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항소인
원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정암 담당변호사 신재용)
피고, 피항소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안주섭)
변론종결
2010. 7. 15.
주문
1. 제1심 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원에 해당하는 원고들 패소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 1에게 26,113,983원, 원고 2에게 30,113,983원 및 각 이에 대하여 2006. 12. 25.부터 2010. 8. 19.까지 연 5%, 2010. 8. 20.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들의 나머지 항소를 각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은 5분하여 그 4는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의 금원지급부분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112,198,082원 및 각 이에 대하여 2006. 12. 25.부터 제1심 판결선고일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내지 4호증, 을 제1호증의 1 내지 5, 을 제2호증의 1, 을 제3호증의 1, 8, 9, 10, 을 제4호증의 1 내지 4의 각 기재, 제1심 법원의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부속 목동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다.
가. 원고 2는 초산부로서, 피고가 운영하는 피고 산부인과 의원(이하 ‘피고 병원’이라 한다)에서 산전 진찰을 받아오다가 2006. 12. 24. 14:50경 분만을 위해 피고 병원에 입원하였다.
나. 2006. 12. 25. 00:15경 자궁경부가 10cm 열리는 분만 제2기가 시작되었고, 같은 날 00:37경 원고 2는 태아의 머리가 회음저에 도달한 상태에서 분만대기실에서 분만실로 옮겨졌고, 같은 날 00:57경 흡입분만을 통해 3.1kg의 여아를 분만하였다.
다. 위 분만 후 신생아는 아프가 점수는 1분과 5분 모두 10점 소견을 보이는 등 심박수, 호흡, 자극에 대한 반응, 근력, 피부의 색깔 등이 양호하였으나 같은 날 06:20경 앓는 소리를 내고 호흡수가 43회로 측정되었으며 자극을 주어도 이에 잘 반응하지 않았다. 같은 날 07:35경 신생아의 호흡수는 39회로 측정되었다.
라. 피고는 같은 날 07:43경 신생아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으로 전원조치하였다. 전원 후 위 병원에서의 진단 결과 신생아의 두부에 소형(molding), 봉합선의 확장, 두혈종, 두피부종이 발견되었으며, CT 촬영 결과 경막하출혈이 확인되었고, 위 증상에 관한 치료가 행하여졌으나 2006. 12. 28. 19:50경 신생아는 사망하였다(이하 사망한 원고들의 신생아는 ‘망아’라 한다).
마. 부검 결과 망아의 좌우측 두부가 비대칭적으로 부어 고도의 뇌부종을 보이고 있고 좌측 두정골에 골막하출혈(두혈종)이 있었고, 좌우측 두개강내에 40cc 이상의 경막하출혈, 대뇌의 지주막하 출혈이 있었다. 또한, 망아의 지주막에 기형의 소견은 없었고, 망아의 사인은 분만 과정 중 망아의 두부가 강하게 압박되면서 발생한 두부손상(경막출혈 등의 두개강내 출혈, 뇌부종)으로 판명되었다.
2.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여부
가. 원고들의 주장
원고들은 피고가 흡입분만의 방식으로 망아를 분만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흡입분만의 적응증이 없고, 흡입컵의 부착, 견인 등의 과정에서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망아가 사망에 이르렀고, 흡입분만을 시도하기 전에 산모와 태아의 상태, 흡입분만의 필요성과 그로 인해 예상되는 위험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아니하여 자기결정권을 선택할 기회를 상실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나. 흡입분만 관련 의학지식
[인정근거 : 을 제5호증의 1, 2, 3의 각 기재, 제1심 법원의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부속 목동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이 법원의 위 목동병원장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1) 흡입분만이란 적정한 음압을 가한 둥그런 컵을 태아의 머리에 부착한 후 그 컵의 손잡이를 자궁수축기에 간헐적으로 잡아당김으로써 태아의 머리가 음압 때문에 컵에 달라붙어 태아를 질 밖으로 나오게 하는 방식의 분만방법인데, 분만 주1) 제2기 가 지연되는 경우, 태아의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 산모의 상태(산모가 지친 경우, 산모의 심폐기능, 뇌혈관 또는 신경 근육 관련 질병이 있는 경우)를 고려하여 분만 제2기를 단축시킬 필요가 있는 경우, 자궁경부가 완전 개대된 상태에서 태아곤란증 또는 분만 지연이 있는 경우, 제대탈출증, 쌍태아의 두 번째 태아 분만시 태아하강도가 0이상이거나 자궁경부가 완전히 개대되지 않은 경우, 경계성 아두골반불균형이 의심될 때에 실시하는 질식분만의 한 유형이다.
