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인
【당 사 자】
청 구 인 박○균
대리인 변호사 강재현
당해사건
창원지방법원 2001노1977 향토예비군설치법위반
주문
1.청구인의 심판청구 중 향토예비군설치법(1999. 1. 29. 법률 제5704호로 개정되고, 2000. 12. 26. 법률 제629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조 제1항과 제6조의2 제1항에 대한 부분을 각하한다.
2.위 향토예비군설치법 제3조 제1항 제1호, 제2호와 제15조 제9항 후문 및 병역법(1999. 2. 5. 법률 제5757호로 개정되고 2000. 12. 26. 법률 제629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청구인은 신부인 자로서, 1982. 2. 16. 현역병으로 징집되어 1983. 3. 30. 그 복무를 마쳤는데, 1988. 7. 9. 카톨릭 교구청의 포교의 필요에 따라 군종신부로 자원입대하여 1992. 8. 31. 대위로 전역하였다. 전역 후 청구인은 현역병으로 복무하여 전역한 것을 기준으로 하면 8년의 예비군 훈련기간이 경과하였으므로 더이상 예비군훈련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였으나, 훈련당국은 청구인이 군종장교로 다시 복무하여 전역한 것을 기준으로 하여 계속 예비군훈련대상자가 되는 것으로 처리하였다. 청구인은 2000. 10. 26. 19:00경 진주시 봉곡동 소재 ○○성당내 청구인의 주거지에서 같은 해 11. 7.부터 같은 달 10.까지 진주시 금곡 예비군 훈련장에서 실시하는 훈련을 받으라는 내용의 육군 제8962부대 1대대장 명의의 훈련소집통지서의 수령을 거부하였다는 이유로 향토예비군설치법위반으로 2001. 6. 29.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에 공소제기되어 동 지원에서 유죄의 판결을 선고받자 창원지방법원에 항소하였다(2001노1977).
(2)청구인은 항소심 공판계속중 이 사건 심판대상 법률조항인 향토예비군설치법 제3조 제1항 등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면서 창원지방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2002초기56), 위 법원은 2002. 3. 26. 이를 기각하였으며, 청구인은 같은해 4. 9. 위 기각결정을 송달받고 같은 달 11.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하여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향토예비군설치법(1999. 1. 29. 법률 제5704호로 개정되고, 2000. 12. 26. 법률 제629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향토예비군설치법”이라 한다) 제3조 제1항 제1호 및 제2호, 제6조 제1항, 제6조의2 제1항, 제15조 제9항 후문, 병역법(1999. 2. 5. 법률 제5757호로 개정되고 2000. 12. 26. 법률 제629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병역법”이라 한다) 제5조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고, 그 규정내용 및 참조조문은 다음과 같다.
(1) 심판의 대상
향토예비군설치법 제3조(예비군의 조직)①예비군은 병역법의 규정에 의한 다음 각호의 자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지원한 자중에서 선발된 자로 조직한다. 다만, 향토를 방위하기 위하여 특히 필요한 경우에는 제2호 또는 제3호에 규정된 기간이 경과한 예비역 및 보충역의 병으로도 조직할 수 있다.
1. 예비역의 장교·준사관·하사관
2.현역 또는 상근예비역의 복무를 마친 자(현역복무를 마친 것으로 보는 자를 포함한다)로서 그 복무를 마친 날의 다음 날부터 8년이 되는 날이 속하는 해의 12월 31일까지의 예비역의 병
제6조(훈련)①국방부장관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연 20일의 한도내에서 예비군대원을 훈련할 수 있다. 다만,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국민이 직접 선거하는 공직선거기간중에는 훈련을 하지 아니한다.
제6조의2(소집통지서의 전달등)①예비군대원을 훈련하고자 할 때에는 소집통지서를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본인에게 전달하여야 한다. 다만, 동원에 대비한 불시훈련 또는 점검의 경우에는 소집통지서를 전달하지 아니하고 대통령령이 정하는 방법으로 통지하여 소집할 수 있다.
제15조(벌칙)⑨제6조의2 제3항의 규정에 의하여 소집통지서를 전달할 의무가 있는 자가 정당한 이유없이 이를 전달하지 아니하거나 지연 또는 파훼한 때에는 6월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소집통지서를 수령할 의무있는 자가 그 수령을 거부한 때에도 또한 같다.
