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20구합65296 집회제한 고시 처분 취소
원고
갑
피고
종로구청장
변론종결
2021. 10. 29.
판결선고
2021. 12. 17.
주문
1. 이 사건 소를 각하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의 2020. 5. 26․자 서울특별시 종로구고시 제2020-64호를 취소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2020. 5. 12. 종로경찰서장에게 2020. 5. 14. 00:00부터 2020. 6. 12. 23:59까지 서울 종로구 A사 본사 서쪽 인도 및 2개 차로, 남쪽 인도 및 1개 차로, 같은 구 삼청로 OO 인도 및 차로 1개 차로, 같은 구 세종대로 209 정부서울청사 앞 인도에서 '코로나19 빌미 00 부당·불법 정리해고 철회 촉구 결의대회'의 집회를 개최하고자 한다는 옥외집회신고서를 제출하였다. 종로경찰서장은 같은 날 개최일시를 2020. 5. 15. 00:00부터 2020. 6. 11. 23:59까지로, 개최장소를 위 A사 서쪽, 남측 인도로 하는 옥외집회신고서 접수증을 교부하였다.
나. 피고는 2020. 5. 26. 아래와 같이 집회 개최를 제한하는 내용의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집회제한고시(서울특별시 종로구고시 제2020-64호, 이하 '이 사건 고시'라고 한다)를 서울시 종로구 홈페이지에 게재하여 공고하였다.
1. 집회제한 장소 ○ 종로1가 ~ 종로 6가 주변 도로 및 인도 ○ 대학로 일대(이화사거리 ~ 혜화로터리, 마로니에공원 및 주변 도로와 인도) ○ 우정국로 ~ 안국동로터리 주변 도로 및 인도 ○ 종로구청 앞 ~ 종로구청 입구 교차로 주변 도로 및 인도 ○ 종로구청 앞 ~ 조계사 앞 교차로 주변 도로 및 인도 ○ 기타 종로구 홈페이지를 통해 고지하는 관내 장소 2. 적용기간: 2020년 5월 26일 00시부터 감염병 위기 경보 심각단계 해제 시까지 3. 금지내용: 집회금지장소 내 일체의 집회·시위 등 집합행위 금지 4. 위반 시 처벌: 위반한 집회 주최자 및 참여자 대상 300만 원 이하의 벌금(감염병 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80조 제7호) 5. 공공의 안전 또는 복리를 위하여 긴급히 처분을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 사전통지를 생략합니다(행정절차법 제21조 제4항 제1호). 6. 이 고시는 고시한 날부터 시행합니다. |
다. 이 사건 고시로 인하여 원고는 2020. 5. 26.부터 집회를 개최할 수 없게 되었다.
라. 피고는 2020. 7. 6. 이 사건 고시의 대상 지역에 서울 종로구 율곡로2길 도로 및 주변 인도, 같은 구 율곡로(율곡로2길 만나는 지점 ∼ 경복궁교차로), 같은 구 종로1길(경복궁교차로∼종로소방서) 도로 및 주변 인도, 같은 구 종로5길(케이트윈타워∼종로소방서) 도로 및 주변 인도, 같은 구 삼봉로(미국대사관∼청진파출소) 도로 및 주변 인도를 추가하였다.
마. 피고는 2021. 10. 29. 이 사건 고시에 따른 집회제한을 2021. 11. 1.부로 모두 해제하기로 하는 결정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3, 10호증, 을 제18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 주장의 요지
① 이 사건 고시는 적법하게 신고된 집회에 관하여 경찰이 집회금지사유가 없다고 판단한 경우에도 이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② 피고가 지정하는 장소 어디에서든 집회의 자유 행사가 전면 금지되며, 금지되는 기간도 언제까지인지 특정할 수가 없다.
③ 이 사건 고시는 일체의 예외를 두지 않고 제한이 아닌 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④ 이 사건 고시는 금지되는 집합행위의 의미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지 않아 명확성 원칙에 위반된다.
