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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1998. 10. 29.자 88초39 결정 : 일부항고
[재정신청 ][하집1998-2, 639]
판시사항

[1] 직권남용에 의한 불법감금죄의 성립 요건

[2] 형법상 부작위범의 성립 요건

[3] 1987.경 직권을 남용하여 김대중을 불법감금한 범죄사실에 관하여, 직접 가택봉쇄 및 출입통제조치를 한 관할 경찰서장에 대한 재정신청은 이를 인용하고, 행정체계상 지휘·감독자인 서울특별시 경찰국장에 대한 재정신청은 이를 기각한 사례

결정요지

[1] 직권남용에 의한 불법감금죄에 있어서의 '직권남용'이란 재판, 검찰, 경찰 기타 인신구속에 관한 직무를 행하거나 이를 보조하는 자가 그의 일반적 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그것을 불법하게 행사하는 것, 즉 형식적, 외형적으로는 직무집행으로 보이나 그 실질은 정당한 권한 이외의 행위를 하는 경우를 의미하고, 감금죄는 사람의 행동의 자유를 그 보호법익으로 하여 사람이 특정한 구역에서 벗어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또는 매우 곤란하게 하는 죄로서 그 본질이 사람의 행동의 자유를 구속하는 데에 있고, 이와 같이 행동의 자유를 구속하는 수단과 방법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으며, 사람이 특정한 구역에서 벗어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매우 곤란하게 하는 장애는 물리적·유형적 장애뿐만 아니라 심리적·무형적 장애에 의하여서도 가능하므로 감금죄의 수단과 방법은 유형적인 것이거나 무형적인 것이거나를 가리지 아니하고, 또한 감금죄가 성립하기 위하여 반드시 사람의 행동의 자유를 전면적으로 박탈할 필요는 없고, 감금된 특정한 구역 범위 안에서 일정한 생활의 자유가 허용되어 있었다고 하더라도 유형적이거나 무형적인 수단과 방법에 의하여 사람이 특정한 구역에서 벗어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매우 곤란하게 한 이상 감금죄의 성립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2] 형법상 부작위범이 인정되기 위하여는 형법이 금지하고 있는 법익침해의 결과 발생을 방지할 법적인 작위의무를 지고 있는 자가 그 의무를 이행함으로써 결과발생을 쉽게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의 발생을 용인하고 이를 방관한 채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에, 그 부작위가 작위에 의한 법익침해와 동등한 형법적 가치가 있는 것이어서 그 범죄의 실행행위로 평가될 만한 것이라면, 작위에 의한 실행행위와 동일하게 부작위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

[3] 1987.경 직권을 남용하여 김대중을 불법감금한 범죄사실에 관하여, 직접 가택봉쇄 및 출입통제조치를 한 관할 경찰서장에 대한 재정신청은 이를 인용하고, 행정체계상 지휘·감독자인 서울특별시 경찰국장에 대한 재정신청은 이를 기각한 사례.

참조판례

[1]

신 청 인

강철선외 1인

피신청인

피의자 2외 3인

주문

피의자 1에 관하여 별지 기재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서부지원의 심판에 회부한다.

신청인들의 피의자 2, 3, 4에 대한 재정신청을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신청인들의 고발사실의 요지

피의자 2는 1987. 1. 21.부터 1987. 5. 25.까지 서울특별시경찰국장으로, 피해자 1은 1987. 1. 16.부터 1988. 6. 30.까지 서울마포경찰서장으로, 피의자 3은 1987. 1. 15.부터 1988. 6. 1.까지 서울북부경찰서장으로, 피의자 4는 1986. 1. 28.부터 1988. 6. 30.까지 서울서부경찰서장으로 각 재직한 자들인바,

가. 피의자 2, 1은 직무상 지휘명령계통에 따라 지시 공모하여,

1987. 4. 10. 18:30경부터 같은 해 6. 24.까지 서울 마포구 동교동 178의 1 소재 민주화추진협의회 공동의장인 피해자 김대중의 집 주위에 수백명의 전투경찰관 및 사복경찰관을 배치하여 동인의 외부출입을 강제로 봉쇄하는 등 그 직권을 남용하여 다중의 위력을 보임으로써 위 피해자를 감금하고,

