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반소피고), 항소인
주식회사 쌍용(소송대리인 변호사 이흥기)
피고(반소원고), 피항소인
한국수출보험공사(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광장 담당변호사 윤용석외 1인)
변론종결
2005. 10. 12.
주문
1. 제1심 판결의 본소 청구에 관한 부분 중 다음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원에 해당하는 원고(반소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반소원고)는 원고(반소피고)에게 금 780,206,134원 및 이에 대하여 2005. 10. 27. 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제1심 판결의 반소 청구에 관한 부분을 취소하고, 피고(반소원고)의 반소 청구를 기각한다.
3. 원고(반소피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4. 소송총비용은 본소, 반소를 통하여 피고(반소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4. 제1항에서 지급을 명한 부분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본소 :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 한다)는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 한다)에게 금 780,206,134원 및 그 중 390,103,067원에 대하여는 1999. 4. 15.부터, 금 390,103,067원에 대하여는 1999. 5. 20.부터 각 2003. 5. 31.까지는 각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반소 : 원고는 피고에게 금 1,126,159,000원 및 이에 대하여 1998. 11. 2.부터 이 사건 반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금 780,206,134원 및 그 중 390,103,067원에 대하여는 1999. 4. 15.부터, 금 390,103,067원에 대하여는 1999. 5. 20.부터 각 2003. 5. 31.까지는 각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피고의 반소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들의 관계
(1) 원고는 수출입업 및 동대행업 등을 목적으로 하여 설립된 회사이고, 피고는 수출보험법에 따른 수출보험사업을 하는 공사이다.
(2) 피고는 신한은행, 한일은행(1998년 한빛은행에 합병되었다가, 우리은행으로 상호가 변경되었다), 조흥은행(신한은행, 한일은행, 조흥은행을 모두 통틀어 ‘외국환은행’이라 한다)과 사이에 수출어음보험 포괄보험 특약(이하 ‘특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그 내용은 외국환은행이 피고와 수출어음 포괄보험협약(이하 ‘협약’이라 한다)을 체결한 국내 수출업자로부터 위 수출업자가 발행한 화환어음을 매입하고 매입일로부터 10 영업일 이내에 그 매입사실을 피고에게 통지하면, 피고와 외국환은행 사이에 위 화환어음의 매입일에 수출어음 포괄보험 관계가 성립된다는 것으로, 특약에 적용되는 수출어음보험약관(이하 ‘약관’이라 한다) 제4조는 담보하는 위험에 관하여 ‘보험계약자가 화환어음을 매입하였으나 어음지급인의 지급거절 또는 지급불능 등에 해당하는 사유로 인하여 당해 화환어음의 만기일에 어음금액을 지급받을 수 없게 된 경우 또는 그 화환어음에 대한 소구를 받아 지급한 경우(이하 ‘보험사고’라 함)에 입게 되는 손실을 보상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3) 한편, 원고는 1990. 12. 27.경 피고와 사이에 협약을 체결한 이래 이를 수차 갱신하여 왔다.
나. 1차 수출계약과 수출어음보험계약의 성립
(1) 원고는 1997. 6. 17. 브라질에 있는 회사인 엘도라도 인더스트리아스 프리스티코스 엘티디에이(Eldorado Industrias Plasticas LTDA, 이하 ‘엘도라도사’라 한다)와 사이에 주식회사 LG화학(이하 ‘엘지’라 한다)이 생산한 FD-0060 고밀도폴리에틸렌(High Dencity Polyethylene : 이하 ‘FD-0060’이라 한다) 분말 1,972톤을 1톤당 미화 950달러에 D/A(무신용장방식의 인수도 조건) 360일의 조건으로 매도하기로 하는 수출계약(이하 ‘1차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원고는 1997. 6. 27. 피고로부터 수출계약과 관련하여 수출어음보험 인수한도를 책정받고, 대금결제조건은 무신용장 방식의 인수도 조건으로 하여 4매의 화환어음을 발행하였다.
(2) 신한은행은 1997. 7. 7. 원고로부터 액면금 미화 371,450달러, 만기 1998. 6. 29.인 화환어음을, 한일은행은 1997. 7. 22. 원고로부터 액면금 미화 96,900달러, 만기 1998. 7. 13.인 화환어음을, 조흥은행은 1997. 7. 29. 원고로부터 액면금 미화 468,350달러, 만기 1998. 7. 20.인 화환어음을, 신한은행은 1997. 8. 30. 원고로부터 액면금 미화 468,350달러, 만기 1998. 8. 24.인 화환어음을 각 매입하여, 바로 피고에게 이 사실을 통지하여 각 화환어음을 매입한 날에 각 수출어음보험계약이 성립되었다.
