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사건
: 1. 서울고등법원 91구21505 거절사정처분취소
(92헌가11)
2. 대법원 92후1660 권리범위확인( 93헌가8 )
3. 대법원 93후107·114 각 의장등록무효
( 93헌가9 ·10)
[주 문]
특허법(1995.1.5. 법률 제489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86조 제1항 및 의장법(1995.1.5. 법률 제489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5조 중 특허법 제186조 제1항을 준용하는 부분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92헌가11 사건
위헌제청신청인(이하 "신청인"이라고만 한다)은 1988.7.7. 특허청에 「수압을 이용, 중력을 동력으로 바꾸는 장치」에 대하여 특허출원을 하였으나 거절사정을 받고 1990.12.28. 위 거절사정에 대한 항고심판(90항원1930)을 청구하였으나 1991.11.30. 청구기각의 심결을 받
자 1992.1.4. 대법원에 상고(92후25)를 하였던바 대법원은 1992.8.18. 신청인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한편, 신청인은 위 항고심판청구와는 별도로 1991.10.14. 서울고등법원에 특허청장을 상대로 위 거절사정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91구21505)을 제기함과 동시에 특허청의 항고심판심결에 대하여는 곧바로 대법원에 상고하도록 되어있는 현행 특허법(법률 제4207호, 이하 단순히 "특허법"이라고 한다) 제186조 제1항의 위헌 여부가 위 행정소송의 적법 여부의 전제가 된다고 주장하면서 같은 법원에 위 조항에 대한 위헌제청신청(91부514)을 하였고, 위 법원은 이를 받아 들여 이 사건 위헌제청을 하였다.
(2) 93헌가8 사건
신청인
은 1985.10.10. 특허청에 "낚시찌"의 제조방법에 관한 발명특허출원을 하여 1988.1.13. 등록 제24832호로 특허되었는데, 그 후 김○철이 새로운 "낚시찌" 제조방법에 관한 발명을 하였다.
신청인으로부터 권리의 대항을 받게된 위 김○철은 특허청에 신청인의 위 제24832호 특허발명에 관한 권리범위확인심판청구(90당323)를 하였고 특허청은 1990.9.2. 위 김○철의 발명이 신청인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신청인은 위 심결에 불복하여 특허청항고심판소에 항고심판을 청구하였으나 1992.9.26. 청구기각의 심결을 받고 대법원에 상고(92후1660)를 제기함과 동시에 위 항고심판심결에 대한 상고제기의 근거가 되는 특허법 제186조 제1항의 위헌여부심판제청을 신청하였는바(93쿠1),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이 사건 위헌제청을 하였다.
(3) 93헌가9 ·10 사건
신청인은 특허청에 최○민의 출원에 의한 등록 제71102호 의장 "오일탱크"와 등록 제86928호 의장 "소음기"에 대하여 각각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였으나, 위 오일탱크에 대하여는 1990.9.21.에, 위 소음기에 대하여는 같은 달 29.에 각각 청구기각의 심결을 받고, 1992.12.19. 그에 대한 항고심판청구마저 모두 기각되자 대법원에 위 최○민을 피상고인으로 하여 각 상고(93후107, 93후114)를 제기하면서 위 항고심판심결에 대한 상고제기의 근거가 되는 현행 의장법(법률 제4208호, 이하 단순히 "의장법"이라고 한다) 제75조 중 특허법 제186조 제1항을 준용하는 부분과 동 특허법조항의 위헌여부심판제청을 각 신청하였고(93쿠2·4)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이 사건 위헌제청을 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따라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특허법(1995.1.5. 법률 제489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86조 제1항 및 의장법(1995.1.5. 법률 제489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5조 중 특허법 제186조 제1항을 준용하는 부분(이하 이 두 법률조항을 "심판대상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각 헌법에 위반되는지의 여부인바, 그 규정내용은 다음과 같다.
특허법 제186조(상고대상 등) ① 항고심판의 심결을 받은 자 또는 제170조 제1항의 규
정에 의하여 준용되는 제51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각하결정을 받은 자가 불복이 있는 때에는 그 심결이나 결정이 법령에 위반된 것을 이유로 하는 경우에 한하여 심결 또는 결정등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다.
2. 위헌심판제청이유와 관계기관 등의 의견
가. 제청법원의 제청이유
(1) 이 사건 심판대상 법률조항에 의하여 특허청의 항고심판의 심결 또는 각하결정에 대하여는 곧바로 대법원에 상고하도록 되어있는 현행 특허사건(의장사건 포함, 이하 같다)의 상고제도로 인하여 국민은 사실심재판에 관한 한 헌법 제27조 제1항에서 보장하고 있는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심판대상 법률조항은 위 헌법조항에 위배된다.
(2) 심판대상 법률조항이 특허사건의 사실심은 특허청 항고심판소의 항고심판이 최종심으로 되도록 하고 있으므로 사법권의 일부가 행정기관인 특허청심판소에 귀속되어 사법권은 법원에 속한다는 헌법 제101조 제1항의 사법국가주의 내지 삼권분립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재판의 전심절차로서만 행정심판을 할 수 있도록 한 헌법 제107조 제3항의 규정에도 위배된다.
(3) 심판대상 법률조항은 다른 행정사건과 달리 특허사건의 당사자에게는 고등법원의 재판을 받을 수 없도록 함으로써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 제11조 제1항의 규정에도 위배된다.
