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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12. 7. 10. 선고 2011나75203 판결
[부당이득금반환등][미간행]
원고, 항소인

경남기업 주식회사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배재옥)

피고, 피항소인

한국토지주택공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오늘 담당변호사 홍상진)

변론종결

2012. 4. 10.

주문

1.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 경남기업 주식회사에게 2,100,000,000원, 원고 롯데건설 주식회사에게 900,000,000원 및 각 이에 대하여 2009. 5. 8.부터 2011. 6. 23.까지는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각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이 법원에서 이 부분에 관하여 설시할 이유는, 제1심 판결 이유 해당 부분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2. 원고들의 주장

가. 이 사건 조항은 ① 원고들에 대하여 부당하게 불리하여 공정을 잃은 조항임과 동시에 원고들의 계약금액 조정요구권을 상당한 이유 없이 배제 또는 제한하는 조항이므로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약관규제법’이라 한다) 제6조 제1항 , 제2항 제1호 , 제11조 제1호 에 위반되어 무효이고, ② 물가변동 등에 의한 계약금액 조정을 규정하고 있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국가계약법’이라 한다) 제19조 , 동법 시행령 제64조 제1항 제2호 , 제7항 에 위반되어 무효이며, ③ 이 사건 도급계약의 공사계약일반조건 제3조 제3항에 위반되어 무효이다.

나. 가사 이 사건 조항이 유효하다고 하더라도 ① 피고가 이 사건 도급계약 체결 당시 약관의 중요한 내용인 이 사건 조항에 관하여 설명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약관규제법 제3조 제4항 에 의하여 위 조항을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고, ② 이 사건 도급계약 체결 이후 세계적 금융위기에 따른 비정상적인 환율상승으로 말미암아 원고들이 약 131억 원에 달하는 환차손을 입게 되었으므로 신의성실의 원칙상 계약금액이 조정되어야 한다.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이 사건 조항을 구실로 환율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을 거부함으로써 원고들이 환율변동으로 인하여 13,130,013,000원을 추가 부담하였음에 반하여 피고는 법률상 원인 없이 동액 상당의 이득을 얻었으므로, 일부 청구로서 청구취지 기재와 같이 부당이득한 금원의 반환을 구한다.

3. 판 단

가. 약관규제법 제6조 , 제11조 에 위반되어 무효인지 여부

약관규제법 제6조 제1항 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공정을 잃은 약관조항은 무효이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2항 제1호 는 “약관에 고객에 대하여 부당하게 불리한 내용을 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당해 약관조항은 공정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11조 제1항 은 “고객의 권익에 관하여 정하고 있는 약관의 내용 중 상당한 이유 없이 고객의 항변권, 상계권 등의 권리를 상당한 이유 없이 배제 또는 제한하는 내용을 정하고 있는 조항은 이를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 사건 도급계약 체결 당시인 2007. 4. 16.에는 2008년 발생한 세계적인 금융위기에 따른 환율상승을 예상할 수 없었고, 계약 체결 이후 환율변동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계약당사자 모두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점, 경우에 따라 환율이 하락하는 경우에는 오히려 원고들이 환차익 상당의 이득을 볼 수도 있는 점, 이와 같이 계약체결 당시에 계약조항이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는 경우라면 사후적으로 그 계약조항으로 인하여 현실적으로 불이익이 초래되었다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이는 계약의 공정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고려할 사항이 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조항이 원고들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내용이라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아래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조항이 무효라고 볼 수도 없어 원고들에게 계약금액 조정요구권이 인정되는 것도 아니므로, 원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국가계약법 제19조 등에 위반되어 무효인지 여부

