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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현,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47조 제1항 중 앞괄호부분 등 위헌제청", 결정해설집 2집, 헌법재판소, 2003, p.1
[결정해설 (결정해설집2집)]
본문

- 기초의회의원선거 후보자 정당표방 금지의 위헌 여부 -

(헌재 2003. 1. 30. 2001헌가4, 판례집 15-1, 7)

정 광 현*

1.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84조 정당표방금지 위반으로 공소제기된 형사재판에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한규정인 같은 법 제47조 제1항의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성이 있는지 여부

2. 기초의회의원선거 후보자로 하여금 특정 정당으로부터의 지지 또는 추천 받음을 표방할 수 없도록 한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84조 중 “자치구ㆍ시ㆍ군의회의원선거의 후보자” 부분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

3. 다른 지방선거 후보자와는 달리 기초의회의원선거의 후보자에 대해서만 정당표방을 금지한 것이 평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1995. 4. 1. 법률 제4947호로 개정되고, 2000. 2. 16. 법률 제626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이라고 한다) 제47조 제1항 중 “(자치구ㆍ시ㆍ군의회의원선거를 제외한다)” 부분과 법 제84조 중 “자치구ㆍ시ㆍ군의회의원선거의 후보자” 부분의 위헌 여부

법 제47조(정당의 후보자추천) ① 정당은 선거(자치구ㆍ시ㆍ군의회의원선거를 제외한다)에 있어 선거구별로 선거할 정수범위 안에서 그 소속당원을 후보자(이하 “정당추천후보자”라 한다)로 추천할 수 있다.

② (생략)

제84조(무소속후보자등의 정당표방금지) 자치구ㆍ시ㆍ군의회의원선거의 후보자와 무소속후보자는 특정 정당으로부터의 지지 또는 추천 받음을 표방할 수 없다. 다만, 정당의 당원경력의 표시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1997. 11. 14. 법률 제5412호로 개정되고, 2000. 2. 16. 법률 제626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56조(각종제한규정위반죄) ①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선거운동과 관련하여 다음 각 목의 1에 해당하는 자

가.~다. (생략)

라. 제84조(무소속후보자등의 정당표방금지)의 규정에 위반하여 특정 정당으로부터의 지지 또는 추천 받음을 표방한 자

마.~ (생략)

가. 당해사건 피고인은 1998. 6. 4. 실시된 제2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공주시의회의원후보로 입후보한 자로서,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84조를 위반하여 정당으로부터의 지지 또는 추천 받음을 표방하였다는 혐의로 기소되었다.

나. 위 사건의 1심법원인 대전지방법원은 벌금 3,000,000원을 선고하였으나(98고합547), 항소심인 대전고등법원은 위와 같은 표시는 단순히 소속 정당의 당원경력을 표시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하였다(99노516). 그러나, 상고심인 대법원은 위와 같은 행위는 실질적으로 정당으로부터 지지 또는 추천을 받았음을 표방한 것에 해당한다며 위 대전고등법원의 판결을 파기 환송하였다(2000도734).

다. 이에 위 환송사건을 심리하게 된 대전고등법원은 법 제47조 제1항 중 “(자치구ㆍ시ㆍ군의회의원선거를 제외한다)” 부분과 법 제84조 중 “자치구ㆍ시ㆍ군의회의원선거의 후보자” 부분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하여 직권으로 이 사건 위헌여부심판을 제청하였다.

(1) 공직선거에서 특정 후보자를 추천하는 행위는 그 성질상 정치적 의사표현 행위이고, 이를 제한하는 법률은 경제적 기본권을 규제하는 법률보다 더 엄격한 기준에 의해 위헌 여부가 심사되어야 한다.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은 ‘풀뿌리 민주주의, 지방분권, 주민자치’ 등과 같은 추상적, 이념적 구호의 수준을 넘지 못하므로 정당성이 없다. 그리고, 미국식의 예비선거와 같이 지구당과 지역주민들의 여론만으로 공천자를 결정하도록 강제하는 등, 헌법에 더 부합하며 제한의 정도가 더 가벼운 다른 수단들을 강구할 여지가 있으므로, 위 규정들은 최소침해성의 원칙에도 위배된다. 또한, 법 제84조는 단서에 의하여 허용되는 행위와 본문에 의하여 금지되는 행위의 경계선이 불분명하다. 그러므로, 위 규정들은 정당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의 본질을 침해하는 법률로서 위헌이다.

(2) 정당의 영향력에서 독립할 필요는 지방자치단체장에게 더욱 요구된다 할 것임에도, 위 규정들은 지방자치단체장 후보자에 대하여는 정당으로부터의 지지 또는 추천 받음을 표방할 수 있게 하면서 유독 자치구ㆍ시ㆍ군의회(이하 ‘기초의회’라 한다)의원 후보자에 대하여만 이를 금지함으로써 합리적 근거 없이 후자를 차별하고 있다.

심판대상조항의 입법취지는 기초의회의 구성 및 활동에 정당의 영향을 배제함으로써 지역실정에 맞는 순수한 지방자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데 있다. 그리고 기초의회의원 후보자에게 정당표방을 금지시킨 것은 위와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유효ㆍ적절한 수단이고, 자신의 정치적 이념이나 정당과 관련된 정보는 당원경력의 표시를 통하여 알리도록 배려하고 있어 피

해의 최소성도 충족하고 있다. 나아가 정당표방금지에 의한 지방자치의 제도적 보장이라는 이익은 정당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로 입게 되는 손해보다 이익이 더 크므로 두 법익에 대한 균형성도 갖춘 것이다. 그러므로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이 추구하는 지방자치의 제도적 보장을 위한 입법목적에 필수불가결한 것으로서,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대전지방검찰청검사장의 의견과 대체로 같다.

