
피고인 2의 입장에서는 이 사건 살인 범행이 피고인 1의 거부하기 힘든 지시 등에 따른 것이었다고 주장하면 원심에서 받은 형보다 감형을 받을 가능성이 있고, 피고인 1의 입장에서는 피고인 2의 진술을 인정하는 경우 원심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전혀 가담한바 없는 피고인 2의 살인 범행에 가담한 결과가 될뿐더러 죄질도 더욱 나빠지게 되므로, 두 피고인의 이해관계가 대립되고 있다.
피고인 2는 피해자에 대한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이제는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피고인 1이 이 사건 범행을 공모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해 왔으나, 피고인 2의 반성문, 법정에서의 진술태도 등을 볼 때 피고인 2가 피해자에 대한 진정한 사죄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인천구치소에서 피고인 2와 함께 같은 방에서 생활하였던 공소외 2가 원심에서 증인으로 출석하여, 피고인 2에게 친구(피고인 1)와 연락하고 싶어 할 때가 아니라 피해자 부모님한테 미안해야 될 상황이 아니냐는 취지로 말하였는데, 피고인 2는 “내가 지금 나도 힘든데 피해자 부모한테 왜 미안해야 하냐”고 말하였다고 진술한 점까지 고려해보면, 피고인 2는 피고인 1의 공모·지시 여부가 자신의 선고형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여 사실을 과장하여 진술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② 진술의 일관성·구체성
피고인 2는 피고인 1이 이 사건 발생 약 일주일 전부터 이 사건 범행의 대상, 방법, 장소, 시간 등에 대하여 지시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러나 그 내용에 대해 공모가 인정될 만큼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진술하지 못하였을 뿐더러, 유독 검사의 질문에 맞추어 적극적으로 진술하려 하는 등 일관성을 갖추지 못하고 진술이 변화되는 양상을 보였다(반면 항소심에서 피고인 1의 변호인이 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잘 모르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또한 피고인 1의 지시가 반복적인 성격을 가져 피고인 2가 따를 수밖에 없는 정도의 것이었고 피고인 2에게 굉장한 스트레스를 주어 잊을 수 없을 정도였다면, 이에 대해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진술하는 것이 경험칙에 부합한다. 나아가 항소심에 이르기까지 계속하여 피고인 1이 피고인 2에게 지시한 범행이 특정한 범죄행위를 대상으로 하였던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만큼의 구체성을 가진 것이었는지에 대해 질문이 있었던 이상, ‘허구적인 상황으로는 보기 힘든, 실제의 범행을 계획 또는 지시하였다’고 볼만한 사정에 대하여 납득할만한 설명이 필요함에도 이에 대해 명확히 진술하지 못하였다.
③ 이 사건 범행에 대한 지시-복종 관계 여부
피고인 2는 자신이 피고인 1에게 정신적으로 깊이 의존하는 상태이어서 피고인 1의 이 사건 범행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원심 및 항소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 등 관심사가 잘 맞아 서로 동등한 위치에서 상호 교류한 것이지, 일방이 타방에 대해 지시를 내리거나 뿌리칠 수 없는 요구를 하고 다른 일방은 그에 대해 무조건 따라야만 하는 관계는 아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피고인들이 처음 만나게 된 ‘베네치아 점령기’라는 캐릭터 커뮤니티에서 피고인 2의 캐릭터인 ‘△△’이 피고인 1의 캐릭터인 ‘○○○○’의 부하 조직원으로서 ‘○○○○’의 명령에 복종하여 살인을 수행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범행 당시에는 이미 위 캐릭터 커뮤니티 활동이 끝났고 피고인들이 오프라인에서 만나 서로 대등하게 교제하는 사이였기 때문에 피고인 2가 피고인 1의 지시나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 관계에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
더구나 피고인 2는 미성년자임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1에게 술 잘 마시는 30살 등으로 자신의 실제 나이를 속이고 피고인 1과 만나왔으며, 다른 트위터 친구들에게도 자신이 50평대 아파트에 혼자 살고 있는 30살이라는 점 등을 강조하며 다른 사람이 자신을 연장자로 보도록 가장하여 왔다. 자신의 신분을 30살의 성인인 척 꾸미고, 자기 주장이 매우 강하며 고어(gore)물에 심취하여 잔인한 얘기도 서슴지 않고 해왔던 피고인 2의 성향을 고려할 때, 가상의 역할극을 할 수는 있을지언정 이 사건 범행과 관련하여 피고인 1이 피고인 2에게 일방적인 지시를 내려 피고인 2가 이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힘들다.
④ ‘J’라는 이름이 생기게 된 경위
피고인 2는 피고인 1이 자신에게 ‘J’라는 잔인한 인격을 만들어주었고, 그 ‘J'의 잔혹성을 이용하여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르도록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피고인 1이 피고인 2에게 말하는 태도나 성격을 구분하여 'A'와 'J'라는 이름을 붙여준 것은 맞다. 그러나 피고인 2가 먼저 스스로 피고인 1에게 자신에게 다중인격 분열 증세가 있다는 것을 설명하는 도중에 피고인 1이 ‘당신’이라고 하였고, 이에 대해 피고인 2가 ‘이전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을 다른 사람으로 보는 거냐?’라고 말하게 되었는데, 피고인 1이 “다른 사람으로 봐주길 원하냐?”라고 질문하자 피고인 2는 “그렇다”고 답하여 ‘J’라는 이름으로 불러주게 된 것으로 보인다.
즉 피고인 2는 스스로 다중인격 증세가 있다고 생각하고 피고인 1에게 이를 먼저 설명하였고, 피고인 1은 이러한 내용을 듣고서 상대방이 하는 대화내용에 맞게 적절히 응답을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 1이 먼저 피고인 2에게 ‘너의 잔인한 인격은 앞으로 J이다’라거나, ‘이제부터 너의 인격 중 한 부분을 J라고 부르겠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피고인 2는 자신의 다중인격 대화에 몰입한 상태에서 피고인 1이 ‘당신’이라고 대꾸한 말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여, 피고인 1이 피고인 2를 다른 사람으로 보고 있다는 등 새로운 인격을 부여하기 위한 말을 한 바가 전혀 없음에도 이전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을 다른 사람으로 보는 거냐고 묻는 등의 태도를 보였다.
