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2고합219 살인미수
피고인
A
검사
송봉준(기소, 공판), 신병재(공판)
변호인
변호사 B, C(국선)
판결선고
2012. 8. 20.
주문
피고인을 징역 5년에 처한다.
압수된 부엌칼 1자루(증 제1호) 및 수건 1장(증 제2호)을 몰수한다.
이유
범죄사실
피고인은 2010. 8. 13.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에서 공용물건손상죄로 징역 10월을 선고받아 2011. 8. 19. 그 형의 집행을 종료한 사람이다.
피고인은 2012. 1.경부터 동거녀 D 및 그녀의 딸인 E(여, 25세), F(여, 22세)과 함께 살던 중, 2012. 2. 8.경부터 E, F이 천안시 동남구 G에 있는 H마트에서 근무하게 되자 E, F에게 "월급을 가불 받아서 달라."라며 돈을 요구하고, 수시로 그곳 이사인 피해자 I(37세)에게 찾아가 "왜 월급 가불이 안 되느냐."라고 따졌으나 피해자로부터 "가불을 해줄 수 없다. 왜 애들 월급을 달라고 하느냐."라며 거절당하였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E, F에게 줄곧 월급을 요구하여 2012. 2. 20.경 E, F이 피해자에게 지급받은 2월분 월급을 교부받고, 마찬가지로 2012. 3. 20.경 E, F이 피해자에게 지급받은 3월분 월급을 교부받아 사용하였다. E, F은 피고인이 위와 같이 매월 월급을 가져가자 이를 견디지 못하고 2012, 4. 19.경 피해자로부터 4월분 월급을 하루 당겨서 받아 함께 서울로 떠났다.
피고인은 그 다음날인 2012. 4. 20. 08:30경 곧바로 위 마트에 찾아가 "애들 어디 있냐. 왜 월급을 줘서 보냈냐. 왜 월급을 나에게 주지 않았느냐."라고 따진 것을 비롯하여, 동거녀 D과 수회 위 마트에 찾아가 E, F이 가출한 사실 및 피해자가 E, F에게 월급을 준 사실에 대하여 항의를 하였다.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해자가 자신에게 월급을 주지 않고 E, F의 가출을 도왔다고 생각하여 원한을 품고 있던 중, 2012. 5. 4. 16:00경 술에 취한 상태로 위 마트에 찾아가 그곳 손님들에게 욕설을 하고 "여기는 개새끼들이 근무하는데다가 매장이 나쁘다."라고 말하고, 피해자가 "술을 먹었으니 그냥 가라."라고 말하자, "F이, E이 월급을 왜 애들에게 줬냐. 부모는 나인데 나에게 줘야지. 넌 밤길 조심해라. 내가 한 가닥 하던 놈인데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일 수 있다."라고 말하고 그곳을 떠났다.이어서 피고인은 같은 날 18:15경 집에 있던 부엌칼(전체 길이 25.5cm, 칼날 길이 13.5cm) 1자루를 평소 사용하던 빨간 수건으로 감싸 오른손으로 잡고 상의 셔츠 속에 숨긴 채 위 마트를 다시 찾아가 피해자에게 "너는 새끼야 죽일 수도 있어, 조심해. 애들 어디 있냐."라고 말하였고,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칼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여기서 이러면 안 된다. 나가서 이야기하자."라고 말하며 피고인을 매장 밖 주차장으로 데리고 갔다.
