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파라곤릴로케이션홀딩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중 외 1인)
피고
주식회사 디에스피릴로케이션스코리아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광장 담당변호사 김새미 외 1인)
변론종결
2016. 3. 25.
주문
1. 원고와 피고 사이의 아일랜드 더블린 국제중재위원회 중재사건에 관하여 중재인 소외인이 2014. 8. 7.에 한 별지 기재 판정주문의 중재판정에 기한 강제집행을 허가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3.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인정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원고는 주재원들의 주거정착 서비스 및 그에 관한 기업 컨설팅을 목적으로 아일랜드 법률에 의하여 설립된 법인이고, 피고는 외국기업 주재원 컨설팅업 등을 목적으로 대한민국 법률에 의하여 설립된 법인이다(피고의 상호는 2008. 6. 2. 주식회사 지알에스아시아에서 주식회사 파라곤릴로케이션코리아로, 2013. 4. 15. 피고로 각 변경되었다).
나. 원·피고 사이의 계약과 중재조항
원고는 2008. 3. 18. 피고와, 원고가 피고에게 라이선스와 가맹점 운영권을 제공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계약서에는 분쟁해결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15.16 (분쟁해결) | |
a. 여하한의 청구, 분쟁 또는 논쟁이 발생하는 경우, 이와 같은 분쟁, 논쟁 또는 청구가 (아래 정의된 바와 같은) 예외적인 분쟁인 경우를 제외하고, 당사자들의 대표는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 당사자로부터 미팅 제안에 관한 서면 통지를 수령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면대면(face-to-face)으로 또는 이와 유사한 방법의 미팅으로 협의해야 한다. 청구, 분쟁 또는 논쟁이 위 서면 통지를 수령한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양 당사자들이 만족할 정도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 당사자 일방은 본 계약 제15.16(b)절에 규정되어 있는 바와 같이 진행할 수 있다. | |
b. 당사자들은 당사자들 및 당사자들을 통해 청구를 제기하는 자를 위하여, 본 계약의 체결, 해석, 이행, 불이행, 해지 또는 무효로부터 또는 이와 관련하여 발생하는 본 계약의 제15.16(a)절에 따라 해결되지 않은 여하한의 분쟁, 논쟁 또는 청구는 국제상공회의소(이하 ‘ICC') 중재규칙에 따라 ICC 중재를 통해서만, ICC 규칙에 따라 임명되는 한 명 또는 그 이상의 중재인에 의해 최종 해결하기로 한다. 단, ICC 규칙 및 본 계약의 조건간에 충돌이 발생하는 경우 본 계약의 조건이 우선한다. 중재지는 아일랜드 공화국, 더블린으로 한다. |
다. 이 사건 중재절차
1) 원고와 피고 사이에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할 수수료와 관련한 분쟁이 발생하여 원고와 피고는 2013. 1.경부터 2013. 4.경까지 이메일을 통하여 적정 수수료에 대하여 논의하였으나 합의에 실패하였다.
2) 이에 원고는 2013. 7. 7. 아일랜드 더블린에 소재한 THE CHARTERED INSTITUTE OF ARBITRATORS(이하 ‘CIARB’라 한다) 아일랜드 지부에 중재신청을 하였다.
3) CIARB 아일랜드지부장은 2013. 8.경 소외인을 중재인으로 선정하였다.
4) 중재인은 2013. 10. 18. 피고에게 이메일로, 자신이 원·피고 사이의 위 프랜차이즈 계약 제15.16조에 따라 CIARB 아일랜드지부장으로부터 중재인으로 지명되어 이를 수락하였다는 점을 알리면서 2013. 10. 29. 아일랜드 더블린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사건진행을 위한 예비미팅을 개최할 것을 제안하였고, 같은 날 원고의 요청에 따라 예비미팅 날짜를 2013. 11. 5.로 연기하는 것에 이의가 있는지 확인을 요청하였다.