나. 제청신청인들의 의견
제청법원의 제청이유와 같다.
다. 법무부장관의 의견
(1) 현행 특허심판제도에 의하면 특허심판사건의 경우는 일반행정소송사건과는 달리 항고심을 행정부내의 항고심판소에서 법관이 아닌 행정공무원이 준사법적 절차에 의하여 심결하고 상고심만 대법원이 관장하도록 되어 있으나, 헌법상 재판을 받을 권리가 반드시 각급법원의 재판을 모두 받아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며 헌법에는 법원의 3심구조에 관한 규정이 없으므로, 소송구조상 현행 특허심판제도가 고등법원의 재판관할을 배제함으로써 통상의 3심구조에 반한다는 지적은 위헌성 여부와는 관련이 없다.
(2) 우리 헌법에는 강학상 또는 소송실무상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개념인 "사실심"과 "법률심"의 구별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므로 특허사건의 사실심이 법원의 재판관할에서 벗어났다 하여 이를 위헌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을 뿐만 아니라, 특허사건에 관하여도 상고심인 대법원이 일반사건과 마찬가지로 채증법칙위배, 경험칙위배 등을 이유로 하급심인 특허심판소의 사실인정의 잘못에 관하여 사실상 심판을 하고 있으므로 특
허사건의 사실인정의 문제가 법원의 재판관할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도 아니다.
(3) 특허사건의 사실판단에 관하여 법관의 재판을 받을 권리가 제한되었다 하더라도 이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제한으로서 기본권 제한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 할 수 없으며, 최종심인 대법원에서 법률적 판단은 물론 사실문제에 관하여도 간접적으로 판단하게 되므로 현행 특허심판제도가 재판을 받을 권리라는 기본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라. 상공부장관의 의견
(1) 우리 헌법 제107조 제2항을 제3항과 함께 이해하면 행정기관은 행정처분에 대한 다툼을 심리하기 위해 행정심판을 할 수 있되 그 행정심판에 대하여는 대법원에 의한 최종적 심사가 가능하여야 하며 행정기관이 최종적 결정기관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특허법 제186조는 행정기관인 특허청에서 행정심판으로 항고심판을 행하는 것과 이에 불복이 있는 경우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는 헌법 제101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이므로 삼권분립주의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2) 법원의 조직과 심급제도는 입법사항이므로 입법자가 법률에 의하여 상고 이유를 제한하는 것은 합헌이며, 특허사건에 대하여 법원의 최종판단이 보장된다면 재판청구권이라는 기본권의 본질적 침해가 되지 아니한다.
(3) 법관에 의한 사실심리의 기회보장이 재판청구권의 일부를 구성한다는 전제하에 특허법 제186조가 이를 제한하는 법률이라 할지라도, 이는 특허분야의 기술성·전문성으로 인하여 특허쟁송의 기술적 사실판단을 법관으로만 구성된 법원에 맡기는 것보다 기술전문가로 구성된 심판기관에 맡기는 것이 사실판단의 정확성과 절차의 신속성 및 소송경제적인 측면에서 합당하다는 입법정책판단에 기초한 것으로서 그 제한이 방법의 적절성, 피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 등 비례의 원칙에 어긋나지 아니하므로 합헌이다.
(4) 특허법 제186조 제1항은 1946년 구 특허법 제정당시부터 규정되어 40년 이상 특허사건에 대한 재판의 근거가 되어온 규정으로서 이와 같은 헌법관행으로도 그 합헌성이 충분히 인정되어 왔을 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소가 확립한 합헌해석의 원칙에 비추어 보아도 합헌성이 인정되는 것이다.
마. 특허청장의 의견
(1) 특허심판은 헌법 제107조 제3항에 규정된 재판의 전심절차로서의 행정심판에 해당한다. 이러한 행정심판의 경우, 그것이 대법원의 최종심을 인정하는 한, 헌법상의 삼권분립의 원칙 내지 사법국가주의의 이념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다.
(2) 우리 헌법은 심급제도에 관한 직접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여 심급제도는 대
법원이 행하는 최종심으로 연결되는 한 쟁송제도의 취지와 기능에 따라 법률로 정할 수 있는 입법사항이라고 해석되므로, 헌법 제27조 제1항에 규정된 재판을 받을 권리가 대법원과 각급법원의 재판을 모두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3) 특허법 제186조 제1항에서 「심결이나 결정이 법령에 위반된 것을 이유로 하는 경우에 한하여」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은, 특허심판사건의 경우 심판소 또는 항고심판소가 사실인정의 기능을 주로 수행함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하겠으나, 그렇다고 하여 최종심인 대법원에 의한 사실심리의 기회가 부정된 것은 아니다. 상고심인 대법원은 원심이 적법하게 인정하지 아니한 사실에 대하여는 기속되지 아니하므로 법률심인 대법원이 법령위반 여부를 심리하기 위하여는 사실이 적법하게 인정된 여부도 심리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사실을 증거에 의하여 인정하는 경우에는 원심의 사실인정이 소송법상의 증거조사의 규정에 비추어 적법한지, 사실인정의 과정이 논리와 경험법칙에 맞는지, 사실인정의 절차와 방법에 관하여 채증법칙위반·이유불비·이유모순·심리미진·석명의무불이행 등은 없는지의 여부 등과 같은 사실인정의 적법성을 심리하기 위하여는 사실의 인정과정은 물론 계쟁사실을 검증하지 아니할 수 없다. 따라서 최종심으로서의 대법원이 법령위반 여부를 심리하기 위해서는 사실인정의 당부를 심리할 수밖에 없으므로, 특허법의 위 조항으로 말미암아 특허심판사건에 있어서 사실인정에 관하여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박탈되고 있다는 신청인의 주장은 형식논리에 치우쳐서 재판의 실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서 잘못된 것이다.
