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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법 1998. 2. 25. 선고 96가합32282 판결 : 항소기각
[손해배상(기) ][하집1998-1, 91]
판시사항

사고 자동차가 정면 내지 전방 30°이내에서 장애물과 충돌한 사실을 단정하기 어려운 경우, 일반적으로 에어백은 정면 내지 전방 30° 이내를 벗어나 자동차에 충격이 가해지는 경우에는 충격시의 속도와 관계없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에 비추어, 에어백의 설계·제조상의 하자로 인한 자동차 제조회사의 손해배상책임을 부인한 사례

판결요지

에어백은 작동원리상 정면 충돌 내지 정중앙에서 좌우 30°이내의 정면 유사 충돌시에만 작동하고 일반적인 추돌, 측면충돌, 전복과 추락, 부분적 충돌과 경사 방향의 충돌, 보도턱 또는 노면 돌출부의 충돌시에는 충격시 속도와 관계없이 작동하지 않으므로, 사고 자동차가 사고 당시 최초로 배수로턱을 정면 충격하였다고 볼 수 없고 다만 좌측 전면 모서리 부위로 급커브표지판과 화단벽을 차례로 충격하였다고 보여지는 경우,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위 사고 자동차가 사고 당시 정면 내지 전방 30° 이내의 범위에서 급커브표지판 등을 충격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사고 당시 위 승용차가 고속으로 주행하였다는 사정이나 위 자동차의 전면 유리 부분에 남아 있는 충격의 흔적, 그리고 피해자의 사망 원인을 들어 위 승용차에 장착되어 있던 에어백에 설계, 제조 또는 부착상의 결함이 있었다고 추인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이유로, 자동차 제조회사의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한 사례.

참조조문
원고

신은정 외 8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안원모 외 1인)

피고

대우자동차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유영상 외 3인)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 신은정에게 금 219,341,999원, 원고 이수진, 이동현에게 각 금 142,894,615원, 원고 이석태, 강용선에게 각 금 5,000,000원, 원고 이미은, 이원만, 이정민, 이정무에게 각 금 3,000,000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1996. 3. 4.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푼,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각 지급하라.

이유

1. 기초 사실

다음과 같은 사실은 갑 제1, 2, 4, 5, 6, 15호증, 을 제1호증의 3, 4, 14, 15, 을 제6호증의 1, 을 제7호증, 을 제8호증의 1, 2(다만 뒤에서 배척하는 부분 제외)의 각 기재와 증인 차성한, 공성호의 각 증언, 수명법관의 1997. 10. 5.자 현장검증결과 및 감정인 차성한의 감정결과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고 이에 어긋나는 갑 제7호증의 1, 2, 을 제8호증의 1, 2의 각 일부 기재와 증인 한상록, 홍성민의 각 일부 증언은 선뜻 믿기 어려우며 달리 반증 없다.

가. 소외 이원호(이하 소외인이라 한다)는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은 교통사고로 인하여 사망한 자이고, 원고 신은정은 그의 처, 원고 이수진, 이동현은 그의 자녀들이며, 원고 이석태, 강용선은 그의 부모이고, 원고 이미은, 이원만, 이정민, 이정무는 각 그의 형제자매들이다.

나. 소외인은 1994. 4.경 피고 회사가 제조·판매한 경북 3나2000호 아카디아 승용차를 소외 신창기업 주식회사 명의로 구입하였는바, 1996. 3. 4. 00:05경 친구인 소외 이상윤을 조수석에 태우고 위 승용차를 운전하여 경주시 천북읍 신당리 소재 신당 2 커브 편도 2차선 도로상을 경주 방면에서 포항 방면으로 1차선을 따라 진행하던 중 우선회 곡선 구간에 이르러 주의를 다하지 아니하고 핸들을 조작하는 바람에 위 승용차가 차도를 이탈하면서 도로 우측변에 위치한 약 1m 너비의 배수로턱을 지나 그대로 진행하여 배수로와 맞닿은 약 3.2m 폭의 화단 안쪽으로 세워져 있던 급커브표지판(노견봉)과 가로수 및 화단벽 등을 차례로 충격하였고, 그 과정에서 차량이 전복되기에 이르렀으며, 위 사고로 인하여 위 이상윤은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좌측 흉부, 좌측 슬부, 우측 하퇴부 다발성 좌상 및 찰과상 등의 상해를 입었고, 한편 소외인은 얼굴, 배, 좌측 손목 부위의 찰과상 및 횡경막 파열, 혈흉 등의 상해를 입고 그 자리에서 사망하고 말았다.

다. 그런데 위 사고 당시 위 아카디아 승용차 운전석에 설치되어 있었던 에어백은 작동하지 아니하였다.