(2) 머리태위(태아의 선진부가 얼굴이나 턱이 아닌 두정위 일 때), 자궁경부의 완전확장, 양막파수, 태아하강도가 0 또는 그 이하인 경우(즉, 태아의 머리가 골반에 진입된 경우), 숙련된 수술자의 존재, 술자가 태아머리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는 경우, 즉각적인 제왕절개술을 시행할 수 있는 경우가 흡입분만에 선행되는 필요요건이고, 흡입분만 과정에서 태아에게 두피열상, 좌상, 두혈종, 두개내출혈, 신생아 황달, 경막하 출혈, 견갑난산의 고빈도, Erb 마비, 망막 출혈, 태아 사망 등의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
(3) 흡입분만으로 인한 합병증을 줄이고 흡입분만이 성공하기 위하여는 흡입분만기의 컵을 후두부의 중앙, 뒤 숫구멍으로부터 2cm 전방 위치, 시상 봉합이 흡입기의 중앙에 오도록 부착시키고, 견인을 자궁수축과 더불어 하도록 하며, 견인축은 골반의 곡선과 일치하도록 하여야 한다. 흡입분만의 실패율은 10~13%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아두골반불균형이나 부적절한 컵의 위치때문이라고 한다.
(4) 흡입분만의 경우 자연질식분만에 비하여 경막하출혈이나 지주막하출혈의 발생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2) . 흡입분만이 아닌 자연질식분만에서도 산모의 골반과 태아의 두부가 적응하는 과정에서 태아두부의 소형이 일어나고 소형이 심하게 일어나는 경우, 태아에게 선천성 출혈성 질환이 있거나 지주막에 기형이 있는 경우 경막하출혈이나 지주막하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흡입분만으로 인한 지주막하 출혈 등 합병증을 줄이기 위해 흡입기의 압력은 500mm~600mmHG를 넘기지 않을 것을 권유하고 있다.
다. 판단
(1) 의무기록의 기재 부실
의무기록은 진료를 담당하는 의료인으로 하여금 환자의 상태와 치료의 경과에 관한 정보를 빠뜨리지 않고 정확하게 기록하여 이를 그 이후의 계속되는 환자치료에 이용하도록 함과 아울러 다른 관련 의료종사자에게도 그 정보를 제공하여 환자로 하여금 적정한 의료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의료행위가 종료된 후에는 그 의료행위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작성한 것이라 할 것인데( 대법원 2008. 7. 24. 선고 2007다80657 판결 참조), 피고가 제출한 의료기록(을 제1호증의 1 내지 5, 을 제2호증의 1, 2, 을 제3호증의 1 내지 11)의 각 기재만으로는 원고 2가 분만실에 들어간 2006. 12. 25. 00:37경부터 망아를 분만한 같은 날 00:57경까지 분만과 관련된 경과 및 조치, 산모와 태아의 상태, 흡입분만기의 사용시점, 사용한 흡입분만기의 내역을 전혀 알 수 없다.
또한, 진료기록부(을 제3호증의 1)에 ‘거의 crowning 상태에서 산모가 힘을 못줘서 vacuum aid delivery'라고 기재되어 있기는 하나, 이 부분은 언뜻 보아 분만된 아이의 몸무게, 성별, 시각을 기재한 글자체와 필기도구 등이 전혀 달라 이 진료기록부의 다른 내용을 기재한 사람이 작성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으므로 이를 그대로 믿을 수 없다.
