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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대전고법 2002. 5. 31. 선고 2002노114 판결 : 상고기각
[강도치상·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하집2002-1,615]
판시사항

[1]강도범행의 피해자가 피고인을 범인으로 지목한 경위가 의심스러워 그 진술의 신빙성을 부인한 사례

[2]창문을 열어 집안을 들여다 본 것만으로는 당시 피고인에게 주거침입의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강도범행의 피해자가 피고인이 범인임에 틀림없다고 일관하여 진술하고 있으나, 피해자가 피고인을 어두운 방안에서 얼굴을 정확히 보기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될 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피고인을 파출소에서 처음 보았을 당시에는 범인임을 확신하지 못하다가 수 시간 후에 경찰서에 스스로 찾아가 그때부터 피고인이 범인이 틀림없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그 진술의 신빙성을 부인한 사례.

[2]피고인이 피해자의 집안을 엿보기 위하여 창문을 조금 열었다고 하더라도, 당시 피고인이 창문에 설치된 창살을 제거하거나 훼손하기 위한 아무런 도구도 소지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집안으로 침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였고, 또 피고인이 창살을 제거하기 위한 아무런 시도를 한 바도 없었다면, 피고인이 창문을 열어 집안을 엿보려고 하였던 것만을 들어 당시 피고인에게 주거침입의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항소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이관표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의 첫 번째 항소이유의 요지는, ① 피고인은 2001. 4. 7. 05:00경 피해자 1의 집에 간 적조차 없어 이 사건 강도치상의 범행을 저지른 적이 없고, ② 피고인이 2001. 5. 4. 00:40경 피해자 배연희의 집과 피해자 이민영의 집 창문을 통하여 집안을 엿보려한 것은 사실이나, 그 집안에 침입하려 하거나 손과 고개를 집안으로 집어넣은 적은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심법원이 사실을 오인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전부 유죄로 인정하였다는 것이고, 두 번째 항소이유의 요지는 원심판결의 선고형량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는 것이다.

2. 강도치상 부분에 관한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

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01. 4. 7. 05:00경 청주시 흥덕구에 있는 명진빌라 205호 피해자 1(여, 35세, 이하 ' 피해자 1'이라고만 한다)의 집에 이르러 그 곳 베란다 창문을 통해 집안으로 침입하여 피해자 1의 목에 식칼을 들이대고 조용히 하라면서 눈을 감고 이불을 뒤집어쓰라고 협박하여 그녀의 반항을 억압하고 항거불능케 한 뒤, 돈이 어디 있느냐며 물었으나 그녀가 돈이 없다고 하자 서랍을 열고 그 속을 뒤지는 등으로 금품을 강취하려 하였으나 이를 발견하지 못하여 미수에 그치고, 위와 같은 협박에 놀란 그녀로 하여금 임신한 태아를 유산케 하여 12일간의 입원치료를 요하는 불완전 유산의 상해를 입게 하였다.

나. 피고인의 변소

피고인은 경찰 이래 당심에 이르기까지, 위 범행일시에 명진빌라에 간 적이 없고 그 시간에는 집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는 취지로 일관하여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

다. 이 부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거들과 이에 대한 판단

원심이 이 사건 강도치상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들고 있는 유죄의 증거로는 피해자 1의 수사기관 및 원심법정에서의 각 진술, 피해자 1의 사실상 남편인 공소외 1의 수사기관 및 원심법정에서의 각 진술, 현장부근 사진, 의사 조강일 작성의 진단서의 각 기재가 있고, 당심에 이르러 당심법정에서의 피해자 1의 진술이 있은 외에 검사 작성의 피해자 1에 대한 2002. 5. 10.자 진술조서, 의사 조강일 작성의 소견서가 추가로 제출되었으므로, 위 각 증거들의 내용과 그 신빙성 여부에 대하여 차례대로 살펴보기로 한다.

