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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7.6.29.선고 2016도4122 판결
뇌물수수
사건

2016도4122 뇌물수수

피고인

A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법무법인(유한) 바른

담당변호사 박일환, 이철규, 송현주

원심판결

대구고등법원 2016. 3. 17. 선고 2015노202 판결

판결선고

2017. 6. 29.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정하다

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이와 같은 증명

이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유죄로 판단할 수는 없다

금품 수수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에서 금품 수수자로 지목된 피고인이 수수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이를 뒷받침할 금융자료 등 객관적 물증이 없는 경우에 금품을 제공하

였다는 사람의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진술이 증거능력이 있

어야 함은 물론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한 신빙성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신빙성이

있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그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 객관적 상당성, 전후의 일관성 뿐

만 아니라 그의 인간됨, 그 진술로 얻게 되는 이해관계 유무, 특히 그에게 어떤 범죄의

혐의가 있고 그 혐의에 대하여 수사가 개시될 가능성이 있거나 수사가 진행 중인 경우

에는 이를 이용한 협박이나 회유 등의 의심이 있어 그 진술의 증거능력이 부정되는 정

도에까지 이르지 않더라도 그로 인한 궁박한 처지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진술에 영향

을 미칠 수 있는지 등도 아울러 살펴보아야 한다(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5도

11428 판결 참조).

2.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B군의 군수로 근무하던 2009. 8. 30. 구미

시 G에 있는 H 2층 라커룸에서, B군이 발주한 공사대금 38억 원 상당인 'I 도로확장공

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를 시공 중이던 D 주식회사 실질적 대표 C으로부터 '이

사건 공사의 예산 확보 및 집행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취지로 제공

하는 현금 500만 원을 교부받고, 같은 날 골프장 이용료, 식사비용 등 237,500원 상당

의 골프 접대를 받아 그 직무에 관하여 합계 5,237,500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하였다는

것이다.

원심은, ① C이 피고인에게 돈을 주고 피고인의 골프장 이용료 등을 대신 지급하였

다고 일관되게 진술할 뿐만 아니라, 돈을 마련하고 교부한 방법이나 장소에 관한 C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상세한 점, ② 돈을 전달할 때 C과 피고인이 한 대화의 내용, 피고

인이 돈이 든 봉투를 받아 넣어둔 장소, C이 당일 점심식사 시 피고인에게 한 청탁의

내용 등에 관한 C의 경찰, 검찰, 법정에서의 각 진술이 서로 다르기는 하나, 시간의 흐

름에 따른 기억력의 한계로 인한 것이거나 사소한 차이에 불과하여 C 진술의 신빙성

을 부정하기는 어려운 점, ③ C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D 주식회사의 현금출납장에

2009. 8. 28. 대표이사가 경비로 600만 원을 출금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고, 2009. 8.

30. 골프장 이용료가 신용카드 및 현금으로 결제된 내역이 확인되는 등 객관적으로 증

명되는 사실이 C의 진술과 부합하는 점, ④ C이 뇌물공여죄로 처벌받을 위험을 감수하

면서까지 허위로 진술할 이유나 동기를 찾기 어려운 점, 6) 피고인의 주장에 부합하는

듯한 원심 증인 Q, 원심 증인 K의 진술은 믿기 어려운 점 등을 이유로, 이 사건 공소

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3. 원심의 판단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1) 현금출납장 기록에 관하여

C은 D 주식회사의 현금출납장 중 2009. 8. 28.에 인출된 것으로 기재된 600만 원을

피고인에게 뇌물을 공여하는 데 사용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D 주

식회사의 현금출납장 중 2009. 8. 28. 인출된 600만 원의 적요란에 '경비(F지급) 대표

이사'라고 기재되어 있는 사실을 알 수 있다. C은 검찰과 제1심 법정에서 실질적으로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로 D 주식회사 외에 F 주식회사가 있다고 진술하였다. 또한, 위

인출 당시 D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는 T이었는데, C은 경찰에서 T이 2008년 상반기에

자신의 지시에 따라 'U 건립공사'와 관련하여 합계 500만 원을 공사감독관인 V에게 뇌

물로 공여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하였다. C의 위 각 진술과 위 적요란의 기재 내용을

고려할 때, 위 돈이 D 주식회사가 아니라 F 주식회사와 관련하여 지급되었거나, C이

아니라 T이 위 돈을 인출하여 다른 용도로 사용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C은

원심 법정에서, 위 현금출납장 적요란의 기재 내용에 관하여는 경리부에서 하는 일이

라 자신은 알지 못한다고 진술하였다.

