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가. 전 수용가의 체납전기요금을 지급하기로 한 약정이 불공정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한 사례
나. 한국전력공사의 전기공급규정이 일반수용자를 규제할 효력이 있는지 여부
판결요지
가. 한국전력공사가 전 수용가의 체납전기요금의 지급을 요구하면서 전기공급을 거절하므로 공장을 가동하기 위하여 할 수 없이 위 공사의 요구에 응하여 전 수용가의 체납전기요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면 이는 신 수용가의 궁박을 이용하여 한 불공정한 법률행위로서 무효이다.
나. 위 공사의 전기공급규정은 일반수용자에 대하여 일반적 구속력을 가지는 법규로서의 효력은 없고 그 공급규정을 전기공급계약의 약정내용으로 삼고 있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이는 그 계약체결이후에 발생하는 법률관계에 한하여 그 효력이 미친다고 할 것이다.
원고, 항소인
주식회사 선진
피고, 피항소인
한국전력공사
원심판결
주문
원판결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금 8,722,060원 및 이에 대한 1986.6.13.부터 1986.7.9.까지는 연 5푼,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1, 2심 모두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위 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 및 항소취지
원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금 8,722,060원 및 이에 대한 1986.6.13.부터 완제일까지 연 2할 5푼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소송비용은 1, 2심 모두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라는 판결 및 가집행선고.
이유
각 성립에 다툼이 없는 갑 제1호증(보관증), 갑 제2호증의 1 내지 4(각 영수증), 갑 제3호증의 1,2,3(각 약속어음), 갑 제4호증(갱개계약서), 갑 제5호증(매매계약서), 갑 제6호증의 1,2(각 등기부등본), 갑 제7호증(전력수급계약서), 갑 제8호증(전력수급계약서 송부), 을 제1호증의 1,2(전기공급 규정 표지 및 내용), 을 제2호증(각서)의 각 기재와 원심 및 당심증인 임장의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소외 주식회사(이하 소외 회사라고만 한다) 소유인 별지목록기재 부동산(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고만 한다)이 임의경매절차에 의하여 1984.10.22. 소외 주식회사 부산은행(이하 소외 부산은행이라고만 한다)에 경락되어 1985.5.8. 소외 부산은행 앞으로 그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된 사실, 소외 부산은행은 1985.4.2. 소외인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매도하고, 원고가 1985.5.28. 소외 부산은행과 소외인과의 3면 계약으로 위 매매계약상의 매수인의 지위를 양수한 사실, 소외 회사가 이 사건 부동산중 부속공장건물에 대한 1984.6,7,8월분 전기요금 8,722,060원을 체납하여 소외 부산은행의 경락 취득전에 이미 피고가 위 공장에 대해 전기공급을 중단한 사실, 원고가 소외 부산은행으로부터 위 공장을 인도받아 1985.5.경 그 곳에서 자동차 부품제조업을 영위하기 위하여 시설을 갖추고 가동준비를 완료하였으나 위와 같이 전기공급이 중단되어 있어 공장가동이 불가능하므로 피고 산하 부산지사에 전기공급을 요청하였던바, 피고는 전수용가의 체납전기요금 채무는 당연히 신수용가에 승계된다는 피고의 전기공급 규정을 내세워 원고가 소외 회사의 체납전기요금을 납부하지 아니하면 전기를 공급해 줄 수 없다고 거절하므로 공장시설을 갖추어 놓고도 이를 가동하지 못하게 되면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될 형편에 이르게 된 원고는 할 수 없이 소외 회사의 체납전기요금을 분할납부라도 할 수 있도록 하여 줄 것을 교섭하여 1984.5.30. 금 3,180,240원, 같은 해 6.25. 금 2,000,000원, 같은 해 7.25. 금 2,000,000원, 같은 해 8.25. 금 1,541,820원을 지급함으로써 위 체납전기요금을 완납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에 일부 반하는 원심증인 김수동의 일부증언(뒤에 믿는 부분 제외, 이하 같다)은 믿지 아니하고 달리 반증이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부동산을 경락받은 소외 부산은행은, 특단의 사정이 없는 이 사건에 있어서는 소외 회사의 체납전기요금 채무를 승계하지 아니하고, 따라서 소외 부산은행으로부터 이를 매수한 원고로서는 위 채무를 승계할 지위에 있지 아니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이유없이는 전기공급을 거절할 수 없는 피고가 소외 회사의 채무가 원고에게 당연히 승계되었다는 이유로 그 지급을 요구하면서 전기공급을 거절하므로 전기를 공급받지 못하면 공장을 가동하지 못함으로써 막대한 손해를 입게될 형편에 이르게 된 원고는 할 수 없이 우선은 피고의 요구대로 이를 지급하기로 하여 위와 같은 체납전기요금 분할납부약정을 하게 된 것이라고 할 것이어서 원·피고간의 위 약정은 원고가 독립적으로 채무부담행위를 한 것이든, 소외 회사의 채무를 인수한 것이든간에 원고의 궁박을 이용하여 한,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로서 무효라 할 것이므로, 피고가 위 약정에 따라 원고로부터 위 금 8,722,060원을 지급받은 것은 법률상 원인없이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원고에게 같은 금액상당의 손해를 가한 