(1) 피해자 1의 진술

(가) 진술내용

피해자 1은 경찰에서부터 당심법정에 이르기까지 "2001. 4. 7. 05:00경(또는 06:10경) 집에서 잠을 자다가 현관문 따는 소리에 잠깨어 무심결에 쳐다보니 검은색 상하의를 입고 검은 모자를 쓴 사람(이하 '범인'이라고 한다)이 현관문 쪽에 서있었다. 당시 현관문 앞에 설치된 센서가 작동하면서 현관불이 켜져 있었고, 텔레비전도 켜져 있었을 뿐만 아니라 날이 이미 훤하게 새고 있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범인의 얼굴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현관문 쪽에 서있던 범인은 식칼을 들고 나에게 다가와 목에 들이대면서 '눈을 감아라. 나를 쳐다보지 말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어'라고 말하였는데, 그때 내 얼굴과 범인의 얼굴과의 거리가 불과 30∼40cm(또는 10cm) 정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범인의 얼굴을 분명하게 볼 수 있었다."라는 취지로 비교적 일관되게 진술하였고, 2001. 5. 4. 청주서부경찰서에서 진술조서를 작성할 당시 그 곳에 있던 피고인(피고인은 뒤에 보는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2001. 5. 4. 체포된 상태였다.)을 이 사건 강도치상 범행의 범인으로 지목한 이래 역시 일관되게 피고인이 범인이 틀림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판단

만일 피해자 1의 진술과 같이 이 사건 강도치상의 범행 당시 현관불과 텔레비전이 켜있었고, 이미 날이 환해지고 있었다면, 피해자 1은 비교적 분명하게 범인의 얼굴을 볼 수 있었을 것으로 보여, 피고인을 이 사건 강도치상의 범인으로 지목하는 피해자 1의 진술은 나름대로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결국 이는 피해자 1의 주관적인 기억에만 의존한 것으로서, 범행의 피해자가 범행을 당하는 순간 극도의 공포로 인하여 오히려 범인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하거나 그 기억이 왜곡될 가능성이 있을 수 있고, 또한 이 사건 강도치상의 범행 발생일로부터 거의 한달이 지난 후에 비로소 피고인을 대면함으로써 그 사이 기억이 혼동되었을 수도 있으므로, 피해자 1의 진술의 증명력에는 한계가 있다.

한편, 원심법원의 현장검증결과에 의하면, 피해자 1이 방안에서 최초 범인을 발견한 곳에서는 비록 현관불과 텔레비전이 켜져 있어도, 현관문 앞에 서있는 범인의 얼굴 윤곽과 형체는 알아볼 수 있으나, 이목구비 등 구체적인 생김새를 식별할 수는 없고, 현관불이 꺼지고 텔레비전만 켜진 상황에서는 텔레비전의 불빛을 뒤로 하고 있는 범인의 귀와 턱은 식별할 수 있으나, 눈ㆍ코ㆍ입은 자세히 볼 수 없는 사실이 인정된다. 피해자 1의 진술과 같이 범인이 현관문 쪽을 벗어나 피해자 1 쪽으로 다가왔다면 센서에 의하여 작동하는 현관불은 짧은 시간 내에 꺼졌을 것이고, 범인은 모자까지 쓴 채 텔레비전의 불빛을 등뒤로 하고 있었으므로, 피해자 1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범인의 얼굴을 자세히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현관문 쪽에 서있을 때부터 범인의 얼굴을 자세히 보았다는 피해자 1의 진술부분은 그대로 믿기 어렵다. 또한, 피해자 1은 범인의 얼굴로부터 자신의 얼굴이 30∼40cm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가까이 있었기 때문에 범인의 얼굴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고도 진술하나, 피해자 1이 어느 정도 가까운 거리에서 범인의 얼굴을 보았는지에 대하여 그 진술이 정확하지 않고( 피해자 1은 수사기관에서 그 거리에 대하여 가까웠다는 취지로만 진술하다가, 원심법정에 이르러 비로소 30∼40cm 정도 또는 10cm 정도라고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다.), 방안의 구조상 범인이 피해자 1과 대면하는 때에도 범인은 계속 텔레비전을 등지게 되는바, 어느 정도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고 하여도 과연 피해자 1이 불빛을 등진 범인의 얼굴을 정확하게 볼 수 있었을지 의문이 든다. 그리고 피해자 1은 경찰에서 진술조서를 작성할 당시 이 사건 강도치상의 범행 시각이 06:10경이라고 하면서, 날이 이미 훤하게 새고 있었던 상황이라서 범인의 얼굴을 명확하게 보았다고 진술하였으나, 경찰에서 제2회 진술조서를 작성할 당시부터는 이 사건 강도치상의 범행 시각이 05:00경이라고 종전의 진술을 정정하였고, 그 뒤로 검찰과 원심법정에서는 이 사건 범행 당시 날이 이미 훤하게 새고 있었던 상황이라는 취지의 진술은 더 이상 하지 않다가, 당심법정에 이르러 다시 이 사건 범행 당시 해가 뜨는 상태라서 밖이 환했다고 진술하는 등 그 진술의 내용이 일관되지 않아 위 진술부분도 그대로 믿기 어렵다.

