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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서울고법 1997. 2. 20. 선고 96노2721 판결 : 상고기각
[국가보안법위반][하집1997-1, 627]
판시사항

국가보안법 제4조 제1항 제2호 소정의 '국가기밀'의 의미

판결요지

국가보안법 제4조 제1항 제2호 소정의 '국가기밀'은 일반인에게 알려지지 아니한 것으로서 그 내용이 누설되는 경우 국가의 안전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볼 만한 실질 가치를 지닌 사실·물건 또는 지식이라고 한정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피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해마루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임종인

원심판결

서울지법 1996. 11. 12. 선고 96고합444 판결

대법원판결

대법원 1997. 7. 11. 선고 97도711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검사

피고인이 반국가단체에 가입하고, 그 구성원에게 국가기밀을 누설하는 등 그 죄질이 아주 나쁠 뿐만 아니라, 범행 일체를 부인하여 그 개전의 정이 전혀 없는 점 등 이 사건의 여러 가지 정상을 참작하면 위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양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나. 피고인 및 변호인

(1) 사실오인

피고인은 공소외 1을 1992. 8.경부터 1993. 5. 9.경까지 서너 차례 만난 것은 사실이나, 그로부터 이른바 혁명의 전위조직 구국전위(이하 구국전위라 함)와 관련하여 그 강령·규약 등을 제시받거나 설명을 들은 바도 없을 뿐만 아니라, 가입을 권유받은 바도 없으며, 따라서 이 사건 구국전위에 가입한 바도 없다.

또한 피고인은 1993. 6.경 위 공소외 1과 회합하거나 그에게 순창농민회활동에 관하여 보고한 바도 전혀 없다.

(2) 양형부당

설사 위 피고인에게 원심 판시 범죄사실에 대하여 그대로 유죄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피고인이 자수한 점 등 이 사건의 여러 가지 정상을 참작하면 위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양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

먼저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에 대하여 본다.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1980. 8. 14. 광주보통군법회의에서 포고령위반으로 징역 1년의 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같은 해 11. 27. 형집행정지로 출소하고, 다시 1983. 5. 9. 전주지방법원에서 국가보안법위반으로 징역 3년의 형을 선고받고 순천교도소에서 복역하다가 1984. 2. 8. 형집행정지로 출소한 후 1985. 6.경부터 전북민주화운동협의회 사무국장, 민주쟁취국민운동본부 기획위원, 전주새길청년회 준비위원장, 전북민족민주운동연합 집행위원장, 민주주의민족통일 전북연합 중앙위원 등으로 각 활동하던 자인바, 북한 공산집단은 정부를 참칭하고 국가를 변란할 목적으로 불법 조직된 반국가 단체로서 대남적화통일을 기본 목표로 설정하고 그 목적 수행을 위하여 노동자, 농민, 진보적인 청년 학생들이 연합하여 남한을 강점하고 있는 미제국주의를 축출하고 미제에 예속된 파쇼정권을 타도하여야 한다고 선전·선동하는 한편, 남한 내 친북 동조세력 및 재야인사, 운동권 학생 등 각계 각층의 인물을 포섭, 남한 내 지하당 구축을 위한 활동을 해 오고 있음을 잘 알고 있음에도,

① 1992. 8. 중순 일자불상경 전북 순창군 쌍치면 소재 농가에서 개최된 순창농민회 하계 수련회에 강사로 참석하여 '한국 근·현대사 및 정세분석'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 후 뒷풀이 모임에서 역시 강사로 초빙된 공소외 1(1995. 4. 7. 서울고등법원에서 국가보안법위반으로 징역 및 자격정지 각 8년의 형을 선고받고 현재 대전교도소에서 복역중)을 만나 인사를 나눈 이래 1993. 5. 8.까지 사이에 위 공소외 1의 집 등에서 수회에 걸쳐 만나 서로의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농민문제, 재야단체의 활동상황 및 향후방향, 대중운동가의 자질, 통일운동 등에 관한 자신의 입장과 의견을 교환하여 공통의 인식을 지녀오다가, 1993. 6. 초순 일자불상경 위 공소외 1의 집에서, 그로부터 그가 가입하여 활동중인 구국전위에 관한 설명과 함께 필사본으로 요약 정리된 '혁명의 전위조직 구국전위'라는 제하의 문건을 건네 받아 즉석에서 이를 읽어본바, 그 내용으로,

※ 강령이

"조국의 남반부에서 민족해방 민주주의 혁명을 완수하고 조국의 자주적 평화통일과 주체혁명 위업을 끝까지 실현하기 위한 목적 밑에 창립된 우리 전위조직 구국전위는 우리의 성스러운 대업을 완수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10개조 강령을 제시하고 그 실현을 위해 과감히 투쟁할 것이다."라는 것을 서두로 10개항의 북한의 노선에 동조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고,