나. 피고는 이 사건 고시가 목적 달성에 필요한 것이었는지에 관하여 사실관계를 오인하였고, 감염병 예방이 아니라 원고가 신청한 집회를 막기 위한 목적에서 이 사건 고시를 하였으며, 이 사건 고시는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였다. 따라서 재량권 일탈·남용의 위법이 있는 이 사건 고시는 취소되어야 한다.
3.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4. 소의 적법 여부에 관한 판단
가. 행정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에서, 비록 행정처분의 위법을 이유로 취소 판결을 받더라도 그 처분으로 발생한 위법상태를 원상으로 회복시킬 수 없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그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대법원 2007. 7. 19. 선고 2006두19297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6. 6. 10. 선고 2013두1638 판결 등 참조).
나. 그런데 이 사건 고시는 이 사건 소가 제기된 이후인 2021. 11. 1. 폐지된 사실과 원고가 개최하였던 옥외집회의 개최일시가 2020. 6. 11.까지였던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따라서 확정적으로 해제된 이 사건 고시는 과거의 법률관계에 관한 것으로서 원고가 이 사건 고시를 취소한다는 판결을 받더라도 이 사건 고시가 존속하는 기간 동안 제한받았던 집회의 자유가 원상회복된다고 볼 수 없고, 그 밖의 법률상 이익 또한 잔존한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고시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은 소멸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게 되었다.
다. 다만, ‘집회의 자유’는 헌정(憲政) 민주주의 사회에서 헌법상 특별한 보호의 대상이 되는 표현의 자유가 실질적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하는 핵심적 기본권이다. 그런데 이러한 집회를 통해 관철하고 싶은 주장이나 공론장에 알리고자 하는 의사표현의 내용은 집회가 열리는 장소와 불가분적인 관계에 있을 수밖에 없다. 즉 누군가에게 집단적인 의사표현을 하고자 하는 경우에, 그 의사표현이 이루어지는 장소는 결국 그 의사표현을 듣기를 원하는 대상이나 청자(聽者)를 고려하여 선택될 수밖에 없고, 나아가 집단적 의사표현이 ‘항의’의 의사표시라면 그 항의를 위하여 선택된 장소는 그 자체로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게 될 뿐 아니라, 그 장소에서 집단적 의사표현이 이루어질 수 없다면 실질적으로는 그 의사표현이 별다른 의미가 없게 되거나 사실상 집회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이 침해될 수도 있게 된다. 이와 같이 집회의 자유와 그 집회가 이루어지는 장소는 집단적 의사표현의 주요한 내용을 이루거나 본질적 부분을 구성할 수도 있게 된다. 결국 집회의 장소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는 집회의 자유의 핵심적 내용 중 하나가 된다.
그런데 원고가 개최한 집회는 최근까지 계속하여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었던 ‘아시아나 케이오’ 정리해고에 관하여 이의제기를 하는 것이어서, A사 근처로 집회 장소가 지정된 것은 매우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 즉 A사 측은 원고 측이 집단적 의사표현을 전달하고 항의하고자 하는 핵심적 상대방이 되므로, 결국 위 집회 장소는 원고 측 집단적 의사표현 개최하려는 ‘집회의 자유’의 핵심적이고 실효적인 구성부분이 된다. 나아가 원고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개최장소 등에 관하여 적법한 옥외집회신고를 하여 집회를 개최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이러한 구체적․개별적 사정에 대한 어떠한 여지도 두지 아니한 채 위 집회 장소를 포함하여 그 일대에 대하여 전면적․일률적으로 이 사건 고시를 통해 집회를 금지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고시 중 위 집회 장소 일대와 관련한 부분은 적어도 원고에 대하여는 위법하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점을 명확하게 밝혀두기로 하며, 이를 반영하여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는 것으로 정한다.
5.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소를 각하하되, 피고가 소송비용을 부담하도록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