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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04. 1. 7. 선고 2003노793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알선수재)][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외 1인

검사

박준효

변 호 인

법무법인 성심종합 담당변호사 강수림외 2인

주문

피고인 및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뇌물수수의 점)

(1) 사실오인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뇌물수수의 점에 대하여, 피고인은 원심 판시 일시, 장소에서 공소외 1을 만나 민방사업에 관하여 일방적인 대화를 나누었을 뿐 공소외 2 회사(이하 공소외 2 회사이라고 한다)로 하여금 대전지역의 민방사업자로 선정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내용의 대화를 나눈 바 없고, 공소외 1로부터 3,000만 원이 든 쇼핑백을 교부받은 바 없으며, 다만 공소외 1과 동행하였던 공소외 3이 피고인과의 작별인사 후에 다시 피고인의 집에 들어와 3,000만 원이 든 쇼핑백을 피고인의 비서인 공소외 4에게 피고인 모르게 전달하였고 공소외 4는 위 사실을 피고인에게 보고하지 않은 채 위 금원을 당 운영비로 지급하였을 뿐임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인이 대전민방사업자 선정과정에서 공소외 1을 도와주기로 약속하고 그로부터 3,000만 원을 교부받았다고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양형부당

가사 뇌물수수의 점이 유죄로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선고한 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

(1)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알선수재의 점)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알선수재의 점에 대하여, 피고인은 공보처장관에게 부탁하여 도와 달라는 공소외 1의 요청에 대하여 피고인이 직접 공보처장관에게 부탁할 수 없다고 하면서 이를 거절한 바가 없고, 공소외 1에게 소속 상임위원회의 국회의원들을 통하여 알아보고 도와주겠다고 함으로써 위 국회의원들을 통하여 민방선정에 관한 실태를 파악한 후에 적극적으로 직접 공보처장관 등 관계자에게 부탁하든지 또는 소속 상임위의 국회의원들을 통하여 공보처관계자들에게 힘을 써 공소외 2 회사가 민방업체로 선정되도록 알선하겠다는 것도 이 사건 금품 수수의 취지에 포함되어 있음에도, 원심은 위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알선수재죄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양형부당(뇌물수수의 점)

뇌물수수의 점에 대하여,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선고한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뇌물수수의 점에 대한 판단

(1) 피고인의 사실오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기록에 의하면, 공소외 1은 대전지역 민방사업자 참가신청을 한 후 대전지역 민방사업자 신청업체 중 공소외 5 회사가 가장 유력하고 다음으로 공소외 2 회사가 유력하다고 판단하고 국정 전반에 관하여 문제를 제기하여 정부의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국회의원이 민방사업자 선정과정에서의 의혹을 제기하게 되면 공소외 5 회사가 민방사업자로 선정될 수 없다고 생각하여 피고인의 5촌 조카사위인 공소외 3을 통하여 국회의원이자 야당 당수인 피고인에게 부탁을 하기로 하고서는 공소외 3과 함께 피고인의 집을 방문하여 피고인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 자리에서 피고인에게 자신이 운영하는 공소외 2 회사가 민방사업자로 선정되도록 도와 달라고 부탁하면서 ‘대전지역에서는 공소외 5 회사가 로비를 하여 민방사업자로 거의 확정되었다고 한다’고 한 사실, 피고인은 ‘야당인 내가 어느 업체를 선정할 힘이 없지만 문제가 많은 회사는 안 된다고 하면 절대로 될 수 없다. 공소외 5 회사가 로비를 하여 민방업체로 확정되었다면 국회에서 문제를 제기하여 민방업체로 선정될 수 없도록 하겠다’고 한 사실, 이에 공소외 1이 피고인에게 직접 공보처장관에게 부탁하여 공소외 2 회사가 민방업체로 선정될 수 있도록 하여 달라고 하자 ‘내가 직접 공보처장관에게 부탁할 수는 없고, 공보처 소관 의원들에게 알아보고 도와주겠다’고 한 사실, 그 후 공소외 1과 동행하였던 공소외 3이 피고인의 집 거실을 떠나면서 그 곳에 놓아두었던 3,000만 원이 든 쇼핑백을 가리키며 피고인에게 공소외 1이 가져온 것이라고 하자 피고인이 고맙게 쓰겠다는 취지로 답하였고 이어 공소외 1과 공소외 3이 피고인의 집을 그대로 나옴으로써 피고인이 공소외 3을 통하여 공소외 1로부터 3,000만 원을 교부받게 되었던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없다.