※ 규약이

"제1장 지하 전위조직 구성과 명칭

제1조 조국의 남반부 혁명을 위한 전위당은 철저한 비합법적 지하조직이다. 3형태의 중앙조직과 그 아래에 단선으로 연계된 3형태나 2형태의 지국조직을 두며 지구당 조직 밑에는 기층조직으로서 2형태의 세포조직을 둔다. 지하당 조직은 영생불멸의 주체사상을 유일한 지도적 지침으로 삼고 혁명의 길에서 생사고락을 같이 할 수 있는 소수 김일성주의 정수 분자들로 구성하며 본 지하당 조직의 이름을 구국전위로 호칭한다."라는 것을 서두로 제9장 부칙까지 반국가단체의 성격을 분명히 드러내는 것으로 되어 있음을 인식하고, 피고인이 이에 가입할 것을 승낙함으로써 국가를 변란할 목적으로 조직된 반국가단체인 위 구국전위에 가입하고,

② 1993. 6. 초순 일자불상경 위 공소외 1의 집에서, 그로부터 순창농민회 활동상황과 그 전망에 관한 질문을 받고,

-동 농민회는 현재 쌀개방 반대를 이슈로 투쟁중이고 향후에도 범국민적 집회를 통해 운동단체로서의 세력화를 계획하고 있다.

- 공소외 2, 3 등이 뒤에서 농민회를 잘 지도해 나가고 있고 UR반대, 쌀수입개방 반대를 현안문제로 지난 2월에도 서울에 올라가 쌀수입 반대 시위를 한 바 있다.

-앞으로도 각 대학 및 서울 여의도 등지에서 대규모 집회를 계획중에 있다.

-순창농민회는 다른 지역에 비해 단결력이 높고 군민수가 적으며 오지이지만 청년회원들의 수가 비교적 많은 편이다.

- 공소외 2와 공소외 3이 초창기부터 열심히 해 와서 다른 군단위 농민회보다 운영이 되는 편이다라는 내용으로 보고하자,

위 공소외 1이 농민회 활동의 문제점에 관하여,

-현재 농촌은 이농인구가 늘어나고 농민들이 고령화되어 운동의 동력으로 보기에는 어설픈 실정이고, 인건비가 비싸게 먹혀 이익이 없으며 빚이 늘어가고 있고 극소수 남아 있는 젊은층은 노총각들이고 현재로선 농촌 문제 해결의 대안이 없다.

-사실 농민들은 직업적인 특성으로 인하여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가 아니면 통일문제, 기타 정치적인 문제와 관련된 투쟁은 이들의 무관심으로 인해 끌어들이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이들에 대하여는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며 이러한 교육의 일환으로 농촌봉사활동은 필수적이라고 생각된다.

-이번에도 한양대학교 학생들이 춘계 농촌봉사활동차 내려 왔는데 앞으로 이런 농활은 각 대학과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하며 학생, 농민이 서로 연대하면 운동권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내용으로 말하는 등 반국가단체의 구성원으로서 그 목적 수행을 위하여 국가기밀을 누설하는 한편,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의 구성원과 회합하였다.

나. 피고인의 변소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1996. 5. 8. 안전기획부 내에서 최초로 작성한 진술서(수사기록 310쪽 이하)와 같은 해 5. 9.자 제1회 피의자신문조서(수사기록 330쪽 이하)에서 위 항소이유의 요지와 같은 취지로 부인하다가, 같은 해 5. 14.자 피의자신문조서(수사기록 379쪽 이하) 이래 위 공소사실에 대하여 자백하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 후 피고인은 검찰 이래 원심 및 당심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하여, 피고인이 안전기획부에서 자백한 것은 그 당시 수사관들이 일방적으로 작성한 서류를 피고인이 대필하는 형태의 짜맞추기 수사와 "사실 여부를 떠나 종전에 안기부에서 발표한 대로 구국전위에 가입, 활동한 사실과 금 100만 원을 공소외 1로부터 수수하였음을 시인하면 불구속 수사와 함께 기소유예까지도 고려할 수 있다."는 취지의 조기석방 회유에 빠져 어쩔 수 없이 진술한 것으로서 실체적 진실과는 다르며, 앞에서 본 항소이유의 요지와 같이 피고인이 구국전위에 가입하거나 위 공소외 1에게 순창농민회의 활동상황에 대하여 보고하고 회합한 사실이 전혀 없고, 다만 1994. 6.경 구국전위사건에 피고인이 관련되어 있다는 내용의 TV보도를 본 후, 자신이 서너 차례 위 공소외 1을 만난 사실은 있었기 때문에 붙잡히면 구국전위사건에 연루될 것이 겁나 1995. 10.경까지 도피생활을 하였으나, 그 후부터 1996. 5. 8. 자수할 때까지는 피고인의 집에서 평온하게 생활하고 있었고, 경찰이나 안전기획부에서 자신의 소재를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다가 뒤늦게 피고인을 구속하여 억지로 위 구국전위사건에 연루시키고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검찰이 원심에서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여 적용법조 중 국가보안법 제5조 제2항 부분을 삭제하고, 공소사실 제2항 중 일부를 삭제·변경하고, 제3, 4항을 철회한 것만 보더라도 구국전위사건에 피고인이 무관함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변소하고 있다.

