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21아12380 집행정지
신청인
*
피신청인
서울서초경찰서장
결정일
2021. 9. 24.
주문
1. 피신청인이 2021. 9. 7. 신청인에게 한 옥외집회금지처분의 효력을 서울행정법원 2021구합78695 옥외집회금지통고처분취소 사건의 판결 확정시까지 정지한다.
2. 신청비용은 피신청인이 부담한다.
신청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기초 사실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다음 각 사실이 소명된다.
가. 정부는 수도권의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에 따라 2021. 7. 12.부터 2021. 10. 3.까지 수도권에서 새로운 거리두기 4단계(다음부터는 '거리두기 4단계'라 하고, 1인 시위를 제외한 모든 집회·시위가 금지된다, 거리두기 단계별 수칙의 구체적인 내용은 별지 기재와 같다)를 시행 중이다. 서울특별시장은 2021. 7. 12. 서울시 전 지역에서 1인 시위를 제외한 모든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고시를 한 후 금지기간을 연장하여 오다가 2021. 9. 3. 금지기간을 2021. 10. 4.까지 연장하였다(서울특별시고시 제2021-497호, 다음부터는 '이 사건 고시'라 한다).
나. 신청인은 2021. 9. 6. 피신청인에게 아래와 같은 내용의 집회(다음부터는 포괄하여 '이 사건 집회'라고 한다)를 신고하였다.
1. 개최일시: 2021. 9. 11. 07:00부터 ~ 2021. 10. 5. 23:59(매주 토 12:00~17:00) 개최장소: 서울 강남역 10번출구 우리은행 앞 인도 및 하위 1개 차로 개최목적: 주최자: 원고 참가예정단체·인원: , 9명 방법: 입장 시 발열체크, 손소독, 마스크 착용 필수, 비닐장갑 무료 제공, 연사 초청 및 시민 자유발언, 구호제창 2. 개최일시: 2021. 9. 13. 07:00부터 ~ 2021. 10. 5. 23:59 개최장소: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 224 더바인웨딩홀 옆 인도 및 하위 1개 차로 개최목적: 주최자: 원고 참가예정단체·인원: , 9명 방법: 입장 시 발열체크, 손소독, 마스크 착용 필수, 비닐장갑 무료 제공, 연사 초청 및 시민 자유발언, 구호제창 |
다. 피신청인은 2021. 9. 7. 신청인에게 거리두기 4단계와 이 사건 고시 등에 기초하여 이 사건 집회가 개최될 경우 참석자 간 감염으로 코로나19가 지역사회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 공공의 안녕 질서에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하다는 사유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항 제2호, 제8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이 사건 집회 금지 통고(다음부터는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를 하였다.
2. 판단
모든 국민은 집회의 자유를 가지고, 집회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않는다(헌법 제21조 제1, 2항). 집회의 금지는 집회의 자유를 보다 적게 제한하는 다른 수단, 즉 조건을 붙여 집회를 허용하는 가능성을 모두 소진한 후에 비로소 고려될 수 있는 최종적인 수단이고,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경우에도 그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헌법 제37조 제2항). 다른 한편,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고(헌법 제36조 제3항), 감염병으로 인한 국민 건강의 보호 또한 경시되어서는 아니 되나, 집회의 자유는 표현의 자유의 하나로서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므로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의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9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감염병 예방을 위해 집회를 제한하는 경우에도 감염병 확산 우려가 있음이 합리적인 근거 등에 의하여 객관적으로 분명하게 예상될 때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29만 명을 초과하고 위중증 환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잇따른 변이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집회의 자유에 대한 어느 정도 제한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2020. 2. 23. 코로나19 위기경보가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된 이래, 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한 격리치료와 역학조사, 감염 우려자에 대한 추적·관리, 확진자 방문 장소 및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방역활동 등 코로나19 통제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고, 이후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 정보가 공유되고 새로운 mRNA 방식 등에 기초하여 몇 종류의 백신이 개발되어 2021. 9. 24. 현재 우리나라의 백신접종률이 44%이며(1차 접종을 기준으로 할 경우 72.3%), 코로나19와의 공존 이른바 '위드코로나'의 점진적 추진이 검토되고 있다. 또한 그동안축적된 감염 사례의 추적·관찰을 통하여 방역 당국은 감염 위험이 높은 장소, 행위 등을 선별하여 시설의 종류, 이용시간, 수용인원과 면적 등을 세분하여 단계별 수칙을 구체적으로 정함으로써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와 기본권 행사의 조화를 도모하고 있다.
그런데 거리두기 4단계 중 집회에 관한 부분과 이 사건 고시는 집회에 관하여는 방역활동에 따라 축적된 경험과 정보에 따라 세분하여 단계별 수칙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아니한 채 기간·시간·규모·방법 등과 무관하게,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등의 방역 수칙 준수·백신접종 완료 등과도 무관하게 서울 전역에서 일체의 집회를 금지하고 있다(백신접종을 완료한 2명이 서울 어디에서건 서로 2m의 거리를 둔 채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방역수칙을 준수하면서 현수막을 게시하고 피켓만을 들고 진행하는 집회도 금지된다). 감염병 예방을 고려하더라도 집회의 전면 금지는 허가를 넘어서는 본질적인 내용의 침해라 할 수 있어 위헌 무효이다. 집회시간과 장소, 규모, 방법 등을 개별적, 구체적으로 살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와 조화를 이루면서도 필요한 최소한 범위 내에서 집회를 제한하여야 한다.
피신청인은 신고범위를 벗어나는 집회에 대한 해산명령 등을 할 수 있고(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20조), 집회와 공공의 질서 유지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최소한의 범위를 정하여 질서유지선을 설정하여(같은 법 제13조 제1항) 집회 규모의 확산 및 불특정 다수와 접촉 등의 방지를 도모할 수 있다. 신청인에게 집회시간 및 장소, 규모, 방법 등에 관하여 감염병 예방을 위한 구체적인 조건을 부과하여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와 집회의 자유 사이에 조화를 꾀할 수도 있다. 더욱이 신청인은 실외에서 참가인원 9명으로 '입장 시 발열체크, 손 소독, 마스크 착용, 비닐장갑 제공'의 방법으로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하여 이 사건 집회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신고하였다. 신고한 참여인원 및 방법, 신고한 집회장소에 질서유지선을 설정하여 집회공간을 분리할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감염병 확산 우려가 객관적으로 분명하게 예상된다고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피신청인은 거리두기 4단계 중 집회에 관한 부분과 이 사건 고시(집회의 전면금지가 위헌 무효임은 앞에서 보았다)에 근거하여 집회의 자유에 대한 필요한 최소한 범위의 제한방법에 관한 고려 없이 이 사건 집회에 관하여 금지 통고하였다.
신청인은 이 사건 처분으로 신고한 집회를 할 수 없으므로 그 효력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가 있고, 이 사건 집회의 규모와 방법이 피신청인의 행정력 범위를 넘는 용인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보이지 않는 사정을 고려할 때 집행정지가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3. 결론
이 사건 신청은 이유 있어 인용하기로 한다.
2021. 9.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