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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1. 12. 27. 선고 91도1169 판결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1992.3.1.(915),814]
판시사항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욕설을 한 게 발단이 되어 피해자로부터 구타당하여 부상하자 피해자를 파출소에 끌고 감을 빙자하여 그의 손목을 잡아 틀어 상해를 가했다면 정당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택시 운전사인 피고인이 고객인 가정주부들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은 데서 발단이 되어 가정주부인 피해자 등으로부터 핸드백과 하이힐 등으로 얻어 맞게 되자 그 때문에 입은 상처를 고발하기 위해 파출소로 끌고 감을 빙자하여 피해자의 손목을 잡아 틀어 상해를 가했다면 피고인의 행위가 사회통념상 용인될 만한 상당성이 있는 정당행위라고 볼 수는 없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피 고 인

A

상 고 인

검 사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에 대하여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이 1989.5.8. 23:35경 광주 동구 B 소재 C약국앞길에서 피해자 D의 오른손을 잡고 비틀어 그에게 전치 약 2주의 우측 제4, 5중수지절 관절염좌상을 가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설시 증거로, “피고인이 1989.5.8. 23:35경 E와 피해자 D를 자기 택시에 태우고 광주 동구 B 소재 C약국 앞길에 도착하여 그곳 시장골목으로 들어가자는 피해자의 요청을 거절하자, 피해자 등이 항의하여 서로 언쟁하는 과정에서, E가 손가방과 하이힐로 피고인의 머리를 1회씩 때리고 어깨를 1회 물 때, 피해자도 가세하여 피고인의 머리를 1회 물어 피고인에게 전치 약 2주의 두피부열상, 우측상지교상 등을 가한 후 도주하므로, 피고인이 도주하는 피해자의 손을 붙잡고 관할 파출소로 데리고 가기 위하여 잡아끄는 과정에서 동인이 전치 약 2주의 제 4, 5중수지절 관절염좌상을 입게 된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이 위 상해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그 목적수단 및 의사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행위는 사회통념상 허용될만한 정도의 상당성이 있는 것으로서 위법성이 결여되어 형법 제 20조 의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결국 피해자 등이 피고인을 구타한 이유는, 원심의 설시에 의하면 오로지 피고인이 시장골목 안으로 택시를 운행하라는 피해자 등의 요구를 거절한 게 발단이 되어 서로 말다툼 끝에 감정이 격해졌기 때문이라고 풀이되고, 한편 피고인이 피해상황에 대하여 원심이 채택한 F의 경찰 진술은 “E가 택시안에서 운전사에게 욕을 하면서 내리라고 하여 운전사가 내리니까 함께 내린 후 핸드백으로 운전사의 머리를 때렸고 핸드백이 땅에 떨어져 버리자 하이힐을 벗어 뒷굽으로 머리를 내려치니 피가 터졌으며, D는 옆에서 손으로 때렸습니다. 운전사는 때리지는 않고 맞지 않으려고 밀기만 했습니다. 싸운 이유는 잘 모르겠고 운전사가 일방적으로 피해를 당하였습니다”는 것인바, 피고인이 아무런 대항을 못한 채 위 F의 진술과 같이 일방적인 구타를 당한 이유가 오로지 원심이 설시한 사정 때문이라고 인정함은 아무래도 석연치 아니할 뿐더러, 피해자와 위 E가 피고인 보다 10년 이상 연하의 초범인 가정주부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러한 의심이 더 깊어질 뿐이다.

반면에 원심이 채택한 위 E의 경찰 진술에 의하면, “그날은 어머니날이어서 제 가족과 D (E는 오기로 보인다)의 가족이 외식을 한 후, G 소재 H나이트클럽으로 가기로 하여 남자들은 먼저 택시를 타고 가고, 저희들도 뒤따라 택시를 타고 그 입구에 이르렀는데, 운전사가 "H클럽까지는 못 들어간다”고 하여 “다른 차는 다 들어가는데 왜 못 들어간다고 하느냐”고 말다툼을 하다가 저희들이 택시비를 주고 내리는데 A가 “씹 팔러다니는 주제에 말이 많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화가 나기에 핸드백으로 A의 머리를 1회 때리고 오른발 하이힐을 벗어들고 머리를 1회 때렸습니다. A가 D (E는 오기로 보인다)의 오른손을 잡고 놓아주지 않으니까 어깨를 물어버렸고 그가 계속하여 달려들기에 파출소로 가자고 하여 함께 파출소로 갔습니다.”는 것인바, 위 진술과 같은 사정, 특히 피고인이 먼저 피해자 등에게 위 진술과 같은 욕설을 한 잘못이 있기 때문에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해자 등으로부터 핸드백과 하이힐 등으로 얻어맞게 되었고 그 때문에 별다른 대항을 못했다고 보는 것이 도리어 사리에 맞다고 하겠다.

또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한 경위가 원심의 인정과 같다는 자료는 찾을 수 없고, 오히려 의사 I 작성의 진단서 기재와 위 F 및 E의 각 경찰 진술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위와 같이 얻어맞고 이마에서 피까지 흐르게 되자 그를 파출소까지 끌고 감을 빙자하여 그의 손을 잡아 비튼 것임을 넉넉히 알 수 있다.

사실관계가 위와 같다면, 이 사건 일련의 행위는 운전사인 피고인이 고객인 가정주부들에게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은 데서 비롯된 것이라 할 것이고, 그 때문에 입은 상처를 고발하기 위해 파출소로 끌고 감을 빙자하여 피해자의 손목을 잡아 비튼 피고인의 행위를 가리켜 사회통념상 용인될만한 상당성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원심판결에는 증거 없이 또는 신빙성 없는 증거로 경험칙에 반하는 사실을 인정하였거나 형법 제20조 소정의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상원(재판장) 박우동 윤영철 박만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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