1. 이 사건은 기초의회의원선거 후보자가 법 제84조를 위반하여 특정 정당으로부터의 지지ㆍ추천 받음을 표방하였다는 이유로 공소제기된 사건으로서, 기초의회의원선거의 경우 정당이 후보자를 추천할 수 없도록 한 법 제47조 제1항은 당해사건에 적용될 법률조항이 아니고, 나아가 법 제84조와 법 제47조 제1항은 각 그 수범자와 규율내용을 서로 달리하여 법 제47조 제1항의 위헌 여부가 법 제84조의 위헌 여부와 체계적으로 밀접불가분한 관계에 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법 제47조 제1항에 관한 위헌심판제청 부분은 재판의 전제성이 없어 부적법하다.

2. 선거에서 정당이냐 아니면 인물이냐에 대한 선택은 궁극적으로 주권자인 국민의 몫이고, 입법자가 후견인적 시각에서 입법을 통하여 그러한 국민의 선택을 대신하거나 간섭하는 것은 민주주의 이념에 비추어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기초의회의원선거에서 정당의 영향을 배제하고 인물 본위의 투표가 이루어지도록 하겠다는 구체적 입법의도는 그 정당성이 의심스럽다.

그리고, 후보자가 정당의 지지ㆍ추천을 받았는지 여부를 유권자들이 알았다고 하여 이것이 곧 지방분권 및 지방의 자율성 저해를 가져올 것이라고 보기에는 그 인과관계가 지나치게 막연하므로, 법 제84조의 규율내용이 과연 지방분권 및 지방의 자율성 확보라는 목적의 달성에 실효성이 있는지도 매우 의심스럽다.

나아가, 법 제84조가 지방자치 본래의 취지 구현이라는 입법목적의 달성에 기여하는 효과가 매우 불확실하거나 미미한 반면에, 이 조항으로 인해 기본권이 제한되는 정도는 현저하다. 즉, 후보자로서는 심지어 정당의 지지ㆍ추천 여부를 물어오는 유권자들에 대해서도 침묵하지 않으면 안 되는 바, 이는 정당을 통해 정계에 입문하려는 기초의회의원 후보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 또한, 지방의회의원 선거의 선거기간이 14일로 규정되어 있고 사전선거운동이 금지되는 등 선거의 공정성을 담보하는 각종의 규제들이 마련되어 있어서 실제로 유권자들이 기초의회의원 후보자와 접촉할 수 있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은 데다가 이른바 4대 지방선거가 동시에 실시되고 있는 탓으로 유권자들이 후보자들 개개인의 자질과 능력을 일일이 분석ㆍ평가하기란 매우 힘든 실정이므로 현실적으로 후보자에 대한 정당의 지지ㆍ추천 여부는 유권자들이 선거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중요한 참고사항이 될 수밖에 없는데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후보자의 정당표방을 금지하는 경우에는 유권자들은 누가 누구이고 어느 후보가 어떠한 정치적 성향을 가졌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투표를 하거나 아니면 선거에 무관심하게 되어 아예 투표 자체를 포기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할 때, 정당표방을 금지함으로써 얻는 공익적 성과와 그로부터 초래되는 부정적인 효과 사이에 합리적인 비례관계를 인정하기 어려워, 법익의 균형성을 현저히 잃고 있다고 판단된다.

이에 덧붙여, 법 제84조 단서에서는 후보자의 당원경력의 표시를 허용하고 있는데, 이러한 당원경력의 표시는 사실상 정당표방의 일환으로 행해지는 것이 통상적이어서 법 제84조 본문과 단서는 서로 중첩되는 규율영역을 가지게 되는바, 이로 말미암아 법 제84조는 기초의회의원 후보자로 하여금 선거운동 과정에서 소속 정당에 관한 정보를 어느 만큼 표방해도 좋은지 예측하기 힘들게 하고 국가형벌권의 자의적 행사의 빌미마저 제공하고 있으므로 명확성원칙에 위배되는 측면이 있다.

그렇다면, 법 제84조는 불확실한 입법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그다지 실효성도 없고 불분명한 방법으로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후보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3. 법 제84조의 의미와 목적이 정당의 영향을 배제하고 인물 본위의 선

거가 이루어지도록 하여 지방분권 및 지방의 자율성을 확립시키겠다는 것이라면, 이는 기초의회의원선거뿐만 아니라 광역의회의원선거, 광역자치단체장선거 및 기초자치단체장선거에서도 함께 통용될 수 있다. 그러나, 기초의회의원선거를 그 외의 지방선거와 다르게 취급을 할 만한 본질적인 차이점이 있는가를 볼 때 그러한 차별성을 발견할 수 없다. 그렇다면, 위 조항은 아무런 합리적 이유 없이 유독 기초의회의원 후보자만을 다른 지방선거의 후보자에 비해 불리하게 차별하고 있으므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

재판관 한대현, 재판관 하경철, 재판관 김경일의 반대의견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간에 권력을 수직적으로 분배하는 문제는 서로 조화가 이루어져야 하고, 이 조화를 도모하는 과정에서 입법 또는 중앙정부에 의한 지방자치의 본질의 훼손은 어떠한 경우라도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정치현실 및 정당운영의 비민주성, 지연ㆍ혈연ㆍ학연이 좌우하는 선거풍토와 그 위에 지방자치를 실시한 경험이 일천(日淺)하다는 것을 감안하지 않고 그 밖의 공직선거와 마찬가지로 기초의회의원선거에도 정당추천후보자의 참여를 허용한다면, 정당은 그 후보자의 당락뿐만 아니라 선출된 의원의 의정활동 전반에 걸쳐 직ㆍ간접으로 영향을 미치게 되어, 지역의 특성에 따라 자율적으로 운영되어야 할 기초의회를 형해화할 수 있다.

