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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14. 6. 19. 선고 2014노238 판결
[살인미수][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검사

검사

김태희(기소), 이광민(공판)

변 호 인

변호사 김상배(국선)

주문

제1심 판결을 파기한다.

이 사건을 수원지방법원 합의부로 환송한다.

이유

1. 검사 항소이유의 요지 (양형부당)

제1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선고한 형(징역 3년)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주1) .

2. 직권 판단

검사의 항소이유에 관하여 판단하기에 앞서 직권으로 제1심 판결의 적법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가.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은 형법 제254조 , 제250조 제1항 소정 살인미수의 점에 관한 것으로서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이하 ‘법’이라고만 한다) 제5조 제1항 제2호 , 제1호 의 규정에 의하여 국민참여재판의 대상 사건이고, 주위적 공소사실이 인정되지 아니할 것에 대비하여 추가된 이 사건 예비적 공소사실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 제2조 제1항 제3호 , 형법 제257조 제1항 소정의 흉기 휴대 상해의 점을 내용으로 하는 주2) 것으로서 주위적 공소사실에 대하여 국민참여재판절차에 따라 재판이 진행된 이상 주위적 공소사실이 인정되지 아니할 것에 대비한 위 예비적 공소사실도 법 제6조 제1항 본문의 규정에 의하여 주위적 공소사실에 대한 심리절차인 국민참여재판절차 내에서 아울러 심리가 진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나. 국민참여재판은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과 신뢰를 높이기 위하여 도입된 제도로서( 법 제1조 ) 누구든지 법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지므로( 법 제3조 ), 법과 그 규칙에 따라 국민참여재판의 대상이 되는 사건은 국민참여재판의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 원칙이고, 다만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아니하거나 법 제9조 제1항 각 호 의 사유가 있어 법원이 배제결정을 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국민참여재판을 하지 아니한다( 법 제5조 제1항 , 제2항 ).

위와 같이 국민참여재판의 실시 여부는 일차적으로 피고인의 의사에 따라 결정되므로 국민참여재판 대상사건의 공소제기가 있으면 법원은 피고인에 대하여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지 여부에 관한 의사를 서면 등의 방법으로 반드시 확인하여야 하고( 법 제8조 제1항 ), 이를 위해 공소장 부본과 함께 피고인 또는 변호인에게 국민참여재판의 절차, 법 제8조 제2항 에 따른 서면의 제출, 법 제8조 제4항 에 따른 의사번복의 제한, 그 밖의 주의사항이 기재된 국민참여재판에 관한 안내서를 송달하여야 한다( 규칙 제3조 제1항 ). 만일 이러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법원에서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지에 관한 의사의 확인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통상의 공판절차로 재판을 진행하였다면, 이는 피고인의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에 대한 중대한 침해로서 그 절차는 위법하고 이러한 위법한 공판절차에서 이루어진 소송행위도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2도1225 판결 참조).

다. 또한 국민참여재판을 시행하는 이유나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의 여러 규정에 비추어 볼 때, 위 법에서 정하는 대상 사건에 해당하는 한 피고인은 원칙적으로 국민참여재판으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지는 것이므로, 피고인이 법원에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였음에도 법원이 착오 등의 사정으로 인하여 이에 대한 배제결정도 하지 않은 채 통상의 공판절차로 재판을 진행하는 것 역시 피고인의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 및 법원의 배제결정에 대한 항고권 등 중대한 절차적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서 위법하고, 국민참여재판제도의 도입 취지나 위 법에서 배제결정에 대한 즉시항고권을 보장한 취지 등에 비추어 이와 같이 위법한 공판절차에서 이루어진 소송행위는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 2011. 9. 8. 선고 2011도7106 판결 ).

