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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법 1996. 9. 12. 선고 92가합19434 판결 : 항소
[수입신용장결제대금지급 ][하집1996-2, 400]
판시사항

[1] 매입신용장 거래에 있어 선적서류가 첨부된 환어음을 담보로 취득하는 것이 매입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2] 매입신용장 거래에 있어 매입은행이 아닌 환어음의 선의의 소지인이 신용장 개설은행에 신용장에 기한 법률관계에 따라 신용장대금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3] 매입은행의 선적서류 매입 전 그 서류가 위조 또는 허위작성되었다는 사정을 알게 된 신용장 개설은행의 주의의무

[4] [3]항의 주의의무 위반 효과

[5] 신용장 개설은행 및 매입은행이 각각 상환과 매입 당시 선적서류의 위조 사실을 알았거나 이를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경우, 매입은행의 개설은행에 대한 신용장대금 상환청구권 및 개설은행의 개설의뢰인 등에 대한 신용장대금의 결제청구권 인정 여부(소극)

[6] 화환신용장에 "필요한 서류가 제출되는 한 어떠한 불일치도 허용된다."는 내용이 기재된 경우, 신용장 개설은행이나 매입은행에게 선적서류 심사의무가 면제되는지 여부(소극)

[7] 신용장 거래 관여 은행이 선적서류의 위조 등의 사실을 알았거나 이를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 기준

[8] 신용장 거래의 비정상적인 특이성, 관계 은행 당사자들의 비합리적인 거동 및 선적서류의 하자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신용장 거래 관계 은행이 선적서류의 위조를 알았거나 이를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매입신용장에 있어서 선적서류가 첨부된 환어음의 매입이라 함은 선적서류가 첨부된 환어음을 매수, 즉 매매계약 등에 의하여 대가를 지급하고 종국적으로 취득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고, 그 환어음을 단지 대출금 등에 대한 담보로 일시 취득한 경우는 포함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며, 환어음을 담보로 취득한 은행이 별도의 매입절차 없이 개설은행에 대하여 신용장대금의 상환을 구하는 경우에는 수익자의 대리인으로서 추심을 위하여 행동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보아야 한다.

[2] 제4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 제10조 a항은 "취소불능신용장은 신용장 조건에 일치하는 서류가 제출된 경우에 다음과 같은 개설은행의 확약을 성립케 하는 것이다."라고 규정하면서 같은 항 ⅳ호는 "매입이 약정되어 있는 경우에는 발행인 및/또는 선의의 소지인에 대한 소구권 행사 없이 수익자가 발행한 환어음을 지급하거나 다른 은행으로 하여금 매입하도록 하고 만일 매입이 이행되지 않는 경우에는 위와 같이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매입신용장의 개설은행이 환어음의 발행인이나 선의의 소지인에 대한 소구권을 행사함이 없이 '수익자 또는 매입은행 등 신용장 거래의 당사자'에게 환어음금의 절대적인 지급이 이루어지도록 할 것을 확약하고 있음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지, 신용장의 수익자나 매입은행이 아닌 환어음의 선의의 소지인에 대하여까지 지급을 확약하고 있음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 아님은 문언상 명백하고, 또 신용장 매입은행의 개설은행에 대한 신용장대금 청구는 같은 규칙 제16조 a항의 규정에 근거한 것으로서 매입을 하였을 때 비로소 신용장대금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며, 매입은행이 아닌 단지 환어음의 선의의 소지인이라는 사실만으로는 개설은행에 대하여 단순한 어음관계에 기한 청구가 아닌 신용장에 기한 법률관계에 따라 신용장대금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볼 근거도 없다.

[3] 신용장 개설은행은 선적서류가 장차 매입은행에 의하여 매입되기 전에 그것이 위조 또는 허위작성되었다는 사정을 알게 되거나 이를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사정에 놓이게 된 경우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즉시 이러한 사정을 매입하려는 당해 은행과 개설의뢰인 및 그 보증인에게 알려 자신은 물론, 그들로 하여금 그 선적서류의 위조 여부에 대한 충분한 조사와 확인을 하게 하고, 그를 뒷받침할 객관적인 자료 등을 수집하여 매입하려는 은행에게 제시·확인케 함으로써 위조서류에 대한 매입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적당한 조치를 취하여, 개설은행 자신은 물론 개설의뢰인 및 그 보증인의 이익을 함께 보호할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가 있다.

[4] 만일 신용장 개설은행이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3]항의 주의의무를 게을리하여 위조된 선적서류를 제공받은 은행이 이를 매입하는 것을 저지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방치함으로써 매입은행에게 신용장대금을 상환하게 된 경우에는, 이는 수익자 등에 의한 사기거래를 스스로 용인함으로써 신용장대금의 지출을 자초한 것이므로, 개설은행은 신용장 개설계약 또는 재개설약정의 위반자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상 더 이상 개설의뢰인 또는 그 보증인에 대하여 자신이 상환한 신용장대금의 지급·결제를 청구할 수 없다.

[5] 신용장 거래에 있어 선적서류의 문면 자체에 하자가 있거나 그 선적서류가 위조 또는 허위작성된 문서라는 사실을 사전에 알았고 또는 그와 같이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이는 신용장 거래를 빙자한 사기거래에 지나지 아니하므로 관계 은행은 더 이상 신용장 거래에 있어서의 이른바 독립·추상성의 원칙에 의한 보호를 받을 수 없고, 따라서 선적서류가 위조된 경우에 개설은행이 상환의무를 이행할 당시 서류가 위조된 문서임을 알았거나 위조된 문서라고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고, 또한 매입은행도 매입 당시 서류가 위조된 문서임을 알았거나 위조된 문서라고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을 경우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개설은행은 신용장대금의 지급을 거절하여야 하고, 매입은행도 개설은행에게 신용장대금의 상환을 구할 권리가 없으며, 설사 개설은행이 매입은행에게 신용장대금을 지급하였다고 하더라도 개설의뢰인 또는 개설의뢰인의 보증인에 대하여 신용장대금의 결제를 청구할 수는 없다.

[6] 이른바 보증신용장이 아닌 화환신용장에 특별지시사항으로서 "필요한 서류가 제출되는 한 어떠한 불일치도 허용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 경우, 그 내용은 문언 그대로 신용장 개설은행이 본질적이고도 근본적인 하자를 포함한 어떠한 서류상의 하자에도 불구하고 절대적으로 이의를 포기하고 무조건 선적서류를 인수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신용장 조건과 선적서류 문면과의 사소한 불일치나 경미한 서류상의 하자로 인하여 불필요하게 선적서류가 수리 거절되는 것을 막음으로써 원활한 신용장 거래를 도모하겠다는 취지에서 둔 조항으로 보아야 하고, 따라서 매입은행 등에게 선적서류의 기본적 구비요건에 대한 필요 최소한의 심사의무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신용장이 조건부 보증서라는 기본취지에 어긋나게 그와 같은 비정상적인 특수조건을 삽입한 경우에 있어서는 수출상 등이 선적서류를 위조하는 등으로 이를 악용할 위험성이 크므로, 매입은행이나 개설은행으로서는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 선적서류의 정규성과 상태성에 대한 심사를 하여야 한다.

[7] 신용장 거래에 관여하는 은행이 환어음에 첨부된 선적서류가 위조 또는 허위작성된 문서라는 사실을 알았거나 그와 같이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는가의 여부는, 매입은행 등의 관여 은행이 스스로 그 악의 등을 시인하지 않는 이상, 그 은행이 당해 매입업무를 처리함에 있어서 얼마나 상당한 주의를 기울였는지, 즉 국제적인 은행표준관행인 이른바 가장 정직하고 숙련되며 예측가능한 관행이라는 상식적인 은행 실무에 얼마나 따랐는지 여부를 일응의 기준으로 하면서, 그 매입의 전후 과정을 통한 신용장 거래의 경위와 비정상적인 특이성, 거기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난 관계 은행 당사자의 비합리적인 거동, 그 매입하는 신용장 첨부서류의 문면 자체에 대한 상태성과 정규성의 구비 여부 및 그 하자 정도 등과 같은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8] 신용장 거래의 비정상적인 특이성, 관계 은행 당사자들의 비합리적인 거동 및 선적서류의 하자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신용장 거래 관계 은행이 선적서류의 위조를 알았거나 이를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고 한 사례.

원고

소시에테 제네랄 은행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재후외 1인)

피고

주식회사 서울은행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진억외 1인)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미화 3,871,315.79$ 및 이에 대하여 1992. 1. 16.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할 5푼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위 미화에 대한 강제집행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위 금액을 강제집행일 현재 한국외환은행이 고시한 미국 달러의 대고객 전신환 매도율로 환산한 원화금액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아래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호증(약정서), 갑 제2호증(신청서), 갑 제3호증(신용장), 갑 제4, 5호증의 각 1(각 변경신청서), 2(각 변경통지서), 갑 제6호증(수령통지서), 갑 제7호증(신청서), 갑 제8호증(신용장), 갑 제9, 10호증의 각 1(각 변경신청서), 2(각 변경통지서), 갑 제11호증(수령통지서), 갑 제12호증(신청서), 갑 제13호증(신용장), 갑 제14, 15호증의 각 1(각 변경신청서), 2(각 변경통지서), 갑 제16호증(수령통지서), 갑 제17호증(신청서), 갑 제18호증(신용장), 갑 제19, 20호증의 각 1(각 변경신청서), 2(각 변경통지서), 갑 제21호증(수령통지서), 갑 제22호증(신청서), 갑 제23호증(신용장), 갑 제24, 25호증의 각 1(각 변경신청서), 2(각 변경통지서), 갑 제26호증(수령통지서), 갑 제29호증의 1 내지 5(각 추심의뢰서, 갑 제37호증의 1 내지 5와 같다), 갑 제30 내지 34호증의 각 1(각 환어음), 2(각 항공운송장), 3(각 포장명세서), 4(각 상업송장), 갑 제35호증의 1(통지사항), 2(약정서), 갑 제38호증(수권에 관한 건), 갑 제39호증(확인서), 갑 제40호증(판결), 갑 제41호증의 1 내지 5(각 입금통지서, 갑 제44호증의 2, 4, 6, 8, 10과 같다), 갑 제42호증의 1 내지 5(각 출금전표, 갑 제44호증의 3, 5, 7, 9, 11과 같다), 갑 제43호증(계좌명세서, 갑 제45호증의 2와 같다), 갑 제56호증의 1, 2(각 피의자신문조서), 갑 제67호증의 1 내지 5(각 신용장 개설신청서), 을 제2호증(공소장), 을 제3호증(전송서신), 을 제4호증(서신), 을 제7 내지 9호증(각 회보), 을 제10호증(회신), 을 제11, 12호증(각 텔렉스), 을 제44호증의 1 내지 30(각 항공운송장), 을 제48호증의 1(진술서), 2 내지 4(각 피의자신문조서), 을 제64호증(서신), 을 제65호증(진술서)의 각 기재와 갑 제62호증(증인신문조서), 을 제45호증의 1, 2(각 진술조서), 3(피의자신문조서), 을 제71호증(피의자신문조서), 을 제85호증(진술조서)의 각 일부 기재, 증인 조경숙의 증언, 증인 소외 6, 최응봉의 각 일부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보면,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가. 당사자의 지위, 이 사건 거래의 개요 및 그 구조표

(1) 당사자의 지위

원고 서울지점(이하 서울지점이라 한다):마스터 신용장(Master L/C; 이 사건 신용장)의 개설은행, 소외 1 주식회사(이하 소외 1 회사라 한다):실수입업자로 자처하는 마스터 신용장의 개설의뢰인, 피고: 소외 1 회사의 서울지점에 대한 마스터 신용장 대금채무의 지급보증인, 원고 홍콩지점(이하 홍콩지점이라 한다):마스터 신용장의 통지 및 매입은행 겸 백투백 신용장(Back to back L/C)의 개설은행, 소외 2 엘티디( (영문상호 생략), 이하 소외 2 회사라 한다):홍콩에 소재한 소외 1 회사의 자회사로서, 중개무역업자로 자처하는 마스터 신용장의 수익자 겸 백투백 신용장의 개설의뢰인, 원고 뉴욕지점(이하 뉴욕지점이라 한다):백투백 신용장의 통지 및 추심은행, 소외 3 엘티디( (영문상호 생략), 이하 소외 3 회사라 한다):미국 뉴욕에 소재하는 소외 1 회사의 자회사로서, 실수출업자로 자처하는 백투백 신용장의 수익자

(2) 이 사건 거래의 개요

(가) 용어의 정의

일반적으로 중개무역은 제3국의 중개무역업자가 거래의 주체가 되어 자기의 위험과 부담으로써 실수입업자에게는 매도인의 입장에 서고, 실수출업자에는 매수인의 입장에 서서 매도가격과 매입가격의 차이를 취득하는 형식의 거래인데, 중개무역업자는 수출화물에 대한 대금지급을 받는 방법으로 실수입업자로부터 실수입업자를 개설의뢰인, 중개무역업자를 수익자로 한 원신용장을 개설받고, 자신의 거래은행에 위 신용장을 담보로 제공하여(중개무역업자의 거래은행은 위 신용장조건에 일치하는 선적서류가 첨부된 환어음을 추심 또는 매입하면 개설은행으로부터 신용장대금을 상환받을 수 있기 때문에 위 신용장이 일종의 담보역할을 하게 된다), 다시 실수출업자에게 중개무역업자를 개설의뢰인, 실수출업자를 수익자로 한 제2의 신용장을 개설하여 대금을 지급하게 되고, 이 경우 제2의 신용장 개설은행이 원신용장 개설은행에 대한 상환청구를 원신용장의 조건에 따라 일정기간 유예함으로써 실수입자는 금융의 효과를 얻는다. 이때 실수입자가 개설한 원신용장을 마스터 신용장(Master L/C)이라 하고, 중개무역업자가 개설하는 제2의 신용장을 베이비 신용장(Baby L/C) 또는 백투백 신용장(Back to back L/C)이라 한다.