생각건대, 이 법률조항은 기초의회의 구성 및 활동에 정당의 영향이 배제된 지역실정에 맞는 순수한 지방자치를 실현하는 필요불가결한 조항이다. 이 조항으로 말미암아 후보자는 직접 선거권자에게 자신이 추구하는 정치적 이념이나 정당과 관련된 정보를 줄 수 없고 선거권자로서는 이러한 정보를 알 기회가 제한된다고 할지라도 간접적이나마 자신의 정치적 이념 및 정당과 관련된 정보는 정당의 당원경력의 표시를 통하여 알리도록 배려하고 있으며(법 제84조 단서), 후보자의 정당표방금지로 인한 지방자치의 제도적 보장이라는 이익은 후보자의 공무담임권 및 선거운동 자유의 침해로 입게 되는 손해보다 이익이 더 크므로, 이 법률조항은 과잉입법금지의 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그 밖의 공직선거와 비교할 때에 기초의회의원선거의 후보자에 한정하여 정당표방금지라는 정치적 생활영역에 있어서의 차별취급을 한 이 조항은 헌법이 추구하는 지방자치의 제도적 보장을 위한 입법목적에 필요불가결한 것으로서, 그 목적달성을 위한 수단 또한 필요ㆍ최소한의 부득이한 경우로 인정되므로 평등원칙 위반도 없다.

가. 법률에 대한 위헌심판제청이 적법하기 위하여는 문제된 법률의 위헌 여부가 당해사건의 재판의 전제가 되어야 한다. 법률의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다고 함은, 첫째 구체적인 사건이 법원에 현재 계속중이어야 하고, 둘째 위헌 여부가 문제되는 법률 또는 조항이 당해 소송사건의 재판과 관련하여 적용되는 것이어야 하며, 세째 그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의 여부에 따라 당해사건을 담당하는 법원이 다른 내용의 재판을 하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헌재 1992. 12. 24. 92헌가8, 판례집 4, 853, 864-865; 헌재 1994. 2. 24. 91헌가3, 판례집 6-1, 21, 30).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당해사건의 공소사실은 기초의회의원선거 후보자가 특정 정당으로부터의 지지ㆍ추천 받음을 표방하였다는 것으로서, 그에 적용될 법률조항은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1997. 11. 14. 법률 제5412호로 개정되고, 2000. 2. 16. 법률 제626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56조 제1항 제1호 라.목과 제84조이고, 제47조 제1항은 아니다. 그러므로 제47조 제1항은 원칙적으로 재판의 전제성이 없다고 할 것이다.

나. 헌법재판소는 재판의 전제성이 있는 부분과 체계적으로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부분에 대하여 예외적으로 심판대상을 확장하고 있다.1)가령 헌법재판소는 93헌바14 결정에서 “공소장에는 적용법조로 직업안정법 제10조 제1항만 기재되어 있고 제10조 제2항은 기재되어 있지 아니하나, 청구인들은 제10조 제1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중요한 이유로서 제10조 제2항에서 허가요건을 법률로 규정하지 않고 대통령령에 위임을 하고 있는 것이 위임

입법의 한계를 벗어나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에서 제10조 제1항의 위헌 여부는 제10조 제2항의 위헌 여부와 불가분적인 관계에 있다고 할 것이므로 제10조 제2항도 재판의 전제성이 있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2)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법 제84조의 위헌 여부는 법 제47조 제1항의 위헌 여부와 체계적으로 밀접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법 제84조는 후보자에 대해 정당으로부터의 지지 또는 추천 받음을 표방할 수 없게 한 조항인 데 반하여, 법 제47조 제1항은 정당에 대해 후보자를 공천하지 못하도록 한 조항으로서, 각 그 수범자와 규율내용을 서로 달리하고,3)또한 법 제47조 제1항은 정당이 비공식적으로 후보자를 추천(이른바 ‘내천’)하거나 특정 후보자에 대해 지지 또는 반대의 의사를 표명하는 것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4)따라서 법 제47조 제1항에까지

심판의 대상을 확장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다. 이에 헌법재판소는 관여 재판관 전원일치의 의견으로 이 사건 위헌심판제청 중 법 제47조 제1항에 관한 부분을 재판의 전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하였다.

법 제84조는 기초의회의원 후보자로 하여금 정당으로부터의 지지 또는 추천 받음을 표방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는 정당의 지방선거 관여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정당의 지방선거 관여를 허용할 것인가에 관하여는 국내에서도 견해가 대립될 뿐만 아니라 이에 관한 외국의 입법례도 다양하다.

부정설의 입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논거를 들어 정당의 지방선거 관여를 배제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① 지방정치의 중앙정치화

지방선거에 전국적 조직망을 가진 정당의 개입을 허용할 경우, 지방적 사안이 아닌 전국적인 문제 또는 중앙당에 대한 평가에 의하여 지방공직자의 선출이 이루어질 여지가 많아져, 그만큼 지방의 독자성과 자주성이 약화될 수 있다. 또한, 중앙집권적인 정당은 중앙당과 지구당간의 수직적 지배구조를 통하여 지방행정을 좌지우지하거나, 중앙의 정쟁을 지방으로 연장시킬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지방분권화 및 지방의 자율성 존중이라는 지방자치의 본래의 취지는 심각히 훼손될 것이다.

② 지역분할구도의 고착화

우리의 정치현실에서 해결해야 할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는 정당에 의한 지역분할구도를 청산하는 일이다. 그런데 지방선거에 정당의 관여를 인정하게 되면 오히려 이러한 지역분할구도가 더욱 고착화될 것이다.

