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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명호, "민법 제1005조 위헌제청", 결정해설집 3집, 헌법재판소, 2004, p.533
[결정해설 (결정해설집3집)]
본문

- 상속의 효과를 포괄ㆍ당연승계로 규정한 민법 제1005조의 위헌여부 -

(헌재 2004. 10. 28. 2003헌가13, 판례집 16-2하, 76)

하 명 호*36)

1. 민법 제1005조의 입법목적

2. 상속의 효과를 규정한 민법 제1005조와 재산권, 사적자치권 및 행복추구권과의 관계

3. 민법 제1005조가 입법형성의 한계를 일탈하거나 기본권제한의 입법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

4. 민법 제1005조가 평등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소극재산이 적극재산을 초과하는 경우에도 상속인이 포괄적으로 권리의무를 승계하도록 규정한 민법 제1005조 본문(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1)이고, 이 사건 법

률조항과 관련규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민법 제1005조 (상속과 포괄적 권리의무의 승계) 상속인은 상속개시된 때로부터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한 포괄적 권리의무를 승계한다. 그러나 피상속인의 일신에 전속한 것은 그러하지 아니하다.

민법 제997조 (상속개시의 원인)상속은 사망으로 인하여 개시된다.

민법 제1019조 (승인, 포기의 기간) ① 상속인은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월내에 단순승인이나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기간은 이해관계인 또는 검사의 청구에 의하여 가정법원이 이를 연장할 수 있다.

② 상속인은 제1항의 승인 또는 포기를 하기 전에 상속재산을 조사할 수 있다.

③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상속인은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제1항의 기간 내에 알지 못하고 단순승인(제1026조 제1호 및 제2호의 규정에 의하여 단순승인한 것으로 보는 경우를 포함한다)을 한 경우에는 그 사실을 안 날부터 3월내에 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2002. 1. 14. 법률 제6591호로 개정된 것).

민법 제1026조 (법정단순승인) 다음 각호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상속인이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본다.

1. 상속인이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를 한 때

2. 상속인이 제1019조 제1항의 기간 내에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하지 아니한 때

3. 상속인이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한 후에 상속재산을 은닉하거나 부정소비하거나 고의로 재산목록에 기입하지 아니한 때(2002. 1. 14. 법률 제

6591호로 개정된 것)

가. 당해사건의 원고인 A보증기금은 1994. 9. 13. 및 1995. 6. 26. C가 B은행으로부터 중소기업자금대출을 받는데 그 원리금의 상환채무에 대하여 각 보증을 하였으나, 위 C가 1997. 7. 26. 원금을 연체하는 신용보증사고가 발생하여, A보증기금은 보증인으로서 1997. 12. 13. B은행에 19,031,917원과 21,292,766원을 각 변제하였다.

나. 한편, 위 C가 1997. 10. 1. 사망하자 처인 D, 아들인 E가 위 C의 재산을 상속하였는데 1997. 12. 4. 상속을 포기하여, 당해사건의 피고 F가 2순위 상속인으로서 위 C의 재산을 상속하였고, A보증기금은 인천지방법원에 F를 상대로 위 변제금 합계 40,324,683원에 대한 구상금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다. 인천지방법원은 그 심리 중 민법 제1005조의 ‘포괄적 권리의무를 승계한다’에 소극재산이 적극재산을 초과하는 경우까지 포함시키는 것이 위헌 여부에 의문이 있고 당해사건의 재판의 전제가 된다고 하여 2003. 6. 16. 직권으로 이 사건 위헌여부의 심판을 제청하였다.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라 상속인은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아니하든 피상속인의 사망이라는 우연한 사정에 의하여 모든 권리의무를 포괄적으로 승계하는바, 이는 개인의 의사와 아무런 상관없이 그에게 불리한 소극재산을 상속시킴으로써 사적자치의 원칙에 반하고 재산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우리 민법이 한정승인이나 포기제도를 두고 있고, 특히 2002. 1. 14. 개정된 민법 제1019조 제3항에 의하여 중대한 과실 없이 상속을 단순승인하거나 승인한 것으로 의제되었더라도 한정승인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어 입법적인 보완을 하였다고 해서 피상속인에게는 아무런 재산이 없으나

상속인에게는 재산이 있어 채권자로 하여금 우연한 사정이 의하여 채권의 만족을 얻도록 한다면 이는 공평하지도 정의의 관념에도 맞지 않는다.

상속인의 지위는 피상속인이 빚만 진 사람이었는지 적극재산이 많은 사람이었는지라는 상속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결정되는 것일 뿐이어서 어떤 상속인은 막대한 재산을 상속하지만 어떤 상속인은 빚만을 상속하게 되는 것은 불합리한 차별이고, 이는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상속인이 빚만 상속하게 된다면, 상속인은 채무변제의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이고 그로 인하여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침해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결과는 피상속인과의 관계가 소원한 상속인일수록 그 정도가 심할 것이고, 상속인이 태아인 경우에는 더욱 심각하다.

1. 민법 제1005조는 상속의 효과로서 포괄ㆍ당연승계주의를 채택하고 있는데, 이는 상속인이 상속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고 상속의 효과를 거부하는 것이 예외이므로 상속으로 인한 법률관계의 부동상태를 신속하게 확정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법적 안정성이라는 공익을 도모하는 것에 입법목적이 있다.

2. 우리의 상속법제가 포괄ㆍ당연승계주의를 채택한 결과 소극재산이 적극재산을 초과하는 경우에도 상속인이 이를 당연히 승계하도록 하는 것은 상속인의 고유재산으로 피상속인의 채무를 부담하게 한다는 의미에서 민법 제1005조헌법상 보장된 재산권을 제한하고, 개인이 그 의사에 따라 법적 관계를 스스로 형성하는 것을 보장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사적 자치권 및 행복추구권을 제한하는 것이다.

3. 우리의 상속법제는 법적 안정성이라는 공익을 도모하기 위하여 포괄ㆍ당연승계주의를 채택하는 한편, 상속의 포기ㆍ한정승인제도를 두어 상속인으로 하여금 그의 의사에 따라 상속의 효과를 귀속시키거나 거절할 수

있는 자유를 주고 있으며, 상속인과 피상속인의 채권자 및 상속인의 채권자 등의 이해관계를 조절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하고 있으므로, 민법 제1005조는 입법자가 입법형성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하였다거나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이나 사적 자치권 및 행복추구권을 과도하게 침해하여 기본권제한의 입법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4. 비교되는 두 사실관계를 법적으로 동일한 것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다른 것으로 볼 것인지를 판단하기 위하여는 일반적으로 당해 법률조항의 의미와 목적에 달려 있다. 그런데, 민법 제1005조는 상속이 개시된 때 상속인의 권리의무를 어떻게 귀속시킬 것인지에 관한 상속의 효과를 규정하고 있을 뿐이므로, 소극재산이 적극재산보다 더 많은 경우의 상속인 집단과 그렇지 않은 상속인 집단은 민법 제1005조의 의미와 목적에 비추어 볼 때 본질적으로 다르게 취급되어야 할 집단이 아니다. 따라서, 어떤 상속인은 막대한 재산을 상속하지만 어떤 상속인은 소극재산만을 상속하게 되는 차이는 민법 제1005조에 따른 차별대우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고, 상속이 개시될 당시의 피상속인의 재산상태라는 우연적이고 운명적인 것에 의하여 초래된 것일 뿐이라고 보아야 한다.