(나) 거래의 개요

소외 1 회사는 의류, 피혁제품의 제조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주식회사로서 1985년경부터 폴로, 베네통 등 외국의 유명의류 및 피혁제품의 상표권을 구입하여 그 제품을 제조, 수출 및 판매하면서 1989. 11. 8. 상장법인으로 성장하는 등 1990년도 매출액이 금 700억 원 정도에까지 이르렀으나, 1990년도 상반기부터 비싼 로열티를 주고 사용권을 수입한 외국의류 등 상표제품의 판매 및 수출 부진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부동산 거래에서 손해를 보는 등 자금압박을 받아 부도위기에까지 이르자, 이를 모면하기 위하여 화물의 선적 없는 신용장의 사기거래를 통하여 사업자금을 조달하기로 하였다. 그래서 소외 1 회사는 먼저, 아래 거래 구조표의 내지 와 같이 국내은행(피고, 상업은행, 한일은행, 한미은행, 제일은행 등) 또는 외국은행(원고, 파리국립은행, 카나다 국립은행 등)의 국내지점(서울지점)으로부터 소외 2 회사를 수익자로 한 수입신용장(마스터 신용장)을 개설받거나 개설의뢰에 대한 보증을 받고, 다시 , 과 같이 소외 2 회사는 위 마스터 신용장을 담보로 외국은행 홍콩지점으로부터 소외 3 회사를 수익자로 한 수입신용장(백투백 신용장)을 개설받은 다음, 과 같이 소외 3 회사가 위 외국은행 홍콩지점의 수입신용장을 이용, 국내 소외 1 회사로 의류 등을 수출하는 것처럼 항공운송장, 상업송장 등의 선적서류를 위조하거나 허위작성하여, 이를 위 백투백 신용장 통지은행인 위 외국은행 뉴욕지점에 매입 또는 추심의뢰함과 아울러 이를 소외 2 회사에게 통보하고, , 와 같이 뉴욕지점은 제시받은 위 서류들을 홍콩지점에 송부하면 소외 2 회사에서는 위 선적서류를 토대로 재작성한 선적서류를 담보로 백투백 신용장의 개설은행인 동 은행 홍콩지점에 대출신청을 하여, , ⑩과 같이 위 홍콩지점으로부터 위 대출금을 백투백 신용장의 결제대전 명목으로 위 뉴욕지점을 통하여 소외 3 회사 앞으로 지급받는 등 중개무역거래 구조의 금융 조달방법을 이용하여 금원을 편취한 다음, ⑪, ⑫와 같이 이를 편법으로 홍콩 및 국내에 반입하여 소외 1 회사의 국내사업자금 등으로 사용하고, 만일 끝내 위 뉴르츠나 소외 1 회사가 위 백투백 신용장 결제자금 대출채무를 변제하지 못할 경우에는 피고 등의 지급보증 아래 ⑬, ⑭와 같이 홍콩지점이 서울지점으로부터 위 신용장 대금을 상환받는 형식의 이 사건 신용장 거래를 시작하였다.

(다) 거래의 구조표

본문내 삽입된 이미지

나. 신용장의 개설의뢰 및 재개설약정

(1) 피고는 1991. 8. 2. 소외 1 회사로부터 별지 제1목록 (다)항 기재 화물, (라)항 기재 수량, (마)항 기재 금액 상당의 수입대금 지급을 위한 5건의 신용장의 개설을 서울지점에게 의뢰하는 데 대하여 지급보증을 하여 달라는 요청을 받고 1991. 8. 5. 서울지점과 사이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수입신용장 재개설에 따른 의뢰 및 중계에 관한 약정"(이하 재개설약정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서울지점은 소외 1 회사를 개설의뢰인으로 하는 별지 제1목록 (마)항 기재 각 금액에 대한 5건의 일람불 신용장을 개설한다. 재개설에 따른 피고의 지급보증서는 신용장 개설신청서 하단에 피고가 서명 및 직인 날인하는 것으로 갈음한다. 피고는 개설의뢰인에게 화물선취보증서(Letter of Garantee, L/G라고도 한다)를 발행한 당해 건의 선적서류 래도시 하자 유무를 불문하고 전액 인수, 결제할 것을 서울지점에게 보증한다. 서울지점은 신용장 결제만기일 및 기타 업무 진전 상황을 피고에게 통지한다. 선적서류가 래도하면 서울지점은 피고에게 즉시 선적서류를 전달하고 피고는 서류접수일로부터 7일 이내에 그 대금을 서울지점이 정하는 은행에 이체, 결제한 후 개설의뢰인에게 전달한다. 개설의뢰인으로부터 징수하는 수입보증금은 신용장대금 결제시까지 피고에게 예수하고, 위 신용장의 개설로 인하여 발생하는 개설수수료 및 외환매매차익 등은 서울지점과 피고가 반분한다.

(2) 소외 1 회사는 같은 날 서울지점에게 위와 같은 내용의 신용장 개설신청을 하였고 피고는 위 재개설약정에 따라 소외 1 회사의 신용장 개설의뢰인으로서의 의무를 보증한다는 의미로 소외 1 회사가 작성한 신용장 개설신청서 하단에 서명 및 직인 날인하였다.

다. 이 사건 각 마스터 신용장의 개설 및 조건변경

(1) 서울지점은 1991. 8. 5. 소외 1 회사의 위 신용장 개설신청에 따라 별지 제1 목록 기재와 같은 내용의 각 신용장(이하 이 사건 각 마스터 신용장이라 한다)을 개설하였는데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수익자: 소외 2 회사, 개설의뢰인: 소외 1 회사, 신용장은 서울지점을 지급인으로 하는 수익자 발행의 일람불 환어음의 매입에 의하여 이용될 수 있음, 환어음 첨부서류:서명된 상업송장 3통, 원고 은행의 지시인을 수하인으로 하고 개설의뢰인을 통지처로 한 무고장 선하증권 전통(전통), 포장명세서 3통 선적기일:1991. 11. 30. 유효기일:1991. 12. 20. 특별지시사항:금액과 수량의 10% 이내의 증감이 허용되고, 선적서류의 지연제시 및 수익자 이외의 제3자 명의로 작성된 선적서류도 무방하며, 필요한 서류가 제출되는 한 어떠한 불일치도 허용되고(All descrepancies are accepatable subject to document to be required are submitted), 매입은행은 개설은행에 모든 선적서류를 디 에취 엘(DHL)로 1회에 송부하여야 한다. 기타:매입은행은 상환청구와 함께 당행 앞 텔렉스 통지에 따라 당행에 서류를 송부한 때로부터 3영업일 후 필라델피아 인터내쇼널 은행 뉴욕지점(이하 필라델피아 은행이라 한다)의 당행 구좌로부터 상환받을 권리가 있다. 이 사건 각 마스터 신용장에 대하여는 국제상업회의소(ICC)가 1983년 개정 공포한 신용장통일규칙 및 관례(Uniform Customs and Practice for Documentary Credits 1983 Revision ICC Publication NO 400, 이하 제4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이라 한다)를 적용한다.

(2) 그 후 소외 1 회사는 서울지점에 대하여, 1991. 8. 21. 이 사건 각 마스터 신용장의 운송서류로서 선하증권 대신 운송업자 또는 운송중개업자가 발행한 항공운송장(Airway bill, 이하 AWB이라 한다)도 허용하는 것으로 신용장조건을 변경하여 줄 것을, 1991. 11. 28. 이 사건 각 마스터 신용장의 유효기간 및 선적기한을 1992. 3. 5. 및 같은 달 20.로 변경하여 줄 것을 각 요청하였고, 이 때에도 피고는 변경신청서에 각 서명·날인함으로써 위 변경신청에 실질적으로 관여하였는데, 서울지점은 1991. 8. 21. 및 1991. 11. 29. 위 각 요청에 응하여 이 사건 각 마스터 신용장의 조건과 유효기간을 위와 같이 각 변경하였다.

라. 백투백(Back to back) 신용장 거래에 의한 금융제공

(1) 소외 2 회사는 이 사건 각 마스터 신용장의 통지은행인 홍콩지점에게 이 사건 각 마스터 신용장을 담보로 제공하고 실수출자인 미국 뉴욕에 소재하는 소외 1 회사의 자회사인 소외 3 회사를 수익자로 하고 신용장 조건은 이 사건 각 마스터 신용장의 조건과 동일하며, 금액은 이 사건 각 마스터 신용장 금액보다 약 5% 적은 별지 제2목록 (다)항 기재 각 금액으로 된 백투백 신용장의 개설을 의뢰하였고, 홍콩지점은 이에 1991. 8. 9. 같은 목록 기재의 각 백투백 신용장(이하 이 사건 각 백투백 신용장이라 한다)을 개설하였다.

(2) 뉴욕지점은 별지 제2목록 (라)항 기재 각 일자에 이 사건 각 백투백 신용장의 수익자인 소외 3 회사로부터 같은 목록 (바)항 기재 각 금액으로 된 항공운송장 등이 첨부된 환어음을 추심의뢰받고 홍콩지점에 위 선적서류가 첨부된 각 환어음을 송부하자, 홍콩지점은 같은 목록 (마)항 기재 각 일자에 뉴욕지점에게 위 각 백투백 신용장대금을 지급하였으며, 뉴욕지점은 같은 날 이 사건 각 백투백 신용장 추심대금을 소외 3 회사에게 지급하였다.

(3) 홍콩지점은 별지 제2목록 (마)항 기재 각 일자에 소외 2 회사로부터 이 사건 각 백투백 신용장대금을 현실적으로 결제, 지급받는 대신에 소외 2 회사에게 자신이 상환한 같은 목록 (바)항 기재 각 금원을, 변제기를 1991. 12. 10.로 정하여 대출하고 소외 2 회사가 그 대출금으로 이 사건 각 백투백 신용장 대금을 결제한 것으로 처리하였다. 그러면 소외 2 회사는 위 각 대출금의 변제를 담보하기 위하여 홍콩지점에게, 백투백 신용장에 의하여 발행된 환어음에 첨부된 각 항공운송장(이 사건 각 마스터 신용장에서 요구하는 서류이기도 하다. 이하 이 사건 각 항공운송장이라 한다), 소외 2 회사 명의의 상업송장, 포장명세서 등(이하 이 사건 각 선적서류라 한다)과 소외 2 회사가 홍콩지점 앞으로 발행한 각 환어음(이하 이 사건 각 환어음이라 한다)을 교부하면서, 소외 2 회사가 위 각 대출금을 변제기 내에 갚지 못하게 될 경우에는 홍콩지점은 이 사건 각 마스터 신용장의 유효기일 내에 언제든지 위 선적서류가 첨부된 이 사건 각 환어음을 추심 또는 매입하여 그 추심대금 또는 매입대금을 개설은행으로부터 상환받아 위 대출금의 변제에 우선 충당할 수 있기로 약정하였다.

(4) 홍콩지점이 위와 같이 소외 2 회사에게, 백투백 신용장의 결제대금 상당액을 대출하여 주고 담보로 제공받은 선적서류가 첨부된 이 사건 각 환어음을 이 사건 각 마스터 신용장의 유효기일 전인 대출금변제기까지 서울지점에게 제시하지 아니하고 보관하는 원래의 목적은, 화물이 항공운송되어 국내에 도착하게 되면 소외 1 회사가 개설은행으로부터 발행받은 화물선취보증서(항공화물인 경우에는 "항공운송장에 의한 수입화물인도승낙서")에 의하여 화물을 미리 인도받아 이를 처분하고, 그 대금을 홍콩지점이 소외 2 회사에게 국내보다 낮은 금리하에 대출하면서 정한 약 120일 후 등 상당 기간 후의 장래의 변제기까지 운용하는 금융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형식적으로 대출은 소외 2 회사에게 행하여지는 것이지만 소외 2 회사는 이 사건 각 마스터 신용장대금을 바로 지급받지 못하므로 위 대출로 인하여 얻는 이익은 없고, 소외 1 회사가 그 대출로 인한 금융이익을 얻게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소외 1 회사가 위와 같은 금융이익을 얻기 위하여는 이 사건 각 선적서류가 첨부된 이 사건 각 환어음이 서울지점에 제시되기 전에 소외 1 회사가 개설은행으로부터 발행받은 화물선취보증서에 의하여 도착한 화물을 미리 인도받아 처분할 수 있어야 하므로, 화물선취보증서가 발행되고 화물이 미리 소외 1 회사에게 인도된다는 사정은 홍콩지점 및 소외 2 회사, 소외 1 회사 사이에서는 당연히 양해된 것이었고(홍콩지점은 이를 T/R Loan이라고 불렀는데, 이는 위와 같은 거래가 마치 수입화물대도;Trust Receipt, 즉 은행이 선적서류를 보관한 채 수입자가 화물을 미리 인도받도록 하여 그 처분대금으로 수입대금을 결제하도록 하는 계약에 의한 금융과 유사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개설은행인 서울지점도 이 사건 각 환어음의 매입일 이전에 이러한 대출거래 내용을 이미 알고 있었다.

마. 신용장 매입과 상환청구

소외 2 회사(실질적으로는 위 금융이익의 수혜자인 소외 1 회사)가 위와 같이 홍콩지점으로부터 대출받은 금원을 변제기인 1991. 12. 10.까지 갚지 못하자 홍콩지점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각 마스터 신용장의 선적기일과 유효기일을 변경하도록 한 후 그 대출금의 변제기를 1992. 1. 28. 및 같은 해 3. 9.로 연장하여 주었다. 그러나 소외 1 회사의 경영상태가 악화되어 급기야는 1992. 1. 7.경 부도가 나자 홍콩지점은 같은 날 이 사건 각 마스터 신용장대금을 개설은행으로부터 상환받아 대출금의 변제에 충당하기 위해 그 선적서류가 첨부된 이 사건 각 환어음에 대하여 별지 제1목록 (바)항 기재 각 매입대금을 홍콩지점의 소외 2 회사 예금구좌에 입금하고, 바로 소외 2 회사의 위 예금구좌로부터 위 각 대출금의 원금과 그 때까지 변제받지 못한 이자의 합계 상당액을 인출하여 위 각 대출원리금의 변제에 충당한 것으로 각 처리하였고(충당 후 남은 잔액은 미화 537,441.84$이다), 1992. 1. 9. 오전에 서울지점에게 같은 달 7. 이 사건 각 마스터 신용장을 매입하였다고 하면서 위 각 선적서류가 첨부된 이 사건 각 환어음을 교부하면서 이 사건 각 마스터 신용장 대금의 상환을 요청하였으며, 서울지점은 이 사건 재개설약정에 따라 위 각 서류를 같은 날 17:00경 피고에게 전달하면서 그 대금의 지급, 결제를 구하였다. 그러나 피고는 그 다음날인 1992. 1. 10. 위 서류 중 항공운송장이 위조되었음을 이유로 그 지급을 거절하였음에도, 서울지점은 같은 달 14. 위 필라델피아은행으로 하여금 원고 뉴욕지점에 있는 홍콩지점 계좌에 이 사건 각 마스터 신용장 대금 합계 미화 3,871,315.79$를 송금하도록 하여 이 사건 각 마스터 신용장 대금을 상환하였다.

바. 소외 1 회사, 소외 2 회사 및 소외 3 회사의 사기행위

그런데 이 사건 각 마스터 신용장 및 백투백 신용장거래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소외 1 회사, 소외 2 회사 및 소외 3 회사가 공모하여 이루어진 사기거래였다. 즉 소외 3 회사는 그 대표인 소외 4에 의하여 위조된 항공운송장과 허위작성된 상업송장 및 포장명세서가 첨부된 환어음을 뉴욕지점을 통하여 백투백 신용장의 개설은행인 홍콩지점에 마치 위 서류들이 진정한 것처럼 제시하여 이에 속은 홍콩지점으로부터 백투백 신용장대금을 앞서 본 바와 같이 지급받았고, 소외 2 회사는 위와 같이 위조된 항공운송장과 자신이 허위작성한 상업송장 및 포장명세서 등을 홍콩지점에게 담보로 제공하고 홍콩지점으로부터 위 백투백 신용장의 결제자금을 대출받아 백투백 신용장대금이 지급되도록 하였으며, 소외 2 회사 및 소외 1 회사는 소외 3 회사로부터, 위와 같이 편취한 백투백 신용장대금을 반입받아 소외 2 회사의 홍콩지점 및 소외 파리국립은행 홍콩지점 등에 대한 같은 방식으로 대출받은 기존의 대출금의 변제 및 소외 1 회사의 사업자금으로 사용하였다.