③ 지방정부의 상호견제기능 상실

우리나라와 같은 지역주의 환경 속에서 정당의 관여를 허용할 경우, 단체장의 소속 정당과 지방의회의 다수당이 일치하는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할 것인바, 그러한 경우 기관분립형 정부형태가 상정하는 상호 견제 및 경쟁의 원리를 살릴 수가 없게 된다.

④ 선거가 가지는 통제기능의 상실과 질 낮은 후보자의 진출

지역주의에 기초한 무조건적인 정당지지는 선거가 가지는 통제기능을 거의 상실시켜 버리고, 유능하고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뽑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긍정설의 입장에서는 정당정치와 지방자치는 서로 대립ㆍ갈등한다기보다는 오히려 상호보완적인 측면이 많으므로 정당의 지방선거 관여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양자의 상호보완적 측면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민의의 결집과 인재의 발굴

정당의 지방선거 관여는 정당의 본래의 기능을 통하여 산만하고 다원적인 주민의사를 조직화하여 이를 지방정부의 정책수립에 중개하고 반영하는 데 공헌한다. 또한, 정당은 지방의 유능한 인재를 발굴ㆍ양성하여 지방의 공직에 충원하는 역할도 한다.

② 중앙과 지방을 매개

정당은 중앙과 지방을 연계하는 중요한 매개체로서 기능한다. 즉, 정당이라는 채널을 통하여 지방의 이해관계가 중앙에 전달되어 정책에 반영되기도 하고 지방의 지역이기주의가 전국적 관점에서 조정되기도 한다.

③ 후보자에 대한 정보의 제공과 투표율의 제고

정당의 추천이나 지지를 받는 입후보자는 정당의 이념이나 정책에 부합

되는 정견을 가진 사람이며, 정당 내부에서 어느 정도 검증을 받은 사람으로 유권자들에게 인식된다. 그런데, 정당의 참여를 배제하면, 유권자들은 후보자의 정치적 성향과 정책의 방향을 쉽게 알 수 없게 된다. 그리하여 후보자에 대한 정보비용이 높아지는바, 이러한 어려움은 특히 저소득ㆍ저교육 계층에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결국, 정당의 참여를 배제할 경우, 유권자들은 ‘누가 누구이고 어느 후보가 어떠한 정치적 성향을 가졌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소위 “장님투표”를 하거나, 아니면 선거에 무관심하게 되어 아예 투표 자체를 포기할 수도 있다.

④ 책임정치의 실현

정당이란, 지방의 토호세력이나 이익집단과는 달리, 독자적인 정책을 제시하고 그 결과에 대하여 책임을 질 수 있는 정치집단이다. 그런데 이러한 정당을 지방자치에서 배제하게 되면 잘못된 정책들에 대하여 효과적으로 책임을 묻기가 어려워진다. 정당의 부재 속에서는, 지방공직자들이 제대로 조직된 야당의 비판을 들을 수 없게 될 뿐만 아니라, 정치적 책임을 추궁당할 여지도 더 적어진다.6)결국, 정당의 배제는 책임정치의 실현을 저해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⑤ 정당의 분권화에도 기여

지방선거에 정당의 참여를 허용하는 것은 정당 자체에도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 즉, 지방의 유능한 인원이 정당에 충원되고 전반적으로 정당의 지방조직이 활성화됨으로써 정당 내부의 분권화가 촉진되는 것이 그것이다.7)지방에 착실히 뿌리를 내린 지방정당이 제대로 성장하면 당 중앙부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게 될 것인바, 결국 정당의 분권화는 우리의 정당이 특정 인물의 사당(私黨)적 성격에서 벗어나 건전한 정책정당

으로 성장ㆍ변모하는 데 기여한다.8)

(1) 지방선거에 정당의 관여를 허용할 것인지에 관하여는 각 국가마다 제도를 보는 시각과 현실여건 등에 따라 입장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9)아래에서는 몇몇 외국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① 영국

지방자치의 오랜 전통을 가진 영국에서는 정당참여가 상당히 폭넓게 인정되고 있다. 국민의 의사를 수렴하여 정책에 반영해야 할 정당이 지방의회의 의결과 운영에 관여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는 견해에 입각한 것이다.10)

그러나 영국에서도 정당참여의 폐해에 관한 논의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즉, 영국 지방정당정치의 현황을 분석하고 대책을 건의한 위디콤 위원회(Widdicomb Committee)의 연구보고서(HMSO, 1986)에 의하면, 지방정당정치가 민주적 선택의 증가, 조정력의 향상, 일관성 증대, 책임성 강화 등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직원임명, 계획승인, 서비스제공, 자금배정 등에서 정당의 영향력이 부당하게 행사되거나 남용된 사례들을 적시하고, 정당의 입장을 관철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지방적 쟁점보다 국가적 쟁점들에 몰입하는 등의 부작용이 있음을 비판하고 있다. 그리고 동 위원회는 지방정당정치를 공식적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지만, 동시에 그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한 적절한 규제조치가 필요하다고 결론짓고 있다.11)

② 프랑스

프랑스의 경우에도 지방의회선거에 정당의 참여를 폭넓게 인정하여 정당 중심의 지방선거를 실시하고 있다. 정당의 관여 정도는 지방자치단체의 종류에 따라 약간씩 다른데, 먼저 “광역권(Region, 레죵)”의 경우에는 명부투표식 비례대표제에 의하도록 하고 있는바, 선거인은 후보자보다 정당을 위해 투표하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도(Departement, 데빠르망)”의 경우에는, 정당이 관여하긴 하지만, 소선거구 다수대표제를 채택한 결과, 인물 본위의 투표가 행해지고 있다. 한편, “시(Commune, 꼼뮨)”의 경우에는 기본적 골격은 명부투표식인데, 인구 규모가 작은 꼼뮨에서는 혼합투표나 선호투표방식을 혼용하고 있는바, 이에 의해 정당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완화된다.