병역법 제5조(병역의 종류) ①병역은 다음 각호와 같이 현역·예비역·보충역·제1국민역 및 제2국민역으로 구분한다.
1.현역:징집 또는 지원에 의하여 입영한 병과 이 법 또는 군인사법에 의하여 현역으로 임용된 장교·준사관·하사관 및 무관후보생
2.예비역:현역을 마친 사람 기타 이 법에 의하여 예비역에 편입된 사람
3.보충역:징병검사를 받아 현역복무를 할 수 있다고 판정된 사람중에서 병력수급사정에 의하여 현역병입영대상자로 결정되지 아니한 사람과 공익근무요원·공중보건의사·징병전담의사·국제협력의사·공익법무관·전문연구요원·산업기능요원으로 복무 또는 의무종사하고 있거나 그 복무 또는 의무종사를 마친 사람 기타 이 법에 의하여 보충역에 편입된 사람
4.제1국민역:병역의무자로서 현역·예비역·보충역 또는 제2국민역이 아닌 사람
5.제2국민역:징병검사 또는 신체검사결과 현역 또는 보충역복무는 할 수 없으나 전시근로소집에 의한 군사지원업무는 감당할 수 있다고 결정된 사람 기타 이 법에 의하여 제2국민역에 편입된 사람
②예비역에 편입된 사람은 예비역의 장교·준사관·하사관 또는 병으로, 보충역에 편입된 사람은 보충역의 장교·준사관·하사관 또는 병으로, 제2국민역에 편입된 사람은 제2국민역의 하사관 또는 병으로 구분한다.
③병역의무자는 각각 그 병역의 병적에 편입되며, 병적관리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2) 참조조문
향토예비군설치법 제6조의2(소집통지서의 전달등) ② 본인이 부재중인 때에는 동일세대내의 세대주나 가족중 성년자 또는 그의 고용주에게 제1항의 소집통지서를 전달하여야 한다.
③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본인에 갈음하여 소집통지서를 받은 자는 이를 지체없이 본인에게 전달하여야 한다.
2. 청구인의 주장 및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
(1)향토예비군설치법 제15조 제9항 후문은 “소집통지를 수령할 의무가 있는 자가 그 수령을 거부한 때” 처벌하도록 규정하면서 소집통지를 수령할 의무가 있는 자의 범위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청구인이 수령의무자에 해당하는지 불명확하여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
(2)향토예비군설치법 제3조 제1항, 제6조 제1항, 제6조의2 제1항, 병역법 제5조는 청구인과 같이 예비역 병과 예비역 장교의 요건을 동시에 가지는 자가 향토예비군 조직상 병 또는 장교중 어느쪽에 속하는지에 관하여 규정을 두지 아니한 채 판단할 수 없도록 방치함으로써 내용상 불명확하여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 또한 이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서 국방의무를 진다고 규정한 헌법 제39조에도 위배된다.
나. 창원지방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
이유 설시 없이 청구인의 위헌제청신청을 기각하였다.
다. 국방부장관의 의견
(1)이 사건 심판대상 법률조항 중 향토예비군설치법 제15조 제9항 후문을 제외하고는 청구인에 대한 공소사실에 적용되는 법률조항이 아니므로 당해 형사사건에 있어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지 않아 각하되어야 한다.