2. 원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원고의 청구원인

(1) 원고는, 서울지점은 1991. 8. 5. 소외 1 회사의 개설의뢰에 따라 이 사건 각 마스터 신용장을 개설하였고, 피고는 소외 1 회사의 원고에 대한 개설의뢰인으로서의 일체의 채무를 지급보증하였는데, 원고는 홍콩지점으로부터 이 사건 각 마스터 신용장조건에 부합하는 선적서류가 첨부된 이 사건 각 환어음을 적어도 1991. 1. 7.까지 매입하였다면서 그 매입대금의 상환을 청구받고 같은 달 14. 홍콩지점에게 그 매입대금으로 미화 3,871,315.79$를 상환하였으므로, 소외 1 회사의 서울지점에 대한 신용장대금지급채무의 지급보증인인 피고는 원고에게 위 미화를 지급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2) 매입사실이 청구원인사실이 아니라는 주장

원고는, 신용장거래에서 재개설의뢰은행이 지는 기본적 의무는 개설은행이 신용장조건에 부합하는 서류를 송부받고 매입은행에게 상환한 신용장대금을 결제할 의무이고, 서류의 문면만에 의존하기로 되어 있는 신용장거래에 있어 서류를 보내온 매입은행이 그 서류를 언제, 어떻게 손에 넣었는가 하는 사정을 따질 이유가 없으므로, 매입은행이 매입을 한 사실은 이 사건 청구원인에 속하는 사실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제4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 제16조 a항에 의하면 당사자의 수권에 따라 어느 은행이 문면상 신용장조건과 일치하는 서류와 상환으로 지급, 연지급 확약, 인수 또는 매입을 한 경우에 그러한 권한을 수여한 당사자는 그 은행에 대하여 그 금액을 상환하고 서류를 인수할 책임을 부담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그러므로 매입신용장의 개설은행은 매입은행이 선적서류가 첨부된 환어음을 "매입"한 경우에 비로소 신용장대금을 상환할 의무를 지는 것이고, 더욱이 이 사건에서와 같이 수익자의 사기행위가 있는 경우에는 신용장대금의 상환을 구하는 은행이 단지 수익자를 대리한 추심은행에 불과할 때에는 신용장대금을 상환받을 수 없고, 수익자로부터 선적서류가 첨부된 환어음을 선의이며 중대한 과실 없이 매입한 경우에 비로소 개설은행으로부터 그 대금을 상환받을 수 있는 것이어서, 개설은행은 매입은행에 대하여 그 상환의무에 따라 상환하였을 때 비로소 신용장 개설의뢰인 또는 그 보증인에 대하여 신용장대금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원고는 이 사건 각 환어음의 매입은행인 홍콩지점에게 그 대금을 상환하였음을 이유로 신용장대금의 지급을 구할 수 있는 것이므로, 홍콩지점이 위 각 환어음을 매입하였다는 사실은 원고의 청구원인사실이 된다고 할 것이어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1991. 8. 21. 및 23.자 매입 주장

(1) 원고는, 제4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에서 사용되는 용어인 매입이란 서류를 취득하면서 그 대가로 어떤 형태로든 경제적 출연을 하는 것, 즉 유상취득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선적서류가 첨부된 환어음을 담보로 취득하는 경우도 매입신용장에 있어서의 매입에 해당하고, 따라서 홍콩지점이 1991. 8. 21. 및 23. 소외 2 회사로부터 이 사건 각 마스터 신용장의 선적서류가 첨부된 환어음을 담보로 제출받고 소외 2 회사에게 그 대금 상당의 금원을 대출함으로써 이 사건 각 환어음에 대한 매입이 이루어진 것이므로, 피고는 홍콩지점에 대하여 상환의무를 이행한 서울지점에게 신용장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2) 살피건대, 이 사건 각 마스터 신용장 거래에 적용될 제4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에는 신용장의 매입에 관한 정의규정이 없다. 그러나 ㈎ 1993년에 개정 공포된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 제10조 b항 ⅱ호에서는 "신용장의 매입(Negotiation)이란 매입을 수권받은 은행에 의한 환어음 및/또는 서류에 대한 대가의 지급(the giving of value)을 의미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또한 을 제77호증의 1(국제상업회의소 한국위원회 발송전문), 2(ICC 기술실무위원회 포지션 페이퍼)의 각 기재에 의하면, 국제상업회의소(ICC) 은행기술실무위원회는 1994. 10.경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은 그 동안 오래 유지되어 왔던 은행의 관행을 성문화시킨 것인데도 불구하고 일부에 있어서는 이것이 마치 종래의 관행 자체를 변경시킨 것처럼 부정확하게 해석되고 있다면서, 위 개정 신용장통일규칙상 신용장의 매입에 있어서의 "대가의 지급(the giving of value)"이라 함은 현금, 수표, 전신송금, 구좌입금 등의 방법으로 즉시 지급하는 것 또는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연지급 확약 또는 환어음의 인수를 제외)을 의미한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는 점, (나) 일반적으로 매입신용장의 경우에 개설은행은 매입은행에게 선적서류가 첨부된 환어음을 매입하는 즉시 선적서류를 DHL로 개설은행에 급송하도록 지시하는 것이 관행이어서 매입은행이 그 환어음을 담보로 보관하는 경우를 예정하지 아니하고, 이 사건 각 마스터 신용장에 있어서도 위와 같은 내용의 지시문언이 있는 점(이 사건 각 마스터 신용장에는 선적서류의 지연제시도 무방하다는 취지의 기재가 있으나, 이는 매입은행이 아닌 수익자에 대한 지시문언이다), (다) 위와 같이 개설은행이 매입은행에게 선적서류가 첨부된 환어음을 매입하는 즉시 이를 개설은행에게 지체 없이 보내도록 지시하는 관행은, 신용장제도가 원래 원격지 상인간의 상품매매거래에 있어 매매의 동시이행 원칙을 실현하기 위하여 고안된 제도라는 점에서, 매입은행은 신용장을 통하여 물품대금을 지급한 수입업자에게 즉시 물품을 보내어 그 이익을 보호하고, 개설은행의 지시에 따라 행동하는 매입은행으로서는 혹시 개설의뢰인이 선적서류보다 먼저 도착한 화물을 임의로 찾아가 버리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개설은행이 수입자로부터 적기에 물품대금을 회수할 수 있게 해 주어야 하며, 한편 매입은행은 서류송부에 필요한 기간인 약 1주일 정도에 해당하는 환가료만 차감하고 수익자에게 매입대금을 지급하는 것이므로 매입대금을 조속히 회수하는 것이 매입은행의 이익에 부합하고, 또한 매입은행이 서류를 송부하지 아니하고 있는 기간 동안에 물품의 멸실, 개설은행의 자산상태 악화 등 예상치 못한 위험부담의 가능성을 최소화할 필요도 있는 점, (라) 그 밖에 신용장에 기하여 발행된 환어음의 매입은행은 단순한 어음의 선의취득자와는 달리 선적서류가 위조된 경우에도 악의 또는 중과실이 없는 한 개설은행에 대하여 그 매입대금의 상환을 구할 수 있어 강력히 보호를 받는데, 액면금의 일부만 지출하고 위 환어음을 담보로 제공받은 은행에 대해서까지 그러한 보호를 줄 필요는 없다고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제4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 하에서도 매입의 의미를 위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의 규정 및 국제상업회의소 은행기술실무위원회의 해석과 같이 풀이함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매입신용장에 있어서 선적서류가 첨부된 환어음의 매입이라 함은 선적서류가 첨부된 환어음을 매수, 즉 매매계약 등에 의하여 대가를 지급하고 종국적으로 취득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고, 위 환어음을 단지 대출금 등에 대한 담보로 일시 취득한 경우는 포함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며, 환어음을 담보로 취득한 은행이 별도의 매입절차 없이 개설은행에 대하여 신용장대금의 상환을 구하는 경우에는 수익자의 대리인으로서 추심을 위하여 행동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3) 그런데, 홍콩지점은 1991. 8. 21. 및 23.에 이 사건 각 백투백 신용장 대금의 지급처리를 위하여 소외 2 회사에게 금원을 대출한 것에 불과하고, 홍콩지점은 위 대출금에 대한 담보로 선적서류가 첨부된 이 사건 각 환어음을 교부받았던 사실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은바, 그 대출금이 이 사건 각 마스터 신용장의 대가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1991. 8. 21. 및 23.에 매입이 이루어졌다는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선의의 소지인 주장

원고는, 가사, 홍콩지점이 1991. 8. 21. 및 23. 소외 2 회사로부터 이 사건 각 환어음을 매입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홍콩지점은 선적서류가 첨부된 환어음을 교부받을 때에 선적서류가 위조 내지 허위작성되었음을 알지 못하였고, 따라서 홍콩지점은 제4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 제10조 a항 iv호 소정의 환어음의 선의의 소지인(bona fide holder)에 해당하므로, 신용장 개설은행인 서울지점은 위 규정에 따라 홍콩지점에 대하여 신용장대금을 지급할 책임을 지게 되었으니, 피고는 홍콩지점에 대하여 상환의무를 이행한 서울지점에게 신용장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제4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 제10조 a항은 "취소불능신용장은 신용장 조건에 일치하는 서류가 제출된 경우에 다음과 같은 개설은행의 확약을 성립케 하는 것이다."라고 규정하면서 같은 항 iv호는 "매입이 약정되어 있는 경우에는 발행인 및/또는 선의의 소지인에 대한 소구권 행사 없이(without recourse to drawers and/or bona fide holders) 수익자가 발행한 환어음을 지급하거나 다른 은행으로 하여금 매입하도록 하고 만일 매입이 이행되지 않는 경우에는 위와 같이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매입신용장의 개설은행이 환어음의 발행인이나 선의의 소지인에 대한 소구권을 행사함이 없이 "수익자 또는 매입은행 등 신용장거래의 당사자"에게 환어음금의 절대적인 지급이 이루어지도록 할 것을 확약하고 있음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지, 신용장의 수익자나 매입은행이 아닌 환어음의 선의의 소지인에 대하여까지 지급을 확약하고 있음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 아님은 문언상 명백하고, 또 신용장매입은행의 개설은행에 대한 신용장대금 청구는 제4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 제16조 a항의 규정에 근거한 것으로서 매입을 하였을 때 비로소 신용장대금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며, 매입은행이 아닌 단지 환어음의 선의의 소지인이라는 사실만으로는 개설은행에 대하여 단순한 어음관계에 기한 청구가 아닌 신용장에 기한 법률관계에 따라 신용장대금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볼 근거도 없다.

따라서 홍콩지점이 1991. 8. 21. 및 23. 선적서류가 첨부된 환어음을 교부받음으로써 환어음의 선의의 소지인이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신용장 개설은행인 서울지점이 제4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 제10조 a항 iv호의 규정에 따라 홍콩지점에 대하여 신용장대금을 지급할 책임을 지게 되었음을 전제로 하는 위 주장은 이유 없다(더욱이 선적서류가 수익자에 의하여 위조되거나 허위작성된 경우에는 수익자에게 개설은행에 대한 신용장대금청구권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어서, 이 때에는 비록 환어음의 선의의 소지인이라고 하더라도 수익자의 사기행위에 대하여 악의 또는 중과실이 없는 매입은행으로서 보호받지 못한다).

라. 1992. 1. 7.자 매입 주장

원고는, 홍콩지점이 이 사건 각 마스터 신용장을 1992. 1. 7. 매입하였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홍콩지점이 이 사건 각 마스터 신용장대금을 개설은행으로부터 상환받아 대출금의 변제에 충당하기 위해 위 일자에 그 선적서류가 첨부된 이 사건 각 환어음에 대하여 별지 제1목록 ㈓항 기재 각 매입대금을 홍콩지점의 소외 2 회사 예금구좌에 입금하였는바, 그와 같이 입금을 함으로써 이 사건 각 마스터 신용장의 대가가 지급되었다고 볼 것이므로 그 때 신용장의 매입이 이루어졌다고 인정된다.

이에 의하면 서울지점은 일단 홍콩지점에 대하여 이 사건 각 마스터 신용장대금을 상환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고, 서울지점이 1992. 1. 14. 홍콩지점에게 그 상환의무를 이행하였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각 마스터 신용장대금 합계 미화 3,871,315.79$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피고의 항변 등에 대한 판단

가. 화물선취보증서가 발행된 거래에 한하여 보증책임을 진다는 항쟁

피고 소송대리인은, 서울지점과 피고 사이의 재개설약정에 의하면 "피고는 수입신용장 개설의뢰인에게 화물선취보증서를 발행한 당해 건의 선적서류 래도시 하자 유무를 불문하고 전액 인수, 결제할 것을 서울지점에게 보증한다."고 하였으므로 피고는, 서울지점이 개설의뢰인인 소외 1 회사에게 이 사건 각 마스터 신용장에 따라 국내에 도착한 화물에 대하여 "화물선취보증서, 이 사건과 같은 항공화물인 경우에는 이와 동일한 내용의 '항공운송장에 의한 수입화물인도승낙서, 이하 수입화물인도승낙서라 한다'를 발행한 화물분에 대해서만" 보증인으로서의 책임을 지는 것인데, 이 사건 신용장거래는 소외 1 회사와 소외 2 회사, 소외 3 회사가 공모하여 항공운송장을 위조하여 이루어진 사기거래로서 실제로 화물은 국내에 전혀 반입된 바 없어 수입화물인도승낙서가 발행되지 아니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신용장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서울지점과 피고 사이의 재개설약정에 의하면 "피고는 수입 신용장 개설의뢰인에게 화물선취보증서를 발행한 당해 건의 선적서류 래도시 하자 유무를 불문하고 전액 인수, 결제할 것을 서울지점에게 보증한다."고 규정되어 있는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갑 제28호증(신용장업무), 갑 제57호증의 1,2(각 재개설약정서), 갑 제64호증(업무연수교재), 갑 제65호증(지급보증신청서), 갑 제70호증의 1 내지 4(각 수입신용장재개설약정서), 을 제63호증(경위서), 을 제75호증(약정서)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더하여 보면, 일반적으로 개설은행이 위와 같이 타은행과 사이에 재개설약정을 체결하고 신용장을 개설하는 경우에 개설은행은 개설의뢰인의 신용보다는 재개설을 중개하는 타은행, 즉 보증은행의 신용을 믿고 신용장을 개설하고, 보증은행을 사실상 개설의뢰인처럼 취급하여 보증은행이 송부된 선적서류가 신용장조건에 일치하는지 여부의 심사의무를 부담하며, 개설의뢰인으로부터 지급받는 수입담보금도 보증은행이 예치받고, 신용장조건변경도 개설의뢰인 외에 보증은행의 서명, 날인이 있어야 하며, 개설은행은 신용장과 관련한 제반 업무를 보증은행에게 통지하고, 신용장조건에 부합하는 내용의 선적서류가 개설은행에게 제시되면 보증은행이 개설은행에게 그 대금을 지급하도록 약정하고 있는 사실, 당초 서울지점은 1992. 8. 2. 소외 1 회사의 신용장 개설신청서에 기재된 "필요한 서류가 제출되는 한 어떠한 불일치도 무방함"이라는 내용에 따라 "선적서류상 어떠한 하자도 무조건 전액 인수결제할 것을 보증한다."는 내용의 재개설약정서 초안을 피고에게 제시하였으나 피고의 거절로 같은 달 5. 앞서 본 바와 같은 내용으로 변경, 약정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 사실과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재개설약정에서 선적서류가 래도하면 서울지점은 즉시 선적서류를 피고에게 전달하고 피고는 그 대금을 서울지점에게 지급한 후 개설의뢰인에게 전달하기로 약정한 점, 이 사건 각 마스터 신용장의 개설로 인하여 발생하는 모든 개설수수료 및 외환매매차익 등은 서울지점과 피고가 반분하기로 약정한 점을 함께 더하여 보면, 서울지점과 피고 사이의 위 약정의 취지는 피고가 이 사건 각 마스터 신용장에 따라 국내에 도착한 화물에 대하여 서울지점이 "화물선취보증서, 즉 수입화물인도승낙서를 발행한 거래에 대해서만" 책임을 진다는 의미가 아니라, 피고는 화물선취보증서가 발행된 거래에 대하여는 "선적서류의 하자 유무를 불문하고" 전액 인수, 결제하되, 화물선취보증서가 발행되지 아니한 거래에 대하여는 신용장거래의 일반 원칙에 따라 인수, 결제한다는 의미로 해석함이 상당하므로 피고의 위 항쟁은 이유 없다.

