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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03. 8. 21. 선고 2002나22153 판결
[손해배상(기)등][미간행]
원고, 피항소인 겸 부대항소인

주식회사 동아일보사(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종훈)

피고, 항소인 겸 부대피항소인

주식회사 문화방송(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결 담당변호사 문건영))

변론종결

2003. 7. 24.

주문

1. 제1심 판결중 피고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그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원고의 부대항소를 기각한다.

3. 제1심 및 항소심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가. 피고는 원고에게 3억원 및 이에 대하여 2001. 1. 12.부터 이 사건 판결 선고일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5%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나. (1) 피고는 이 판결 확정후 최초로 전국에 방송되는 엠비씨 텔레비전(MBC-TV)이 매일 밤 방영하는 ‘9시 뉴스데스크’ 프로그램의 첫머리(앵커의 오프닝 멘트 직후, 9시 정각)에서 화면상단에 “동아일보 비방보도 정정보도문”이라는 제목을 계속 표시하고 (글자 크기는 통상의 ‘제목’과 같은 크기로) 그 밑에 별지 정정보도문을 시청자들이 그 내용을 충분히 알아 볼 수 있도록 천천히 표시하면서(글자 크기는 통상의 자막과 같은 크기로) 진행자로 하여금 원프로그램의 진행속도보다 빠르지 않은 속도로 낭독하게 하여야 한다.

(2) 피고가 위 가.항의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원고에게 위 기간 만료 다음날부터 이행완료일까지 1일 5,000만원으로 계산한 금원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제1심 판결중 피고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그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3. 부대항소취지

제1심 판결중 아래 가항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원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제1심 판결의 주문 제1, 2.항을 나항과 같이 변경한다

가. 피고는 원고에게 1억원 및 이에 대하여 2001. 1. 12.부터 이 사건 판결 선고일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5%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나. (1) 피고는 이 판결 확정후 최초로 전국에 방송되는 엠비씨 텔레비전(MBC-TV)의 저녁 9시 정각부터 진행되는 ‘MBC 뉴스데스크’ 프로그램의 첫머리(앵커의 오프닝 멘트 직후)에, 화면상단에 통상의 제목과 같은 크기로 “동아일보 비방보도 정정보도”라는 제목을 계속 표시하고, 그 밑에 통상의 자막과 같은 크기로 별지 정정보도문을 시청자들이 그 내용을 충분히 알아 볼 수 있도록 천천히 표시하면서 뉴스진행자로 하여금 원프로그램의 진행속도보다 빠르지 않은 속도로 낭독하게 하여야 한다.

(2) 피고가 위 (1)항의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피고는 원고에게 위 (1)항의 기간 만료 다음날부터 이행완료일까지 1일 500만원으로 계산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다음과 같은 사실은 갑1 내지 6호증, 갑7호증의 1, 갑12 내지 15호증, 갑16호증의 1 내지 3, 을1 내지 3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인정할 수 있다.

가. 당사자의 지위

원고는 신문의 발행 및 판매등을 목적으로 설립되어 일간지 ‘동아일보’를 발행하는 회사이고, 피고는 방송사업 및 문화서비스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되어 MBC TV, 라디오 등의 방송매체를 통하여 방송하는 회사로서 ‘MBC 뉴스데스크(이하 뉴스데스크라 한다)’라는 뉴스 프로그램을 매일 21:00경에 방영한다.

나. 이 사건 보도경위 및 내용

(1) 2001. 1.경 방송광고시장의 개방문제를 둘러싼 첨예한 이해관계의 대립으로 인하여 언론사 상호간에 논쟁이 발생하였다.

(2) 원고가 2001. 1. 11.자 동아일보에 위 문제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는 기사를 게재하자, 피고는 같은 날 뉴스데스크에서 ‘동아일보 딴죽걸기’라는 제목으로 원고가 신문광고시장 잠식에 대한 우려에서 그와 같은 기사를 게재하였다는 취지의 비판보도를 하였다.

다. 이 사건 보도경위 및 내용

피고는 뉴스데스크에서 ‘동아일보 딴죽걸기’라는 제목의 보도에 이어 아래와 같은 방송보도(괄호 안의 숫자는 인용의 편의를 위한 것임, 이하 이 사건 방송보도라 한다)를 하였다.