5) 피고는 2013. 10. 25.과 2013. 10. 29. 중재인에게, 더블린에서 열리는 예비미팅에 참석할 이유가 없다고 하면서, 그 대신 진술서와 증거, 자료를 제출하겠으며 필요한 경우 피고의 중재신청서를 제출하겠다는 이메일을 보냈다. 이후 중재인은 예비미팅 일정을 2013. 11. 12.로 연기한 후 2013. 11. 4.과 2013. 11. 5. 피고에게 이를 통지하였다.
6) 중재인은 2013. 11. 12. 아일랜드 더블린에 있는 사무실에서 예비미팅을 개최하였는데, 원고 대리인만 참석하고 피고는 참석하지 않았다. 중재인은 예비미팅에서 분쟁의 실체에 적용할 법은 아일랜드법이고, 절차는 ICC 규칙에 따라야 함을 밝히면서, 2013. 11. 12. 서면 제출과 구두 변론 방식으로 이 사건 중재절차를 진행하기로 결정하고, 심문기일은 2014. 4. 14. 더블린에서 진행하기로 잠정적으로 정하였으며 교환한 서면형식과 날짜 등 향후의 세부일정을 기재한 절차협의서를 작성하고 이를 원·피고에게 고지하였다.
7) 원고는 2013. 12. 3.자 신청서(Points of Claim)를 제출하였고, 이에 피고는 2013. 12. 20.자 답변서(Points of Deffence)와 반대신청서(Points of Claim)를 제출하였으며, 원고의 2014. 2. 3.자 세부내역에 대한 통지서(Notice for Particulars)에 대하여 2014. 2. 11.자 세부내역 답변서(Response to Notice for Particulars)를 제출하였다.
8) 원고 대리인이 2014. 4. 14.로 잠정적으로 정해진 심문기일의 변경을 요청하자, 피고는 2014. 4. 11.경 중재인에게 원래 예정되어 있던 2014. 4. 14.에 진행할 것을 희망하면서 서면제출 방식으로 기일을 진행해 달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원고 대리인은 2014. 4. 12. 피고에게 2014. 7. 7.에서 2014. 7. 11. 사이로 기일을 변경하는 것이 가능한지를 묻는 이메일을 보냈고, 이에 대해 피고는 2014. 4. 15. 가능한 빠른 날짜로 기일을 정하고 서면공방으로 진행하기를 희망한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으며, 2014. 4. 18.에는 원고 대리인에게 재차 심문기일에 참석하지 않을 것임을 밝히면서 서면공방으로 진행할 것을 제안하고 구두변론이 필요하다면 화상회의를 하자고 제안하였다. 원고 대리인은 중재인에게 피고의 화상회의 제안 요청을 전달하면서 원고는 화상회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재인은 피고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2014. 7. 7. 더블린에 있는 중재센터에서 구두 변론에 의한 심문기일을 열고, 원고측만 참석한 상태에서 기일을 진행하였다.
9) 중재인은 2014. 8. 7.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여 별지 기재와 같은 내용의 중재판정(이하 ‘이 사건 중재판정’이라 한다)을 하였다. 결정이유서에는 “피신청인(피고)은 반박서면을 2013. 10. 20. 또는 그 무렵 제출하였고, 이것은 본질적으로 여러 가지 이유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반대청구를 수반하는 부인(traverse)이다.”라고 기재되어 있을 뿐 그 이외 피고 주장에 대한 상세한 판단은 기재되어 있지 않다.
라. 「외국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협약(The 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Recognition and Enforcement of Foreign Arbitral Awards, 이하 ‘뉴욕협약’이라 약칭한다)」 적용
1) 대한민국은 1973. 2. 8. ① 다른 가입국의 영토 내에서 내려진 중재판정에 한하여, 또한 ② 대한민국법상 상사관계에 관한 분쟁에 한하여 이를 적용한다는 유보선언 하에 뉴욕협약에 가입·비준하였고, 위 협약은 1973. 5. 9. 조약 제471호로 발효되었다.