나. 개설은행의 의무를 위반했다는 항변

(1) 다음으로 피고 소송대리인은, 서울지점은 개설은행으로서 피고로부터 신용장업무의 위임을 받은 수임인의 지위에 있으므로 피고에 대하여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부담하는바, 1991. 8. 5. 소외 1 회사 및 피고는 이 사건 각 마스터 신용장의 개설의뢰를 하면서 특약조항 제9항 "House bill of lading acceptable"을 삭제하여 신용장을 개설하여 줄 것을 지시하였는데, 서울지점은 이러한 지시에 반하여 위 제9항을 특약조건으로 임의로 추가한 신용장을 개설하였고, 소외 1 회사 및 피고는 서울지점에 대하여, 1991. 8. 22. 이 사건 각 마스터 신용장의 선적서류로서 선하증권 대신 운송업자 또는 운송중개업자가 발행한 항공운송장도 허용하는 것으로 신용장조건을 변경하여 줄 것을 신청하였는데, 서울지점은 위 신용장조건변경신청이 있기 이전인 같은 달 21. 이미 임의로 홍콩지점에게 초특급으로 같은 내용의 신용장조건변경을 통지하여 피고의 지시를 위반하였으며, 이 사건 신용장조건에 의하면 매입은행은 개설은행에게 모든 서류를 1회에 DHL로 송부하도록 되어 있는데도 서울지점의 지점장이던 소외 "부셰리"는 1992. 1. 8. 홍콩지점의 수출입부장인 소외 "보스코 탐"으로 하여금 선적서류를 직접 소지하고 오게 하여 피고에게 전달하였으면서도 이러한 사정을 숨기고 선적서류가 마치 DHL로 서울지점에게 송부된 것처럼 가장함으로써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위반하였고, 서울지점은 1992. 1. 9. 이 사건 신용장대금의 상환은행인 필라델피아은행에 상환수권을 취소하는 전문을 발송하였으면서도 이러한 사실을 개설의뢰인 및 피고에게 알리지 아니하여 선관주의의무를 위배하였고, 서울지점은 피고로부터 신용장매입은행에 대한 지급을 하지 말라는 통지를 아무런 유보 없이 수령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지시에 위반하여 임의로 홍콩지점에게 신용장대금을 상환, 지급하였으므로, 원고는 피고에게 그 신용장대금의 지급, 결제를 청구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살피건대, 피고 주장의 , 와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고 하여도 이 사건에서 문제된 선적서류는 운송주선인 발행의 선하증권이 아닌 항공운송장인 점, 피고가 서울지점의 위와 같은 위 신용장 개설 및 조건변경에 대하여 즉시 이의를 하지 아니한 점 등에 비추어 피고가 원고의 이 사건 신용장대금청구를 거절할 사유가 된다고 볼 수 없고, 이 사건 신용장조건에 의하면 매입은행은 개설은행에게 모든 서류를 1회에 DHL로 송부하도록 되어 있는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을 제10호증(회신), 을 제42호증(진술조서), 을 제43호증(출입국사실확인서), 을 제50호증(진술서), 을 제51호증(DHL 배달소요일 안내)의 각 기재와 을 제45호증의 1(진술조서)의 일부 기재에 의하면 소외 부셰리는 1992. 1. 8. 홍콩지점에 전화로 소외 1 회사의 부도사실을 알리고 소외 보스코 탐으로 하여금 선적서류가 첨부된 이 사건 각 환어음을 직접 소지하고 오게 하였으면서도, 이러한 사정을 피고에게 숨기고 선적서류가 마치 DHL로 송부된 것처럼 선적서류 표지에 DHL우편으로 기재한 후 한국의 DHL 운송대리점인 소외 주식회사 일양익스프레스의 직원인 소외 김동규로 하여금 서울지점으로 배달하도록 하는 등으로 홍콩지점의 업무에 적극 협조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이러한 사정만으로 피고가 원고의 이 사건 신용장대금청구를 거절할 사유가 된다고 볼 수 없으며, 서울지점이 피고의 요청에 응하여 같은 달 9. 상환은행인 필라델피아은행에게 상환수권의 취소통지를 하였으면서도 이러한 사실을 피고에게 알리지 아니한 채 같은 달 14. 위 필라델피아은행으로 하여금 원고 뉴욕지점에 있는 홍콩지점 계좌에 이 사건 각 마스터 신용장 대금을 송금하도록 하여 이 사건 각 마스터 신용장 대금을 상환한 사실도 앞서 인정한 바이나, 위와 같은 사실이 개설은행이 개설의뢰인이나 피고에게 통지하여야 할 사항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서울지점은 1992. 1. 10. 피고로부터 항공운송장이 위조되었으니 신용장매입은행에 대한 지급을 하지 말라는 통지를 받고서도 같은 달 14. 임의로 홍콩지점에게 신용장대금을 지급한 점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으나, 항공운송장이 위조되었어도 매입은행이 선의이고 중대한 과실 없이 매입한 경우에는 개설은행은 개설의뢰인의 지급거절 지시에도 불구하고 매입은행에게 신용장대금을 상환할 의무가 있는 것이어서 서울지점이 피고의 지급거절지시를 어겼다고 하더라도 그 점만 가지고 서울지점의 신용장대금 결제청구를 거절할 수는 없으므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2) 그러나 한편, 개설은행은 개설의뢰인과 사이에 신용장 개설계약을 체결하여 그로부터 소정의 수수료 등을 지급받고 신용장을 개설하는 자로서, 개설의뢰인의 위임을 받아 그의 지시를 준수하고, 개설의뢰인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제시된 선적서류 등이 신용장조건에 일치하는지 여부를 심사할 의무를 부담하며, 더욱이 이 사건 재개설약정상 서울지점은 앞서 본 바와 같이 개설은행으로서 선적서류가 래도하면 개설의뢰인의 보증인인 피고에게 즉시 선적서류를 전달하고, 피고는 서류접수일로부터 7일 이내에 그 대금을 서울지점이 정하는 은행에 이체, 결제한 후 개설의뢰인에게 전달하여야 하며, 이 사건 각 마스터 신용장 결제 만기일 기타 업무의 진전 상황을 피고에게 통지하도록 되어 있고, 실제 그 동안 신용장의 개설의뢰 및 신용장의 조건변경 등 모든 신용장업무에 있어서도 피고의 서명·날인을 받아 왔다. 그런데 선적서류가 위조된 경우 매입은행이 선의이거나 그에게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비록 개설은행이 그 위조사실을 알았거나 이를 의심할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경우라도 개설은행은 매입은행의 상환청구를 거절할 수 없고, 따라서 개설의뢰인 및 그 보증인도 위 상환의무를 이행한 개설은행의 결제청구에 응할 수밖에 없게 되므로, 이는 결국 수익자 등에 의하여 위조된 선적서류를 개설의뢰인 등으로 하여금 매수하도록 함으로써 신용장거래를 악용한 사기거래를 용인하는 바람직스럽지 못한 결과가 될 것이다. 이 사건 재개설약정에서 앞서 본 바와 같이 서울지점에게 신용장 결제 만기일 기타 업무의 진전 상황을 피고에게 통지하도록 규정한 것도 바로 이러한 부당한 결과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의 하나로 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개설은행은 선적서류가 장차 매입은행에 의하여 매입되기 전에 그것이 위조 또는 허위작성되었다는 사정을 알게 되거나 이를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사정에 놓이게 된 경우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즉시 이러한 사정을 매입하려는 당해 은행과 개설의뢰인 및 그 보증인에게 알려 자신은 물론, 그들로 하여금 위 선적서류의 위조 여부에 대한 충분한 조사와 확인을 하게 하고, 그를 뒷받침할 객관적인 자료 등을 수집하여 매입하려는 은행에게 제시·확인케 함으로써 위조서류에 대한 매입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적당한 조치를 취하여 개설은행 자신은 물론 개설의뢰인 및 그 보증인의 이익을 함께 보호할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한편 수출업자 내지 수익자로부터 화환어음을 매입하는 은행도 그 화환어음을 매입할 때에 그 부대 선적서류가 정규성과 상태성을 갖추고 또 그것이 신용장의 조건에 일치하는지 여부를 확인하여야 할 거래상의 의무를 신용장 개설은행 및 그 개설의뢰인에게 부담하고 있으므로( 대법원 1977. 4. 26. 선고 76다956 판결 | 대법원 1977. 4. 26. 선고 76다956 판결 | 대법원 1977. 4. 26. 선고 76다956 판결 | 대법원 1977. 4. 26. 선고 76다956 판결 참조), 매입은행이 위와 같이 위조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받은 경우에는 당연히 그 매입을 거절하거나 중지하게 되고, 설사 매입하더라도 개설은행이나 개설의뢰인에게 매입대금의 상환 내지 결제를 청구할 수 없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일 개설은행이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이러한 주의의무를 게을리하여 위조된 선적서류를 제공받은 은행이 이를 매입하는 것을 저지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방치함으로써 매입은행에게 신용장대금을 상환하게 된 경우에는, 이는 수익자 등에 의한 사기거래를 스스로 용인함으로써 신용장대금의 지출을 자초한 것이므로 개설은행은 신용장 개설계약 또는 재개설약정의 위반자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상 더 이상 개설의뢰인 또는 그 보증인에 대하여 자신이 상환한 신용장대금의 지급, 결제를 청구할 수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런데 서울지점은, 이 사건 각 항공운송장을 비롯하여 신용장에 기한 선적서류가 이미 대출금 채무자인 소외 2 회사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홍콩지점에 장기간 담보로 보관되어 있는 데다가, 수차에 걸친 피담보채무의 이행 촉구에도 불구하고 그 이행지체로 인하여 언제든지 홍콩지점이 그 담보권 행사의 일환으로 위 서류들에 대한 매입절차를 취하여 개설은행에 위 서류들을 송부할 단계에 와 있다는 사정을 잘 알고 있었던 사실, 더욱이 1991. 12. 중순경에는 소외 1 회사의 재정상태가 악화되어 이미 부도소문이 나 있었고, 한편 서울지점의 소외 5는 같은 달 말경 소외 1 회사의 직원인 소외 계철수에게 이 사건 신용장거래를 포함하여 서울지점이 재개설한 8건, 총 신용장대금 미화 4,924,269.6$ 상당의 신용장과 관련하여 국내의 지급보증은행, 즉 피고 및 소외 주식회사 제일은행 서대문지점 등으로부터 화물선취보증서 내지 수입화물인도승낙서가 발행된 사실이 없고, 이에 관한 수입담보금도 입금된 바 없었던 점을 확인한 사실, 따라서 서울지점은 이 사건 각 항공운송장이 이미 발행되었음에도 정작 위 각 선적서류에 의하여 표창되는 수입화물은 실제로 국내에 반입되거나 반입될 수 없는 사정을 모두 알게 되어 홍콩지점에게 담보로 제공된 이 사건 각 선적서류가 위조 또는 허위작성되었다는 점을 알았거나, 그와 같이 의심할 충분한 이유가 있었으며, 이러한 사정을 당시 피고에게 알렸다면 피고는 어렵지 않게 이 사건 각 선적서류의 위조증거를 홍콩지점에 제시·확인시킬 수 있었던 사실, 그런데도 서울지점은 동일한 법인격체로서 위 각 선적서류를 매입하려는 홍콩지점에게 위 각 선적서류의 위조 또는 허위작성 여부를 확인·통지하여 그 매입을 저지하지 아니하였음은 물론, 오히려 홍콩지점과 일체가 되어 그의 매입업무에 적극 협조하였으면서도, 선적서류가 송부되기 전까지는 이러한 주요업무의 진전상황을 전혀 알 수 없던 개설의뢰인의 보증인인 피고에게는 전혀 그 사정을 통지하지 아니하였던 사실은 뒤에서 인정하는 바와 같다.

이에 의하면, 서울지점은 개설은행으로서 적어도 1991. 12. 말경에는 위와 같이 위조 내지 위조 가능성이 높은 이 사건 각 선적서류가 조만간 홍콩지점에 의하여 매입되어 개설은행을 거쳐 개설의뢰인의 보증인인 피고에게 상환 내지 결제를 위하여 송부되리라는 사정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이러한 사정을 바로 피고에게 통지하여 자신은 물론, 피고로 하여금 신속·적절하게 위 각 선적서류의 위조 여부에 대한 확실한 증거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홍콩지점에 송부·제시케 함으로써, 홍콩지점에 의하여 이 사건 각 환어음 및 선적서류에 대한 매입절차가 취해지는 것을 막거나, 적어도 홍콩지점에 의한 상환청구를 거절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게을리한 채 피고에게는 전혀 통지도 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홍콩지점의 매입업무에 적극 협조함으로써 위조 또는 허위작성된 이 사건 각 선적서류의 매입 및 상환이 이루어지도록 한 것이므로, 서울지점은 이 점에서 벌써 그가 홍콩지점에게 임의로 상환한 신용장대금의 지급·결제를 피고에게 청구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다. 홍콩지점과 서울지점이 이 사건 각 선적서류가 위조되었다는 사정 등을 알았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다는 항변

(1) 피고의 항변내용

(가) 피고 소송대리인은, 홍콩지점은 소외 2 회사로부터 이 사건 각 선적서류를 담보로 제공받고 이 사건 각 백투백 신용장대금을 대출하여 줄 당시에 이미 이 사건 각 마스터 신용장거래 및 백투백 신용장거래가 소외 2 회사 및 소외 1 회사, 소외 3 회사의 사기에 의한 거래라는 정을 알고 이에 적극 가담하였고, 가사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홍콩지점과 서울지점은 이 사건 각 환어음을 매입할 당시인 1992. 1. 7. 위 각 환어음에 첨부된 이 사건 각 항공운송장이 문서의 상태성과 정규성을 결여하는 등 선적서류가 위조 및 허위작성된 사실을 이미 알았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으므로, 매입은행인 홍콩지점은 원고로부터 이 사건 신용장대금을 상환받을 권리가 없는 것인데도 서울지점은 그 대금을 홍콩지점에게 지급한 것이니, 피고는 원고에게 위 신용장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항변한다.

