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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법 1998. 12. 4. 선고 98고합775 판결 : 항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하집1998-2, 633]
판시사항

[1] 정당행위 성립 여부에 대한 판단 기준

[2] 존폐의 위기상황에 처한 증권회사의 대표이사가 거액의 고객예탁금이 인출되는 상황하에서 직원들 전원에게 법정퇴직금 이외에 퇴직위로금을 추가로 지급한 것이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1] 어떠한 행위가 형법 제20조 소정의 정당행위에 해당하려면 그 행위가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는 것이어야 하는데, 여기에서 말하는 사회상규라 함은 국민일반의 건전한 윤리의식을 의미하는 것이라 할 것이고, 여기서 어떠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어긋나는 것이냐 아니냐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일응 그 행위의 목적뿐만 아니라 법익의 균형성, 수단의 적합성 등을 모두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2] 존폐의 위기상황에 처한 증권회사의 대표이사가 거액의 고객예탁금이 인출되는 상황하에서 직원들 전원에게 법정퇴직금 이외에 퇴직위로금을 추가로 지급한 것이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사례.

참조판례

[1]

피 고 인

피고인 1외 1인

변 호 인

변호사 양태종외 6인

주문

피고인 1을 징역 3년에, 피고인 2를 징역 2년 6월에 각 처한다.

이 판결 선고 전의 구금일수 중 60일을 위 각 형에 각 삽입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피고인 1에 대하여는 4년간, 피고인 2에 대하여는 3년간 위 각 형의 집행을 각 유예한다.

이유

범죄사실

피고인 1은 1998. 5. 30.경부터 1998. 7. 9.경까지 공소외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이었던 자이고, 피고인 2는 1998. 4. 30.경부터 1998. 7. 3.경까지 위 회사의 노조위원장이었던 자인바, 1998. 4. 1. 금융감독위원회에서 증권회사에 대한 재무건전성 판단의 기준으로 총 위험자산 대비 영업용 순자본 비율을 150%로 설정한 다음, 1998. 6. 30.을 기준일로 하여 영업용 순자본 비율이 150%에 미달하는 증권회사에 대하여는 경영개선권고를, 120%에 미달하는 증권회사에 대하여는 경영개선요구를, 100%에 미달하는 증권회사에 대하여는 경영개선명령을 하며 이러한 권고, 요구, 명령을 받은 증권회사는 경영개선계획서를 제출하여야 하고, 위 경영개선계획서에 대한 승인 여부에 따라 각 증권회사의 퇴출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방침을 세운 바 있는데, 공소외 주식회사는 1998. 3. 31.경 위 회사의 대주주인 장기신용은행 주식회사(이하 장기신용은행이라고만 한다)로부터 후순위 차입금으로 500억 원을 지원받았음에도, 1998. 6. 23.경 증권감독원의 감사 결과 영업용 순자본 비율이 16.9%에 불과한 것으로 판명됨에 따라 장기신용은행에 추가로 500억 원을 지원해 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장기신용은행의 임원들이 500억 원의 추가지원만으로 공소외 주식회사를 회생시킬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1998. 6. 30.자 노사합의서에 기재된 합의 내용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는 바람에 금융감독위원회가 정한 기준일인 1998. 6. 30.까지 장기신용은행으로부터 추가자금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되자, 1998. 6. 30.경 환매조건부채권 및 수익증권 환매분 등 고객예탁금 182억 원이, 그 다음날에는 주식위탁금 등 고객예탁금 230억 원이 각 인출됨으로써 보유하고 있던 예금 및 현금으로 이를 충당할 수 없어 유가증권, 채권 등 우량자산을 매각하는 상황에 이르러 더 이상 금융기관으로서의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퇴출대상이 될 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공소외 주식회사의 임·직원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1998. 7. 1. 16:00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소재 공소외 주식회사 건물 9층 소회의실에서, 피고인 2가 피고인 1에게 즉시 명예퇴직을 실시하고 퇴직자 전원에 대하여 12개월 임금 상당액을 명예퇴직금으로 지급해 줄 것을 요구하자, 공소외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로서 위 회사를 위하여 성실하게 그 직무를 수행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피고인 1로서는 퇴직자에 대하여 명예퇴직금을 지급함으로써 회사를 존속시키고 위 회사와 그 이해관계인인 고객, 주주, 채권자 등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경우에만 명예퇴직자에 대하여 퇴직위로금을 지급하여야 하며, 퇴직위로금을 지급하는 경우에 있어서도 회사의 재무상태와 퇴직위로금의 지급에 따른 비용절감효과 등을 면밀하게 검토, 분석하여 그 시기, 방법, 인원, 금액 등을 합리적으로 결정하여야 할 업무상 임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1998. 7. 2. 05:00경 퇴직희망자 전원에게 12개월 상당 임금액을 퇴직위로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노사합의안에 서명하고, 1998. 7. 3. 01:40경 전직원 417명에 대한 퇴직위로금 지급 품의서에 서명한 후, 같은 날 10:00경부터 12:00경까지 사이에 별지 기재와 같이 갈승현을 비롯한 공소외 주식회사의 전직원 417명에게 기존대출금에 대한 채권과 상계하거나 현금지급의 형태로 퇴직위로금 16,045,105,393원을 지급함으로써 위 회사 직원들에게 퇴직위로금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공소외 주식회사에 동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들이 이 법정에서 한 각 일부 진술