제목 : 싼 이자 재테크

앵커 : 신문사의 주 수입원은 구독료와 광고료로 보통 알고 있는데 그렇지 않은 신문도 있습니다. 언론사라는 힘을 등에 업은 탓인지 일반 기업들과는 다르게 싼 이자에 큰돈을 빌려서 재테크에 신경을 쓰는 동아일보 사례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①).

기자 : 동아일보의 자본은 99년말 현재 4,000억원대, 부채는 3,600억원으로 한국, 중앙일보에 이어 세 번째입니다. 동아일보는 지난 96년 한통프리텔 주식 174만주를 44억원에 사들여 3년만에 1,000억원대로 불렸습니다. 주식값이 무려 20배나 넘게 오른 셈입니다. 그래서 88%로 나온 부채비율은 주식투자로 얻는 1,948억원의 평가이익을 자본에서 빼게되면 168%에 이릅니다. 동아일보에는 자사가 보유한 한통프리텔이라는 기사가 적지 않았습니다(②).

금융관계자 : 한통프리텔같이 무지하게 뛴 것들은 미리 구매를 해 엄청난 돈을 벌었다. 보통 사람들과 형평성을 놓고 볼 때 뭔가 특혜의혹이 있다(③).

기자 : 결국 금융기관에서 싼 이자로 돈을 빌려다가 주식투자로 번 돈이 영업이익의 절반이 넘습니다(④).

은행관계자 : 다른 데는 싸게 해주는데 너희는 왜 비싸냐, 싸게 해줘라. 언론사 특징이 바로 이거야. 그렇게 하다보면 실질적으로 거의 안남지, 고생만 하는 거지(⑤).

기자 : 관련기자들이 윤리적으로 주식을 사지 않는데 반해 정작 신문사는 주식투자로 재미를 톡톡히 본 셈입니다. 이런 식으로 신문사가 재테크에 나서더라도 어느 누구도 비판하거나 제재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언론개혁이 관심사로 떠오른 11일 독자들은 스스로를 돌아보는 공정한 비판의식을 동아일보에 기대하고 있습니다(⑥).

한편, 위와 같은 내용의 보도가 진행될 당시 원고 회사의 사옥 전경, ‘동아일보’라는 로고 등을 배경으로 하여 ‘동아일보 한통프리텔 주식으로 20배 평가이익’이라는 자막, 한통프리텔이 ‘땅콩’ 김미현의 공동스폰서로 나섰다는 내용의 동아일보 기사 등이 화면으로 방영되었다.

라. 원고의 한통프리텔 주식의 매입 경위 등

(1) 원고는 1996.경 PCS 사업자 컨소시엄에 참여하여 한통프리텔 주식 50만주(전체 지분율 0.57%, 취득가액 4,478,840,000원)를 취득한 이후 유상증자를 받아 79,380주를 더 취득하였다(1999. 12. 31.기준 보유주식은 579,380주이고, 시가는 101,721,746,000원이다). 원고의 제75기(2000. 1. 1. ~ 2000. 12. 31.)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보고서에는 원고가 보유하고 있는 한통프리텔 주식은 동아닷컴이 매수한 36,000주를 합산한 615,380주로 기재되어 있다.

(2) 한편, 당시 다른 대부분의 언론사들도 PCS 사업에 참여하여 출자를 하였는데, 피고는 한솔 PCS 주식(지분율 1.52%, 취득원가 6,670,000,000원)을 취득하였고, 하나로통신 주식(지분율 0.09%, 취득원가 1,230,000,000원) 등 다른 회사 주식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3) 한통프리텔 주식은 1999.말 주당 약 28만원에 이르기도 하였으나 2001. 1. 11.경에는 주당 약 4만원 정도로 하락하였다.

(4) 원고의 1999년도 손익계산서에 의하면 당기순이익에서 유가증권 처분이익 및 평가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51.6%이다(유가증권처분손실과 평가손실을 제외한 순 처분이익과 평가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4.2%이다).

2. 불법행위의 성립여부

가. 명예훼손의 성립여부

(1) 판단기준

방송등 언론의 보도에 의한 명예훼손이 성립되려면,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가 있어야 하는바, 여기에서 말하는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에는 그와 같은 사실을 직접 표현한 경우뿐만 아니라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표현을 사용하여 그와 같은 존재 사실을 암시함으로써 시청자들로 하여금 그 사실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게 하는 경우도 포함되며, 방송 보도의 내용이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지의 여부는 당해 방송 보도의 객관적인 내용과 아울러 일반의 시청자가 보통의 주의로 방송 보도를 접하는 방법을 전제로, 보도 내용의 전체적인 흐름, 화면의 구성 방식, 사용된 어휘의 통상적인 의미와 문구의 연결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보도 내용이 시청자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도 그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2) 이 사건 방송보도의 경우

이러한 기준을 토대로 살펴보면, 이 사건 방송보도에서 피고는 다음과 같은 사실적시 또는 의혹제기를 하면서, 관련 기자들이 윤리적으로 주식을 사지 않는 것처럼 언론사들도 주식투자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표명을 하고 있다.