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위와 같은 피고인의 변소를 배척하고, 검사의 공소장변경신청을 허가한 후 ① 피고인의 원심법정에서의 일부 진술, ② 증인 공소외 1의 원심법정에서의 일부 진술, ③ 검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일부 진술기재, ④ 검사 작성의 공소외 1, 4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 등본의 각 일부 진술기재, ⑤ 서울형사지방법원 94고합1398 판결 사본, 같은 법원 94고합1351 판결 사본의 각 기재 등을 증거로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하여 징역 3년 6월 및 자격정지 3년의 형을 선고하였다.

라. 당원의 판단

① 먼저 반국가단체가입의 점에 대하여 본다.

이 점에 대하여 피고인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검찰 이래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어, 결국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한 증거로서는 위 공소외 1과 공소외 4의 진술 및 이에 기초한 위에서 본 판결 사본의 기재가 있을 뿐이다.

무릇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거능력을 가진 증거를 기초로 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위 두 사람의 진술을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위 공소외 1의 원심법정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1993. 1.경 공소외 1은 전주 쪽에서 통일운동하는데 쓸만한 사람이 있으면 추천해 달라는 공소외 4의 제의를 받고 자신이 그에게 피고인의 신원에 관하여 이야기한 사실은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자신이 그 때까지 피고인에 대하여 알고 있던 경력 사항 등을 피고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위 공소외 4에게 이야기 한 것이며, 또한 피고인과 자신이 1993. 6.경에는 만난 사실이 없고, 같은 해 5. 초경 마지막으로 만났으며(검사의 주신문에서는 1993. 6.경에 만났다고 하였으나 변호인의 반대신문에서 이를 바로 잡고 있음이 보인다. 공판기록 124쪽), 그 당시 피고인에게 구국전위에 가입할 것을 권유하거나 구국전위의 강령·규약 등을 보여 준 바도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하면서, 검찰에서의 피고인이 구국전위와 관련이 있다는 일부 진술은 안전기획부에서의 조사 당시의 억압된 심적 분위기가 연장되어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한편 위 공소외 1은 검찰 수사 초기 단계에서는 자신의 안전기획부에서의 진술을 답습하다가, 제7회 피의자신문조서 작성시에 이르러 공소외 박화국 등에게 구국전위의 강령·규약 등이 담긴 필사본을 보여주면서 조직의 유형에 관하여 설명한 사실은 있으나 피고인을 위 구국전위에 가입시킨 사실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그리고 공소외 4의 원심법정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자신의 종전 검찰 진술 등을 모두 부인하면서, 피고인이 구국전위에 가입한 사실은 없다는 취지로 일관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면, 위 공소외 1, 4의 검찰에서의 일부 진술만으로는 피고인이 위 구국전위에 가입하였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위 공소외 1의 원심 법정에서의 진술도 그 전체적인 취지에서 피고인의 변소에 부합되고 있어 이를 가지고 피고인에 대한 유죄의 증거로 삼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다른 증거도 없다{따라서 위에서 본 판결 사본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인과 구국전위와의 관련 부분이 일부 언급되어 있으나 이 부분 역시 위 공소외 1, 4 양인의 일방적인 진술에 기초한 것이어서 이를 믿지 아니하고, 오히려 위 두 사람의 진술들을 종합적으로 모아 보면, 위 두 사람이 구국전위를 결성한 후 피고인을 이른바 인입대상(포섭대상)으로 정하기는 하였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위 두 사람의 일방적인 생각에서 정한 것이고, 피고인으로부터 구국전위에 가입하는 것에 대하여 동의를 받거나 그 절차를 이행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을 뿐이다}.

② 나아가 국가기밀누설의 점과 반국가단체 구성원과의 회합의 점에 관하여 본다.