1. 증인 강신철, 이진우가 이 법정에서 한 진술

1. 검사가 작성한 피고인들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의 각 일부 진술기재

1. 검사가 작성한 이진우, 강신철, 박중현, 한홍규, 양광일, 정병설, 박희윤, 박창수, 연건호에 대한 각 진술조서의 각 진술기재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 법조

2. 작량감경(피고인들에 대하여)

형법 제53조 , 제55조 제1항 제3호 (피고인들이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참작)

3. 미결구금일수산입

4. 집행유예

형법 제62조 제1항 (피고인들이 회사 존폐의 위기 상황에 이르러 충분한 검토 없이 이 사건 퇴직위로금을 지급한 것으로 보이나, 그러한 행위가 피고인들의 개인적인 이득을 취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 1의 변호인은 위 피고인이 이 사건 퇴직위로금을 지급한 것은 정당행위에 해당하거나 강요된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1. 정당행위라는 주장에 대한 판단

가. 변호인의 주장의 요지

피고인 1의 행위가 업무상 배임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① 위 피고인은 공소외 주식회사가 퇴출된다거나 청산된다는 것은 생각해 본 일이 없고, 결국 장기신용은행 등의 추가지원을 받아 회사가 존속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으며, ② 이 사건 퇴직위로금은 향후 공소외 주식회사가 구조조정을 거쳐 계속 존속하게 되든, 청산절차를 거쳐 퇴출하게 되든 간에, 그 절차에 수반될 수밖에 없는 필요경비를 미리 지출하는 의미와 효과를 가지는 것이며, ③ 공소외 주식회사가 추가자금지원을 받거나 매각될 경우 노조를 해체하고 직원을 약 3분의 1 가량으로 축소시키면서 모두 계약직으로 전환한 것은 큰 이점이 될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하여 인건비만 매월 10억 원 이상을 절감할 수 있게 되었고, ④ 가사 공소외 주식회사가 퇴출된다 하더라도 업무정지명령, 경영개선명령, 경영개선계획서 제출, 퇴출결정, 청산 등의 모든 절차가 종료될 때까지는 상당 기간이 소요되므로, 그 기간 동안 매월 10억 원 이상의 인건비 및 부대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되었으며, ⑤ 이 사건 퇴직위로금의 수액이 금융기관 일반의 퇴직위로금 수준이나 지급관행에 비추어 볼 때 반드시 과다하다고 할 수도 없고, ⑥ 한편 우리 나라처럼 실직근로자의 재취업이 어렵고, 사회보장제도가 미비하여 실직자를 흡수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근로자를 조기퇴직시키는 경우 생계비 차원에서의 일정한 보상은 불가피한 것이라는 점 등을 모두 고려하여 보면 위 피고인이 직원들에게 1년분의 퇴직위로금을 지급한 것은 사회상규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는 형법 제20조 의 정당행위에 해당한다.