(가) 싼 이자 관련 부분

1) 원고는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때, “다른 데는 싸게 해주는데 너희는 왜 비싸냐, 싸게 해 줘라”는 취지로 말하며 싼 이자를 적용받기를 요구한다.

2) 결국 원고는 금융기관으로부터 일반 기업들과는 달리 싼 이자에 큰돈을 빌렸다.

3) 원고가 대출조건 협상과정에서 위 (가)항과 같은 일반적 요구를 하는 수준을 넘어 은연중에 언론사로서 힘을 행사한 결과 싼 이자로 대출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있다.

(나) 재테크 관련 부분

1) 원고는 이와 같이 빌린 돈으로 1996. 한통프리텔 주식 174만주를 44억원에 사들였는데 3년만에 1000억원대로 주가가 상승하여 그 평가이익이 약 20배에 달한다(①의 ‘재테크에 신경을 쓰는’이라는 부분, ③의 ‘엄청난 돈을 벌었다’라는 부분, ④의 ‘주식투자로 번 돈’이라는 부분, ⑥의 ‘재미를 톡톡히 본 셈’이라는 부분 등으로 인하여 시청자들이 원고가 위 주식을 처분하여 실제 그와 같은 돈을 벌었다는 인상을 받을 여지가 없지 아니하나, 피고는 ②의 ‘주식투자로 얻는 1,984억원의 평가이익’이라는 부분, ‘동아일보 한통프리텔 주식으로 20배 평가이익’이라는 자막 등을 통하여 ‘평가이익’이라는 점을 분명히 명시하고 있으므로, 원고가 위 주식을 거래하여 실제 그와 같은 돈을 벌었다는 사실이 적시되었다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없다).

2) 원고가 한통프리텔 같이 엄청나게 주가가 상승한 주식을 미리 구매하여 엄청난 돈을 벌었는데, 이는 일반인과 비교하여 보면 무언가 특혜가 있다는 의혹이 있다.(금융관계자의 말을 인용, 전달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②의 ‘174만주를 44억원에 사들여’라는 표현과 ‘동아일보에는 자사가 보유한 한통프리텔이라는 기사가 적지 않았습니다’라는 표현, 금융관계자 : 한통프리텔같이 무지하게 뛴 것들은 미리 구매를 해 엄청난 돈을 벌었다. 보통 사람들과 형평성을 놓고 볼 때 뭔가 특혜의혹이 있다(③).는 발언을 인용함으로 인하여, 시청자들로서는 위와 같이 많은 수의 주식을 취득할 수 있었던 것은 원고가 언론사로서의 지위를 이용하여 얻은 특혜가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지게 한다는 점, ①의 ‘언론사라는 힘을 등에 업은 탓인지’라는 표현 및 이 사건 보도에 사용된 표현의 전취지를 고려하면, ③은 단순히 금융관계자가 그와 같은 발언을 하였다는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는 볼 수 없고, 피고 자신이 그와 같은 의혹을 제기하여 특혜를 받은 사실을 암시하고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원고가 한통프리텔 기사를 많이 써서 주가를 올렸다는 사실이 적시되었다는 원고 주장은 이유 없다).

(3) 그렇다면, 피고는 이 사건 방송보도를 통하여 원고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여러 사실을 적시하고 의혹을 제기함으로써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였다고 할 것이다

나. 위법성 조각 여부

(1) 피고의 주장

피고는, 이 사건 방송보도는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인 언론사인 원고의 주식투자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하여 보도된 것으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고, 그 보도내용이 진실이거나 진실이라고 믿은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으므로 위법성이 없다는 취지의 항변을 한다.

(2) 판단

표현의 자유와 명예보호 사이의 한계를 설정함에 있어서는, 일반적으로 공익성, 진실성, 상당성 등을 고려하되, 당해 표현으로 명예를 훼손당하게 되는 피해자가 공적인 존재인지 사적인 존재인지, 그 표현이 공적인 관심사안에 관한 것인지 순수한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안에 관한 것인지 등에 따라 그 심사기준에 차이를 두어, 공공적·사회적인 의미를 갖는 사안에 대하여는 언론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완화되어야 한다.