(나) 살피건대, 신용장에 기한 법률관계는 개설은행을 축으로 해서 전개되므로 개설은행의 신용장 개설에 의하여 발생하는 의무는 그 성립이나 효력 모두를 개설은행의 소재지법에 의하여야 할 것이므로, 이 사건 각 마스터 신용장이 비록 홍콩지점에 의하여 매입되었다 하더라도 여기에 적용될 법률 및 해석은 대한민국의 법에 의하여야 한다. 그런데 신용장 거래는 서류의 거래이지 상품의 거래가 아니므로, 은행은 상당한 주의(reasonable care)로써, 즉 상품거래에 관한 특수한 지식경험에 의함이 없이 은행원으로서 일반적인 지식경험에 의하여 기울여야 할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주의의무로써 그 선적서류가 문면상 신용장의 조건과 일치하는지 여부만 확인하면 되고, 나아가 그 선적서류의 위조 또는 허위작성 여부, 화물의 명세, 수량, 실재 여부 등 그 선적서류에 대한 실질적 심사의무까지 부담하지는 않는다(제4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 제15조, 제17조 참조). 그러나 그 선적서류의 문면 자체에 하자가 있거나, 그 선적서류가 위조 또는 허위작성된 문서라는 사실을 사전에 알았고, 또는 그와 같이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이는 신용장 거래를 빙자한 사기거래에 지나지 아니하므로 그 은행은 더 이상 신용장 거래에 있어서의 이른바 독립·추상성의 원칙에 의한 보호를 받을 수 없고(이른바 Fraud rule), 따라서 선적서류가 위조된 경우에 개설은행이 상환의무를 이행할 당시 서류가 위조된 문서임을 알았거나 위조된 문서라고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고, 또한 매입은행도 매입 당시 서류가 위조된 문서임을 알았거나 위조된 문서라고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을 경우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개설은행은 신용장대금의 지급을 거절하여야 하고, 매입은행도 개설은행에게 신용장대금의 상환을 구할 권리가 없으며, 설사 개설은행이 매입은행에게 신용장대금을 지급하였다고 하더라도 개설의뢰인 또는 개설의뢰인의 보증인에 대하여 신용장대금의 결제를 청구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대법원 1993. 12. 24. 선고 93다15632 판결 참조).

(다) 다만, 이 사건 각 마스터 신용장에는 특별지시사항으로서 앞서 본 바와 같이 "필요한 서류가 제출되는 한 어떠한 불일치도 허용된다(All descrepan cies are accepatable subject to document to be required are submitted)."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으나, 이 사건 각 마스터 신용장은 이른바 보증신용장(Standby L/C)이 아니고, 화물의 선적을 전제로 하는 화환신용장(Docu mentary credit)이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에, 위 내용은 문언 그대로 개설은행이 본질적이고도 근본적인 하자를 포함한 어떠한 서류상의 하자에도 불구하고 절대적으로 이의를 포기하고 무조건 선적서류를 인수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신용장 조건과 선적서류 문면과의 사소한 불일치나 경미한 서류상의 하자로 인하여 불필요하게 선적서류가 수리 거절되는 것을 막음으로써 원활한 신용장 거래를 도모하겠다는 취지에서 둔 조항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따라서 매입은행 등에게 선적서류의 기본적 구비요건에 대한 필요, 최소한의 심사의무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위와 같이 신용장이 조건부 보증서라는 기본취지에 어긋나게 "필요한 서류가 제출되는 한 어떠한 불일치도 허용된다."는 비정상적인 특수조건을 삽입한 경우에 있어서는, 수출상 등이 선적서류를 위조하는 등으로 이를 악용할 위험성이 크므로, 매입은행이나 개설은행으로서는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 선적서류의 정규성과 상태성에 대한 심사를 하여야 할 것이다.

(라) 그리고 신용장 거래에 관여하는 은행이 환어음에 첨부된 선적서류가 위조 또는 허위작성된 문서라는 사실을 알았거나 그와 같이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는가의 여부는, 매입은행 등의 관여 은행이 스스로 그 악의 등을 시인하지 않는 이상, 그 은행이 당해 매입업무를 처리함에 있어서 얼마나 상당한 주의를 기울였는지, 즉 국제적인 은행표준관행인 이른바 가장 정직하고 숙련되며 예측가능한 관행(the most honest, skillful and predictable practices)이라는 상식적인 은행 실무에 얼마나 따랐는지 여부를 일응의 기준으로 하면서, 그 매입의 전후 과정을 통한 신용장 거래의 경위와 비정상적인 특이성, 거기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난 관계 은행 당사자의 비합리적인 거동, 그 매입하는 신용장 첨부서류의 문면 자체에 대한 상태성과 정규성의 구비 여부 및 그 하자 정도 등과 같은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홍콩지점이 소외 2 회사로부터 선적서류가 첨부된 이 사건 각 환어음을 매입처리한 날은 1992. 1. 7.이므로, 과연 홍콩지점 및 서울지점이 위 일자에 위 각 환어음에 첨부된 항공운송장 등이 위조되었는지 알았거나 그와 같이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는가에 관하여 살피기로 한다.

(2) 인정되는 사실

앞서 든 각 증거와 갑 제51호증의 1, 2(각 경력증명서), 을 제49호증(진술서), 을 제59호증(타행여수신 현황), 을 제62호증( 소외 1 회사의 환어음 현재 잔액), 을 제64호증(서신), 을 제67호증(각서), 을 제69호증(한도약정서), 을 제70호증(지급보증서), 을 제76호증의 1(제출문서 목록), 2, 3(각 방문자 면담보고서), 을 제88호증의 1(전송서신), 을 제89호증(이행각서), 을 제91호증(피의자신문조서)의 각 기재와 을 제58호증의 1, 2(각 피의자신문조서)의 일부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더하여 보면,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거래의 특이성

소외 주식회사 한일은행 등 국내은행 및 서울지점은 1990. 11. 22.부터 1991. 12. 6.까지 소외 1 회사의 개설의뢰를 받고 수익자를 소외 2 회사로 하여 이 사건 각 마스터 신용장을 포함한 모두 28건의 마스터 신용장을 개설하였고(그 중 서울지점이 개설하였거나 확인한 신용장은 10건이다), 홍콩지점은 위 각 신용장에 기초하여 소외 2 회사의 개설의뢰를 받아 수익자를 소외 3 회사로 하여 역시 28건의 백투백 신용장을 개설하였으며, 그 28건의 마스터 신용장 및 백투백 신용장 공통의 선적서류로서 30건의 항공운송장(2건의 신용장에 대하여는 항공운송장이 각 2건씩으로 나누어 발행되었다)을 백투백 신용장의 수익자인 소외 3 회사로부터 뉴욕지점을 통하여 교부받았고, 소외 2 회사에게 30건의 위 백투백 신용장 결제자금의 대출(이른바 T/R Loan)을 하여 주면서 그 담보를 위하여 위 30건의 항공운송장을 포함한 마스터 신용장의 선적서류를 4개월 이상씩 보관하였던 사실, 그런데 홍콩지점은 위 각 대출금의 담보로 위와 같이 위 각 마스터 신용장을 제공받았으나 그 대출금의 회수는 소외 1 회사의 국내에서의 대규모 회사채 발행 등에 의하여 조성된 자금을 이용하여 국내 개설은행을 통하지 않는 무신용장 송금방식 등에 의하여 홍콩에서 직접 결제받으려 하였고, 실제 그 동안 한 번도 위 각 마스터 신용장의 매입이나 추심에 의하여 대출금을 회수한 적은 없었으며, 특히 위 30건의 항공운송장 중 12건(위 28건의 신용장 중 10건의 신용장의 선적서류이다)은 1992. 7. 내지 9.경에 각 대출금을 상환받으면서(을 제62호증 참조) 소외 2 회사에게 반환하여 그에 해당하는 약 미화 13,000,000$에 이르는 10건의 마스터 신용장이 관계 당사자 전원의 동의로 취소되도록 하였는데(홍콩지점이 통지은행으로서 그 신용장의 취소사실을 소외 2 회사에게 통지하였다), 위 거래는 모두 소외 1 회사, 소외 2 회사 및 소외 3 회사의 공모로 위조한 항공운송장에 의하여 이루어진 사기거래였던 사실, 한편 위와 같은 사기거래가 있기 이전에는 같은 방식의 거래였지만 소외 1 회사는 그 변제기를 연장하면서도 마스터 신용장대금을 결제하였고, 홍콩지점은 위 결제자금으로 자신의 소외 2 회사에 대한 대출금의 변제에 충당하여 온 사실, 홍콩지점은 그 중 소외 한국외환은행이 1990. 11. 22.경 개설한 마스터 신용장을 담보로 소외 2 회사에게 대출한 금원을 1991. 5.경 소외 2 회사로부터 상환받고 위 한국외환은행 및 소외 1 회사, 소외 2 회사의 동의로 위 마스터 신용장이 취소되도록 하였으면서도 그 선적서류를 반환하지 아니하고 있다가 같은 해 9.경에야 이를 소외 2 회사에게 반환하여 준 사실(제48호증의 4, 수사기록 제723쪽)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런데 소외 2 회사는 비록 소외 1 회사의 자회사이기는 하지만 소외 1 회사와는 별개의 법인격체로서 독자적인 자산을 가지고 운영되고 있었으므로 소외 2 회사가 소외 3 회사로부터 물건을 수입하여 소외 1 회사에게 재수출하는 중개무역을 하고 있었고, 비록 이 사건 거래의 진정한 목적이 소외 1 회사에게 금융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었어도 소외 2 회사는 백투백 신용장대금을 홍콩지점으로부터 대출받아 이를 소외 3 회사에게 지급한 셈이기 때문에 소외 1 회사로부터 그 수입품에 대한 대금을 지급받아야 소외 1 회사 및 소외 2 회사 각 회사의 수지균형이 맞는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소외 2 회사는 소외 1 회사로부터 개설받은 마스터 신용장대금을 결제받아 위 금원으로 대출금의 변제에 충당하는 것이 정상적일 것이다. 그런데도 홍콩지점은 먼저 소외 2 회사로부터 대출금을 상환받고 선적서류를 바로 소외 2 회사에게 반환하여 버림으로써 신용장이 취소되도록 하였고, 그 중 일부 선적서류는 약 4개월 동안 반환조차 하지 아니하고 보관하고 있었으며, 한편 홍콩지점은, 소외 1 회사가 카나다 국립은행 서울지점으로부터 원화대출을 받으면서 같은 은행 홍콩지점에 담보로 미화 3,000,000$의 예금을 하였는데, 소외 1 회사가 같은 은행 서울지점에 대한 대출금을 변제한 후 같은 은행 홍콩지점으로부터 반환받은 위 담보금으로 소외 2 회사에 대한 T/R대출금 중 3,000,000$를 상환받을 예정이었다는 것인바(을 제75호증의 2), 이는 거래 자체가 중개무역의 형식을 빌렸을 뿐 실제로는 구조적으로 물품의 선적을 전제로 하지 않는, 오로지 소외 1 회사의 금융이용만을 목적으로 하는 극히 비정상적인 신용장 거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당시의 거래가 정상적인 수출입거래였다면 소외 2 회사는 중개무역의 방법으로 금융을 얻기 위하여 소외 1 회사가 설립한 자회사에 불과하여 그 재무구조가 극히 취약하였으므로(을 제48호증의 3에 의하면, 소외 2 회사의 대표인 소외 6은, 소외 2 회사가 1989년에는 이익이 전혀 없었고, 홍콩지점 등에게 제출할 목적으로 1990년경에는 이익이 있었던 것으로 하여 자본금을 홍콩화 10,000$에서 500,000$으로 증자한 것처럼 각 서류를 조작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다), 홍콩지점도 소외 2 회사 자신이 별도의 자금을 마련하여 위 금원을 변제하였다고 생각할 수는 없었을 것이고, 따라서 소외 2 회사가 상환한 위 대출금은 결국은 금융의 수혜자인 소외 1 회사로부터 송금되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소외 1 회사는 이미 개설된 신용장대금을 결제함으로써 소외 2 회사 및 홍콩지점에 대한 송금과 대출금의 변제, 선적서류의 취득이라는 목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데도, 이러한 간편한 방법을 놔두고,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외환통제가 엄격한 대한민국의 관계 법규상 사실상 불가능한 별도의 송금을 미리 소외 2 회사에게 하여, 소외 2 회사로 하여금 그 대출금을 변제하도록 한 후, 모처럼 이미 개설되었던 신용장을 취소하는 절차를 취하고, 선적서류는 또 다른 방법으로 소외 1 회사에게 송부하도록 하는 위법하고도 번거로운 절차를 취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원고는, 소외 1 회사가 수입대금을 단순송금(remittance)방식으로 소외 2 회사에게 지급하고 선적서류는 별도로 송부받을 수도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나, 원래 단순송금은 신용장이 개설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비교적 적은 액수의 대금결제를 위하여 사용하는 방법인 것이지 이 사건에서와 같이 이미 대금지급을 위한 신용장이 개설되어 있는데 이를 취소하면서까지 단순송금 방식으로 대금을 지급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즉, 당시 대한민국에서 시행중이던 대외무역법 제19조 제1항, 제20조 제1 내지 제3 각 항, 제21조, 같은법시행령 제36조 제1항, 제37조 제1항, 제3항, 제38조 제1항, 제104조 제8호 (가) 내지 (다) 각 목, 외국환관리법 제8조 등의 각 규정에 의하면, 물품의 수입을 하고자 하는 자는 당해 물품·거래형태 또는 대금결제 방법 등에 관하여 상공부장관의 권한을 위탁받은 외국환은행의 장의 승인을 얻고 수입을 승인받은 날로부터 1년의 유효기간 내에 물품의 수입과 그 수입대금의 지급을 하여야 하고, 위 유효기간 내에 물품의 수입과 수입대금의 지급 중 어느 하나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그 유효기간의 연장이 필요한 자는 그 유효기간의 연장승인을 얻어야 하며, 유효기간 내에 당해 물품의 수입과 수입대금의 지급 중 어느 하나 또는 그 모두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날에 그 수입승인은 효력을 잃게 되고, 외국환은행의 장은 수입승인을 얻은 자가 당해 물품의 수입과 수입대금의 지급을 승인된 내용에 따라 이행하였는지의 여부 등에 관하여 이를 확인(이를 사후관리라 한다)하여야 하도록 규정하는 등으로 해외로부터의 외화유입 및 유출을 엄격히 관리하고 있었고, 전 세계에 지점을 두고 있으며, 또한 서울지점으로부터 긴밀한 업무의 협조를 받고 있었던 홍콩지점도 위와 같은 사정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대한민국의 경우에 있어서 수입물품의 대금지급을 위하여 신용장이 개설되고, 그 후 수입물품이 국내에 반입된 경우라면 수입자는 반드시 수입대금을 수출자에게 지급하여야 하기 때문에 수입물품이 반입되었는데도 이미 개설된 신용장을 취소하여 대금지급을 하지 아니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거래형태가 되는 것이다. 더욱이 이 사건과 동일한 형태의 거래를 소외 2 회사와 하여 온 소외 파리국립은행 홍콩지점은 1991. 12.경, 같은 은행 본점으로부터 감사를 받았는데, 그 감사반은 같은 은행 홍콩지점이 소외 2 회사와의 거래에 대하여 선적서류의 매입절차를 취하지 않고 그 대금을 홍콩에서 지급받은 점에 대하여 지적을 하였고, 이에 따라 그 후 파리국립은행 홍콩지점은 1991. 12. 27. 2건의 선적서류에 대한 매입절차를 취하여 이를 마스터 신용장의 개설은행에 송부한 사실이 있었던 점(을 제48호증의 1, 소외 6 진술서, 수사기록 제416쪽)에 비추어 보아도 위와 같은 거래형태가 비정상적이라는 것은 홍콩지점도 잘 알고 있었다고 하겠다.