나. 피의자 2, 3은 위 1.항과 같이 공모하여

1987. 5. 16.부터 같은 달 22.까지 서울 도봉구 방학2동 619의 3 소재 민통련부의장인 피해자 계훈제의 집 주위에 수백명의 전투경찰관을 배치하여 동인의 출입을 강제로 봉쇄하는 등 그 직권을 남용하여 다중의 위력을 보임으로써 위 피해자를 감금하고,

다. 피의자 2, 4는 위 1.항과 같이 공모하여

1987. 5. 15.부터 같은 달 22.까지 서울 은평구 역촌동 28의 29 소재 민언협의장인 송건호의 집 주위에 수백명의 전투경찰관을 배치하여 동인의 출입을 강제로 봉쇄하는 등 그 직권을 남용하여 다중의 위력을 보임으로써 위 피해자를 감금한 것이다.

2. 검사의 불기소처분의 요지

서울지방검찰청 검사 이원성은 위 고발사건을 수사한 후 1988. 2. 29.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의자들에 대하여 각 혐의 없음의 불기소결정을 하였다.

가. 피해자 김대중에 관한 피의사실에 대하여

피의자 1은 피해자 김대중이 당시 형집행정지자인 관계로 형집행정지자관찰규정 등에 기하여 그 동향을 관찰한 결과 정당법 제42조의2 (이 조항은 1989. 3. 25. 법률 제4087호로 개정되면서 삭제되었다. 이하 같다)에 의하여 정치활동을 할 수 없는 신분임에도 민추협공동의장에 취임하고 특정정당의 지원활동을 하는 불법적인 집회에 참가하는 등 정치활동을 계속하여 동인과 그 지지자들이 정치활동에 깊이 관여할 우려가 있음을 알게 되어 김대중에게 형집행정지자의 신분으로 정당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사실을 고지하고 자숙하여 줄 것을 당부하였으나 동인이 이를 묵살하고 심지어 동인의 많은 추종자들도 동인의 집에 출입하면서 불법적인 집회시위를 할 태세를 보이므로, 김대중의 거주지 관할경찰서장으로서 이와 같은 사태를 방관할 수 없어 독자적인 판단과 책임하에 사회혼란과 범죄를 예방하고 신병치료를 이유로 형집행정지중인 김대중의 신변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김대중의 자택을 직접 방문하여 일상적인 사생활에 따른 출입은 얼마든지 자유롭게 해도 좋으나 형집행정지자의 신분에 어긋나는 불법적인 정치활동은 자제해 줄 것을 동인에게 경고하고 아울러 동인을 초종하는 자들이 집단내방하여 불법시위로 발전할 것에 대비하여 경찰병력을 동인의 집 주변에 배치하였던 것으로서 결코 동인의 출입을 강제로 봉쇄하기 위한 목적으로 경찰병력을 동원한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단 한번이라도 동인이 외출하려는 것을 경찰관들이 강제로 저지한 사실이 없고, 위와 같은 경고 후에는 동인이 스스로 출입을 삼가한 것이며, 위와 같은 조치는 독자적인 판단과 책임하에 취한 것이지 피의자 2 등 상부의 지시에 따른 것이 아니었다고 변명하는바, 고발인들이 제출한 김대중의 비서 김옥두, 남궁진 작성의 유인물 내용 기재도 김대중 자신이 직접 그의 집 밖으로 외출하려 하는데도 경찰관들이 이를 강제로 저지한 사실은 전혀 없고 피의자 1이 김대중에게 낭독한 경고장은 형집행정지자는 정당법 제42조의2 에 따라 정당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앞으로 정치활동을 해서는 안된다는 요지의 경고였다는 것으로 피의자 1의 변명에 부합하고, 고발인들의 추상적인 주장 이외에 피의자들의 피의사실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모두 그 범죄 혐의 없고,