(4) 현행 특허심판제도에 의하여 법원의 사실심 수행기능이 부분적으로 제한되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국민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헌법규정과 이념에 반드시 어긋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헌법 제27조 제1항은 재판을 받을 권리에 있어서 재판의 내용과 절차를 입법사항으로 정하고 있으므로, 재판의 종류와 내용, 심급과 절차, 사실관계 및 법률관계에 관한 판단주체 사이의 권한의 배분 등은 입법자가 재판을 받을 권리를 최대한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수단을 입법정책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위임된 입법재량에 속한다. 현행 특허심판제도는 특허관계의 심판에는 고도의 전문적 기술적 판단이 요구된다는 점을 고려하여 제헌이후 줄곧 전문심판기관에 의한 2단계의 행정심판을 전제로 대법원을 최종심으로 하는 특별행정쟁송의 체제를 유지하여 왔는바, 이는 심판기관이 법원이 아닌 행정기관이므로 판단주체의 지위와 관련하여 심판의 공정성은 다소 저하될 수 있으나, 이 점은 심판절차를 준사법절차화하여 보완하는 대신, 사실인정에 관한 판단을 전문 기술분야의 지식과 능력을 갖춘 행정부 내의 전문심판기관에 분담시킴으로써 소송제도가 추구하여야 할 적정성·신속성·경제성의 이상과 공정성의 이상을 비교형량하여 서로 조화롭게 실현하도록 하여, 특허 등의 산업재산권 분쟁에 관하여 국민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오히려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합헌적인 제도이다.
바. 대한상공회의소의 의견
특허법 제186조 제1항은 위헌이라고 선언하는 것은 법이론적 측면에서는 수긍할 수 있는 긍정적인 면이 있으나, 특허사건의 사실판단을 기술을 모르는 일반 법률가 출신의 법관에게 맡긴다면 적정한 판단을 기대하기 어렵고, 쟁송단계가 늘어남으로 인하여 분쟁해결이 지연되며, 그만큼 당사자의 비용이 증가할 것이므로 당사자의 권리구제나 국내산업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특허사건에 대한 쟁송제도가 갑자기 바뀜에 따라 산업계에 혼란과 부담을 초래하여 결과적으로 국내산업의 기술경쟁력을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
따라서 현행 특허심판제도는 입법정책적 측면에서 개선하는 것이 위헌판결을 전제로 일반법원에서 심판받도록 하는 것보다 나은 것으로 사료된다.
사. 대한변리사회의 의견
상공자원부장관 및 특허청장의 의견과 대체로 같다.
3. 판단
가. 특허법 제186조 제1항에 의한 특허쟁송절차의 특징
우리 헌법하에서 모든 행정처분은 법원에 의한 심사를 받을 수 있고, 행정처분이나 공법상의 법률관계에 관한 분쟁에 대하여는 행정소송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원칙적으로 전심절차로서의 행정심판을 거친 다음(1994.7.27. 개정 전의 행정소송법 제18조, 제38조 제2항 참조) 고등법원을 1심으로 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위 행정소송법 제9조, 제38조, 제40조, 제46조 참조). 그러나 특허청의 거절사정, 보정각하결정, 심결 및 항고심결 등은 그것이 공권력적 행정처분의 한 태양임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하여 고등법원에의 제소가 허용되지 아니하고 특허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항고심판의 심결과 보정각하결정에 대하여서만 그 심결이나 결정이 법령에 위반된 것을 이유로 하는 경우에 한하여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특허법 제186조 제1항).
그러므로 일반행정소송에 있어서는 사실심인 고등법원의 재판과 법률심인 대법원의 재판을 거칠 수 있음에 반하여, 특허쟁송에 있어서는 특허청의 심판과 항고심판에서 사실심이 모두 끝나고 그 다음에는 고등법원의 재판을 거침이 없이 곧바로 법률심인 대법원의 재판을 받게 되는 점에 중요한 특징이 있다. 이것이 우리 헌법상 과연 용인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 바로 이 사건의 쟁점이다.
나. 특허법 제186조 제1항의 위헌 여부
(1) 사법국가주의 및 재판청구권과의 관계
(가) 헌법 제27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함으로써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자격과 절차에 의하여 임명되고(헌법 제101조 제3항, 제104조, 법원조직법 제41조 내지 제43조), 물적 독립(헌법 제103조)과 인적 독립(헌법 제106조, 법원조직법 제46조)이 보장된 법관에 의하여 합헌적인 법률이 정한 내용과 절차에 따라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한편, 재판이라 함은 구체적 사건에 관하여 사실의 확정과 그에 대한 법률의 해석적용을 그 본질적인 내용으로 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따라서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한다고 함은 결국 법관이 사실을 확정하고 법률을 해석·적용하는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한다는 뜻이고, 그와 같은 법관에 의한 사실확정과 법률의 해석적용의 기회에 접근하기 어렵도록 제약이나 장벽을 쌓아서는 아니된다고 할 것이며, 만일 그러한 보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아니한다면 헌법상 보장된 재판을 받을 권리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으로서(당재판소 1992.6.26. 선고, 90헌바25 결정 참조) 우리 헌법상 허용되지 아니한다(헌법 제37조 제2항).
