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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웅,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 제3호 위헌소원", 결정해설집 1집, 헌법재판소, 2002, p.751
[결정해설 (결정해설집1집)]
본문

- 부당노동행위(단체교섭 거부) 사건 -

(헌재 2002. 12. 18. 2002헌바12, 판례집 14-2, 824)

이 명 웅*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노동조합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자와의 단체협약체결 기타의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하지 못하도록 한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 제3호가 계약의 자유, 기업활동의 자유, 평등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제81조(부당노동행위) 사용자는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이하 “부당노동행위”라 한다)를 할 수 없다.

3.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노동조합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자와의 단체협약체결 기타의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하는 행위

청구인은 ○○화학공업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인바, 이 회사가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생산품목별 4개의 독립회사 근로자들에게 임금과 퇴직금을 제때에 지급하지 않고, 정당한 이유 없이 노사협의회를 개최하지 않고, 1997. 1. 1.부터 1999. 1. 20.까지 정당한 이유 없이 단체교섭을 거부하였다는 등의 사유로 기소되어, 2000. 2. 8. 울산지방법원에서 벌금 10,000,000원을 선고받고 항소한 뒤(당해사건), 근로기준법 제42조, 제36조, 회사정리법 제208조 제10호,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 제3호에 대하여 위헌제청신청을 하였으나, 회사정리법 부분은 각하되고 나머지 조항들에 대해서는 각 기각되었다.

청구인은 2002. 1. 31.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이라 한다) 제81조 제3호(이하 “이 사건 조항”이라 한다)가 헌법에 위반된다며 이 사건 헌법소원을 청구하였다.

이 사건 조항은 사용자로 하여금 노사협의를 강제함으로써 사용자의 결사의 자유, 즉 집회ㆍ결사를 강요당하지 아니할 권리를 침해하며, 근로자를 과보호하는 것이어서 사용자의 평등권을 침해하고, 사용자로 하여금 의사소통을 강요하는 것이어서 사용자의 협상에 응하지 아니할 자유와 같은 기본적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헌법상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할 권리가 있듯이 모든 국민은 불리한 협상을 강요당하지 아니할 권리가 있다.

사람을 만나서 의사를 주고받는 권리는 법률로 강제될 수 없고, 이로써 실속있는 대화를 강제할 수도 없으므로 실질적인 만남은 가능하지 아니하다. 협상에 응하고 응하지 아니하는 것은 법률로써 정할 수 없는 일이며, 협상장소를 먼저 정하고 그 장소에 출석하여야 한다는 것은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고,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한편 다른 법인의 대리인(임직원을 말한다)과는 달리 법인의 대표만 법인의 범법 행위에 대해 형사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

또한 이 사건 조항 위반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함은 별론으로 하고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위헌이다.

헌법이 근로자의 근로3권을 보장하는 취지는 원칙적으로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하는 시장경제의 원리를 경제의 기본질서로 채택하면서 노동관계당사자가 대등한 교섭주체의 관계로 발전하게 하여 그들로 하여금 때로는 대립ㆍ항쟁하고 때로는 교섭ㆍ타협의 조정과정을 거쳐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게 함으로써, 근로자의 이익과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는 사회복지국가 건설의 과제를 달성하고자 함에 있는 것이며, 이를 위하여 사용자에게 단체교섭에 성실하게 응할 의무 등을 부과한 것이고, 근로자에 대한 보호가 일반 사법 등의 규정만으로는 미흡한 점 등을 볼 때 이 사건 조항이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거나 비례성의 원칙을 위반하여 과도하게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근로3권에 대한 존중은 국가의 의무일 뿐만 아니라 그 객관적 가치질서로의 기능 때문에 일반국민들 특히 사용자도 이를 존중할 의무가 있다.

청구인은 사용자가 누구를 만나 무슨 대화를 하든지 이는 법으로 강요할 수 없는 것이므로 이는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나, 노조법에서도 사용자에게 노조의 교섭요구에 응해 성실하게 교섭할 것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므로 노동조합과의 단체교섭에 응하도록 강제한 것만 가지고는 사용자의 행복추구권이나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중대하게 침해하였다고 하기 어렵다.

또한 청구인은 이 사건 조항이 평등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나, 사용자와 노동조합의 관계는 역할과 기능, 사회적 지위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합리적인 차별은 가능하다고 할 것이며, 특히 사용자는 실질적으로도 근로자의 근로3권을 가장 직접적으로 침해할 지위에 있음이 사실인 이상 사용자에게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도록 강제한다고 하여 이를 두고 사용자를 노동조합과 비교하여 차별대우하는 것이라 하기 어렵다.

또한 이 사건 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

사용자의 정당한 이유 없는 단체교섭의 거부ㆍ해태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고 있는 취지는 노동3권의 중핵적 권리인 단체교섭권은 노동조합과 사용자라는 양 집단간의 집단적 계약이라 할 수 있는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행위로서 반드시 사용자의 참여가 필수적인데 정당한 이유 없이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교섭요구를 거부하거나 해태한다면 단체교섭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지며 그 결과 헌법상의 단체교섭권은 공허한 권리로 전락하여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단체교섭권을 실효성 있는 기본권으로 보장하고자 동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이다.