그리고 공소제기된 범죄사실이 둘 이상이 병합되어 있고 이들 병합 사건 전부에 관하여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하는 피고인의 신청이 있는 경우 이러한 신청을 받아들여 국민참여재판절차에 따라 심리를 하기로 한 이상 이들 사건 전부에 관하여 국민참여재판절차에 의하여 심리하여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일부 공소사실만에 국한하여 국민참여재판절차에 의하고 나머지 공소사실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절차 상의 심리를 빠뜨리거나, 또는 사건을 분리하여 일부 공소사실은 국민참여재판절차로, 나머지 일부 공소사실은 특별한 배제결정도 행함이 없이 통상의 재판절차로 각 심리절차와 방식을 달리하여 진행하는 것 역시 피고인의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 및 법원의 배제결정에 대한 항고권 등 중대한 절차적 권리를 부분적으로 침해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할 것이며, 이러한 법리는 주위적, 예비적 공소사실이 병합되어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

라. 따라서 이 사건과 같이 주위적 공소사실이 인정되지 아니할 것에 대비하여 주위적 공소사실에 대한 관계에서 축소사실에 해당하는 예비적 공소사실이 병합되어 공소가 제기되었거나 또는 공소제기 이후 예비적 공소사실을 추가하는 공소장변경이 허가된 상태에서 국민참여재판절차를 진행하는 경우라면, 법원으로서는 ① 배심원들이 참여한 모든 심리과정에서 배심원들에게 그와 같은 예비적 공소사실이 병합되어 있음과 예비적 공소사실의 내용을 주지시키고, ② 예비적 공소사실이 병합된 경우에 관한 심리와 평의의 특수성, 즉 공판심리의 전과정에 걸쳐 우선 주위적 공소사실의 인정 여부에 관하여 심증을 형성해 보고 만일 주위적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만 주위적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되지 아니한다면 예비적 공소사실에 대하여도 더 나아가 판단을 해 보아야 하며, 평의과정에서도 같은 순서와 방식으로 토의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제시해야 한다는 점을 공판 개시 및 종결시점 등에서 명시적으로 설명하여야 하고, ③ 증거조사 등 공판심리과정에서도 배심원들이 예비적 공소사실의 인정 여부에까지 더 나아가 심증을 형성할 수도 있음을 감안하여 주위적 공소사실 대신 예비적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경우의 쟁점을 명확히 한 다음 예비적 공소사실과 관련하여서도 심리를 진행하여야 하며, ④ 공판 마무리 시점에서는 예비적 공소사실 관련 쟁점과 그 공소사실의 내용, 적용법조 등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재차 상세히 설명해 줌은 물론이고 예비적 공소사실이 인정되는 경우에 대비한 양형판단 자료 등을 제공하는 제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만일 이러한 특수한 성격의 예비적 병합 사건을 국민참여재판절차에 따라 진행함에 있어서 예비적 공소사실이 존재함에 관하여 명확한 설명을 누락하는 등으로 배심원들로 하여금 예비적 공소사실을 제대로 인식시키지 못한 상태에서 오로지 주위적 공소사실만을 대상을 삼아 공판심리가 진행되고 배심원의 평의가 이루어진 경우라면 이러한 재판진행은 예비적 병합사건을 국민참여재판절차에서 사실상 배제한 것으로서 결과적으로 모든 병합 사건을 이 절차에 따라 진행하였어야 할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보아야 함은 물론이고 국민참여재판을 통하여 주위적 공소사실보다는 축소된 예비적 공소사실로 보다 경하게 처벌될 수도 있는 기회를 피고인으로부터 박탈하는 것에 다름 아니므로 이러한 법원의 조치는 피고인의 국민참여재판으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침해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보아야 한다.