따라서 소외 2 회사 및 소외 1 회사와 사이에 그 이전과는 달리 그 대출금에 대한 변제를 수차 연기 요청하면서 위와 같이 비정상적인 거래를 지속하여 온 홍콩지점으로서는, 과연 소외 1 회사가 물품을 진실로 수입하는 바도 없으면서 단지 대출을 받아 금융이익을 얻기 위한 방편으로 이 사건 각 마스터 신용장 및 백투백 신용장거래를 하는 것은 아닌지, 즉 이 사건 각 항공운송장 등의 선적서류가 위조 또는 허위작성된 것은 아닌지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할 것임에도 이를 게을리한 잘못이 있었다고 할 것이다.

(나) 당사자의 거동

서울지점의 수출입부장이던 소외 5의 거동

㉮ 소외 1 회사의 자금담당 실무자였던 소외 7 부장은, 이 사건 각 마스터 신용장 개설 직전인 1991. 7. 말경 재개설약정서 양식을 교부받으려고 소외 5를 찾아갔는데 그는 자신에게 신용장 재개설의뢰에 사용하는 약정서 양식을 사본하여 그 내용의 일부를 정정하여 교부하면서 "신용장 네고서류는 우리에게 돌아오지 않을 것이죠"라고 물어 그렇게 알고 있다고 대답한 적이 있다고 진술하고 있는 사실{을 제49호증, 을 제91호증, 수사기록 제582쪽, 진술 부분 참조; 소외 7의 위 진술은 소외 1 회사의 부도 직후의 진술로 위 소외 7이 당시 재개설과 관련된 약정서 양식을 가지러 갔는데 위 소외 5가 약정서를 꺼내 사본을 한 후 그 내용의 일부를 정정한 후 정정한 내용대로 타이핑을 하여 국내은행으로부터 서명을 받아 오라고 말하면서 위와 같은 내용의 말을 하였다고 진술하고 있고, 위 소외 5도 자신이 약정서 사본의 내용을 정정하여 교부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하여 이에 일부 부합하는 진술을 하고 있는 점(을 제45호증의 2, 수사기록 제755쪽) 및 위 소외 7 진술의 구체성으로 미루어 신빙성이 있다.}, ㉯ 위 소외 5는 1990. 8. 내지 9.경에 위 보스코 탐으로부터 홍콩지점이 소외 1 회사에게 백투백 신용장을 개설하여 주고, T/R 대출을 한다는 내용의 이야기를 전화로 들은 적이 있으며, 서울지점에서 재개설하거나 확인하여 준 마스터 신용장을 이용하여 홍콩지점에서 소외 1 회사에게 T/R 대출을 할 것이라는 사정을 대강 알고 있었고, T/R 대출이란 백투백 신용장 대금결제를 위하여 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하고 있고(을 제45호증의 2, 수사기록 제734, 735, 761쪽), 한편 위 소외 5는 이 사건 각 마스터 신용장 개설 당시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수료하고, 약 20년 동안 은행에 근무하여 온 경력의 소유자로서 서울지점의 신용장의 개설 및 매입, 수출입 승인, 금원의 송금 등 일체의 수출입 관련업무를 총괄하고 있었기 때문에 신용장 관련업무에 밝았던 사실(을 제45호증의 3, 수사기록 제1348쪽), ㉰ 또한 위 소외 5는 소외 1 회사의 상무이던 소외 8과는 소외 주식회사 조흥은행의 입행동기로서(갑 제51호증의 1, 2),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사이였는데, 1991. 12. 중순경에는 위 소외 8로부터 전화로 2회에 걸쳐서 홍콩지점으로부터 대출금 상환기일을 연장받도록 하여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진술하고 있고(을 제45호증의 2, 수사기록 제752, 756쪽), 소외 7도 홍콩지점이 이 사건 각 선적서류가 첨부된 환어음의 매입절차를 취하려고 할 때마다 위 소외 8이 위 소외 5에게 전화로 이를 막아달라고 부탁하는 것을 보았으며, 1991. 10.경 위 소외 8이 홍콩지점을 다녀온 직후에 위 소외 5에게 홍콩지점의 부지점장이던 "스티브 찬"과 보스코 탐을 만나서 T/R 대출의 기한연장을 받았다는 취지로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고 진술하고 있는 사실(을 제49호증, 제7쪽, 을 제91호증, 수사기록 제583, 585, 586쪽), ㉱ 소외 2 회사의 대표인 소외 6도 위 T/R 대출금의 상환기일이 연장되고 난 후 소외 보스코 탐이 이미 위 소외 5로부터 한국에서의 상황에 대하여 전화를 받았다는 얘기를 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 사실(을 제48호증의 1, 수사기록 제407쪽), ㉲ 그리고 소외 5는 1991. 12. 말경 소외 1 회사의 직원인 소외 계철수에게 이 사건 신용장 거래를 포함하여 서울지점이 재개설한 8건, 총 신용장대금 미화 4,924,269.6$ 상당의 신용장과 관련하여 국내의 지급보증은행인 피고나 소외 주식회사 제일은행 서대문지점 등으로부터 화물선취보증서(수입화물인도승낙서)가 발행된 사실도 없고, 이에 관한 수입담보금도 입금된 바 없었던 점을 확인한 사실(을 제45호증의 2, 3, 수사기록 제762, 1354쪽)을 각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위 소외 5는 이미 이 사건 각 마스터 신용장을 개설하기 이전에 그 선적서류가 도래하지 않을 것을 확인한 점, 대한민국의 대외무역법외국환관리법 등의 엄격한 규제로 말미암아 선적서류의 도래 없는 수입은 거의 불가능한 점에 비추어, 이 사건 각 마스터 신용장이 화물의 도착 여부와는 상관 없이 오로지 소외 1 회사의 금융을 위한 보증신용장처럼 운용될 것을 알고 있었다고 할 것이고, 위 소외 5는 또한 홍콩지점이, 서울지점이 개설한 이 사건 각 마스터 신용장에 의하여 발행된 선적서류인 이 사건 각 항공운송장 등을 담보로 제공받고 소외 2 회사에게 이 사건 각 백투백 신용장대금의 결제를 위한 대출을 실행한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소외 1 회사가 그 대출금을 변제하지 못하게 되자 소외 8의 요청으로 그 대출금 상환기일의 연장에 협조하였다고 할 것인데, 1991. 12. 중순경에는 이미 소외 1 회사의 부도소문이 있었고(을 제58호증의 1, 수사기록 제771쪽), 홍콩지점 및 서울지점은 기존의 대출금에 대한 변제확보 방안을 다각도로 강구하고 수시로 그 변제를 독촉하는 상황이어서, 홍콩지점 및 서울지점은 위 대출금 채권에 대한 거의 유일한 물적담보에 해당하는, 거액에 이르는 이 사건 수입 화물의 처분 여부 및 이에 대한 담보제공 여부 등에 당연히 관심을 가졌을 것이므로, 홍콩지점이 이 사건 각 마스터 신용장과 그 첨부서류인 항공운송장 등 각 선적서류를 담보로 소외 2 회사에게 대출을 실행한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던 위 소외 5 및 서울지점은 앞서 본 바와 같이 화물선취보증서의 발행 및 수입담보금의 예치 여부를 확인함으로써 화물이 실제로 국내에 반입된 사실이 없었다는 사정을 알았을 것으로, 즉 홍콩지점이 담보로 보관하고 있는 이 사건 항공운송장 등의 선적서류가 위조 또는 허위작성되었다는 사정을 능히 알았을 것으로 추인된다.

원고는, 이 사건과 같이 신용장이 은행과의 재개설약정에 의하여 발행된 경우에는 수입화물인도승낙서의 발행은 보증은행이 하는 것이고, 개설은행은 그 발행에 관여하지 아니하므로 서울지점이 수입화물인도승낙서를 발행하지 아니한 것이 전혀 이상할 것이 없고, 또한 항공화물인 경우에는 해상운송된 화물과 달리 항공운송인 또는 항공운송주선인은 수입화물인도승낙서를 별도로 징구하지 아니하고 화물을 인도하는 것이 관행이며, 개설은행도 항공운송장이나 화물의 인수에는 전혀 관여하지 아니하고 단지 자신이 보관하고 있는 세관용 수입승인서만에 의하여 화물의 반출을 통제할 뿐이므로 서울지점의 위 소외 5가 피고 발행의 수입화물인도승낙서가 발행되지 않았고, 수입담보금이 입금된 바 없었다는 것을 확인한 사정만으로 화물이 국내에 도착하지 않았다는 사정을 알 수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 재개설약정에 의하여 신용장이 발행된 경우에도 항공화물운송장 또는 선하증권상의 수하인(Consignee)은 개설은행으로 되어 있을 것이고, 실제 이 사건 각 항공화물운송장상의 수하인도 개설은행인 서울지점으로 되어 있으므로, 수입화물인도승낙서 또는 화물선취보증서도 원칙적으로는 개설의뢰인 및 보증은행의 신청을 받아 개설은행이 발행하는 것이 원칙이라 할 것이고(갑 제69호증의 1 내지 7의 각 기재만으로는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 항공화물인 경우에는 해상운송된 화물과 달리 항공운송인 또는 항공운송주선인은 수입화물인도승낙서를 별도로 징구하지 아니하고 화물을 인도하는 관행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고, ㉰ 반면에, 대한민국은 1967. 10. 11.자로 "1929. 10. 12. 바르샤바에서 서명된 국제항공운송에 있어서의 일부규칙의 통일에 관한 협약(이른바 바르샤바협약)을 개정하기 위한 의정서(이른바 헤이그의정서)를 조약 제259호로 공포하였고, 위 의정서 제23조 제2항과 제19조의 규정에 따라 대한민국은 바르샤바협약에 가입한 효력이 생기고, 위 협약은 위 헤이그의정서에 의하여 개정된 내용대로 민법에 대한 특별법으로서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게 되었는데, 바르샤바협약 제13조 제1항은, "수하인은……화물이 도착지에 도착한 때에는……항공운송장의 교부 및 화물의 인도를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그 제2항은, "항공운송인은 반대의 특약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화물이 도착한 때에는 그 뜻을 수하인에게 통지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항공운송화물에 대한 수하인의 권리를 보호하고 있다. 한편 항공화물운송장은 원본이 3부 발행되고, 그 중 송하인용 원본은 수출지에서 송하인에게 교부되고, 수하인용 원본과 운송인용 원본은 항공화물과 함께 국내에 도착되는데, 종래 운송인 또는 그 운송대리점은 그 화물을 보세창고에 장치한 후 이 사건과 마찬가지로 보통 항공화물운송장상의 통지처로 되어 있는 실수입자에게 화물의 도착을 통지하면, 실수입자는 항공운송인에게 운임을 지급하고 그로부터 수하인용 항공화물운송장을 교부받아 이를 가지고 항공화물운송장상의 수하인으로 되어 있는 신용장 개설은행으로 가서 신용장 대금을 결제한 후 세관용 수입승인서(I/L; Import License)와 선적서류에 대한 그 은행의 심사확인서 등의 통관에 필요한 서류를 교부받아 이를 세관에 제시, 통관절차를 마친 다음 수입면장을 교부받아 수하인용 항공화물운송장과 함께 보세창고업자에게 제시하여 수입화물을 인도받아 왔다. 따라서 그 당시에는 수하인용 항공화물운송장 없이도 개설은행 겸 수하인의 항공운송화물에 대한 통제가 가능하였다. 그런데 1989. 2. 20.경 관세청의 수입통관 사무처리규정의 개정으로 인하여 수입통관신고시에 선적서류의 은행확인 여부 심사제도가 폐지되자, 서울지점 및 피고를 포함한 국내의 외국환은행들은 항공화물운송장상의 통지처가 실수입자로 되어 있는 수입화물에 대한 채권보전절차를 보완하기 위하여 수입화물인도승낙서 발급제도를 신설하기로 결의한 후, 같은 달 27. 항공화물협회 및 대한항공협회에게 항공화물의 수하인이 외국환은행으로 되어 있는 항공화물에 대하여는 수입화물인도승낙서를 발급받은 경우에 한하여만 항공운송장을 수입자에게 교부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다. 이는 수하인의 권리를 특별히 보호하고 있는 위 바르샤바협약의 기본취지에도 부합하는 것이므로, 이에 따라 현재는 물론, 위 소외 5가 확인할 당시에도, 항공화물이 도착하면 수입자는 신용장 개설은행으로서 항공운송장상 수하인인 외국환은행에게 수입대금을 지급하거나 또는 수입담보금을 예치하고 위 은행으로부터 그가 미리 비치하고 있는 수입화물인도승낙서 및 세관용 수입승인서를 교부받고, 항공운송인 또는 항공운송주선인은 수입자로부터 위 수입화물인도승낙서를 제시받아 수하인용 항공운송장을 교부하면, 수입자는 위 세관용 수입승인서 등에 의하여 세관에서 통관절차를 밟아 수입면장을 교부받은 다음 위 수입화물인도승낙서와 함께 이를 보세창고업자에게 제시, 수입화물을 인도받고 있는 것이 실정이었으며, ㉱ 개설은행도 자신의 수입의뢰인에 대한 신용장대금 결제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위 항공운송장상의 수하인을 은행으로 하도록 신용장조건에 명기하고 있으므로, 수입화물에 대한 대금이 입금되지 아니하거나 적어도 그에 상응하는 담보금 등이 예치, 제공되지 않은 경우에는 수입화물인도승낙서 및 세관용 수입승인서를 개설의뢰인인 수입자에게 교부하지는 아니할 것이고(이 사건 각 마스터 신용장을 포함한 8건의 신용장거래는 화물의 가액이 매회 평균 미화 약 700,000$, 총 미화 약 6,000,000$에 이르는 거액이므로 더욱 그러하다), ㉲ 설사 피고가 수입화물인도승낙서를 발행하여야 할 지위에 있으면서 이를 발행하지 아니하고 소외 1 회사가 수입화물을 인도받도록 세관용 수입승인서만을 교부하였다고 하여도, 피고는 소외 1 회사에 대한 신용장대금 상환채권의 거의 유일한 물적담보가 되는 위와 같은 거액의 금원에 해당하는 화물을 소외 1 회사가 인도받도록 할 때에는 의당 그에 상응하는 담보금을 예치받았을 것임에도, 위 소외 5는 그러한 담보금이 예치된 바 없었음을 이미 확인하였고, 또한 소외 1 회사의 신용이 매우 낮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 점에 대하여 크게 의심을 품지 않은 채 소외 1 회사에 대하여 더 이상의 확인, 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정상적인 은행원으로서는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행태라 아니할 수 없으므로, 이러한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더라도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홍콩지점의 수출입부장이던 소외 보스코 탐의 거동