이와 같이 위 적요란 기재와 관련하여 불분명한 점이 있으므로, 원심으로서는 그 경

위에 관하여 추가로 심리한 후, 위 인출된 돈을 피고인에 대한 뇌물공여에 사용하였다.

는 C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였어야 한다.

(2) 돈을 전달한 장소와 시점에 관하여

피고인과 C의 관계에 대하여, C은 B군 군수실에서 이미 한 번 피고인을 만난 적이

있어 골프 당일 피고인을 두 번째 만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피고인은 군수

실 내방인사카드에 방문자를 모두 기록하는데 C이 방문한 기록이 없고 골프 당일 C을

처음 만났으며, C과 함께 골프를 하게 된 것도 당초 골프를 하기로 하였던 Y가 참석하

지 못하게 되자 K이 Y 대신 C을 참석하게 하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C의 진술을

그대로 믿는다고 하더라도, C이 군수실에서 피고인을 1회 만나 잠시 인사를 나누었을

뿐이라는 것이므로, 피고인과 C이 골프 당일까지도 잘 아는 사이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C의 진술은, 당일 피고인을 만나 골프를 하기도 전에 라커룸에서 돈

이 든 봉투를 피고인에게 전달하였고, 피고인이 이를 선뜻 받았다는 것이다.

라커룸은 공개된 장소로서 뇌물을 주기에는 일반적으로 부적당한 곳일 뿐만 아니라,

C이 피고인과 서로 잘 모르는 상황에서 골프를 하기도 전에 공개된 장소에서 돈 봉투

부터 전달하였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C은 언제라도 기회가 되면 피고인에게 돈을

전달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라커룸에 다른 사람이 없어서 돈을 전달한 것이라

고 주장하나, 라커룸이 공개된 장소로서 일반인의 눈에 띄기 쉬울 뿐만 아니라 실제로

당일 골프를 함께 한 L와 K 및 피고인의 수행비서 Q가 드나들었거나 드나들 수 있었

던 곳인 점과 피고인과 C의 관계를 고려할 때, 합리적인 설명이라고 보기 어렵다.

원심으로서는 뇌물공여의 장소나 시점에 관한 C의 진술에 합리성이 있는지에 관하

여 피고인의 주장을 참작하여 추가로 심리한 후 C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였어야 한

다.

(3) C 진술의 불일치에 관하여

C은 경찰에서부터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고인에게 돈 봉투를 전달할 때 자신이

한 말과 이에 대한 피고인의 반응 및 점심식사 시 자신이 청탁한 내용에 대하여 진술

하였는데, 각 진술 사이에 다음과 같은 차이가 있다.

① C은 당초 경찰에서, 라커룸에서 돈 봉투를 전달하면서 자신이 "잘 부탁드립

니다."라고 말하자 피고인이 "알았다." 또는 "고맙다."라고 대답하면서 돈 봉투를 옷에

넣었고, 골프 후 점심식사를 할 때 자신이 "2010년도 예산 배정을 할 때 조기에 많은

금액이 집행될 수 있도록 부탁드립니다."라고 청탁하였다고 진술하였다. C은 그 후 경

찰 조사에서는, 피고인이 돈 봉투를 어디에 넣었는지 보지 못하였다고 진술을 번복하

였다.

② C은 검찰에서, 돈 봉투를 전달하면서 자신이 "약소하지만 경비를 좀 준비해

왔습니다."라고 말하자 피고인이 "고맙습니다."라고 대답하면서 돈 봉투를 옷이나 보스

턴백에 넣었고, 점심식사 시 자신이 "2009년도 추경 예산의 여유가 있다면 저희 현장

에 추경 예산을 좀 배정해 주셨으면 합니다."라고 청탁하였다고 진술하였다.