2) 이 사건 중재판정이 내려진 아일랜드는 뉴욕협약 가입국이다.
마. ICC 중재규칙
이 사건과 관련된 ICC 중재규칙은 다음과 같다.
제4조 중재신청 | |
1. 중재규칙에 의하여 중재를 하고자 하는 자는 내부규칙에 기재된 사무실을 통하여 사무국에 중재신청서를 제출하여야 한다. 사무국은 신청인 및 피신청인에게 신청서의 접수사실 및 접수일자를 통지하여야 한다. | |
제6조 중재합의의 효력 | |
2. 당사자들은 본 중재규칙에 따른 중재에 합의함으로써 중재를 중재법원이 관리하는 것에 동의하였다. | |
제12조 중재판정부의 구성 | |
중재인의 수 | |
1. 분쟁은 단독중재인 또는 3인의 중재인에 의하여 해결되어야 한다. | |
2. 당사자들이 중재인의 수에 합의하지 못한 경우에는 중재법원은 분쟁이 3인의 중재인을 선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단독중재인을 선정하여야 한다. (이하 생략) | |
제13조 중재인의 선정 및 확인 | |
1. 중재인을 확인하거나 선정함에 있어 중재법원은 중재인 후보자의 국적, 거주지, 당사자나 다른 중재인의 국적이 있는 국가와의 기타 관계 및 중재규칙에 의하여 수행할 수 있는지 여부와 중재를 수행할 능력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 | |
5. 단독중재인 또는 의장중재인은 당사자와는 다른 국적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적절한 사정이 있는 경우, 중재법원이 지정한 기간 내에 어느 당사자도 반대의 의사를 표시하지 아니하면 중재법원은 당사자와 같은 국적을 가진 단독중재인 또는 의장중재인을 선정할 수 있다. | |
제26조 심리 | |
1. 심리가 열리게 될 경우, 중재판정부는 당사자들에게 적당한 통지를 하여 중재판정부가 정한 일시와 장소에 출석하도록 하여야 한다. | |
2. 당사자 일방이 정식으로 소환되었음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아니한 경우, 중재판정부는 그 당사자 없이 심리를 진행할 권한을 가진다. | |
3. 중재판정부는 심리를 전적으로 관장하며, 모든 당사자는 심리에 참석할 자격이 있다. 해당 중재와 관련 없는 사람은 중재판정부와 당사자의 승인 없이는 심리에 참석할 수 없다. | |
4. 당사자는 본인이 직접 또는 적법하게 권한을 부여받은 대표자를 통하여 출석할 수 있다. 또한, 당사자는 자문을 받을 수 있다. | |
제39조 포기 | |
중재에 적용되는 본 중재규칙 또는 그 밖의 다른 규칙과 규정, 중재판정부의 지시, 중재판정부의 구성이나 절차 진행과 관련한 중재합의 상의 요건 등이 지켜지지 않는 데 대하여 당사자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중재절차를 계속 진행하면 이의할 권리를 포기한 것 으로 간주된다. | |
제31조 판정 | |
2. 판정에는 그와 같은 판정을 내린 이유가 기재되어야 한다. |
【인정근거】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6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을 제1 내지 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이 사건 중재판정의 대상이 된 분쟁은 대한민국 상법상 상사관계에 관한 분쟁이고, 이 사건 중재판정이 내려진 아일랜드가 뉴욕협약의 가입국인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 사건 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하여는 뉴욕협약이 적용된다.
원고는 뉴욕협약 제4조에서 정한 중재판정 등본과 번역문(갑 제15호증의 1, 2), 중재조항이 포함된 계약서 등본과 그 번역문(갑 제16호증의 1, 2)을 각 제출하였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중재판정은 뉴욕협약이 정하는 바에 따라 대한민국에서 집행할 수 있다.