그런데 특허법 제186조 제1항은 특허청의 항고심판절차에 의한 항고심결 또는 보정각하결정에 대하여 불복이 있는 경우에도 법관에 의한 사실확정 및 법률적용의 기회를 주지 아니하고 단지 그 심결이나 결정이 법령에 위반된 것을 이유로 하는 경우에 한하여 곧바로 법률심인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바, 특허청의 심판절차에 의한 심결이나 보정각하결정은 특허청의 행정공무원에 의한 것으로서 이를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한 재판이라고 볼 수 없다.
그렇다면 결국 특허법 제186조 제1항은 법관에 의한 사실확정 및 법률적용의 기회를 박탈한 것으로서 헌법상 국민에게 보장된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위헌규정이라 아니할 수 없다. 대법원은 특허청의 심결이나 결정의 채증법칙위배 등을 이유로 법령위반이라 하여 이를 파기할 수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특허청의 사실확정을 전제로 하여 법률심으로서의 사후심사로서 관여하는 것이지 그 자신이 직접 계쟁사실에 관한 사실확정을 하는 것은 아니어서 이는 위에서 말한 법관에 의한 사실확정이라고 할 수 없다.
(나) 헌법 제101조 제1항, 제2항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 법원은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법원으로 조직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헌법 제107조 제3항 전문은 "재판의 전심절차로서 행정심판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우리 헌법이 국가권력의 남용을 방지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기본원리로서 채택한 3권분립주의의 구체적 표현으로서 일체의 법률적 쟁송을 심리 재판하는 작용인 사법작용은 헌법 그 자체에 의한 유보가 없는 한 오로지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하는(헌법 제101조 제2항) 법원만이 담당할 수 있고 또 행정심판은 어디까지나 법원에 의한 재판의 전심절차로서만 기능하여야 함을 의미한다.
그런데 특허청의 항고심판심결이나 결정은 그 판단주체로 보아 행정심판임이 분명하고 이러한 행정심판에 대하여는 법원에 의한 사실적 측면과 법률적 측면의 심사가 가능하여야만 비로소 특허사건에 대한 사법권 내지는 재판권이 법원에 속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인바, 특허법 제186조 제1항이 이러한 행정심판에 대한 법원의 사실적 측면과 법률적 측면에 대한 심사를 배제하고 대법원으로 하여금 특허사건의 최종심 및 법률심으로서 단지 법률적 측면의 심사만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재판의 전심절차로서만 기능해야 할 특허청의 항고심판을 사실확정에 관한 한 사실상 최종심으로 기능하게 하고 있는 것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일체의 법률적 쟁송에 대한 재판기능을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하는 법원에 속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101조 제1항 및 제107조 제3항에 위반된다고 하지 아니할 수 없다.
(2) 평등권과의 관계
특허법 제186조 제1항은 특허항고심판의 대상이 되는 특허분쟁사건(행정사건)에 대하여는 고등법원에 의한 사실심리의 기회를 배제함으로써 특허분쟁사건의 당사자에게 일반행정사건의 당사자에 비하여 법관에 의한 사실적 측면에 대한 심리판단의 기회를 부여하지 아
니하는 차별대우를 하고 있는바, 이것이 합리적 근거 없는 차별인 경우에는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 할 것이다.
합리적 근거 없는 차별이란 정의에 반하는 자의적인 차별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차별적인 대우를 규정하는 입법은 그 목적이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하고 또 정당한 것이어야 하고, 나아가 그 수단 또는 방법이 위 목적의 실현을 위하여 실질적인 관계가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그 정도 또한 적정한 것이어야 하며[당 재판소 1989.5.24. 선고, 89헌가37 ·96(병합) 결정 등 참조] 이러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입법은 헌법 제11조 제1항이 예정하고 있는 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위헌입법이라고 할 것이다.
살피건대 특허사건은 그 심판대상물이 발명, 고안의 구성요건, 그 신규성이나 진보성 등의 판단 및 첨단기술의 실체 파악 없이는 사안의 정확한 판단이 불가능한 전문성을 가진 것들로서, 특허법 제186조 제1항의 입법목적은 특허사건이 가지는 위와 같은 특수성을 감안하여 고도의 전문적 기술·지식과 급변하는 기술수준에의 적응력을 갖춘 행정청 내부의 전문가로 구성된 심판기관으로 하여금 특허분쟁에 있어서의 사실판단을 신속·정확하게 하여 특허분쟁을 적정하고 신속하게 해결하고 발명가의 권리를 보다 두텁게 보호하고자 하는 데 있다고 판단되므로 그 목적 자체는 일응 정당하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특허법 제186조 제1항이 채택한 차별의 수단 즉 특허분쟁 사건에 있어서는 사실관계의 확정을 특허청 내부의 행정심판기관에 일임하고 법원에 의한 사실확정을 배제한 것은, 그 입법목적의 달성과 필연적 혹은 실질적 관련성이 희박하고 그 정도 또한 적정하지 아니하다고 보여지는바, 그 이유는 대체로 다음과 같다.
