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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1996. 4. 16. 선고 94나27924 판결 : 확정
[손해배상(기) ][하집1996-1, 91]
판시사항

[1] 의사의 의료행위에 있어 요구되는 주의의무의 내용

[2] 위암 환자가 심한 구토와 체중 감소를 호소하였고 약간의 주의만으로도 종괴를 발견할 수 있었음에도 2년여 동안 25회에 걸쳐 그 환자를 치료해 온 산부인과 의사가 입덧으로 취급하여 산부인과적인 치료만 계속한 데 대하여, 의사의 책임을 인정한 사례

판결요지

[1] 의사는 진찰·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서 반드시 병을 완치시켜야 하는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사람의 생명, 신체,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충분한 최의 조치를 행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

[2] 위암 환자가 위암의 대표적인 증세에 해당하는 심한 구토와 체중 감소를 호소하였고 약간의 주의를 기울였으면 환자의 상복부에 위암을 의심할 수 있는 종괴가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2년여 동안 25회에 걸쳐 그 환자를 치료해 왔고 의사로서 전문 이외의 분야에 대해서도 기본지식을 갖추고 있는 산부인과 의사가 그 증상을 막연히 입덧으로 취급하여 산부인과적인 치료만 계속한 데 대하여, 위암과 관련한 적절한 치료를 받아 볼 기회를 상실하게 한 과실이 있다는 이유로 위자료 배상의무를 인정한 사례.

원고, 피항소인

김상경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주원석)

피고, 항소인

피고 (소송대리인 김원진외 2인)

주문

1. 원심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부분을 초과하여 지급을 명한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위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다.

피고는 원고 김상경에게 금 10,000,000원, 원고 김영희에게 금 6,000,000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1993. 5. 2.부터 1996. 4. 16.까지는 연 5푼,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원고들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제1, 2심 모두 이를 4분하여 그 3은 원고들의, 나머지는 피고의 각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 김상경에게 금 54,000,000원, 원고 김영희에게 금36,000,000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1993. 5. 12.부터 원심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푼,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항소취지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위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가. 인정 사실

아래와 같은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2, 3, 4, 5, 8, 9호증, 갑 제10호증의 1, 2, 3, 을 제1호증의 1, 2, 을 제2호증의 1, 2, 을 제3호증의 1, 2의 각 기재와 원심증인 김덕애, 이진(다만 위 증인 이진의 증언 중 뒤에서 믿지 않는 부분 제외)의 각 증언, 원심법원의 의사 오정성과 카톨릭의과대학 강남성모병원장, 당원의 대한의사협회장에 대한 각 사실조회결과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고, 이에 반하는 위 증인 이진의 일부 증언은 이를 믿지 아니하고 달리 반증이 없다.

(1) 소외 망 박윤경(사망 당시 만 25세)은 1991. 1. 3. 소파수술 후 유착이 생겨 생리가 나오지 않는 증상(아셔만증후군) 때문에 피고가 원장으로 있는 (상호 생략) 산부인과에 찾아가 피고로부터 진료를 받은 것을 계기로 그 후 위 병원을 찾아가 피고로부터 진료를 받게 되었다.

(2) 위 망인은 피고로부터 1991. 1. 12. 자궁 내에 피가 고여 자궁 입구를 뚫는 치료를 받고 같은 달 14.에는 아셔만증후군의 치료를 위하여 자궁 내에 루프를 삽입하는 치료를 받았는데, 그 후 같은 해 7. 10. 임신 초기로 진단되어 위 루프를 빼고 소파수술을 받았고 같은 해 8. 26. 아셔만증후군이 다시 나타나 재차 루프를 삽입하는 치료를 받았으며 1992. 10. 13. 자궁 내가 깨끗해져서 위 루프를 제거하였다.

(3) 한편 위 망인은 1993. 1. 25. 임신이 되어 그 후로는 피고로부터 주로 임신과 관련된 진료를 받았는데 위 망인은 피고로부터 진료를 받을 당시 음식물을 먹으면 구토가 자주 나고 체중이 심하게 감소하여 가자 진료받는 과정에서 이러한 사실을 피고에게 이야기 하였으나 피고는 임신에 따르는 입덧현상이니 걱정하지 말라는 취지로만 이야기 하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위 망인의 입덧현상을 완화시키는 방법으로 1993. 4. 12.과 4. 22. 2차례에 걸쳐 포도당주사를 놓아 주기만 하였으며, 위 망인이 1993. 4. 22. 피고로부터 포도당주사를 맞고 집으로 돌아왔다가 다시 피고 병원을 찾아가 몸 상태가 너무 좋지 않으니 입원치료를 하여 달라고 하였으나 피고는 입덧현상이니 집에 가서 식사를 잘하면 된다며 입원치료를 거절하였는데, 위 망인은 1991. 1. 3.부터 1993. 4. 26.까지 총 25회에 걸쳐 피고로부터 치료를 받았다.

