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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2006. 3. 29. 선고 2004나14033 판결
[손해배상(지)] 상고[각공2006.5.10.(33),1223]
판시사항

[1] 제1심재판이 항소인에게 불이익한지 여부의 판단 기준

[2] 대한민국 저작권법의 효력이 북한지역에도 미치는지 여부(적극)

[3] 허준의 동의보감 원전 25권을 번역하여 북한판 동의보감을 완성한 것은 북한의 ‘보건부동의원(현재 고려의학과학원)’이라는 단체이고, 과학백과사전종합출판사는 단지 북한판 동의보감을 출판한 출판사에 불과하므로, 북한판 동의보감의 저작권자는 보건부동의원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항소인은 자기에게 불이익한 재판에 대하여만 항소를 제기할 수 있고, 재판이 항소인에게 불이익한지 여부는 항소제기 당시를 기준으로 하여 당사자의 청구와 재판의 주문을 대비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2] 헌법 제3조 는 북한지역도 대한민국의 영토임을 선언하고 있으므로, 우리나라 저작권법의 효력은 대한민국의 주권범위 내에 있는 북한지역에도 미친다.

[3] 허준의 동의보감 원전 25권을 번역하여 북한판 동의보감을 완성한 것은 북한의 ‘보건부동의원(현재 고려의학과학원)’이라는 단체이고, 과학백과사전종합출판사는 단지 북한판 동의보감을 출판한 출판사에 불과하므로, 북한판 동의보감의 저작권자는 보건부동의원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한 사례.

원고, 피항소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정평 담당변호사 심재환)

원고승계참가인

원고승계참가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정평 담당변호사 심재환)

피고, 항소인

피고 1외 2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다래 담당변호사 박승문외 5인)

변론종결

2006. 3. 8.

주문

1. 피고 10, 13, 18의 항소를 각 각하한다.

2. 제1심판결 중 위 피고들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들 패소 부분을 각 취소하고, 위 각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승계참가인의 청구를 각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원고승계참가인과 피고 10, 13, 18 사이에 생긴 항소비용은 위 피고들이 부담하고, 원고승계참가인과 나머지 피고들 사이에 생긴 부분은 제1, 2심 모두 원고승계참가인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승계참가인에게 40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1999. 12. 15.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을 때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 제1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각 취소하고, 위 각 취소 부분에 대한 원고승계참가인의 청구를 각 기각한다.

이유

1. 기초 사실

다음 사실은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5호증의 1 내지 갑 제7호증의 3, 갑 제24호증의 1 내지 30, 갑 제28호증의 1 내지 9, 을 제28호증 내지 을 제38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가. 북한의 과학백과사전출판사(1988년경 과학백과사전종합출판사로 변경되었으나, 혼용되고 있다. 이하 ‘과학백과사전종합출판사’라 한다)는 1982. 9. 30. 조선시대 광해군 때 허준이 편찬한 민족의학서인 “동의보감(전 25권)”의 번역본(전 5권, 이하 ‘북한판 동의보감’이라 한다)을 출판하였다.

나. 북한판 동의보감의 5권 표지에는, “동의보감 5, 탕액편·침구편, 과학백과사전출판사 1982, 번역 보건부동의원, 낸 곳 과학백과사전출판사, 인쇄소 평양종합인쇄공장, 교열자 조헌영 등 12명, 한문쓰기 한용만” 등으로 표시되어 있다(북한판 동의보감 1~4권의 표지도 해당 편만 다를 뿐 나머지는 모두 동일하게 표시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 원고는 여강출판사를 운영하던 중 1994. 5. 10. 북한판 동의보감의 북한식 어휘 및 문체를 남한 실정에 맞게 수정하고 중요 단어에 한자를 병기하여 동의보감 번역본(이하 ‘여강판 동의보감’이라 한다)을 출판하였다.

라. 피고 1은 법인문화사를 설립하여 한문고전의 번역·출판업, 중국고전의 수입·판매업을 영위하던 중 1997. 3.경 피고 2로부터 동의보감 원문과 번역문을 대조하여 작성한 대역본 자료의 출판을 제의받고, 이를 승낙하였다. 그런데 위 대역본 자료는, 피고 2를 포함한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학생 10여 명이 한문원문을 컴퓨터에 입력한 후 한의사통신동호회의 공개자료실에 올려놓았던 것을 피고 2가 모두 다운로드 받아 문단을 나누고, 한글번역은 여강판 동의보감 출판 당시 함께 출시되었던 여강판 동의보감 CD롬에서 복사하여 해당 부분에 그대로 붙여넣기 하는 방법으로 작성된 것이었다.