마. 그런데 공판조서 등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제1심 제1회 공판기일에 예비적 공소사실을 추가하는 공소장변경신청이 허가되었음에도, 그 이후부터 이루어진 재판절차의 전 과정에 걸쳐 마치 공소장 변경 이전인 살인미수의 점만으로 공소가 제기된 듯하게 심리가 진행되었고 또 그와 같이 배심원에 대한 설명이 이루어졌을 뿐, 당초의 공소사실인 살인미수의 점이 주위적 공소사실로 변경되고 예비적으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흉기상해)의 점이 추가적으로 병합되는 것으로 당초의 공소사실이 변경되었다는 사실 자체를 배심원들에게 다시 한번 더 주지시켜주는 기회가 없었을 뿐더러, 혹시 이 사건 제1심 재판에 관여한 소송주체들 전부가 예비적 공소사실이 있다는 점을 통째로 간과한 것은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로 위 예비적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어느 누구도 단 한 차례의 언급도 한 바가 없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소송상 인정되는 제반정황을 종합해 보면, 이러한 심리 방식 때문에 이 공판절차에 참여한 배심원들로서는 살인미수의 점, 그 가운데에서도 피고인이 흉기로 피해자를 찌른 사실이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서만 평의를 진행하여 피고인에 대한 유죄평결을 내렸을 것이라고 추정되고, 피고인에게 그와 같은 살인의 범의가 있었는지 여부라든가, 그 찌른 사실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범의가 인정되지 아니한다면 예비적 공소사실로 이행하여 상해의 범의가 있었는지 여부, 흉기상해죄가 인정되는 경우라면 그에 합당한 형은 어느 정도가 될 것인지 등에 관하여는 심증을 형성하거나 토의를 실질적으로 진행할 기회를 갖지 못하였을 것으로 판단된다.

① 이 사건은 2013. 6. 26. 살인미수죄로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에 공소 제기되었다.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2013. 5. 22. 주점에서 술을 마시다 피해자 일행과 시비 끝에 피해자를 살해하기 위하여 과도로 피해자의 복부를 5cm 깊이로 찔렀으나 피해자에게 4주 이상의 상해를 가하는 것으로 미수에 그쳤다는 것이다.

② 위 지원은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기를 희망하는 의사를 피력함에 따라 2013. 7. 17. 이 사건을 국민참여재판절차에 회부하고 수원지방법원 합의부로 이송하였다.

③ 이 사건을 이송받은 제1심은 2013. 8. 23. 제1회 공판준비기일을 연 것을 비롯하여 같은 해 10. 8. 제4회 공판준비기일에 이르기까지 모두 4회에 걸친 공판준비기일을 시행하여, 그 과정에서 검사와 변호인의 의견을 듣고 쟁점을 정리하며 증거제출, 증거에 대한 의견제시, 입증계획제출 및 증인의 출석여부 타진, 배심원의 숫자 결정, 기일진행계획 수립 등의 절차가 진행되었다. 피고인이 피해자를 칼로 찌른 사실 자체가 없다고 주장하였기 때문에 재판장은 이 사건의 사실심리상 주요 쟁점을 “피고인이 당시 공소외 1(대법원판결의 공소외인)로부터 칼을 빼앗겼는지 여부 및 피해자가 칼에 찔리게 된 경위” 두 가지로 정리하였다 주3) .

④ 그런데 검찰은 공판준비기일의 종결 이후 배심원선정 및 공판기일 개시 사이인 2013. 11. 25. 이 사건 예비적 공소장 변경 허가신청을 하였다. 예비적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과도로 피해자를 찔러 상해를 가하였다는 것으로서, 위 살인미수의 공소사실 중에서 객관적 행위요소는 그대로 동일하되, 다만 살인의 고의 부분만을 상해의 고의로 변경한 것이었다.

⑤ 배심원선정기일인 2013. 12. 5. 재판장은 배심원과 피고인, 피해자 사이에 친족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 및 선발할 배심원의 수를 안내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의 내용을 소개하였는데, 공소사실을 오로지 살인미수의 점만으로 한정하여 설명하였다 주4) .

⑥ 제1회 공판기일인 2013. 12. 6. 모두절차 인정심문 직후 재판장은 공소장변경을 허가한 다음 검사로 하여금 공소장 및 예비적 공소장 변경 신청서에 의하여 공소사실, 죄명 및 적용법조를 낭독하였다. 이에 대하여 제1심 국선변호인은 그 의견진술의 기회를 이용하여 공소사실이 주위적, 예비적으로 두 가지가 있고 두 공소사실의 차이는 범의의 내용이 다른 것 때문임을 명시하여 변론을 하였다 주5) .