우리 사회가 처음으로 근대적 사법을 접하게 된 것은 일제의 식민지시대에 조선민사령에 의하여 일본민법이 의용되면서부터이다. 그런데, 상속에 관하여는 조선민사령 제11조에서 규정된 바와 같이 일본민법을 의용하지 않고 재래의 관습에 의하였다. 그리하여, 1912. 7. 30. 조선고등법원 판결은 “상속인이 상속으로 호주가 된 때에는 유산을 취득하였는지의 여부에 불구하고 선대의 채무에 관하여 무한 승계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 조선의 관습”이라고 확인2)하고 있으며, 1916. 12. 26.의 판결은 “가족이 사망한 경우에

유산상속인이 피상속인의 장남 또는 장손과 같은 제사자인 때에는 비록 피상속인이 소극적 재산 즉 채무만을 남긴 경우라 하여도 이를 승계하여야 함은 유산상속에 관한 조선의 종래의 관습이다”고 확인3)한 바 있다.

즉, 당시의 우리의 관습은 “家” 또는 “家族”제도가 행하여진 시대의 다른 법제에서와 같이 상속인에게 피상속인의 채무를 포함한 모든 재산이 승계되도록 하였을 뿐만 아니라 상속의 포기의 자유를 인정하지 아니하는 것이었고, 父債子還의 원칙이 통용되었다.

그러다가 1922. 12. 7.의 制令 제13호로 조선민사령 제11조를 개정하여, 의용민법 중 상속의 승인에 관한 규정(동법 제1017조 내지 제1037조, 그러나 상속의 포기에 관한 제1020조는 의용하지 않음)과 재산의 분리에 관한 규정(동법 제1041조 내지 제1050조)은 1923. 7. 1.부터 의용하는 것으로 하였다. 그 후 다른 변동은 없었으며, 위와 같은 상태가 현행 민법이 시행되기 전인 1959. 12. 31.까지 지속되었다.

현행 민법은 상속의 포기제도와 한정승인제도를 인정함으로써 기본적으로 상속인이 원하지도 않음에도 불구하고 상속을 강요하는 구대의 관습을 부인하고 재산상속 ‘포기’의 자유를 원칙으로 채택하고 있다. 이는 자본주의의 발전과 함께 과거의 가족제도가 무너져가고, 상속이 재산상속으로 변화하며,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그리고 자신의 책임이 없는 경우에는 의무를 부담하지 않으며, 또 권리도 이를 원하는 자에게 주어져야 한다는 근대법의 개인주의적 사상에 보조를 맞춘 것이다. 상속법제의 이와 같은 전환은 실정 헌법적 차원에서는 무엇보다도 사적 자치권을 보장하고 있는 우리 헌법 제10조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상속이 개시된 때부터 상속인은 상속개시를 알고 있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상속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피상속인의 일신에 전속한 것을 제외하고 당연히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한 포괄적인 권리와 의무를 승계하는 것으로 규정함으로써, 이른바 법정취득 또는 당연취득의 원칙을 채택하고 있다. 이러한 법정취득제도 아래에서는 상속인 자신이 상속인이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상속을 받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특히 상속재산 가운데 소극재산이 적극재산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상속인은 상속으로 인하여 부담만을 지게 된다. 그러므로, 우리 민법은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권리의무를 포괄적으로 승계하게 되는 효과를 자신에게 귀속시킬 것인지 이를 거절할 것인지 선택의 자유를 주고 있고, 상속의 효과를 귀속시키더라도 책임을 한정하거나 면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

로마법상의 상속제도는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법적 지위, 즉 모든 권리와 의무를 포괄적으로 승계한다는 기본관념에서 출발하여 상속인은 피상속인에 갈음하여 모든 채무를 이행할 무한책임을 부담하고 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할 경우 자신의 재산으로 변제할 책임이 있다고 하였다. 상속의 방식으로는 재산의 생전처분에 대응한 사인처분을 인정하여, 소유자가 생존 중에 그의 권리승계자인 상속인을 지명하는 유언상속제도를 발달시켰으나, 이와 병행하여 소유자가 유언없이 사망한 경우 유산이 법정상속순위에 따라 그의 친족에게 귀속되는 법정상속제도도 발달했다. 원칙적으로 양제도는 상호배타적인 것이어서 경합될 수 없었다. 로마법 학자들은 유언상속과 법정상속 중 유언상속이 주류에 속한 것이었다고 한다.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할 수 있느냐에 따라 필요상속인과 임의상속인으로 나뉘었다. 우선 필요상속인이란 상속이 강제된 가내상속인으로 직계비속과 상속인으로 지명된 피해방자를 말하는데, 이러한 필요상속인은 상속인으로 지명됨과 동시에 상속인의 법적 지위를 당연히 취득하였으며, 상속승인의 의사표시를 하지 않거나 상속인으로 지명된 사실을 알지 못하더라

도 당연히 상속권을 취득하였다. 다만 피상속인이 상속인의 의사를 존중하여 유언으로 “상속인이 원한다면”이라는 수의조건부상속을 인정한 때에는 상속인은 자유의사에 따라 상속을 포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시민법상의 상속강제에는 불합리한 점이 많았고 이를 시정하기 위하여 법무관은 필요상속인의 상속거절을 허용하거나 상속인에게 상속재산매각을 허용함으로써 상속인의 부담을 면제하였다. 상속인의 그와 같은 보호가 유스티니아누스황제법에 채용되어 필요상속인은 상속을 포기함으로써 상속인의 지위에서 면한다는 일반원칙이 확립되었다.

임의상속인이란 가외상속인으로서 상속을 승인 또는 포기할 수 있는 법적지위에 있는 자를 말하고, 임의상속인에 대한 상속여부는 피상속인의 사망이 유산취득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상속인 자신이 상속여부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임의상속인이라도 상속승인을 하게 되면 소급하여 상속을 개시한 때에 상속권을 취득하게 되었고, 그 결과 고유재산과 적극재산 사이에 혼동이 발생하고 그 혼동의 효과로서 상속인은 취득한 적극재산을 초과하는 상속채무에 대한 무한책임을 부담하여 그의 고유재산으로 상속채무를 이행하여야만 하였다. 이러한 상속인은 상속채무의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법무관에게 상속으로 인한 혼동 전의 재산상태로 원상회복을 청구하여 고유재산과 상속재산을 분리할 수 있었고, 모든 상속채권자들과 한정승인의 합의하에 상속을 승인하거나 모든 채권자들과 채권액의 일정비율로의 감액을 합의할 수 있었으며, 유스티니아누스황제법에서는 채산목록작성제도가 채용되어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유산에 대한 재산목록을 작성함으로써 상속한 적극재산을 초과하는 상속채무를 면할 수 있는 구제방법이 일반화되었다.

게르만법에서는 피상속인의 사망과 동시에 상속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상속재산이 상속인에게 이전되었다. 고대 게르만법에서는 채무는 모두 불법행위책임이고 계약상의 책임은 거의 성립될 수 없었으며, 불법행위책임은 일신전속적인 것으로 파악하였으므로, 상속채무는 성립될 여지가 없었다. 그런데, 중세에 이르러 상속채무의 내용과 책임재산범위의 확대로 피상

속인의 채권자가 재산상속의 전면에 등장하여 상속인에 우선하여 유산을 취득할 수 있게 되었고, 상속인이 상속채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채권자는 파산신청을 통하여 그의 권리를 실현했다. 이에 대하여 상속의 한정승인제도는 발달하지 않았지만 상속인은 유산을 채권자에게 인도함으로써 모든 상속채무 상의 책임을 면할 수 있었다.