이와 같이 'J'라는 이름이 나오게 된 경위 및 피고인들의 위 대화 당시의 의도 및 표현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피고인 1이 피고인 2에게 잔인한 성격을 가진 'J'라는 인격을 새로 만들어 내거나 유도한 것도 아니고 피고인 2가 스스로 자신을 다르게 봐주는 것을 원했던 것에 피고인 1이 응답을 한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따라서 피고인 1이 피고인 2의 새로운 인격을 만들어 내고 이를 이용하여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르도록 지시 내지 공모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⑤ 피고인 2의 살인 의도 표출
피고인 1은 피고인 2로부터 ‘자신이 만약에 사람을 죽인다면, 장기를 가진다고 하면 어떤 장기를 갖고 싶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받은 적이 있고, 이에 대하여 ‘폐와 손가락 정도’라고 답변하였던 적이 있다. 실제로 사람을 죽여 보고 싶다는 살인의 충동이나 살인의 의도는 쉽게 생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피고인 2는 자신의 실제 살인 충동 내지 살인 의도를 가정적 문구(내가 사람을 죽인다면)로 표출하면서, 피고인 1의 대답이 무엇인지 궁금해 하였다.
이처럼 피고인 1이 주도적·적극적으로 먼저 피고인 2에게 사람을 죽여 폐와 손가락 등을 가져다 달라고 한 것이 아니고, 피고인 2의 살인 의도가 나타나는 가정적 질문에 대해 소극적으로 응하였던 것에 불과하여 피고인 1이 실제 사람의 폐와 손가락을 얻기 위해 피고인 2에게 주도적으로 지시하였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나) 이 사건 범행에 대한 구체적 공모의 인정 여부
피고인들은 오프라인에서 만난 이후 지속적으로 카카오톡과 다이렉트 메시지(DM) 등을 통해 대화를 나누었고, 이 사건 범행 전날 밤부터 범행 당일 새벽까지 전화로 대화를 나누기도 하였다. 그런데 원심 및 항소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해 알 수 있는 피고인들이 나눴던 대화의 객관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피고인들이 평소 나눠오던 대화의 양상과 특별히 다를 바 없는 내용의 대화가 진행되었던 것으로 보일 뿐 이 사건 범행을 공모하였다고 볼만한 정도의 구체성을 가진 대화가 이뤄졌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
따라서 피고인 2가 초등학교 여학생을 유인하여 대낮에 피고인 2의 집에서 태블릿 컴퓨터의 전깃줄로 목을 졸라 죽이고, 칼을 이용하여 안방 욕실에서 폐 등 장기를 적출한 후 나머지 사체는 손괴하여 아파트 옥상 등에 유기한, 실제 일어난 이 사건 범행 자체를 계획하는 것으로 볼만한 대화가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없다.
(3) 소결론
위와 같이 피고인 1이 피고인 2에게 살인을 지시하였다고 하는 대화내용 및 그 정도, 이 사건에서 실제로 피고인 2가 실행한 살인과 위 대화내용 간의 연관성, 피고인들이 온라인상에서 만나게 된 당시부터 범행 당일 새벽까지 대화에 이르게 된 경위 및 그 대화내용의 의미와 맥락 등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피고인들이 이 사건 범행 당일 새벽까지 대화를 나눌 때까지는 피고인 1이 피고인 2의 실제 살인 범행 실행에 대한 가능성을 진지하게 인식하면서 이를 지시하거나 범행계획을 모의하는 등의 방법으로 공모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 1을 이 사건 살인 범행의 공동정범으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공동정범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 1의 주장은 이유 있다.
다) 피고인 1이 피고인 2의 살인 범행을 방조하였는지 여부
(1) 관련 법리
형법상 방조행위는 정범이 범행을 한다는 정을 알면서 그 실행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직접, 간접의 모든 행위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그 방조는 유형적, 물질적인 방조뿐만 아니라 정범에게 범행의 결의를 강화하도록 하는 것과 같은 무형적, 정신적 방조행위까지도 이에 해당한다( 대법원 1997. 1. 24. 선고 96도2427 판결 등 참조).
방조범은 정범의 실행을 방조한다는 이른바 방조의 고의와 정범의 행위가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인 점에 대한 정범의 고의가 있어야 하나, 이와 같은 고의는 내심적 사실이므로 피고인이 이를 부정하는 경우에는 사물의 성질상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입증할 수밖에 없고, 이 때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할 것이며, 또한 방조범에 있어서 정범의 고의는 정범에 의하여 실현되는 범죄의 구체적 내용을 인식할 것을 요하는 것은 아니고 미필적 인식 또는 예견으로 족하다( 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3도6056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의 쟁점
피고인 1은 수사기관부터 항소심에 이르기까지 피고인 2와의 공모 또는 살인 범행을 지시한 사실을 부인할 뿐만 아니라 피고인 2의 살인 범행에 대한 인식 내지 인식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들이 이 사건 살인 범행을 공모하거나 피고인 1이 피고인 2에게 범행을 지시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그렇다면 피고인 1에게 이 사건 범행에 대한 방조범의 성립 여부가 문제되는바, 이는 피고인 2가 피해자를 범행대상으로 삼아 유인하여 살해하는 과정을 피고인 1이 인식하거나 예견할 수 있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3) 피고인 1의 이 사건 살인 범행에 대한 인식 여부
원심 및 항소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에 의하면, 피고인 1은 피고인 2가 ‘사냥’을 나간다고 하면서 셀프카메라 방식으로 촬영한 변장사진을 보낸 시점 이후부터는 피고인 2가 피고인들 사이의 대화에 머물렀던 허구적인 상황을 넘어서서 실제로 살인 범행을 저지른다는 점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 또는 예견하였다고 판단된다.
(가) 피고인들의 종전 대화 형태
피고인들이 이 사건 범행 이전에 나누었던 종전의 대화는 온라인상의 캐릭터를 전제로 한 이른바 ‘썰 풀기’를 하여 즉흥적으로 가상의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거나, 자신이 주체가 되어 과거에 어떠어떠한 내용으로 살인을 해본 적이 있다는 허구의 상황에 대한 것이었다. 이러한 대화는 온라인 캐릭터를 직접 대상으로 하는 것이거나 ‘과거’에 자신이 사람을 죽인 것에 대해 ‘사후’에 이야기하는 구조였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실제 사람을 살인의 대상으로 삼은 후 실시간으로 그 살인행위가 이어지는 현재진행형의 대화를 나눈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이 주고받은 대화는 범행 당일 아침부터 시간에 따라 전개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고,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피고인 1에게 그대로 전달되었다.
(나) 살인 범행 전의 상황
① 피고인 2는 범행 당일인 2017. 3. 29. 오전경 주변 CCTV에 찍히더라도 신원 확인이 어렵게 할 목적으로 어머니의 흰색 블라우스, 검은 상의와 치마 및 선글라스를 착용한 후 자신의 아파트 집 주변 초등학교 부근을 배회하면서 범행 대상을 물색하는 이른바 ‘사냥’을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피고인 2는 2017. 3. 29. 10:50경 피고인 1에게 ‘사냥을 나간다’, ‘사람을 죽일 때 흰 옷을 입는다’라는 내용과 함께 위와 같은 복장을 한 채로 혼자 촬영한 ‘셀카’ 변장사진을 문자메시지로 전송하였고, 피고인 1은 피고인 2에게 ‘옷 예쁘게 입었네’라고 답장하였다.