따라서 적어도 이 시점에서는 명백하게 예비적 공소사실도 국민참여재판의 공판절차에 상정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변호인은 피고인이 칼로 피해자를 찌른 행위 자체가 없었음을 부인하는 입장이었던 관계로 모두절차에서의 변호인 의견 개진 과정에서 더 나아가 피고인의 살인의 범의에 관하여는 언급하지는 아니하였는데 주6) , 이러한 변호인의 입장은 칼로 찌른 일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마당에 살인의 범의는 물론이고 예비적 공소사실인 상해의 범의는 더더구나 없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묵시적으로 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⑦ 그런데 바로 이어진 재판장의 쟁점설명과정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이 오로지 살인미수의 점에 관한 것이라는 취지의 설명과, 쟁점 역시 공소장 변경 전 시점으로서 살인미수죄만으로 공소제기되었을 당시인 공판준비기일에서 정리된 “피고인이 당시 공소외 1로부터 칼을 빼앗겼는지 여부 및 피해자가 칼에 찔리게 된 경위”로만 한정된다는 설명이 순차 이루어졌고, 배심원들은 이 쟁점에 관한 판단을 토대로 유죄로 판단된다면 양형 토의로 넘어가라는 안내가 이루어졌을 뿐 주7) , 피고인의 살인 범의 인정 여부나 살인 범의가 인정되지 아니한 경우 예비적 공소사실인 흉기상해의 점에 관하여 순차 판단을 하라는 설명이 누락되었음을 알 수 있다 주8) .

⑧ 이러한 재판장의 쟁점 정리의 영향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이후 같은 날 이어진 증인신문 등 심리절차 및 2013. 12. 6. 제2회 공판기일 피고인 신문절차, 검사, 변호인, 피고인 최종 의견진술 절차, 재판장의 설명절차에서는 주로 피고인이 피해자를 칼로 찌른 사실이 인정되는가의 문제만 놓고 공방과 심리가 이루어졌을 뿐, 살인 범의의 문제에 관하여 검사가 다소 오해의 소지를 불러올 수 있는 소략한 언급을 한 주9) 것 을 제외하고는 전혀 아무런 명시적 설명이 없고 더구나 예비적 공소사실에 관하여는 그 내용, 심리방식, 양형자료 등에 관하여 그 누구도 더 이상 일언반구의 언급도 이루어진 바가 없다. 특히 재판장은 제1심 재판부가 스스로 작성한 배심원 설명서에 의하여 최종 설명을 함과 아울러 배심원들에게 설명서를 배부하였는데 주10) , 이때 배부된 설명서에는 그 표지에 표기된 죄명부터 시작하여 그 내용인 공소사실의 요지, 쟁점, 적용법률로 살인미수만을 명시하였을 뿐 이 사건에 예비적 공소사실이 있다는 점 자체를 완전히 빠뜨려 놓았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살인의 범의 인정에 관한 쟁점도 누락하고 있다. 그 결과 만일 찌른 사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살인의 범의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라면 예비적 공소사실로 이행하여 평의를 진행해야 한다는 안내도 이루어지지 아니하였고 이 경우 적용할 법률이나 법정형, 양형자료 등에 관한 아무런 정보가 위 설명서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나아가 평결서 및 양형의견서 양식에서도 죄명과 적용법조로 살인미수의 점만 기재되어 있을 뿐임도 기록을 통하여 아울러 확인할 수 있다.

⑨ 이러한 과정을 거쳐 배심원들은 유죄 5명, 무죄 4명의 근소한 다수결로 유죄평결을 내렸고, 살인미수죄의 법정형에 기초하여 징역 2년 6월부터 징역 4년의 분포를 보이는 양형의견을 제시하였다.