한편, 게르만법에서는 농경사회의 가산유지사상이 근간을 이룬 결과 법정상속만이 발달하였고, 유언상속은 교회법을 통하여 중세에 성립한 제도였다. 유언집행인제도는 게르만법의 고유한 산물로서, 근대 게르만법상의 유언집행인은 유언자의 지시에 따라 자기의 이름과 상속인의 계산으로 행위하며, 업무수행에 있어서 상속인과 수증자에 대하여 책임이 있었고, 관할법원의 감독을 받았다. 이러한 유언집행인제도는 특히 영국법에서 발달했고, 유언집행인은 상속재산의 포괄승계인으로서 유산관리와 청산의무를 담당하게 하였다.

독일 민법은 우리민법과 마찬가지로 상속개시로 인하여 상속재산은 당연히 상속인에게 승계되는 법정취득의 원칙, 즉 상속재산은 지정된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할 수 있는 권리에 관계없이 상속인에게 이전된다고 규정(민법 제1942조 제1항)하는 한편 상속인에게 상속포기를 인정하고 있다. 상속의 포기는 6주의 기간 내에만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바(제1944조), 이 기간은 상속인이 상속의 개시 및 상속권의 취득원인을 안 때로부터, 사인처분에 의하여 상속인으로 된 때에는 그 처분이 있음을 고지받은 때로부터 각각 진행한다. 단 피상속인이 그의 최후의 주소를 단지 외국에만 가졌거나 상속인이 기간개시 당시에 외국에 있었을 때는 포기를 위한 숙려기간은 6월로 한다(제1944조).

한편, 우리 민법과 같이 포기의 기간이 경과한 때에는 상속의 포기를 할 수 없으며 상속을 승인한 것으로 의제된다(제1943조). 다만 포기기간의 해태는 승인과 동일한 방법으로 취소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제1956조) 상속권자가 타인의 강박 등으로 포기기간을 해태한 경우에 포기권을 회복시켜주고 있다.

상속인은 원칙적으로 상속재산과 자신의 재산으로 무한책임을 지게 되나(제1967조), 그 책임을 상속재산범위내로 한정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들을 규정하고 있다. 즉 유산관리의 명령(Nachlaßverwaltung; 제1975-1988조), 유산에 대한 파산신청(제1975-1980조; 파산법 제214-235조), 화의신청(화의법 제113조) 등의 방법이 있다.

유산관리의 명령은 상속채권자에 대한 변제를 목적으로 하여 상속인과 상속채권자(상속채권자의 경우에는 상속인의 재산상태로 인하여 상속재산에서의 변제가 위태롭게 될 것을 인정할 사유가 있는 경우에 상속승인의 때로부터 2년 내에 한하여 신청할 수 있다)의 신청으로 유산재판소가 명하여야 한다(제1981조). 단독상속의 경우에는 상속채권자의 신청에 의하여 유산재판소가 재산목록작성을 위하여 상속인이 설정한 기간 내에 재산목록을 작성하지 아니하거나(제1994조 제1항 제2문) 유산목록작성에 있어서 부정행위(제2005조) 등을 함으로써 무한책임을 지게 되지 않은 경우에는 언제나 유산관리명령의 신청을 할 수 있으며, 공동상속의 경우에는 상속재산에 대한 분할이 있기 전에는 언제든지 공동으로 신청할 수 있다(제2062조). 유산관리명령의 효과는 우리 민법상의 한정승인의 제도와 유사하다(제1985조 참조).

한편, 상속인이 상속재산 중 소극재산이 적극재산을 초과함을 알게 된 때에는 지체없이 상속재산에 대한 파산의 선고를, 또 화의법 제113조에 의하여 상속재산에 대한 재판상의 화의절차의 신청이 허용되는 한 이를 신청할 의무를 상속인에게 부과하여(제1980조 제1항) 상속인을 과대한 상속채무로부터 보호함과 아울러 상속채권자를 보호하고 있다. 다만 과실로 인하여 채무초과의 사실을 상속인이 알지 못한 때에는 그 사실을 알고 파산신청의무를 위반한 경우와 동일하게 취급하고 있다(제1990조 제2항). 파산신청의 경우나 화의절차의 신청의 경우 상속인의 책임은 원칙적으로 상속재산의 범위로 한정된다.

그러므로 독일 민법이 비록 상속포기의 기간을 원칙적으로 6주로 매우 짧게 인정하고, 또 이 기간을 포기의 의사표시 없이 경과한 경우에 이를 단순승인으로 의제한다고 하더라도 상속인이 언제나 무한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며, 원칙적으로 기한의 구속을 받지 아니하는 유산관리신청이나 파산

신청 등을 통하여 채무초과의 재산을 상속하는 것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프랑스도 우리와 같이 상속개시와 동시에 상속재산이 상속인에게 귀속되는 법정취득주의를 취하고 있다. 또한, 민법상 상속권자는 우리 민법에서와 마찬가지로 단순승인(acceptation pure et simple), 한정승인(sous benefice d’inventaire), 포기(renonciation)의 3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프랑스 민법에서는 우리 민법과는 달리 이러한 선택권의 행사에 관하여 아무런 법정 기한이 없다. 그러므로 프랑스에서는 이론적으로 볼 때 상속권자는 시효로 소멸하기 전까지(제2262조에 의하여 30년임) 선택권을 보유한다. 물론 한정승인제도와 관련하여 재산목록의 작성을 위하여 설정된 상속개시로부터 3월의 기간(제795조 제1항), 상속의 승인 또는 포기를 위한 숙려를 위하여 설정된 40일의 기간 이내(제795조 제2항)에 한하여 상속권자로서의 자격을 강요당하지 아니하며 또 상속인을 상대로 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제797조). 그러나 상속권자는 위의 기간이 경과하더라도 포기권을 상실하지 아니한다. 그는 단지 상속채권자 등의 청구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면 상속을 포기하거나 한정승인을 하여야 할 뿐이다.

또한 제795조의 기간이 종료된 후에 상속인을 상대로 소가 제기된 경우에는 상속인은 다시 유예기간을 청구할 수 있다(제798조). 뿐만 아니라 제795조 및 제798조의 기간이 종료한 경우에도 상속인이 상속인만이 할 수 있는 행위를 하지 아니하였거나, 자기에 대하여 단순승인의 상속인으로서 선고한 판결이 기판력을 가지지 아니한 때에는 재산목록을 작성하고 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제800조).

스위스민법도 법정취득의 원칙을 취하면서 상속인에게 상속의 포기를 인정하고 있다. 즉, 스위스민법은 상속인은 피상속인의 사망과 동시에 법률상 당연히 상속재산을 포괄적으로 취득하고(민법 제560조 제1항), 피상속인

의 채권, 소유권, 제한물권 및 점유는 즉시 상속인에게 이전되며, 피상속인의 채무는 상속인의 인적채무로 된다(제560조 제2항)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포기기간 내에 상속포기의 의사표시를 하지 않으면 유보 없이 상속재산을 취득하고(제571조 제1항), 상속인이 유보 없이 승인한 경우에는 피상속인의 채무에 대하여 연대하여 책임을 진다(제603조 제1항).