언론의 자유는 자유민주주의의 초석이 되는 가장 중요한 기본권의 하나로서 언론사들이 이를 통하여 국가기관, 단체, 개인에 대하여 비판적 기능, 경고적 기능을 수행하는 등 중요한 공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하더라도 언론사가 타인에 대한 비판자로서의 언론의 자유를 누리는 범위가 넓은 만큼, 자신에 대한 비판의 수인범위도 그 만큼 넓어져야 할 것인바, 언론사간의 광범위한 상호비판은 언론의 부패를 막는 내재적인 안전판의 역할을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대방의 태도나 입장이 자신과 다를 때 올바른 여론형성의 틀을 깨트리지 않는 한 이를 비판하여 견제할 자유가 있어야 하며, 또 이러한 비판은 폭넓게 수인되어야 하고 그것이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쉽게 책임을 추궁하여서도 아니된다.

(가) 공익성

법적으로 언론사의 주식투자가 명시적으로 금지되어 있지는 아니할지라도, 언론사가 특정 회사의 주식을 매입하는 등의 투자활동을 할 경우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그 회사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고 보도를 할 수 있는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고, 소속 기자들도 투자 대상 회사가 보도의 대상이 되는 경우 현실적으로 상당한 부담감을 가질 수 있고, 언론수용자인 독자나 시청자들로부터 공정성과 독립성에 대한 의혹과 불신을 살 수도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언론사의 주식투자 문제에 관한 공적 논쟁을 촉발시킬 수 있는 이 사건 방송보도는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이라고 할 것이고, 그 목적도 공익을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이 사건 방송보도는 원고를 일방적으로 비방하기 위한 것으로서 공익성이 인정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을 한다.

살피건대, 피고도 언론사로서 1996. 당시 PCS 사업에 참여하여 출자의 일환으로 주식을 취득하였고, 다른 회사의 주식을 보유하는 등의 주식투자를 하고 있음에도 그와 관련된 사실에 대하여는 아무런 언급도 없이 원고만을 지목하여 위와 같은 주식투자가 부당함을 지적하고 있고, 또 시의성을 중요시하는 뉴스 보도에서 이미 1년여가 지난 정보에 근거한 의혹제기, 의견표시를 하면서도 보도 당시에는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하여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아니하였으며,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원고의 취득 주식 수량에 관한 보도에 있어서도 적절한 조사를 하지 아니하였고, 방송광고시장 개방문제에 관한 원고의 입장을 비판하는 보도를 한 데 뒤이어 이 사건 방송보도를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방송보도를 함에 있어 앞서 본 공익적 목적 이외에 부수적으로 원고를 비난하고자 하는 의도가 다소 내포되어 있음이 엿보이기는 하나 앞서 본바와 피고의 이 사건 방송보도의 주요한 목적이나 동기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므로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동기가 내포되어 있었다고 하더라도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여론형성을 위하여 언론사의 논조 또는 그 운영 행태 등에 관하여 언론사간 건전한 상호비판은 활발히 이루어질 필요성이 있으며, 이 사건 방송보도는 위와 같은 상호비판의 일환으로 보여지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방송보도의 공익성이 부정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 진실성, 상당성 또는 의혹 제기의 정당성

1) 싼 이자 관련 부분

가) 원고가 금전을 차입하면서 금융기관 종사자들에게 싼 이자를 적용해주기를 요구하였다는 사실적시에 대하여 살핀다.

대출조건 협의 과정에서 차입 회사가 대출이율, 기간, 담보설정 등에 있어서 유리한 조건으로 대출을 받기 위하여 차입 회사의 특성을 설명하고 유리한 대출을 요구하는 것은 거래관행이라 할 수 있으므로 원고가 금전을 차입하면서 금융기관 종사자들에게 싼 이자를 적용해주기를 요구하였다는 이 부분 방송보도에 허위사실의 적시가 있다고 볼 수 없어 위법성이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나) 원고가 금융기관으로부터 일반 기업들과는 달리 싼 이자에 큰돈을 빌렸다는 사실적시에 대하여 살핀다.

갑7호증의 1, 갑14호증, 을1호증의 1, 을5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① 원고가 1995.말경 은행권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하면서 적용받은 금리는 10~10.5%정도이고, 1996.경 은행권의 대기업에 대한 이자율은 10.86%, 중소기업에 대한 이자율은 10.97% 정도이다.

