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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07. 6. 19. 선고 2006나9448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원고, 항소인

원고 1외 1인(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대륙 담당변호사 신재영외 1인)

피고, 피항소인

주식회사 유한양행외 1(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화우 담당변호사 김남근외 1인)

변론종결

2007. 5. 1.

주문

1.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 1에게 117,478,397원, 원고 2에게 73,839,445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2003. 12. 9.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호증, 갑 제2호증의 1, 갑 제4호증, 갑 제11호증 내지 갑 제14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다.

가. 당사자 관계

원고 1은 2003. 12. 9. 뇌출혈로 인하여 사망한 망 소외 1(1961. 3. 6.생으로 사망 당시 41세 9개월, 이하 ‘망인’이라 한다)의 남편이고, 원고 2는 망인의 딸이며, 피고 주식회사 유한양행(이하 ‘피고 유한양행’이라 한다)은 페닐프로판올아민(Phenylpropanolamine, 이하 ‘PPA'라고 약칭한다)이 함유된 의약품(감기약)인 ’콘택 600‘의 제조, 판매자이다.

나. 망인의 사망경위

⑴ 망인은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서 언니인 소외 2와 함께 ‘ (상호 생략)’라는 상호로 간이주점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2003. 12. 2. 새벽에 술을 마시다가 뇌출혈로 쓰러져 서울 명지병원으로 응급후송되었다(이하 망인이 뇌출혈로 쓰러져 사망한 사고를 ‘이 사건 사고’라 한다).

⑵ 2003. 12. 2. 명지병원에 도착한 이후 위 병원 의료진이 망인에 대하여 응급개두수술을 시행하였으나, 심한 뇌출혈과 뇌부종으로 인하여 망인은 2003. 12. 9. 사망하였다.

2. 원고들의 주장

가. 피고 유한양행에 대한 주장

⑴ 의약품 제조 및 판매업자인 피고 유한양행은 소비자의 기대수준에 비추어 기대가능한 범위 내의 안전성을 갖춘 제품을 공급할 의무가 있고, 약사법에 의하더라도 국민보건에 위해를 끼칠 염려가 있는 의약품은 제조하지 않을 의무를 부담하고 있는데, 이러한 의무에 위반하여 결함이 있는 의약품인 콘택 600을 제조, 공급하였다.

또한 피고 유한양행은 자신이 공급한 의약품의 안전성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그 의약품의 위험성이 발견되는 경우 그러한 위험성을 방지하기 위하여 소비자들에게 합리적인 설명, 경고를 하고, 다른 대체의약품이 있는 경우 위험한 의약품의 제조, 판매를 중지하고 대체의약품을 제조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데, 2000. 11. 9.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이라 한다)으로부터 PPA 함유 의약품의 제조, 수입, 판매를 자발적으로 중단하여 달라는 통지를 받았으므로, 그 무렵 PPA가 출혈성 뇌졸중의 발생을 증가시킨다는 위험성을 알고 있었음에도, 그러한 위험성에 대하여 적절한 조치도 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

피고 유한양행의 위와 같은 과실로 인해 망인이 콘택 600을 복용하고 출혈성 뇌졸중으로 사망하였으므로, 피고 유한양행은 불법행위책임으로, 설령 과실이 없다고 하더라도 제조물책임법상의 제조, 판매자의 책임으로, 망인과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소비자보호법상 사업자는 소비자에게 제공한 물품 등의 결함으로 인하여 소비자의 생명, 신체 등에 위해를 끼치거나 끼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당해 물품 등을 수거, 파기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음에도, 피고 유한양행은 국내외 연구결과 및 식약청의 권고 등을 통해 2000. 5.경 PPA 함유 의약품인 콘택 600의 위험성을 인식하고도 콘택 600을 계속적으로 제조하면서 수거, 파기하지 않은 위법행위를 하였다. 소비자보호법 제12조 제2항 에 따른 품목별 소비자피해보상기준에 의하면, 의약품의 경우 피해유형이 부작용일 때에는 치료비, 경비 및 임금배상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소비자보호법 및 위 보상규정은 사업자의 고의, 과실을 요건으로 하고 있지 않으므로, 피고 유한양행은 무과실 책임으로, 망인과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보상할 의무가 있다.

⑶ 피고 유한양행은 콘택 600을 제조, 판매함에 있어 “본 제품은 재정경제부고시에 의거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라고 표시하였고, 위 소비자피해보상기준에 의하면 의약품 부작용일 경우에는 치료비, 경비 및 임금배상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원고들이 위와 같이 표시된 콘택 600을 구입함으로써 원고들과 피고 유한양행 사이에는 당해 콘택 600을 정상적으로 사용할 경우에는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것을 보증한다는 취지의 보증계약이 성립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 유한양행은 위 보증계약에 따라 망인과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주장

피고 대한민국 소속 식약청은 외국에서 PPA 함유 의약품의 위험성을 알고 그 제조, 판매를 금지하였음에도, PPA 함유 의약품인 콘택 600을 ‘오, 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하지 않았고, ‘국민보건에 위해를 끼칠 염려가 있는 의약품 등의 제조’를 금지한 약사법 제56조 제11호 를 위반하여 국민보건에 위해를 끼칠 위험이 있는 콘택 600의 제조, 판매를 허용한 과실이 있다. 또한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 이하 ‘미국 FDA'라 한다)에서 정한 기준인 1일 최대 75mg 복용금지라는 기준을 위반하여 1일 최대복용량 100mg을 초과하지 않는 콘택 600에 대하여 유통을 허용하여, 소비자보호법상 소비자들을 위한 위해방지의무를 해태하였고, 소비자의 생명, 신체에 위해를 끼칠 염려가 있는 콘택 600에 대한 수거, 파기 등의 조치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

식약청은 PPA가 출혈성 뇌졸중의 위험성을 증가시킨다는 예일대 연구 이후 PPA 함유 감기약인 콘택 600에 대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바, 식약청이 약사법소비자보호법에서 요구되는 적절한 조치를 하였더라면 망인은 콘택 600을 복용하지 아니하였을 것이고, 그렇다면, 망인은 출혈성 뇌졸중으로 사망하지 않을 수 있었다.