프랑스의 지방선거에서의 특징은, 국민의회의원과 상원의원이 그가 입후보한 시에 시의회의원으로 입후보할 수 있고, 각료들도 지방자치단체의 의원선거에 입후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겸임제도로 말미암아 중앙정치와 지방정치는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게 된다.12)

③ 독일

독일에서도 정당은 게마인데(Gemeinde)의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13)거의 모든 주에서 지방의회선거에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다.14)그러나 중앙당의 지방의회에 대한 간여는 거의 없는 편이라고 한다.

즉, 지방의회는 지방적 관심사에만 전념하고, 중앙당 또한 지방적 이해에 배치되는 지시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한다.

독일의 경우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전국 규모의 정당 외에도 활동영역이 지방자치단체에 국한된 소위 “지방정당(Rathaus)”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지방정당이란 “전국가적인 국민의사형성과정에 참여하려는 의도 없이 오직 지역문제의 해결 내지 지역적 의사형성에의 참여만을 목적으로 하는 정치적 결사”이다. 이러한 지방정당은 독일 기본법 제21조상의 정당이 아니므로 동 규정상의 특권은 누리지 못하지만, 지역 수준에서의 정치적 활동은 할 수 있으며 지방선거에의 균등한 참여 기회가 보장된다.15)

④ 대만

대만의 지방선거에서는 정당참여에 관한 규정을 찾을 수 없다. 따라서, 학자들 사이에서는 찬반논란이 지속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명문규정의 부재로 지방선거에서 각 정당은 공개적으로 후보자를 추천하고 지방선거에 관여하고 있다.16)

⑤ 일본

법적으로는 지방선거에 정당공천이 허용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무소속 당선자의 비율이 매우 높으며,17)정당 중심의 투표보다는 인물 중심의 투표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일본의 정당들이 연합구도를 형성하여 후보를 공천하고, 또한 그러한 후보는 공식적으로는 무소속으로 등록을 하는 데에도 중요한 원인이 있겠지만, 1950년대부터 지속되어 오던 보수와 혁신의

대립구도18)가 사라지고 국민의 탈정치화 경향이 높아지면서 나타난 결과로 해석되기도 한다.19)

⑥ 캐나다

캐나다에서 연방 또는 주의 정당은 지방선거에 후보자를 공천하지 않으며 지방정치에 관여하지도 않는다. 지방선거에 관한 법률이나 헌장에 연방이나 주의 정당이 공천을 하지 못하게 하는 금지규정은 없으며, 시의원이 연방 또는 주의 정당에 가입하지 못하게 하는 규정도 없다. 그럼에도 연방정당은 연방적 이해에 관한 사항에 대해서만 관심을 집중시키고 그에 관한 정강ㆍ정책을 제시해야 하며 연방과는 관련이 없는 주와 지방의 사항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캐나다 국민들은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에 의해 지방자치에 대한 중앙정치의 영향력 행사가 사실상 배제되고 있다.20)

⑦ 미국

미국의 경우, 정당참여 허용 여부에 대해 연방 차원의 통일된 규정은 없다. 그러나 1800년대 말부터 1900년대 초까지 미국 지방자치단체의 가장 심각한 문제였던 정치적 보스(political boss) 중심의 기관정치(machine politics)를 타파하려는 20세기 초반의 진보운동(progressive movement)의 영향으로 정당의 공천(nomination)을 배제하고 투표용지에 후보의 소속 정당을 표시하는 것을 금하는 비정당선거제(nonpartisan election)가 생겨났고,21)현재 전국의 지방자치단체 중 약 3분의 2가 이러한 비정당선거제를

채택하고 있다.22)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해야 할 부분은, 정당의 공천을 허용하지 않는 지방자치단체라 할지라도 정당이 후보자에 대해 비공식적 추천(endorsement)을 하거나 지지 또는 반대활동을 하는 것 일체를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그러한 전면적 금지는 미연방 수정헌법 제1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언론의 자유와 관련하여 문제의 소지가 있다.

실제로, 정당의 공천이 배제된 비정당제 선거23)에서 정당이 후보자에 대해 비공식적 추천을 하거나 지지 또는 반대활동을 하는 것을 금지한 California 주헌법(州憲法) §6(b)가 문제된 Geary v. Reene 사건에서, 연방항소법원 제9순회부는 위 조항이 미연방 수정헌법 제1조의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선언을 한 바 있다.24)비록 위 사건은 1991년 미연방대법원에서 ‘사건의 성숙성’ 흠결 등을 이유로 종국적인 본안판단 없이 종결되긴 했으나,25)그 후 1996년에 California Democratic Party v. Lungren 사건에서 연방지방법원이 다시 한번 위 조항의 위헌성을 확인함으로써 위 조항은 실질적으로 그 효력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26)

⑧ 말레이시아ㆍ태국

말레이시아와 태국은 당적을 보유한 자는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조차 없도록 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당적 보유금지는 입헌군주국으로서 국가의 특수한 여건에서 기인된 것으로 보인다. 즉, 태국은 나라의 정세가 불안하여 중앙통제를 강화하는 정책의 결과라 할 수 있으며, 말레이시아의 지방은 대부분 세습제의 장에 의해 통치를 하고 있다.27)

(2) 앞에서 살펴본 외국의 사례를 바탕으로, 정당의 지방선거 관여를 제도적으로 허용할 것인지 여부에 관한 입법태도를 분류해 보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유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① 정당공천제

이것은 정당이 후보자를 공천하는 것이 허용되는 유형으로서, 유럽의 여러 나라와 일본, 대만 등이 여기에 속한다. 우리나라의 광역자치단체장 및 광역의회의원 선거와 기초자치단체장선거의 경우는 여기에 해당한다.