계속하여 피고인은 같은 날 18:32경 위 마트 주차장에서, 피해자에게 "씨발놈. 죽여 버린다. 내가 너를 죽이는 거는 간단해."라고 말하며 피해자에게 시비를 걸었고, 피해자가 어이없어 하면서 말대꾸조차 하지 않고 돌아서자 격분하여 피해자를 부엌칼로 찔러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오른손으로 가슴 속에 품고 있던 부엌칼을 꺼내고 왼손으로 피해자의 왼쪽 어깨를 잡은 다음 피해자의 왼쪽 귀 옆 뒷머리 부분을 1회 찌르고 재차 피해자를 찌르려고 다가갔으나, 이에 놀란 피해자가 뒤로 피하고 주변에 위 마트 직원인 J, K, L 등 사람들이 모여들자 도망하였다가 같은 날 18:45경 천안시 동남구 G에 있는 M다방에서 경찰관에게 체포되었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를 부엌칼로 찔러 살해하려 하였으나 피해자에게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후두부 두피 열상을 가하는 데 그침으로써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미수에 그쳤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이 이 법정에서 한, 판시 일시 · 장소에서 피해자를 칼로 찌른 사실이 있다는 취지의 진술
1. 증인 I, E, F의 각 법정진술
1. J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의 진술기재
1. 검찰 수사보고서(I 상해진단서 첨부보고), 수사보고서(피해자의 상해 정도 등 확인 보고)의 각 기재
1. J, K, L이 작성한 각 자술서의 각 기재
1. 사진 10매(칼에 찔린 상처, 범행도구 사진), 상해부위도 그림, 범행현장 녹화 CCTV의 각 영상
1. 압수된 부엌칼 1자루(증 제1호) 및 수건(증 제2호)의 각 현존
1. 판시 전과 : 범죄경력조회, 처분미상전과 확인보고, 수사보고서(출소일자 확인보고), 수사보고서(피의자에 대한 최근 판결문 첨부보고)의 각 기재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2. 누범가중
3. 몰수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관한 판단
1. 피고인 및 변호인 주장의 요지
피고인 및 변호인은, 피고인이 술에 만취한 상태에서 부엌칼로 피해자를 찌른 사실은 있지만, 피해자를 죽이려는 살인의 고의는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2. 판단
가. 무릇 살인죄에 있어서 살인의 범의는 반드시 살해의 목적이나 계획적인 살해의 의도가 있어야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타인의 사망의 결과를 발생시킬 만한 가능성 또는 위험이 있음을 인식하거나 예견하면 족한 것이고 그 인식이나 예견은 확정적인 것은 물론 불확정적인 것이라도 이른바 미필적 고의로 인정되는 것인바, 피고인이 범행 당시 살인의 범의는 없었고 단지 상해 또는 폭행의 범의만 있었을 뿐이라고 다투는 경우에 피고인에게 범행 당시 살인의 범의가 있었는지 여부는 피고인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범행의 동기, 준비된 흉기의 유무 · 종류 · 용법, 공격의 부위와 반복성, 사망의 결과발생 가능성 정도 등 범행 전후의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대법원 2002. 2. 8. 선고 2001도6425 판결 등 참조).
나.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범행 당시 피고인에게 살인의 범의가 있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1) 피고인은 E, F이 H마트에서 종업원으로 일하여 벌어온 월급을 가져갔는데, E, 이 피해자로부터 마지막 달의 월급을 받아 가출하자, 피해자가 E, F의 가출을 도왔다고 생각하였고, 피해자에게 E, F의 월급을 가불하여 달라고 하였다가 거절을 당한 기억 때문에 피해자에 대하여 앙심을 품고 있는 상태였다.
2) 피고인은 그러한 상황에서 이 사건 당일 16:00경 피해자를 찾아가 "FO, E이 월급을 왜 애들에게 줬냐. 부모는 나인데 나에게 줘야지. 넌 밤길 조심해라. 내가 한 가닥 하던 놈인데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일 수 있다."고 말하였고, 18:15경 다시 피해자를 찾아가 "너는 새끼야, 죽일 수도 있어, 조심해. 애들 어디 있냐."고 말하였으며,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르기 직전에도 피해자에게 "씨발놈 죽여 버린다. 내가 너를 죽이는 거는 간단해."라고 말하는 등 피해자에게 반복적으로 죽이겠다는 말을 하였다.