이에 관한 증거로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은 당원이 믿지 않는 공소외 1의 검찰에서의 일부 진술 외에는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

나아가 설사 피고인이 1993. 6.경 위 공소외 1을 만나 그에게 순창농민회의 활동사항을 이야기하였다 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반국가단체의 구성원이거나 그 지령을 받은 자로서의 지위가 인정되지 않음은 위에서 본 바와 같아, 결국 피고인에게는 국가보안법 제4조 제1항 제2호 (나)목 소정의 국가기밀누설죄의 구성요건 해당성이 결여된다 할 것이고, 또한 그 당시 피고인에게 위 공소외 1에 대하여 그가 반국가단체의 구성원이라는 점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워 반국가단체 구성원과의 회합의 점도 인정할 수 없다.

한걸음 더 나아가, 피고인에게 위 법 소정의 국가기밀누설죄의 주체의 지위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위 순창농민회의 활동상황과 같은 내용이 과연 국가기밀이 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먼저 국가보안법 제4조[목적수행]제①항을 보면 다음과 같다.

① 반국가단체의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가 그 목적 수행을 위한 행위를 한 때에는 다음의 구별에 따라 처벌한다.

1. 형법 제92조 내지 제97조, 제99조, 제250조 제2항, 제338조 또는 제340조 제3항에 규정된 행위를 한 때에는 그 각 조에 정한 형에 처한다.

2. 형법 제98조에 규정된 행위를 하거나 국가기밀을 탐지·수집·누설·전달하거나 중개한 때에는 다음의 구별에 따라 처벌한다.

가. 군사상 기밀 또는 국가기밀이 국가안전에 대한 중대한 불이익을 회피하기 위하여 한정된 사람에게만 지득이 허용되고 적국 또는 반국가단체에 비밀로 하여야 할 사실, 물건 또는 지식인 경우에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한다.

나. (가)목 외의 군사상 기밀 또는 국가기밀의 경우에는 사형·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그런데 '기밀'의 국어사전적 의미를 보면, '기밀'이란 '더없이 중요하고 비밀한 일. 특히, 외부에 드러내서는 안 될, 국가기관이나 기타 조직체의 중요한

비밀'(

〈주〉동아출판사 1993.판 동아새국어사전 368쪽 참조)로 정의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종래 대법원은, 국가보안법 제4조 제1항 제2호 소정의 국가기밀이라 함은 반국가단체에 대하여 비밀로 하거나 확인되지 아니함이 대한민국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한 모든 정보자료로서, 순전한 의미에서의 국가기밀에 한하지 아니하고 정치, 경제, 문화, 사회 등 각 방면에 관한 국가의 모든 기밀사항이 포함되며, 그것이 국내에서의 적법한 절차 등을 거쳐 널리 알려진 공지의 사항이라도 반국가단체인 북한에게는 유리한 자료가 되고 대한민국에게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이면 국가기밀에 속한다(대법원 1993. 10. 8. 선고 93도1951 판결, 1994. 4. 15. 선고 94도126 판결, 1995. 9. 26. 선고 95도1624 판결 등 참조)는 취지로 폭넓게 국가기밀의 개념을 정의해 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론은 '국가기밀'이라는 문언의 내재적 한계 내지 문의적(문의적) 한계를 훨씬 벗어나고 '기밀'의 실질적 요건을 헐어버리는 것으로서 그 적용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모호하여 일반 국민에게 무엇이 금지되고 처벌되는 행위인가에 대하여 명확한 예측가능성을 제공하는 기능을 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법적용 당국의 자의적인 법해석·적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결국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므로 이를 헌법에 합치되도록 축소·제한하여 해석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러한 관점에서 위 (나)목 소정의 '국가기밀'은 "일반인에게 알려지지 아니한 것으로서 그 내용이 누설되는 경우 국가의 안전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볼 만한 실질가치를 지닌 사실, 물건 또는 지식"이라고 한정적으로 해석되어야 마땅하다(헌법재판소 1997. 1. 16. 선고 92헌바6, 26, 93헌바34, 35, 36 결정 참조)고 당원은 판단한다.

이와 같은 견지에서 보면, 위에서 본 이 사건 순창농민회의 활동사항은 도저히 국가기밀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 하겠다.

결국 이 부분 공소사실은 어느 모로 보나 죄가 되지 않거나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된다.

3.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거나 죄가 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이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은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이를 탓하는 위 피고인과 변호인의 이 사건 항소논지는 이유 있어, 검사와 피고인의 양형부당에 관한 나머지 항소이유에 대하여 볼 필요도 없이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2. 가.항에서 본 바와 같지만, 이미 앞서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에서 본 바와 같이 이는 범죄의 증명이 없거나 죄가 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의하여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인수(재판장) 박현순 강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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