근로3권의 보장취지는 자본주의 사회의 발전에 따라 사회적ㆍ경제적 사실로서 형성된 “형해화된 계약의 자유” 나아가 “형해화된 사적 자치 질서”의 회복에 있는 것인데 만약 사용자에게 이와 같은 협약질서를 부인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할 경우 이는 근로3권의 인정취지와는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헌법상 보장된 단체교섭권을 실효성 있게 보장하기 위해 근로자의 노력에 의해 이익을 향유하는 사용자에게 근로자들의 단체교섭 요구에 성실하게 응할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이 사건 조항은 형벌의 목적과 기능에 비추어,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거나 비례성의 원칙을 위반하여 과도하게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조항은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대표자측과 단체협약체결 기타의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사건 조항은 사용자로 하여금 단체협약체결 기타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사용자의 계약의 자유, 기업활동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 나아가 단체교섭을 거부하거나 해태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법률로써 단체교섭을 위한 ‘집회’에 참석하는 것을 강요하게 되는 측면이 있으므로, 이는 집회의 자유 중 “집회에 참가하지 않을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이 사건 조항은 단체교섭의 한 쪽 당사자인 사용자만 규율 대상으로 한다는 측면에서 차별

적인 것이므로 평등권 침해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

1. 이 사건 법률 조항은 헌법상 보장된 단체교섭권을 실효성 있게 하기 위한 것으로서 정당한 입법목적을 가지고 있다. 입법자는 이 사건 조항으로써 사용자에게 성실한 태도로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체결에 임하도록 하는 수단을 택한 것인데, 이는 위와 같은 입법목적의 달성에 적합한 것이다. 한편 이 사건 조항은 사용자로 하여금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체결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아니며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하지 말 것을 규정한 것일 뿐이고, 어차피 노사간에는 단체협약을 체결할 의무가 헌법에 의하여 주어져 있는 것이므로, 이 사건 조항이 기본권 제한에 있어서 최소침해성의 원칙에 위배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또한 이 사건조항은 노동관계 당사자가 대립의 관계로 나아가지 않고 대등한 교섭주체의 관계로서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게 함으로써 근로자의 이익과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고 헌법상의 근로3권 보장 취지를 구현한다는 공익을 위한 것인데 비해, 이로 인해 제한되는 사용자의 자유는 단지 정당한 이유 없는 불성실한 단체교섭 내지 단체협약체결의 거부 금지라는 합리적으로 제한된 범위 내의 기본권 제한에 그치고 있으므로, 법익간의 균형성이 위배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 조항이 비례의 원칙에 위배하여 청구인의 계약의 자유, 기업활동의 자유,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 볼 수 없다.

2. 이 사건 법률 조항은 사용자만의 단체협약체결 기타의 단체교섭 거부 혹은 해태를 금지하고 있지만, 헌법이 근로자에게 단체교섭권 등 근로3권을 보장하고 있고 그러한 권리가 사용자의 불성실한 단체교섭 태도로 인하여 약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므로 그 차별이 자의적인 것이라거나 비합리적인 것이라 단정할 수 없다.

※ 재판관 김영일의 별개의견

이 사건 법률 조항이 합헌이라는 다수의견에 동조하지만, 이 사건에서 심판의 대상은 이 사건 법률 조항을 위반한 경우를 처벌하는 조항, 즉 “동법 제90조 중 제81조 제3호의 규정에 위반한 자” 부분(이하 “처벌조항”)도

포함되어야 하며, 그 경우 처벌조항은 합헌이다.

어떤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이에 대하여 어떠한 형벌을 과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원칙적으로 입법자가 보호법익, 범죄예방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할 입법정책 사항으로서 광범위한 입법재량이 인정되어야 할 분야이다. 처벌조항은 헌법상 보장된 단체교섭권이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단체교섭을 거부하거나 그 해태로 인하여 유명무실해질 것을 막기 위하여 입법자가 채택한 수단이며, 비록 이 사건 조항의 실효성을 위해서 노동위원회의 구제절차가 마련되어 있으나, 입법자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그러한 처벌조항이 필요하다고 인식한 것인데, 그러한 인식이 입법재량의 범위를 현저하게 벗어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 재판관 주선회의 별개의견

이 사건 법률 조항은 합헌이라는 다수의견에 동조하지만, 청구인이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다면 이 사건 법률 조항을 다툴 이유가 없으므로 이 사건 법률 조항만을 심판대상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처벌조항도 포함하여 그 위헌 여부가 판단되어야 마땅하며, 이 경우 처벌조항은 위헌이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금지할 것인지 어떠한 처벌을 가할 것인지는 입법부의 재량에 속하지만, 범죄화는 개인의 자유에 중대한 제한을 가져오므로 형벌의 도입은 중대한 사회적 유해행위에 대하여 법익을 보호하기 위한 다른 제재수단이 존재하지 않거나 실효성이 없는 경우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 조항의 준수를 확보하기 위하여 형사처벌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 볼 수 없고,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로 인하여 권리를 침해당한 근로자 또는 노동조합은 노동위원회에 그 구제를 신청할 수 있고, 확정되지 않은 구제명령도 그 효력이 담보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며, 확정된 구제명령을 위반한 자에 대해서는 별도로 형사처벌조항이 마련되어 있으므로, 처벌조항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처벌조항은 확정된 구제명령에 위반한 경우의 위 처벌규정과 중복적인 것이 될 수 있어 이중처벌금지 원칙에 저촉될 우려가 있다.