3. 피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
가. 피고의 주장
이 사건 중재절차는 원고와 피고의 중재합의와 전혀 무관한 내용일 뿐 아니라 중재판정부 구성이나 중재절차 역시 당사자간의 합의의 내용을 무시한 위법한 것이다. 즉, 원고와 피고는 ICC 중재규칙에 따라 선정된 1인 또는 복수의 중재인에 의해 분쟁을 해결할 것을 합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ICC 중재규칙상 중재인 선정 절차와 무관하게 CIARB 아일랜드지부장이 이 사건 중재인을 선정하였고, 피고는 중재인 선정 절차에 관하여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하여 중재인 선정절차에서 배제되었다. 또한 피고는 중재인에게 화상회의나 서면심리를 요청하였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아 예비미팅은 물론 심리기일에서도 배제되었다.
원고와 피고의 중재합의에 의하면, 이 사건 중재절차는 ICC 중재규칙에 따라야 하는데, 원고가 ICC가 아닌 CIARB 아일랜드지부에 중재신청을 함으로써 신청서 제출, 중재인 선정, 중재위탁요지서 제출, 중재판정 검토 등 모든 절차에서 ICC 중재규칙을 지키지 않았으며, 원고와 피고는 분쟁 발생시 먼저 대면협의를 통하여 분쟁을 해결하는 절차를 거치고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 비로소 중재신청을 할 수 있는데, 원고는 대면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중재신청을 하였다.
나아가 중재인은 피고가 반대신청을 하였음에도 중재판정서에 반대신청에 관한 이유기재를 누락하였다.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중재판정에서 인용된 금액 716,423,00유로는 피고의 연매출이 10억 원 정도임에 비추어 현저하게 과다하고, 특히 위 금액 중 360,000유로는 경업금지의무 및 기타 의무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인데, 소규모 영세업체인 피고에게는 부당하게 과다하고, 우리 민법상 부당하게 과다한 손해배상액의 경우 법원이 적당히 감액할 수 있는 점( 민법 제938조 제2항 )과 손해의 분담에 있어서 비례의 원칙을 유지하는 우리나라 민사법의 기본 태도를 고려할 때 피고에게 위 손해배상금 전액의 지급을 명하는 것은 우리나라 손해배상법의 기본원칙에 반한다. 또한 이 사건 중재판정은 “미래계약가치(Value of future Contract)", "계약위반에 따른 통상 손해배상액(General Damages for breach of agreement)"이라는 불문명하고 자의적인 항목을 기초로 226,000유로를 피고에게 부담시키고 있는데 그 손해액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산정되었는지에 관하여 설명하고 있지 않는 등 실체적, 절차적인 면에서 우리나라의 공공질서에 반한다.
결국, 이 사건 중재판정은 중재판정의 집행 거부사유인 뉴욕협약 제5조 제1항 가호(중재합의의 무효), 나호(방어권 침해), 라호(중재인 선정 및 중재절차의 위법), 제5조 제2항 나호(공서양속 위반)에 해당하여, 이 사건 중재판정의 집행은 거부되어야 한다.
나. 판단
1) 뉴욕협약 제5조 제1항 가호 해당 여부
원고와 피고는 당초 위 프랜차이즈 계약 시 분쟁을 ICC 중재로 해결하기로 하였는데, 원고가 약정과 달리 CIARB 아일랜드지부에 중재신청을 한 사실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으나, 원고와 피고가 계약상 분쟁을 소송이 아닌 중재에 의하여 해결하기로 합의한 이상, 중재신청이 당사자간 합의와 다른 중재기관에 제기되어 진행되었음은 별론으로 하고 중재합의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고, 나아가 위 중재합의가 무효라고 볼 증거도 없다.