나. 피해자 계훈제에 관한 피의사실에 대하여

피의자 3은 피해자 계훈제가 이른바 민통련부의장직에 취임한 후 각종 불법시위 및 집회에 참가하여 이를 주도하다가 구속되기까지 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범죄예방 및 사회혼란방지 등의 차원에서 계훈제의 거주지를 관할하는 경찰서장으로서 독자적 판단에 따라 1987. 5. 16. 10:00경 정보과 형사인 지규은을 통하여 계훈제에게 1987. 5. 18. 열릴 예정인 광주사태 7주년 행사는 당국에 의하여 원천봉쇄된 불법집회이니 참석을 자제해 줄 것을 권유하여 동인이 스스로 위 행사에 불참한 사실은 있으나 피의자 2 등 상부의 지시에 따라 경찰병력을 동원해 강제로 자택에 감금한 사실이 없다고 변명하는바, 참고인 지규은의 진술도 위 피의자 3의 변명에 부합하고 계훈제에 대한 서울지방검찰청 87형 제44084호 등 사건기록등본을 종합해 보면 피의자 3의 위와 같은 지시는 범죄예방 및 사회혼란방지 등의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위 변명이 사실로 인정되며 계훈제는 참고인 진술을 위한 출석요구에 불응하였고, 고발인들의 추상적인 주장 이외에 피의자들의 피의사실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모두 그 범죄 혐의 없고,

다. 피해자 송건호에 관한 피의사실에 대하여

피의자 4는 1987. 5.부터 같은 해 8.까지 사이에는 피해자 송건호가 각종 재야단체에서 주최하는 집회에 임의로 참석하는 데 대해 아무런 간섭을 하지 않았고, 다만 같은 해 9. 하순경부터 전국 각 대학에서 대학생들이 축제강연에 동인을 강사로 초청한 데 대해 위 강연회 등은 대학교 당국에서 불허하는 것이며 대학생들이 동인의 강연으로 자극을 받아 소요사태를 유발할까 우려되어 송건호의 거주지를 관할하는 경찰서장으로서 독자적 판단에 따라, 정보과 형사 박북규를 통하여 그러한 사정을 말하고 대학교 강연회 등에는 참가를 자제해 줄 것을 권유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있을 뿐 피의자 2 등 상부의 지시에 따라 경찰병력을 동원하여 동인을 강제로 자택에 감금한 사실이 없다고 변명하는바, 참고인 박북규의 진술도 위 피의자 4의 변명에 부합하고, 송건호는 참고인 진술을 위한 출석요구에 불응하였고, 고발인들의 추상적인 주장 이외에 피의자들의 피의사실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모두 그 범죄 혐의 없다.

3. 재정신청과 그 이유의 요지

신청인들은 1988. 3. 9. 피의자들에 대한 위 불기소처분결과통지를 받고 같은 달 15. 다음과 같은 사유를 들어 직권남용에 의한 불법감금의 피의사실에 대하여 위 불기소처분의 당부에 관한 재정신청을 하였다.

피의자 1, 3, 4는 관할 경찰서장으로서, 피의자 2는 그 직속상관인 서울시경찰국장으로서 피의자 2의 지시 또는 공모에 의하여 이른바 가택연금이라는 이름 아래 1주일 내지 2개월여간에 걸쳐 당시 재야인사인 피해자 김대중, 계훈제, 송건호의 집 주위에 수백명의 경찰병력을 배치하여 가택을 봉쇄하고 해당인들의 외부출입 및 외부인들의 출입을 금지·통제한 것으로, 이는 경찰관직무집행법상의 정당한 직무집행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한 직무집행으로서 각 그 직권을 남용하여 위 피해자들을 감금한 것에 해당하고 설사 위와 같은 불법감금행위가 피의자 2의 지시 없이 관할 경찰서장들의 독자적인 판단에 의하여 이루어진 일이라 하더라도 피의자 2가 이를 알면서 제지하지 아니하였음이 충분히 인정되므로 위 피해자 2는 부작위에 의한 직권남용감금죄의 책임을 면할 수 없는 것인바, 이와 같은 내용은 그 당시 각 일간신문에 자세히 보도된 공지의 사실일 뿐 아니라 피해자들이나 그 가족들을 통하여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사실임에도, 검사는 피의자측의 일방적인 진술만을 토대로 피의자들의 행위가 사회혼란과 범죄를 예방하고 피해자들의 신변보호를 위하여 행하여진 정당한 직무집행에 해당하거나 신청인들 주장과 같은 불법감금 사실 자체나 지시·공모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피의자들에 대하여 그 혐의가 없다고 단정하고 각 무혐의 불기소처분을 하였으니 부당하다는 것이다.