② 정당표방제

이것은 정당이 후보자를 공천하지는 못하지만, 정당의 관여가 전적으로 배제된 것은 아니며, 선거운동에 있어서 정당을 표방하는 것이 허용되는 유형이다. 미국의 비정당선거제(nonpartisan election)의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③ 공천ㆍ표방금지제

이것은 정당이 선거에 관여하는 것이 전적으로 금지된 경우로서, 후보자를 공천할 수 없음은 물론 표방하는 것조차 금지된 유형이다. 태국, 말레이시아, 그리고 우리나라의 기초의회의원선거의 경우가 여기에 속한다고 생각된다.

(3) 이상으로 살펴본 바를 정리하면, 정당의 지방선거 관여에서 비롯되는 부정적 측면은 다른 국가들에서도 마찬가지로 상존함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국가들은 정당의 지방선거 관여를 당연시하거나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설혹 정당의 관여를 제도적으로 제한한다고 하더라도, 정당공천만 금지하고 정당표방은 허용함으로써, 정치적 표현의 자유 등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하고 있다.

(1) 1988년 지방의회의원선거법의 제정으로 5.16 군사 쿠데타 이후 약 30년만에 지방선거가 부활하게 되었다. 그러나 1990년 지방의회의원선거의 실시를 눈앞에 두고, 지방선거에 정당의 관여를 허용할 것인가를 놓고 여ㆍ야간에 격론이 벌어졌다. 당시 여당(민자당)은 정당배제를 주장하였는

데, 그 논거는 ‘권위주의적이고 특정 인물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 우리나라 정당정치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정당의 관여는 지방정치의 중앙정치에의 예속화, 정쟁(政爭)으로 인한 지방행정의 혼란과 마비, 지역사회의 분열과 반목 심화 등의 폐해로 말미암아 결과적으로 지방의 자율적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야당은 ‘지방자치가 실질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지방선거에 정당의 관여가 당연히 허용되어야 하고, 그 적합성 여부는 선거과정에서 주민들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는 논리로 반대하였다. 법정선거일정까지 어기면서 치열한 공방을 거친 끝에, 결국 시ㆍ도의 선거에서만 정당공천을 허용하고 시ㆍ군ㆍ자치구의 선거에서는 정당의 공천과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것으로 겨우 타협이 이루어졌다. 이에 따라 개정 또는 제정된 지방의회의원선거법지방자치단체의장선거법상의 관련규정은 다음과 같다.

제41조(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 ① 정당(시ㆍ도의회의원선거에 한한다)ㆍ후보자ㆍ선거사무장ㆍ선거연락소의 책임자 또는 선거사무원이 아닌 자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제56조(무소속후보자의 정당표기 금지 등) 시ㆍ도의회의원선거에 있어서 무소속후보자와 구ㆍ시ㆍ군의회의원선거의 후보자는 제47조의 선전벽보ㆍ제49조의 선거공보ㆍ제54조의 소형인쇄물ㆍ제55조의 현수막에 특정정당에 소속함을 표기하거나 특정정당의 지지 또는 추천 등에 관한 내용을 표기할 수 없다. 다만, 경력란에 정당의 당원경력의 표기는 그러하지 아니한다.

제37조(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 ① 정당(시ㆍ도지사선거에 한한다)ㆍ후보자ㆍ선거사무장ㆍ선거연락소의 책임자 또는 선거사무원이 아닌 자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제55조(무소속후보자의 정당표기금지등) 시ㆍ도지사선거에 있어서 무소속후보자와 구ㆍ시ㆍ군의 장 선거의 후보자는 제43조의 선전벽보ㆍ제45조의 선거공보ㆍ제53조의 소형인쇄물ㆍ제54조의 현수막에 특정정당에 소속함을 표기하거나 특정정당의 지지 또는 추천등에 관한 내용을 표기할 수 없다. 다만, 경력란에 정당의 당원경력의 표기는 그러하지 아니한다.

(2) 1994. 3. 16. 기존에 별개의 선거법 체계로 되어 있던 대통령선거법국회의원선거법지방의회의원선거법지방자치단체의장선거법을 단일법으로 통합한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법률 제4739호)이 제정되었다. 그런데 동법은 광역자치단체선거에서뿐만 아니라 기초자치단체선거에서도 정당의 참여를 허용하였다. 이는 원래 기초자치단체선거에 정당의 참여를 불허하는 안을 내놓았던 여당이 공직선거법의 조속한 제정을 위하여 대범하게 야당에 양보한 결과였다. 당시 공직선거법상의 관련규정은 다음과 같다.

제47조(정당의 후보자추천) ① 정당은 선거에 있어 선거구별로 선거할 정수범위 안에서 그 소속당원을 후보자(이하 “정당추천후보자”라 한다)로 추천할 수 있다.

제84조(무소속후보자의 정당표방금지) 무소속후보자는 특정 정당으로부터의 지지 또는 추천받음을 표방할 수 없다. 다만, 무소속후보자가 되기 전까지의 정당의 당원경력의 표시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3) 그러나 1995년 6.27 지방선거 직전에 여당은 다시 지방행정의 탈정치화를 내세우며 기초지방선거에서의 정당배제를 주장하였다. 공직선거법이 제정된 지 1년만에 갑작스럽게 태도를 변경한 것이다. 그로 인해 여ㆍ야간의 대립이 재현되었고 한동안 국회가 파행운영되다가, 마침내 기초자치단체장의 공천은 허용하되 기초의회의원의 공천은 불허하는 선에서 다시 타협이 이루어졌다. 이렇게 하여 개정된 공직선거법상 관련규정은 다음과 같고, 그 내용은 오늘날까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제47조(정당의 후보자추천) ① 정당은 선거(자치구ㆍ시ㆍ군의회의원선거를 제외한다)에 있어 선거구별로 선거할 정수범위 안에서 그 소속당원을 후보자(이하 "정당추천후보자"라 한다)로 추천할 수 있다.