또한, 피해자 1이 청주서부경찰서에서 피고인을 이 사건 강도치상 범행의 범인으로 지목하게 된 경위를 보아도 피해자 1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 원심법정에서의 증인 유상민의 진술과 증인 피해자 1의 일부 진술에 의하면, 유상민은 2001. 5. 4. 이민영이 피고인을 현행범으로 체포하여 복대파출소에 데리고 올 때 그 곳에서 당직근무를 하고 있던 경찰관으로서, 2001. 4. 7. 피해자 1의 범죄신고를 받고 현장출동하여 조사하기도 하였기 때문에 이 사건 강도치상의 범행에 대하여도 잘 알고 있었던바, 유상민은 피고인이 이 사건 강도치상의 범인인지 여부까지 확인하기 위하여 피해자 1을 복대파출소에 나오라고 연락한 사실, 유상민은 피해자 1로 하여금 복대파출소 밖에서 유리문을 통하여 약 2m 정도 떨어져서 복대파출소 안의 의자에 앉아 있던 피고인이 이 사건 강도치상의 범인인지 여부를 확인하도록 한 사실, 피해자 1은 유상민에게 "얼굴이 통통하기는 한데, 잘모르겠다."고 얘기하였고, 유상민은 피해자 1에게 "엉뚱한 사람이면 안되니까 잘 보고 얘기를 하고, 기억이 나지 않으면 돌아가라"고 말하면서 피해자 1을 일단 집으로 돌려보낸 사실, 그로부터 2-3시간 후 피해자 1이 복대파출소 부소장 송형헌에게 "지금 그 사람이 어디있느냐"고 물었고, 송형헌은 피해자 1에게 "현재 피고인이 청주서부경찰서 형사계에 있다."고 알려 준 사실, 그 후 피해자 1은 청주서부경찰서 형사계에 찾아가 피고인을 이 사건 범행의 범인으로 지목한 사실이 각 인정된다. 피해자 1은 이에 대하여 "복대파출소 안에 들어가 피고인을 본 것이 아니라 복대파출소 밖에서 유리문을 통하여 피고인을 보았고, 당시 피고인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기 때문에 피고인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어 그 자리에서 이 사건 강도치상 범행의 범인이라고 지목하지 못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그러나 위에서 인정된 바와 같이 유상민은 피해자 1로부터 이 사건 강도치상의 범죄신고를 받고 출동하여 그 범행에 대하여 비교적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피해자 1을 복대파출소에까지 나오도록 연락을 하였던 것이므로, 유상민으로서는 피해자 1로 하여금 피고인이 이 사건 강도치상 범행의 범인인지 여부에 대하여 충분히 확인할 수 있도록 해주었을 것으로 추인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상민이 피해자 1을 그냥 돌려보낸 것은 피해자 1이 피고인이 이 사건 강도치상 범행의 범인인지 여부에 대하여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하였기 때문임이 분명한 터이므로, 피해자 1이 복대파출소에서 피고인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기 때문에 범인으로 지목하지 못하였다는 취지의 진술은 경험칙에 반하여 믿기 어렵다. 또한, 피해자 1은 "피고인이 복대파출소 밖으로 나온 때 비로소 피고인의 얼굴을 제대로 보게 되어 피고인이 범인임을 확인할 수 있었고, 그 자리에서 파출소 직원에게 저 사람이 범인이 맞다고 하였는데, 그 직원이 피고인이 지금 서부경찰서로 가니까 서부경찰서에 가서 확인해 주라고 말하였다. 그래서 서부경찰서로 가다가 공소외 1의 사무실에 들러 볼일을 본 후 서부경찰서로 가게 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으나, 위 진술내용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유상민의 진술과도 일치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진술내용에 의하더라도 위와 같이 피해자 1이 복대파출소에서 피고인이 범인임을 확인하고도 바로 청주서부경찰서로 간 것이 아니라 공소외 1의 사무실에 들러 볼일을 본 후 수 시간만에 청주서부경찰서에 갔다는 것이어서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복대파출소에서 피고인을 범인으로 지목하지 못하다가, 2-3시간 후 청주서부경찰서에서 비로소 피고인이 범인임이 틀림없다고 지목한 피해자 1의 진술은 그 경위에 비추어도 그 신빙성이 박약하다.