식약청의 위와 같은 약사법, 소비자보호법 위반행위는 국가배상법 제2조 의 ‘공무원이 그 직무를 집행함에 당하여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에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피고 대한민국은 불법행위책임으로, 망인과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3. 피고들에게 공통되는 쟁점에 대한 판단

가. 망인이 이 사건 사고 무렵인 2003. 12. 1. 콘택 600을 복용하였는지 여부

갑 제10호증, 갑 제11호증, 갑 제21호증, 갑 제22호증, 갑 제27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에 의하면, 망인의 남편과 딸인 원고들이 망인이 2003. 12. 1. 저녁에 콘택 600 1정을 복용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 사실, 2003. 12. 2. 망인에 대한 응급개두술을 시행한 명지병원 의사 소외 3은, 2003. 12. 17. 망인의 출혈은 자발성출혈로 판단되고 원인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으나 일시적 혈압상승이 관여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소견을 밝혔고, 2005. 8. 31. 망인의 보호자가 내원하여, 망인의 수술직후 주치의가 수술중 피가 잘 멎지 않았다며 다른 약을 복용했냐고 질문한 데 대하여 음주와 감기약을 복용했다고 대답했다고 진술하는데, 당시의 상황에 대하여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으나 방사선검사와 진료기록 등을 면밀히 검토하면 망인의 뇌출혈 양상이 혈액응고장애로 인한 출혈의 가능성이 있고, 수술기록에 의하면 출혈과 함께 심한 뇌부종 등이 있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망인의 보호자의 위 진술 내용이 충분히 적합한 내용이라고 사료된다는 소견을 밝힌 사실, 망인이 복용하였다는 콘택 600 캡슐에 사용기한이 2004. 9. 7.로 기재되어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인정사실에 콘택 600의 경우 일반의약품으로 우리나라 가정에서 코감기 등에 자주 사용하고, 한 통에 10캅셀이 들어있어 구입 후 사용하고 남은 콘택 600은 가정에 보관하고 있다가 나중에 사용하는 사정이 있는 점,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콘택 600에 포함된 PPA는 출혈성 뇌졸중을 일으킬 위험성이 있고, 망인도 출혈성 뇌졸중으로 사망한 점 등을 더하여 보면, 망인이 2003. 12. 1. 저녁에 감기로 콘택 600 1정을 복용하였다고 인정함이 상당하다.

나. 콘택 600이 결함을 가진 의약품인지 여부

⑴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들은 망인이 복용한 콘택 600에는 출혈성 뇌졸중의 위험성을 증가시키는 PPA가 함유되어 있으므로, 망인이 콘택 600을 복용할 당시인 2003. 12.경의 기술수준 및 경제성에 비추어 볼 때 콘택 600은 소비자들의 기대가능한 범위 내의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이 있다고 주장한다.

피고들은 모든 종류의 의약품에는 허용가능한 부작용이 있고, 콘택 600의 경우에도 그 효용성이 부작용보다 크므로 결함이 있다고 할 수 없고, 또한 미국 예일대학교에서 이루어진 연구결과만으로는 1일 최대섭취량 100㎎ 미만의 PPA 함유된 감기약과 출혈성 뇌졸중사이의 상관관계가 있다고 할 수 없으며, 적어도 이후 식약청의 주도하에 이루어진 우리나라에서의 연구결과(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윤병우 교수를 책임연구원으로 한 PPA와 출혈성 뇌졸중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 이하 ‘서울대 연구’라 한다)보고서가 식약청에 제출된 2004. 6.경에야 PPA 함유 감기약과 출혈성 뇌졸중 사이의 상관관계가 밝혀졌다고 할 것이어서 망인이 콘택 600을 복용한 시점에서 볼 때 콘택 600에 결함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⑵ 인정사실

갑 제4호증 내지 갑 제6호증, 을가 제1호증, 을가 제2호증의 1, 2, 을가 제3호증의 1, 2, 을가 제5호증, 을가 제6호증의 1, 2, 을가 제7호증 내지 을가 제12호증, 을가 제17호증 내지 을가 제20호증, 을다 제1호증 내지 을다 제13호증, 을다 제14호증의 1, 2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 PPA의 약리학적 특성, 연혁 및 미국에서 PPA와 출혈성 뇌졸중과의 상관관계를 밝히기 위한 연구를 하게 된 경위

① PPA는 합성 교감신경흥분제로 교감신경수용체에 직접 자극을 하여 비충혈{여러 이유로 코 안의 칸막이(비중격)와 코 안쪽 양쪽 벽에 달린 점막이 점차 부어오르게 되어 코 안쪽의 공간이 좁아지는 현상}을 완화시키는 작용을 하고, 중추신경계를 자극하여 식욕을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PPA와 비슷한 약효가 있는 성분으로는 슈도에페드린, 메칠에페드린이 있는데, 위 성분은 모두 교감신경흥분제로서 감기약에 사용될 수 있고, 복용시 교감신경이 흥분되는 결과 혈관이 수축되고, 심박수 및 혈압이 상승된다. PPA, 슈도에페드린, 메칠에페드린의 1일 상용량 및 2000. 8. 기준 약가는 별지와 같고, 슈도에페드린의 경우 PPA보다는 보고된 바가 적으나 슈도에페드린의 경우에도 출혈성 뇌졸중이 발생한 사례가 보고되었다.

② PPA는 1940.대에 개발된 의약품으로 감기약 및 식욕억제제로 사용되고 있었고 우리나라에는 1966.경에 도입되었다. 1979. 이래로 PPA를 복용한 후 뇌출혈의 발병되었다는 30개 이상의 사례연구보고가 있었는데 그 중 대부분의 경우는 식욕억제제로 PPA를 사용한 경우이었고, 일부는 감기약에 함유된 PPA와 관련된 경우이었다.

