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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수원지방법원 2017. 6. 30. 선고 2016노6580 판결
[일반교통방해][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쌍방

검사

최정민(기소), 김유나(공판)

변 호 인

법무법인 여는 담당변호사 박다혜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1) 이 사건 집회·시위의 배경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노총’이라 함)은 2015. 9. 14.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이하 ‘노사정위원회’라 함)에서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원칙적으로 합의하자, 노사정위원회의 합의는 ‘야합’이라고 강력하게 반발하며 ‘정부의 후속조치 저지를 위해 강경투쟁한다’는 방침 아래 투쟁활로 모색에 주력하였으나, 노사정위원회의 합의로 인해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아지자 그에 따라 투쟁동력도 저하되었다.

그러자 민노총은 매년 전태일 사망일(1970. 11. 13.) 전후로 민노총 주최로 진행되던 ‘전국노동자대회’를, ‘쌀값 하락, 한중 FTA 비준, TPP 가입’ 등에 반발하던 ○○○○○총연맹 등 농민단체, ‘구△△당 해산, 사드배치’ 등에 반대하던 □□□□연대,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던 ◇◇◇◇ ◇◇◇◇ 등 시민·사회단체들과 연대하여 대규모 ‘민중총궐기 대회’로 개최하기로 하고, 2015. 9. 22. 총 53개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민중총궐기투쟁본부(공동대표 공소외인)’를 출범시키면서 ‘모이자 서울로! 가자 청와대로! 뒤집자 세상을!’이라는 제하의 ‘민중총궐기투쟁본부 발족 선언문’을 발표하고, 10만 명 참가를 목표로 하는 ‘2015. 11. 14. 민중총궐기 대회’ 개최를 선언하였다.

‘민중총궐기투쟁본부’는 2015. 11. 14. 노동(서울광장)·농민(서울 태평로)·시민(대학로 마로니에공원)·청년(대학로 마로니에 공원)·빈민(서울역 광장) 총 5개 부문별로 해당 장소에서 사전집회를 진행한 후, 같은 날 16:00경 광화문광장에 집결하여 본집회인 ‘박근혜 정권 퇴진! 뒤집자 재벌세상 민중총궐기 대회’를 진행하기로 계획하였다. 이에 따라 각 부문별 사전집회를 진행하고, 각 부문별 사전집회에 참가하였던 집회참가자 총 68,000여 명은 광화문광장에서 본집회를 개최하겠다며 같은 날 16:40경 태평로 일대를 점거한 채 광화문광장 쪽으로 행진하다가 금지통고된 행진임을 이유로 이를 제지하는 경찰과 충돌하였다.

2) 범죄사실

피고인은 민노총 산하 금속노조 ☆☆자동차지부 ▽▽지회 상근간부로서 ‘대외협력실장’의 직책을 맡고 있는 사람이다.

피고인은 2015. 11. 14. 14:00경 서울 중구 태평로 소재 서울시청 부근 호텔 앞에서 ☆☆자동차지부 ▽▽지회 조합원들과 함께 내려 위 시위대에 합류하였다.

피고인은 그 무렵부터 그날 18:50경까지 서울 중구 태평로 앞에 설치된 경찰 1차 차벽 앞 등지에서 위 집회 참가자 68,000여 명과 함께 도로의 전 차로를 점거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위 집회 참가자들과 공모하여 육로를 불통하게 하는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하였다.

2. 항소이유의 요지

1) 피고인

(1)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은 이 사건 집회의 단순참가자로서 이미 경찰이 차벽을 설치하여 차량의 소통이 전면 차단된 이후에 집회 참가자들의 대열에 합류하였다. 피고인의 행위로 인하여 교통이 방해되었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에게 일반교통방해의 고의가 있다고도 할 수 없다.

(2)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벌금 1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검사

원심이 선고한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3.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시위대가 금지된 행진을 시작함으로써 도로의 교통을 현저하게 곤란하게 하는 상태가 발생되었고, 차벽은 피고인 등 집회참가자들이 신고된 행진경로를 현저히 벗어나 진행함으로써 초래된 결과라는 점을 근거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2) 당심의 판단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에 부족한데도 원심판결은 이를 유죄로 인정하였으므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따라서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다.