따라서, 분만 당시의 상황은 을 제4호증의 1, 2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2) 흡입분만 과정상의 과실
을 제4호증의 3, 4, 을 제6호증의 1, 2, 3의 각 기재, 갑 제7호증의 1 내지 5의 각 영상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보면, 피고가 수사기관에서 ‘산모가 출산을 할 때 애기 머리가 산도를 다 통과하여 머리가 크라우닝된 상태에서 산모에게 힘을 한 번만 주면 애기가 나올 수 있다고 하였는데 산모가 다 지쳐 힘을 도저히 줄 수 없다 하여 진공흡인기를 사용하게 된 것이다’, ‘산모가 더 이상 힘을 못 줘서 지름이 4센티 정도 되는 진공흡인기의 동그란 캡을 머리의 측두부에 부치고 당긴 것 뿐입니다’, ‘진공흡인기를 머리 측두부에 부친 다음 바로 당겼으니 약 5초 정도의 시간으로 됐는데 그 정도로 머리에 압박을 가할 정도는 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라고 진술한 사실, 경산모인 소외인이 2006. 12. 25. 00:30 피고 병원에 내원하였는데, 00:40경 자궁경부는 90% 소실되고 7cm 개대되어 있는 상태였으며, 같은 날 01:40경 분만실로 옮겨져 같은 날 02:13경 분만을 한 사실, 망아가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에 도착하였을 때 좌측 머리가 심하게 부어 있었고, 좌측 머리에 피가 고여 있으며 그 피가 멈추지 않았던 사실, 망아가 사망할 무렵 촬영한 사진에 의하면 망아의 왼쪽 이마 위쪽에 동그란 자국이 남아 있는 사실(피고는 갑 제7호증의 1 내지 5 각 영상에 나타난 원 형태의 자국이 전원된 병원에서 뇌파검사를 하기 위해 전극을 붙였던 자국이라고 주장하나, 위 각 영상에 의하면 하나의 원형 자국만 있는 점, 그 크기 및 모양 등에 비추어 뇌파검사를 위해 붙였던 전극의 자국으로는 보이지 않는다)을 인정할 수 있다.
또한, 을 제2호증의 1, 을 제3호증의 1, 8, 9, 10의 각 기재에 의하면, 초산부인 원고 2가 임신 38주 3일인 2006. 12. 24. 14:50경 자궁경부가 30% 정도 소실된 상태에서 피고 병원에 내원하여 다음날인 같은 해 12. 25. 00:15경 분만 2기가 시작되었고, 같은 날 00:33까지 태아심음에 별다른 이상이 없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달리 태아나 산모에게 분만시까지 신체적 이상 징후가 있었다거나 선천적 기형이 있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전혀 없다.
위에서 인정한 사실들과, 분만 2기의 평균시간은 아주 다양하지만 초산부의 경우 평균 50분, 경산부의 경우 20분인 점(제1심 법원의 위 목동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원고 2의 분만 1기의 경과와 분만 2기의 소요 시간(42분 정도), 분만실로 옮겨진 후 분만시까지의 시간 및 경과(피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분만실로 옮길 때 태아의 머리가 회음저에 도달하였고 그로부터 10분간 분만이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임), 흡입분만을 시도할 때까지도 원고 2와 망아의 신체에 이상징후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던 점, 망아가 2006. 12. 13.경 두정위의 태위였던 점(제1심 법원의 위 목동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에 비추어 정상적으로 하강할 경우 측두부나 좌측 이마 위 부분이 흡입컵을 부착하기 어려운 부위인 것은 사실이나, 피고가 앞서 본 바와 같이 흡입컵을 머리의 측두부에 부친 다음 바로 당겨 약 5초 정도의 시간으로 됐으며, 산모가 힘을 한 번만 주면 나올 수 있었던 상태라고 진술하였고 좌측 이마 윗부분은 흡입컵을 잘못 부착시킨 사례 중의 하나인 점(을 제5호증의 1), 망아의 좌측두정골에서 골막하출혈 소견이 있는 점, 경막하출혈량이 40cc에 이르는 점, 피고가 흡입컵을 금속재질의 경질컵을 사용하였다고 인정하였는바, 일반적으로 연질컵에 비하여 흡입력을 서서히 증가시켜야 하고, 두피손상이나 두혈종 등을 더 많이 초래한다고 알려져 있는 점(을 제5호증의 1) 등 제반 사정을 더하여 보면, 분만수술 과정에서 흡입분만이 적정하게 이루어졌는지에 관하여 이를 인정할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는 한, 일반인의 상식에 비추어 피고가 급하게 흡입분만을 결정하고 이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망아의 머리 위치를 정확히 알고 흡입컵을 그 정상적인 부착부위에 부착한 후 흡입컵의 음압, 음압의 증가속도 등에 관하여 잘 살펴 정상적인 부착 부위 외의 곳에 무리한 힘이 가해지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다하지 않은 과실을 인정할 수 있다.