③ 위와 같은 사례연구 이외에 미국에서는 1984. PPA와 뇌졸중 사이의 역학연구가 실시되었는데, 이 역학연구결과에서는 PPA와 출혈성 뇌졸중 사이에는 연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④ 그 후 지속적으로 PPA가 출혈성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미국 FDA는 기존의 PPA와 관련되어 이루어진 연구결과 및 미국 FDA에 보고된 이상반응보고를 종합하여 1992. 미국 제약회사의 협조를 얻어 PPA와 뇌졸중 사이의 상관관계를 연구하기로 하였고, 위 연구계획에 따라 미국 예일대학 의대에 위와 같은 역학연구(이하 이와 같은 의뢰에 따라 이루어진 연구를 ‘예일대 연구’, 그 연구결과 작성된 보고서를 ‘예일대 보고서’라고 한다)를 의뢰하였다.

⑤ 예일대 연구진은 1992.부터 1994.까지 연구계획을 수립하였고, 연구계획 수립당시 밝혀진 여러 사례에서 식욕억제제로 PPA를 복용한 여성들과 뇌졸중 사이의 상관관계가 문제되고 있어서 여성들에게 대한 PPA의 효과에 대하여 우선적으로 연구하기로 하고, ㉠ 18세에서 49세 사이의 남성 및 여성에서 PPA의 복용과 출혈성 뇌졸중 사이의 상관관계 측정, ㉡ 동일한 대상 그룹에서, PPA성분 함유 제품(감기약과 식욕억제제)과 출혈성 뇌졸중 사이의 상관관계 측정, ㉢ 18세부터 49세 사이의 여성들 사이에서 PPA 최초복용과 뇌졸중의 상관관계, PPA 함유 식욕억제제와 뇌졸중 사이의 상관관계를 규명함을 연구목적으로 하였다.

⑥ 예일대 연구진은 미국 43개 병원에서 지주막하 출혈과 뇌내출혈 환자 702명을 환자군으로, 무작위로 추출된 1,376명을 대조군으로 하여 전화교환국, 성별, 인종, 연령에 따라 1:2 비율에 따라 짝을 짓고, 그 짝지어진 그룹을 통계학적으로 비교하였다.

⑦ 예일대 연구진은 위와 같은 통계적 연구를 한 결과 PPA가 출혈성 뇌졸중의 발병위험을 증대시킨다는 결론을 내렸고, 그와 같은 결과를 기술한 예일대 보고서를 2000. 4.경 미국 FDA에 제출하였는데, 위 예일대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전체 대상(남, 여 구분 없이 연구대상자 전체를 말한다)을 기준으로 할 경우, 출혈성 뇌졸중과 3일 이내 복용한 전체 PPA(감기약과 식욕억제제를 모두 포함한다)와의 상관관계는 대응위험도(odds ratio, 어떤 약물을 복용하지 않은 사람에 비하여 복용한 사람에서 질병이 발생할 상대적인 위험도, 대응위험도가 1이라는 의미는 확률이 1/2이라는 의미이다) 1.49(95% 신뢰구간 0.84-2.64)로 나타났고, PPA 함유 감기약과의 상관관계는 대응위험도가 1.23(95% 신뢰구간 0.68-2.24)으로, PPA 함유 식욕억제제와의 상관관계는 대응위험도 15.92(95% 신뢰구간 1.38-184.13)로 나타났다.

㉡ 대상자를 여성으로 할 경우, 출혈성 뇌졸중과 3일 이내 복용한 전체 PPA(감기약과 식욕억제제를 모두 포함한다)의 상관관계는 대응위험도 1.98(95% 신뢰구간 1.00-3.90)로, PPA 함유 감기약과의 상관관계는 대응위험도가 1.54(95% 신뢰구간 0.76-3.14)로, PPA 함유 식욕억제제와의 상관관계는 대응위험도 16.58(95% 신뢰구간 1.51-182.21)로 나타났다.

㉢ 대상자를 남성으로 할 경우 출혈성 뇌졸중과 3일 이내 복용한 전체 PPA와의 상관관계는 대응위험도 0.62(95% 신뢰구간 0.20-1.92)로, PPA 함유 감기약의 상관관계는 대응위험도 0.62(95% 신뢰구간 0.20-1.92)로 나타났고(남성의 경우 PPA 복용은 감기약에 한정되어 있어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 PPA 함유 식욕억제제와의 상관관계는 환자군 및 대조군이 존재하지 않아 측정하지 못하였다.

㉣ 대상자들의 기준일 복용량과 그 전날 복용량의 총합계의 중앙값은 75mg이고, 중앙값 이상을 복용한 경우에는 중앙값에 미치지 못한 경우보다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예일대 보고서를 제출받은 미국 FDA의 조치

① 미국 FDA는 2000. 10. 19. 의사의 처방이 필요하지 않은 비처방약에 대한 자문위원회(NDAC)를 소집하였는데, 위 자문위원회 위원들은 토의결과 PPA를 식욕억제제로 사용한 경우는 출혈성 뇌졸중의 위험과 관련이 있다고 대부분 판단하였고, PPA를 감기약과 같은 비충혈제거제로 사용한 경우에는 출혈성 뇌졸중의 위험과 관련이 있다는 의견보다는 결정할 수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최종적으로는 PPA와 출혈성 뇌졸중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있으므로, PPA를 OTC 제제(일반의약품, over-the-counter drug의 줄임말로 의사의 처방 없이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약을 말한다)로 사용하는 것은 안전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② 미국 FDA는 2000. 11. 3. PPA 제조업체에 위 자문위원회의 회의결과를 통지하고, 2000. 11. 6. 모든 의약품에서 PPA를 제거하도록 조치하고, 모든 제약회사에 대하여 PPA가 포함된 의약품을 시판하지 않도록 요청하였으나, PPA 함유 감기약의 강제회수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 예일대 연구 발표 이후 다른 나라의 조치

① 2000. 당시 영국, 스페인, 일본은 감기약에 쓰이는 PPA 1일 최대복용량이 100mg으로서 미국의 150mg보다 낮아서 판매중지 조치는 취하지 않고 사용상의 주의권고를 하는데 그쳤고, 일본은 2003. 8.경 제약회사들에게 추가적으로 사용상의 주의내용 문구를 개정하고 PPA 함유 의약품에서 보다 안전하다고 알려진 슈도에페드린을 함유한 의약품으로 전환할 것을 지시하였다.