4. 판 단

가. 피해자 김대중에 대한 불법감금의 피의사실

(1) 피의자 2, 1의 변명

피의자 1은 피해자 김대중이 당시 형집행정지자로서 정당법 제42조의2 에 따라 정당관여가 금지되어 있음에도 정당활동에 관여하거나 관여할 염려가 있어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따라 사회혼란과 범죄를 예방하고 신변보호 차원에서 정당활동에 관여하는 행위를 자제할 것을 요청하고 경찰병력을 동원하여 외부 정치인들의 출입을 통제한 것인데, 위 피해자가 그 요청에 따라 스스로 출입을 삼가한 것이지 위 피해자가 외출하려는 것을 강제로 저지한 사실이 없고, 피의자 2는 피의자 1에게 당시의 조치와 관련한 어떠한 지시를 하거나 공모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변명한다.

(2) 인정되는 기초 사실

그러나 피의자 2, 1의 이 법원에서의 일부 진술, 참고인 남궁진의 이 법원에서의 진술과 동인이 집필한 저작물인 '동교동교도소 78일', 1987. 4. 11.과 1987. 4. 16. 및 1987. 5. 16.자 동아일보, 1987. 4. 11.자 조선일보, 서울지방검찰청 검찰주사 작성의 수사보고서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가) 피해자 김대중은 1980. 9. 7. 계엄사 보통군법회의에서 국가보안법 및 내란음모죄 등으로 사형선고를 받고 1982. 1. 23. 위 형이 확정되었는데, 같은 날 무기징역형으로, 1982. 3. 3.자로 징역 20년으로 각 감형처분을 받아 복역중 1982. 12. 23. 형집행정지로 출소함과 동시에 미국으로 출국하였다가 1985. 2. 8. 귀국하여 서울 마포구 동교동 178의 1에서 거주하던 중 1987. 7. 10. 사면되었다. 한편 김대중은 1980. 11. 5.부터 시행중이던 구 정치풍토쇄신을위한특별조치법에 의하여 1980. 11. 12. 정치활동금지 대상자로 공고되었다가 1985. 3. 6. 위 정치활동금지가 해제되었고, 1985. 3. 18.부터 민주화추진협의회(약칭 민추협) 공동의장으로 활동하였다.

(나) 피의자 1은 1987. 1. 16.부터 1988. 6. 30.까지 마포경찰서장으로 재직하였는데, 1987. 4. 10. 18:30경 김대중의 자택을 방문하여 "형집행정지자는 정당법 제42조의2(정당관여금지)에 따라 정당활동을 할 수 없으므로 앞으로 정당활동은 물론 민추협이나 민권회 등 정치단체나 정치인과의 접촉을 금해 주기 바란다."는 내용의 경고장을 낭독한 후 기동경찰병력 3개중대 360여 명과 다수의 사복경찰관을 집 주위에 배치하고 대문 양편에 바리케이트를 설치하며 경찰버스와 봉고차 등을 가택 정문과 차고 및 골목길에 배치하는 등의 방법으로 김대중의 집으로 통하는 모든 진입로를 봉쇄하였다.

(다) 위 봉쇄조치가 있은 후 처음에는 운전사, 가정부, 내외신기자, 가족을 제외한 일체의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였으나 1987. 4. 13.부터는 김대중의 장남인 김홍일 등 비동거가족과 내외신기자의 출입도 통제하다가 1987. 4. 26.부터는 형제, 며느리, 손녀에 대하여 일부 출입이 허용되었고, 그 외 봉쇄조치가 해제될 때까지의 기간 동안 미하원의원, 주한 미대사관 외교관 등 일부 외국인의 방문은 허용이 되었으나 내국인의 방문은 일체 허용이 되지 아니하였다.

(라) 1987. 4. 11.자 신문에 "경찰은 김대중씨가 교회나 병원에 가거나 나들이 등의 순수한 외출 등 개인 사생활에 대하여는 일체 관여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익명의 경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기사가 실리자, 김대중은 일요일인 1987. 4. 12. 09:00경 미사 참석을 위해 집안에 같이 있던 비서 김옥두, 남궁진을 대동하고 성당에 가려고 시도하였으나 비서를 대동한 미사참석은 안 된다는 이유로 거절당하였고, 부활절 일요일인 1987. 4. 19. 다시 위 김옥두, 남궁진을 대동하고 부활절 미사에 참석코자 시도하였으나 역시 비서를 대동한 미사참석은 안 되고, 밖에서 가족들이 수행하는 것도 안 되며, 성당 내에서도 누구와도 접촉하여서는 안 된다는 이유로 거절당하였으며, 이후 자택봉쇄조치가 해제될 때까지 수회에 걸쳐 자유로운 성당출입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사생활에 대한 간섭이라는 김옥두 등의 항의가 있었으나 허용되지 아니하여 미사참석을 포기하게 되었다.