첫째, 위와 같은 차별적 수단에 의하여 특허분쟁의 당사자가 잃게 되는 권리는 분쟁의 사실적 측면에 관하여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이고, 이는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의 본질적 내용을 이루는 것으로서 이를 제한하는 차별입법은 본래 허용될 수 없는 것이다(헌법 제37조 제2항 후단 참조).
둘째, 특허분쟁 역시 특허출원인, 특허권자와 행정청 또는 이해관계인과의 사이에서 발생하는 법률적 분쟁임에는 다툼의 여지가 없고, 법률적 분쟁의 해결절차인 재판제도의 요체가 독립한 중립적 기관에 의한 판단이라는 데 있는 점을 감안하면, 특허분쟁에 관한 재판의 적정성도 비단 법률적 측면뿐만 아니라 사실적 측면을 판단하는 재판기관의 독립성을 희생하고서는 실현되기 어렵다.
셋째, 현행 특허쟁송제도에 있어서와 같이 특허청 내부에서 2회의 심판을 거치게 한 다음 법원에 의한 법률적 측면에 관한 1회의 심판을 받게 하는 것이, 일반행정소송에 있어서와 같이 1회의 행정심판만을 거친 다음 고등법원 및 대법원에 의한 2회의 심판을 받게 하는 것보다, 반드시 신속한 절차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넷째, 법원에 의한 사실심리기회의 박탈은 오히려 과학발명가들의 권리보호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 할 수도 있다.
결국, 특허법 제186조 제1항이 설정하고 있는 법원에 의한 사실적 측면의 심리를 받을 권리에 있어서의 차별은, 그 차별의 수단이 재판의 적정성·신속성이라는 입법목적의 달성에 도움이 되지 아니하거나,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하더라도 분쟁당사자에게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그 차별의 합리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따라서 특허법 제186조 제1항은 평등의 원칙을 규정한 헌법 제11조 제1항에 위반되는 것이다.
다. 의장법 제75조 중 특허법 제186조 제1항 준용부분의 위헌 여부
앞서 살펴 본 바와 같이 특허법 제186조 제1항은 헌법 제11조 제1항(평등권), 제27조 제1항(재판청구권), 제37조 제2항(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의 침해금지), 제101조 제1항(권력분립, 사법국가주의)에 각각 위반되고, 의장법 제75조는 위 특허법 조항을 그대로 준용하고 있으므로, 위 특허법 조항을 준용하는 부분은 위 각 헌법 규정에 위반된다.
라. 헌법불합치결정의 이유
어느 법률조항에 대하여 단순한 위헌결정이 선고되면 그 조항은 그때부터 효력을 상실하게 되고 더 이상 유효한 법률로서 존속할 수 없게 됨이 원칙이다(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 그러나 이 사건에 있어서는 심판대상 법률조항의 위헌성에도 불구하고 바로 위헌결정을 선고할 수 없는 아래와 같은 특별한 헌법적 사유가 있다.
첫째, 심판대상 법률조항에 기초한 현행 특허쟁송제도는 앞서 본 바와 같은 위헌성에도 불구하고 1946년이래 지금까지 거의 반세기에 이르도록 지속적으로 시행되어 온 제도이고, 특허법 제186조 제1항은 상표법(제86조 제2항), 의장법(제75조) 및 실용신안법(제35조)에도 준용되고 있다.
따라서 위 심판대상 법률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선언은 바로 위와 같이 장기간 유효하게 존속하여 온 산업재산권관계의 쟁송절차에 대한 전반적인 일대변혁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그로 인한 충격과 혼란이 매우 심각하고 또 광범위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현행 특허쟁송제도에 위 심판대상 법률조항에서 보는 바와 같은 위헌적인 요소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위헌적인 요소를 제거한 합헌적인 특허쟁송제도의 방안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고, 그 여러가지의 방안들 중에서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 하는 것은 결국 입법자의 정책적인 결단에 맡겨진 문제라고 할 것이므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기 전에 명백히 밝혀진 입법자의 의사가 있다면 그것이 또 다른 위헌성을 내포하고 있지 아니하는 한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입법자는 위 각 개정법의 시행일을 1998.3.1.로 정함으로써 위 시점 이전까지는 현행 특허쟁송제도를 유지하도록 하고 있는바, 이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장기간 유효하게 존속하여 온 특허쟁송제도를 갑자기 바꿈으로 인하여 초래될 여러 가지 충격과 혼란을 막고 특허쟁송이 갖는 고도의 전문성의 요청에 부응할 수 있는 조직 및 기능과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현실적 배려로 판단되고 그 기간의 설정 또한 명백히 자의적인 것이라고는 보여지지 아니한다.
그러므로 당 재판소는 특허쟁송제도에 관련된 위와 같은 강한 법적 안정성의 요구와 이미 확인된 입법자의 합헌적인 의사를 존중하여 입법자가 마련한 합헌적인 제도가 유효하게 시행될 수 있을 때까지는 비록 위헌성이 내포되어 있기는 하나 현행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여러가지 충격과 혼란을 방지하고 과학기술자들의 권리를 두텁게 보호하는 효과적인 방안이 될 것이라고 판단되므로 선례(당 재판소 1989.9.8. 선고, 88헌가6 결정; 1991.3.11. 선고, 91헌마21 결정; 1994.7.29. 선고, 92헌바49 ·52 결정 참조)에 따라 심판대상법률조항에 대하여 헌법불합치를 선언함에 그친다.