(2)향토예비군설치법 제6조 제1항과 제6조의2 제1항등에 의하면 동법에 의하여 조직된 예비군대원은 예비군훈련에 응할 의무가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 중 향토예비군설치법 제15조 제9항 후문상의 ‘소집통지서를 수령할 의무가 있는 자’의 의미는 위 훈련대상자를 의미하는 것이 명백하여 죄형법정주의에 의하여 요구되는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청구인과
같이 예비역 병과 예비역 장교의 요건을 동시에 충족하는 경우에는 계급조직에 의한 상명하복 제도에 의하여 운영되는 군의 특성상 당연히 예비역 장교로 편입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관련 규정인 병역법 제5조 제2항, 향토예비군설치법 제3조 제1항이 이 점을 별도로 규정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입법의 불비라고 할 수 없다. 군종신부들을 포함하여 일반적으로 병으로 근무하다가 다시 장교로 복무하게 된 경우 모두 청구인과 같이 예비역 장교로 편입되어 왔고 군종신부가 예비역 병으로 편입될 경우 직접 전투병으로 복무하게 되어 오히려 불리하므로 불합리한 차별이 되지 아니하며, 청구인등은 군종신부로 자원할 경우 위와 같은 사실을 인식하였을 것이므로 종교의 자유나 신뢰를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라. 창원지방검찰청 통영지청장의 의견
(1)청구인이 장교로 입대하여 복무한 이상 그와 관련된 향토예비군의 병역의무를 다하는 것이 법률의 취지에 맞으며, 청구인은 향토예비군대원으로 병역의무이행의 주체이므로 ‘소집통지서를 수령할 의무자’임은 법률상 명확하고, 향토예비군설치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면 소집통지서를 수령할 의무자를 명백하게 알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심판대상 법률조항은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2)청구인은 선교를 위하여 자의에 의하여 다시 장교로 입대하여 복무하였으므로 불합리하게 평등권을 침해받았거나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하여 종교의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하였다.
3. 재판의 전제성에 대한 판단
청구인에 대한 공소장에는 적용법조로 향토예비군설치법 제15조 제9항이라고만 기재되어 있으나, 청구인은 향토예비군설치법 제15조 제9항 후문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면서 헌법위반의 중요한 이유로서 동 조항부분의 의미 해석에 근거가 되는 향토예비군설치법 제3조 제1항, 제6조 제1항, 제6조의2 제1항, 병역법 제5조의 규정 내용이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고 종교의 자유 및 평등권을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먼저 향토예비군설치법 제3조 제1항 제1호 및 제2호와 병역법 제5조가 재판의 전제성이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본다. 향토예비군설치법 제3조 제1항 제1호 및 제2호는 ‘예비군은 병역법의 규정에 의한 예비역의 장교·준사관·하사관 및 현역 또는 상근예비역의 복무를 마친 자로서 그 복무를 마친 날의 다음 날부터 8년이 되는 날이 속하는 해의 12월 31일까지의 예비역의 병 등으로 조직한다’는 내용을 규정하여 예비군 대원의 조직범위를 정하고 있고, 병역법 제5조 제1항은 병역을 ‘현역·예비역·보충역·제1국민역 및 제2국민역’으로 구분하고 그 중 예비역은 ‘현역을 마친 사람 기타 이 법에 의하여 예비역에 편입된 사람’으로 정의하고 제2항은 ‘예비역에 편입된 사람은 예비역의 장교·준사관·하사관 또는 병으로 구분한다’고 하여 예비역 병역의무자의 범위를 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만약 예비역의 범위에 관한 위 병역법 제5조의 내용이 위헌이라면 향토예비군설치법 제3조에서 정한 예비군대원의 조직의 내용에 차이를 가져오게 되고 또한 향토예비군설치법 제3조가 위헌이라면 동 제15조 제9항 후문에서 규정하고 있는 처벌대상인 ‘소집통지서를 수령할 의무있는 자’의 개념의 범위가 달라지게 된다. 즉 이 사건에서 향토예비군설치법 제3조 제1항 제1호, 제2호와 병역법 제5조의 위헌 여부는 향토예비군설치법 제15조 제9항 후문의 위헌 여부와 불가분적 관계에 있다고 할 것이고, 이 사건에서 청구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향토예비군설치법 제3조 제1항 제1호, 제2호와 병역법 제5조가 위헌이라면
청구인은 향토예비군설치법 제15조 제9항 후문이 규정하는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법원이 다른 내용의 재판을 하게 될 것이므로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향토예비군설치법 제6조 제1항은 예비군 훈련기간을 연 20일로 제한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을 뿐이고, 제6조의2 제1항은 예비군대원을 훈련하고자 할 때에는 소집통지서를 본인에게 전달하여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훈련당국의 소집통지서 전달의무를 정하는 데에 불과하므로 동 조항들의 위헌 여부는 훈련대상자로서 소집통지서의 수령을 거부하는 자를 처벌하는 향토예비군설치법 제15조 제9항 후문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데 관련이 없다고 할 것이고, 당해 형사사건의 재판의 전제가 되는 경우라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향토예비군설치법 제3조 제1항 제1호 및 제2호, 제15조 제9항 후문과 병역법 제5조의 위헌여부에 관한 이 사건 심판청구 부분에 대하여는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나, 향토예비군설치법 제6조 제1항, 제6조의2 제1항의 위헌여부에 관한 이 사건 심판청구 부분은 재판의 전제성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할 것이다.