라. 에어백(Supplemental Restraint System Air-bag의 약자, 통상 에어백이라고 한다)은 자동차 충돌시 그 충격력을 감지하는 감응장치가 일정한 충격력에 이를 경우 순간적으로 압축가스를 방출함으로써 공기주머니인 에어백이 핸들과 운전자 사이에서 부풀어 오르면서 운전자의 얼굴과 가슴 등에 대한 충격을 완화시켜 부상의 위험이나 정도를 감소시키도록 고안된 2차 충격 흡수 안전장치인바, 충격 방향, 충격시 속도, 충격 물체 등에 따라 감응장치에 전달되는 충격력이 달라지는 결과 측면충돌이나 전복, 추락 또는 뒤의 차량에 추돌되는 경우, 소형차량이 대형차량 밑으로 파고 드는 경우 등에는 일반적으로 충격력이 정상적으로 감응장치에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충격시 속도와 관계없이 에어백이 작동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 위 아카디아 승용차에 설치되어 있던 에어백은 충돌에 의한 충격력을 기계식 감응장치로 감지하는 기계식 작동원리를 취하고 있는바, 구체적으로는 운전석과 조수석의 발판 아래에 2개의 좌, 우측 대쉬센서(Dash Sensor)가, 운전석과 조수석의 등판 사이에 카울센서(Cowl Sensor)가 각 장착되어 있고, 그 중 카울센서는 차량충돌시 2G(Gravity, 중력가속도) 이상의 충격이 센서에 전달되면 에어백을 작동시키며, 대쉬센서는 정면으로부터 12G 이상의 충격(시속 25㎞/h의 속도로 고정벽에 정면 충돌할 경우 받게 되는 충격력에 해당한다)을 받으면 중량추가 미끄러지면서 에어백을 작동시키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러한 작동원리에 따라 위 아카디아 승용차의 경우 정면 충돌 내지 정중앙에서 좌우 30°이내의 정면유사 충돌시에만 에어백이 작동하고, 일반적인 추돌, 측면충돌, 전복과 추락, 부분적 충돌과 경사 방향의 충돌, 보도턱 또는 노면 돌출부의 충돌시에는 충격시 속도와 관계없이 에어백이 작동하지 아니한다.

2. 원고들의 주장 및 이에 관한 판단

가. 원고들은 먼저, 이 사건 사고 당시 위 아카디아 승용차는 시속 130㎞ 이상의 고속으로 주행하고 있었던 점, 위 승용차의 전면 유리 부분에는 소외인의 머리가 부딪힌 흔적이 남아 있는 점, 소외인은 이 사건 사고로 안면 부위에 찰과상을 입었을 뿐만 아니라 가슴 부위에 충격을 받은 결과 횡경막파열 및 혈흉을 원인으로 사망하게 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사고 당시 위 아카디아 승용차는 사고 지점의 배수로의 좌측 부분이 경사로 인하여 오른쪽 부분에 비하여 더 높은 상태였던 관계로 앞바퀴가 약 10㎝ 가량 위 배수로턱에 걸리면서 이를 강하게 1차 정면 충격하였고, 이어 차례로 급커브표지판 및 화단벽을 정면 내지 적어도 전방 30°이내 범위에서 강하게 충격하였음이 분명한바, 이와 같은 충격방향 및 충격력에도 불구하고 위 승용차 운전석에 설치된 에어백이 작동하지 아니함으로써 그 결과 위 승용차를 운전하고 있던 소외인이 사망하기에 이르는 치명적인 결과가 발생하였으므로 위 에어백이 장착된 승용차를 제조, 판매한 피고는 위와 같은 에어백의 설계, 제조상 또는 부착상의 결함으로 인하여 소외인 및 그와 가족관계에 있는 원고들이 입은 재산적, 정신적 손해배상으로서 청구취지 기재 각 금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먼저 이 사건 사고 당시의 상황에 관하여 살피건대, 갑 제6호증, 을 제6호증의 1, 2, 을 제8호증의 1, 2(다만 뒤에서 배척하는 부분 제외)의 각 기재와 증인 차성한, 한상록의 각 증언(다만 증인 한상록의 증언 중 뒤에서 배척하는 부분 제외), 수명법관의 1997. 10. 5.자 현장검증결과 및 감정인 차성한의 감정결과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위 승용차의 좌측 앞뒷바퀴에 의하여 발생된 요마크(yawmarks)가 진행 1차선 노면에서부터 우곡선을 이룬 상태로 우측 노견까지 이어져 있는 사실, 도로 우측변에 위치한 배수로턱은 도로와 거의 수평을 유지하고 있고 배수로의 안쪽 벽부분에는 위 승용차의 바퀴가 부딪힌 흔적이 남아 있으며 위 승용차의 타이어 및 차체 밑 부분에도 끌린 흔적이 남아 있는 사실, 위 승용차는 전면 좌측 모서리 부위가 심하게 압궤되어 있으며 좌측 전조등과 방향지시등이 깨어져 있고 좌측 하체 부위의 판넬이 집중적으로 손상되어 찢겨져 있는 사실, 위 배수로턱으로부터 위 승용차가 진행한 좌측 방향으로 약 30 내지 40㎝ 정도 떨어져 땅속에 박혀 있던 급커브표지판(쇠로 된 파이프가 시멘트콘크리트 받침대에 박혀 있고 위 받침대가 땅속에 묻혀 있다)이 위 승용차와의 충격으로 땅 위로 뽑혀져 있는 사실, 위 승용차의 좌측 앞문 부위는 손상되지 않았으나 뒷문 중간 부분이 굴곡되면서 차체 안쪽으로 밀려 들어가 있는 사실, 배수로에서 약 1.4m 떨어진 곳에 세워져 있는 가로수가 위 승용차와의 충격으로 부러져 있으며, 배수로턱으로부터 약 3.3m 떨어져 있는 화단벽에는 위 승용차에서 흘러 나온 기름으로 인하여 검은 흔적이 남아 있는 사실, 위 승용차는 전면에서 보아 범퍼레일 오른쪽 끝부분이 뒤로 약간 우그려져 있고 페인트칠이 벗겨져 있는 외에는 전면 부위에 충격을 받은 흔적이 없으며 승용차의 전면 하단에 장착되어 에어백 센서에 충격을 전달하도록 되어 있는 사이드프레임이 뒤로 꺾여 밀려 있거나 파손된 흔적이 보이지 않고 매우 양호한 상태로 남아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에 어긋나는 갑 제7호증의 1, 2, 을 제8호증의 1, 2의 각 기재와 증인 홍성민의 증언은 선뜻 믿기 어려우며 달리 반증 없는바, 위 인정 사실들을 종합하여 볼 때 위 아카디아 승용차는 사고 당시 우선회 곡선 구간에 이르러 도로를 이탈하면서 도로 우측변에 위치한 배수로턱을 지나 그대로 진행하여 위 승용차의 전면 좌측 모서리 부위가 위 급커브표지판과 최초 충격하였고, 계속 우선회하여 좌측 뒷문 부위가 가로수와 충격하였으며, 그로 인하여 차량이 전체적으로 반시계방향으로 선회하면서 다시 좌측 앞 모서리 부위가 화단벽에 부딪혀 이번에는 시계방향으로 선회하려는 힘을 받게 되고 이러한 과정에서 위 승용차가 전복되어 최종 정지하였다고 추정할 수 있다.