마. 법적용에 관하여
헌법불합치선언의 목적은 1차적으로는 위헌결정의 경우 위헌적 법률 또는 법률조항이 바로 그 효력을 상실하게 되는 법률효과를 회피하고 이를 형식적으로 존속하게 하는 데 있다.
다만, 헌법재판이 구체적 규범통제로서의 그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는 헌법불합치가 선언된 경우에도 위헌제청의 당해 사건과 심판대상 법률조항이 재판의 전제가 되어 법원에 계속중인 모든 병행사건에 대하여는 결정의 선고와 동시에 불합치로 선언된 법률의 적용이 배제되어야 할 것인바[당 재판소 1993.5.13. 선고, 92헌가10 , 91헌바7 , 92헌바24 ·50(병합)결정 참조], 이 사건에 있어서도 각 당해 사건 등에 대하여는 심판대상 법률조항의 적용이 배제되고 행정소송에 관한 일반법인 행정소송법의 규정에 따른 심리가 계속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되어서는 헌법재판소가 심판대상 법률조항의 위헌성을 인정하면서도 굳이 위헌선언을 피하고 헌법불합치선언을 선택한 목적의 달성이 어렵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입법자가 개정법률의 시행시기를 1998.3.1.로 정하고 헌법재판소가 입법자의 이러한 의사를 존중하여 위 시점까지 이 사건 심판대상 법률조항의 적용을 명하는 것은 현재의 일반법원의 조직과 인력으로서는 특허쟁송의 전문성에 상응하는 재판업무를 원활하게 수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근거한 것임에 비추어, 만약 이 사건의 당해사건과 이 사건 결정이 선고되는 시점에 법원에 계속중인 모든 특허 및 의장쟁송사건에 대하여 심판대상 법률조항의 적용이 배제되고 행정소송법의 규정에 따른 절차가 진행되어야 한다면 현실적으로 재판을 담당할 준
비를 갖추지 못한 일반법원에 대하여 재판의 담당을 강제하는 결과로 되어 버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심판대상 법률조항은 특허에 관련된 권리관계의 발생·변경·소멸을 정한 실체법 규정이 아니라 쟁송의 절차를 정한 절차법적 규정에 불과하므로 위와 같이 이 사건 헌법불합치선언이 당해 사건 등에 대하여 미치는 법적용 배제의 효과를 인정하지 아니한다고 하더라도 각 사건의 당사자가 가지는 실체법상의 권리를 침해하는 결과로는 되지 아니한다고 판단된다.
4. 결론
이 결정은 재판관 조승형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의견일치에 의한 것이다.
5. 재판관 조승형의 반대의견
가. 위 판례의 판시요지는 "법률 또는 법률조항이 비록 위헌일지라도 곧바로 위헌선언을 하였을 때에 당해 사건이나 유사 사건의 경우에는 법률 또는 법률조항의 실효가 소급효가 있으므로 법규범의 공백·법적혼란 등 법적안정성을 해치고, 입법자의 건전한 형성의 자유를 제약하는 등 하여, 국가사회의 질서와 국민의 기본권마저 침해할 사태를 초래할 수도 있으므로 그 성질상 사안에 따라 위헌과 합헌 사이의 중간영역으로서의 여러가지 변형재판이 필수적으로 요청된다. 즉 헌법불합치의 결정을 하되 위헌법률 또는 법률조항의 잠정적 적용을 명하는 결정 등을 말한다. 이러한 변형재판은 일찌기 헌법재판제도를 도입하여 정비한 독일 등 국가에서 그 지혜로운 운영에서 얻어낸 판례의 축적에 의한 것이다"라고 함에 있으므로 그 당부에 관하여 다음 각항에서 살펴본다.
나. 헌법불합치결정은 헌법 제111조 제1항 제1호 및 제5호, 헌법재판소법 제45조, 제47
조 제2항의 각 명문규정에 반한다.
(1) 관련규정
헌법 제111조 제1항에서 헌법재판소의 관장사항을 규정함에 있어 그 제1호에서 "법원의 제청에 의한 법률의 위헌여부심판", 그 제5호에서 "법률이 정하는 헌법소원에 관한 심판"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헌법재판소법 제45조 본문은 "헌법재판소는 제청된 법률 또는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만을 결정한다"라고 규정하고 같은 법 제47조 제2항 본문은 위헌결정의 효력에 관하여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조항은 그 결정이 있는 날로부터 효력을 상실한다"라고 규정하여 그 소급효를 배제하고 있으며 다만 같은 법조항 단서에서 형벌에 관한 법률 또는 법률조항의 경우에 한하여 그 소급효를 인정하고 있을 뿐이다. 또한 같은 법 제75조 제6항은 헌법소원심판의 경우에도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가 위헌인 법률 또는 법률조항에 기인하여 당해 법률 또는 법률조항을 위헌으로 선고하는 경우, 또는 법원의 위헌법률심판제청이 기각되어 제기된 헌법소원심판청구를 인용할 경우에는 같은 법 제45조, 제47조를 준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 위 규정들을 살피면,
헌법재판소는 법원이 제청하는 위헌법률 또는 위헌법률조항의 심판이나, 법원에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신청을 하였다가 법원의 그 신청기각결정을 받은 위헌여부심판 제청신청자가 제기한 헌법소원의 심판을 함에 있어서, 제청된 또는 헌법소원청구가 된 법률 또는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만"을 결정할 수 있을 뿐이며,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조항은 같은 법 제47조 제2항, 제75조 제6항에 의하여 그 결정이 있는 날로부터 "곧바로" 효력을 상실(같은 법 제47조 제2항 단서에 따라 형벌에 관한 법률 또는 법률조항만은 그 소급효가 인정되고 있을 뿐임)하게 된다. 또한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을 하면서 위 법조항에 반하여 그 소급효를 인정하거나 결정이후 일정기간 위헌의 법률 또 법률조항의 효력지속 또는 적용을 명할 수 없음은 헌법 및 위 법률의 각 명문규정들에 따라 명백하다.