이러한 사정은 정신적으로 불안한 상태에 있던 피고인 2가 피고인 1과 나눠왔던 가상의 세계에서의 대화에 그치지 않고 현실 속에서 실제 살인행위를 실행해 보려는 의사를 표출한 것으로서, ‘사냥을 나간다’라는 표현과 결합하여 피고인 2가 실제 살인행위로 나아간다는 것을 인식할만한 형태로 피고인 1에게 전송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더구나 피고인 1은 피고인 2가 이 사건 이전에 살인을 할 때에는 흰색 옷을 입는다고 말했던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고, 사냥을 나간다는 것이 아파트 밖으로 나가 ‘사람’을 잡으러 가는 것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② 피고인들은 2017. 3. 29. 10:56경부터 11:07경까지 약 11분, 11:29경부터 12:13경까지 약 44분 동안 전화통화를 하였는데, 위 통화 중 피고인 2가 “우리 집 아파트에서 초등학교 운동장이 내려다 보인다”라고 말을 하자 피고인 1이 “그럼 저 중에서 한 명이 죽게 되겠네, 불쌍해라, 까약”이라고 답하였고, 피고인 2가 “초등학교는 몇 시에 마치냐”라고 묻자, 피고인 1은 “12시부터 점심시간인데, 저학년부터 밥을 먹고서 집에 간다”라고 답변하여 주었다.
이러한 대화는 피고인들이 지금까지 나눠왔던 대화의 진행 양상과는 그 성격이 다른 것으로서 더 이상 허구적인 상황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피고인 2가 실제로 초등학생을 보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그중 누군가가 살인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다.
③ 피고인 2는 피해자를 유인하여 자신의 집에 데려온 후 피해자를 살해하는 동안 카카오톡의 문자메시지 서비스를 통해, 피고인 1에게 ‘잡아왔어’, ‘상황이 좋았어’, ‘집에서 전화를 쓰게 해주겠다며 데리고 왔어’라는 등의 내용을 전송하였다. 이는 피고인들이 실제 초등학생을 범행대상으로 삼는 전화통화(2017. 3. 29. 10:56경부터 11:07경까지 약 11분, 11:29경부터 12:13경까지 약 44분)를 한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피고인 2가 피고인 1에게 직접 보낸 것이며, 그 내용도 피고인 2가 표현한 ‘사냥’이라는 의미에 부합하여 누군가를 잡아오는 유형의 살인 실행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수반될 수밖에 없는 것(즉 사냥을 나간다 → 사냥대상으로 설정했던 초등학생을 잡아왔다)이었다.
피고인 1이 피고인 2로부터 실제로 초등학생을 잡아왔고, 전화를 쓰게 해주겠다며 유인하였다는 등 실제 상황이 아니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구체적인 내용의 메시지를 받았으므로, 피고인 2가 실제 살인행위로 나아갔다는 것을 인식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④ 계속하여 피고인 2는 피고인 1의 ‘살아있어?’, ‘손가락 예뻐?’라는 물음에 대하여 ‘아직 살아 있어’, ‘손가락 예뻐’, ‘여자애야’, ‘목에 전선을 감아놨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앞서 본 실제 상황을 전제로 하는 대화가 단절되지 않고 연속적으로 이어져 그 내용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점을 고려할 때, 이와 같은 문자내용으로 표현되고 있는 상황에 대하여는 현실 속에서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하여 벌어지는 실시간의 살인 범행이라고 인식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그와 달리 여전히 허구적인 상황이라는 전제에서 위 대화를 받아들일 여지는 없다.
(다) 살인 범행 후의 상황
① 피고인 2가 피해자의 사체를 손괴한 후 사체의 상태를 보고 불안정한 상태에 빠져 2017. 3. 29. 13:37경 피고인 1에게 ‘향님제발저좀살려주세요’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고, 피고인 1이 피고인 2에게 전화하여 2017. 3. 29. 13:38경부터 13:46경까지 약 8분 동안 다시 통화를 하였다. 이러한 통화 과정에서 피고인 2가 피고인 1에게 “눈앞에 사람이 죽어 있다”, “피가 너무 많다”, “끔찍하다”라고 울면서 말하였는데, 피고인들이 지금까지 나눠오던 대화 중 이와 같은 양상으로 전개되는 내용의 대화를 나눈 적은 없는 점, 피고인 1이 피고인 2에게 “침착해라”, “제이(J)를 불러와라” 등의 말을 하여 피고인 2를 실제로 진정시켰다는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 1은 이 상황에 대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제 상황이라고 인식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② 이 사건 범행 이전에 피고인 1은 피고인 2가 ‘내가 사람을 죽이면 장기 중 어떤 것을 가져다 줄까?’라고 묻자 ‘폐와 손가락 정도’라고 대답한 적이 있었다. 피고인 2는 사체 손괴를 마친 뒤 피고인 1에게 만나자고 요구하면서 ‘만나서 주기로 한 것 줄게’라는 문자를 보냈다. 이처럼 이미 손가락과 폐 등을 받고 싶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는 피고인 1로서는 피고인 2가 전달하려고 하는 것이실제 사람의 손가락과 폐 등임을 인식할 수 있었다.
③ 피고인 1은 ‘□□□(상호 생략)’ 술집 화장실에서 피해자의 새끼손가락 등 실제 사체의 일부가 들어있는 봉투를 열어보아 그 안의 내용물을 확인하였음에도 피고인 2에게 정말로 사람을 죽인 것인지, 봉투 안의 내용물이 실제 사체의 장기 일부인지를 확인해보거나 경찰에 신고하는 등의 의문을 제기하지 아니하였고, 오히려 ‘확인했어. (손가락이) 예쁘더라’라는 취지의 대화를 나누었다. 또한 피고인 1은 위와 같이 피고인 2로부터 납득하기 힘든 내용물을 건네받았음에도 이와 관련한 어떠한 의문도 제기하지 않고 이를 소지한 채 피고인 2가 어머니의 연락을 받고 귀가할 때까지 함께 있었다. 피고인 1은 피해자 사체를 확인한 뒤 피고인 2가 위해를 가할 것 같았거나 겁이 났다고 진술하나, 오히려 피고인 1은 피고인 2와 밀실 형태의 룸카페로 자리를 옮겨 1시간이 넘는 동안 단둘이 있었고 피고인 2가 잠든 사이에 컵라면을 먹는 등 태연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사정은 피고인 1이 피고인 2의 살인행위를 인식하지 못했다면 보이기 힘든 정황이고, 피고인 1이 피고인 2의 살인행위를 인식하고 있었기에 보인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평가하기에 충분하다.