미국, 일본과 같은 외국의 입법례에서도 형사처벌 조항을 찾기 어려우며, 단체교섭이나 단체협약체결은 사용자와 근로자간의 자율적 관계에 관한 문

제이고, 단체교섭권을 부여한 헌법의 과제는 근로자에게 근로3권이란 법적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일차적으로 달성될 수 있으며, 노사관계의 특수성에 기인한 행정적 구제제도 내지 행정질서벌과 같은 구제수단을 통하여 대응할 수 있지만 형벌적인 제재방법까지 동원하여 노사관계의 한쪽 당사자인 사용자만을 대상으로 형사처벌까지 하는 것은 부적절한 것이다.

또한 “단체협약체결 기타의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하는 행위”라는 구성요건은 형사처벌의 구성요건으로서는 매우 애매하고 추상적인 것이다.

노조법 제81조는 부당노동행위라는 제목으로 사용자만을 대상으로 특정 행위들을 금지하고 있는데, 이 사건 조항은 그 중 하나이다. 이 사건 조항 위반시 사용자는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을 받을 수 있고(노조법 제82조 이하),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제90조).

그런데 이 사건에서 청구인은 노조법 제81조 제3호 부분만 위헌제청신청을 하여 기각되자 이에 대하여 이 사건 헌법소원을 청구하였고, 이 조항의 위반시 처벌되는 노조법 제90조제81조 제3호 해당 부분(이하 이를 “처벌조항”이라 한다)은 심판청구를 하지 않았다.1)

이러한 경우 헌법재판소가 직권으로 심판청구를 처벌조항까지 확대할 것인지가 문제된다(별개의견은 이와 관련이 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은 동법 제41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신청을 법원이 각하 또는

기각한 경우에만 당사자가 직접 당재판소에 헌법소원의 형태로 심판청구를 할 수 있는 것이므로, 법원의 위헌제청신청기각결정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 규정들에 대한 심판청구는 법 제68조 제2항에 따른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사항에 대한 것으로서 부적법하다는 것이 판례이다(헌재 1994. 4. 28. 89헌마221, 판례집 6-1, 239, 256; 1996. 8. 29. 95헌바41, 판례집 8-2, 107, 115-116 등).

처벌조항은 당사자가 법원에서 위헌제청신청의 대상으로 삼지 않았고 법원도 이를 위헌제청신청기각결정의 대상으로 삼지 않았으며(다만 동 기각결정은 이유에서 이 사건 조항 위반시의 처벌조항이 과도한 것이 아니라고 하였다), 당사자가 이 사건 헌법소원에서 적극적으로 다투는 조항도 아니므로, 위 판시를 기계적으로 적용할 경우 심판대상으로 삼기에 부적합하다.

그러나 위 판시는 대개 위헌제청신청을 한 바 없는 조항을 심판청구 하였을 때 적용되었으므로, 이 사건 처벌조항과 같이 헌법재판소가 직권으로 심판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에 관해서는 다른 법리가 적용될 수 있는 여지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다른 판례들을 살펴본다.

헌법재판 실무상 법적 명확성, 법적 안정성, 법의 통일성, 소송경제 등의 관점에서 불가피하게 심판의 대상을 법원에 의하여 위헌제청된 법률조항에만 국한시키지 아니하고 다른 법률 또는 법률조항들에까지 확장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경우가 있다(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 헌법소원도 마찬가지이다).

먼저 “제청법원에 계속되어 있는 민사소송절차에서의 소송물은 이 사건 분조합의 자산에 한정되지만, 법률의 위헌여부심판에 있어서는 그 대상범위가 전제되는 당해사건에서의 소송물 자체에 직접 관련되는 부분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위헌법률심판이 제청된 당해 법률조항에 내포되어 있고 그 소송물 자체와 체계적으로 밀접불가분의 관계를 이루고 있는 부분까지 판단할 수 있으며, 보훈기금법 부칙 제5조는 이 사건 분조합의 자산과 부채

를 일괄하여 대한민국에 귀속시키고 있으므로 법적 문제 해결을 위하여는 이를 일괄판단함이 옳다”고 한 예가 있다(헌재 1994. 4. 28. 92헌가3, 판례집 6-1, 203, 213).

그리고 청구인이 선일자수표의 경우 그 지급제시기간을 수표에 기재된 발행일자가 아닌 실제발행일로부터 기산하여야 한다는 주장을 하면서 위헌제청신청을 하였다가 기각되어 헌법소원심판청구에 이른 사례에서, 청구인이 문제 삼은 수표법 제29조 제1항은 국내수표의 지급제시기간은 10일간이라는 것으로, 이것만으로는 청구인이 다투는 선일자수표의 기산일에 관한 아무런 규율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여기에 반드시 기산일에 관한 규정인 같은 조 제4항을 보태어 보아야만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되는바, 제4항은 제1항을 보충하는 규정으로서 이 두 규정은 이 사건에서 서로 필연적 연관관계에 있다고 할 것이므로, 묵시적으로나마 선일자수표의 기산일에 관한 법률조항인 같은 조 제4항에 대하여도 위헌제청신청이 있었고 그에 대한 법원의 기각결정도 있었다고 못 볼 바 아니므로 이를 심판대상에 포함시켜 함께 판단한다고 한 예도 있다(헌재 2001. 1. 18. 2000헌바29, 판례집 13-1, 111, 114).