것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피고는, 원고가 소외 부산은행으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을 매수함에 있어 소외 회사가 이미 금 8,772,060원의 전기요금을 체납하고 있음을 알고 자기가 이를 부담하기로 약정하였는 바, 원고는 이로써 위 체납전기요금 채무를 중첩적으로 인수하였거나 제3자인 피고를 위하여 소외 부산은행과의 사이에 위 체납전기요금의 변제를 원고가 하기로 약정한 것으로서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이미 그 수익의 의사표시까지 하였으므로 피고의 위 지급 수령은 결국 정당한 것이라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우선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을 매수함에 있어 소외 회사의 전기요금 체납사실을 알았다는 점에 관하여는 당원이 믿지 아니하는 위 김수동의 일부 증언외에는 이를 인정할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고, 앞서 나온 갑 제4,5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을 매수하면서 매매목적물에 대한 제세금 및 전기료, 수도료등 공과금은 계약체결 이후의 것은 물론 그 이전에 발생한 것도 매수인이 부담하기로 하는 취지의 약정(이는 계약서에 부동문자로 인쇄되어 있다)을 한 사실은 이를 엿볼 수 있으나 이는 원고와 소외 부산은행이 제3자들인 소외 회사와 피고 사이의 채권채무관계에 관하여 어떠한 약정을 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고, 다만 매도인인 소외 부산은행이 피고에 대하여 지급 책임이 있는 전기요금등 채무가 있는 경우에 매수인인 원고가 이를 인수한다는 취지라고 볼 것인바, 소외 부산은행이 이 사건 부동산을 경락받음에 있어 소외 회사의 위 체납전기요금채무를 인수하였다거나 승계하였다는 점에 관하여는 당원이 믿지 아니하는 위 김수동의 일부 증언 외에는 이를 인정할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그 이유없다.
피고는 또, 위 체납전기요금 분할납부의 약정이 위와 같은 이유로 무효이고 따라서 피고가 원고로부터 위 체납전기요금을 지급받은 것이 부당이득이라 하더라도 원고는 피고와 새로운 전기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신수용가의 체납전기요금 채무승계를 규정한 피고의 전기공급규정을 준수할 것을 약정한 바 있으므로 피고의 위 체납전기요금수령은 결과적으로 정당한 것이라는 취지로 항변하므로 살피건대, 앞서나온 갑 제7,8호증, 을 제1호증의 1,2, 을 제2호증의 각 기재 및 위 증인 박수동의 일부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원고가 위 체납전기요금 분할납부약정과 함께 피고에 대하여 새로운 전기공급신청을 함에 있어 피고의 전기공급규정을 준수할 것을 동의하고, 피고도 그러한 조건하에 위 신청을 승낙한 사실, 피고의 위 전기공급규정 제11조에 의하면 매매, 상속 기타의 원인에 의하여 수용가의 변동이 있을 경우에는 전수용가의 체납전기요금채무는 신수용가에게 승계되도록 규정되어 있는 사실은 이를 인정할 수 있으나, 생각컨대, 위 전기공급규정은 국민에 대하여 일반적 구속력을 가지는 법규로서의 효력은 없는 것이고, 수용가와 피고 사이의 전기공급계약에 의하여 그 약정내용으로 되었다 하더라도 이는 원칙적으로 그 계약체결 이후에 발생하는 수용가와 피고 사이의 법률관계에 한하여 그 효력이 미치는 것이며, 특히 위 전기공급규정 제11조와 같이 신수용가로 하여금 원래 그에게 책임이 없는 채무를 부담시키는 규정은 신수용가가 그 규정의 내용을 알고 완전히 자유로운 의사에 의하여 그 적용에 동의한 경우외에는 이를 적용할 수 없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할 것인바, 위에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원고가 위 전기공급계약에 있어 피고의 전기공급규정, 특히 위 11조의 적용에 동의한 것은, 이에 앞서 이루어진 위 체납전기요금 분할납부약정과 마찬가지로 피고의 전기공급 거절로 인한 궁박 상태에서 할 수 없이 한 것이라고 판단되므로 원고에 대하여 위 제11조의 규정은 그 적용이 될 수 없다 할 것이므로 피고의 위 항변 역시 그 이유없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에게 위 부당이득금 8,722,060원 및 이에 대하여 그 최종 수령일 이후로서, 원고의 구하는 바에 따라 이건 청구취지 및 원인정정신청서가 피고에게 송달된 다음날임이 기록상 분명한 1986.6.13.부터 이 사건에 대한 당심판결 선고일인 1986.7.9.까지는 피고가 이건 부당이득금 반환채무의 존부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므로 민법 소정의 연 5푼의,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소정의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할 것인즉 원고의 이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내에서 이유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고 그 나머지 청구는 이유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원판결은 이와 일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원판결을 주문과 같이 변경하고, 소송비용의 부담에 관하여는 민사소송법 제96조 , 제89조 , 제92조 단서를, 가집행 선고에 관하여는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제6조 를 각 적용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진기는 해외연수로 서명날인 할 수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