① 피고인은 15:00경부터 16:00경까지 태평로에 있었던 사실만 인정하고 있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14:00경부터 18:50경까지 이 사건 집회에 참가한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원심에서도 피고인이 15:00경부터 16:00경까지 태평로에서 차로를 점거한 범죄사실로 유죄를 인정했고, 검사도 이에 관하여 항소하지 않았다.

② 이 사건 집회 당일 차벽설치 경과는 다음과 같다. 2015. 11. 14. 14:25경부터 민주노총 산별노조 중 금속노조원 등 약 1,500명은 서울광장 앞 세종대로 중 광화문 방향 전(전) 차로를 점거하였다. 이에 경찰은 14:39경 서울파이낸스센터빌딩 앞 세종대로에 설정하였던 질서유지선을 한국프레스센터 앞으로 옮겼다. 14:50경 플랜트건설노조원 약 4,500명이 서울광장 앞 세종대로를 점거하고 있던 금속노조 시위대에 합류하여 서울광장 앞 세종대로 전(전) 차로가 점거되었다. 14:55경 시위대 약 6,000명이 광화문 방면으로 행진하기 시작하여 한국프레스센터 앞 질서유지선을 침범하고 서울파이낸스센터빌딩 앞 도로까지 점거하자, 경찰은 14:56경 세종대로 사거리 남단에 경찰버스를 이용하여 차단벽을 설치하였고, 15:03경 세종로파출소와 청계남로를 잇는 지점에도 차벽트럭을 이용하여 차벽을 설치하기 시작하였다.

③ 피고인은 현장에 늦게 도착하여 사전집회에는 참가하지 못하였고, 서울시의회 부근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집회 참가자들과 합류하여 광화문 방향으로 행진하였으나 차벽에 막혀 행진을 멈추었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222, 223쪽). 관련 사건의 판결문[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고합12, 2016고합46(병합), 2016고합102(병합) ]에서 차량의 소통이 확인되는 마지막 시각과 장소는 14:48경 플라자 호텔 옆 세종대로인데, 이는 피고인이 시위에 합류한 시각과 장소(15:00경 서울시의회 앞)와는 거리가 있다. 피고인의 행진 모습이 촬영된 시각은 15:03경이고, 피고인이 촬영된 사진에는 차량의 교통이 보이지 않는다(증거기록 8 ~ 11쪽). 15:04경 차벽이 설치된 장소 부근을 촬영한 영상(증 제4호증의 1, 2, 공판기록 154쪽)에도 차량의 교통은 보이지 않는다. 위와 같은 사정들과 이미 14:39경부터 한국프레스센터 앞 세종대로를 횡단하는 질서유지선이 설치되어 있었던 점, 14:56경 세종로사거리 남단에 동서방향으로 차벽이 설치되어 그 무렵부터는 세종대로 남북방향의 교통은 완전히 차단된 것으로 보이는 점, 통상적으로 차량의 교통을 막은 다음 차벽을 설치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시위대에 합류하기 이전에 피고인이 행진한 장소(세종대로 중 서울시의회 앞 도로부터 코리아나호텔 앞 도로까지) 부근의 차량의 교통은 완전히 통제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④ 이미 교통의 흐름이 완전히 차단된 상태의 도로를 다수인이 행진하여 점거하는 것은 교통방해의 추상적 위험조차 발생시키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피고인은 경찰의 교통통제 및 차벽설치로 인하여 교통의 흐름이 완전히 차단된 상태에서 도로로 걸어 나간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그것만으로는 교통방해의 위험을 발생시켰다고 평가할 수 없다. 한편 승계적 공동정범을 인정하지 않는 확립된 법리에 따르면, 집회참가자들의 도로점거가 완료된 이후에야 시위에 합류한 피고인에게 차벽 설치 전 다른 집회참가자들이 행한 도로점거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또한 피고인이 다른 집회참가자들과 도로점거를 사전에 공모하였다는 점에 관한 아무런 증거가 없는 이상 일반교통방해죄의 공모공동정범의 죄책도 물을 수 없다.

5. 결론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으므로 쌍방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제1항 기재와 같고, 제3항 기재와 같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에 의하여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김동규(재판장) 우상범 박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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