스위스 민법상 상속의 포기가 관할관청에 대한 명시적, 무조건적, 유보 없는 의사표시로 이루어져야 하는(제570조) 반면, 상속재산에 대한 단순한 관리를 넘어가는 사실행위를 하는 경우에도 포기권을 상실하게 됨으로써 결국 단순승인이 있는 것으로 본다(제571조 제2항). 그러나 스위스 민법은 피상속인의 사망당시에 이미 지불능력이 없었던 것이 명백한 경우나 그것이 관청에 의하여 확인된 경우에는, 상속권자가 상속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함으로써(제566조 제2항) 이 경우 상속권자가 상속재산을 승계하기 위해서는 이 추정을 뒤엎는 명시적인 승인의 의사표시가 있어야 한다. 그 밖에도 피상속인의 배우자가 생존해 있는 경우 피상속인의 직계비속이 모두 상속을 포기한 경우(제572조), 상속권자가 후순위의 상속권자를 위하여 상속을 포기한 경우(제575조 제2항)에는 명시적인 승인의 의사표시를 요구하고 있다.

상속포기의 기간은 3월이며(제567조), 이 기간은 상속권자가 법정상속인에게는 상속의 원인을 알았을 때부터, 임의상속인에게는 상속재산의 처분에 관한 관청의 통지를 받은 때로부터, 재산보전을 위한 재산목록작성의 신청이 있는 경우(제568조)에는 재산목록작성이 완료되었음을 통지받은 때로부터(제587조) 기산한다. 이 기간동안 아무런 의사표시 없이 그 기간을 경과한 경우에는 단순승인한 것으로 본다(제571조 제1문).

스위스의 경우에는 한정승인제도는 존재하지 않으며, 상속권자가 상속채무에 대한 무한책임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려면, 일정한 기간 이내의 포기의 의사를 표시하거나 상속재산에 대한 파산절차(amtliche Liquitation)를 신청(제593조 이하)하는 수밖에 없다. 물론 스위스 민법은 상속인의 책임을 한정할 수 있는 다른 방법도 알고 있다. 즉 상속인들 중 일인이 재산목록작성절차를 신청한 경우에는(제580조 이하) 그 작성이 완료된 후 원칙적으로 1개월 이내에 상속의 승인여부에 대한 의사표시를 하도록 최고를 받게

되는바(제587조), 이 경우 상속인은 상속을 포기하거나 청산절차를 요구하거나 재산목록한도부 상속승인(Erwerb der Erbschaft unter offentlichem Inventar)을 할 수 있고, 아무런 의사표시 없이 이 기간을 경과한 경우에는 재산목록한도부 상속승인을 한 것으로 간주된다(제588조). 이 재산목록한도부 상속승인의 경우에는 상속인은 재산목록에 기재된 채무를 한도로 자신의 책임을 한정할 수도 있으나(제590조 참조), 상속재산 중 소극재산이 적극재산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그 채무에 대하여 재산목록에 등재되어 있는 한 상속인 자신의 재산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제589조 참조)이 우리 민법상의 한정승인과 다르다. 스위스 민법은 피상속인의 사망시 피상속인 채무초과가 명백한 경우에는 상속권자가 상속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함으로써 상속인을 보호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민법은 피상속인의 사망과 동시에 당연히 상속재산을 취득하는 것으로 하고 있는 다른 대륙법계 국가들과는 달리, 피상속인의 사망과 동시에 그의 권리 및 의무가 포괄적으로 직접 상속권자에게 승계시키는 것이 아니라, 상속자격(Erbschaft)만을 그에게 부여한다(제545조)는 점에 유의하여야 한다. 상속권자의 상속자격은 상속승인의 의사표시(Antretung)와 상속재산을 인도받음(Einantwortung)으로써 상속재산을 획득할 수 있는 가능성이다. 어느 누구도 상속재산을 자력으로 점유할 수 없고 법원에서 상속권의 심의를 받아 상속재산에 대한 인도, 즉 법적 점유이전을 받아야 한다(제797조). 상속재산은 상속인에게 상속재산이 인도될 때까지는 특별재산(정지적 상속재산[ruhender Nachlaß])으로서 법인의 성격을 갖지는 않으나 법적 실재(juristische Realitat)로서, 따라서 권리주체로서의 성격을 갖게 된다고 한다. 상속승인이 있기 전까지 상속재산은 사망한 피상속인이 계속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제547조). 상속인이 상속재산의 법적 점유를 인도받기 이전까지는 상속재산은 타인의 재산으로 다루어지며 상속인은 상속채무에 대하여 상속재산을 한도로 책임을 질 뿐이다. 법적 점유를 인도받은 이후의 법적 효과는 단순승인을 했는가 아니면 한정승인을 했는가에 따라 무한책임이나 상속재산을 한도로 한정책임을 진다.

상속승인이나 포기의 의사표시는 비송사건절차법(Gesetz uber das gerichtliche Verfahren in Rechtsangelegenheiten außer Streitsachen) 제115조 이하에 규율된 상속심의절차(Abhandlungsverfahren)에서만 그리고 늦어도 상속재산의 인도시까지 하도록 되어 있다. 상속권자임을 주장하는 자는 관할법원에서 그 권원을 입증하여야 하고(민법 제799조), 또 승인의 의사표시를 하는 경우에는 단순승인(unbedingte Erbserklarung) 또는 한정승인(Erbserklarung mit Vorbehalt der Rechtswohltat des Inventariums)을 하는 것인지를 밝혀야 한다(제800조).

그런데 오스트리아의 상속법의 특징들 중의 하나는 상속절차가 법원에 의하여 주도된다는 것이다. 지방법원(Bezirksgericht)은 상속권자나 그 대리인을 상속승인의 의사표시를 하도록 보통 기일을 정하여 소환하고 그들에게 소환시에 상속권을 입증하기에 필요한 자료를 소지하고 오도록 하여야 한다(비송사건절차법 제116조 제1항 1문). 그리고 특기할 것은 관할지방법원이 상속권자들 중에 법적 전문지식을 갖춘 자를 활용할 수 없는 자가 있는 경우에는 단순승인과 조건부승인의 법적 효과 및 상속채권자공시최고절차의 법적 효과에 대하여 설명하고 그들의 진술과 승인에 관한 의사표시를 조서에 기입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상속인들이 이 교시제도를 통하여 법을 모르고 상속함으로써 불측의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절차적으로 담보되어 있는 것이다. 물론 관할법원은 중대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상속승인여부에 관한 의사표시를 위한 숙려기간의 부여, 이 숙려기간의 연장 등을 허용할 수 있으나, 이 기간은 1년을 넘지 말아야 한다(비송사건절차법 제118조). 상속권자가 법원이 정한 기일에 출석하지 않거나 상속승인의 의사를 표시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상속재산은 승인의 의사표시를 한 자들과만 협의하여 분배하도록 되어 있다(비송사건절차법 제120조 제1항).