㉮ 소외 2 회사의 대표인 소외 6은 1991. 5.경 내지 6.경 보스코 탐과 함께 술을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 보스코 탐으로부터 소외 1 회사의 한국에서의 내수산업에 대한 질문과 함께 "나는 너희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안다."는 말을 듣고 위 보스코 탐이 그 거래의 실상(즉 사기거래라는 실상)을 알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놀라고 걱정이 되어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고, 이러한 사정을 다음날 위 소외 8에게 바로 보고까지 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 사실(을 제48호증의 1, 3, 수사기록 제408, 722쪽), ㉯ 또한 위 소외 6은 같은 해 5. 내지 7.경 사이에 소외 2 회사는 홍콩지점이 마스터 신용장의 매입절차를 취하여 개설은행에게 제시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기존의 대출금 채무의 상환연장을 계속 홍콩지점에게 요청하였는데, 위 보스코 탐은 위 소외 6에게, 그 선적서류의 매입을 주장하면서 홍콩지점의 감사반에서 과연 홍콩지점과 소외 2 회사의 거래가 진정한 백투백 신용장에 의한 거래인지 확인을 하라고 요청받았다고 말하였으며(같은 증거, 수사기록 제417, 722쪽), 같은 해 10.경에는 한국에서의 화물의 통관절차를 문의하였고(같은 증거, 수사기록 제420, 722쪽), 같은 해 11.경에는 이 사건 각 선적서류에 기재된 화물을 운송한 항공운송회사의 주소와 텔렉스번호, 담당자 이름 등 그 인적사항을 문의하였는데, 위 소외 6은 이를 위 소외 8, 9 등에게 홍콩지점이 무엇인가 알고 보스코 탐이 전화로 운송회사를 확인하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한다고 보고한 적이 있다고 진술하고 있는 사실(같은 증거, 수사기록 제371, 420, 722쪽), ㉰ 1991. 11.경 소외 1 회사는 수출하는 화물에 대하여 한국에서 선적하기도 전에 미리 발행된 허위의 항공운송장이 첨부된 환어음을 홍콩지점에 제시하여 신용장대금의 지급을 구하였으나 수입자의 지시에 따라 대금결제가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책임자인 보스코 탐은 이를 상급자에게 보고하지 않았고, 그 후 위 소외 6은 소외 보스코 탐으로부터 화물이 실제로 선적되었는지를 질문받고 이는 소외 1 회사의 월 목표 달성을 위한 선 매입(먼저 서류를 제시하고 나중에 선적하는 것)의 한 예라고 설명한 적이 있었으며 보스코 탐은 이를 수긍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진술하고 있는 사실(같은 증거, 수사기록 제421쪽)을 각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위 보스코 탐은 소외 1 회사가 이 사건 백투백 신용장대금을 비롯한 거액의 대출금을 변제하지 못하고 그 상환기일을 수차에 걸쳐서 연장함으로써 선적서류의 매입절차를 저지하고, 대출금이 상환된 경우에는 이미 개설된 신용장을 취소하는 등으로 비정상적인 거래행태를 보이자, 그 거래의 진실성을 의심하여 수입화물의 인도절차 및 항공운송인의 인적사항을 문의하는 등으로 화물의 도착 여부를 확인하려 한 점, 위 보스코 탐은 소외 1 회사가 이미 이 사건 이전에도 허위의 선적서류에 의한 수출거래를 시도한 사례를 이미 알고 있었던 점, 위 소외 6에게 감사반으로부터 홍콩지점과 소외 2 회사의 거래가 진정한 백투백 신용장에 의한 물품거래인지 확인을 하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말한 점 등에 비추어, 위 보스코 탐, 즉 홍콩지점은 이 사건 매입절차가 취해지기 이전인 1991. 12. 말경에는 이미 이 사건 각 마스터 신용장 및 백투백 신용장에 의한 거래가 위조 또는 허위의 선적서류에 의한 거래로서 오로지 홍콩지점으로부터의 금융을 받기 위하여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정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홍콩지점이 이 사건 각 마스터 신용장 및 백투백 신용장에 의한 거래가 위조 또는 허위의 선적서류에 의한 사기거래라는 정을 알았다면 소외 1 회사 및 소외 2 회사에게 그와 같은 대출을 실행하여 주었을 리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법원이 인정하는 것은 홍콩지점이 소외 2 회사에게 대출을 실행할 때에 이미 그 거래가 사기거래라는 정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이 아니라, 대출을 이미 실행한 이후 그 거래행위의 비정상적인 행태 등에 의하여 위 보스코 탐, 즉 홍콩지점이 이 사건 매입이 이루어진 1992. 1. 7. 직전까지는 적어도 그 선적서류가 위조 또는 허위작성되었다는 사정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뿐만 아니라 홍콩지점의 입장에서는 그러한 정을 인식하고 있었어도 자신이 선의의 매입은행임을 가장하는 한 개설은행으로부터 매입대금을 상환받을 수 있고, 또한 홍콩지점은 이미 소외 1 회사 및 소외 2 회사의 사기거래에 깊숙히 빠져버린 상황에서 이미 이전에 대출하여 준 금원을 상환받기 위하여라도 새로운 대출을 실행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기 때문에{실제로 소외 2 회사는 이 사건 각 마스터 신용장을 담보로 대출받은 금원을 홍콩지점에 대한 그 이전의 대출금을 상환하는데 사용하였고, 그 이후의 대출금도 마찬가지다(을 제48호증의 1, 수사기록 제418쪽)}, 홍콩지점이 그러한 정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하여 그 대출이 상식적으로 꼭 불가능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기타 서울지점 직원들의 거동

㉮ 소외 5는 이 사건 각 마스터 신용장이 개설될 예정임을 사전에 홍콩지점에게 통보하였고, 홍콩지점이 이 사건 각 마스터 신용장을 담보로 소외 2 회사에게 백투백 신용장 결제대금을 대출하여 준 사실을 알고 그 대출금 상환기일의 연기에 협조하여 왔으며, 1991. 12.경 이 사건 각 마스터 신용장을 포함한 거래에 대하여 수입화물인도승낙서가 발행된 사실도 없고, 이에 관한 수입담보금도 입금된 바가 없었던 점을 확인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며, ㉯ 서울지점의 부지점장이던 소외 10은 홍콩지점을 위하여 소외 1 회사의 신용을 조사해 주기도 하고, 1991. 3. 5.경 소외 2 회사의 보증인인 소외 1 회사 및 소외 1 회사의 대표이사이던 소외 9로부터 보증서류를 징구하여 홍콩지점에 교부하였는데(을 제70호증), 위 소외 10은 위 소외 9로부터 그 무렵부터 상당 기간 동안 적지 않은 금원을 제공받은 사실(을 제78호증의 2), ㉰ 서울지점의 지점장인 소외 부셰리는 같은 해 6. 19. 홍콩지점의 부지점장인 소외 스티브 찬으로부터 홍콩지점의 소외 2 회사에 대한 대출현황과 상환방법 등에 관한 보고를 받았고(을 제76호증의 1 내지 3), ㉱ 소외 2 회사가 이 사건 각 마스터 신용장을 담보로 하여 대출받은 금원을 약정 상환기일까지 변제하지 못하자 위 부셰리는 1991. 12. 초경 소외 9에게 즉각 상환예정표를 제출할 것과 연말까지 상환완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였으며, 같은 해 12. 중순경 소외 1 회사의 부도소문이 있자 같은 달 18. 소외 1 회사로부터 대출금 이행각서(을 제89호증, 위 이행각서에는 백투백 신용장번호까지 기재되어 있다)를, 같은 해 12. 31. 자금수지계획서(을 제58호증의 2, 을 제88호증의 1, 2)를 각 징구하여 홍콩지점에 송부하였고, ㉲ 1992. 1. 초경 소외 1 회사가 부도가 났다는 소식을 홍콩지점에 전화로 통보하여 홍콩지점이 담보로 취득하여 보관하고 있는 서류매입의 후속절차를 밟도록 하였고(을 제45호증의 1), 그 후 위 보스코 탐으로 하여금 선적서류가 첨부된 이 사건 각 환어음을 직접 소지하고 오게 하였으면서도, 이러한 사정을 피고에게 숨기고 선적서류가 마치 DHL로 송부된 것처럼 선적서류 표지에 DHL우편으로 기재한 후 한국의 DHL 운송대리점인 소외 주식회사 일양익스프레스의 직원인 소외 김동규로 하여금 서울지점에게 배달하도록 하였으며(을 제45, 50, 51호증), 같은 달 9. 피고의 요청으로 상환은행인 필라델피아은행에게 상환수권을 취소한다고 통지하였고, 같은 달 10. 피고로부터 이 사건 각 선적서류 중 항공운송장이 위조되었으니 그 대금을 지급하지 말라는 통고를 받았는데도 같은 달 14. 홍콩지점에게 그 매입대금을 지급해 버리는(을 제3호증, 을 제12호증, 갑 제35호증의 1, 2) 등으로 매입은행인 홍콩지점과 일체가 되어 그의 업무에 적극 협조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와 같이 서울지점은 같은 법인체의 지점인 홍콩지점과 일체가 되어 소외 2 회사 내지 소외 1 회사에 대한 기왕의 백투백 신용장 결제자금의 대출금 회수를 위하여 시종 이 사건 각 마스터 신용장의 첨부서류인 위 각 선적서류의 매입업무에 긴밀히 협조하여 온 것이므로, 서울지점이 홍콩지점이 담보로 보관하고 있는 이 사건 각 항공운송장이 위조되었다는 사정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한 점은 바로 긴밀한 연락체계를 취하고 있던 홍콩지점의 고의, 또는 중과실과 마찬가지로 보아야 할 것이다.

기타 홍콩지점 직원들의 거동

㉮ 이 사건 각 마스터 신용장은 소외 1 회사의 요청에 따라 1991. 11. 29.자로 선적기일과 신용장유효기일이 연장되었는데 이미 화물이 국내에 반입되어 수입화물인도승낙서가 발행되어 소외 1 회사에게 화물이 인도되었다면 피고가 이미 도착한 화물의 선적기일 연장에까지 동의할 이유가 없고, 피고가 이미 소외 1 회사의 신용이 악화되어 도산 지경에 이른 그 때 신용장의 유효기일을 실제 선적일로부터 7개월이나 연장할 특별한 사유도 없었는데도 홍콩지점은 소외 2 회사에 대한 대출금의 변제기 연장을 하여 주기 위해 위와 같이 선적기일 및 유효기일이 변경되도록 한 후 그 변제기를 1992. 1. 28. 및 같은 해 3. 9.로 연장하여 준 사실{홍콩지점은 당초의 변제기인 1991. 12. 10.경까지 그 대출금에 대한 이자마저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였으면서도(갑 제42호증의 1 내지 5, 피고 제출의 참고자료 25, 이에 의하면 원고가 소외 2 회사의 구좌에서 출금한 것으로 처리한 금원은 원래의 대출금 및 그에 대한 대출일부터 1991. 12. 19.까지의 이자를 합한 금원을 원금으로 계산한 후 이에 대한 1992. 1. 6.까지의 이자를 합한 금원임을 알 수 있다) 이 사건 각 선적서류가 첨부된 각 환어음의 매입절차를 취하지 아니하고 위와 같이 다시 변제기를 연장하여 준 것이다.}, ㉯ 홍콩지점은 소외 2 회사와 사이에 위와 같이 마스터 신용장을 담보로 백투백 신용장을 개설하여 준 후 거래를 하여 왔는데, 소외 2 회사가 서울지점으로부터 1990. 7. 9. 개설받은 미화 300만 $ 상당의 마스터 신용장 3건을 담보로 홍콩지점으로부터 대출받은 금원을 제 때에 변제하지 못하고, 이 사건 각 마스터 신용장 개설 직전에도 소외 2 회사가 타국내은행으로부터 개설받은 신용장을 담보로 홍콩지점으로부터 대출받은 금원의 변제기를 수차 연장 요청하는 등으로 소외 1 회사의 신용도가 낮아지자, 이 사건과 같이 국내은행의 지급보증을 받은 서울지점이 개설한 신용장을 담보로 제공받기로 약정하여 거래를 지속하였는바, 소외 1 회사가 부도났다는 소식을 접하고서 1992. 1. 7. 이 사건 각 마스터 신용장을 포함한 나머지 18건의 신용장 합계 미화 약 1800만 $를 넘는 거액의 환어음을 한꺼번에 매입하였다고 하면서 18건의 항공운송장 등의 선적서류를 서울지점에 송부하였으나 그 이전에는 위와 같이 대출금을 상환받고 선적서류를 반환함으로써 마스터 신용장의 매입은행으로서 상환청구를 한 바 없는 사실, ㉰ 홍콩지점은 위와 같이 1991. 1. 7. 위 각 환어음을 매입하였는데도 같은 달 8. 영업시간이 종료한 이후인 19:09경 및 17:29경에 비로소 서울지점 및 필라델피아은행에 매입사실을 통지한 후 같은 달 9. 위 보스코 탐이 위 각 선적서류가 첨부된 환어음을 직접 소지하고 와 서울지점을 통해 피고에게 제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홍콩지점의 위 매입일 당시 개설의뢰인인 소외 1 회사는 부도로 도산할 지경에 처한 상태였는바, 일반적인 은행이라면 이러한 경우에는 개설의뢰인의 지급능력이 상실되어 매입대금의 상환이 개설은행에 의하여 거절될 가능성이 많으므로 선적서류의 하자 및 위조 여부를 더 세심히 살펴 매입에 응하거나 아예 매입에 응하지 아니 하고, 또는 단순히 추심만 할 것임이 분명한데도(선적서류가 위조되지 않은 이상 소외 2 회사는 위 신용장대금을 지급받을 수 있을 것이고, 위 선적서류에 대한 담보권을 취득한 홍콩지점은 그 추심대금에서 자신의 대출금채권을 우선 변제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홍콩지점은 당시 이 사건 항공운송장 등이 첨부된 환어음뿐만 아니라 다른 13건의 항공운송장 등이 첨부된 총 대금 미화 약 17,000,000$ 상당의 거액의 환어음들을 일거에 매입한 점, 홍콩지점이 위와 같이 위 각 환어음을 매입하였으면 상환청구가 지연될수록 매입은행에게 손해가 되는데다가 소외 1 회사가 이미 부도가 난 상황이었으므로 매입 즉시 서울지점 및 상환은행에 상환청구를 하는 것이 통상적일 것임에도 그 다음날 영업시간이 종료할 때까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아니하다가 같은 달 8. 영업시간이 종료한 이후에 비로소 서울지점 및 필라델피아은행에 매입사실을 통지하고, 선적서류를 DHL로 송부하지 아니하고 위 보스코 탐이 위 각 환어음을 직접 소지하고 와 제시하는 등으로 매입은행으로서는 지극히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이고 있는 점, 한편 소외 5는, 홍콩지점이 " 소외 1 회사의 부도로 이 사건 마스터 각 신용장대금의 지급청구를 하여야 하겠는데 신용장조건에 충족시킬려면 시간이 없어 직접 인편으로 홍콩에서 한국으로 온 다음에 위 양식을 갖추겠으니 협조하여 달라."고 서울지점에 요청하였다는 진술 부분(을 제45호증의 3, 수사기록 제1353쪽) 등을 더하여 보면, 홍콩지점은 이미 이 사건 각 선적서류가 위조 또는 허위작성된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위 각 선적서류에 의하여 표창되는 수입물품의 회수나 행방 등에 대하여는 아예 관심을 갖지 아니하고, 대출금의 주채무자인 소외 1 회사로부터의 회수방안만을 강구하다가, 최후로 소외 1 회사의 부도가 확정되자, 신용장 거래에 있어서의 선의의 매입은행인 경우에는 사기거래인 경우에도 보호를 받는다는 점을 이용하여 급히 피고에게 보증책임을 묻기 위하여, 일단 이 사건 각 선적서류의 매입절차를 취한 후 이 사건 상환절차 등을 서둘렀던 것으로 보인다.