② 말레이시아, 멕시코,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은 예일대 보고서 발표 이후 PPA 함유 의약품의 판매를 중지하였으나,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에서는 이 사건 변론종결일 현재까지도 아직 PPA가 함유된 의약품(특히 감기약의 경우)에 대하여 판매금지가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 우리나라 식약청의 조치

① 위와 같은 예일대 연구결과만으로는 감기약에 함유된 PPA의 경우 출혈성 뇌졸중과 상관관계가 있는지 명확하지 않아 식약청은 2000. 11. 9. 잠정적으로 국내 제조업체에 대하여 PPA 함유 의약품의 제조, 판매 중지를 권고하는 한편, 2001. 7. 25. PPA 함유 의약품 중 식욕억제제, PPA 단일제, PPA 1일 최대복용량이 100㎎을 초과하는 복합제의 사용을 금지시켰다.

② 식약청은 예일대연구 결과만으로는 1일 최대복용량이 100㎎ 미만의 PPA 함유 감기약의 경우에도 출혈성 뇌졸중과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식약청의 주도하에 서울대학교 신경과 윤병우 교수를 책임연구자로 하여 전국 9개 의과대학 교수가 참여하여 감기약에 사용되는 PPA 함유 감기약과 출혈성 뇌졸중 간의 관련성에 대한 역학조사(앞서 본 서울대연구를 말한다)를 하기로 결정하였다.

③ 서울대 연구진은 2004. 6. 25. 최종연구결과를 식약청에 보고하였는데, 그 연구결과 14일 이내 PPA 복용(서울대 연구에서는 감기약에 함유된 PPA만을 대상으로 하였다. 이하 서울대 연구 결과에서의 PPA는 모두 감기약에 함유된 PPA를 말한다)의 경우 전체 대상자의 대응위험도는 2.14(95% 신뢰구간 0.94-4.84), 남성의 대응위험도는 1.36(95% 신뢰구간 0.45-4.84), 여성의 대응위험도는 3.86(95% 신뢰구간 1.08-13.80)으로 나타났고, 3일 이내 PPA 복용의 경우 전체 대상자의 대응위험도는 5.36(95% 신뢰구간 1.40-20.46), 남성의 대응위험도는 4.21(95% 신뢰구간 0.78-22.77), 여성의 대응위험도는 9.15(95% 신뢰구간 0.95-87.89)로 나타났다. 서울대 연구진은 위와 같은 역학조사결과 감기약에 함유된 PPA의 복용이 출혈성 뇌졸중의 위험성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충분하며 이는 특히 여성에게서 뚜렷하다고 결론지었다.

④ 위와 같은 연구결과에 의하여 식약청은 독성연구원의 세부검토와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의 심의를 종합하여 통계학적으로 PPA의 복용이 출혈성 뇌졸중의 위험성을 증대시키고, 대체약물이 있다는 이유로 2004. 8. 1. PPA 함유 감기약의 판매 중지 및 회수 폐기를 지시하였다.

㈒ 2000. 1. 31.경 피고 유한양행이 제조한 콘택 600의 사용설명서에 기재된 콘택 600의 효능, 성분 및 함량, 용법, 사용상의 주의사항, 부작용은 다음과 같다.

① 효능 : 미국의 SmithKline Beecham사에서 개발한 비피린계의 약물로서 재채기, 콧물, 눈물, 코막힘 등 감기 초기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효능이 있다.

② 성분 : 염산PPA 40㎎, 말레인산클로르페니라민(약전) 3.2㎎, 벨라돈나알칼로이드 0.2㎎이다.

③ 용법 : 성인 1회 1캅셀, 1일 2회(아침, 저녁) 식후 복용한다.

④ 사용상의 주의사항

1. PPA를 함유하는 다른 내복약(감기약, 비염용약, 진해거담약 등)을 투여중인 환자에게는 투여하지 말 것

2. 고혈압환자에게는 신중히 투여할 것

⑤ 부작용

1. 정신신경계 : 출혈성 뇌졸중

㈓ 2001. 7. 25. 식약청의 지시에 따라 개정된 콘택 600의 사용설명서에 기재된 콘택 600의 사용상의 주의사항, 부작용은 다음과 같다.

① 사용상의 주의사항

1. 경고

미국 예일대 연구결과 페닐프로판올아민을 식욕억제제로 사용시 여성에서 출혈성 뇌졸중을 유발할 수 있음이 보고되었으므로, 이 약을 식욕억제제의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2. 염산페닐프로판올아민을 함유하는 다른 내복약(감기약, 비염용약, 진해거담약 등)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 출혈성 뇌졸중의 병력이 있는 환자, 고혈압 환자, 심장애 환자, 갑상선 기능장애 환자에는 투여하지 마십시오

② 부작용

1. 정신신경계 : 출혈성 뇌졸중

③ 상호작용 : 른 비염용 경구제, 항히스타민제를 함유하는 내복약(감기약, 진해거담약, 진훈제, 알레르기용약 등)과 함께 복용하지 않습니다.

④ 과량투여시의 처치 : 외국에서 과량 복용에 의해 출혈성 뇌졸중의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보고가 있으므로 과량 복용하지 않습니다.