② 원고가 1998.경 삼성생명보험 주식회사로부터 자금을 차입하면서 적용받은 금리는 3월 12.20%, 4월 12.19%, 5월 12.20%, 8월 11.88%, 12월 10.70%이고, 생명보험회사의 당시 기업대출이율은 12.84% 정도이다.

③ 원고는 1999.경 삼성생명보험 주식회사로부터 금 600억원을 변제기 2003. 10. 25.로 정하여 차용하였는데, 당시 생명보험회사의 기업대출 이자율은 연 9.51% 정도이다.

그렇다면, 이 부분 방송보도의 원고가 금융기관으로부터 싼 이자로 자금을 차입하였다는 사실적시는 그 주요 부분이 진실인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이 부분 방송보도에는 위법성이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원고는 금전을 차용할 때 금융기관의 구속성예금에 가입해야만 했기 때문에 실제 원고가 적용받은 금리는 위보다 높은 이율이라는 취지로 주장하나, 금융기관으로부터 금전을 차입하면서 오로지 원고만 그와 같은 구속성예금에 가입하는 것이 강제되었던 것으로는 보이지 아니하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원고가 은연중에 언론사로서 힘을 행사한 결과 싼 이자로 대출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제기 부분의 정당성 여부에 대하여 살핀다.

이 부분 방송보도는 위와 같은 의혹제기 차원을 넘어 원고가 언론사로서 부당하게 힘을 행사하였다는 단정적 표현을 쓰고 있지는 않은 점, ⑤의 ‘실질적으로 거의 안남지’, ‘고생만 하는 거지’ 등의 표현에서, 금융관계 종사자들은 은연중 언론사의 힘에 영향을 받아 대출조건을 결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넉넉히 추지할 수 있는 점,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실제로 일반 기업들보다는 싼 이자로 대출을 받아왔으며, 공적 존재인 언론사에 대한 의문이나 의혹은 그 개연성이 있는 한 광범위하게 문제제기가 허용되어야 하고, 악의적인 공격이라고는 보이지 아니한 점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의혹제기는 언론의 자유 범위 내에 속하는 것으로 정당하고 위법성이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라) 결국, 이 사건 방송보도중 싼 이자와 관련된 사실적시와 의혹제기로 인한 명예훼손의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피고의 항변은 이유 있다.

2) 재테크 관련 부분

가) 원고가 싼 이자로 빌린 돈으로 주식투자를 하였다는 사실적시에 대하여 살핀다.

을2호증의 2의 기재에 의하면, 1996.경의 원고의 장, 단기 차입금증가가 약 379억원에 이른 사실이 인정되는바,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그와 같은 차입금으로 한통프리텔 주식을 취득하였다는 이 부분 방송보도내용은 진실하거나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므로 위법성이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또한 원고가 설령, 뉴미디어 시대의 다양한 콘텐츠 공급 채널에 참여한다는 차원에서 PCS를 정보통신사회 미디어채널의 일환으로 인식하고 주식을 취득하였다고 하여도 그것이 주식투자 또는 재테크의 범주를 완전히 벗어난 것이라고 볼 수도 없어 이를 허위의 사실적시로 볼 수 없으므로 위법성이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나) 원고가 1996.경 한통프리텔 주식 174만주를 44억원에 사들였는데 3년만에 1000억원대로 주가가 상승하여 그 평가이익이 약 20배에 달한다는 사실적시에 대하여 살핀다.