(마) 1987. 5. 10.은 김대중의 망모(망모)의 기일인 관계로 그 전날 위 김옥두가 담장 안에서 현장 경비 책임자에게 성묘를 다녀올 수 있게 하여 달라고 하였으나 거절당하여 가지 못하였고, 또 그 날은 김대중 부부의 결혼기념일인 관계로 김홍일 등 가족이 결혼기념일을 축하하고자 자택에 들어가고자 하였으나 김홍일은 출입이 통제되어 들어가지 못하고 며느리와 손녀들만 출입이 허용되었다.

(바) 1987. 6. 8. 17:00경 주한 영국대사 명의의 '영국여왕 탄신축하 리셉션' 초청장이 비서실로 접수되어 운전기사가 그 초청장을 가지러 갔는데 성명불상의 경찰관이 따라 다니면서 운전기사가 집에 도착하자 대문 앞에서 이를 압수하여 전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가, 위 김옥두, 남궁진 및 외부 비서진들의 전화통보로 그와 같은 사실이 외신기자 및 영국대사관 등에 알려지게 되자 다음날인 1987. 6. 9. 11:00경에서야 초청장이 전달되도록 하였고, 초청장을 전달받은 김대중이 리셉션 참석을 위하여 김옥두 등을 통하여 현장 경비책임자에게 그 의향을 전달하였으나, 참석 허용 여부를 통보하여 주겠다고 하고서는 참석 허용 여부에 대한 통보가 없어 참석을 포기하게 되었다.

(사) 1987. 4. 10. 가택봉쇄조치가 있을 당시 김대중의 집 안에는 김대중 내외를 포함하여 18명이 있었는데, 김대중 내외와 운전기사 및 가정부를 제외한 사람들은 일단 집 밖으로 나가면 집 안으로의 재진입이 허용되지 아니한 상태인 탓에, 결국 1987. 6. 24. 가택봉쇄조치가 해제될 때까지 사이에 자의로 집 밖으로 나간 9명과 출입이 허용된 운전기사와 가정부 및 피해자의 처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한번도 집 밖으로 나간 사실이 없었다.

(3) 직권남용감금죄의 성립요건

직권남용에 의한 불법감금죄에 있어서의 '직권남용'이란 재판, 검찰, 경찰 기타 인신구속에 관한 직무를 행하거나 이를 보조하는 자가 그의 일반적 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그것을 불법하게 행사하는 것, 즉 형식적, 외형적으로는 직무집행으로 보이나 그 실질은 정당한 권한 이외의 행위를 하는 경우를 의미하고,

감금죄는 사람의 행동의 자유를 그 보호법익으로 하여 사람이 특정한 구역에서 벗어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또는 매우 곤란하게 하는 죄로서 그 본질이 사람의 행동의 자유를 구속하는 데에 있고, 이와 같이 행동의 자유를 구속하는 수단과 방법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으며, 사람이 특정한 구역에서 벗어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매우 곤란하게 하는 장애는 물리적·유형적 장애뿐만 아니라 심리적·무형적 장애에 의하여서도 가능하므로 감금죄의 수단과 방법은 유형적인 것이거나 무형적인 것이거나를 가리지 아니한다. 또한 감금죄가 성립하기 위하여 반드시 사람의 행동의 자유를 전면적으로 박탈할 필요는 없고, 감금된 특정한 구역 범위 안에서 일정한 생활의 자유가 허용되어 있었다고 하더라도 유형적이거나 무형적인 수단과 방법에 의하여 사람이 특정한 구역에서 벗어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매우 곤란하게 한 이상 감금죄의 성립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할 것이다.