따라서 위 아카디아 승용차가 원고들 주장과 같이 사고 당시 최초로 배수로턱을 정면 충격하였다고 볼 수 없고, 다만 아카디아 승용차는 사고 당시 좌측 전면 모서리 부위로 급커브표지판과 화단벽을 차례로 충격하였다 할 것인데 위 인정 사실들에 비추어 볼 때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위 아카디아 승용차가 사고 당시 정면 내지 전방 30°이내 범위에서 위 급커브표지판 등을 충격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위에서 배척한 증거 외에는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뚜렷한 증거가 없다.

또한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에어백이 작동할 수 있는 방향을 벗어나 자동차에 충격이 가해지는 경우에는 충격시의 속도와 관계없이 에어백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여 볼 때 이 사건 사고 당시 위 아카디아 승용차가 고속으로 주행하였다는 사정이나 위 승용차의 전면 유리 부분에 남아 있는 충격 흔적, 그리고 소외인의 사인을 들어 위 아카디아 승용차에 장착되어 있던 에어백에 설계, 제조상 또는 부착상의 결함이 있었다고 추인하기에 부족하므로 결국 원고들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하겠다.

나. 원고들은 또한, 위 아카디아 승용차의 매도인인 피고로서는 고객으로 하여금 제품에 관한 정확한 사전 지식을 가지고 매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고객에게 그 제품에 관하여 정확한 정보와 자료를 제공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외인에게 아카디아 승용차를 판매하면서 위 승용차에 설치되어 있는 에어백은 일정한 충격방향 및 충격력이 가해지는 경우에만 작동하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사실에 관하여는 전혀 설명하지 아니하고 막연히 다른 회사가 제작·판매하는 승용차에 부착되어 있는 것보다 성능이 좋은 에어백이라고 하여 소외인으로 하여금 위 에어백의 안전성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위 아카디아 승용차를 매수하게 함으로써 매매계약상 매도인이 지켜야 할 신의칙상 의무를 위배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원고들이 주장하는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피고가 매도인으로서 지켜야 할 신의칙상 주의의무를 위배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들의 위 주장 역시 받아들이기 어렵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각 청구는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이유 없다 할 것이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장용국(재판장) 박형준 김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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