4. 본안에 대한 판단
가. 향토예비군제도의 헌법적 의미와 특성
헌법 제39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국방의 의무는 외부 적대세력의 직·간접적인 침략행위로부터 국가의 독립을 유지하고 영토를 보전하기 위한 의무로서, 현대전이 고도의 과학기술과 정보를 요구하고 국민전체의 협력을 필요로 하는 이른바 총력전인 점에 비추어 단지 병역법에 의하여 군복무에 임하는 등의 직접적인 병력형성의무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병역법, 향토예비군설치법, 민방위기본법, 비상대비자원관리법 등에 의한 간접적인 병력형성의무 및 병력형성이후 군작전명령에 복종하고 협력하여야 할 의무까지도 포함한다(헌재 1995. 12. 28. 91헌마80 , 판례집 7-2, 851, 868; 헌재 1999. 2. 25. 97헌바3 , 판례집 11-1, 122, 130). 이와 같이 향토예비군으로서의 병역형성의무는 헌법 제39조 제1항에서 규정하는 국방의 의무의 내용에 포함되는 것이며, 구체적으로는 향토예비군설치법에서 정하는 향토예비군 조직대상자에게 부과되고 있다(향토예비군설치법 제3조).
한편 향토예비군의 임무는 전시·사변 기타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하에서 현역군 부대의 편성이나 작전수요를 위한 동원에의 대비, 적 또는 반국가단체의 지령을 받고 무기를 소지한 자의 침투가 있거나 그 우려가 있는 지역 안에서의 적 또는 무장공비의 소멸, 혹은 무장소요가 있거나 그 우려가 있는 지역안에서의 무장소요의 진압 등 모두 무력의 사용을 전제로 하는 군사적 성격의 것이다(향토예비군설치법 제2조). 따라서 향토예비군의 조직과 훈련 등을 규율하는 데 있어서는 군사적 임무로서의 특수성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며, 향토예비군 인력의 훈련과 감독 등에 있어서도 이를 관할하는 당국의 군사적 효율성을 고려한 전문적 판단이 가능한 한 존중되어야 한다. 향토예비군의 임무인 후방 향토의 방위는 비록 외부 적대세력의 침략행위로 인하여 형성된 전선에서의 군사활동은 아니라 할지라도 총력전화한 현대전에 있어서는 국가안보에 대하여 전방의 방어에 못지않은 군사적 중요성과 본래적 위험성을 지닌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상관과 부하 사이에 엄격한 상명하복관계를 특징으로 하는 군사조직에 고유하고 특별한 관계가 향토예비군 조직에서도 유지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사정들을 고려할 때 향토예
비군의 조직과 훈련, 감독에 있어서는 이를 관할하는 국방부장관의 군사적 필요성에 의한 전문적인 판단은 그것이 명백히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것이 아닌 한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나. 죄형법정주의의 위반 여부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은 누구든지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ㆍ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명확하여야 한다고 하더라도 입법권자가 모든 구성요건을 단순한 의미의 서술적인 개념에 의하여 규정하여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다소 광범위하여 어떤 범위에서는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점만으로 헌법이 요구하는 처벌법규의 명확성의 원칙에 반드시 배치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즉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으로 하여금 그 적용대상자가 누구이며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위가 금지되고 있는지 충분히 알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게 보지 않으면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지나치게 구체적이고 정형적이 되어 부단히 변화하는 다양한 생활관계를 제대로 규율할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자의를 허용하지 않는 통상의 해석방법에 의하더라도 당해 처벌법규의 보호법익과 그에 의하여 금지된 행위 및 처벌의 종류와 정도를 누구나 알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어느 정도 명확하여야 하는가는 일률적으로 정할 수 없고, 각 구성요건의 특수성과 그러한 법적규제의 원인이 된 여건이나 처벌의 정도 등을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헌재 1994. 7. 29. 93헌가4 등 판례집 6-2, 15, 33; 헌재 1996. 12. 26. 93헌바65 , 판례집 8-2, 792; 헌재 1998. 5. 28. 97헌바68 , 판례집 10-1, 640, 655 등 참조).