(4) 피의자 1에 대한 혐의 인정 여부

피의자 1의 혐의 인정 여부에 대하여 살피건대, 위에서 인정한 사실관계를 종합하면, 위 (2)에서 본 바와 같은 각 행위는 피해자 김대중의 집 주위에 수백명의 경찰병력을 배치하여 가택을 봉쇄하고 외부인들의 출입을 금지·통제하는 등의 물리적·유형적 장애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사생활을 위한 피해자 본인의 외부출입에 대하여마저 비서나 가족을 동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의 심리적·무형적 장애를 가하는 등의 방법으로 위 피해자가 그 자택 밖으로 벗어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또는 매우 곤란하게 하는 것으로 위 피해자를 감금한 것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보이고, 설사 피해자 김대중이 1987. 4. 10.∼6. 24. 및 그 전의 기간 동안 형집행정지자의 신분으로서 구 국회의원선거법(1994. 3. 16. 법률 제4739호로 폐지) 제11조 제2호 에 의하여 선거권이 인정되지 아니한 탓에 정당법(1980. 11. 25. 법률 제3263호로 개정된 것) 제17조 , 제42조의2 에 따라 정당의 간부, 고문 기타 이에 준하는 직위 또는 정당결성의 발기나 준비를 위한 직위에 취임하거나 정당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가 금지되어 있음에도 민추협공동의장으로 활동하며 신당창당 작업에 관여하는 등 위반행위를 행하였거나 행하여지려고 하는 사정이 있었고, 경찰관직무집행법 제6조에 의하여 경찰관은 범죄행위가 목전에 행하여지려고 하고 있다고 인정될 때에는 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고를 발하고 그 행위로 인하여 인명, 신체에 위해를 미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어 긴급을 요하는 경우에는 그 행위를 제지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 사건에 있어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범죄예방과 사회혼란방지를 내세워 형법이 금지하는 감금행위를 하는 것은 경찰관의 일반적인 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이를 불법하게 행사하는 것으로서 경찰관직무집행법상의 정당한 직무집행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그 직권을 남용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이므로, 결국 피의자 1에 대하여는 직권남용에 의한 불법감금의 행위를 한 혐의가 있는 것으로 충분히 인정되므로 이 점에서 피의자 1에 대한 검사의 무혐의 불기소처분은 위법하다 할 것이다.

따라서 피의자 1의 [별지] 범죄사실에 관하여는 상당한 혐의가 있는 것으로 보여지고 또한 그 죄질 및 범정에 비추어 보면 이를 기소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므로, 이에 관하여 부심판을 구하는 신청인들의 재정신청은 이유 있다.

(5) 피의자 2에 대한 혐의 인정 여부

피의자 2의 혐의 인정 여부에 대하여 살피건대, 피의자 2는 피해자 김대중에 대한 불법감금행위가 이루어질 무렵 서울특별시 경찰국장으로서 행정체계상 피의자 1을 지휘, 감독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음은 인정되나, 피의자 2에 대하여 위 불법감금행위에 관한 혐의가 인정되려면 단순히 그와 같은 지위에 있었다는 사실만을 가지고는 부족하고, 피의자 2가 그와 같은 행위를 하도록 지시 또는 공모를 하였다거나 또는 형법상의 부작위범으로 인정될 만한 요건이 갖추어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지시 또는 공모 여부에 대하여 피의자 2가 이를 부인하고 있음은 위에서 본 바와 같고, 피의자 1도 피의자 2로부터는 어떠한 지시를 받거나 협의를 한 사실도 없다며 피해자 2와 동일한 취지의 진술을 하고 있고, 고발인들의 추측주장 외에는 달리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도 없다.

다음으로 부작위에 의한 직권남용감금죄의 성립 가능성에 대하여 보건대, 형법상 부작위범이 인정되기 위하여는 형법이 금지하고 있는 법익침해의 결과발생을 방지할 법적인 작위의무를 지고 있는 자가 그 의무를 이행함으로써 결과발생을 쉽게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의 발생을 용인하고 이를 방관한 채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에, 그 부작위가 작위에 의한 법익침해와 동등한 형법적 가치가 있는 것이어서 그 범죄의 실행행위로 평가될 만한 것이라면, 작위에 의한 실행행위와 동일하게 부작위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