마. 피고 1은 소외 1, 2 등을 동원하여 대역본 자료 중 동의보감 원문에 대한 표점작업(한문원문에 해독하기 쉽게 쉼표, 마침표 등을 표시함으로써 그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과 표점 교정작업을 마친 후, 1998. 10.경부터 1999. 11.경까지 번역문에 대한 교정작업 및 동의보감 대역본의 판매촉진 등을 위하여 아래와 같이 국내 유수의 한의과대학 교수들 위주로 대역본 동의보감의 국역위원회를 구성하여 그들에게 교정작업 등을 맡겼다.

바. 피고 1로부터 동의보감 번역문에 대한 교정작업을 부탁받은 피고 3은 침구편(침구편), 피고 5는 탕액편(탕액편), 피고 6은 충문(충문)부터 대변문(대편문)까지, 피고 7은 오장육부문(오장육부문), 피고 8은 한하문(한하문)과 제상문(제상문), 피고 9는 옹저문(옹저문), 피고 11은 부인문(부인문), 피고 12는 두(두)ㆍ면(면)ㆍ안문(안문), 피고 14는 혈문(혈문)부터 담음문(담음문), 피고 15는 오장육부문(오장육부문), 피고 16은 흉문(흉문)부터 골문(골문), 피고 17은 이문(이문)부터 배문(배문)까지, 피고 19는 적취문(적취문)부터 황달문(황달문)까지, 피고 20은 수곡지정화음양행영위편(수곡지정화음양행영위편) 및 내상유음식상노권상이인편(내상유음식상노권상이인편), 피고 21은 운기문(운기문), 피고 22는 소아문(소아문)과 잡병편(잡병편) 일부, 피고 23은 신형문(신형문)부터 신문(신문)까지에 대하여 각 오ㆍ탈자를 바로잡고 문장을 부드럽게 하는 등의 교정작업을 수행하였다.

사. 피고 4는 1999. 11.경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장으로 근무하던 중 피고 1로부터 동의보감의 서문을 써 줄 것을 부탁받고, 피고 1이 작성해 온 문안을 검토하고 약간의 자구를 수정한 후 이를 자신의 명의로 싣도록 허락하였다.

아. 피고 1은 1999. 12. 15. 위와 같이 교정작업 등을 마친 후 대역 동의보감(이하 ‘법인판 동의보감’이라 한다)을 출판하였다(단권 5000부 및 3권 분책 1,500질).

2. 피고 10, 13, 18의 항소의 적법 여부에 대한 판단

항소인은 자기에게 불이익한 재판에 대하여만 항소를 제기할 수 있고, 재판이 항소인에게 불이익한지 여부는 항소제기 당시를 기준으로 하여 당사자의 청구와 재판의 주문을 대비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대법원 1983. 10. 25. 선고 83다515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 제1심법원이 원고승계참가인의 피고 10, 13, 18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하여 위 피고들의 전부승소 판결을 선고하였음이 기록상 명백하므로, 위 피고들은 이에 대하여 어떠한 불이익이 있을 수 없고, 따라서 항소를 제기할 이익이 없다. 따라서 위 피고들의 항소는 모두 항소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3. 원고승계참가인의 피고 10, 13, 18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들에 대한 청구 부분

가. 원고승계참가인 및 피고 10, 13, 18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들(이하 본 항에서는 ‘위 피고들’이라 한다)의 각 주장

(1) 원고승계참가인은, 북한판 동의보감의 저작권자는 이를 출판한 북한의 과학백과사전종합출판사인데, 과학백과사전종합출판사는 1993. 11. 26. 북한판 동의보감의 판권문제와 관련한 일체의 대외적인 권한을 중국 심양시 조선족문화예술관(관장 소외 3)에 위임하였고, 원고는 1993. 12. 15. 위 조선족문화예술관을 대표한 부관장 소외 4로부터 북한판 동의보감의 남한 내 출판 및 전자매체를 통한 발행 등 일체의 판권에 대하여 15년간 독점적인 권리를 설정받았으며, 피고 1이 나머지 피고들과 공동으로 출판한 법인판 동의보감은 여강판 동의보감의 내용을 그대로 복제함으로써 원고의 북한판 동의보감에 대한 독점적인 출판권을 침해하였고, 원고승계참가인은 원고로부터 피고들에 대한 출판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양수하였으므로,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승계참가인에게 4억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2) 이에 대하여 위 피고들은, 북한판 동의보감의 저작권자는 과학백과사전종합출판사가 아니라 동의보감 원전을 직접 번역한 보건부동의원이고, 또한 북한의 저작물에 대하여 대외적으로 출판권 등을 설정할 수 있는 권한은 출판사에 불과한 과학백과사전종합출판사가 아니라 조선출판물수출입사에 있는데 구체적으로는 위 수출입사의 베이징사무소격인 베이징선영과무유한공사를 통하여 행사되고 있으며, 만약 원고승계참가인의 주장처럼 북한의 과학백과사전종합출판사가 북한판 동의보감의 저작권자이고 대외적으로 출판권 등을 설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과학백과사전종합출판사가 중국 심양시 조선족문화예술관에게 판권문제에 관한 일체의 대외적인 권한을 위임한 것으로 되어 있는 관련 서류가 모두 위조되었거나 위 조선족문화예술관의 부관장인 소외 4는 조선족문화예술관을 대표할 권한이 없는 등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으므로 원고가 북한판 동의보감에 대한 독점적인 출판권한을 설정받았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나. 판 단