바. 소결

그렇다면 이러한 제1심 법원의 조치는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 피고인의 신청을 받아들여 이 사건 주위적, 예비적 공소사실 전부에 관하여 국민참여재판절차에 회부하여 놓고도 특별한 배제결정도 없이 예비적 공소사실에 대한 부분에서는 국민참여재판절차를 진행하지 아니한 채 판결에 이른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는 피고인의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의 실질적인 부분을 침해하여 위법한 것으로서 이와 같이 위법한 공판절차에서 이루어진 소송행위는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사. 부가적 판단

예비적 공소사실 자체에 대한 심리를 누락함으로써 제1심 판결 자체에 파기환송 사유가 생기게 되었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한편 제1심이 주위적 공소사실인 살인미수의 점에 관하여는 피고인의 희망에 응하여 일단 국민참여재판절차에 따라 진행하기는 하였지만, 이 사건에서 살인미수의 점을 유죄로 인정한 데 있어서 또 하나의 핵심적 쟁점에 해당하는 살인의 범의 인정 여부에 관한 쟁점을 간과한 채 피고인이 피해자를 칼로 찌른 사실만 인정하면 살인미수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보고 심리를 진행함과 아울러 배심원들에게도 공판절차 전후에 걸쳐 그와 같은 설명을 한 것에 그친 제1심의 조치의 위법성에 관하여, 속심적 성격을 지닌 형사 항소심에서의 재심사하는 것으로 족한 것인지, 아니면 그 역시도 절차상의 중대한 오류로 인하여 실질적으로는 피고인의 적정한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위법을 범한 것으로 평가되어 다시 제1심에서 재판을 받도록 파기환송할 것인지가 문제될 수 있다. 이하에서 이 점에 관하여 부가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이 사건 배심원 설명서는 배심원들이 판단해야 하는 유일한 쟁점으로 피고인이 피해자를 칼로 찌른 사실이 있는지 만을 묻고 곧바로 살인죄의 양형 관련 사항을 기재하여, 칼로 찌른 사실이 살인죄로 바로 연결되는 듯하게 구성되어 있었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살인미수죄를 유죄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우선 제1심이 쟁점으로 삼은 바와 같이 객관적 구성요건으로 피고인이 피해자를 칼로 찌른 행위를 저지른 사실이 있는지 여부와 주관적 구성요건으로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할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 모두가 심리의 대상이 되었어야 하고, 피고인이 행위 그 자체를 인정하지 아니함으로써 더 나아가 살인의 범의에 관하여는 더더욱 이를 인정할 수 없어 그 범의에 관하여는 언급조차도 하지 아니하는 이 사건에 있어서 국민참여재판절차로 공판심리를 진행하는 법원으로서는 특히 후자의 요건에 관하여 배심원들에게 피고인이 피해자를 칼로 찌른 행위가 사실로 인정되는 경우라면 이 사건의 전후 경위, 피해부위와 결과 등 제반 간접정황을 종합하는 방법으로 피고인에게 피해자를 살해할 의사가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함을 명시적으로 설명하였어야 한다. 만약 살인미수죄 유죄 인정에 있어서 핵심적인 구성요건사실이자 판단의 대상이 되는 주요 쟁점에 해당하는 이 부분 설명을 누락한 채 오로지 객관적 행위사실 인정 여부만을 가지고 살인미수죄에 관한 유무죄 판단을 하도록 한 것이라면 이는 배심원들이 평결의 대상으로 삼을 기본적 쟁점 중 하나를 빠뜨리고 심리를 한 것에 다름이 없고 그것은 결과적으로 볼 때 살인미수의 점에 관한 공소사실에 있어서도 쟁점 중 일부에 관하여는 아직 국민참여재판절차를 진행한 바 없는 형국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점에 비추어보더라도 제1심의 조치는 피고인의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의 보장과 실현에 있어서 미진함이 있어 위법하다고 볼 소지가 있다고 할 것이다 주11) .