④ 피고인 2가 경찰에서 조사를 받게 된 후 2017. 3. 30 01:30경 피고인 1과 다음과 같은 다이렉트 메시지(DM)를 주고받았는데, 그 내용은 피고인 1이 이 사건 범행에 연루되는 것을 염려하여 피고인 2에게 자신이 얽히지 않게 부탁을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피고인 1이 피고인 2에게 좋아한다고 하며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도록 부탁하고, ‘나 당분간 너 못 봐’, ‘재판해야지. 무죄는 무리. 정상참작 가능성 있음’ 등과 같이 피고인 2가 이 사건 범행의 범인이라는 점을 드러내는 내용에 대해서도 놀라거나 그 이유를 묻지도 아니한 주4) 점 등은 이 사건 범행 당시 피고인 2의 살인 범행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을 추단할 수 있는 정황에 해당한다.
피고인 2: 나 당분간 너 못 봐 |
피고인 1: 어떻게 된 거에요? |
피고인 2: 재판해야지. 무죄는 무리. 정상참작 가능성 있음. |
피고인 1: ... 미안한 얘기지만. 내가 얽힐 일은 없나요? |
피고인 2: 없도록 할게. 장담은 못 하겠지만 깊이 엮이진 않을 거야. |
피고인 1: 부탁해요. 지금까지 몇 번을 토했는지 모르겠어. |
피고인 2: 정말 미안해. |
피고인 1: 죽을 거 같아. 정말로. |
피고인 2: 일단은 내 정신 문제라고 서술하고 있어. |
피고인 1: 응. 지금은 어디에요? |
피고인 1: 안전해? |
피고인 2: 서. |
피고인 1: 핸드폰 조사는 안하던가요. |
피고인 2: 응. |
피고인 1: 속 쓰려. 발작이 와서 실려갈 뻔 했어요. |
피고인 2: 정말 미안해. 신경쓰지 마. 경찰에서 연락 갈 일은 있겠지만 네가 전과 붙일 일은 없다고 장담할게. |
피고인 1: 미안해. 이기적이라서. |
피고인 2: 상관없어. |
피고인 1: 나중에. 다 끝나면. 그러고 나면 연락줘요. |
피고인 2: 응. |
피고인 1: 기다릴게. 나 당신 많이 좋아해. 믿어줄래요? |
피고인 2: 믿어줄게. 응. |
피고인 1: 그냥. 좀. 못본다니 아쉬울거같아. |
피고인 2: 이제 안녕. 나중에 봐. 꽃 사갈게. |
피고인 1: 응. 나중에. |
(라) 피고인 2와의 대질조사 거부
피고인 1은 2017. 4. 18.자 제7회 경찰 피의자신문 당시 피고인 2와의 대질조사가 언급되자 피고인 2의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은 힘들 것 같다며 대질조사를 거부하였고, 그 이유를 묻는 수사기관의 질문에 “(피고인 2의) 얼굴을 봤을 때 제가 침착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이 없고, 또 피고인 2가 한 이야기를 그저 판타지라고만 생각했다고 말할 자신이 없습니다. 제가 심적으로 그런 부담이 있습니다”라고 답변하였다.
만약 피고인 1의 주장과 같이 피고인 2의 살인 범행에 어떠한 형태로든 가담한 바 없다면, 오히려 피고인 2와의 대질을 적극적으로 요청하여 자신이 부당하게 오해받고 있는 부분에 대하여 충분한 해명을 하였어야 한다. 피고인들의 평소 대화 내용이나 행태에 비추어 피고인 1이 피고인 2를 두려워하는 관계가 아니었던 이상 살인의 공동정범이라는 누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피고인 2의 진술을 반박할 필요가 있었다. 이러한 점 또한 피고인 1이 사실은 피고인 2의 살인 범행을 범행 당일에는 이미 알고 있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강력한 정황에 속한다.
(4) 피고인 1의 방조행위
이 사건 범행의 전후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피고인 1은 피고인 2가 ‘실제’ 살인 행위를 한다는 것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였다고 판단된다. 나아가 피고인 1이 위와 같이 인식하면서도 피고인 2에게 “옷 예쁘게 입었네.”, “그럼 저 중에서 한 명이 죽게 되겠네, 불쌍해라, 까약”, “12시부터 점심시간인데, 저학년부터 밥을 먹고서 집에 간다”, ‘살아있어?’, ‘CCTV는 확인했어?’, ‘손가락 예뻐?’라는 내용이 담긴 전화통화 및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를 실시간으로 보낸 것은 피고인 2가 초등학교 저학년의 하교시간에 맞추어 밖으로 나가 살인 범행 대상을 용이하게 선정하도록 하고 살인 범행의 결의를 강화하거나 유지할 수 있도록 정신적으로 돕는 행위에 해당한다.
(5) 직권으로 방조범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
법원은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보다 가벼운 범죄사실이 인정되는 경우에 있어서 그 심리의 경과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의 방어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주는 것이 아니라면 공소장변경 없이 직권으로 가벼운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 공동정범으로 기소된 범죄사실을 방조사실로 인정할 수 있다( 대법원 1995. 9. 29. 선고 95도456 판결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검사는 공소제기 당시 피고인 1에게 살인방조죄를 적용하였으나 그 후 살인죄의 공동정범으로 공소장변경을 신청하였고 원심에서는 이를 받아들여 피고인 1이 공모공동정범인지 여부를 심리하였다. 피고인 1은 당초 공소제기된 범죄사실인 살인방조에 대하여 정범의 고의가 없었다는 등의 주장을 하며 살인방조를 부인하여 왔고, 이 법정에서도 주된 취지로 피고인 1의 정범의 고의를 부인하며 피고인 2와의 공모관계를 다투고 있는바, 위와 같은 심리의 경과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 1에게 방조사실을 인정하더라도 피고인의 방어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주는 것이 아니므로, 공소장변경 없이 직권으로 피고인 1에 대하여 방조사실을 인정한다.
나. 피고인 1의 부착명령 청구 및 보호관찰명령 청구 사건에 대한 주5) 판단
피고인 1은 피고인 2의 살인 범행에 공동정범으로 가담하지 않았고, 단지 피고인 2의 살인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정신적으로 방조하였다.