다. 2차 수출계약과 수출어음보험계약의 성립
원고는 1997. 8. 6. 엘도라도사와 사이에 ME8000UV HDPE(사출용 고밀도 폴리에틸렌, 이하 ‘ME8000UV’이라 한다) 357톤, ME9180 HDPE(이하 ‘ME9180’이라 한다) 153톤, 합계 510톤을 1997년 8월에 선적하는 조건으로 1톤당 미화 915달러에 D/A 420일의 조건으로 매도하기로 하는 수출계약(이하 ‘2차 계약’이라 한다)을 1차 계약과 동일한 내용으로 체결하면서, 액면금 미화 466,650달러, 발행일 1997. 8. 6., 지급인 엘도라도사, 지급조건 어음인수 후 서류인수조건, 지급일 선하증권 발행일로부터 420일후인 화환어음 2매를 발행하였고, 조흥은행은 1997. 8. 30. 및 1997. 10. 30. 위 각 화환어음을 매입한 후 이를 피고에게 통지함으로써 수출어음보험계약이 성립되었다.
라. 보험사고
(1) 1차 계약과 관련한 화환어음들을 매입한 외국환은행은 위 화환어음의 인수를 위한 제시를 하여 엘도라도사가 이를 인수하였으나, 그 후 엘도라도사는 각 그 지급기일인 1998. 6. 30., 1998. 7. 14., 1998. 7. 21., 1998. 8. 26.에 각 지급을 거절하였다(이하 ‘1차 보험사고’라 한다).
(2) 또한, 조흥은행은 2차 계약과 관련한 화환어음들의 인수를 위한 제시를 하여 엘도라도사가 이를 인수하였으나, 그 후 엘도라도사는 각 그 지급기일인 1998. 10. 25., 1998. 12. 24.에 각 지급을 거절하였다(이하 ‘2차 보험사고’라 한다).
마. 보험금의 지급
1차 계약과 관련한 화환어음들을 매입한 외국환은행은 특약에 따라 피고에게 보험금의 지급을 청구하였다. 이에 피고는 1998. 11. 2. 외국환은행에게 1차 계약과 관련된 각 화환어음의 미결제로 인한 보험금으로 1,126,159,000원을 지급하였다.
바. 엘도라도사의 소 제기 및 브라질 법원의 판결
(1) 엘도라도사는 1998. 6. 8.경 도산하여 브라질 법원 1126/98호로 CONCORDATA절차(화의 절차와 유사함)가 개시되었는데, 엘도라도사가 CONCORDATA 절차를 신청하면서 위 절차의 효력을 받을 채권단 명단에 원고를, 그 금액에 1차 계약 및 2차 계약에 따른 물품대금채무액 2,881,331.74헤알을 신고하였다.
(2) 이에 원고는 위 CONCORDATA 절차에서 위 물품대금채권을 신고하였으나, 엘도라도사는 1999. 9. 20.경 이를 부인하고, 원고와 원고의 브라질 현지 법인인 쌍용 브라질 유한책임회사(이하 ‘쌍용 브라질’이라 한다)를 상대로 하여 브라질 법원 2078/99호로(이하 ‘2078/99 사건’이라 한다) 1차 계약에 따라 인도받은 FD-0060에 하자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매매계약 해지와 손해배상, 그리고 CONCORDATA 신청서에 명시된 채권에서 제외시켜 줄 것을 내용으로 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3) 엘도라도사가 2차 계약에 따라 인도받은 물품에 관하여서는 하자가 문제되지 않았으나, 브라질 법원은 위 2078/99 사건에 대한 판결을 기다려 CONCORDATA 절차에서 1차 계약 및 2차 계약에 따른 채권액 등을 확정하기로 결정하였다.
(4) 브라질 법원은 2002. 9. 6. 위 2078/99 사건에서 원고가 1차 계약에 따라 수출한 FD-0060이 견본품과 다르고 본질적인 하자가 있다는 이유로 1차 계약인 FD-0060에 대한 해지를 인정하되,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에 원고가 불복하여 2002. 10. 24. 항소하였다.