2) 뉴욕협약 제5조 제1항 나호 해당 여부
가) 뉴욕협약 제5조 제1항 나호에 의하면, 중재판정이 불리하게 원용되는 당사자가 중재인의 선정이나 중재절차에 관하여 적절한 통고를 받지 아니하였거나 또는 기타 이유에 의하여 방어할 수 없었던 경우에는 집행국 법원이 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을 거부할 수 있게 되어 있는 바, 이 규정의 취지는 위와 같은 사유로 당사자의 방어권이 침해된 모든 경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방어권침해의 정도가 현저하게 용인할 수 없는 경우만으로 한정되는 것이라고 해석된다( 대법원 1990. 4. 10. 선고 89다카20252 판결 ).
원고가 CIARB 아일랜드지부에 중재신청을 함에 따라 CIARB 아일랜드지부장이 중재인을 선정하였고, 그 과정에서 피고는 중재인 선정절차에 관여하지 못하였으며, 이후 절차가 ICC 중재법원이나 사무국의 관여 없이 진행되었고, 예비미팅과 심문기일이 피고의 참석 없이 진행되었음은 위에서 본 바와 같으나, 원고 역시 중재인 선정 절차에는 관여하지 않았으므로 중재인 선정이 당사자 일방만 관여한 채 이루어진 것은 아닌 점, 위와 같이 선정된 중재인에 의하여 심문기일의 지정 및 변경, 서면의 제출 등 모든 절차가 피고에게 통지되었고, 피고도 이에 따라 중재인 혹은 원고와 이메일로 의견을 교환하거나 서면을 제출하는 등으로 절차에 참여하였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뉴욕협약 제5조 제1항 나호 소정의 “당사자가 중재인의 선정이나 중재절차에 관하여 적절한 통고를 받지 아니하였거나 또는 기타 이유에 의하여 응할 수 없었을 것”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3) 뉴욕협약 제5조 제1항 라호 해당 여부
가) 원고와 피고의 중재합의와는 달리 원고가 피고와 대면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CIARB에 중재신청을 하여, CIARB에 의하여 중재절차가 개시되고 중재인이 선정되었으나, 이후 피고는 ICC 규정에 따른 중재인의 안내(통지) 및 심리지휘에 따라, 심문기일에 직접 출석하는 것을 제외하고 답변서(Points of Deffence)와 반대신청서(Points of Claim), 세부내역 답변서(Response to Notice for Particulars)와 자료들을 제출하는 방법으로 위 CIARB의 중재절차에 참여하였음은 위에서 본 바와 같고, 이에 대하여 피고는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중재절차를 계속 진행하여 중재판정까지 받았으므로, 피고는 위 절차에 따라 분쟁을 해결하는 것에 묵시적으로 동의하였거나 적어도 ICC 중재규칙 제39조에 따라 절차에 대한 이의권을 포기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위와 같은 하자는 강행규정 위반에 해당하거나 근본적이고 중대한 절차상 하자로서 치유될 수 없는 성질의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피고는 위와 같은 절차상 하자의 존재를 알지 못하였으므로 이의권 포기·상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나, 위와 같은 하자를 강행규정 위반이라거나 치유될 수 없는 중대한 절차상 하자라고 보기 어렵고, 나아가 피고가 절차상 하자를 알지 못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
나) 또한 중재인은 이 사건 중재판정의 결정 이유에서 피고의 귀책사유로 인한 계약의 종료를 인정하고 피고에 대하여 손해배상금의 지급을 명함으로써 원고의 귀책사유를 전제로 한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할 것이므로, 이는 이유기재가 불완전한 경우에 해당할 뿐 이유기재가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이를 뉴욕협약 제5조 제1항 라호에 해당하는 경우라고 볼 수 없다.
4) 뉴욕협약 제5조 제2항 나호 해당 여부
이 사건 중재판정금 중 손해배상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원고와 피고가 미리 합의한 사항인 점, 피고의 의무위반 사유 및 손해배상금 액수를 종합하여 보면, 피고에게 이 사건 중재판정금의 지급을 명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그 외 피고가 주장하는 사정들만으로는 이 사건 중재판정의 집행이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