3. 결 론

결론적으로 제1심은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상의 절차 위반으로 말미암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법률의 위반이 존재하여, 제1심의 판단을 직권으로 파기할 사유가 존재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에 의하여 제1심 판결을 파기하는바, 국민참여재판에 관한 공판절차는 제1심 법원에서 할 수밖에 없고, 제1심으로서는 위와 같은 절차상의 중대한 위법을 시정하여 다시 재판할 필요가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6조 를 준용하여 이 사건을 제1심 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상준(재판장) 구광현 한성진

주1) 피고인은 국민참여재판절차에 따라 진행된 제1심에서 피고인이 살인미수 범행을 저지른 사실 자체를 부인하면서 공소사실을 적극적으로 다투었으나, 그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아니하여 유죄판결이 선고되었다. 피고인은 항소기간을 도과하도록 적법한 항소를 제기하지 아니하였지만, 이는 항소제기기간을 잘못 이해한 것 때문이지 항소심에서도 여전히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취지는 아님을 명시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한편 피고인의 제1심 국선변호인도 피고인을 위한 항소를 제기하기 아니하였다.

주2) 당초 살인미수죄만으로 공소제기 되었으나, 제1심 공판준비절차를 거치는 과정에서 2013. 11. 25. 흉기상해의 점에 관한 예비적 공소사실이 추가된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이 이루어졌고 배심원이 참여한 제1심 제1회 공판기일에서 공소장변경이 허가되었다.

주3) 공판기록 57면.

주4) 공판기록 100면 및 102면. 당시까지 아직 공소장변경신청에 대한 허가가 이루어지지 않은 관계상 공소사실을 살인미수로 국한하여 설명한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한편으로 죄명에 관하여는 예비적 죄명으로 흉기상해죄가 있음도 아울러 고지하였는데, 이러한 태도는 일관되지 못한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주5) 공판기록 138면.

주6) 공판기록 139-141면.

주7) 공판기록 141-142면.

주8) 예비적으로 흉기상해 공소사실이 병합되지 아니한 단순 살인미수 사건에서도, 피고인이 살인미수행위 자체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더 나아가 살인고의 역시 부인하는 취지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객관적 살인미수행위의 점에 관한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바로 범의를 추단할 것은 아니고, 살인범의가 있었는지 여부를 별도의 쟁점으로 삼아 여러 간접정황을 종합하여 그에 관한 판단을 하여야 하는 것이 일반적 심리 방식이라고 할 것이므로, 살인미수 사건의 쟁점을 위와 같이 한정하는 것 역시 합당한 것은 아니다.

주9) 검사는 최종의견을 진술하는 과정에서 “쟁점은 피고인이 찔렀는지, 찔렀으면 살인의 고의로 찔렀는지”라고 간단하게 언급한 바 있었다(공판기록 121면). 그리고 자신의 최종의견 말미 부분에서 “살인의 고의에 대해서는 피고인 측에서 다투지 않기 때문에 찌른 사실이 인정되면 살인의 고의는 인정하겠다는 취지로 이야기가 됩니다.“라고 주장한 바 있었다. 그러나 검사의 이 부분 언급은 명백히 피고인과 변호인의 진의를 곡해한 것일뿐더러 흉기로 찌른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살인의 범의가 인정되지 못하는 경우에 대비하여 스스로 예비적 공소사실을 추가하는 공소장 변경을 한 입장과도 배치되는 것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주장에 대하여 변호인의 이의나 법원의 시정조치는 전혀 이루어진 바가 없다.

주10) 공판기록 223면, 226면.

주11) 제1심은 공소외 2에 대한 경찰 작성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에 대하여 피고인이 부동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위 진술조서를 증거로 하여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하였는데, 제1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형사소송법 제314조 제2항에 따라 증거능력이 인정된 것이다. 이 경우 특신성이 있을 것이 그 요건이 될 터인데, 이 부분의 증명은 단지 그러할 개연성이 있다는 정도로는 부족하고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를 배제할 정도에 이르러야 하는 것이다(대법원 2014. 2. 21. 선고 2013도12652 판결 참고). 기록에 의하면 공소외 2는 사건과 유사한 주점 취중 시비를 벌였다가 수사를 받던 도중 다시 이 사건 취중시비에 연루되었고 앞서의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강제출국된 자임을 알 수 있다. 공소외 2에 대한 위 진술조서에 특신성을 인정함에 있어서는 심중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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