3) 피고인이 집에 있던 부엌칼을 평소 집에서 이용하던 빨간색 수건에 감싸 피고인의 가슴팍에 숨긴 채로 피해자를 찾아갔고, 당시 피고인과 달리 원한관계에 있던 사람이 있지도 않았던 점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은 이미 피해자를 찾아가기 전부터 피해자에게 위 부엌칼로 위해를 가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위 부엌칼을 집에서 미리 준비한 것이 아니라고 변소하고 있으면서도, 위 부엌칼을 소지하게 된 경위에 대하여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즉, 피고인은 경찰에서는 피해자와 실랑이를 벌이다가 화가 나 뭐라도 주워서 그것으로 피해자를 때려야겠다는 생각에 주변을 살펴보던 중 N식당과 세탁소 사이의 골목길 들어가는 길 옆에 꼬챙이 같은 것이 보여 그것으로 피해자의 뒤통수 부위를 찔렀고, 나중에 정신을 차리고 나서야 손에 들고 있던 것이 과도인 것을 알게 되었고, 그 과도는 집에서 갖고 나온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진술(증거기록 53면, 84면)하였다.가, 검찰에서는 파도를 꼬챙이로 알고 주운 기억은 있지만 그것으로 피해자를 찌른 기억은 나지 않는다고 진술(증거기록 133면, 192면)하였고, 다시 이 법정에 와서는 아예 피해자와 이 사건 당일 16:00경에 말싸움을 한 이후부터 M다방에서 체포되기 전까지의 상황이 통째로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하는 등 일관성 없는 변명을 하고 있다. 그리고 당시 피고인과 대화를 나누었던 증인 I의 법정진술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거나 손에 들고 있는 물건이 칼인지 꼬챙이인지 분간하지 못할 정도로 만취하여 있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따라서 위에서 인정한 것과 달리 부엌칼을 꼬챙이로 알았다거나, 당시 상황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의 피고인의 변소는 믿기 어렵다.
4) 피고인은 피해자와 대면한 상태에서는 가슴팍에서 칼을 꺼내지 않고 있다가, 피고인과 마주본 상태에서 이야기를 하던 피해자가 뒤로 돌아서자, 피고인이 과도를 소지하고 있는 것을 전혀 알지 못하여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던 피해자의 등 뒤에서 피해자의 뒷머리 부위를 찔렀고, 이어서 피해자를 2차례 더 찌르려고 하였다.
5) 피고인이 사용한 부엌칼은 칼날길이 13.5cm의 날이 예리한 칼로 사람의 생명에 치명적인 해를 가할 수 있는 흉기이고, 피해자가 칼로 찔린 부위는 목 윗부분으로, 다행히 위 부엌칼이 두개골에 막혀서 상처 부위가 그리 크거나 깊지는 않았지만, 피해자가 자칫 목 부위를 깊이 찔렸더라면 신경이나 혈관에 손상을 입어 생명에 위험이 초래될 수 있었고, 위와 같은 위험성은 평균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다. 따라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양형의 이유
[처단형의 범위] 징역 5년 ~ 50년
[유형의 결정] 살인범죄(미수범)의 제2유형(보통 동기 살인)
[권고형의 범위] 징역 5년 ~ 8년 8월(기본영역인 3년 ~ 8년 8월을 적용하되, 법률상 처단형의 하한에 따름)
[일반가중요소] 특강(누범)에 해당하지 않는 이종누범, 누범에 해당되지 않는 동종 및 폭력 실형 전과(집행종료 후 10년 미만)
[선고형의 결정] 징역 5년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은 자칫하면 사람의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었던 위험한 행위이다. 피고인은 의붓딸들의 노동으로 얻은 월급을 가져가던 중 의붓딸들이 더 이상 피고인의 횡포를 참지 못하고 가출을 하게 되자, 의붓딸들의 직장 상사로서 의붓딸들에게 도움을 주었을 뿐 피고인에게 아무런 해도 끼친 적이 없는 피해자에게 부당하게 분풀이를 하다가 이 사건 범행에까지 이르게 되었는바, 위와 같은 범행의 동기에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참작할 만한 아무런 사정도 엿보이지 아니한다.
여기에다가 피고인에게 십수 차례의 폭력 전과가 있는 점, 특히 공용물건손상죄로 실형을 복역하고 누범 기간 중에 있으면서도 또다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점, 피고인은 피해 회복을 위하여 아무런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고, 피해자도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고 있는 점 등을 더하여 보면 피고인을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
그 밖에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조건 및 배심원들의 양형 의견을 참작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배심원 평결과 양형 의견
1. 유·무죄에 대한 평결
배심원 전원 : 유죄
2. 양형에 대한 의견
징역 8년(1명), 징역 6년(2명), 징역 5년(3명), 징역 4년(1명)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판사안병욱
판사홍진영
판사김병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