사. 보험금지급채권의 양도
조흥은행은 2002. 11. 18. 2차 계약과 관련하여 매입한 환어음금을 원고로부터 지급받고, 조흥은행이 특약에 따라 피고에 대하여 가지는 금 780,206,134원의 보험금지급채권을 원고에게 양도하였으며, 피고가 2002. 11. 29. 이를 승인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갑 제3, 4호증의 각 1 내지 4, 갑 제5호증의 1 내지 3, 갑 제8호증, 갑 제9호증의 1 내지 3, 갑 제11, 14, 19호증, 갑 제20호증의 1 내지 5, 을 제1, 2호증의 각 1, 2, 을 제3, 4호증, 을 제6, 7, 8호증의 각 1 내지 4, 을 제9호증의 1 내지 3, 을 제10, 11, 12, 13, 14호증, 을 제15호증의 1 내지 4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본소 청구에 대한 판단
가. 원고의 청구원인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어음지급인인 엘도라도사가 2차 계약에 따른 어음금의 지급을 거절함으로써 조흥은행은 피고에 대하여 금 780,206,134원의 보험금지급채권을 취득하였다고 할 것이고 이를 원고에게 양도하였으므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에게 금 780,206,134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의 항변에 대한 판단
(1) 면책 항변
(가) 주장
2차 계약과 관련한 보험사고는 어음발행인인 원고가 엘도라도사에게 견본품과 다른 제품을 보내는 등 원고에게 책임지울 수 있는 사유로 인하여 손실이 발생하였다. 이러한 경우 보험계약자인 외국환은행은 약관 제9조 제1호에 따라 어음발행인에게 소구하여야 하므로, 피고는 보험계약자인 외국환은행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나) 판단
엘도라도사가 2차 계약에 따라 인도받은 물품에 관하여는 그 하자여부가 문제되지 않았으나, 브라질 법원의 위 CONCORDATA 절차에서 위 2078/99 사건에 대한 판결을 기다려 2차 계약에 따른 채권액도 확정하기로 결정한 점, 브라질 법원이 위 2078/99 사건에서 원고가 1차 계약에 따라 수출한 FD-0060이 견본품과 다르고 본질적인 하자가 있다는 이유로 1차 계약인 FD-0060에 대한 해지를 인정하되,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한 점은 인정된다.
그러나 브라질 법원 위 2078/99 사건에서 하자 여부가 문제된 것은 1차 계약의 대상인 FD-0060에 대한 것으로서, 엘도라도사가 2차 계약에 따라 인도받은 ME8000UV나 ME9180에 대하여는 하자가 있다고 주장한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에 관하여 위 2078/99 사건에서 다루어진 적도 없다. 그 이외에 엘도라도사가 2차 계약에 따라 인도받은 ME8000UV나 ME9180에 대하여 하자가 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에게 책임 지울 수 있는 사유로 인하여 보험계약자인 조흥은행에 손실이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의 위 항변은 이유 없다.
(2) 지급유예 항변
(가) 주장
어음발행인인 원고와 어음지급인인 엘도라도사 사이에 2차 계약에 따른 물품대금채권의 발생과 관련하여 브라질 법원에 소송이 계류되어 있다. 이러한 경우 수출어음보험약관 제26조 제3항에 따라 피고가 보험금지급기일 다음날부터 보험금지급일까지의 기간에 대하여 연체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으므로, 피고는 원고와 엘도라도사 사이의 분쟁이 해결될 때까지 외국환은행에 대하여 보험금을 지급하지 아니할 수 있다.
(나) 판단
갑 제6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약관 제26조 제3항 제3호는 ‘어음발행인(수출자)과 어음지급인(수입자)간의 분쟁의 발생으로 그 해결을 위하여 필요한 절차가 장기간 계류되는 등 피고가 정당한 사유로 지급기한을 경과한 경우에는 그 기간에 대하여 예외적으로 공사가 연체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브라질 법원이 위 CONCORDATA 절차에서 1차 계약과 관련하여 제기된 위 2078/99 사건의 판결을 기다려 2차 계약에 따른 채권액도 확정하기로 결정한 점, 브라질 법원이 위 2078/99 사건에서 1차 계약인 FD-0060에 대한 해지를 인정하되,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으나, 원고가 항소한 점은 인정된다.