(1) 북한판 동의보감의 저작권자

헌법 제3조 는 북한지역도 대한민국의 영토임을 선언하고 있으므로, 우리나라 저작권법의 효력은 대한민국의 주권범위 내에 있는 북한지역에도 미친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90. 9. 28. 선고 89누6396 판결 참조). 허준의 동의보감 원전 25권을 번역하여 북한판 동의보감을 완성한 자는 북한의 ‘보건부동의원(현재 고려의학과학원)’이라는 단체이고, 과학백과사전종합출판사는 단지 북한판 동의보감을 출판한 출판사에 불과함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북한판 동의보감의 저작권자는 우리나라 저작권법 제9조 에 따라 보건부동의원이라고 봄이 타당하다(이 법원의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에 첨부된 갑 제79호증의 2, 3의 각 기재에 따르면, 북한의 저작권 사무국도 북한판 동의보감의 저작권자는 보건부동의원이고, 과학백과사전종합출판사는 출판권자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북한판 동의보감의 저작권자가 과학백과사전종합출판사임을 전제로 한 원고승계참가인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2) 원고가 “과학백과사전종합출판사”로부터 독점적인 출판권을 설정받았는지 여부

만약 원고승계참가인의 주장처럼 과학백과사전종합출판사가 북한판 동의보감의 저작권자로서 대외적으로 출판권 등을 설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과학백과사전종합출판사로부터 중국 심양시 조선족문화예술관을 통하여 북한판 동의보감의 독점적인 출판권을 설정받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면, 이에 부합하는 갑 제1호증, 갑 제2호증의 1 내지 4, 갑 제3호증의 1, 2, 갑 제13호증의 1 내지 7, 갑 제23호증의 2, 갑 제26호증, 갑 제27호증의 1, 2, 갑 제32호증의 1 내지 10, 갑 제33호증, 갑 제34호증의 1 내지 20, 갑 제37호증의 2의 각 기재 및 영상, 증인 소외 5, 6의 각 증언은, 이 법원의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에 첨부된 갑 제79호증의 2, 3(북한의 저작권 사무국 부국장 장철순이 작성한 답변서), 갑 제23호증의 2( 원고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 ; 원고는 “1990년 초 북한의 출판계 인사들을 접촉할 기회가 있어 북한판 동의보감을 구해달라고 부탁하였고, 1992. 8.경 중국 심양시에서 그 북한측 출판계 인사로부터 북한판 동의보감을 전달받아 곧바로 국내로 반입하였으며, 1993. 12. 하순경 3차례에 걸쳐 중국 심양시 조선족문화예술관 부관장 소외 4를 통하여 과학백과사전종합출판사에서 지명한 심양시 주재 북한 총영사관에서 영사에게 1만 불을 지급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의 각 기재 등에 비추어 믿을 수 없거나 믿지 아니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오히려, 위 갑 제79호증의 2, 3의 각 기재에 의하면, 중국 심양시 고려민족문화연구원(조선족문화예술관과 동일한 단체인지 여부는 불명확하다.)은 피고 1이 법인판 동의보감을 출판한 사실을 알고 북한측에 북한판 동의보감에 대한 판권관리를 위임해 주면 소송을 제기해 손해배상을 받아주겠다고 제의한 사실, 이에 북한의 저작권 사무국은 출판지도국, 과학백과사전종합출판사, 평양공증소 등을 통하여 관련 서류를 작성하여 준 사실, 위 고려민족문화연구원은 다시 원고에게 북한판 동의보감의 판권관리를 위임한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는데, 위 사실에 따르면 원고는 고려민족문화연구원을 통하여 북한측(저작권 사무국)으로부터 피고들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위임받은 것이라고 할 것이고, 이는 신탁법 제7조 소정의 소송을 목적으로 하는 신탁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원고가 과학백과사전종합출판사로부터 북한판 동의보감에 대한 독점적 출판권을 설정받았음을 전제로 한 원고승계참가인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도 없이 이유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피고 10, 13, 18의 항소는 부적법하여 이를 각 각하하고, 원고승계참가인의 나머지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그 이유가 없어 모두 기각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일부 결론을 달리 하여 부당하므로 위 나머지 피고들의 항소를 받아 들여 제1심판결 중 위 나머지 피고들 패소 부분을 각 취소하고, 위 각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승계참가인의 청구를 각 기각한다.

판사 주기동(재판장) 최재혁 구회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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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중앙지방법원 2004.1.16.선고 2001가합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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