이 점에 대하여 피의자 2는 당시 이 사건과 관련하여 피의자 2 자신은 지휘계통 자체에 있지 않았으며, 가택봉쇄 및 출입통제 지시는 국가안전기획부의 조정 및 통제하에 피해자 2 자신을 거치지 않고 바로 시경 정보과를 통하여 관할 경찰서에 지시가 하달되고 그 역순으로 정보보고가 이루어진 것으로 알고 있으며, 자신은 일반적인 정보보고 수준의 사후보고를 받았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피의자 1도 같은 취지로 진술하면서 이 사건 가택봉쇄 및 출입통제조치의 실시와 해제 모두 자신이 독자적으로 결정하여 한 것이 아니고 그 지시에 따라서 업무집행을 하였을 뿐이며 심지어는 자신이 낭독한 경고장마저도 국가안전기획부에서 작성하여 보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하고 있으며, 참고인 남궁진이 집필한 저작물인 '동교동교도소 78일'에도 이에 일부 부합하는 듯한 기재가 있다.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의자 2는 피의자 1의 상관으로서 사후보고를 통하여 불법감금행위가 행하여지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보여지므로 일응은 형법이 금지하고 있는 법익침해의 결과발생을 방지할 법적인 작위의무를 지고 있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나, 위와 같은 상황하에서 뚜렷한 증거도 없이 사후보고를 통하여 내용을 알고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피의자 2가 그 의무를 이행함으로써 결과발생을 쉽게 방지할 수 있었다거나, 그 부작위가 작위에 의한 법익침해와 동등한 형법적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인정할 수는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보이는바, 이 점에 대하여도 고발인들의 추측주장 외에는 달리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도 없다.

따라서 피해자 김대중 직권남용감금과 관련된 피의자 2에 대한 위 피의사실에 대하여 검사가 무혐의처리를 한 데에 잘못이 있다고 할 수는 없으니, 이에 대하여 부심판을 구하는 신청인들의 재정신청 부분은 이유 없다.

나. 피해자 계훈제에 대한 불법감금의 피의사실

피의자 3은 1987. 5. 16. 10:00경 북부경찰서 정보과 소속형사인 지규은을 통하여 계훈제에 대하여 1987. 5. 18. 열릴 예정인 광주사태 7주년 행사 참석을 자제해 줄 것을 권유한 사실이 있을 뿐 경찰병력을 배치하여 계훈제 본인이나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한 사실이 전혀 없고 피의자 2 등 상부로부터 지시를 받은 사실도 없다고 변명하고 있는바, 검사 작성의 지규은에 대한 진술조서에 의하면 지규은도 위 피의자 3과 같은 취지의 진술을 하고 있고, 1987. 5. 16.자 조선일보만 가지고는 1987. 5. 16.부터 같은 달 22.까지 사이에 계훈제의 가택 주위에 경찰병력이 배치되었다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계훈제가 감금상태에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고발인들의 추측주장 외에는 달리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도 없다.

따라서 계훈제 직권남용감금과 관련된 피의자 2, 3의 피의사실에 대하여 검사가 무혐의처리를 한 데에 잘못이 있다고 할 수는 없으니, 이에 대하여 부심판을 구하는 신청인들의 재정신청 부분은 이유 없다.

다. 피해자 송건호에 대한 불법감금의 피의사실

피의자 4는 1987. 5.부터 같은 해 8.까지 사이에는 피해자 송건호가 각종 재야 단체에서 주최하는 집회에 임의로 참석하는 데 대해 아무런 간섭을 하지 않았고, 경찰병력을 집 주위에 배치하여 계훈제 본인이나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한 사실이 전혀 없고 피의자 2 등 상부로부터 지시를 받은 사실도 없다고 변명하고 있는바, 참고인 박북규의 이 법원에서의 진술, 검사 작성의 박북규에 대한 진술조서에 의하면 박북규도 위 피의자 4와 같은 취지의 진술을 하고 있고, 1987. 5. 16.자 조선일보만 가지고는 1987. 5. 16.부터 같은 달 22.까지 사이에 송건호의 가택 주위에 경찰병력이 배치되었다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송건호가 감금상태에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고발인들의 추측주장 외에는 달리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도 없다.

따라서 송건호 직권남용감금과 관련된 피의자 2, 4의 피의사실에 대하여 검사가 무혐의처리를 한 데에 잘못이 있다고 할 수는 없으니, 이에 대하여 부심판을 구하는 신청인들의 재정신청 부분은 이유 없다.

5. 결 론

그렇다면 신청인들의 이 사건 재정신청 중 피의자 1에 관한 별지 기재 사건의 부심판을 구하는 부분은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262조 제1항 제2호 에 의하여 위 사건을 관할법원인 서울지방법원 서부지원의 심판에 부하며, 신청인들의 피의자 2, 3, 4에 대한 각 재정신청 부분은 그 이유가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262조 제1항 제1호 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판사 송기홍(재판장) 김상근 이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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