③ C은 제1심 법정에서, 돈 봉투를 전달하면서 자신이 "약소하지만 경비 좀 준

비해 왔습니다."라고 말하자 피고인이 "고맙습니다."라고 대답하면서 돈 봉투를 옷인지

가방인지 모르겠으나 어디엔가 넣었다고 진술하였고, 점심식사 시 자신이 "2009년도

추경 예산을 배정해 달라."는 취지로 청탁한 것이라고 진술하였다. 한편, C은 제1심 법

정에서, 자신이 경찰 조사 시 2009년도 추경 예산 관련 청탁도 하였고 2010년도 예산

관련 청탁도 하였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진술하였다.

④ C은 원심 법정에서, 자신이 돈 봉투를 주면서 한 말을 정확하게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인사차 준비해 왔습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추측한다고 진술하였고, 피고인

에게 청탁한 내용과 관련하여서는 '2009년도 추경 예산에 반영해 달라고 부탁하면서,

그것이 안 되면 2010년도 예산에 반영해 달라.'는 취지로 말하였다고 진술하였다.

C의 진술 취지는, D 주식회사의 공사와 관련하여 조기에 많은 예산을 배정받기 위하

여 현직 군수인 피고인에게 뇌물을 전달하였다는 것이므로, C이 피고인에게 청탁한 내

용이나 돈을 받을 때 보인 피고인의 반응은 청탁을 하는 C의 입장에서는 당일 있었던

사건 중 가장 중요한 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만약 C의 주장대로 피고인에게

뇌물을 공여한 것이 사실이라면, C이 위 관련 내용을 기억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청탁 내용이나 피고인의 반응과 관련한 C의 각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각 진

술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점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그리고 피고인이 돈을 받아서

어디에 넣었는지와 같은 단순한 사실에 관하여조차 진술이 엇갈리는 이유도 쉽게 납득

할 수 없다. 원심으로서는 C의 각 진술이 불일치하는 점에 대하여 납득할 만한 사정이

있는지를 추가로 심리한 후 그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였어야 한다.

(4) 추가경정예산의 편성 및 집행 여부에 관하여

피고인은 이 사건 공사와 관련한 예산을 군 시책에 따라 편성하고 집행하였을 뿐이

며 C의 청탁을 받았거나 그 청탁을 들어준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C은 골

프 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추가경정예산이 배정되지는 않았으나 이후 피고인에게 이

사건 공사와 관련하여 연락하거나 피고인과 만난 적이 없다고 진술하였다. 이와 같은

사정은 C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사항이므로, 원심으로서는 이를 반영하

여 C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였어야 한다.

(5) 허위 진술의 동기에 관하여

기록에 의하면, C이 다른 뇌물공여 사건으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이 사건 공소사

실과 관련한 진술을 한 점, C이 그 조사 과정에서 다른 여러 건의 뇌물공여 사실을 진

술한 점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이미 다른 뇌물공여 사건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었으므로, C이 궁박한 처지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사실과 다르게 진술하였을 가

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 수사 당시 C이 뇌물을 공여하였다고 진술한 상대방 중 한

국농어촌공사 직원 X은 C으로부터 2011. 12, 29. 3,000만 원을 받았다는 것을 공소사

실로 하여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죄로 기소되었으나, C의 진술이 합

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큼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무죄 판결을

선고받았고(대구지방법원 2015. 10. 7. 선고 2014고합729 판결), 검사의 항소 및 상고

가 기각되어 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원심으로서는 위와 같은 사정을 참작하여 C에게 궁박한 처지에서 벗어나기 위한 동

기가 없었는지를 추가로 심리한 후 C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였어야 한다.

(6)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

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객관적 물증이 없는 뇌물수

수죄 사건에서 금품제공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였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있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고영한

대법관김창석

주심대법관조희대

대법관박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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