그러나 약관 제26조는 피고의 보험금지급기한 및 그에 대한 연체금 지급 의무에 관하여 규정하면서, 예외적으로 피고의 보험금 지급의무나 보험금액에 대하여 다툼이 있는 등 지급기한내에 보험금을 지급하지 못할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보험금에 대하여 연체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를 규정한 것으로서, 이 사건에서 보험금지급의무의 존부에 대하여 판정하는 이상, 브라질 법원 위 2078/99 사건이 확정될 때까지 보험금의 지급을 유예시키는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다만, 원고와 엘도라도사 사이에 1차 계약과 관련하여 브라질 법원 위 2078/99호 사건이 계속되고 있었고, 위 CONCORDATA 절차에서 2차 계약에 따른 채권액도 위 2078/99 사건에 대한 판결을 기다려 확정하기로 결정한 점 및 약관 제26조 제3항 3호의 취지를 고려하여, 위 보험금 780,206,134원에 대하여 그 지급의무의 존부를 판정하는 이 사건 판결 선고일까지는 피고에게 그 지연이자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의 위 항변은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고, 나머지 항변은 이유 없다.
다. 소결
그러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금 780,206,134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판결 선고일 다음날인 2005. 10. 27.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소정의 연 20%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피고의 반소 청구에 대한 판단
가. 피고의 주장
피고는 반소 청구원인으로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선택적으로 주장하면서, 피고가 1차 계약에 따라 외국환은행에 지급한 보험금 1,126,159,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반환을 원고를 상대로 하여 구함과 동시에 원고의 본소청구가 이유 있을 경우 인정되는 채권에 대하여 위 보험금반환채권으로 상계한다고 항변한다.
(1) 협약 제9조 제2항은 “피고는 원고가 고의 또는 과실로 이 협약을 위반한 경우에는 이 협약을 해지하거나 원고가 발행한 화환어음에 터잡아 외국환은행에 기지급한 보험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원고로 하여금 반환하게 할 수 있습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12조는 “이 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사항은 수출어음보험약관 또는 포괄보험특약이 정하는 바에 따릅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약관 제9조 제1호, 제32조 등의 제반규정 및 수출보험법에 근거한 수출어음보험제도의 내용과 취지를 고려하면, 피고는 원고에게 책임지울 수 있는 사유가 있는 때에는 원고를 상대로 하여 외국환은행에 지급한 보험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1차 보험사고는 원고가 엘도라도사에 견본품과 다른 FD-0060 물품을 수출함으로써 발생하였고, 이는 협약 제9조 2항에서 정한 ‘원고가 고의 또는 과실로 이 협약을 위반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협약 제9조 제2항에 따라 원고에게 보험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2) 수출보험법 제5조의2 제1항 은 “공사(피고)가 보험금을 지급한 경우에는 그 보험의 목적 또는 제3자에 대한 수출보험의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권리의 전부 또는 일부를 취득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약관 제32조 제3항은 “공사(피고)가 보험금을 지급한 후 채권회수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화환어음과 관련된 보험계약자의 권리의 전부 또는 일부를 대위할 수 있습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피고는 1차 계약과 관련하여 외국환은행에 보험금을 지급하였으므로, 외국환은행이 원고에 대하여 가지는 소구권, 환매채권, 이득상환청구권을 대위행사할 수 있다고 할 것인데, 수출어음보험제도의 내용과 취지를 고려하여 원고에게 책임 지울 수 있는 사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피고가 원고를 상대로 하여 보험자대위에 의하여 위와 같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그런데 원고가 엘도라도사에 견본품과 다른 FD-0060 물품을 수출함으로써 1차 보험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피고는 외국환은행을 대위하여 원고에게 위 금원의 반환을 구한다.
나. 관련 규정
(1) 원고가 고의 또는 과실로 이 협약을 위반한 경우에는 이 협약을 해지하거나, 원고가 발행한 화환어음에 터잡아 외국환은행에 기지급한 보험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원고로 하여금 반환하게 할 수 있다(협약 제9조 제2항). 특별한 규정이 없는 사항은 수출어음보험약관 또는 포괄보험특약이 정하는 바에 따른다(협약 제12조).
(2) 보험계약자는 어음발행인에게 책임지울 수 있는 사유로 인하여 손실이 발생하였을 경우에 어음발행인에게 소구하여야 한다(약관 제9조 제1호). 피고가 보험금을 지급한 후 채권회수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화환어음과 관련된 보험계약자의 권리의 전부 또는 일부를 대위할 수 있다(약관 제32조 제3항).