제84조(무소속후보자등의 정당표방금지) 자치구ㆍ시ㆍ군의회의원선거의 후보자와 무소속후보자는 특정 정당으로부터의 지지 또는 추천받음을 표방할 수 없다. 다만, 정당의 당원경력의 표시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4) 참고로, 구 지방의회의원선거법구 지방자치단체의장선거법상 규정들과 이 사건 위헌제청 당시의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상 관련규정들

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은 상이점들을 발견할 수 있다. 즉, 전자는 기초자치단체선거의 경우 ‘정당의 공천’을 배제하였을 뿐만 아니라 ‘정당의 선거운동’도 금지하였고 그 위반행위에 대하여는 형사적으로 처벌하는 규정까지 마련하고 있었다. 그에 반하여, 후자는 단지 ‘정당의 공천’을 배제하고 있을 뿐, ‘정당의 선거운동’ 자체를 금지하는 조항이나 그에 관한 형사처벌조항을 두고 있지 않다.

또한, 전자는 후보자에게 금지되는 정당표방행위를 ‘선전벽보ㆍ선거공보ㆍ소형인쇄물ㆍ현수막에 표기한 경우’로 구체적으로 한정하고 있는 데 반하여, 후자는 표방의 방법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음으로써 일체의 정당표방행위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위와 같은 입법변천과정에 비추어 볼 때, 법 제84조는 기초의회의원선거에 정당이 관여하면 선거가 정당들의 대리전으로 변질되어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유능한 인물을 뽑는 것이 어려워지고 정당이 후보자의 당락뿐만 아니라 의원의 의정활동 전반에까지 영향을 미쳐 기초의회의 자율적 운영이 어렵게 될 것이라는 기본 인식 하에 제정된 것으로 보인다. 즉, 기초의회의원선거에서는 정당의 영향을 배제하고 인물 본위의 투표를 유도함으로써 지방분권 및 지방의 자율성 보장이라는 지방자치 본래의 이념이 충실히 구현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이 조항의 입법취지라고 할 것이다.

법 제84조에서 행위의 주체는 후보자이다. 정당은 이 조항의 주체가 아니므로, 정당이 특정 후보자를 지지ㆍ추천함을 표방하더라도 이 조항에는 위반되지 않는다.28)

이 조항이 규율하는 행위는 선거운동과 관련하여 특정 정당으로부터의 지지 또는 추천 받음을 표방하는 것이다.29)

‘표방’이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어떠한 생각이나 의견 혹은 주의나 주장 따위를 공공연하게 밖으로 드러내어 내세우는 것이므로, 이 조항이 금지하는 행위는 기초의회의원 후보자가 특정 정당으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 혹은 특정 정당으로부터 후보자로 추천을 받았다는 점을 유권자들에게 드러내어 내세우는 일체의 행위를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대법원 1999. 5. 11. 선고 99도556 판결, 공1999, 1206; 대법원 1999. 5. 25. 선고 99도279 판결, 공1999, 1314 등 참조).

그러나 지지ㆍ추천의 의사표시의 방향이 정당으로부터 후보자에게로 향해진 것을 말하므로, 후보자가 특정 정당을 지지한다는 사실을 공표하는 것은 본죄에 해당하지 않는다.30)

법 제84조 단서는 “정당의 당원경력의 표시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특정 정당에서의 과거 또는 현재의 직책 등 경력을 표시하는 것은 허용된다.31)

헌법재판소는 1999. 11. 25. 선고한 99헌바28 결정에서 관여재판관 전원일치의 의견으로 법 제84조 중 “자치구ㆍ시ㆍ군의회의원선거의 후보자”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결정을 한 바 있다.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정치현실 및 정당운영의 비민주성, 지연ㆍ혈연ㆍ학연이 좌우하는 선거풍토와 그 위에 지방자치를 실시한 경험이 일천(日淺)하다는 것”을 감안할 때 기초의회의원선거의 후보자에 대한 정당표방 금지는 지방자치의 제도적 보장을 위하여 필수불가결한 수단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6 대 3의 다수의견으로 종전의 판례를 변경하여 법 제84조 중 “자치구ㆍ시ㆍ군의회의원선거의 후보자”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하였다. 이에 대해 3인의 재판관은 “위 99헌바28 결정의 취지가 여전히 타당하고 달리 판단할 사정의 변경이나 필요성도 없다”는 이유로 다수의견에 반대하였다.

그러나 다수의견이 종전의 판례와 반대로 위헌결정을 하게 된 데에는 다음과 같은 사정변경이 암묵적인 배경을 이루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위 99헌바28에서의 합헌결정은 실질적으로 정당의 지역패권주의 등 우리나라의 특수한 정치적 상황에 의존한 측면이 크다. 그러나 이 사건 결정이 있을 무렵에는 그러한 정치적 여건에 중요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즉, 유권자들의 지역주의적 투표행태가 점차 완화되는 추세였고, 신진 혁신정당이 제도권 정치로 진입하였으며,32)광역의회

의원선거에서 1인2표식 비례대표제가 도입되었고,33)대통령선거를 비롯한 각종 선거에서 민주적인 상향식 공천제도가 채택되기 시작하였던 것이다.34)

둘째, 재판부의 인적 구성의 변화이다. 즉, 그 사이 위 99헌바28 결정에 관여하였던 재판관 9명 중 8명이 교체되었다. 이처럼 재판부의 인적 구성이 변화함에 따라 법 제84조의 합헌 여부에 관하여 종전의 결정과 다른 의견을 가진 재판관들이 나올 가능성이 증대되었다.