⑶ 판단

㈎ 의약품의 결함 판단에 있어서의 특수성

의약품은 통상 합성화학물질로서 인간의 신체 내에서 화학반응을 일으켜 질병을 치유하는 작용을 하는 반면, 정상적인 제조과정을 거쳐 제조된 의약품이라고 하더라도 본질적으로 신체에 유해한 부작용이 있다. 그러므로 의약품의 경우에는 유통당시의 기술수준과 경제성 등에 비추어 기대가능한 범위 내의 안전성을 갖춘 제품을 제조하여야 하고 이러한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는 ‘결함’으로 평가되어야 할 것이며, 결함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의약품의 위험성, 동일한 약효가 있으면서도 안전한 대체 의약품의 가능성, 대체 의약품 제조의 경제적 비용, 약품을 사용하는 소비자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 및 위험회피의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 앞서 살핀 바에 의하면, PPA 성분이 출혈성 뇌졸중을 유발할 위험의 가능성이 있음은 이미 밝혀졌다고 할 것이고, 감기약 제조업자로는 PPA와 비슷한 효능을 가지는 슈도에페드린 성분으로도 감기약을 제조할 수 있으며 그러한 제조가 PPA 함유 감기약에 비하여 더 큰 비용이 필요한 것은 아닌 사실, 2000. 이후의 지식수준에서 살펴 볼 때 슈도에페드린 성분은 PPA 함유 감기약 보다는 보다 안전하다고 인정되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에 더하여 일반 소비자인 망인으로서는 PPA가 함유된 감기약이 출혈성 뇌졸중의 위험성이 3배 이상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PPA 함유 감기약을 복용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더하여 보면, 망인이 콘택 600을 복용한 시점인 2003. 12.경 콘택 600은 유통당시의 기술수준과 경제성 등에 비추어 기대가능한 범위 내의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 있는 의약품이라고 할 것이다.

다만, 위와 같은 결함이 있다고 하여 바로 콘택 600 제조업자의 과실이 인정되어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거나 또는 제조물책임법상의 제조물책임을 부담한다고 할 수는 없고, 그러한 책임의 성립여부는 아래에서 따로 판단하기로 한다.

다. 콘택 600과 뇌출혈로 인한 망인의 사망사이의 인과관계

갑 제14호증, 갑 제21호증, 갑 제22호증, 갑 제24호증, 갑 제27호증, 을다 제14호증의 1, 2의 각 기재와 제1심 법원의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한 사실조회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1일 최대섭취량 100㎎ 미만의 감기약에 함유된 PPA를 복용한 경우에도 통계적으로 여성의 경우 3배 정도의 출혈성 뇌졸중 위험성이 증가된다는 사실, 망인은 PPA 40㎎이 함유된 콘택 600 1캅셀을 복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뇌내출혈을 일으켜 끝내 사망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한편 망인은 콘택 600을 복용한 후 술을 마셨으며 일반적으로 술을 마신 경우에도 지혈이 잘 되지 않는 사실, 망인은 2003. 12. 1. 뇌내출혈로 쓰러진 청구성심병원에 최초로 후송되었는데, 당시 위 병원에서 측정한 망인의 혈압은 90/60이었고, 위 병원에서 다시 명지병원으로 망인을 전원하였는데, 전원한 명지병원에서 측정한 혈압도 100/70, 90/50으로 고혈압은 아니었으며, 망인의 경우 이 사건 사고 이전에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증상은 없었던 사실, 이 사건 사고 당시 망인은 구강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던 사실, 출혈성 뇌졸증의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음주, 흡연, 당뇨병, 운동부족 등도 출혈성 뇌졸중의 한 원인이 되며, 고혈압의 경우 대응위험도는 2.21, 출혈성 뇌졸중의 가족력의 경우 대응위험도는 3.83, 의약품에 함유된 카페인의 경우 대응위험도는 2.48로 보고된 연구결과가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에 나타난 바와 같이 PPA 함유 감기약이 출혈성 뇌졸중의 위험성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망인이 PPA 함유 감기약인 콘택 600을 복용하고 출혈성 뇌졸중이 발생하였으며, 망인이 이 사건 사고 이전에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증상이 없었던 이상, 피고들이 망인이 콘택 600을 복용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망인에게 출혈성 뇌졸중이 발생하리라는 점을 입증하지 못하는 이상 망인의 콘택 600 복용과 이 사건 사고 사이의 인과관계는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이에 대하여 피고들은, 망인이 이 사건 사고 당시 음주한 사실이 있고, 화장실에 쓰러져 있는 것으로 보아 새벽까지 술을 마신 것으로 추단되며, 이 사건 사고 당시 망인은 아랫니 2개가 빠져있고 구강으로 출혈을 보인 점에 비추어, 망인이 술에 취하여 화장실에서 쓰러지면서 턱으로 지면을 들이받는 과정에서 외상에 의하여 출혈성 뇌졸중이 발생하였고, PPA에 의하여 출혈성 뇌졸중이 발생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망인이 이 사건 사고 당시 음주를 하였고, 아랫니가 2개 빠져 있으며 구강으로 출혈을 보이고 있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4호증의 기재에 의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으나, 위 인정사실만으로는 망인의 뇌출혈이 외상으로 인한 것이라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고, 오히려 갑 제11호증, 갑 14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위 명지병원 의사 소외 3은 2003. 12. 17. 출혈은 자발성 출혈로 판단되며 원인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으나 일시적 혈압상승이 관여하였을 것으로 추정하는 소견을 보인 사실과 위 명지병원에서는 CT 촬영결과 외상에 의한 뇌출혈의 가능성에 대하여는 고려한 바 없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아랫니가 빠지고 구강으로 출혈이 보이는 외상의 경우 출혈성 뇌졸중이 먼저 발생한 후 쓰러지면서 생긴 것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므로, 결국 콘택 600 복용과 망인의 이 사건 사고 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정하는 피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4. 피고 유한양행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일반 불법행위 책임에 관한 판단

⑴ 통계적인 연구결과 PPA가 여성의 경우 특히 뇌졸중 위험성을 증대시킨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이러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식약청이 PPA 함유 감기약의 제조, 판매도 금지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이로써 PPA 함유 감기약을 제조한 피고 유한양행의 불법행위가 바로 성립한다고 할 수는 없고, 피고들이 콘택 600을 제조, 판매할 당시 기술수준에 비추어 PPA의 위험성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고, 또한 보다 안전한 대체물질인 슈도에페드린으로 PPA를 대체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채용하지 않아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 소비자가 일반 의약품인 콘택 600에 기대하는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 비로소 피고 유한양행의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한다고 할 것이다.