이처럼 오스트리아 상속법은 상속을 철저하게 법원이 관리하도록 하고 또 승인의 의사표시를 일정한 형식과 절차에 따르도록 함으로써 우리 민법의 경우처럼 숙려기간의 경과의 효과를 단순승인으로 의제한다든가 상속에 관한 법규정을 모르고 상속인이 불측의 손해를 입는 것을 철저히 예방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상속재산이 직접 상속권자에게 승계되는 것이 아니라 먼저 피상속인의 인격을 승계하는 인격대표자(personal representative)5)에게 넘어가기 때문에, 이 대리인이 일단 상속채무에 대해서도 책임을 진다. 그러나 그 책임의 한도는 원칙적으로 상속재산에 국한되어 있다. 상속재산은 그 대리인의 고유재산과 분리되며, 혼동(confusio bonorum)이 일어나지 아니한다. 대리인은 가령 상속채권자에게 변제하기 이전에 수증자에게 변제를 했다든가 상속재산의 관리의무의 해태로 상속재산에 손해를 입힌 경우와 같은 예외적인 경우에만 개인적으로 책임을 진다. 또한 상속권자나 수증자는 결코 개인적으로 상속채무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한다. 피상속인의 대리인은 상속재산의 분배이전에 상속채무에 대한 변제를 하기 때문에 상속권자나 수증자가 채무의 변제를 요구받지 아니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그러나 대리인이 상속채무의 변제이전에 상속재산을 상속인이나 수증자에게 배분한 경우에는 그 대리인이나 상속채권자는 상속재산의 반환을 요구하거나 상속채권자가 분배된 상속재산을 자신의 채권의 변제에 충당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한편, 인격대표자가 피상속인의 채무를 성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피상속인의 사망 후 1년 내에는 상속재산을 상속인에게 분배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영국법상의 인격대표자제도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난점은 있으나 상속재산을 인격대표자가 관리하면서 장례비용과 채무 등을 지출한 후남은 재산을 인격대표자가 관리하면서 장례비용과 채무 등을 지출한 후 남은 재산을 분배하는 형식을 취하므로 우리 상속법의 경우와 같이 적극재산 보다 채무가 많은 경우 상속포기나 한정승인 등의 제도에 의하여 상속인을 보호하여야 할 필요성이 없고 상속채권자와 상속인의 이해가 합리적으로 조정될 뿐만 아니라 상속재산에 관한 법률관계를 명확히 하는 장점이 있다.

미국의 경우에도 영국과 같이 피상속인이 사망하면 그 재산이 상속인 또는 수익자에게 분배될 때까지는 상속재산관리에 대하여 관할권 있는 법원이 인격대표자를 임명하는 것이 원칙이다. 인격대표자의 임명은 유언상속인의 경우에는 유언장에 의하여, 무유언상속의 경우에는 유산관리장에 의하여 행하여진다. 유산관리장이란 법원이 유산관리인에게 유산의 관리와 처분권 및 분배권에 관한 자격을 부여하는 서면을 의미하는데, 유언이 없을 경우 각 주법원이 인격대표자에 대한 권리부여의 우선권을 갖는 것이 보통이지만, 통일유언검인법 제3-203조는 생존배우자에게 인격대표자로서 임명될 우선권을 부여하고 있다. 인격대표자가 하는 일은 검인재산의 목록을 작성하고 평가하며 재산의 소유권을 자기 명의로 바꾼 후, 피상속인의 채권자들에게 상속재산에 대한 채권의 지급을 청구하도록 통지하여 상속채무를 이행한 다음 잔여재산을 상속인이나 기타의 권리자에게 분배하는 일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특기할 것은 인격대표자가 피상속인의 채권자들에게 상속재산에 대한 청구를 하도록 통지한다는 점인데 많은 주들이 신문지상에 공고함으로써 충분하다고 보며 통일유언검인법 제3-803조는 채권자가 처음 신문지상에 공고한 날부터 4개월 이내에 위 청구를 하지 않으면 그 지급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의 인격대표자제도 역시 영국과 같이 상속채권자와 상속인의 이해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있다 할 수 있다.

일본 민법제896조에서 상속인은 상속개시 때부터 피상속인의 일신전속인 것은 제외하고 피상속인의 재산에 속한 일체의 권리의무를 승계한다고 규정하여 우리민법 제1005조와 같은 규정을 하고 있고, 제921조에서 우리 민법 제1026조와 거의 유사한 규정을 두고 있다. 즉 상속인이 자기를 위하여 상속의 개시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제915조 제1항 참조) 한정승인이나 포기를 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단순승인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제921조 제2호). 일본 민법은 단순승인의 경우에는 상속인으로 하여금 상속채권자에 대하여 원칙적으로 무한책임을 부과하고 있는 점도

또한 우리 민법과 같다.

상속재산의 파산에 관하여는 파산법이 규율하고 있는바, 상속재산을 가지고 상속채권자 및 수유자에 대한 채무를 완제할 수 없을 때에는 법원은 신청에 의하여 파산을 선고한다(파산법 제129조). 파산신청은 민법 제941조의 규정에 의하여 재산분리의 청구를 할 수 있는 동안에 한하여 할 수 있고, 그 기간 내에 한정승인이나 재산분리가 있은 경우에는 상속채권자 및 수유자에 대한 변제가 아직 종료하지 않은 때에도 할 수 있다(파산법 제131조). 민법 제941조의 규정에 의한 재산분리의 청구를 할 수 있는 기간은 원칙적으로 상속개시의 때로부터 3월 이내지만, 상속재산이 상속인의 고유재산에 혼합되지 않은 때에는 위의 3월의 기간 경과후에도 청구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상속개시일로부터 3월 이내에만 파산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우리의 파산법에 비하여 일본 파산법이 상속인에게 유리하다.

우리의 상속제도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상속이 개시되면 상속의 효과로서 피상속인의 일신전속적인 것을 제외한 피상속인의 재산과 관련된 포괄적인 권리와 의무를 승계하는 것으로 규정함으로써 포괄ㆍ당연승계주의를 채택하고 그 효과발생 후 상속인이 상속의 효과를 받을 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특히 소극재산이 적극재산을 초과하는 경우 상속인의 보호문제와 관련을 맺고 있는데, 상속인의 보호문제와 상속의 효과를 받을 것인지에 관한 상속인의 선택의 자유문제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적극재산이 초과하더라도 상속을 포기하고자 하는 상속인도 있을 수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민법이 채택하고 있는 포괄ㆍ당연승계주의는 멀리 로마법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대부분의 대륙법계에서 채택하고 있는 입법례로 보인다. 다만 그러한 입법례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들 중에는 상속인의 보호문제에 관하여 원칙적으로 언제든지 우리 민법상의 한정승인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도록 하는 프랑스 같은 국가도 있고, 스위스처럼 소극재산이 적극재산을 초과할 것이 명백한 경우 상속권자가 상속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하는 국가

도 있으며, 우리 민법과 같이 단순승인을 기본으로 하여 상속인의 보호문제를 풀어가는 독일과 일본의 예도 있다.

한편, 상속이 개시되면 우리 민법에서 채택하고 있는 포괄ㆍ당연승계주의와는 달리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권리의무가 포괄ㆍ당연승계하지 않고 인격대표자가 피상속인의 인격을 승계하는 제도를 두어 그로 하여금 상속재산을 관리하고 청산하게 한 다음 일정기간 후 상속인에게 잔여재산을 분배하게 하는 영미법과 같은 제도도 있고, 오스트리아처럼 상속이 개시되면 상속의 효과가 바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상속권만 발생케하고 상속재산을 법원에서 관리하는 입법례도 있다.