다. 위 판례와 다수의견이 독일헌법재판소의 판례를 수용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의 판례를 정립하려 하나, 독일과 우리의 법제는 서로 다르므로 이를 그대로 수용할 수는 없다.
(1) 독일의 헌법재판소법이 헌법불합치결정을 판례로 확립한 이후 1970년 제4차 개정시에 간접적이지만 그 결정의 근거를 마련하였는바, 그 개정 이전의 같은 법 제78조는 "연방헌법재판소가 연방법이 기본법과 또는 주법이 기본법 혹은 기타의 연방법과 합치하지 아니한다는 확신에 이른 경우에는 연방헌법재판소는 그 법률의 무효를 선언한다(위헌선언). 동일한 법률의 다른 규정이 동일한 이유로 기본법 또는 기타의 연방법과 합치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연방헌법재판소는 마찬가지로 그 규정을 무효로 선언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합치하지 아니한다는 확신에 이른 경우"만 그 법률의 무효를 선언하여야 하며, 합치하지 아니한다는 의견이나 법률의 무효로 인한 법적 공백상태 등의 고려로 그 "확신"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다른 결정(합헌 또는 헌법불합치)을 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고 법문용어를 사용함에 있어 "합치하지 아니한다"는 용어를 쓰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헌법재판소법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위헌 여부만" 즉 "위헌"이냐 "합헌"이냐 "만"을 "심판"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을 뿐, 다른 사정을 고려하여 법률 또는 법률조항의 무효선언을 당장 할 수가 없다는 소신이 있을 때에는 위헌 또는 합헌 이외의 다른 결정을 할
(2) 독일의 위 개정 전 헌법재판소법은 헌법재판소 결정의 효력에 관한 제79조에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른 법률 또는 법률조항의 실효에 대하여 원칙적으로 소급효를 인정하고 특정의 경우에만 그 예외를 인정하고 있음에 반하여, 우리의 경우는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형벌에 관한 법률 또는 법률조항을 제외한 모든 법률 또는 법률조항의 실효에 대한 장래효만을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독일의 경우는 법률의 무효선언(위헌결정)으로 인하여 법률이 실효될 때에 올 수 있는 법규범의 공백상태가 우리의 경우보다는 훨씬 심각하고 그런 경우가 훨씬 더 많이 발생할 수 있게 되므로 헌법불합치 결정의 판례가 정립될 수 밖에 없었으나, 우리의 법제 즉 법률 또는 법률조항의 실효가 장래효에 그치는 제도하에서는 다수의견이 우려하는 법규범의 공백·법적혼란 등 법적안정성을 해치는 등의 사태는 발생할 가능성이 없으므로(당해사건 등에 대하여 소급효를 인정하더라도 위와 같은 심각한 사태발생의 우려는 없으므로) 다수의견과 같이 헌법과 법률상의 명문규정에 반하면서 독일의 판례를 수용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할 것이다.
라. 독일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결정에 대한 판례의 확립과 입법과정을 보면, 초기{독일연방헌법재판소 결정집 제6권(246쪽, 282쪽)}에는 법률무효선언(위헌선언)과 불합치결정을 혼동하여 사용하다가 1967.11.28.의 법률구조법 결정(위 결정집 제22권 349쪽 이하)에서야 비로소 헌법소원의 권리보호이익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불합치결정에 관하여 법원의 절차정지의 의무와 함께 소상하게 헌법재판소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금기여금의 반환청구권자의 범위에서 헌법소원청구인을 배제한 연금보험법에 있어서 헌법재판소가 법률무효선언을 하거나 불합치결정을 하더라도 청구인에게 기여금반환청구권이 발생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다는 독일연방사회법원의 견해에 대하여, 연방헌법재판소는 평등원칙에 위배되는 규범의 경우에는 헌법불합치결정이 헌법적으로 요구되며, 헌법불합치결정을 하는 경우에는 헌법소원청구인이 개선입법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에 헌법소원의 권리보호의 이익이 있다고 하였으며 이후 1967.12.13.의 소득세법 결정(위 결정집 제23권 1쪽 이하), 1969.6.4.의 공무원의 급여결정(위 결정집 제26권 79쪽 이하), 1970.5.11. 세제상의 특혜결정(위 결정집 제28권 227쪽 이하)을 거쳐 헌법불합치결정의 판례를 확립하기에 이르고, 그후 1970.12.21. 제4차 연방헌법재판소법이 개정됨으로써 위의 판례가 헌법재판소법에 간접적으로 수용되기에 이르렀다.