⑵ 예일대 연구만으로 PPA 함유 감기약이 출혈성 뇌졸중과 상관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는지 여부

원고들은 예일대 연구만으로 PPA 함유 감기약과 출혈성 뇌졸중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고, 미국 FDA에서도 그러한 전제에서 PPA 함유 의약품의 제조, 판매 중지권고를 하였다고 주장한다.

예일대 연구진은 PPA가 출혈성 뇌졸중과 상관관계가 있다고 최종 결론을 내렸고, 예일대 연구 이후 미국 FDA에서 PPA 함유 의약품의 제조, 판매를 금지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한편, 갑 제6호증, 을가 제1호증, 을가 제2호증의 1, 2, 을가 제7호증 내지 을가 제12호증, 을가 제17호증 내지 을가 제20호증, 을가 제22호증, 을다 제8호증 내지 을다 제10호증, 을다 제12호증 내지 을다 제13호증, 을다 제14호증의 1, 2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예일대 연구는 주로 식욕억제제제로 PPA를 사용한 젊은 여성을 연구대상으로 하였고, 출혈성 뇌졸중을 일으킨 환자와 예일대보고서를 자세히 살펴보면, 연구대상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 PPA 함유 식욕억제제의 경우 출혈성 뇌졸중과의 상관관계는 대응위험도가 15.92, 95% 신뢰구간은 1.38-184.13으로 신뢰구간이 1을 포함하지 않아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가 나타났으나, PPA 함유 감기약의 경우 출혈성 뇌졸중과의 상관관계는 대응위험도가 1.23, 95% 신뢰구간은 0.68-2.24로 신뢰구간이 1을 포함하여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고, 여성을 대상으로 한 경우 PPA 함유 식욕억제제의 경우 출혈성 뇌졸중과 상관관계는 대응위험도가 15.92, 95% 신뢰구간은 1.38-184.13으로 신뢰구간이 1을 포함하지 않아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가 나타난 반면, PPA 함유 감기약의 경우 출혈성 뇌졸중과의 상관관계는 대응위험도가 1.54, 95% 신뢰구간은 0.76-3.14로 신뢰구간이 1을 포함하지 않아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가 나타나지는 않았던 사실, 예일대 보고서를 검토한 미국 FDA 비처방약자문위원회에서도 과반수 위원들이 식욕억제제가 아닌 감기약의 경우 출혈성 뇌졸중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점에 대하여 결정할 수 없다고 평가한 사실, 예일대 연구에 대하여 비충혈억제제로서의 PPA와 출혈성 뇌졸중 위험성과의 상관관계를 알 수 없다는 견해가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344권, 2001. 4. 5.자)에 기재되기도 한 사실, 슈도에페드린의 경우에도 역시 출혈성 뇌졸중의 위험성이 있다는 보고가 되었으나 PPA보다 많이 사용되지 않은 관계로 적극적인 연구결과는 없었고, 슈도에페드린은 금지약물인 메스암페타민의 합성에 사용되기도 하며 슈도에페드린이 허혈성 대장염을 유발한다는 사례보고가 있어 슈도에페드린도 완전히 안전한 약물로 보기는 어려운 사실, 미국 내에서도 미국 FDA가 PPA 함유 감기약까지 제조, 판매를 금지한 조치는 부당하다는 지적이 있었고 PPA 함유 감기약의 강제회수조치는 없었던 사실, 이 사건 변론 종결일 현재에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여전히 PPA 함유 감기약이 사용되고 있는 사실이 인정되는바,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예일대 보고서만으로는 1일 최대섭취량 100㎎ 미만의 PPA 함유 감기약와 출혈성 뇌졸중 사이의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예일대 보고서가 공개되었을 때 피고들이 PPA 함유 감기약으로 1일 최대 PPA 복용량이 80㎎인 콘택 600이 출혈성 뇌졸중을 일으킬 위험성이 있는 의약품이라고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예일대 보고서 공개 이후 피고 유한양행이 즉각 PPA가 함유된 콘택 600의 제조, 판매를 중단하지 않았다고 하여 이를 두고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

⑶ 예일대 보고서 공개 이후 피고들이 콘택 600 제품과 관련하여 일반 소비자들에게 합리적인 설명, 지시, 경고 등의 표시를 하지 않은 과실이 있는지 여부

이 사건 사고 당시 망인이 복용한 콘택 600의 사용설명서에는 부작용으로 출혈성 뇌졸중이 표시되어 있는 사실, 콘택 600은 1일 2회 복용하는 감기약으로 1일 PPA 최대섭취량은 80㎎인 사실, 망인이 콘택 600을 복용하던 시기에 적용되는 콘택 600 사용설명서에는 고혈압 환자, 출혈성 뇌졸중의 병력이 있는 환자, 심장애 환자에는 투여하지 말고, 다른 PPA 함유 의약품과 같이 복용하지 말라는 주의사항이 기재되어 있는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위 인정사실에 콘택 600을 복용하는 경우에는 의학상 특별한 주의를 하였다고 하여 바로 출혈성 뇌졸중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다만 특수한 환자나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콘택 600을 복용하지 말라는 경고를 기재하여 복용 자체를 금지함으로써 출혈성 뇌졸중의 위험을 줄일 수 있을 뿐이라는 점,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 유한양행이 예일대 연구만으로 콘택 600이 출혈성 뇌졸중과 상관관계가 있다고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점, 출혈성 뇌졸중의 원인은 다양하고, 음주의 경우 뇌졸중 위험이 증가한다는 사실은 일반 대중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점을 더하여 보면, 사회통념상 콘택 600에는 출혈성 뇌졸중의 위험에 대한 적절한 경고표시가 기재되어 있다고 할 것이고, 피고 유한양행에게 망인이 의사의 처방이 필요하지 않은 일반 의약품인 콘택 600을 복용할 당시 특별히 더 출혈성 뇌졸중의 위험성을 경고하여 망인이 콘택 600을 복용하지 말도록 표시하였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하기 어렵다.