(3) 이 약정서는 무신용장방식에 의한 화환어음 또는 선적서류의 매입의 현재 및 장래의 모든 거래에 적용하기로 한다(외국환거래약정 제1조 2호). 수출자는 수출환어음 또는 선적서류가 은행에 의하여 매입된 후 수출환어음 또는 선적서류대금의 지급의무자에 의한 지급, 인수, 채무의 확인이 은행의 관련규정이 정하는 기간까지 이루어지지 아니한 경우에는 은행으로부터 통지, 독촉이 없어도 당연히 해당 각 호의 수출환어음 또는 선적서류에 의하여 그 어음 또는 서류상 기재금액의 환매채무를 지며 은행의 관련 규정이 정한 기간 내(업무처리지침상 부도통지 접수시는 접수당해일, 클린 선적서류를 매입한 경우는 다음 영업일, 보증부 선적서류를 매입한 경우는 다음 영업일)에 변제한다(외국환거래약정 제13조 제1항 3호).
(4) 공사가 보험금을 지급한 경우에는 그 보험의 목적 또는 제3자에 대한 수출보험의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권리의 전부 또는 일부를 취득할 수 있다( 수출보험법 제5조의 2 제1항 ).
[인정 근거] 갑 제2, 6호증, 을 제10, 16호증의 각 기재
다. 판단
(1) 협약 제9조 제2항에 의한 보험금반환청구
협약은 피고가 운영하는 수출어음보험 포괄보험을 수출자가 이용하는 데 있어 수출자와 피고가 준수하여야 할 사항을 정한 것으로서, 주로 위 포괄보험을 이용할 수 있는 수출자의 요건, 외국환은행에 대한 어음매입 의뢰절차 및 필요 서류, 어음 인수한도, 어음지급인에 대한 신용조사 의무 등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협약 제9조 2항의 ‘수출자가 고의 또는 과실로 이 협약을 위반한 경우’란 수출자가 협약의 이러한 규정을 위반하여 어음을 발행한 경우를 의미한다고 할 것이므로, 수출 물품에 하자가 있어 어음인수인에 의하여 지급거절된 경우까지도 피고가 위 조항에 따라 원고를 상대로 하여 보험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가 협약 제9조 제2항에 따라 원고에게 보험금반환청구권이 있음을 전제로 한 피고의 반소청구는 이유 없다.
(2) 보험자대위에 의한 보험금반환청구
(가) 인정사실
1) 원고는 1997. 6. 3.경 엘도라도사와 사이에 수출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엘도라도사에 엘지가 생산하는 FE0070, FD-0060, ME8000, ME9180 등의 제품 100kg씩을 견본품으로 보냈다. 엘도라도사는 위 각 견본품을 1차 테스트한 후 1997. 6. 17.경 원고와 사이에 FD-0060 1,972kg에 대한 1차 계약을 체결하였다.
2) 엘도라도사는 1997. 7. 2.경 쌍용 브라질의 직원인 사무엘 한으로부터 교부받은 견본품에 대하여 2차 테스트를 실시하였다. 위 테스트는 엘도라도사 재료공학부 실험실에서 FD-0060과 FD-0070에 대하여 이루어졌는데, FD-0060과 FD-0070을 다양한 비율의 재생재료와 혼합사용하여 만든 완제품의 품질에 대하여 분석한 것이다. 위 테스트 분석결과에 의하면, ‘위 두 재료는 재생재료를 많이 함유하도록 혼합할 경우 자신의 기계적 속성을 상당히 잃어버리고, FD-0060은 재생재료의 함유량을 제한하는 범위에서 사용할 것이 권고되며, 그 최대권고비율은 양질의 재생재료 30% 선이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3) 원고는 엘도라도사에 1차 선적분으로 1997. 7. 5. FD-0060 391톤, 1997. 7. 19. FD-0060 102톤을, 2, 3차 선적분으로 1997. 7. 26.과 1997. 8. 30. FD-0060 각 493톤을 보냈다.