당해사건에서 적용될 법률이 구 음반및비디오물에관한법률 제17조 제1항, 제25조 제2항 제3호와 함께 동법 제17조 제3항 전단 및 제25조 제1항 제3호제17조 제3항 전단에 관한 부분(‘착오법률조항’)임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착오로 동법 제17조 제3항 후단 및 제25조 제1항 제3호 중 제17조 제3항 후단에 관한 부분에 대하여 위헌제청을 한 사례에서, 위 음반법 제17조 제1항, 제25조 제2항 제3호에 대하여만 위헌결정을 한다면 법원으로서는 다시 위 착오법률조항에 대하여 위헌제청을 하여 그에 대한 위헌결정을 선고받은 후 당해사건을 처리하여야 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이와 같은 번거로운 절차를 다시 밟도록 하기보다는 이 사건 결정을 함에 있어서 착오법률조항에 대하여도 위헌결정을 함으로써 당해사건과 관련된 법률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헌재 1999. 9. 16. 99헌가1, 공보 38, 750, 754)고 하였다.

제청법원이 어업조정 및 자원보호에 관한 명령위반에 대한 벌칙을 대통령령으로 둘 수 있도록 규정한 수산업법 제52조 제2항같은 법 제79조 제2항의 위헌여부만을 제청한 데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제52조 제2항의 내용을 확정하기 위해서는 같은 조 제1항의 규정이 전제로 되며, 또한 같은 법 제79조 제2항의 내용을 확정하기 위해서는 마찬가지로 제1항이 전제가 된다는 이유로 제청된 법률조항이 아닌 수산업법 제52조 제1항, 제79조 제1항의 관련부분에 대하여 심판대상을 확장하였다(헌재 1994. 6. 30. 93헌가15등, 판례집 6-1, 576, 584).

종합토지세의 분리과세대상토지의 종류와 그 과세표준을 정하고 있는 구 소득세법 제234조의15 제2항 단서 제5호 중 “기타 사치성 재산으로 사용되는 토지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토지” 부분은 제청법률조항인 구 소득세법 제234조의16(분리과세대상토지의 세율) 제3항 제2호 중 “기타 사치성 재산으로 사용되는 토지” 부분의 전제가 되므로 양 법률조항들은 체계적으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서 이 법률조항들의 위헌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동일한 심사척도와 법리가 적용되므로 제청법률조항은 아니지만 위 제234조의15 제2항 단서 제5호 중 “기타 사치성 재산으로 사용되는 토지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토지” 부분도 함께 심판대상으로 삼아서 한꺼번에 그 위헌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법질서의 통일성과 소송경제의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하여 이를 심판대상에 포함시킨 예도 있다(‘고급오락장용 건축물 등’ 사건. 헌재 1999. 3. 25. 98헌가11등, 판례집 11-1, 158, 167).

- 당해사건을 고려하여 심판대상을 확장한 예

먼저 국적법에 관한 사건에서 당해사건 법원은 제청신청인의 모에 대해서만 한국인임을 인정하였고, 심판사건 계속중 부계혈통주의를 채택한 제청대상 구법조항이 부모양계혈통주의로 개정되고, 부칙조항에서 신법 시행 이전 10년 동안에 대한민국 국민을 모로 하여 출생한 자에 대하여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경과규정을 둔 것과 관련, “제청신청인은 개정된 신법에 의해서도 10년 동안이라는 기간 제한이 있는 부칙조항으로 인하여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할 수 없으나, 만일 헌법재판소의 부칙조

항에 대한 위헌 내지 헌법불합치결정과 개선입법을 한다면 국적취득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부칙조항도 같이 위헌 여부 심판을 해 주는 것이 법질서의 정합성과 소송경제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고 하면서 이를 심판대상에 포함시켰다(국적법 사건. 헌재 2000. 8. 31. 97헌가12, 판례집 12-2, 167, 172).

- 심판대상 자체를 변경한 경우

청구인들이 법원에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을 구하였으나 그 신청이 기각된 법률조항은 하천법 제2조제1항제2호 다목이고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통하여 위헌확인을 구하는 부분도 같은 조항이었던 사건에서, “당해사건에서의 청구인들의 청구취지는 이 사건 토지들이 국유가 아니라 청구인들의 사유토지임을 전제로 대한민국과 서울특별시를 상대로 소유권확인을 구하는 것이므로 당해사건의 재판에 보다 직접적으로 관련을 맺고 있는, 다시 말해서 그 위헌여부에 따라 법원이 다른 내용의 재판을 하게 되는 법률조항은 제외지를 하천구역에 편입시키고 있는 하천법 제2조제1항제2호 다목이라기보다 오히려 하천구역을 포함하여 하천을 국유로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직접 제외지의 소유권귀속을 정하고 있는 동법 제3조”라고 판단한 다음, 청구인들의 심판청구이유, 법원에서의 위헌여부심판제청신청사건의 경과, 당해사건 재판과의 관련성의 정도, 이해관계기관의 의견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하여 직권으로 심판의 대상을 위 하천법 제2조제1항제2호 다목에서 동법 제3조로 변경하였다(헌재 1998. 3. 26. 93헌바12, 판례집 10-1, 226, 233).

또한 화의채무자의 보증인 내지 담보제공자인 청구인들이 화의절차에 준용되는 파산법 제298조 제2항의 위헌확인을 구한 사건에서 ‘청구인들은 화의법에 의한 화의절차에서 화의법 제61조가 파산상의 강제화의의 효력에 관한 규정의 하나인 파산법 제298조 제2항을 준용함으로써 화의법에 의한 화의절차에 있어서 보증인 및 담보제공자 등을 화의인가에 따른 면책 등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에서 제외하도록 하고 있는 것을 다투고 있는 것’이라 하여 직권으로 심판의 대상을 파산법 제298조 제2항에서 ‘화의법 제61조파산법 제298조 제2항을 준용하는 부분’으로 변경하였다(헌재 2000. 8. 31. 98헌바27등, 판례집 12-2, 190, 194).