(1)향토예비군설치법 제15조 제9항 후문에 대한 판단
향토예비군설치법 제15조 제9항 후문은 “소집통지를 수령할 의무가 있는 자가 그 수령을 거부한 때”에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소집통지를 수령할 의무가 있는 자”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범위의 사람들을 지칭하는지에 관하여는 별도로 이를 구체화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다. 그러나 향토예비군설치법 제3조에서 향토예비군 조직대상자의 범위를 정하고 있고, 나아가 제6조에서 ‘국방부장관은 … 연 20일의 한도내에서 예비군대원을 훈련할 수 있고(제1항) 예비군대원은 … 훈련을 위하여 소집된 때에는 지휘관의 명령에 복종하여야 한다.(제2항)’라고 규정하여 훈련기간과 훈련시 소집자의 상관에 대한 복종의무를 정하고 있다. 또한 제6조의2에서는 ‘예비군대원을 훈련하고자 할 때에는 소집통지서를 … 본인에게 전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훈련소집통지서의 전달의무를 분명히 하고 있다. 향토예비군대원의 훈련에 관한 이와 같은 법률규정들의 내용을 종합하면 이 사건 조항에서 규정한 ‘소집통지서를 수령할 의무가 있는 자’란 향토예비군설치법에 따른 향토예비군 대원으로서 국방부장관의 예비군훈련의 소집대상이 된 자임을 용이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할 것이고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향토예비군설치법 소정의 훈련소집 대상 예비군대원이 위 통지서의 수령의무자가 된다는 점을 충분히 알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위 심판대상 법률조항은 죄형법정주의에서 요구하는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2)향토예비군설치법 제3조 제1항 제1호 및 제2호에 대한 판단
향토예비군설치법 제3조는 예비군의 조직에 관한 규정인 바, 동 제1항에서는 예비군은 ‘예비역의 장교·준사관·하사관(제1호)’과 ‘현역 또는 상근예비역의 복무를 마친 자로서 그 복무를 마친 날의 다음 날부터 8년이 되는 날이 속하는 해의 12월 31일까지의 예비역의 병(제2호)’ 등으로 조직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동 조항은 병으로서의 복무를 마친 후 다시 군종장교로 자원하여 복무를 마침으로써 위 제1호와 제2호의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에 위 제1호와 제2호의 요건 중 어느 요건을 우선 적용하여 예비군대원으로 편성할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는 별도로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다. 이 경우 위 제1호의 ‘예비역 장교’ 기준에 따른다고 해석한다면 군인사법 제8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장교계급의 연령정년에 도달하는 해에 이르기까지 예비군대원이 된다고 할 것이고, 제2호의 ‘예비역 병’ 기준에 따른다고 해석한다면 복무완료일로부터 8년이 되는 날이 속한 해를 경과하면 예비군을 면하게 될 것이다.