또한 피고인 1이 피고인 2의 이 사건 범행에 대해 카카오톡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이용하여 정신적인 도움을 주는 등의 행위를 한 방조행위 이외에 자신이 직접 사람을 죽이는 행위로 나아갈 위험성까지 갖추고 있다고 볼만한 증거는 없다. 나아가 피고인 1에게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고 이 사건 이외에 폭력적 범죄에 연루되거나 폭력적인 성향을 보인 적은 없었던 점까지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 1에게 살인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되지 않으므로 검사의 부착명령 청구 및 보호관찰명령 청구는 모두 이유 없다. 따라서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 1의 주장은 이유 있다.
다. 피고인 2의 피고사건 부분 중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1) 심신미약 주장
가) 관련 법리
형법 제10조 에 규정된 심신장애는 생물학적 요소로서 정신병 또는 비정상적 정신 상태와 같은 정신적 장애가 있는 외에 심리학적 요소로서 이와 같은 정신적 장애로 말미암아 사물에 대한 변별능력과 그에 따른 행위통제능력이 결여되거나 감소되었음을 요하므로, 정신적 장애가 있는 자라고 하여도 범행 당시 정상적인 사물변별능력이나 행위통제능력이 있었다면 심신장애로 볼 수 없다( 대법원 2007. 2. 8. 선고 2006도7900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심신장애의 유무 및 정도의 판단은 법률적 판단으로서 반드시 전문감정인의 의견에 기속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정신분열병의 종류 및 정도, 범행의 동기 및 원인, 범행의 경위 및 수단과 태양,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행동, 증거인멸 공작의 유무, 범행 및 그 전후의 상황에 관한 기억의 유무 및 정도, 반성의 빛 유무, 수사 및 공판정에서의 방어 및 변소의 방법과 태도, 정신병 발병 전의 피고인의 성격과 그 범죄와의 관련성 유무 및 정도 등을 종합하여 법원이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대법원 1994. 5. 13. 선고 94도581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1) 기록에 의하면, ① 피고인이 2015. 11. 20.부터 이 사건 직전인 2017. 3. 28.까지 정신과 상담 내지 약물 치료를 받은 사실, ② 피고인에 대한 진단명은 적응장애, 정신병적 양상을 동반한 주요 우울장애(의증), 초기 조현병(감별진단), 정신병적 양상을 동반한 양극성 장애(감별진단)인 사실, ③ 피고인에 대한 정신감정결과 아스퍼거 장애가 시사되며 이 사건 살인 범행 당시까지는 심신미약 상태가 아니었으나, 범행 후 처리과정(사체손괴 등)에서는 자폐적 성향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심신미약 상태였던 것으로 판단된다는 취지의 감정이 있었던 사실, ④ 항소심에서 전문심리위원이 직접 항소심 공판기일에 참석하여 피고인의 모습을 직접 살펴보는 등 제반 자료를 기초로 하여 피고인에게 아스퍼거 증후군이 시사된다는 의견을 표명하였던 사실 등이 인정되기는 한다.
(2) 그러나 검찰 조사과정에서 피고인 2에 대한 정신·심리상태 평가를 하였던 공소외 3은 원심에서 피고인 2가 보여주는 언동이 아스퍼거 증후군의 전형적인 증상으로 보기는 어렵고, 사이코패스 경향이 강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였다. 즉, 피고인 2는 피해자에게 미안하다고 얘기하지만 왜 미안한지에 대해서는 잘 이야기하지 못하는 등 죄책감이 결여되어 있고, 굉장히 치밀하여 자신의 이익을 위해 눈물을 보일 뿐 기본적인 공감능력이 부족하며,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에는 냉담하고 자신의 범죄에 대해서 후회하기보다는 허송세월하는 나의 인생은 어떻게 하냐라며 한탄을 하는 등 아스퍼거 장애에서 나타나는 증상과는 양립하기 어려운 특징을 보인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또한 인천구치소에서 피고인 2와 함께 같은 방에서 생활하였던 공소외 2은 원심에서 피고인 2에 대해 ‘워낙에 자기 생각을 또렷하게 이야기를 하며 확고하고, 동료 수감자 등과의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 없었다’고 진술하였다. 이러한 점과 피고인 2의 반성문에서 나타난 피고인 2의 태도를 종합해 보면, 피고인 2는 기본적으로 타인의 고통에 지나칠 만큼 무관심하고 냉담한 성격이며 타인과 의사소통을 하는 것 자체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이고, 아스퍼거 증후군을 갖고 있는지는 불확실하다.
(3) 또한 원심과 항소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설령 피고인 2가 아스퍼거 증후군을 갖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범행 당시 피고인 2의 사물변별능력이나 의사결정능력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다.
① 아스퍼거 증후군은 경도의 자폐 스펙트럼 장애로 사회와의 교류에 있어서 어려움이 있는 것을 주된 특징으로 하는 것일 뿐이고,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다는 것만으로 생명의 존엄성을 이해하고 사회규범을 지켜야 한다는 점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범죄를 저지를만한 상태 또는 그러한 개연성을 강력히 추단하는 지표가 되는 것은 아니다.
② 피고인 2가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와 과정, 범행의 수단과 방법, 범행 전후의 태도, 범행 후의 정황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 2는 이 사건 범행을 계획적으로 준비하였고, 범행 직후에도 당초 자신이 목표했던 폐와 손가락, 허벅지 살을 잘라낸 후 사체를 운반하기 용이하도록 상, 하체 등을 절단하여 범행 현장을 정리하였다. 또한 피고인 2는 위와 같이 살인 및 사체손괴 행위를 하고서도 태연하게 컴퓨터를 하였다.
③ 정신감정서에 의하더라도 피고인 2가 일반 지능이나 기본적인 언어 발달의 이상이 보고되거나 시사되지는 않고, 전반적인 지적 능력이 ‘평균 상’ 수준으로 나타난다.
④ 피고인 2가 수사 초기에 피고인 1의 존재와 이 사건 범행의 계획성을 숨기기 위해 환청이 들린다거나 다중인격자인 것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으나, 검찰 조사 당시 이루어진 통합심리분석에서 피고인 2의 현실검증력은 온전히 유지되고 있고, 오히려 피고인 2가 다중인격이라고 주장하는 모습들은 자신의 기분상태에 따라 제시하는 대처방법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4) 따라서 피고인 2의 심신미약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2) 자수 주장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였는바, 이에 대하여 원심은 제2 원심판결문 제13쪽 6행 내지 제15쪽 1행에서 자세한 사정을 설시하면서 피고인의 검거 경위 및 진술내용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수사기관에 자발적으로 먼저 범죄사실을 인정하는 진술을 하였다고 볼 수 없어 이를 자수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면밀히 살펴 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라. 피고인 2의 피고사건 부분 중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사람의 생명을 계획적으로 침해하여 이를 빼앗는 것은 그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피고인은 보호받아 마땅한 어린 피해자를 교묘히 유인하여 평소 자신이 관심 있던 살인의 대상으로 삼아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없이 피해자의 목을 졸라 죽여 버렸다. 나아가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최소한의 윤리성마저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극히 잔인한 수법으로 피해자의 사체를 손괴하고 유기하는 행위를 저질렀다. 피해자는 인생을 꽃피워보지도 못한 채 가장 참혹한 모습으로 삶을 마감하였다.