이 사건에서 이 사건 조항의 위헌성이 다투어진 배경은 이 사건의 당해사건(형사사건)에서 청구인이 이 사건 조항 위반으로 인하여 형사처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조항과 형사처벌 조항은 서로 필연적 연관관계에 있는 조항으로서 같이 위헌성을 판단할 필요가 있으며, 따라서 위에서 본 판례의 취지를 고려하면 이 사건에서 심판대상의 확장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보여진다.

그런데 한편 이 사건 조항은 처벌조항의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노조법 제82조 이하에 따른 노동위원회의 구제신청의 대상 및 노조법 제89조 제2호의 확정된 구제명령 위반시 형사절차가 부과되는 원인도 되고 있다. 그 점에서 이 사건 조항은 처벌조항과만 연관된 것은 아니다. 즉 처벌조항과 별도의 존재이유를 갖는 것이므로 이 사건에서 처벌조항까지 반드시 위헌 여부를 판단해야 할 필연성은 없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청구인은 형사처벌 조항에 대하여 심판대상으로 삼지 아니하고 법원의 위헌제청신청도 거치지 아니하였을 뿐 아니라 이 사건에서도 그에 관한 주장이 없는 점을 고려하면, 설사 처벌조항을 당사자가 착오로 빠뜨린 심판조항이라 하더라도 이는 당사자의 잘못에 기인하는 문제이므로 헌법재판소가 항상 직권으로 이를 보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그런 점에서 당사자가 심판대상으로 삼지 않았던 처벌조항까지 헌법재판소가 심판대상으로 삼아 그 위헌성을 본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에서 처벌조항까지 심판의 대상으로 삼지는 않았던 것이라 볼 수 있다.2)

헌법재판소는 이 결정에서 처벌조항 자체는 “청구인이 위헌제청을 하였다거나 이 사건에서 적극적으로 심판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이 아니므로, 위 형사처벌 조항 자체의 위헌성에 관해서는 여기서 판단하지 아니한다.”고 하고 있다(헌재 2002. 2. 18. 2002헌바12, 판례집 14-2, 824, 833).

다만, 김영일, 주선회 재판관의 소수의견의 경우 처벌조항이 심판의 대상

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보고, 각 합헌론과 위헌론을 개진하였는데, 이는 이 사건에서 청구인이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다면 이 사건 조항을 다툴 이유가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즉, 처벌조항은 이 사건 조항과 필연적 연관관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구인이 단지 착오로 이를 위헌제청신청 및 이 사건 심판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이라면 헌법재판소가 이를 심판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사건 조항은 부당노동행위의 한 유형으로 노조법 제81조(부당노동행위)에서 입법화 된 것이다. 원래 부당노동행위라는 개념은 1935년 미국의 연방법인 Wagner법(National Labor Relations Act) 제8조의 “불공정한 노동 행위(unfair labor practice)" 개념을 우리말로 번역한 것으로서, 애초에는 노동조합의 어용화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는데,3)점차 그 유형이 확대되어 왔다. 이러한 제도는 그 후 인도, 일본, 멕시코, 캐나다, 우리나라에서 채택되었으며, ILO조약 제98호도 부당노동행위제도의 정립을 요청하고 있다.4)우리나라의 경우 1953년 노동조합법 제정시부터 사용자의 정당한 이유 없는 단체교섭 거부에 대해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여 왔다.

이 사건 조항은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노동조합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자와의 단체협약체결 기타의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하는 행위”를 금지하며, 노조법 제90조(벌칙)는 이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형사처벌까지 하고 있다.5)

이 사건 조항에 따른 단체교섭응락의무는 사용자가 단체교섭에 성의를 가지고 임할 것을 의미하는 것일 뿐이며, 교섭사항을 구체적으로 타결해야 할 의무까지를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6)

한편 단체교섭을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이유”는 사용자에게 성실한 단체교섭의무의 이행을 기대할 수 있느냐에 따라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정당한 이유의 존부는 특히 교섭상대방인 근로자측과의 관계에서 문제가 되므로 사용자측 일방의 행위만을 보고 일반적으로 또는 추상적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즉 양측의 교섭태도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7)

노동위원회의 결정상 인정된 예를 들면, 노동조합이 위임한 교섭담당자의 수가 부당하게 많아서 신중한 협의를 할 수 없는 경우, 단체교섭담당자가 조합원총회로부터 협약체결권한을 받지 못한 경우, 통상적인 근로시간을 정상 이상으로 초과하는 경우, 관행적인 단체교섭의 규칙을 무시하는 경우, 장시간에 결친 협의로 심신이 피로하여 그 이상의 정상적인 협의를 기대할 수 없는 경우에는 사용자는 정당하게 단체교섭을 거부할 수 있다. 그러나 단체협약효력기간의 만료에 대비하여 노동조합이 합리적인 시기에 요구한 단체교섭을 거부한 경우, 조합원이 소수라는 이유로 거부하는 경우, 교섭담당자인 조합위원장 및 부위원장에 대하여 배치전환 등의 불이익취급을 하는 경우, 단순히 내부사정을 이유로 거부한 경우, 단체교섭시기에 일방적으로 휴업을 하는 경우, 또는 형식적으로는 교섭에 응하지만 실질적으

로는 전혀 성의 없는 교섭을 하는 경우에 있어서는 부당노동행위로서 단체교섭의 거부를 인정할 수 있다.8)

이 사건 조항과 같은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외국의 입법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연방헌법상 근로3권에 관한 규정은 없다. 연방법인 Wagner법이 등장한 이후 각주는 이를 모방한 노동관계법을 제정하였는데, 연방법이 주로 주간통상에 대하여 적용되며, 주법은 소규모적인 주내통상에 종사하는 사용자 및 근로자에게 적용된다. 여기서는 연방법만을 살펴본다.