(‘산모가 지쳐 있어 분만 2기를 단축시킬 목적이 있는 경우’라는 흡입분만의 적응증이 있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의심이 들기는 하나, 의사는 환자의 상황과 당시의 의료수준 그리고 자기의 지식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범위의 재량을 가진다고 할 것인바, 피고 또한 질식분만을 하면서 흡입분만의 적응증이 있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을 함에 있어 상당한 범위의 재량을 가진다 할 것이므로 그러한 판단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3) 인과관계의 추정
망아는 분만 이후 2006. 12. 25. 07:43경까지 피고 병원에 계속 있었는데, 같은 날 06:20경 앓는 소리를 내고 호흡수가 43회로 떨어졌으며, 07:35경 호흡수가 39회로 더 떨어졌던 점(을 제3호증의 10), 자연분만의 경우에도 소형, 두혈종, 경막하출혈 등이 발생할 수 있고 분만 손상 없이도 두개혈종이 발생하다고 보고되고 있으나, 자연분만의 경우에는 드물게 경막하출혈과 같은 두개강내 출혈을 동반되고, 망아에게 경막하 또는 지주막하출혈과 관련된 선천적 기형이나 출혈성 질환, 분만 과정 이외의 외상이 있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는 점(갑 제4호증, 당심의 위 목동병원장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 망아에게 범발성(파종성) 혈관내 응고장애가 있었으나(갑 제4호증, 제1심 법원의 위 목동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이는 과도한 출혈이 발생하면 초래되는 응고장애로 망아의 선천적 질환이 아닌 점, 흡입분만의 실패는 아두골반불균형이나 부적절한 컵의 위치 때문에 대부분 발생하는데 아두골반불균형 상태에 있었음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는 점(자궁경관의 개대나 아두의 골반진입 과정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임), 흡입분만이 지주막하출혈이나 경막하출혈의 발생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점, 망아의 경막하출혈량이 40cc 가량에 이르고 과다한 출혈로 응고장애까지 발생한 점, 망아의 좌측두정골에 골막하 출혈이 있었던 점, 피고가 측두부에 흡입컵을 부착하였다고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망아에게 발생한 경막하·지주막하 출혈 등은 피고의 앞서 본 바와 같은 흡입분만과정상 주의의무 위반행위에 기인한 것이라고 추정함이 상당하다.
(4) 설명의무 위반
원칙적으로 담당의사는 그 환자에게 진료의 모든 단계에서 침습적인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 침습을 가하는 과정 및 그 후에 나쁜 결과 발생의 개연성이 있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또는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발생이 예측되는 의료행위를 하는 등과 같이 환자에게 자기결정에 의한 선택이 요구되는 경우, 그 행위에 앞서 환자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나 진단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과 그로 인하여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성 등을 설명하여 환자가 스스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여 그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지 여부를 선택함으로써 중대한 결과의 발생을 회피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여 주어야 하고, 의사가 그 설명을 다하지 아니하여 환자가 그 기회를 상실하게 되었다면 의사는 환자가 자기결정권을 상실함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위자할 의무가 있다.
또한 설명의무는 침습적인 의료행위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의사에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절차상의 조치로서, 의사가 문서에 의하여 설명의무의 이행을 입증하기는 매우 용이한 반면 환자 측에서 설명의무가 이행되지 않았음을 입증하기는 성질상 극히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사 측에 설명의무를 이행한 데 대한 입증책임이 있다고 해석함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 및 법체계의 통일적 해석의 요구에 부합한다(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참조).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흡입분만은 흡입컵을 태아의 머리 부위에 부착하고 진공흡인기로 음압을 높혀 그 압력을 이용하여 태아의 분만을 돕고자 하는 시술인데, 자연질식분만에 비해 경막하출혈, 지주막하출혈의 가능성이 높은 점(당심의 위 목동병원장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 흡입컵이 경질인지 연질인지 여부에 따라 컵의 크기도 다양하고 그 후유증이나 시술방법(음압의 증가 속도)이 달라지기도 하는 점(을 제5호증의 1), 흡입분만은 일정한 적응증이 있을 때 시도하고 즉각적인 제왕절개술을 시행할 수 있어야 하는 등 일정한 필요요건이 있는 점(제1심 법원의 위 목동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흡입분만을 시술하기 전에 원고 2는 자연질식분만을 시도하고 있었고 신체적인 이상징후도 없어 의식이 분명히 있는 상태였고, 그 자리에 남편인 원고 1도 있었던 점, 발생한 합병증인 소형, 부종, 경막하 및 지주막하 출혈은 흡입분만의 대표적인 합병증인 점, 원고 2가 분만실에 들어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점(분만시까지의 시간을 모두 포함해도 20분임) 등에 비추어 피고는 원고 2에게 사전에 현재의 증상, 흡입분만의 필요성과 그 방법, 예상되는 위험과 부작용 등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환자의 의사결정을 위하여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구체적으로 설명함으로써 환자로 하여금 자연질식분만을 더 시도할 것인지, 제왕절개술을 시도할 것인지 등에 관하여 스스로 결정할 기회를 가지도록 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다.