(2) 직권판단

피고인의 변호인이 환송 전 당심에서 2001. 3. 28.자로 제출한 항소이유보충서에는 다음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의 주장이 추가로 포함되어 있는바, 이는 적법한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된 이후의 것이기는 하나 이 법원으로 하여금 원심판결에 영향을 미친 사유에 관한 직권심판을 촉구하는 취지로 보고 살펴보기로 한다.

㈎ 직무관련성

피고인의 변호인은, 위 지역민방 사업자선정절차는 공보처의 주관하에 관계부처 공무원 및 민간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들이 관여하는 것이고, 피고인과 같은 국회의원 개인이나 국회는 위 선정절차에 배제되어 있어 그 직접적인 관여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상태였으며, 민방사업자 선정과 관련하여 국회 본회의나 소속 상임위원회에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의 행사대상이 되는 의안이 제출될 여지가 없었고, 당시 피고인은 공보처의 소속 상임위원회인 문화체육공보위원회가 아닌 경제과학분과위원회에 소속되어 있어 민방사업자 선정문제에 대하여는 간접적으로도 개입할 수 없는 상태이었을 뿐만 아니라, 당시 야당 대표이던 피고인으로서는 민감한 사안에 대하여 직접 나서 발언하는 경우 발생할 수도 있는 정치적 위험을 피하기 위하여서라도 민방사업자 선정과 관련하여 직접 본회의나 상임위원회에서 국회의원으로서의 직권을 행사할 의도는 없었으므로, 공소사실 기재 공소외 1이 피고인에게 한 청탁은 피고인의 직무에 관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뇌물죄는 직무집행의 공정과 이에 대한 사회의 신뢰를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으므로 공무원의 직무와 금원의 수수가 전체적으로 대가관계에 있으면 뇌물수수죄가 성립하고, 개개의 직무행위의 대가적 관계를 고려할 필요가 없을 뿐 아니라, 그 직무행위가 특정된 것일 필요도 없고( 대법원 1997. 4. 17. 선고 96도3377 판결 참조), 한편 뇌물죄에서 말하는 ‘직무’에는 법령에 정하여진 직무뿐만 아니라 그와 관련 있는 직무, 과거에 담당하였거나 또는 장래에 담당할 직무 이외에 사무분장에 따라 현실적으로 담당하지 않는 직무라 하여도 법령상 일반적인 직무권한에 속하는 직무 등 공무원이 그 직위에 따라 공무로 담당할 일체의 직무도 포함되고( 대법원 1999. 11. 9. 선고 99도2530 판결 참조), 또한 뇌물죄에 있어서 ‘직무에 관하여’라 함은 당해 공무원이 그 지위에 수반하여 공무로서 취급하는 일체의 직무를 말하는 것으로서 그 권한에 속하는 직무행위뿐만 아니라, 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는 행위와 그 직무에 관련하여 사실상 처리하고 있는 행위까지도 포함한다( 대법원 2000. 6. 15. 선고 98도3697 전원합의체 판결 , 1997. 12. 26. 선고 97도2609 판결 , 1983. 7. 26. 선고 82도1208 판결 들 참조).