1) 국가계약법 제19조 는 “각 중앙관서의 장 또는 계약담당공무원은 공사·제조·용역 기타 국고의 부담이 되는 계약을 체결한 다음 물가의 변동, 설계변경 기타 계약내용의 변경으로 인하여 계약금액을 조정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 계약금액을 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시행령 제64조 제1항 제2호 는 “각 중앙관서의 장 또는 계약담당공무원은 법 제19조 의 규정에 의하여 국고의 부담이 되는 계약을 체결한 날부터 90일 이상 경과하고 동시에 입찰일을 기준일로 하여 산출된 지수조정률이 100분의 3 이상 증감된 때에는 기획재정부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약금액을 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7항 은 “각 중앙관서의 장 또는 계약담당공무원은 환율변동을 원인으로 하여 제1항 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요건이 성립된 경우에는 계약금액을 조정한다”고 규정하여 국가계약법은 물가 및 환율의 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의 조정을 예정하고 있고, 이에 따라 대부분의 국가 또는 공기업의 물품조달계약에서는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조항을 두고 있거나 국가계약법의 위 조정조항을 준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과 같이 계약당사자들이 계약금액 조정대상을 일부 품목으로 제한하거나 조정요건을 국가계약법과 달리 정하는 별도의 합의를 한 경우 그 합의가 국가계약법의 규정내용과 다르다는 사실만으로는 무효라고 단정할 수 없다. 왜냐하면 공기업의 조달계약은 기본적으로 계약자유의 원칙이 지배하는 사경제활동의 영역이고, 국가계약법은 국가와 사인간의 계약관계에서 관계공무원이 지켜야 할 계약사무 처리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것에 불과하므로 그 규정에 위반된다는 이유만으로 계약당사자간 합의를 일률적으로 무효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국가계약법상의 계약금액 조정조항의 적용을 배제하거나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된 조달계약이 체결된 경우 계약체결 경위, 적용배제나 제한의 정도, 당해 조달계약의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그 개별 합의가 국가계약법에서 계약금액 조정을 규정한 취지를 몰각시키거나 동종업계의 일반적 거래관행에 비추어 볼 때 합리성을 현저히 상실하여 정의나 형평의 관념에 반하는 정도에 이르렀을 때에 비로소 무효라고 봄이 상당하다.

2)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위 기초사실 및 갑 제2 내지 5, 9, 11 내지 16호증의 각 기재, 제1심 증인 소외인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는 이 사건 도급계약체결일로부터 6개월 전인 2006. 9. 27. 이 사건 공사 입찰을 위한 현장설명회를 개최하여 원고 경남기업을 비롯한 참가 기업들에게 현장설명서와 함께 이 사건 조항이 포함되어 있는 공사계약특수조건(Ⅱ)가 기재된 입찰안내서를 배부하였는데, 이 사건 조항에는 외산자재와 관련된 금액이 계약기간 중의 물가변동을 고려한 금액으로서 물가조정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이 필요하지 아니한 고정불변금액이므로, 입찰자는 입찰 전에 전 계약기간 동안 발생할 수 있는 물가변동(환율변동 등)을 감안하여 입찰금액을 작성하여야 하고, 외산자재의 계약금액 고정에 대하여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취지가 명시되어 있는 사실, 원고들은 1군 건설업체로 도급금액이 크고 장기간의 공사를 요하는 대형 설비공사에 관한 계약체결 경험이 많았을 것으로 추측되고, 원고 경남기업에서 이 사건 공사의 입찰을 담당하였던 플랜트 기술팀 직원들은 입찰 전에 피고로부터 받은 입찰안내서를 검토하여 이 사건 조항을 잘 알면서 이 사건 도급계약을 체결하였던 사실, 이 사건 공사의 계약금액 181,199,000,000원 중 계약금액이 고정된 외산자재의 예상 구입 및 설치금액은 41,258,678,000원으로 전체 계약금액의 1/4에도 미치지 못하였고, 나머지 국산자재에 대하여는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이 6회에 걸쳐 이루어진 사실, 피고는 공사계약특수조건(Ⅱ)에서 가스터빈 공급업체의 자격과 스팀터빈 공급업체의 범위를 제시하였을 뿐 공급업체를 특정하지 않았는데, 이 사건 도급계약을 체결한 이후 미국의 주택담보대출에서 촉발된 국제적 금융위기에 따라 이 사건 가스터빈의 결제통화인 스웨던 크로나화에 대한 환율이 1SEK당 이 사건 도급계약 체결일인 2007. 4. 16.에는 137.27원, 가스터빈 매매계약을 체결한 2007. 6. 29.에는 약 137원, 2007. 11. 5.에는 약 142.60원, 2008. 6. 2.에는 약 171.10원으로 각 상승하였고, 이 사건 스팀터빈의 결제통화인 일본 엔화에 대한 환율이 100¥당 2007. 4. 16.에는 786.51원, 스팀터빈 매매계약을 체결한 2008. 1. 25.에는 약 996원, 2009. 8. 19.에는 약 1,327원, 2010. 1. 15.에는 약 1,233원으로 변동되었으며, 미화 1$에 대한 환율은 2007. 4. 16.에는 939.20원, 2008. 8. 29. 1,092.40원으로 상승하였는바, 이와 같이 금융위기 이후 외화에 대한 송금환율이 상승하였으나 그 변동 폭은 외국통화별로 다르고 그 중 일본 엔화에서 가장 크게 발생하였으므로, 원고들이 스팀터빈을 일본업체로부터 수입하지 않았거나 일본업체로부터 수입하더라도 결제통화를 엔화가 아닌 다른 화폐로 선택하였을 경우 환율상승으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손실을 상당 부분 감소시킬 수 있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여기에 환율이 경제상황에 변동될 수 있음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과 같이 수급인들이 직접 외국 제조업체로부터 물품을 조달하는 경우에는 국내에서 수입업자로부터 매수하는 경우(수입업자는 외화로 수입대금을 지급한 다음 환율인상으로 인한 가격인상분을 반영하여 국내 판매가격을 결정하므로 이 경우 환율인상은 국내 물가상승과 동일한 효과를 갖는다)와 달리 환위험 회피(환 헷지)를 통하여 환율상승으로 인한 손실을 막거나 그 정도를 줄일 수 있었던 점, 기획재정부 등 행정청의 유권해석은 행정청 내부의 업무처리지침에 불과할 뿐이고 이것이 직접 계약상대방을 기속하는 대외적 효력을 갖지는 않는 점 등을 함께 고려하여 보면, 이 사건 조항이 국가계약법령에서 계약금액 조정을 규정한 취지를 몰각시키거나 동종 업계의 일반적 거래관행에 비추어 볼 때 합리성을 상실하여 정의나 형평의 관념에 반하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이지 아니하므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다. 공사계약일반조건 제3조 제3항에 위반되어 무효인지 여부