이상의 입법례는 우리 민법이나 대부분의 대륙법계 입법례가 상속의 효과로서 포괄ㆍ당연승계주의를 채택한 것은 상속인이 대체로 상속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고 상속의 효과를 거부하는 것이 예외이어서 법원이나 관리인 등을 개입시키지 않는 것이 더 간편하므로 상속으로 인한 법률관계를 신속히 확정하려는 공익을 참작한 것이고 그 결과 상속채권자를 더 두텁게 보호하는 효과를 초래하는 것이라고 생각되고, 영미법이나 오스트리아법은 그 반대의 경우라 할 것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상속인은 상속개시된 때로부터 피상속인의 일신에 전속한 것을 제외하고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한 포괄적 권리의무를 승계한다고 규정한 결과, 상속인은 피상속인의 적극재산 뿐만 아니라 소극재산도 당연히 포괄적으로 승계하도록 하고 있어, 소극재산이 적극재산을 초과하는 경우 상속인의 재산권과 사적자치권 및 행복추구권이 제한되는지 문제가 될 수 있다.

헌법 제23조 제1항에 의한 재산권은 원칙적으로 사적 유용성 및 그에 대한 원칙적 처분권을 내포하는 재산가치 있는 개별적ㆍ구체적 권리를 그 보호대상으로 한다. 그런데, 이 사건과 같이 상속인이 적극재산보다 소극재산을 더 많이 승계하게 되어서 전체로서의 상속인의 고유재산도 재산권의 보호영역에 속하는지 문제될 수 있다.

독일에서는 조세채무 등 공법적 금전급부의무가 재산권을 제한하는 것인지에 관하여 긍정설과 부정설로 나뉘어 있고 전체로서의 재산도 재산권의 내용이라고 보는 긍정설이 다수설이라고 한다6). 한편 독일의 연방헌법재판소는 전체로서의 재산은 원칙적으로 재산권의 보호대상은 아니나 금전급부의무의 부과를 통하여 그 의무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고 또 그의 재산상태에 중대한 타격을 가하는 교살적 조세 내지 징발적 조세의 경우에는 재산권에 대한 침해가 있을 수 있다는 절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7).

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예를 들면 상속세법 제9조 제2항의 위헌을 확인한 헌재 1992. 12. 24. 선고, 90헌바21 결정(판례집 4, 890, 904)에서와 같이 조세법률주의에 위반한 조세법 내지 그 법률조항은 재산권도 동시에 침해하는 것으로 보았고, 헌재 1998. 8. 27. 96헌가22등 결정(판례집 10-2, 339, 354)에서와 같이 상속인이 민법 제1019조 제1항 소정의 숙려기간에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하지 않을 때 단순승인한 것으로 보는 민법 1026조 제2호의 위헌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재산권의 침해 여부를 판단한 것으로 보아, 금전급부의무가 재산에 대하여 미치는 영향의 정도를 불문하고 재산이 전체로서도 재산권의 객체가 되는 것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한편, 헌법제10조에서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하여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고 있는바, 헌법재판소는 이미 이 행복추구권으로부터 일반적 행동의 자유권이 도출되며, 이 일반적 행동의 자유권에서 다시 ‘계약의 자유’8)내지는 ‘사적 자치권’이 파생되어 나온 것을 논증한 바 있다. 즉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은 근대 사법에 있어서 근간이 되는 원칙인 사적 자치권, 즉 개인이 그 의사에 따라 법적 관계를 스스로 형성하는 것을 보장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위와 같은 선례의 태도를 이 사건에서도 그대로 적용하였는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한 권리의무를 포괄적으로 당연히 승계하도록 한 결과 소극재산이 적극재산을 초과하는

경우에도 상속인이 이를 당연히 승계하는 것은 상속인의 고유재산으로 피상속인의 채무를 부담하게 한다는 의미에서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설시하여 재산이 전체로서 재산권의 객체가 될 수 있는 것이라고 보았고, 상속의 효과를 포괄ㆍ당연승계하도록 하는 것은 개인이 그 의사에 따라 법적 관계를 스스로 형성하는 것을 보장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사적자치권 및 행복추구권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상속권을 재산권의 일종으로 보고 상속제도나 상속권의 내용은 입법자가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하여야 할 사항으로서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입법형성의 자유에 속한다고 할 것이지만, 입법자가 상속제도와 상속권의 내용을 정함에 있어서 입법형성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하여 헌법 제37조 제2항이 규정하는 기본권 제한의 입법한계를 일탈하는 경우에는 그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고,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그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하여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입법을 함에 있어서 준수하여야 할 기본원칙을 천명하고 있으므로, 기본권을 제한하는 입법을 함에 있어서는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그 목적달성을 위한 방법의 적정성, 피해의 최소성, 그리고 그 입법에 의해 보호하려는 공공의 필요와 침해되는 기본권 사이의 균형성을 모두 갖추어야 하며, 이를 준수하지 않은 법률 내지 법률조항은 기본권제한의 입법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시9)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에 있어서 위와 같은 심사기준을 적용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성여부를 판단하였는바, 그 논증은 다음과 같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은 상속으로 인한 법률관계의 부동상태를 신속하게 확정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는 것이다. 그와 같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입법자가 선택한 수단은 상속인은 상속개시된 때로부터 피상속인의 일신에 전속한 것을 제외하고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한 포괄적 권리의무를 승계하도록 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와 같은 입법목적에 관하여 그 정당성을 수긍하였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 또한 대륙법계 대부분의 입법례가 우리나라의 상속법제와 근간을 같이 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적정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였다.

(가) 근대이후의 상속법제의 경향

근대이전에는 상속은 가의 존속과 가산의 유지를 위한 것이었으며, 단절이 있을 수 없는 강제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일어나면서, 가족제도는 점차 무너져가고, 자기의 의사에 반하여 의무를 부담하지 않음과 동시에 권리도 원하는 자에게 주어져야 한다는 개인주의적 사상이 높아져 개인의 의사를 절대라고 하는 근대사회가 이루어지면서, 상속은 상속인의 의사에 의하여 좌우되어야 한다는 것, 특히 상속인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상속을 거절하는 자유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하게 되었다. 근대법은 위와 같은 상속인의 보호와 법률관계의 안정의 조화를 위하여 상속인의 사망과 동시에 그의 권리ㆍ의무가 일단은 피상속인에게 당연히 귀속하는 것으로 하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상속인이 상속의 효과를 확정 또는 부인하는 선택의 자유를 주는 것으로 하고 있다.

(나) 우리 상속법제하에서의 상속인의 선택의 자유

우리 민법도 기본적으로 위와 같은 근대민법의 법리를 취하고 있다. 우리 민법은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보는 바와 같이 포괄ㆍ당연승계주의를 채택하여 상속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상속인이 이를 알든지 모르든지 당연히 상속의 효과가 발생하도록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민법제1019조에서 상속인이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월 내에 단

순승인이나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할 수 있도록 하고, 가정법원이 이해관계인이나 검사의 청구에 의하여 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위의 승인 또는 포기를 하기 전에 상속인으로 하여금 상속재산을 조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여 일단 발생한 상속의 효과를 상속인의 의사에 의하여 확정 또는 부인할 수 있는 선택의 자유를 주고 있다.