판단컨대, 현역을 마침으로써 군복무에 경험을 쌓은 숙련된 방위인력을 활용하여 후방의 향토를 방위하고자 하는 것이 향토예비군설치법의 입법목적이라고 할 것인데, 예비역 장교로서의 경험과 자질을 갖춘 인력은 비록 장교 복무 이전에 병으로 복무한 경력이 있어서 예비역 병으로서의 요건도 갖추고 있다고 할지라도 그 후 새로 형성된 예비역 장교로서의 경력과 경험을 중시하여 이를 기준으로 향토예비군에 편성케 하는 것이 예비군의 방위능력을 보다 향상시키는 것으로서 위 입법목적에 더욱 부합될 것이다. 나아가 전시·사변 등 국가비상사태가 발생하여 실제 전투에 향토예비군이 동원되는 경우 무장전투에 참여하여 사상자가 발생하고 전투참가원들의 죽음에 대한 공포가 극대화되는 전시상황에서는 경험있는 군종장교의 존재가 필수적이고 그 역할과 비중도 클 것임을 감안할 때 예비군 조직에서도 현역 군종장교의 경험을 가진 예비역 군종장교의 인력을 충분히 확보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일반적으로 계급적 구분을 기준으로 위계질서가 분명하며 상명하복의 원칙에 충실하고 병으로부터 출발하여 장교 등 보다 높은 계급으로 진급해 나아갈 수 있게 되어 있는 군대조직의 속성상 예비역 장교와 예비역 병의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에는 각 개인의 군경력에서 최종적, 최고적 단계에 해당하는 예비역 장교로 편성된다고 보는 것이 보다 논리적이며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에 비추어 보더라도 합리적이다. 따라서 비록 법문상 특별히 명백히 하고 있지는 아니하다고 하더라도 관할하는 군당국이 위와 같이 위 조항을 해석, 운용할 것임은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또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이와 같이 볼 때 이 사건 심판대상 법률조항은 비록 그 구체적 적용에 있어서 발생하는 모든 경우에 대한 기준을 서술적으로 밝히고 있지는 아니하나 여기서 발생하는 약간의 불명확성은 법관의 통상적인 해석작용에 의하여 충분히 보완될 수 있는 정도의 것이라고 할 것이며, 따라서 헌법상 요구되는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3) 병역법 제5조에 대한 판단
병역법 제5조는 병역의 종류를 정한 규정으로서 동 조 제1항 제2호는 ‘현역을 마친 사람 기타
동법에 의하여 예비역에 편입된 사람’을 예비역으로 정하고 이를 다른 종류의 병역과 구분하고 있다. 또한 제2항에서는 ‘예비역에 편입된 사람은 예비역의 장교·준사관·하사관 또는 병으로 구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병역법 제5조는 현역을 마친 사람을 예비역으로 분류하되 이들을 다시 현역에서와 같이 예비역의 장교·준사관·하사관 또는 병이라는 군사적 위계질서에 따라 편제함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며, 먼저 병으로 의무복무를 마친 후 자원입대하여 다시 장교로 복무하다가 병역을 마친 자에 대하여 예비역 병으로 분류할 것인지 혹은 예비역 장교로 분류할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는 특별히 정하고 있지 아니하다. 그러나 앞서 향토예비군설치법 제3조 제1항에 대한 판단에서 본 바와 같이 일단 병으로서 전역하였다고 하더라도 다시 장교로 복무하여 이를 마친 이상 최종적 지위인 장교계급을 기준으로 하여 예비역 장교로 편입되는 것은 엄격한 위계질서에 따라 편제되어 경험과 공과에 의하여 진급이 이루어지고 상명하복이 조직운영의 결정적 특성이 되는 군의 특성상 당연한 일이며 일반적인 상식을 가진 자라면 누구나 이를 예견하고 이에 따라 행동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도 이 점에 있어서 법관의 통상적인 해석에 의하여 보완될 수 없을 정도로 불명확한 내용을 가진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헌법상 요구되는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다. 평등원칙의 위반여부
헌법 제1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서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이 사건 법률조항들 자체는 문언상 단지 예비군의 조직 혹은 병역의 종류를 규정할 뿐이므로 종교적 사유에 따른 차별대우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지 아니하나, 다만 동 법률조항들을 해석 적용한 결과 병으로 의무복무를 마치고 다시 군종장교로 복무하였던 자들이 예비군조직에 있어서 예비역 병이 아니라 예비역 장교로 취급되어 본인들이 생각하는 기간 이상으로 예비군훈련기간이 길어진다는 데에 차별적 취급 여부의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외견상의 차별적 상황은 군종장교의 경우 그가 소속된 종교단체가 군조직내에서 신도의 신앙생활을 지원하고 나아가 포교의 자유를 행사하기 위하여 자원입대하도록 하고 그가 이에 승낙한 결과 초래된 것이므로 이는 결국 차별적 취급을 받는 복무자 자신의 임의의 의사에 의하여 결정된 것일 뿐이다. 또한 이러한 결과는 군종장교 이외에 병으로서의 의무복무를 완료하였음에도 재차 장교로 지원한 다른 병과의 장교들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발생한다. 나아가 이들이 예비역 장교로 취급됨으로 인하여 비록 예비군훈련에 있어서는 복무기간상의 불이익이 생길 수도 있지만, 병역법상 병역동원소집이나 병역동원훈련소집 등의 대상이 될 경우 병으로서 전투병으로 편성되지 아니하고 자신들의 경력이나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는 군종장교등 장교로서 편성될 것인바 이러한 사정은 오히려 당해 복무자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기도 하다.