피고인의 범행은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할 줄 아는 어린이의 밝고 순수한 마음마저도 무참히 짓밟아 버렸다. 피해자는 다시 따뜻한 가족들의 품에 안기지 못하며, 피해자의 가족들도 다시는 피해자를 만나지 못하는 극심한 고통을 매일 마주하며 평생 살아가야 한다. 이처럼 피고인은 자신의 행위로 다른 사람들에게 회복할 수 없는 커다란 고통을 초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진지하게 자신의 범행을 참회하거나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살인행위를 한 사실을 어느새 망각해버리고 자신의 범행을 타인의 책임으로 돌리려고 하고 있다.
피고인이 저지른 범행 및 피고인이 항소심까지 보여준 태도,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범행 동기와 목적, 범행의 수단 및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여러 양형조건을 종합해 보면 원심이 선고한 형은 결코 무겁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마. 피고인 2의 부착명령 청구사건에 대한 판단
1) 재범의 위험성에 대한 판단
원심 및 항소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과 피고인 2의 성행, 환경, 이 사건 범행의 동기와 경위, 그 수법과 내용, 범행 전후의 상황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 2가 살인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된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 피고인 2의 주장은 이유 없다.
① 피고인 2는 아동을 범행대상으로 삼아 계획적으로 피해자를 유인한 후 살해하였고, 나아가 장기를 적출하기 위해 사체를 손괴한 후 이를 피고인 1에게 전달하였다. 이 사건 범행결과가 중대하고 범행수법이 매우 잔혹하여 죄질이 불량하며, 그 사회적 위험성 또한 높다.
② 이 사건 범행은 일면식도 없는 아동을 범행대상으로 한 것으로, 피고인 2의 생명경시 태도가 상당히 심각한 지경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③ 그럼에도 피고인 2는 수사과정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이 사건 범행이 자신의 통제 하에서 벗어난 상태에서 이루어진 부분이 있다거나 피고인 1이 지시하여 어쩔 수 없이 범행을 저지르게 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책임을 축소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④ 피고인 2에 대한 통합심리분석 및 청구전조사결과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한 후회나 죄책감보다는 외부 스트레스에 의한 좌절과 울분이 두드러지고, 타인에 대한 공감적 사고가 결여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이 사건 범행에 대한 사안의 잔혹성이나 중대성에 대한 인식도 낮은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
⑤ 피고인 2는 평소 인체 해부나 인육, 또는 잔혹한 소재를 다룬 드라마 등에 심취해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그 관심이 가상세계에 그친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대담하게 범행에 나아갔다. 한편 피고인 2는 위 조사결과 파괴적이며 자기애를 충족시킬만한 자극을 능동적으로 추구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게 나타나기도 하였다.
⑥ 피고인 2는 이 사건 범행을 진지하게 후회하거나 반성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는 피고인 2가 오로지 자신의 감정만을 중요시하고 타인의 감정이나 고통에는 무관심한 태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성격이나 태도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아 앞으로도 자신과 별다른 연관성이 없다고 느끼는 생명에 대해서는 도구 또는 수단으로만 생각할 경향이 매우 높다.
⑦ 피고인 2는 오직 자신의 살인 욕구에 의해서 피해자를 잔인하게 살해한 것이지, 다른 누군가의 지시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살인을 하게 된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이 신체 장기의 일부를 가져다 달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고 하여 다른 일반 사람들도 반드시 살인행위에 이르게 되는 것이 아니다. 살인을 해보려는 욕구가 먼저 전제되어 사람을 죽이는 것이 선행되어야 비로소 죽은 사람의 장기 일부를 다른 사람에게 건네줄 수 있기 때문이다.
2) 부착명령 기간에 대한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 2가 매우 잔혹한 방법으로 사체를 훼손한 점에 비춰볼 때 인간으로서 요구되는 타인의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심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 2가 형기를 마치고 나오더라도 피고인이 가진 근본적인 잔인성이 사라질 것으로 쉽게 기대할 수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피고인 2에 대한 30년의 부착기간이 너무 길어 부당하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피고인 2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3. 결론
피고인 1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따라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제1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피고인 2의 항소는 이유 없지만, 살인 범행과 관련하여 피고인들을 공동정범 으로 인정한 원심과 달리 항소심에서는 피고인 2의 피해자 유인살해 단독 범행과 이에 대한 피고인 1의 살인방조 범행을 인정하므로, 피고인 2에 대하여도 직권으로 제2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범죄사실(주6)
주6) 범죄사실
1. 피고인 2의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영리약취·유인등) 및 피고인 1의 살인방조
피고인 1은 2017. 2.경 서울 소재 ○○ 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재수생이었고, 피고인 2는 2016. 6.경 인천 소재 ○○ 여자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 자퇴한 후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사람이었다.
피고인 1과 피고인 2는 2017. 2.경 베네치아 점령기라는 온라인 캐릭터 커뮤니티를 통해 서로 알게 되었다. 위 커뮤니티는 마피아의 일상을 다루며 두 마피아 그룹이 대립하는 내용을 역할극으로 표현하는 것이었다. 이 커뮤니티에서 피고인 1의 캐릭터 이름은 ‘○○○○’로 부두목급에 해당했고, 피고인 2의 캐릭터 이름은 ‘△△’로 조직원에 해당했다. 피고인들은 캐릭터 커뮤니티 활동을 마친 후에도 개인적인 연락을 주고받으며 친분을 쌓았다.
피고인 2는 이 사건 범행 당일인 2017. 3. 29. 오전 주변 CCTV에 찍히더라도 신원 확인이 어렵도록하기 위해 어머니의 옷과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그 지역과 무관한 사람인 것처럼 보이게 할 목적으로 여행용 캐리어 가방을 소지한 채, 자신의 아파트 집 주변 초등학교 부근을 배회하면서 범행 대상을 물색하는 이른바 ‘사냥’을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피고인 2는 2017. 3. 29. 10:50경 피고인 1에게 ‘사냥을 나간다’라는 내용과 함께 어머니의 옷과 선글라스를 착용한 채로 혼자 촬영한 이른바 ‘셀카’ 변장 사진을 문자메시지로 전송하였다. 피고인 1은 ‘옷 예쁘게 입었네, 화려하네’라고 답하였다.