(2) 공소외 1의 진술

공소외 1의 진술내용은 피해자 1로부터 이 사건 강도치상의 범행을 당하였다는 전화를 받고 집으로 가서 피해자 1을 만난 사실, 공소외 1이 경찰에 그 범죄신고를 하였던 사실, 경찰관들이 출동하여 수사한 내용, 2001. 5. 4. 복대파출소로부터 피고인이 잡혔다는 연락을 받고 피해자 1과 같이 가서 피고인이 이 사건 강도치상 범행의 범인인지 여부를 확인한 경위, 복대파출소에서 돌아왔다가 다시 청주서부경찰서로 가게 된 경위 등에 관한 것에 불과하므로, 피고인이 이 사건 강도치상 범행의 범인이라는 점에 대하여는 직접적인 증거가 되지 못한다.

(3) 기타 증거들

현장부근 사진은 명진빌라의 겉모습을 촬영한 것이고, 의사 조강일 작성의 진단서는 피해자 1이 임신 7주 상태에서 절박유산, 불완전유산 등의 병명으로 2001. 4. 7. 입원하였다가 불완전유산되어 2001. 4. 19. 소파수술을 받았다는 내용에 불과하며, 당심에서 제출된 의사 조강일 작성의 소견서는 피해자 1이 이 사건 강도치상의 범행 이전인 2001. 3. 29. 질출혈로 인한 절박유산의 증상을 보여 외래치료를 하였다는 내용이라서 피고인이 이 사건 강도치상 범행의 범인이라는 점에 대하여는 직접적인 증거가 되지 못한다.

라. 판 단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생기게 하는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그러한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강도치상의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거들 중 피해자 1의 진술만이 사실상 유일한 증거라고 할 것인데, 피해자 1의 진술은 위 2.다.(1)(나)항에서 본 바와 같이 그 신빙성에 의문이 있어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렵고, 나머지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강도치상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따라서 원심이 채택한 위와 같은 증거들과 당심에서 추가로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강도치상의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 사건 강도치상의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되어 무죄라고 할 것이다.

3. 각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 부분에 관한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

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1)2001. 5. 4. 00:40경 청주시 흥덕구 복대1동에 있는 쉐르빌빌라 105호 피해자 배연희(이하 '배연희'라고만 한다)의 집에 이르러 담장을 밟고 올라서서 화장실 창문을 열고 고개를 창안으로 들이민 다음 손을 그 안으로 집어넣고 안을 들여다보는 방법으로 배연희의 주거에 침입하고,

(2)그 무렵 같은 동 2993에 있는 블루힐빌라 104호 피해자 이민영(이하 '이민영'이라고만 한다)의 집에 이르러 창문을 열고 버티칼 커튼을 손으로 젖히고 창문 안으로 고개를 들이밀어 방안을 살펴보는 방법으로 이민영의 주거에 침입하였다.

나. 피고인의 변소

피고인은 경찰 이래 당심에 이르기까지, 쉐르빌빌라의 옆 담장 위에서 105호 배연희의 집 화장실의 열린 창문을 통하여 화장실 안을 들여다보았고, 옆 건물인 블루힐빌라 104호 이민영의 집 쪽으로 이동하여 열린 창문을 통하여 다시 집안을 엿보려다가 집밖에 나와 있던 이민영에게 발각된 것일 뿐, 고개를 창안으로 들이밀거나 손을 집어넣은 적은 없다는 취지로 일관하여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

다. 이 부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거들과 이에 대한 판단

원심이 이 사건 각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들고 있는 유죄의 증거로는 이민영의 수사기관 및 원심법정에서의 각 진술, 이민영의 사실상 처인 권금화의 원심법정에서의 진술이 있으므로, 위 각 증거들의 내용과 그 신빙성 여부에 대하여 차례대로 살펴보기로 한다.

(1) 이민영의 진술

이민영은 경찰에서 제1회 진술조서를 작성할 당시, "피고인이 2001. 5. 4. 쉐르빌빌라 105호 옆 담장에 올라서서 불켜진 화장실을 고개를 숙인 채 쳐다보다가 뛰어내린 후, 우리 집인 블루힐빌라 104호 옆으로 와서 창문을 열고 버티칼 커튼을 제친 후 고개를 들이밀면서 손을 집어넣었다. 그 때 집안에 있던 권금화가 소리를 질러 피고인이 도망가기에 따라가서 피고인을 붙잡았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 후 경찰에서 제2회 진술조서를 작성할 때와 검찰에서 피고인과 대질신문을 할 당시에는, "2001. 5. 1.에도 누군가가 창문을 열고 방안을 들여다 본 적이 있어서 그 범인을 잡기 위하여 2001. 5. 4. 밤에 우리 집 창문이 잘 보이는 곳에서 잠복하고 있던 중, 피고인이 쉐르빌빌라 담장에 올라서서 화장실 창문을 보다가, 우리 집 창문 쪽으로 와서는 창문 밑에 놓여있는 벽돌을 밟고 올라서더니 창문을 열고 쳐다보려고 하기에, 그 순간 내가 소리를 치면서 피고인을 쫓아가 잡았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 후 이민영은 원심법정에서는, "피고인이 우리 집 방안을 살펴보고 들어오려고 하였다. 피고인이 우리 집 창문을 열고 방안으로 고개와 팔을 집어넣고 살피는 것을 보았다. 한밤에 남의 집 창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해서 피고인을 강도라고 생각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2) 권금화의 진술