이와 같은 독일의 판례확립과정과 입법과정을 보면 위 다.항에서 본 바와 같이 위와 같은 판례의 확립이 헌법이나 헌법재판소법의 명문규정에 반함이 없고 오히려 해석상으로 그 근거규정(위 제4차 개정 이전의 헌법재판소법 제78조, 제79조)이 있으며,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원칙적으로 소급효를 가지고 있음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심각한 법규범의 공백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위와 같은 판례가 확립되고 그후에 입법적으로 해결하였음을 알 수 있는바, 헌법 또는 헌법재판소법 기타 법률상 근거를 찾을 수 없고 위와 같은 과정을 거칠 사정이 없는 우리의 경우는 독일의 경우와는 판이하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재판소는 4차에 걸쳐 헌법불합치결정을 단행함으로써 진지한 연구와 분석 검토를 거치지 아니하고 무책임하게 독일의 판례를 수용하였다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독일의 위 판례가 확립되기까지는 같은 사안에 대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하는 경우도 있고 위헌선고를 하는 경우도 있는 등 오랜 기간 동안에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일관되어 오지 못하였으며 이와 같은 경우도 평등권에 관한 경우에 한하였을 뿐 자유권이나 청구권적 권리에 관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하는 사례는 거의 없었다. 더구나 이 사건의 경우는 평등권이 아닌 재판청구권에 관한 사안이므로 독일의 판례를 추종할 경우도 아니라 할 것이다. 한편, 독일의 위 판례는 차츰 증가추세를 보이다가 위 제4차 헌법재판소법의 개정으로 헌법불합치결정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 이후에는 오히려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는 바, 이와 같은 최근의 추세도 충분히 참작하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마. 우리의 헌법재판소법 제45조, 제47조의 입법취지는 독일의 민주주의 발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1961년부터 1988년까지 무려 27년 간의 권위주의 시대를 겪으면서 그만큼 민주주의가 후퇴한 헌정사를 경험하였기 때문에, 과거 권위주의시대의 위헌법률 또는 법률조항의 잠정적 적용으로 인하여 권위주의를 정당화시키는 어떠한 결정도 배제하고자 하는 뜻에서 헌법재판소가 "위헌"이면 위헌, "합헌"이면 합헌의 심판만을 할 수 있으며 그 이외의 여하한 결정도 할 수 없게 하는데 그 취지가 있었고, 이와 같은 경우 혹시라도 그 취지에 반하는 법규범의 공백 상태로 인하여 오히려 헌법상의 각 원칙과 원리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 하는 등의 충격을 완하하기 위하여 독일의 경우와는 반대로 실효된 법률 또는 법률조항의 장래효만을 규정하려 함에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입법취지에 비추어 보면 헌법불합치라는 변형결정은 결코 허용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바. 가사 헌법의 기본원칙과 원리상(비록 법에 명문의 규정이 없지만) 법상의 "위헌" 또는 "합헌"이외의 결정을 허용할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1) 헌법이 헌법재판소에 부여한 기능과 권한은 법원의 제청에 의한 법률의 위헌여부심판, 탄핵의 심판, 정당의 해산심판, 국가기관상호간·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간·지방자치단체상호간의 권한쟁의에 관한 심판, 법률이 정하는 헌법소원에 관한 심판의 기능과 권한일 뿐, 명령·규칙 또는 처분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 헌법재판소가 아닌 대법원에 최종심사권을 주고 있는 등 모든 경우에 헌법재판소에 최종 헌법해석권한을 주지 아니하였으므로, 우리 헌법은 헌법의 기본원칙 또는 원리에 따라 헌법 또는 헌법재판소법상의 명문규정에 반한 기능과 권한을 부여한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위 우리의 판례와 다수의견을 합리화하기 위하여 헌법상의 기본원칙과 원리 즉 헌법재판소법보다 상위의 규범에 따라 같은 법상에 없는 결정을 하더라도 헌법에 위반된 바가 없다는 견해는 받아들일 수 없다.
(2) 특히 이 사건의 경우 다수의견은 헌법불합치결정을 하여야 할 이유로,
정법률의 시행일을 1998.3.1.로 정함으로써 이 때까지 현행 특허쟁송제도를 유지하도록 하고 있는바, 이는 일대변혁에 대한 충격을 흡수하기 위한 조치로써 강한 법적 안정성의 요구와 입법자의 위와 같은 합헌적인 의사를 존중하는 데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따라서 다수의견의 위와 같은 정도의 이유만으로 예외적인 헌법불합치결정을 할 수는 없으며 위헌법률의 잠정적 적용(무려 3년여의 장기간에 걸친 적용)을 명함은 더더구나 불가능하며 이는 결국 우리재판소가 위 시한까지 선고를 연기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어 부당하다.
(3) 특히 다수의견이 이 위헌법률의 잠정적 적용을 명하는 이유로, 위헌선고를 할 경우에 행정소송법의 규정에 따른 절차가 따르기 마련인데 현실적으로 일반법원에 대하여 재판의 담당을 강제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고 있는바, 과연 다수의견대로라면 헌법재판소가 법원을 위한 기관인지 주권자인 국민을 위하여 존재하는 기관인지를 분별하기가 지극히 어렵다.
사. 백보를 양보하여 우리의 위 판례를 유지하는 다수의견에 찬성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이 사건 결정만은 위 바.항에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헌법불합치결정 제도의 남용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아. 그러므로 헌법불합치결정에 대한 우리의 판례와 다수의견은 어느모로 보나 부당하므로 나는 위 판례를 변경하고 이 사건 심판대상의 법조항이 위헌임을 선언하여야 한다고 믿는다.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김문희
재판관 황도연
재판관 이재화
재판관 조승형
주심재판관 정경식
재판관 고중석
재판관 신창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