Wagner법은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만을 금지하였으나 1947년의 Taft- Hartley법은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와 아울러 노동조합 또는 그 대리인의 부당노동행위도 규정되었다.

미국의 부당노동행위제도는 노사간의 교섭력의 균형(Balancing of bargaining power)을 통한 공정거래(fair trade)의 확보와 산업평화의 유지 내지 상업의 자유로운 유통을 입법취지로 하고 있다.9)그러므로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는 근로자들의 집단적 교섭력의 약화라는 관점에서 노동력의 자유로운 거래에 있어서의 실질적 평등성을 침해하는 행위로 이해되는 것이다.10)

Taft-Hartley법은 제7조에서 근로자에게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거기에 가입하고, 그것을 원조하는 권리, 스스로 선출한 대표자를 통하여 단체교섭을 행하는 권리, 단체교섭과 상호부조를 위한 기타 단체행동을 할 권리가 보장되고 있는데, 제8조a(1)항은 사용자가 이와 같은 근로자의 권리행사에 개입하거나 그것을 방해하거나 강제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 한편 제8조d는 노사간의 단체교섭에 대하여 상세한 해석규정을 두면서 단체교섭의

거부는 사용자와 노동조합 각각의 부당노동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다.11)이러한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연방노동관계위원회(NLRB)를 통한 구제(원상회복)를 인정하고 있는데, 형사처벌조항은 두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일본헌법제28조에서 근로자의 단결권 및 단체교섭 기타 단체행동 하는 권리는 이를 보장한다고 규정하며, 이는 우리 헌법과 같다.

일본 노동조합법 제7조는 “사용자는 아래 각호에 게재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하면서, 제2항에서 “사용자가 고용하는 근로자의 대표자와 단체교섭을 하는 것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한편 이의 위반에 대해서는 노동위원회를 통한 구제(원상회복)를 인정하고 있다.

1971년 노동관계법(Industrial Relations Act)은 단위교섭제도를 채택하였으며, 사용자가 유일교섭대표 또는 합동교섭기관과의 단체교섭을 거부하는 것은 불공정한 산업적 행위(unfair industrial practice)로 규정하였고, 1971년의 교섭단위제도는 1974년법에 의하여 폐지되었으나 그 후 1975년법에 의하여 단체교섭을 위한 노동조합의 승인제도가 개설되었으며 이는 그 근본성격이 1971년법의 교섭단위제도를 계수한 것이다. 그러나 1975년법의 승인제도는 1980년의 고용법에 의하여 폐지됨에 따라 그 후 영국에 있어서는 법적 의미의 단체교섭제도는 1971년법 이전의 상태, 즉 노사자율에 맡기고 법적 규율이 따로 없는 상태로 복귀하였다.12)

기본법 제9조 제3항은 단결권, 단체행동권을 인정하는 규정이 있으나, 우리와는 달리 단체교섭권에 관한 규정은 없다.

노동관계에 관한 입법은 연방법과 지방법의 경합적 관할사항인데(기본법

제74조 제12호), 연방법의 경우를 보면, 이 사건 조항과 관련되는 법으로는 단체협약법(Tarifvertragsgesetz: TVG)이 있으며, 동법은 단체협약으로서 당사자들의 권리와 의무를 정하도록 하고 이 협약은 협약당사자 등에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고 규정하나(제1조 제1항, 제3조 제1항), 이 사건 조항과 같은 단체교섭, 단체협약의 거부 금지에 관한 조항은 두고 있지 않다.

(가) 청구인은 이 사건 조항으로 인하여 집회ㆍ결사의 자유, 의사소통을 강요받지 않을 권리, 평등권, 행복추구권, 신체의 자유 등이 침해되었고, 무죄추정원칙에도 위반되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므로 이 사건에서는 이들 기본권들의 관련성이 검토되어야 했다.

이 결정은 계약의 자유, 기업활동의 자유, 집회의 자유, 평등권의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았고, 나머지 주장에 대하여는 이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다고 보았다. 이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나) 우선 이 사건 조항은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대표자측과의 “단체협약체결 기타의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는 우선 사용자로 하여금 단체협약 체결을 강요한다는 의미에서 사용자의 ‘계약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다. 계약의 자유는 일반적 행동자유권으로부터 파생되며, 계약을 체결할 것인지의 여부, 체결한다면 어떠한 내용의, 어떠한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하느냐를 결정할 자유를 말한다.13)

기업의 자유란 직업의 자유에 포함되며 직업의 자유의 주체가 다른 기업과의 경쟁에서 국가의 간섭이나 방해를 받지 않고 기업활동을 할 수 있는 자유를 의미하며, 이는 헌법 제119조 제1항이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한 취지에도 부합된다. 한편 직업의 자유에는 영업의 자유와 기업의 자유 내지 기업(활동)의 자유가 포함되는데,14)이 사건 조항은 사용자로 하여금 단체교

섭 및 단체협약체결에 있어서 구속적인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그러한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다.