그 후 피고인들은 2017. 3. 29. 10:56경부터 11:07경까지 약 11분, 11:29경부터 12:13경까지 약 44분 동안 전화통화를 하였는데, 위 통화 중 피고인 2가 피고인 1에게 “우리 집 아파트에서 초등학교 운동장이 내려다 보인다”라고 말을 하자 피고인 1이 “그럼 저 중에서 한 명이 죽게 되겠네, 불쌍해라, 까약”이라고 답하였다. 또한 피고인 2가 “초등학교는 몇 시에 마치냐”라고 묻자, 피고인 1은 “12시부터 점심시간인데, 저학년부터 밥을 먹고서 집에 간다”라고 답변하여 주었다.
피고인 2는 2017. 3. 29. 12:18경 초등학교 저학년생의 하교 시간에 맞추기 위해 인천 연수구 (주소 생략)에 있는 피고인 2의 집인 ☆☆☆☆ 아파트 ○○동 ○○호에서 나와 그 근처 ○○초등학교 주변을 돌면서 범행 대상을 물색하였다. 그러던 중 피고인 2는 2017. 3. 29. 12:44경 피해자 공소외 1(여, 7세)로부터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야 하는데, 휴대전화 좀 빌려줄 수 있냐"라는 부탁을 받았다. 피고인 2는 자신이 계획하였던 것보다 쉽게 일이 풀리게 되었다고 생각하며 피해자를 자신의 집으로 유인하기로 마음먹었다.
피고인 2는 사실 휴대전화의 충전 상태가 양호하였을 뿐만 아니라, 당시 약정한 발신 통화량 초과로 본래 수신밖에 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음에도 피해자에게 “내 휴대전화 배터리가 방전되어서 쓸 수 없으니, 우리 집으로 가서 집 전화기로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라”라고 거짓말을 하며 피해자를 유인하였다.
피고인 2는 2017. 3. 29. 12:49경 피해자를 데리고 자신의 집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자신의 집이 아닌 13층에서 내려 집으로 돌아온 후, 거실에서 피해자로 하여금 고양이 등과 함께 놀게 만든 다음, 피해자의 뒤에서 태블릿 컴퓨터의 전깃줄로 피해자의 목을 졸라 살해하였다. 이와 같이 피고인 2는 피해자를 유인하여 살해하는 동안 카카오톡의 문자메시지 서비스를 통해, PC방에서 게임을 하고 있던 피고인 1에게 ‘잡아왔어’, ‘상황이 좋았어’, ‘집에서 전화를 쓰게 해주겠다며 데리고 왔어’라는 내용을 전송하였다. 그러자 피고인 1은 게임을 하면서 간간이 피고인 2에게 ‘살아있어?’, ‘CCTV는 확인했어?’라고 물었고, 피고인 2는 ‘아직 살아 있어’, ‘여자애야’, ‘목에 전선을 감아놨어’라고 답변하였다. 피고인 1은 피고인 2에게 ‘손가락 예뻐?’라고 물어보았고, 피고인 2는 ‘손가락이 예쁘다’라고 답하였다.
이로써 피고인 2는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인 피해자 공소외 1을 유인하여 살해하였고, 피고인 1은 피고인 2가 위와 같이 피해자 공소외 1을 살해한다는 정을 잘 알면서 범행 결의를 강화하거나 유지할 수 있도록 하여 이를 방조하였다.
2. 피고인 2의 사체손괴 및 사체유기
피고인 2는 위와 같이 피해자를 살해한 후 손가락, 폐 등의 신체 일부를 적출하기 위하여 피해자의 사체를 안방 화장실 욕조 안으로 옮겨 사체의 옷을 전부 벗겼다. 피고인 2는 주방에 있던 주방용 칼(전체길이 : 31cm, 칼날길이 : 22cm)을 가지고 와서 제일 먼저 사체의 오른쪽 새끼손가락을 자른 후 계속해서 사체를 상반신과 하반신 두 부분으로 절단하고 장기를 적출한 다음, 폐의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장기는 대야에 담아놓았고, 피고인 1에게 건네주기 위해 하반신 사체의 왼쪽 대퇴부 피부를 절개하였다.
피고인 2가 위와 같이 사체손괴를 마친 후, 훼손된 사체의 전체 모습을 보고 갑자기 흥분 및 불안정 상태에 빠져 2017. 3. 29. 13:37경 피고인 1에게 ‘향님제발저좀살려주세요’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어, 이에 피고인 1과 피고인 2는 2017. 3. 29. 13:38경부터 13:46경까지 약 8분 동안 다시 통화를 하게 되었다. 이러한 통화 과정에서 피고인 2는 피고인 1에게 “눈앞에 사람이 죽어 있다”, “피가 너무 많다”, “끔찍하다”라고 울면서 말하였고, 피고인 1은 피고인 2에게 “침착해라”, “제이(J)를 불러와라” 등의 말을 하여 피고인 2를 진정시켰다.
피고인 2는 위와 같이 피고인 1과 통화한 후 다시 안정을 되찾아 2017. 3. 29. 14:00경 자신의 집에서 2개로 분리된 상반신과 하반신 사체를 2개의 쓰레기 종량제 봉투(20ℓ용량)에 나누어 담았다. 피고인 2는 먼저 하반신 사체가 담긴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대형 장바구니에 넣은 후 이를 어깨에 맨 채 자신의 집에서 비상계단을 통해 옥상으로 올라가서 옥상 물탱크 건물 꼭대기에 버렸다. 피고인 2는 상반신 사체도 위와 같은 방법으로 옥상 물탱크 건물 꼭대기에 버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한편 피고인들은 2017. 3. 29. 14:19경부터 14:22경까지 약 3분, 14:52경부터 14:58경까지 약 6분 동안 통화하였다. 이러한 통화 과정에서 피고인 2는 피고인에게 “만나서 주기로 한 것 줄게”라고 말하였고, 피고인 1은 이에 응하였다. 피고인 2는 2017. 3. 29. 15:00경 사체의 폐와 손가락 등을 제외한 나머지 장기는 검정색 비닐봉지에 담아 자신의 집 아파트 단지 1층에 있는 음식물 쓰레기 수거 통에 버렸다.
피고인 2는 2017. 3. 29. 17:44경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 홍대입구역 출구에서 피고인 1을 만나 “자, 여기 부탁했던 것”라고 말하며 피해자의 사체 중 일부인 오른쪽 새끼손가락, 폐, 허벅지 살 등이 들어 있는 종이봉투를 건네주었다.