⑷ 결국, 2001. 9. 7.(갑 제10호증의 영상에 의하면, 망인이 복용한 콘택 600은 유통기한이 3년이고, 사용기한은 2004. 9. 7.로 기재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2001. 9. 7.경 제조되어 시장에 공급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또는 망인이 콘택 600을 복용한 2003. 12. 1.경 피고 유한양행이 PPA 함유 감기약인 콘택 600이 출혈성 뇌졸중의 위험성이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콘택 600 제품과 관련하여 일반 소비자들에게 사회통념상 합리적인 설명, 지시, 경고 등의 표시를 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원고들의 피고 유한양행에 대한 불법행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제조물책임법에 기한 책임에 관한 판단

제조물책임법 부칙에 의하면, 제조물책임법은 2002. 7. 1.부터 시행하고, 제조물책임법 시행 후 제조업자가 최초로 공급한 제조물부터 적용한다고 규정되어 있는바, 망인이 복용한 콘택 600이 2002. 7. 1.이후에 피고들이 제조하여 공급한 의약품이라는 아무런 입증이 없고, 오히려 앞서 본 바와 같이 망인이 복용한 콘택 600은 2001. 9. 7.경에 제조되어 공급된 것으로 보이므로, 망인이 복용한 콘택 600에 대하여 제조물책임법이 적용된다는 점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⑵ 가정적으로, 제조물책임법이 적용된다는 전제하에 판단한다.

망인이 복용한 콘택 600에 표시상의 결함이 있다고 하기는 어려우나 설계상의 결함 또는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안전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한편 피고들이 콘택 600을 제조하여 판매할 당시의 과학, 기술 수준으로는 결함의 존재를 발견하기 어려웠다는 사실도 역시 앞에서 본 바와 같다. 그런데 제조물책임법 제4조 제1항 제2호 에 의하면 제조업자가 당해 제조물을 공급한 때의 과학·기술수준으로는 결함의 존재를 발견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입증한 때에는 제조물책임법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면한다고 규정하는바, 이에 의하면 피고 유한양행의 제조물책임은 면책된다고 할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다시 피고 유한양행이 콘택 600을 공급한 후에 콘택 600에 결함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그 결함에 의한 손해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소위 제조물 관찰의무)를 하지 않았으므로, 피고 유한양행은 위와 같은 면책 주장을 할 수 없다고 주장하나, 피고들이 망인이 콘택 600을 복용할 때에 콘택 600에 결함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고, 오히려 앞서 본 바와 같이 2004. 7. 28. 서울대 연구결과가 공표된 이후에야 1일 PPA 최대섭취량 100㎎미만인 감기약의 경우에도 출혈성 뇌졸중의 위험성을 증대시키는 결함이 있음을 알았다고 할 것이어서, 결국 2004. 7. 28. 이전에 피고들이 제조물관찰의무를 소홀히 하여 망인 및 원고들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할 수 없다.

또한 망인이 복용한 콘택 600이 2001. 9. 7.경 제조된 것이라고 할 경우 망인이 이 사건 콘택 600을 복용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는 기존에 판매된 콘택 600을 강제로 회수하는 조치를 취하여야 할 것인데, 이 사건 사고일인 2003. 12. 1.경 PPA에 관련한 지식수준에서는 PPA 함유 감기약을 강제회수하여야 할 정도의 위험성이 밝혀졌다고 보기 어렵다.

⑶ 결국, 망인이 복용한 콘택 600에 대하여 제조물책임법이 적용된다는 취지의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고, 가사 제조물책임법이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피고들은 면책된다고 할 것이므로 역시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소비자보호법상 무과실책임에 대한 판단

구 소비자보호법(2006. 9. 27. 법률 제7988호로 소비자기본법으로 전문개정되기 전의 것) 제12조 제2항 은 “국가는 소비자와 사업자간의 분쟁의 원활한 해결을 위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일반적 소비자피해보상기준에 따라 품목별로 소비자피해보상기준을 제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이에 따라 제정된 소비자피해보상규정 제1조는 “이 규정은 소비자보호법 제12조 제2항 의 규정에 의하여 소비자와 사업자간의 분쟁의 원활한 해결을 위하여 ‥‥품목별로 소비자피해를 보상할 수 있는 기준을 정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사업자의 무과실책임을 규정하고 있지는 않으므로, 피고 유한양행이 망인과 원고들에 대하여 무과실책임을 진다는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라. 보증계약책임에 대한 판단

갑 제32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콘택 600의 포장지에 “본 제품은 재정경제부고시에 의거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라고 기재되어 있는 사실은 인정되나, 위 문구만으로는 원고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원고들과 피고 유한양행 사이에 콘택 600을 정상적으로 사용할 경우에는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것을 보증한다는 취지의 보증계약이 성립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5.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판단

가. 일반적으로 공무원이 그 권한을 행사함에 있어서는 국민에 대하여 손해를 방지하여야 할 의무 내지 국민의 안전을 배려하여야 할 직무상의 의무를 부담하고, 공무원이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그 근거되는 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공무원에게 부과된 의무 가운데 국민의 이익과는 관계 없이 순전히 행정기관 내부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거나 또는 그 직무상 의무가 국민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도 개개의 국민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공공 일반의 전체적인 이익을 조장하기 위한 경우에 불과할 때에는 공무원이 그 직무상의 의무에 위반하여 국민에게 손해를 가하였다고 하더라도 이에 관하여 그 공무원이 소속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지 않는 반면에, 그 직무상 의무의 내용이 전적으로 또는 부수적으로라도 사회구성원 개인의 안전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설정된 것이라면 공무원이 그와 같은 직무상 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해자가 입은 손해에 대하여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배상책임을 진다( 대법원 1998. 5. 8. 선고 97다36613 판결 참조).