한편 집회의 자유는 헌법 제21조 제1항에서 보장되고 있다. 헌법상 보장되는 ‘집회ㆍ결사의 자유’에서 ‘집회’란, “다수인이 일정한 장소에서 공동목적을 가지고 회합하는 일시적 결합체”를 뜻한다.15)한편 여기서 다수인은 최소한 3인 이상을 의미한다고 한다.16)그리고 집회의 자유에는 “집회에 참가하지 않을 자유”가 포함된다고 해석될 수 있다.17)

한편 “단체교섭”이란 좁은 의미에서는 사실행위인 교섭행위만을 가리키는 것이나 넓게는 법률행위인 단체협약의 체결을 포함하는 개념이다.18)여기서 ‘교섭’이란 사전적 의미로 협상(negotiation)을 뜻하며, 이는 분쟁 당사자가 서로 대화를 통하여 각자의 주장을 조정하여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단체교섭은 서로간의 협상을 위한 ‘회합’을 전제로 하므로 이는, 3인 이상이 참여하는 경우, 집회와 관련이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조항이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단체교섭을 거부하거나 해태할 수 없다고 한 것은 단체교섭이나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집회에 참석하지 않을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므로, 집회의 자유의 제한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사건 조항은 사용자에게 단체교섭 및 협약체결에 있어서 성실히 임하도록 하는 의무를 부과한다는 점에서 사용자의 계약의 자유, 기업의 자유, 집회의 자유를 제한한다.

한편 청구인은 이 사건에서 평등권 침해를 주장하는데, 이 사건 조항이

사용자측의 부당노동행위를 금지하며 노동조합측의 부당노동행위는 금지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는 평둥권 내지 평등원칙 규정과 연관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관련되는 기본권 외에 기타 청구인 주장의 기본권에 대해서는 이 사건 조항과 직접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았다. 그 이유는 결정문에서 자세히 설시되고 있지 않으나 다음과 같은 관점 때문인 것이라 할 수 있다.

먼저 청구인은 이 사건 조항에 의하여 결사의 자유가 침해된다고 하나, ‘결사’란 다수인이 일정한 공동의 목적을 위하여 계속적인 단체를 결성하는 것을 뜻하는바,19)단체교섭을 위한 노사간의 회동이 그러한 계속적인 단체를 결성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

한편 청구인은 의사소통을 강요받지 않을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며, 이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취지로 이해되나, 이 사건 조항은 단체교섭 자체를 거부하거나 해태하지 말라는 것이고, 이는 구체적인 표현행위를 제약하는 규정은 아니며, 노동조합측의 단체협약안을 사용자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도 아니므로, 이 사건 조항은 사용자측의 구체적인 표현행위를 제약하는 조항으로는 보기 곤란하며, 단지 집회의 자유에 대한 제약일 뿐이라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

한편 청구인은 이 사건 조항이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하나,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지는 별론으로 하고 일반적으로 보충적인 성격을 지닌 기본권이라 할 수 있는 행복추구권20)을 다시 제한한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나, 단체교섭에 성실히 임할 것을 규정한 조항일 뿐이며, 사용자의 신체의 자유를 제약하는 조항이라고 볼 수 없다.

나아가 청구인은 이 사건 조항이 무죄추정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하나, 이 사건 조항은 특정한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며, 그 위배 여부는 노동위원회의 구제절차 및 형사절차를 통하여 가려질 것이므로, 이 사건 조항이 무죄추정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그밖에 청구인은 단지 대표이사란 직책만으로 다른 임직원과는 달리 이 사건 조항 위배로 처벌될 수 있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이는 이 사건 조항 자체의 위헌성 문제와는 직접 관련이 없으므로 판단될 필요가 없다고 볼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조항이 위 자유들을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게 제한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즉 위 자유의 제한을 비례의 원칙의 4가지 하부 원칙들, 즉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정성, 피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 원칙의 관점에서21)판단하고 있다.

우선 헌법제33조 제1항의 근로3권을 언급하면서 이 사건 조항은 단체교섭권을 실효성 있게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서 정당한 입법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보았다. 한편 이러한 사항은 노사간에 자율적인 사항으로 남겨둘 수도 있으나, 사용자의 불성실한 태도에 따라서는 헌법상 보장되는 단체교섭권이 유명무실해질 우려가 있어, 입법자는 이 사건 조항의 마련을 통하여 사용자에게 보다 성실한 태도로 단체교섭 및 혐약체결에 임하도록 하는 수단을 택했다고 보았는데, 이러한 입법정책은 사용자로 하여금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체결을 부당하게 거부하거나 해태하지 않도록 하는 일반예방적 효과를 지니는 것이라 볼 수 있는 것이다.

나아가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조항은 헌법상의 근로3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입법자가 시대적 상황을 종합하여 정책적으로 마련한 조항으로서22), 그 내용이 사용자로 하여금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체결을 일방적

으로 강요하는 것은 아니며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하지 말 것을 규정한 것이고, 어차피 노사간에는 단체협약을 체결할 의무가 헌법에 의하여 주어져 있는 것이므로, 결국 이 사건 조항은 단지 그러한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도록 하는 의미를 지닐 뿐이며,23)이로써 “노동관계를 공정하게 조정하여 노동쟁의를 예방ㆍ해결함으로써 산업평화의 유지와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하고자”(노조법 제1조) 하는 것이라고 보아, 이 사건 조항이 기본권 제한에 있어서 최소침해성의 원칙에 위배된 것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고 하였다.