갑 제10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위 공사계약일반조건 제3조 제3항은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정한 공사계약특수조건에 회계규칙, 공사 관계법령 및 이 조건에 의한 계약자의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내용이 있는 경우 특수조건의 동 내용은 효력이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위에서 살펴 본 이 사건 도급계약의 체결경위, 국가계약법에서 정한 계약금액 조정조항의 적용제한 정도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조항이 원고들의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들의 위 주장 또한 이유 없다.

라. 설명의무 위반으로 이 사건 조항을 계약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는지 여부

약관규제법 제3조 에 따른 명시·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 약관의 중요한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고객이나 그 대리인이 그 내용을 충분히 잘 알고 있거나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고객이 별도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경우에는 그러한 사항에 대해서 사업자에게 명시·설명의무가 인정된다고 할 수 없는바( 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7다8044 판결 등 참조), 원고 경남기업에서 이 사건 입찰을 담당하였던 기술팀 직원들이 이 사건 도급계약 체결 전에 이 사건 조항을 검토하여 그 내용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이 사건 도급계약을 체결한 점은 위에서 본 바와 같으므로, 원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마. 신의성실의 원칙상 사정변경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이 이루어져야 하는지 여부

계속적 계약에서 계약의 기초가 되었던 객관적인 사정이 계약 성립 이후 현저히 변경되었고 그러한 사정의 변경이 당사자가 예견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당사자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생긴 경우에, 계약 내용대로 구속력을 인정한다면 신의칙에 현저히 반하는 결과가 생기고 나아가 변경된 사정을 고려하여 계약의 내용을 변경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거나 일방에게 기대할 수 없게 된 경우라면, 다른 일방은 계약준수 원칙의 예외로서 신의칙에 의하여 계약을 장래를 향하여 해지하거나 계약내용의 변경을 요구할 수 있는바, 여기에서 말하는 사정은 계약의 기초가 되었던 객관적인 사정으로서 일방당사자의 주관적 또는 개인적인 사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계약의 성립에 기초가 되지 아니한 사정이 그 후 변경되어 일방당사자가 계약 당시 의도한 계약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됨으로써 손해를 입게 된 경우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계약내용의 효력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신의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4다31302 판결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도급계약을 체결한 이후 미국의 주택담보대출에서 촉발된 국제적 금융위기에 따라 위 3의 나.항에서 본 바와 같이 가스터빈에 대한 결제통화인 스웨덴 크로네화 및 스팀터빈에 대한 결제통화인 일본 엔화에 대한 환율이 인상되었고, 이로 인하여 원화로 환산한 가스터빈 및 스팀터빈의 수입가격이 상승함으로써 일응 원고들이 손실을 입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외산자재의 경우 환율변동으로 인하여 수입가격이 변동될 수 있음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점, 피고가 입찰 전에 외산자재의 계약금액은 조정이 불가능한 고정금액임을 고지하면서 전 계약기간 동안 발생할 수 있는 물가변동(환율변동 등)을 감안하여 입찰하도록 안내한 점, 원고들과 피고가 이와 같이 외산자재를 고정금액으로 합의함으로써 환율이 각자의 예상과 다른 방향과 폭으로 변동할 경우의 위험을 각자 인수한 것이지, 환율이 일정 범위 내에서 유지된다는 점을 계약의 기초로 삼았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도급계약 체결 이후 환율이 원고들의 예상과 다른 방향과 폭으로 변동함으로써 원고들이 손해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이 계약내용의 효력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신의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들의 항소를 각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흥준(재판장) 김형배 노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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