4) 엘도라도사는 1997. 9.경 FD-0060 1차 선적분 중 먼저 도착한 FD-0060 391톤을 사용하여 필름을 생산하였으나, 그와 같이 생산한 일부 물품에 용융파괴(Melt Fracture)현상이 나타나고 충격강도(Dart Impact Strength)가 낮은 문제가 발생하자, 54톤에 이르는 생산품을 폐기하였다. 엘도라도사는 1997. 9. 7.경 원고에게 위와 같은 문제점에 대하여 원인을 규명하고 대책을 수립할 것을 요구하였다. 또한 1997. 9. 말경 원고로부터 항구에 대기 중이거나 운송 중인 FD-0060 2, 3차 선적분을 인수할 것을 요구받았으나, 1997. 10. 3. ‘엘도라도사를 방문할 엘지 기술진들이 만족할 만한 기술적 해결책을 제시할 경우에 한하여 이를 인수할 것이다’라고 회신하였다.
5) 엘지 직원인 박동일과 한정훈은 1997. 10. 5.부터 1997. 10. 13.까지 사이에 엘도라도사를 방문하여 생산공정을 점검한 결과, 엘도라도사가 FD-0060을 사용하여 제조한 생산품에 엘도라도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문제점이 발생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엘도라도사는 위 생산 당시 FD-0060를 48%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LLDPE(선형 저밀도 폴리에틸렌) 25%, 재생원료 20%, 첨가제 2%의 비율로 혼합하여 제품을 생산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엘지 직원들은 엘도라도사에 원고로부터 최초로 교부받은 견본품과 그에 대한 1차 테스트 결과를 보여줄 것을 요구하였으나, 엘도라도사는 이를 거절하였다.
6) 엘지 직원들은 그 후 엘도라도사에 재생재료를 혼합하지 말고 FD-0060을 사용할 것을 권고하였으나, 엘도라도사가 원가절감을 위하여 재생재료의 사용이 불가피하다고 하자, 위와 같은 엘도라도사의 생산공정상 최선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하여 여러 첨가제를 사용하여 품질을 개선하는 방법을 모색해 보기로 하였다. 그 후 엘지 직원들은 엘도라도사에 EBA, FX9613 등의 첨가제를 보냈다.
7) 엘도라도사는 그 후 FD-0060 2, 3차 선적분을 모두 인수하였다. 그러나 엘도라도사가 계속하여 물품의 하자를 주장하자, 원고는 4차 선적분 493톤에 관하여 선적을 취소하였다. 쌍용 브라질의 직원인 사무엘 한은 1997. 10. 27. 엘도라도사에게 FD-0060이 엘도라도사에서 이용하는 데 완전히 적합하지 않으므로 마지막 선적을 취소하고, 엘지가 엘도라도사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겠다고 약속하였다는 내용을 통지하였다.
8) 엘도라도사는 1998. 4. 4.경 FD-0060 1차 선적분으로 약 15%의 손실이 발생하였고 2, 3차 선적분에서도 그와 비슷한 손실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원고에게 FD-0060의 물품대금에서 15%를 할인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한편, 엘도라도사는 1998년 초 위와 같이 FD-0060에 대하여 원고와 사이에 분쟁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보관 중이던 FD-0060을 모두 폐기하였다.
9) 브라질 법원은 위 2078/99호 사건에서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엘도라도사가 1차 계약에 따라 인도받은 FD-0060이 견본품과 다르고 본질적인 하자가 있다는 이유로 1차 계약인 FD-0060에 대한 해지를 인정하되,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그와 같이 판단하게 된 근거로서, 엘도라도사가 30년 넘게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해온 회사로서 오랜 기간 사용해 온 설비를 사용하여 하자 없는 완제품을 생산하기 위하여 모든 노력을 다하였고, 엔지니어인 아리오발두 메를린(Arivaldo Merlin)이 견본품과 다른 물품이 공급되었다고 감정하였으며, 쌍용 브라질의 위탁판매 대리인 주란지르 아로니 마우에스(Jurandyr Arone Maues)가 물품의 문제점을 인정하였다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원고가 엘도라도사에 견본품과 다른 FD-0060을 공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시하였다.
그런데 브라질 법원 위 2078/99호 사건에서 감정한 아리오발두 메를린은 토목기술자 로서 플라스틱 전문가가 아니고, 원고가 공급한 FD-0060을 실제로 보거나 테스트한 적이 없는데도, FD-0060을 사용하여 제조된 폐품과 반품된 플라스틱 봉지만을 보고 위와 같이 감정하였다.