이로써 피고인 2는 공소외 1의 사체를 손괴하고, 공소외 1의 사체를 유기하였다.
3. 피고인 1의 사체유기
피고인 1은 2017. 3. 30. 10:00경 서울 송파구 ▽▽▽로에 있는 피고인 1의 집인 ○○아파트 ○○동 ○○호에서, 비닐장갑을 끼고 그곳에 있던 주방용 가위(총길이: 약 23cm)를 사용하여 전날 피고인 2로부터 건네받은 공소외 1 사체의 일부인 손가락, 폐 등을 잘게 자른 후, 이를 음식물 쓰레기와 섞어 위 아파트 단지 1층 분리수거장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려 유기하였다.
이로써 피고인 1은 공소외 1의 사체를 유기하였다.
부착명령 원인사실(주7)
주7) 부착명령 원인사실
피고인 2는 위와 같이 살인범죄를 저지른 사람으로서 살인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
증거의 요지
증거의 요지는 ‘피고인들의 항소심에서의 각 일부 법정진술’ 및 ‘증인 피고인 2, 피고인 1의 항소심에서의 각 일부 증언’을 추가하는 외에는 제1, 2 원심판결의 각 해당란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 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가. 피고인 2: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2 제2항 제2호 , 형법 제287조 (13세 미만의 미성년자 유인 후 살인의 점, 무기징역형 선택), 각 형법 제161조 제1항 (사체손괴, 사체유기의 점)
나. 피고인 1: 형법 제250조 제1항 , 제32조 제1항 (살인방조의 점, 유기징역형 선택), 형법 제161조 제1항 (사체유기의 점)
1. 법률상 감경(피고인 1)
형법 제32조 제2항 , 제55조 제1항 제3호 (종범, 살인방조죄에 대하여)
1. 경합범가중
가. 피고인 2: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1호 , 제50조 [형이 가장 무거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영리약취·유인등)죄에 대하여 무기징역형을 선택하였으므로 다른 형을 과하지 아니함]
나. 피고인 1: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 제50조 (형이 더 무거운 살인방조죄에 정한 형에 위 두 죄의 장기형을 합산한 범위 내에서 경합범 가중)
1. 선고형의 완화(피고인 2)
소년법 제59조 ,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4조 제1항 , 제2조 제1항 제2호 , 제2항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영리약취·유인등) 범행 당시 만 18세 미만이었으므로 무기징역형을 20년의 유기징역형으로 완화]
1.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피부착명령청구자 피고인 2)
양형의 이유
피고인 1은 피고인 2가 가상 또는 허구적 상황을 넘어 실제 살인행위로 나아간다는 점을 미필적이나마 인식하였음에도 이를 제지하지 않고 그 범행 결의를 강화하거나 유지하도록 하여 살인행위를 용이하게 하였다. 피해자는 인생을 꽃피워보지도 못한 채 가장 참혹한 모습으로 삶을 마감하였다. 피고인 1은 살해당한 피해자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기보다는 자신에 대한 처벌이 두려워 피해자의 사체 일부를 가위로 잘라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렸다. 피해자의 가족들은 다시는 피해자를 만나지 못하는 극심한 고통을 매일 마주하며 평생 살아가야 한다.
다만, 원심은 피고인 1을 피고인 2의 살인행위에 대한 공모공동정범으로 인정하였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 1이 이 사건 범행을 지시하거나 공모하였다고 볼 수는 없고, 피고인 2의 살인 범행을 인식하면서 이를 용이하게 한 방조범에 해당한다. 피고인 1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다.
이러한 사정과 피고인의 연령, 성행, 범행 동기, 범행의 수단 및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여러 양형조건을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무죄 부분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 1에 대한 살인의 점의 요지는 위 2.가.2)항에서 본 바와 같으나, 위 2.가.4)나)항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 1의 행위가 살인의 공동정범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피고인 1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나, 이 부분 공소사실에 포함된 판시 살인방조죄를 유죄로 인정한 이상, 주문에서 따로 무죄를 선고하지 아니한다.
피고인 1에 대한 부착명령 청구 및 보호관찰명령 청구 부분
피고인 1에 대한 부착명령 청구 및 보호관찰명령 청구의 요지는, 피고인 1이 살인범죄를 저지른 사람으로서 살인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위 2.나.항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 1에게 살인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제9조 제4항 제1호 , 제21조의8 에 따라 피고인 1에 대한 부착명령 청구 및 보호관찰명령 청구를 기각한다.
[별지 생략]
주1) 피고인 1에 대하여는 제1 원심판결이, 피고인 2에 대하여는 제2 원심판결이 각 선고되었는바, 아래에서 원심이라 함은 각 피고인들에 대한 해당 원심을 가리키는 것이다.
주2) 피고인 2는 2017. 3. 12.경 ‘피의 농도에 따른 루미놀 반응’, 루미놀 반응 지속시간‘, ’루미놀반응 피하는 방법‘, ’선죽교에서 루미놀 시험을 한다‘ 등을, 2017. 3. 16.경 ’소의 도축과정‘, ’도축 해체‘ 등을, 2017. 3. 22.경 ‘스테이크 굽는 법’, ‘도축 칼’, ‘수렵에 대해’, ‘도살’, ‘소의 도축과정’, ‘human meat' ‘도축 해체’ 등을 검색하였다.
주3) 그 당시 피고인 1의 아파트 위층에서 인테리어 공사 중이었기 때문에 피고인 1은 소음을 피하기 위해 이 사건 범행 전부터 PC방으로 가서 게임 등을 하곤 하였다.
주4) 피고인 2는 범행 당일 피고인 1과 헤어진 후 자신의 트위터에 ‘모야 우리 동네 애가 없어졌대’라는 글을 올려 자신이 이 사건 범행과 무관한 것처럼 보이고자 했다. 피고인 1도 트위터로 이를 알고 있었던 이상, 이 사건 범행을 인식하지 못하였다면 이와 정반대의 취지인 ‘재판해야지. 무죄는 무리.’라는 글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주5) 검사의 이 사건 보호관찰명령 청구는 부착명령 청구가 기각될 경우에 대비한 예비적 청구에 해당하므로, 이 법원에서 원심과 달리 피고인 1에 대한 부착명령 청구를 기각하는 이상 보호관찰명령 청구에 대하여도 판단한다.
주6) 피고인들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항소심에서 인정된 사실관계를 반영하여 공소사실의 일부를 수정하였다.
주7) 검사의 보호관찰명령 청구는 부착명령 청구가 기각될 경우를 대비한 예비적 청구에 해당하는바, 검사의 부착명령 청구를 인용하므로 보호관찰명령 청구에 관하여는 따로 판단하지 아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