국회의원은 헌법국회법에 따라 법률안 등 각종 안건의 발의·제출권, 본회의에 부의 된 안건에 대한 발언·질의·토론·표결권, 국무위원 등의 출석요구권, 국정 전반 또는 국정의 특정분야에 대한 대정부질문권, 정부에 대한 긴급현안질문권, 서면질문권, 상임위원회 소관사항에 대한 발언·심의·표결권, 국정감사·조사권 등의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직무권한이 있으므로 국회의원이 그 직무권한의 행사로서의 의정활동과 전체적·포괄적으로 대가관계가 있는 금원을 교부받았다면 그 금원의 수수가 어느 직무행위와 대가관계에 있는 것인지 특정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이는 국회의원의 직무에 관련된 것으로 보아야 하고, 한편 국회의원이 다른 의원의 직무행위에 관여하는 것이 국회의원의 직무행위 자체라고 할 수는 없으나, 국회의원이 자신의 직무권한인 의안의 심의·표결권 행사의 연장선상에서 일정한 의안에 관하여 다른 동료의원에게 작용하여 일정한 의정활동을 하도록 권유·설득하는 행위 역시 국회의원이 가지고 있는 그 직무권한의 행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행위로서 그와 관련하여 금원을 수수하는 경우에도 뇌물수수죄가 성립하는 것이다( 대법원 1997. 12. 26. 선고 97도2609 판결 참조).

그런데 피고인은 국회의원이어서 앞서 본 바와 같이 국회 본회의에서 국정일반 또는 국정의 특정분야에 대한 대정부질문권의 행사를 통하여 민방사업자 선정과정에서의 비리나 의혹을 폭로하거나 이에 관한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민방사업자의 선정과정에 사실상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법령상의 일반적인 직무권한이 있으므로 피고인이 공소외 1로부터 국회에서 유력한 경쟁업체인 공소외 5 회사에 대한 민방사업자 선정과정에서의 비리나 의혹을 제기하여 공소외 5 회사가 민방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하도록 하여 달라는 부탁을 받았던 사실이 인정된다면 이는 국회의원인 피고인의 일반적인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피고인이 민방사업자 선정을 주관하는 공보처 소관 상임위원회인 문화체육공보위원회에 소속된 같은 당의 국회의원들에게 부탁하여 공소외 2 회사의 유력한 경쟁업체인 공소외 5 회사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어 민방업자로서 선정되기에 부적합하다는 점을 지적하게 함으로써 공소외 5 회사로 하여금 대전지역의 민방사업자 선정에서 탈락되도록 도와주기로 승낙한 사실이 인정되는 이상, 피고인은 국회의원으로서 국정 전반을 비판하고 감시할 일반적인 권한이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문화체육공보위원회에 소속된 같은 당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대전지역 민방사업자로 신청한 공소외 5 회사가 민방사업자로 선정될 때의 문제점을 부각시켜 민방사업자 선정에서 탈락되게 하여 달라고 부탁을 하는 행위는 피고인의 직무에 밀접한 관계가 있는 행위에 속하는 것이다.

나아가, 공무원이 법령상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하면 뇌물수수죄가 성립하는 것이고 당해 공무원이 현실적으로 그와 같은 직무를 수행할 의사가 있었는지의 여부나 구체적으로 그와 같은 직무를 현실로 담당하고 있었는지의 여부 및 실제로 편의를 줄 수 있는지의 여부는 뇌물수수죄의 성립에 아무런 지장이 되지 않으므로, 피고인이 국회본회의에서 민방사업자 선정과정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거나, 문화체육공보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부탁하여 그 위원회에서 민방사업을 신청한 특정업체가 민방사업자로 선정될 경우의 문제점을 부각시키는 것이 국회의원인 피고인의 법령상 일반적 직무권한 내에 속하거나 이에 밀접하게 관계 있는 행위에 속하는 이상 피고인이 현실적으로 국회본회의에서 직접 민방사업자 선정과 관련하여 국회의원으로서의 직무권한을 행사할 의사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뇌물수수죄의 성립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

따라서, 공소외 1이 피고인에게 국회상임위원회 또는 본회의 등에서 피고인이 직접 또는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을 통하여 공소외 5 회사가 대전지역 민방사업자로 선정될 경우의 문제점을 부각시키는 방법으로 공소외 2 회사가 대전지역 민방사업자로 선정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한 청탁은 피고인의 직무에 관한 것이라고 하겠다.