(다) 선적서류의 하자

피고 소송대리인은, 홍콩지점이 소외 2 회사로부터 담보로 제공받은 이 사건 항공운송장은 국제항공운송협회가 제정한 항공운송장은 원본 3이 송하인용으로 되어 있는데 이 사건 항공운송장은 모두 원본 1을 송하인용으로 표시하고 있고, 항공회사 및 항공운송대리점이 사용하는 항공운송장은 회사의 로고(Logo) 표시 및 회사명, 주소 등이 인쇄된 고유양식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임에도 이 사건 항공운송장은 전부가 로고 표시도 없고 회사명을 타이프라이터로 기재하였으며, 항공운송장의 서명란 중 송하인란은 항공운송장에 기재된 내역이 자신이 운송의뢰한 내역과 상위 없음을 확인하는 의미로 송하인이, 운송인 또는 그 대리점란에는 운송의뢰 받은 물품을 틀림없이 수령하였다는 의미로 운송인 또는 그 대리인이 각 서명하여야 하는데, 이 사건 항공운송장의 송하인란의 서명과 운송대리점란의 서명이 동일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각 항공운송장은 일반적으로 갖추어야 할 문서의 상태성과 정규성이 없었던 것이 명백하여 이 사건 각 항공운송장이 위조된 사실을 외관상 명백히 알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살피건대, 은행의 조사의무를 규정한 제4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 제15조는 서류가 문면상 일치하고 있는지에 대한 조사의무만을 규정하고 있고 서류의 정규성이나 상태성(상태성)에 대하여는 명문 규정이 없으나, 신용장 선적서류는 사회통념상 정상적으로 작성된 상태(상태)의 외관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서류이어야 하고 누가 보더라도 정규의 상태외관을 갖추지 못한 것이 명백한 문서라면 이를 신용장조건에 일치되는 서류로서 수리할 수는 없을 것이므로, 은행은 서류의 정규성과 상태성에 관하여도 당연히 조사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서류의 정규성, 상태성의 판단 기준으로는 서류의 작성자의 서명, 날인이 있는지 여부, 통상적으로 동종의 거래에 사용되는 것과 같은 형식을 구비하고 있는지 여부 등이 해당된다고 할 것인바, 피고가 주장하는 의 사유만으로 이 사건 각 항공운송장이 상태성과 정규성을 결여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의 주장에 관하여는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의 주장에 관하여는 항공운송중개인은 송하인의 대리인 및 운송인의 대리인으로서 항공운송장상 각 송하인란 및 운송인란에 서명할 수도 있는 것이므로 위 주장만으로 문서의 상태성과 정규성을 결여하였다고 볼 수 없고, 뒤에서 인정하는 일부 위조의 의심이 가는 사정만으로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변론의 전취지에 의하면 이 사건 각 항공운송장은 운송중개업자가 발행한 형식으로 되어 있으며, 운송중개업자의 서명이 된 것으로 작성되어 있고, 통상적으로 동종의 거래에 사용되는 것과 같은 형식을 구비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어 일응 정규성과 상태성을 갖추었다고 하겠으므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그러나 한편,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각 마스터 신용장이 조건부 보증서라는 기본취지에 어긋나게 "필요한 서류가 제출되는 한 어떠한 불일치도 허용된다."는 비정상적인 특수조건을 삽입한 경우에 있어서는, 그 악용 가능성에 대비하여, 매입은행이나 개설은행으로서는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선적서류의 정규성과 상태성에 대한 심사를 하여야 할 것인바, 홍콩지점이 이 사건 각 선적서류와 함께 같은 날 동시에 매입한 항공운송장 중에는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이 있는 위 헤이그의정서 제6조에 따라 출발지가 기재되어야 하는데도 그 출발지의 기재가 누락된 것이 있어서, 이는 선적서류의 문면 자체에 하자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고(을 제44호증의 29, 30), 항공운송회사가 서로 다르면 실제의 항공운송회사 발행의 항공운송장(Master AWB, 이에 비하여 항공운송주선인 발행의 항공운송장을 House AWB이라 한다)의 발급번호가 동일할 수 없는 것인데도 이와 달리 항공운송장 발급번호가 동일한 경우가 있으며(을 제44호증의 5 내지 8, 이는 단순히 기재상의 착오나 실수에 불과하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화물중량이 동일한 항공편에 적재하였다고 보기에는 너무 많은, 무려 140,700파운드(약 64t)에 달하는 대량의 화물이 동일 항공편에 적재되어 운송된 것으로 기재된 항공운송장이 있고(을 제44호증의 30), 운송주선인의 서명이 항공운송장의 발행지인 미국에서는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는 약식 한자 서명으로 된 사실(을 제44호증의 13 내지 30) 등을 인정할 수 있는바, 홍콩지점은 같은 날 동시에 위 서류들을 매입한 것이므로, 위와 같은 법리와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홍콩지점은 이 사건 각 선적서류의 상태성과 정규성에 대해서도 의당 의심을 품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3) 요약 및 판단

(가) 앞에서 살펴 본 이 사건 거래의 비정상적인 특이성, 관계 은행 당사자들의 비합리적인 거동 및 각 선적서류의 하자 등의 제반 사정, 즉 서울지점과 홍콩지점은 동일한 법인격체로서 시종 소외 2 회사( 소외 1 회사)에 대한 대출금의 회수를 위하여 업무상 긴밀히 협조하며 일체가 되어 행동하였는데, 그 대출금의 회수는 대한민국의 대외무역 관계법령을 어겨가며 국내 개설은행을 통하지 않는 무신용장 송금방식에 의하여 홍콩에서 직접 결제받으려 하였고, 실제 홍콩지점은 소외 1 회사가 대출금을 변제하지 못하고 수차에 걸쳐 그 변제기의 연기를 요청하였는데도 단 1건의 신용장에 대하여도 서울지점에 선적서류를 송부하지 아니하고 연기된 변제기일에 대출금을 변제받고 선적서류를 그대로 반환하여 이례적으로 개설된 신용장이 모두 취소되도록 하였는바, 정상적인 은행원이라면 이와 같은 신용장거래는 중개무역의 형식을 빌렸을 뿐 실제로는 물품의 수출입을 전제로 하지 않는 금융목적만을 위한 가공의 거래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이므로, 서울지점이나 홍콩지점은 의당 처음부터 이 사건 각 선적서류의 진정성 여부에 대하여 의심을 품었어야 하는 점, 그리고 위 소외 5나 보스코 탐 등의 서울지점 및 홍콩지점의 은행직원들은 이 사건 각 마스터 신용장 개설 이전에 이미 위 각 신용장이 마치 보증신용장처럼 운용될 것을 알고 있었고, 실제 소외 1 회사가 허위의 선적서류에 의한 수출거래를 시도한 사례를 알고 있었으며, 그 후 소외 1 회사가 거액의 대출금을 변제하지 못하자 수입화물의 인도절차 및 항공운송인의 인적사항을 문의하는 등으로 그 거래의 진실성을 확인하기 시작하였고, 끝내 1991. 12.경에는 소외 1 회사의 부도소문이 파다하여 홍콩지점 및 서울지점은 기존의 대출금에 대한 변제확보 방안을 다각도로 강구하고 수시로 그 변제를 촉구하는 상황이어서, 위 대출금 채권에 대한 가장 유력한 담보가 되는 이 사건 수입 화물의 행방 내지 그 처분대금의 용도추적을 위하여 수입화물인도승낙서의 발행 및 담보금의 예치 여부까지 확인하였는데, 원래 항공운송인 등이 수입화물인도승낙서의 징구 없이 화물을 인도하거나, 개설은행 또는 개설의뢰인의 보증인인 피고가 대금의 납입 또는 담보금의 예치 없이 거액의 화물 반출을 승낙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우므로, 적어도 그 때쯤 서울지점이나 홍콩지점은 화물이 실제로 국내에 반입된 사실이 없었다는 사정을 알게 되고, 따라서 이 사건 각 선적서류가 위조된 것임을 알았다고 보아야 하는 점, 더욱이 이 사건 각 마스터 신용장은 조건부 보증서라는 기본취지에 어긋나게 선적서류가 제출되는 한 어떠한 불일치도 허용된다는 비정상적인 특수조건을 삽입함으로써 소외 1 회사, 소외 2 회사 및 소외 3 회사의 사기행위가 용이하게 되어 있고, 실제 이 사건 각 선적서류와 함께 매입된 다른 항공운송장 중에는 그 출발지의 기재가 누락되어 있는 등 문면 자체에 하자가 있는 데다가, 홍콩지점의 매입 당시 개설의뢰인인 소외 1 회사는 부도로 거의 도산 상태에 있었는바, 일반적인 은행이라면 이러한 경우에는 개설의뢰인의 지급능력이 상실되어, 모처럼 피담보채무의 대물변제조로 매입한 선적서류 등의 매입대금 상환이 개설은행에 의하여 거절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아예 선적서류를 매입하지 아니하거나 단순히 추심절차만 취할 것이고, 만약 매입을 하더라도 그 하자나 위조 여부를 더 세심히 살펴 극히 일부만을 매입할 것인데도, 홍콩지점은 당시 이 사건 항공화물운송장 등이 첨부된 환어음 뿐만 아니라 다른 13건의 항공운송장 등이 첨부된 총 대금 미화 약 17,000,000$ 상당의 거액의 환어음들을 무모하리만치 일거에 매입한 점, 홍콩지점이 위와 같이 위 각 환어음을 매입하였으면 상환청구가 지연될수록 매입은행에게 손해가 되는 데다가 소외 1 회사가 이미 부도가 난 상황이어서 매입 즉시 개설은행에 상환청구를 하는 것이 통상적일 것임에도 그 다음날 영업시간이 종료할 때까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아니하다가 같은 달 8. 영업시간이 종료한 이후에 비로소 서울지점 등에 매입사실을 통지하고, 지시에 위반하여 선적서류를 DHL로 송부하지 아니하고 직원이 위 각 환어음을 직접 소지하고 와 제시하는 등으로 매입은행으로서는 지극히 비정상적인 행동을 취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다음과 같은 판단을 내릴 수 있다.

(나) 홍콩지점이나 서울지점이 처음부터 소외 1 회사, 소외 2 회사 및 소외 3 회사의 이 사건 각 마스터 신용장 및 백투백 신용장에 의한 사기거래에 적극 가담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수차에 걸친 이 사건 각 백투백 신용장 결제자금에 대한 대출금의 변제독촉 과정에서 홍콩지점에 의한 선적서류의 송부가 저지되고 일부 신용장이 취소되는 등 비정상적인 거래행태가 두드러지게 나타남에 따라 점차 홍콩지점 및 서울지점은 이 사건 각 선적서류의 진정성 여부에 대한 의심을 품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거듭된 변제기 연장에도 불구하고 소외 1 회사의 재정상태가 계속 악화되자 위 각 지점은 한국에서의 수입화물의 통관절차, 항공운송인의 인적사항 나아가 수입화물인도승낙서의 발행 여부 등에 대한 확인과정을 통하여 1991. 12. 말경 또는 늦어도 1992. 1. 초경으로서 홍콩지점이 이 사건 각 선적서류를 매입한 1992. 1. 7. 이전에는 이미 이 사건 각 항공운송장 및 나머지 선적서류가 위조 또는 허위작성된 사실을 알게 되었고, 설사 알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상식적인 은행실무에 비추어 그와 같이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각 지점은 소외 1 회사의 부도가 확정되자, 신용장거래에 있어서의 선의의 매입은행으로 자처하기 위하여, 또는 그 위조 등으로 인한 지급거절로 손해가 생길 염려가 있음을 인식하면서 무모하게 이 사건 각 환어음과 선적서류에 대한 매입 및 상환절차를 취함에 이르렀다.

따라서 홍콩지점은 선적서류의 위조에 대하여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는 매입은행이고, 개설은행인 서울지점 역시 이러한 사정을 알았거나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쉽게 알 수 있는 상황에 있었으므로, 신용장대금의 상환을 하여서는 아니되는데도 불구하고 홍콩지점에게 그 대금을 지급한 것이니, 이 점에 의하여도 원고는 피고에게 그 신용장 대금의 지급·결제를 구할 수는 없다고 하겠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패소자인 원고의 부담으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

판사 김태훈(재판장) 송경근 노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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