한편 법익의 균형성 원칙의 관점에서, 이 사건 조항은, 노동관계 당사자가 상반된 이해관계로 말미암아 계급적 대립ㆍ적대의 관계로 나아가지 않고 활동과정에서 서로 기능을 나누어 가진 대등한 교섭주체의 관계로 발전하게 하여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게 함으로써 근로자의 이익과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고,24)이로써 헌법상의 근로3권 보장 취지를 구현하기 위하여 마련된 것인데 비해, 이 사건 조항으로 인하여 초래되는 사용자의 자유의 제한은 그에 상응하는 이상으로 큰 것이라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헌법상의 근로3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려는 입법자의 입법정책에 비중을 두면서, 한편 이 사건 조항이 금지하는 내용이 사용자측에게 과중한 것이 아니라고 본 것이라 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비록 청구인이 다투고 있지는 않으나 노동조합측의 단체교섭 거부(부당노동행위)에 관해서만 금지하고 있는 것의 차별성 문제에 대하여, 그 합리성을 긍정하여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비록 이 사건 조항이 사용자측의 경우만을 금지한다고 해도 그것은 헌법이 근로3권을 부여한 취지에 부합되는 것으로서 비합리적인 것이라 할 수

없고, 한편 노조법제30조에서 노동조합도 신의에 따라 성실히 교섭하고 그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아니되고, 노동조합도 단체교섭 또는 단체협약의 체결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해서는 안된다는 규정을 두고 있으며, 이에 대한 별도의 처벌조항은 없으나, 노동조합으로 하여금 그러한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점 등을 참조할 때, 그러한 판단은 수긍될 수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합헌의견은 입법재량의 범위를 넓게 보는 전제에 서 있다. 한편, 위헌의견은 형사처벌조항이 없어도 구제명령제도가 있고, 노사간의 자율적 문제에 대하여 지나치게 형사법적 제재수단을 두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보았다. 각 소수의견은 비교적 자세히 그 논거를 개진하고 있으므로 여기서는 별도로 해설할 필요가 없다고 보여진다. 다만 다음 몇 가지 점에 대하여 언급할 필요가 있다.

부당노동행위(unfair labor practice) 제도의 모국인 미국이나 이를 수계한 일본 등 여러 국가에서 사용자의 단체교섭 거부를 법률에 의해 금지하고 있으나,25)그 구제방법에 있어서 원상회복주의와 처벌주의를 병행하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원상회복주의만을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금지행위를 처벌할 것인지에 관한 문제는 각 나라의 역사와 문화, 입법 당

시의 시대적 상황과 국민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그리고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 여러 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국가가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사항일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규정 위반에 대하여 형사처벌까지 할 것인지의 문제는, 노사간의 자율적인 분쟁예방, 해결방법을 장려해야 할 국가로서 되도록 민간의 자율성에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보충의 원칙의 관점에서 보면, 지나치게 민간생활에 개입하는 것이 아닌지가 의문시된다. 이미 노동위원회에 의한 구제명령제도가 있으며, 그 위반시 다시 이를 실효성 있게 하기 위한 법적 장치를 갖추고 있으므로, 이로써 충분한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26)

물론 형사처벌 규정을 둠으로써 일반예방적 효과를 거두게 될 것이지만, 그런 효과만을 위하여 형벌권을 남용할 수는 없는 것이고, 한편 부당노동행위인지 여부는 일차적으로 노동위원회의 판단이 존중되어야 할 것임을27)전제한다면, 법원에 의한 형사처벌이 독자적으로 존재할 필요성은 그만큼 경감되는 것이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사용자가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거나 악의적 또는 계획적으로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이는 기본적으로 근로3권 보장질서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이에 대한 제재로서 형사처벌도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이라 볼 수 있을 것인바,28)형사처벌주의는 부당노동행위를 한 사용자를 직접 처벌함으로써 이를 사전에 예방, 억제시키는 기능을 가지므로, 입법자는 근로3권의 실질적 보장을 위하여 이 사건 조항과 같은 부당노동행위 위반시 형사처벌을 하는 법을 마련한 것이라고 보여진다.

그러나 외국 입법례를 참조하면, 또한 사용자와 근로자의 자율적 협상이라는 가치를 존중한다면, 노동위원회에 의한 시정명령(구제명령)이라는 원상회복절차 외에 다시 형사처벌 조항을 두는 것은 입법상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라는 점이 지적될 수 있다.

종래 우리나라에서는 행정질서벌로 대체될 수 있는 경우에도 형사처벌 입법이 지나치게 많았다고 보여진다.29)원칙적으로 형사처벌 외에 다른 의무이행 확보수단이 있다면 처벌조항은 “최후적, 보충적인 것”이어야 한다는 법치국가 원칙에 적합하지 않는 것이다.30)

헌법상 보장된 단체교섭권이 실효성이 있고 사용자와 노동조합이 대등한 교섭주체의 관계로서 분쟁을 예방하고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로 간에 성실하게 단체교섭에 임할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이 결정은 사용자에게 단체협약체결 기타의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하지 못하도록 한 법조항을 합헌이라고 선언함으로써 사용자가 그러한 성실교섭의무가 있으며, 입법자는 합헌적으로 그에 관한 규율을 할 수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심판대상조항이 합헌으로 결정된 만큼, 사용자들은 단체교섭에 응함에 있어서 더 이상 이 조항에 대한 위헌성 논란 없이 이 조항에 따라 성실하

게 단체교섭에 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 결정은 사용자가 그러한 단체교섭의무를 위반했을 때의 형사처벌 조항에 대해서는 심판대상으로 삼지 않았으므로, 이 결정에 의하여 그러한 형사처벌 조항의 헌법적 정당성 여부까지 판단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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