나. 판 단

위 피고인이 이 사건 퇴직위로금을 지급한 행위가 형법 제20조 소정의 정당행위에 해당하려면 그러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 한편, 위에서 말하는 사회상규라 함은 국민일반의 건전한 윤리의식을 의미하는 것이라 할 것이고, 여기서 어떠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어긋나는 것이냐 아니냐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일응 그 행위의 목적뿐만 아니라 법익의 균형성, 수단의 적합성 등을 모두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살피건대, 공소외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로서 공소외 주식회사의 직원들뿐만 아니라 그 주주와 고객 및 채권자들의 이해관계를 모두 조절하여야 할 지위에 있는 위 피고인이 회사 존폐의 위기 상황에 이르러 노사합의의 형식으로 직원들 모두에게 퇴직위로금을 지급한 것은 위 회사를 둘러싼 이해관계인 중 일부에 불과한 직원들의 이익에만 충실하였을 뿐 나머지 이해관계인들의 이익을 모두 도외시한 결과를 초래한 것이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으며, 비록 위 피고인의 이와 같은 행위로 인하여 인건비와 부대비용의 일부가 절감되는 효과가 생길 수 있다 할지라도 회사 존폐의 위기 상황에 이르러 그 재무상태와 퇴직위로금의 지급에 따른 비용절감효과 및 퇴직위로금의 규모 등에 대하여 아무런 검토도 하지 않은 채 만연히 전 직원의 명예퇴직을 전제로 그 퇴직위로금의 수액에 대하여서만 노사간의 협상에 의존하여 해결하려 하였던 것 역시 당시의 상황에 비추어 적절한 수단이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그 지급시기 또한 장기신용은행으로부터 1998. 6. 30.까지는 추가자금지원을 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은 직후에 거액의 고객예탁금이 인출되는 상황 아래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 등을 모두 고려하여 보면, 위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를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는 행위라고 볼 수는 없다. 다만, 노동시장이 탄력적인 일부 선진국들과는 달리 해고 및 재취업이 자유롭지 못한 우리 나라의 경우에 있어 퇴직위로금을 지급하고 직원들의 자발적인 명예퇴직을 유도함으로써 기업의 구조조정을 도모하여야 할 현실적인 필요성이 있음은 부인할 수 없으나, 이는 회사의 존속과 유지를 위한 구조조정의 차원에서 인정되는 것일 뿐 존폐의 위기상황에 처한 회사가 그 전 직원들에게 법정퇴직금 외에 퇴직위로금을 추가로 지급함으로써 회사를 둘러싼 다른 이해관계인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까지 용인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위 피고인의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는 변호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2. 강요된 행위라는 주장에 대한 판단

가. 변호인 주장의 요지

피고인 1이 공소외 주식회사의 직원들에게 이 사건 퇴직위로금을 지급하게 된 것은 노조위원장인 상피고인 2 등 노조 근로자들의 폭력이나 협박에 의하여 강요된 행위이므로 그 책임이 조각되어야 한다.

나. 판 단

위 피고인은 이 법정 및 검찰에서 "노조원들이 자신을 사장실에 장시간 감금한 채 노조측의 요구를 수용할 것을 강요하였는데, 만약 그들의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회사의 시스템을 마비시킬 뿐만 아니라 장기신용은행에 대하여는 신용상태가 위험하니 거래하지 말라는 광고를 계속 내는 한편, 그 은행 영업점에 대하여서도 동전입출금 등으로 업무를 방해하겠다는 식으로 위협하였고, 그 와중에 어느 직원은 자기의 어린 딸을 안고 사장실에 들어와 자신을 가리키며 "저 사람이 이 회사를 망치러 온 사람이다."라고 말하는 등 자신을 핍박하였으며, 사장실 밖에서는 직원들이 시위를 벌이고 운동가 등을 부르며 자신을 압박하였는데, 당시 팀점장들도 노조와 같은 편이 되어 동일한 주장을 하는 바람에 기진맥진한 위 피고인은 부득이 노조측의 요구에 따라 노사합의서에 서명할 수밖에 없었으나, 일단 위와 같이 노사합의서에 서명하고 회사를 빠져 나온 다음에는 퇴직위로금의 지급을 중지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회사의 인사팀장에게 자신의 지시 없이는 지출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노조측은 자신의 집과 장기신용은행으로 수차례 협박 전화를 하면서 가족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바람에 할 수 없이 이 사건 퇴직위로금을 지급하게 된 것이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그러므로 살피건대, 앞서 든 각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 1이 장시간에 걸쳐 이 사건 퇴직위로금의 수액에 대하여 노조위원장이었던 상피고인 2와 협상을 벌였는데 위 피고인이 협상 도중에 저녁약속이 있다며 밖으로 나가려 하자 위 피고인 2가 노사합의를 마치고 가라는 취지로 이를 만류한 사실과 위와 같은 협상을 벌이는 동안 상당수의 직원들이 사장실 밖 복도에 대기하면서 일부 구호를 외치거나 노동가요를 불렀던 사실 및 직원들 중 1명이 자신의 아이를 사장실로 데리고 와 피고인 1을 가리키며 무언가 비난하는 취지의 이야기를 하였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나아가 위 피고인이 상피고인 2를 비롯한 노조원들의 압력에 의하여 부득이하게 노사합의에 이르러 이 사건 퇴직위로금을 지급하게 되었다는 점에 대하여 보면, 이에 부합하는 피고인 1 및 강신철의 검찰 이래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의 각 진술 부분은 박중현, 한홍규, 양광일, 정병설, 박창수의 검찰에서의 각 진술에 비추어 이를 그대로 믿기는 어렵고, 달리 위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정을 인정할 만한 자료도 없다.

그렇다면 위와 같은 상황하에서 위 피고인이 이 사건 퇴직위로금을 지급한것이 저항할 수 없는 폭력이나 위해를 방어할 방법이 없는 협박에 의하여 강요된 행위라고 볼 수는 없으므로, 위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이 강요된 행위에 해당한다는 변호인의 위 주장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호원(재판장) 엄상필 김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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