나. 구 약사법(2004. 1. 29. 법률 제714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과 위 구 소비자보호법의 규정을 살핀다.

제1조 (목적) 이 법은 약사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그 적정을 기하여 국민보건 향상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56조 (제조 등의 금지)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의약품은 이를 판매하거나 판매의 목적으로 제조·수입·저장 또는 진열하여서는 아니된다

11. 제69조 제1항 제4호 에 해당하는 것

제69조 (허가취소와 업무의 정지등) ① 의약품등의 제조업자나 그 수입자 또는 약국개설자나 의약품의 판매업자가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할 때에는 의약품등의 제조업자나 수입자에 있어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이 ‥‥ 그 허가·승인·등록의 취소 또는 제조소를 폐쇄하거나 품목제조금지 또는 품목수입금지를 명하거나 기간을 정하여 그 업무의 전부 또는 일부의 정지를 명할 수 있다.

4. 국민보건에 위해를 끼쳤거나 또는 끼칠 염려가 있는 의약품 등 및 그 효능이 없다고 인정되는 의약품등을 제조·수입 또는 판매한 때

제1조 (목적) 이 법은 소비자의 기본권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국가·지방자치단체 및 사업자의 의무와 소비자 및 소비자단체의 역할을 규정함과 아울러 소비자보호시책의 종합적 추진을 위한 기본적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소비생활의 향상과 합리화를 기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17조의4 (수거·파기명령 등) ①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사업자가 제공한 물품 및 용역의 결함으로 인하여 소비자의 생명·신체 및 재산상의 안전에 위해를 끼치거나 끼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 당해 물품의 수거·파기 또는 수리·교환·환급을 명하거나 제조·수입·판매금지 또는 당해 용역의 제공금지를 명할 수 있고, 당해 물품 및 용역과 관련된 시설의 개수 기타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다. 다만, 소비자의 생명·신체 및 재산상의 안전에 긴급하고 현저한 위해를 끼치거나 끼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로서 그 위해의 발생 또는 확산을 방지하기 위하여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본문의 규정에 의한 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

다. 망인이 콘택 600을 복용할 당시 시행중이던 구 약사업이나 현행 약사법, 구 소비자보호법이나 현행 소비자기본법의 취지, 목적 및 그 법령에 따라 피고 산하 식약청 공무원이나 소비자문제 소관 중앙행정기관의 공무원이 부담하는 의무를 고려하여 볼 때, 구 약사법이나 구 소비자보호법은 국민 일반의 건강에 위험이 될 의약품의 제조, 판매, 수입 등을 규제하고 소비자의 생명·신체 및 재산상의 안전에 위해를 끼칠 물품이나 용역을 규제함으로써 국민 전체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것이고, 국민 개개인의 안전과 이익을 직접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라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식약청 공무원이나 소비자문제 소관 중앙행정기관의 공무원이 위험성이 있는 의약품이나 소비 제품 등임에도 이를 규제하지 않았고, 만일 이를 규제하였더라면 국민이 위험성 있는 의약품이나 소비 제품 등을 사용하여 않았을 수도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국가가 국민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는 않는다고 할 것이다.

라. 원고들은 식약청 공무원이나 소비자문제 소관 중앙행정기관의 공무원이 콘택 600과 같은 PPA 함유 의약품을 규제하지 않은 부작위를 과실이라고 주장하는바,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 등에 대하여 절박하고 중대한 위험상태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형식적 의미의 법령에 근거가 없다고 하더라도 국가나 관련 공무원에 대하여 그러한 위험을 배제할 작위의무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앞서 살핀 바와 같이 역사, 생활, 문화, 인종이 다른 미국에서의 연구를 바로 우리나라에 적용하기는 어려운 사정이 있는 등 예일대 연구만으로는 1일 PPA 최대섭취량 100㎎ 미만의 감기약도 출혈성 뇌졸중의 위험성을 증가시킨다고 보기 어려운 면이 있었던 점, 예일대 연구 이후에도 여러 나라에서 PPA 함유 감기약이 사용되고 있었던 점, 그러한 상황에서 감기약의 경우에도 출혈성 뇌졸중의 위험이 있는지 연구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보여, 식약청에서는 서울대 연구를 의뢰하였고, 그 이전에도 PPA 함유 감기약에 대하여도 출혈성 뇌졸중의 위험을 경고하라고 제약회사에 지시한 점 등 예일대 연구 발표 이후 망인이 콘택 600을 복용할 당시 밝혀진 위험성 정도에 비춰, 망인의 위 콘택 600복용 당시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 등에 대하여 절박하고 중대한 위험상태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음에도 식약청 공무원이 그 위험을 배제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같은 이유에서 소비자문제 소관 행정기관 공무원의 과실도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원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마. 한편, 원고들은 예일대 보고서에서 PPA를 75mg이상 복용했을 때 출혈성 뇌졸중의 위험이 그 이하를 복용했을 경우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이상 특별히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PPA를 75mg 이상 사용하는 의약품에 대한 제조, 판매를 중단시켜야 함에도 식약청에서는 1일 최대 복용량 100mg 미만인 콘택 600에 대하여 시판을 허용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주장하나, 앞서 살핀 바와 같이 콘택 600 1정에는 PPA가 40mg 함유되어 있고, 망인이 2003. 12. 1. 콘택 600 1정을 복용한 사실이 인정될 뿐 망인이 그 이상의 콘택 600을 복용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영국, 스페인, 일본에서는 PPA 1일 최대복용량 기준을 100mg로 하고 있었고, 예일대보고서에 의하더라도 75mg을 기준으로 그 이상을 복용한 경우가 그 이하를 복용한 경우보다 출혈성 뇌졸중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일 뿐 1일 최대복용량 기준을 75mg로 제시하고 있는 것은 아닌 점을 고려하면, 식약청이 1일 최대 복용량 100mg 미만인 콘택 600에 대하여 시판을 허용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원고들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6.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여야 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들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

판사 이대경(재판장) 김진동 왕정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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