그렇다고 단순히 위와 같은 사정변경만으로 판례가 변경된 것은 아니다. 이번 결정에서의 다수의견이 위 법률조항을 바라보는 시각은 종전의 결정에서의 그것과 확실히 다르다. 이 점에 관하여는 아래에서 항을 바꾸어 살펴본다.

종전의 결정은 기본적으로 정당의 기초의회의원선거 관여를 상당히 부

정적으로 바라보는 입장에 서 있다. 즉, 기초의회의원선거에도 정당추천후보자의 참여를 허용한다면, 정당은 그 후보자의 당락뿐만 아니라 선출된 의원의 의정활동 전반에 걸쳐 직ㆍ간접으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고, 이는 지역의 특성에 따라 자율적으로 운영되어야 할 기초의회의 결정이 정당의 의사에 따라 그 결론이 바뀌게 되는 것을 뜻하는바, 결국 기초의회는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상실하여 형해화(形骸化)한 모습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하였다.

반면에, 이번 결정에서의 다수의견은 정당의 관여에 대해 상당히 낙관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지방자치는 단순히 주민 근거리 행정의 실현이라는 행정적 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역 내의 가치분배에 관한 갖가지 정책을 지방에서 자율적으로 수립해 나가는 정치형성적 기능도 아울러 가지는데, 이러한 정치형성적 기능과 관련하여 정당은 민의의 결집ㆍ인재의 발굴ㆍ중앙과 지방의 매개ㆍ책임정치의 실현 등 여러 가지 순기능을 담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나아가, 정당의 당 수뇌부 위주의 운영과 지역분할구도와 같은 폐해들은 정당 내부의 분권화 및 민주화가 덜 이루어진 데에서 기인하는 바가 큰데, 정당의 지방선거 참여는 오히려 지방의 유능한 인원을 정당에 충원하고 정당의 지방조직을 활성화함으로써 정당의 분권화ㆍ민주화를 촉진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하였다.

위와 같은 정당의 관여에 대한 기본적 인식의 차이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 및 평등권의 침해 여부를 가리기 위한 가치형량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즉, 종전의 결정은 정당관여 허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탕으로, 정당표방금지가 지방자치의 제도적 보장에 기여하는 이익이 그로 인해 후보자의 선거운동의 자유 및 평등권이 제한되는 손해보다 더 큰 것으로 판단하였다. 반면에, 이번 결정에서 다수의견은 정당배제를 통해 정당참여로 인한 역기능뿐만 아니라 순기능까지 함께 제거하는 것은 지방자치 발전의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정당표방을 금지함으로써 얻는 공익적 성과보다 그로 인한 정치적 표현의 자유 및 평등권의 침해가 더 중대한 것으로 판단하였던 것이다.

한편, 정당의 관여에 대한 인식의 차이 못지 않게 판례 변경에 영향을 미친 또 하나의 요소는 민주주의를 이해하는 방식의 차이였다고 할 수 있다.

종전의 결정은 지방자치제도가 민주정치의 요체이자 현대의 다원적 복합사회가 요구하는 정치적 다원주의를 실현시키기 위한 제도적 장치이고,이러한 지방자치가 진실로 민주정치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 위하여서는 무엇보다도 지방의회의 구성이 당해 지역주민 각계각층의 의견이 민주적이고도 합리적으로 수렴된 유루(遺漏) 없는 합의에 의하여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화되어야 하는바, 이를 위해 정당표방금지가 필요한 것으로 보았다. 즉, 여기서 민주주의는 추구되어야 할 목적 가치로서 이해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이번 결정에서 다수의견은 민주주의의 수단 내지 절차적 성격에 더 주목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즉 다수의견은, 선거에서 정당이냐 아니면 인물이냐에 대한 선택은 궁극적으로 주권자인 국민에게 맡겨져야 하며, 입법자가 후견인적 시각(paternalism)에서 입법을 통하여 그러한 국민의 선택을 대신하거나 간섭하는 것은 민주주의 이념에 비추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였다. 나아가, 현실적으로 후보자에 대한 정당의 지지ㆍ추천 여부가 유권자들이 선거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중요한 참고사항이 될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당표방을 금지하는 것은 유권자들로 하여금 누가 누구이고 어느 후보가 어떠한 정치적 성향을 가졌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투표를 하게 하거나 아니면 선거에 무관심해져 아예 투표 자체를 포기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하였다.

민주주의를 목적으로서보다는 절차나 과정으로서 이해할 경우 표현의 자유의 의미는 그만큼 더 중요해지는바, 민주주의에 대한 이러한 이해방식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의 제한에 관한 법익형량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된다.

(1) 법 제84조는 2000. 2. 16. 개정되면서 내용은 변함이 없이 자구가 일

부 변경되었다. 이 결정은 위 개정 전의 법률조항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 결정이 있자 개정 후의 법률조항에 대해서도 위헌제청이 들어왔고,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2003. 5. 15.자로 다시 이 사건과 동일한 내용의 결정(2003헌가9등)을 하여 그 위헌성 시비를 종결지었다.

(2) 한편,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에서는 형벌에 관한 법률조항이 위헌으로 결정될 경우에는 소급하여 그 효력을 상실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3항에서는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조항에 근거한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04. 3. 31. 현재까지 모두 18건 가량의 재심이 청구되어, 그동안 기초의회선거 입후보자로서 정당표방을 하였다는 이유로 형사처벌된 사람들에 대한 구제가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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