(4) 그러던 중 위 망인은 체중이 임신 후 5개월 사이에 약 12㎏가량 빠지는 등으로 건강상태가 더욱 악화되자 1993. 5. 6. 소외 오정성이 경영하는 산부인과에 찾아갔는바, 위 오정성은 위 망인을 진찰하여 위 망인이 임신오조가 심하고 상복부에 종괴가 만져지는 것을 발견하고 위 망인의 내과적 질환을 의심하여 보다 규모가 큰 병원인 2차 진료기관에 가 볼 것을 위 망인에게 권유하였고, 이에 따라 위 망인은 곧바로 카톨릭의과대학 성모병원을 찾아갔다.

(5) 위 망인이 위 오정성 산부인과나 위 성모병원에 내원하였을 당시의 상태는 오심이 심하고 호흡이 곤란하며 흉부압박감, 복부 압통, 손발저림, 체중감소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복부에 단단한 종괴가 쉽게 만져지는 상태였으며 전신상태는 오랫동안 앓은 용모를 보여주고 있었다.

(6) 1993. 5. 7. 위 성모병원에서의 진단 결과 위 망인의 병명이 위 유문부상에 발생한 위암이고 위암의 정도는 초기단계를 지나 이미 진행 중인 것으로 판명되었는데, 위 성모병원측은 위 망인의 전신상태가 불량하고 위암의 진행경과가 빨라서 수술을 하는 것이 오히려 위 망인의 상태를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판단하여 수술 대신에 위 망인의 전신상태의 개선을 위한 치료를 하였다.

(7) 위암환자의 일반적인 증상은 위암이 진행됨에 따라 점차 상복부통증과 오심을 동반한 식욕부진이 나타나며 체중감소가 관찰되는데, 위암이 위유문부에 생긴 경우에는 특히 오심과 구토증상이 많이 나타난다.

(8) 위 망인은 위 성모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1993. 5. 10. 위암으로 사망하였다.

(9) 원고 김상경은 위 망인의 남편이고, 원고 김영희는 위 망인의 딸이다.

나. 판 단

살피건대, 의사는 진찰·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서 반드시 병을 완치시켜야 하는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사람의 생명, 신체,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충분한 최선의 조치를 행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 할 것인바, 위에서 인정 사실에 의하면 위 망인이 피고에게 계속하여 위암의 대표적인 증세에 해당하는 심한 구토와 체중감소를 호소하였고 또한 의사로서 약간의 주의를 기울였으면 위 망인의 상복부에 위암을 의심할 수 있는 종괴가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으며, 피고가 비록 산부인과 의사이고 위 망인이 피고로부터 산부인과 질환 이외에 내과질환의 치료를 받은 사실이 없었기 때문에 피고로서는 위 망인의 위암을 치료하는 등의 적극적 조치를 취할 수는 없었다 하더라도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위 망인을 25회에 걸쳐 치료해 왔고 의사로서 산부인과 이외의 분야에 대해서도 기본 지식을 갖추고 있는 피고에게는 위 망인의 증상을 막연히 임신에 따른 입덧으로만 취급하지 말고 그 이외에 위암 등 다른 질환의 증상으로 의심하여 위 망인으로 하여금 다른 의사들로부터 적절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하는 소극적인 조치는 취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었다 할 것임에도 이를 게을리한 채 만연히 위 망인을 진료함에 있어서 위 망인에게 발생할 위험의 방지를 위하여 요구되는 위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산부인과적인 치료만 계속하다가 위 망인으로 하여금 위암과 관련한 적절한 치료를 받아 볼 기회를 상실하게 한 과실이 있다 할 것이고, 위와 같은 기회를 상실함으로 인하여 위 망인과 원고들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심한 고통을 받았음이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따라서 이러한 조치를 위하지 아니한 피고는 위 망인과 원고들이 입게된 위 고통을 금전으로나마 위자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다.

나아가 피고가 위 망인과 원고들에게 배상하여야 할 위자료의 액수에 관하여 살펴보건대, 위에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위 망인에게도 만연히 피고에게만 자신의 증상을 호소하여 치료를 요구하다가 뒤늦게야 다른 병원을 찾아가는 등의 방도를 취한 잘못이 있다 할 것이고, 이러한 사정에 위 망인의 나이, 위 망인과 원고들의 관계, 이 사건의 경위와 결과, 기타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그 위자료 액수는 아래와 같이 정함이 상당하다.

*위 망 박윤경:금 10,000,000원

*원고 김상경:금 4,000,000원

*원고 김영희:금 2,000,000원

한편 위 망인의 위자료는 동인의 사망으로 원고 김상경이 금 6,000,000원(금 10,000,000원×3/5)을, 원고 김영희가 금 4,000,000원(금 10,000,000원×2/5)을 상속하였다.

2. 결 론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 김상경에게 위자료로서 금 10,000,000원(금 4,000,000원+금 6,000,000원, 원고 김영희에게 금 6,000,000원(금 2,000,000원+금 4,000,000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위 망인의 사망일 이후로서 원고들이 구하는 1993. 5. 12.부터 피고가 이행의무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당심판결 선고일인 1996. 4. 16.까지는 민법 소정의 연 5푼,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소정의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므로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는 각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원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원심판결 중 위 인정의 각 금원을 초과하여 지급을 명한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하며, 피고의 나머지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재진(재판장) 박윤창 이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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