먼저, 원고가 1996.경 한통프리텔 주식 50만주를 4,478,840,000원에 취득한 이후 유상증자를 받아 79,380주를 더 취득하였고, 1999. 12. 31.기준으로 그 주식의 시가가 101,721,746,000원인 사실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은 바, 그렇다면, 이 부분 방송보도에서의 원고가 1996.경 취득한 한통프리텔 주식이 3년만에 1000억원대로 주가가 상승하여 그 평가이익이 약 20배에 달한다는 사실적시는 그 주요 부분이 진실인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위법성이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다음, 이 부분 방송보도에서 원고가 1996.경 취득한 한통프리텔 주식은 50만주이고, 그 후 유상증자 등으로 79,380주를 취득하여 소유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과 다르게 원고가 174만주를 44억원에 사들였다고 적시하여 원고가 취득한 한통프리텔의 주식수를 사실과 다르게 보도한 점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으나, 이 부분 방송보도는 피고가 취득한 한통프리텔의 주식수가 얼마나 되고, 그 주식을 1주당 얼마에 취득하였느냐에 중점을 둔 것이라기 보다는, 보도당시 ‘동아일보 한통프리텔 주식으로 20배 평가이익’이라는 자막을 내보내면서 강조하였듯이 취득한 주식수가 얼마나 되는가에 관계없이 44억원에 취득한 주식이 3년만에 1,000억원대로 20배 불어나 막대한 평가이익을 거두었다는 점에 중점이 두었다고 여겨지고, 원고가 주식 174만주를 44억원에 취득하였다고 주식수를 구체적으로 표시하였다고 하더라도 취득시의 1주당 가격이 얼마인지를 꼬집어 적시하지 아니한 이상, 상법상 새로 설립된 주식회사의 주식은 액면가 이하로 발행될 수 없으므로 원고가 액면가 이하로 주식을 취득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더구나 당시에 원고만이 다른 여러 컨소시엄 가입자와 비교해서도 상대적으로 특혜를 받아 액면가 이하로 주식을 취득하였다고까지 볼 여지가 있다고 하기는 어려운 점에 비추어 볼 때 일반 시청자가 이 부분 방송보도를 통하여 원고가 한통프리텔 주식을 액면가 이하로 대량 취득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보기 어렵고, 나아가 이 부분 방송보도가 시청자에게 원고가 액면가 이하로 한통프리텔 주식을 대량 취득했음을 암시하고 있다고 할 수도 없는 바, 결국 이 부분 방송보도에서 원고가 취득한 주식수를 사실과 달리 보도한 것은 사소한 부분에 오류가 있거나 다소 수치를 과장한 정도에 불과하고, 주요 부분에 허위사실의 적시가 있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위법성이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다) 한통프리텔 주식 취득 과정에서 원고에게 어떠한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제기 부분의 정당성 여부에 대하여 살핀다.

원고의 한통프리텔 주식 취득은 1996년에 시행된 PCS 사업자 선정을 위한 PCS 사업자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이고, 당시 피고도 이러한 사업에 참여하여 한솔 PCS 주식을 다량 취득하였던 점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으나, PCS 사업자로 선정된 사업체의 주가는 매우 큰 폭으로 상승할 것이 일반적으로 예상된 상태여서 PCS 사업자 컨소시엄에 참여 할 기회를 가지고, 그에 따라 주식을 취득하는 것은, 그 취득가가 액면가를 훨씬 넘는다 하더라도, 보통 사람들이 쉽사리 잡을 수 없는 기회를 가졌다는 점에서 넓은 의미로 일종의 특혜라고 볼 수 있는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고, 그 후 일반의 예상대로 PCS 사업자로 선정된 사업체의 주가는 매우 큰 폭으로 상승하였는 바, 이러한 전제에서 일반인이 상대적으로 느끼는 의혹을 금융관계자의 입을 빌어 전달하면서 언론사인 원고의 주식투자의 문제점과 특혜의혹을 제기한 이 부분 방송보도는 앞서 본 바와 같이 당시 피고도 이러한 사업에 참여하여 한솔 PCS 주식을 다량 취득하였던 점을 고려하더라도 공적 존재인 언론사에 대한 의문이나 의혹은 그 개연성이 있는 한 광범위하게 문제제기가 허용되어야 할 뿐만아니라 민주국가에서 올바른 여론을 형성하는 공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일종의 공익적인 기관으로서의 성격과 이익을 창출해 가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체로서의 성격을 동시에 가지는 언론사의 특수성에 비추어 주식투자와 보도의 공정성, 객관성 사이의 이익 충돌의 문제를 제기하고 언론계에서 더욱더 심도있는 논의가 이루어 지기 위한 단초를 제공한 것으로서 여론형성에 기여하는 언론사가 주어진 역할 범위내에서 한 정당한 보도에 해당하고 악의적인 공격이라고는 보이지 아니하므로 언론의 자유 범위 내에 속하여 정당하여 위법성이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라) 결국 이 사건 방송보도중 재테크와 관련된 사실적시와 의혹제기로 인한 명예훼손의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피고의 항변은 이유 있다.

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방송보도로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였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피고에 관한 청구는 모두 이유없다고 할 것이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할 것인바, 이와 결론을 달리한 제1심 판결의 피고 패소부분은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그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며, 원고의 부대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종찬(재판장) 고충정 문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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