먼저, 상속의 포기는 상속개시에 의하여 당연히 귀속하는 효과를 거부하는 행위, 바꾸어 말하면 상속의 효과를 상속개시 때에 소급하여 소멸하게 하는 의시표시이다. 다음으로, 상속의 승인은 상속의 효과를 거부하지 않는다는 의사의 표시행위이다. 다만 상속의 효과를 전면적으로 거부하지 않느냐 또는 조건부로 거부하지 않기로 하느냐에 따라서 승인은 단순승인과 한정승인이 있다. 상속인은 상속으로 인하여 취득할 재산의 한도에서 피상속인의 채무와 유증을 변제하고(민법 제1028조), 자신의 고유재산으로써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는 조건부로 상속을 승인할 수 있다. 한정승인을 하려면 상속인은 위 3월 내에 상속재산의 목록을 첨부하여 법원에 신고하여야 한다(민법 제1030조). 또한 상속인은 숙려기간 내에 상속을 포기함으로써 상속개시된 때부터 소급하여(민법 제1042조) 자신이 마치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과 같은 법적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 상속의 포기 역시 숙려기간 내에 가정법원에 신고하여야 한다(제1041조).

이에 비하여 상속인이 단순승인을 한 경우에는 상속인은 제한없이 피상속인의 권리의무를 승계하게 된다(민법 제1025조). 따라서 상속재산 중 소극재산이 적극재산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상속인은 자신의 고유의 재산으로 상속채무에 대하여 무한책임을 지게 된다. 단순승인의 의사표시는 요식행위가 아니며, 따라서 명시적으로만이 아니라 묵시적으로 할 수도 있다. 특히 민법 제1026조는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상속인이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 단순승인의 의제

위와 같이 민법 제1026조는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상속인이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상속인이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를 한 때(제1호), 상속인이 제1019조 제1항의 기간 내에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하지 아니한 때(제2호), 상속인이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한 후에 상속재산

을 은익하거나 부정소비하거나 고의로 재산목록에 기입하지 아니한 때(제3호)에는 법률규정에 의하여 단순승인이 있는 것으로 의제되는데 이를 ‘법정단순승인’이라고 한다. 이 때 민법 제1026조 제1호와 제3호의 법정단순승인은 상속인의 채권자를 보호하는 것과 관련을 맺고 있다.

민법 제1026조 제1호의 법정단순승인과 관련하여 보면, 상속인에 의한 상속재산의 처분이 있는 경우 상속인이 단순승인을 하겠다는 의사표시로 추정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제3자는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믿는 것이 당연하므로, 이 경우 이해관계인이나 처분을 신뢰한 제3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

한편, 민법 제1026조 제3호의 법정단순승인은 상속인이 행한 부정행위 내지 배신행위에 대한 제재의 성격을 성격을 갖는 것으로 상속인이 한정승인이나 포기를 한 후에 배신행위를 한 경우 그 한정승인이나 포기를 그대로 유효한 것으로 한다면 상속채권자ㆍ다음 순위의 상속인 등의 이익을 해하게 되므로, 그 제재로서 일단 행하여진 한정승인이나 포기의 효력을 부인하고 단순승인의 효과를 발생시킬 필요가 있다.

위와 같이 우리의 상속법제는 피상속인의 채권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민법 제1026조에서 상속인이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를 한 때, 상속인이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한 후에 상속재산을 은닉하거나 부정소비하거나 고의로 재산목록에 기입하지 아니한 때는 단순승인의 의제를 함으로써 피상속인의 채권자가 피상속인과 거래를 할 때 신뢰의 기초가 되었던 상속재산을 보호하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라) 재산분리제도

한편, 상속인의 이해는 승인 또는 포기를 함으로써 상속인 자신이 좌우할 수 있다면, 상속채권자ㆍ유증을 받은 자 또는 상속인의 채권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우리 민법은 재산분리제도를 두고 있다. 우리 민법제1045조에서 상속채권자나 유증받은 자 또는 상속인 채권자는 상속개시된 날로부터 3월 내에 상속재산과 상속인의 고유재산의 분리를 법원에 청구할 수 있고, 상속인이 상속의 승인이나 포기를 하지 아니한 동안은 3월이 경과한 후에도 재산의 분리를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산분리의 심판이 확정되면, 우리 민법제1050조에서 피상속인에 대한 상속인의 재산상

권리의무는 소멸하지 않도록 규정하여, 상속재산이 상속인의 고유재산과 뒤섞여서 식별할 수 없게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재산분리청구기관과 채권 또는 수증의 신고기간이 끝나면, 상속인은 재산분리청구자와 신고한 상속채권자나 유증을 받은 자 및 상속인이 알고 있는 상속채권자나 유증을 받은 자에 대하여, 각자 그 채권액 또는 수증액의 비율로 상속재산으로부터 변제하여야 한다. 그러나 우선권이 있는 채권자가 있는 때에는 우선 이들에게 우선적으로 변제하고, 잔여재산으로써 위의 자에게 변제하여야 한다(제1051조 제2항). 한편, 상속인의 채권자는 상속인의 고유재산으로부터우선변제를 받을 권리가 있고, 고유재산으로부터 상속인의 채권자에게 변제하고 남는부분이 있고 상속인이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하지 않았다면, 상속채권자 등은 나머지 고유재산으로부터 변제를 청구할 수 있다(제1052조).

위와 같은 재산분리제도는 상속재산과 상속인의 고유재산이 상속으로 서로 섞여서 사실상 식별할 수 없는 상태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하여 두 재산을 분리하고 상속채권자와 유증을 받은 자는 상속재산으로부터, 상속인의 채권자는 상속인의 고유재산으로부터 각각 우선적으로 변제를 받을 수 있도록 상속재산을 청산하는 제도이다. 재산의 분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상속인은 무한책임을 지며 상속채권자나 유증을 받은 자의 채권이 상속재산만으로써는 완전히 변제되지 못하는 경우에는 나머지는 상속인의 고유재산으로부터 변제를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재산분리와 한정승인은 비슷한 제도이기는 하나 뒤의 것이 상속인보호를 위한 제도인데 반하여, 앞의 것은 상속채권자 등의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제도이다.

우리 민법은 상속의 효과에 대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규정한 바와 같이 포괄ㆍ당연승계주의를 채택하여 상속으로 인한 법률관계의 부동상태를 신속하게 확정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법적안정성이라는 공익을 도모하고 있다. 그 결과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상속재산이 피상속인으로부터 상속인에게 승계될 때 상속재산의 상태, 상속인의 재산상태에 따라서 상속인, 피

상속인의 채권자, 상속인의 채권자의 이익이 복잡하게 갈릴 수 있다.

먼저 상속인은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귀책사유도 없이 피상속인이 남긴 소극재산만을 떠안아야 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우리의 상속법제는 상속의 포기ㆍ한정승인제도를 두어 상속인에게 그의 의사에 따라 상속의 효과를 귀속시키거나 거절할 수 있는 자유를 주고 있다. 이는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그리고 자신에게 책임이 없는 경우에는 의무를 부담하지 않으며, 또한 권리도 이를 원하는 자에게 주어져야 한다는 사적 자치라는 근대사법의 기본이념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한편, 우리의 상속법제는 피상속인의 채권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민법 제1026조에서 상속인이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를 한 때, 상속인이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한 후에 상속재산을 은닉하거나 부정소비하거나 고의로 재산목록에 기입하지 아니한 때는 단순승인의 의제를 함으로써 피상속인의 채권자가 피상속인과 거래를 할 때 신뢰의 기초가 되었던 상속재산을 보호하는 제도를 두고 있다.