그런데, 피고가 원고 2에게 위와 같은 설명의무를 이행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고, 오히려 을 제4호증의 3 기재에 분만실에서의 시간 등 위에서 본 제반사정을 더하여 보면, 흡입분만을 시도하기 전에 위와 같은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으므로, 피고는 원고 2에게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다만, 설명의무 위반은 환자의 자기결정권의 침해에 그치는 이상 진료계약의 당사자나 자기결정권의 행사 주체가 아닌 원고 1의 청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라. 책임의 제한
의료행위는 본질적으로 신체침해를 수반하고, 모든 기술을 다하여 진료를 한다 하더라도 예상 외의 결과가 생기는 것을 피할 수 없는 고도의 위험한 행위이므로 의사나 병원 측에 과실이 있다 하더라도 그로 인한 모든 손해를 부담하게 하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보이는 점, 흡입분만의 방법이 개입되지 않은 자연질식분만의 경우에도 산모의 골반과 태아의 머리가 적응하는 과정에서 태아 머리의 소형이 일어날 수 있고, 소형이 심하게 일어나는 경우 경막하출혈이나 지주막하 출혈이 발생할 수 있는 점, 분만 과정에서 경막하출혈 등이 발생한 경우에도 상당한 비율은 자연적으로 치유되는 점 등 제반 사정을 감안하여, 망아의 사망으로 인한 피고의 책임을 20%로 제한한다.
3.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가. 재산상 손해
(1) 일실수입
(가) 인정사실
○ 생년월일 및 성별 : 2006. 12. 25. 생, 여자
○ 가동기한 : 성년이 되는 2026. 12. 25.부터 가동기간인 2066. 12. 24.까지
○ 소득 : 도시일용노동자(2010. 1. 1. 공표 보통인부 노임 68,965원), 월 22일
○ 생계비 : 3분의 1 공제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6호증의 각 기재, 현저한 사실
(나) 계산
168,139,833원 ≒ 68,965원 × 22일 × 2/3 × (332.3359-166.1055)
(2) 장례비 - 지출자 원고들
○ 3,000,000원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3) 책임의 제한
○ 일실수입 33,627,966원(= 168,139,833원 × 20%)
○ 장례비 30만 원(= 3,000,000원 × 20% ÷ 2)
나. 위자료
망아가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사망함으로써 그 부모인 원고들이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는 이를 금전적으로 위자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인데, 이 사건 사고의 경위 및 결과, 원고들 및 망아의 나이, 원고들과 망아 사이의 관계 기타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망아에게 10,000,000원, 원고 2에게 8,000,000원(자기결정권 침해의 점 포함), 원고 1에게 4,000,000원을 위자료로 지급함이 상당하다.
다. 상속관계
망아가 사망하였으므로, 망아의 재산상 손해 33,627,966원 및 위자료 10,000,000원은 재산상속인들인 원고들에게 각 2분의 1 비율로 상속되므로, 원고들에게 21,813,983원씩 상속되었다.
4. 결 론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 1에게 26,113,983원(= 21,813,983원 + 4,000,000원 + 300,000원), 원고 2에게 30,113,983원(=21,813,983원 + 8,000,000원 + 3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불법행위일인 2006. 12. 25.부터 피고가 이행의무의 범위 및 존부에 관하여 다툼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당심 판결 선고일인 2010. 8. 19.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각 기각할 것인바,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 제1심 판결은 위 인정범위 내에서 부당하므로, 원고들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제1심 판결의 원고들 패소부분 중 해당부분을 취소하고 원고들의 나머지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각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주1) 자궁경부가 10cm 열린 후부터 태아가 분만되기까지의 시기. 초산부의 경우 평균 50분.
주2) 2006년의 한 보고서에 의하면, 경막하 출혈은 자연질식분만의 경우 만 명당 2.9명인 반면 흡입분만의 경우 만 명당 9.8명의 비율을 보이고 있고, 지주막하 출혈은 자연질식분만의 경우 만 명당 1.3명인 반면 흡입분만의 경우 만 명당 2.2명의 비율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당심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부속 목동병원장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