권금화는 원심법정에서, "피고인이 우리 집 창문을 열고 버티칼 커튼을 제친 후 창문 안으로 고개를 들이밀어 방안을 살펴보았고, 창안으로 피고인의 팔뚝까지 들어와 있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3) 위 각 진술의 신빙성 여부에 대한 판단

그러나 이 법원의 현장검증결과와 공판기록에 편철된 현장사진(제273 내지 278면)에 의하면, 쉐르빌빌라 105호 창문에는 5cm 간격으로 쇠창살이 설치되어 있고, 블루힐빌라 104호 창문에는 7cm 간격으로 쇠창살이 각 설치되어 있는데다가 그 창문유리에도 철사망이 설치되어 있는 사실이 인정된다.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도구를 사용하여 창문에 설치되어 있는 창살을 제거하거나 훼손하지 않는다면, 열려진 창문 안으로 손을 집어넣는 것이라면 몰라도, 창문 안으로 얼굴을 집어넣거나 집안으로 침입하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민영, 권금화는 피고인이 블루힐빌라 104호 창문을 열고 방안으로 고개와 팔을 집어넣었고, 나아가 집안으로 들어오려고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바, 이와 같은 진술들은 위에서 인정되는 객관적인 사실에 반할 뿐만 아니라, 이민영의 수 차례에 걸친 진술은 피고인의 구체적인 행동에 대하여 일관되지도 않아, 이민영, 권금화의 각 진술은 전체적으로 그 신빙성이 박약하다고 할 것이다.

한편, 이민영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쉐르빌빌라 105호의 창문을 통하여 집안을 엿보았던 사실만이 인정되고, 나아가 피고인이 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쉐르빌빌라 105호의 창문을 열고 고개를 창안으로 들이민 다음 손을 그 안으로 집어넣은 점에 대하여는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피고인이 쉐르빌빌라 105호를 둘러싸고 있는 담장 위에서 집안을 들여다본 것은 사실이나, 피고인이 집안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후 바로 담장에서 내려온 것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주거에 침입할 의사로 담장 위에 올라갔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쉐르빌빌라를 둘러싼 담장은 이웃 빌라와의 경계를 표시하기 위하여 앞부분을 제외한 3면에 걸쳐서 설치된 것으로서, 앞부분으로는 쉐르빌빌라에 아무런 제한 없이 드나들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으므로, 피고인이 쉐르빌빌라를 둘러싼 담장 위에 올라선 것만으로 쉐르빌빌라의 일부인 105호에 살고 있던 배연희의 사실상의 주거의 평온을 깨뜨렸다고 보기도 어렵다).

라. 판 단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각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의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거들인 이민영, 권금화의 각 진술은 위 3.다.(3)항에서 본 바와 같이 그 신빙성에 의문이 있어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렵고, 그 외에 피고인이 쉐르빌빌라 105호와 블루힐빌라 104호에 침입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위를 하였다고 볼 아무런 증거가 없다. 가사 피고인이 집안을 엿보기 위하여 블루힐빌라 104호의 창문을 열었던 사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당시 피고인이 창문에 설치되어 있던 창살을 제거하거나 훼손하기 위한 아무런 도구도 소지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집안으로 침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였고, 또 피고인이 위와 같은 창살을 제거하기 위한 아무런 시도를 한 바도 없는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창문을 열어 집안을 엿보려고 하였던 것만을 들어 당시 피고인에게 주거침입의 인식이 있었다고 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원심이 채택한 위와 같은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각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의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 사건 각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의 공소사실도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되어 무죄라고 할 것이다.

4. 결 론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 전부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양형부당에 관한 항소이유를 판단할 필요 없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다. 따라서 원심판결은 전부 유지될 수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한 다음,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은바, 위 파기사유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이상훈(재판장) 안정호 박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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