이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병으로 의무복무를 마친 후 자원하여 장교로 임관하여 복무한 자를 예비역 병이 아닌 예비역 장교로 편제하여 예비군훈련을 받게 하는 데 대한 법적 근거가 되는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이들이 지니는 차별적 상황을 합리적으로 감안한 것일 뿐 자의적으로 차별하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으므로, 평등의 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라. 종교적 자유의 침해 여부
이 사건 법률조항들로 인하여 군종장교로 복무하였던 자가 예비역 장교의 자격으로 향토예비군으로 조직되어 훈련을 받게 되었는데, 이들은 예비군 훈련을 받음으로 인하여 훈련이 없었다면 그 훈련기간동안 할 수 있었던 종교적 활동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사실이나, 향토예비군설치법은 예비군 훈련대상자의 범위를 일정한 범위의 인력으로 한정하고 있고(제3조), 훈련의 실시에 있어서 사전에 훈련소집통지서를 본인에게 전달하도록 하고 있으며(제6조의2), 훈련기간은 연20일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제6조), 훈련자의 사용자는 훈련을 이유로 훈련자에게 어떠한 불이익한 처분도 할 수 없으며 이를 위반한 사용자는 처벌되도록 하고 있다(제10조, 제15조 제7항). 그렇다면 향토예비군설치법이 정하는 이와 같은 훈련의 정도와 방법은 국가의 안전보장을 도모하기 위하여 훈련대상자의 종교활동의 자유등 제반 행동의 자유에 대하여 부득이하게 필요한 최소한도의 제한을 가하는 것이라고 하겠으므로 헌법상의 비례의 원칙에 적합하다고 판단된다.
그렇다면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배하여 군종장교로 복무하였던 자등 훈련참가자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마. 신뢰보호 원칙의 위반 여부
신뢰보호의 원칙은 법치국가원리에 근거를 두고 있는 헌법상의 원칙으로서 특정한 법률에 의하여 발생한 법률관계는 그 법에 따라 파악되고 판단되어야 하며, 과거의 사실관계가 그 뒤에 생긴 새로운 법률의 기준에 따라 판단되지 않는다는 국민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고(헌재 1996. 2. 16. 96헌가2 등, 판례집 8-1, 53-54, 87-90 참조), 국민들이 국가의 공권력행사에 관하여 가지는 모든 기대 내지 신뢰가 절대적인 권리로서 보호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헌재 1996. 4. 25. 94헌마119 , 판례집 8-1, 433, 445-446 참조). 따라서 헌법적 신뢰보호는 개개의 국민이 어떠한 경우에도 ‘실망’을 하지 않도록 하여 주는 데까지 미칠 수는 없는 것이다(헌재 1995. 6. 29. 94헌바39 , 판례집 7-1, 896, 910; 헌재 1999. 7. 22. 97헌바76 등 판례집 11-2, 175, 195).
이 사건 심판대상 조항들은 병으로서 의무복무를 마친 청구인이 다시 군종장교로 자원입대하여 복무를 마침으로써 예비역으로 편성될 당시부터 이미 적용되었던 것이며, 동 사실관계가 발생한 이후에 법개정이나 새로운 해석기준을 설정하여 청구인과 같은 경우를 과거와 달리 취급하게 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 조항들은 문제된 사실관계가 발생할 당시에 형성된 신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을 뿐이며 사후 법률개정 혹은 해석변경 등으로 그 적용기준을 변경함으로써 적용대상자의 신뢰를 침해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헌법상 법치국가 원칙에서 파생되는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반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5. 결 론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 중 향토예비군설치법 제6조 제1항, 제6조의2 제1항에 대한 부분은 재판의 전제성을 인정할 수 없어 부적법하므로 각하하고, 향토예비군설치법 제3조 제1항 제1호 및 제2호, 제15조 제9항 후문, 병역법 제5조에 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한대현(주심) 김영일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