10) 엘지는 1997년 FD-0060을 약 71,732톤 정도 생산하였는데, 그 중 엘도라도사에 수출한 물품은 총생산량의 약 3%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다른 나라에 수출하였다. 그런데 엘도라도사를 제외하고는 위 FD-0060의 품질이 문제되어 대금이 지급거절된 경우는 없었다.
[인정 근거] 앞에서 든 각 증거, 갑 제17호증, 갑 제22호증의 1 내지 5, 갑 제23호증의 1 내지 10, 갑 제25호증의 1 내지 3, 갑 제28호증의 1 내지 12, 갑 제30호증의 1 내지 25, 갑 제32 내지 37호증, 갑 제39호증의 1 내지 9, 갑 제40, 41호증, 갑 제42호증의 1 내지 3, 갑 제43, 44호증, 을 제19 내지 26호증의 각 기재, 제1심 증인 박동일, 당심 증인 사무엘 한, 한정훈, 임윤철의 각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나) 판단
브라질 법원이 위 2078/99 사건에서 엘도라도사가 인도받은 FD-0060의 품질이 견본품과 상이하고 본질적 하자가 있다는 이유로 FD-0060에 대한 1차 계약의 해지를 인정하고, 손해배상요청을 기각하는 내용의 판결을 선고한 점, 엘도라도사가 FD-0060의 하자를 주장하자, 원고가 마지막 선적분에 관하여 선적을 취소하고, 쌍용 브라질의 직원인 사무엘 한이 엘도라도사에게 FD-0060이 엘도라도사에서 이용하는 데 완전히 적합하지 않으므로 마지막 선적을 취소하였다는 사실을 통지한 점은 인정된다.
그러나 ① 원고가 1차 계약을 체결하기 이전에 엘도라도사에 FD-0060 이외에 여러 종류의 견본품을 보내어 가장 적합한 제품을 선택하도록 하였을 뿐만 아니라, 엘도라도사가 2차 테스트한 결과에 의하더라도, FD-0060은 재생재료의 함유량을 제한하는 범위에서 사용할 것이 권고되었으며, 그 최대권고비율은 양질의 재생재료 30% 정도라고 기재되어 있는 점, ② 그런데 엘도라도사가 FD-0060을 48%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품질이 떨어지는 재생재료와 혼합하여 제품을 생산하였고, 엘지 직원들로부터 최초로 교부받은 견본품과 그에 대한 1차 테스트 결과를 보여줄 것을 요구받고도 이를 거절한 점, ③ 엘도라도사의 기계설비와 재생재료를 혼합하는 방식에는 FD-0060이 적합하지 않아 엘지에서 엘도라도사만을 위한 새로운 제품 개발을 약속한 점, ④ 엘도라도사가 계속하여 FD-0060에 하자가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2, 3차 선적분 986톤을 모두 인수하였을 뿐만 아니라 원고에게 대금감액을 요청한 점, ⑤ 사무엘 한이 엘도라도사에 보낸 서신은 FD-0060이 엘도라도사가 사용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취지로서 원고가 보낸 견본품과 다르다는 취지로 해석되지는 않는 점, ⑥ 브라질 법원의 위 2078/99호 사건에서 견본품과 다른 FD-0060이 인도되었다고 감정한 아리오발두 메를린이 그 분야에 대하여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자로서 실제로 공급된 FD-0060을 보지도 아니한 채 FD-0060을 사용하여 제조된 폐품과 반품된 플라스틱 봉지만을 보고 감정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이외에 위 판결에서 근거로 든 부분도 그 이유가 박약한 점, ⑦ 원고가 수출한 FD-0060에 대하여 엘도라도사를 제외하고는 그 하자 여부가 문제된 적이 없는 점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FD-0060이 재생품을 다량 혼합하여 사용하는 엘도라도사의 생산방식에 적합하지 않았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원고가 엘도라도사에 견본품과 다른 품질의 FD-0060을 수출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원고에게 책임 지울 수 있는 사유로 손실이 발생하였다는 점을 전제로 하여 보험자대위에 의하여 원고를 상대로 하여 보험금 상당액의 반환을 구하는 피고의 반소 청구 및 상계항변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모두 이유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본소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원고의 나머지 본소 청구와 피고의 반소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각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의 본소 청구에 관하여는 위에서 지급을 명한 원고 패소부분을 취소하여 피고에게 위 금원의 지급을 명하고, 피고의 반소 청구에 관하여는 원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피고의 반소 청구를 기각하며, 원고의 나머지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