㈏ 대가성

피고인의 변호인은, 가사 피고인이 공소외 1로부터 3,000만 원을 수수하였다고 하더라도 위 3,000만 원은 피고인의 직무와 대가관계에 있는 뇌물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순수한 정치자금 또는 의례적인 인사치레에 해당될 뿐이라고 다투므로 살피건대, 공무원이 얻는 어떤 이익이 직무와 대가관계가 있는 부당한 이익으로서 뇌물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는 당해 공무원의 직무의 내용, 직무와 이익제공자와의 관계, 쌍방 간에 특수한 사적인 친분관계가 존재하는지의 여부, 이익의 다과, 이익을 수수한 경위와 시기 등의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결정돼야 할 것이고, 뇌물죄가 직무집행의 공정과 이에 대한 사회의 신뢰를 그의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음에 비추어 볼 때, 공무원이 그 이익을 수수하는 것으로 인하여 사회일반인으로부터 직무집행의 공정성을 의심받게 되는지의 여부도 뇌물죄의 성부를 판단함에 있어서의 판단 기준이 된다( 대법원 2002. 3. 15. 선고 2001도970 판결 , 1998. 3. 10. 선고 97도3113 판결 들 참조).

또한, 정치자금의 명목으로 이루어진 금품의 수수라 하더라도 그것이 정치인인 공무원의 직무행위에 대한 대가로서의 실체를 가지는 한 뇌물로서의 성격을 잃지 아니하고( 대법원 1997. 12. 26. 선고 97도2609 판결 , 1997. 4. 17. 선고 96도3377 전원합의체 판결 들 참조),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하여 금품을 수수하였다면 그 수수한 금품은 뇌물이 되는 것이고, 그것이 사교적 의례의 형식을 사용하고 있다 하여도 직무행위의 대가로서의 의미가 있을 때에는 뇌물이 된다( 대법원 1999. 1. 29. 선고 98도3584 판결 참조).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에 따르면, 피고인은 공소외 1과 처음 만난 사이로서 그 전에 공소외 1과 아무런 접촉이 없었는데, 공소외 1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그로부터 국회에서 경쟁업체인 공소외 5 회사가 대전지역 민방사업자로 선정될 때의 문제점을 부각시켜 공소외 5 회사로 하여금 민방사업자 선정에서 탈락되도록 하여 달라는 구체적인 부탁을 받은 후 바로 그 자리에서 공소외 1에게서 돈 3,000만 원을 받았다는 것인 바, 피고인과 공소외 1의 관계, 피고인의 지위 및 직무권한과 영향력, 수수된 돈의 액수, 돈이 수수된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공소외 1이 피고인에게 준 돈 3,000만 원은 피고인의 직무행위의 대가로서의 성질을 지닌 것으로서 뇌물에 해당된다고 보이고 순수한 정치자금에 해당된다거나 단순한 인사치레에 해당된다고 할 수는 없다.

나. 알선수재의 점에 대한 판단(검사의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의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

이 사건 알선수재의 점에 대한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민방사업자 선정과 관련하여 공무원인 공보처 관계자의 직무에 속하는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 금품을 수수하였다는 것인바, 피고인이 앞서 본 바와 같이 공소외 1로부터 피고인의 직무에 관한 대가로서 받은 금 3,000만 원이 나아가 동시에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 받은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보면, 피고인이 공무원인 공보처장관 등의 직무에 관한 사항의 알선을 승낙하였다고 볼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로 판단한 원심의 사실인정 및 판단은 정당하고, 검사의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의 항소논지는 이유 없다.

다. 양형부당의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피고인 및 검사)

기록에 나타난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가족관계, 이 사건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양형의 조건이 되는 제반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선고한 형량은 적정하다고 인정되고,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보이지는 아니하므로, 피고인 및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3. 결론

따라서, 피고인 및 검사의 이 사건 항소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의하여 이를 각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해성(재판장) 강을환 홍이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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