또한, 상속인의 채권자와 피상속인의 채권자도 역시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손해를 보아야 할 이유도, 피상속인이 살아있을 때 이상으로 이익을 도모할 수 있는 근거도 없다. 따라서, 상속인은 상속을 포기하거나 한정승인 함으로써 자신의 고유재산과 상속재산을 분리할 수 있다. 그리고, 상속채권자ㆍ유증을 받은 자 또는 상속인의 채권자를 위하여 상속개시 후에 상속재산과 상속인의 고유재산의 분리를 법원에 청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하고 있다.

이렇듯 우리의 상속법제는 법적 안정성이라는 공익을 도모하기 위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포괄ㆍ당연승계주의를 채택하는 한편, 상속인과 피상속인의 채권자 및 상속인의 채권자 등의 이해관계를 조절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위와 같은 우리의 상속법제를 총체적으로 파악한 다음,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입법자가 입법형성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하였다거나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이나 사적 자치권을 과도하게 침해하여 기본권제한의 입법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의 상속법제는 상속인으로 하여금 상속의 효과를 귀속시킬 것인지 거절할 것인지 선택의 자유를 주고 있으나, 그 기간은 3개월로 비교적 단기간이다(제1019조 제1항). 위와 같이 숙려기간이 단기간이어서 상속인이 귀책사유없이 상속채무가 적극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알지 못하여 고려기간 내에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하지 못한 경우에도 민법 제1026조 제2호가 단순승인 한 것으로 본 것은 기본권제한의 입법한계를 일탈한 것으로 재산권을 보장한 헌법 제23조 제1항, 사적자치권을 보장한 헌법 제10조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헌법재판소는 이미 위 법률규정에 대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린 적이 있다10).

그러나, 상속의 효과를 포괄ㆍ당연승계로 정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여부를 심사하는 이 사건과 그 상속의 효과를 상속인이 귀속시킬 것인지 선택할 수 있는 기간인 이른바 숙려기간이 단기간이어서 상속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것이 쟁점인 위 사건은 차원을 달리하는 것은 물론이다. 어쨌든, 위 사건의 결과 2002. 1. 14. 법률 제6591호로 민법개정으로 제1019조 제3항을 신설하여 고려기간 내에 상속인은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없이 제1항의 기간내에 알지 못하고 단순승인하거나 승인한 것으로 의제되는 경우에도 그 사실을 안 날부터 3월내에 한정승인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고, 헌법재판소는 위 개정민법 제1019조 제3항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시11)하였다.

결국 우리 민법은 헌법재판소의 결정대로 보완입법을 하여 위 고려기간 내에 상속인이 상속채무초과사실을 알지 못한 것에 관하여 중대한 과실이 없는 이상 다시 특별한정승인신고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써 상속인을 상대적으로 두텁게 보호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어, 상속법제에 관한 민법의 제규정이 가일층 완비되었다.

제청법원은 상속의 효과가 피상속인이 빚만 진 사람이었는지 적극재산이 많은 사람이었는지라는 상속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결정되는 것일 뿐이어서 어떤 상속인은 막대한 재산을 상속하지만 어떤 상속인은 소극재산만을 상속하게 되는 것은 불합리한 차별이고, 이는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평등권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은 같게, 본질적으로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할 것’을 요청한다. 따라서, 평등권위반 여부의 심사는 ① 본질적으로 동일한 것을 다르게, 또는 다른 것을 동일하게 취급하고 있는가 하는 본질적인 차별대우의 확인과, ② 이러한 차별대우가 헌법적으로 정당화되는가의 판단이다12).

우선 본질적인 차별대우를 하고 있는지는 비교되는 집단간의 본질적인 동일성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밝혀야 한다. 즉 비교의 대상을 이루는 두 개의 사실관계 사이에 서로 상이한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의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두 사실관계를 서로 다르게 취급한다면, 입법자는 이로써 평등권을 침해하게 된다. 그런데 서로 비교될 수 있는 사실관계가 모든 관점에서 완전히 동일한 것이 아니라 단지 일정 요소에 있어서만 동일한 경우에, 비교되는 두 사실관계를 법적으로 동일한 것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다른 것으로 볼 것인지를 판단하기 위하여는 어떠한 요소가 결정적인 기준이 되는가가 문제된다. 헌법재판소는 두 개의 사실관계가 본질적으로 동일한가의 판단은 일반적으로 당해 법률조항의 의미와 목적에 달려 있다13)고 보고 있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상속이 개시된 때 상속인의 권리의무를 어떻게 귀속시킬 것인지에 관한 상속의 효과를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상속으로 인한 법적안정성이라는 공익을 실현하기 위하여 상속의 효

과를 피상속인의 일신에 전속한 것을 제외하고 당연히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한 포괄적인 권리와 의무를 승계하는 것으로 규정함으로써, 이른바 법정취득 또는 당연취득의 원칙을 채택하고 있다. 따라서, 제청법원이 의문을 제기하는 소극재산이 적극재산보다 많은 경우의 상속인 집단과 그렇지 않은 상속인 집단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의미와 목적에 비추어 볼 때 본질적으로 다르게 취급되어야 할 집단이 아닐 뿐만 아니라, 이 사건 법률조항은 누구든지 상속을 하게 되면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으로 본질적으로 차별대우를 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 제청법원이 지적하는 위와 같은 차이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른 차별대우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고, 상속이 개시될 당시의 피상속인의 재산상태라는 우연적이고 운명적인 것에 의하여 초래된 것일 뿐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수범자들에 대하여 본질적인 차별대우를 행하는 것이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이 사건 결정은 타당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이외에도 이미 상속법에 관한 몇몇 중요한 결정을 하였었다.

우선, 이른바 숙려기간과 관련된 문제이다. 민법 제1026조 제2호는 상속인이 상속개시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내에 한정승인이나 포기를 하지 않은 때에는 상속인이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보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대법원은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에 관하여 상속개시의 원인이 된 사실의 발생을 앎으로써 자기가 상속인이 되었음을 안 날을 말하고, 상속재산 또는 상속채무의 존재를 안 날을 뜻하거나 상속포기제도를 안 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판시하고 있다. 따라서, 고려기간의 기산일인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에 관하여 대법원과 같이 해석하는 한,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사망 당시 상속재산 중 채무가 없다고 믿고서 한정승인이나 포기의 신고를 하지 아니한 채 고려기간을 도과한 경우, 그 후 비로소 채무의 존

재가 밝혀지더라도 피상속인의 채무를 모두 부담하게 되는데, 이는 스스로의 잘못이 없는 상속인에게 매우 가혹하고 부당한 것이었다. 헌법재판소는 헌재 1998. 8. 27. 96헌가22등 사건(판례집 10-2, 339)에서 민법 제1026조 제2호헌법에 합치하지 아니한다는 결정을 하였고, 위 결정으로 말미암아 2002. 1. 14. 법률 제6591호로 민법이 개정되어 제1019조 제3항이 신설됨으로써, 고려기간 내에 상속인은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없이 제1항의 기간 내에 알지 못하고 단순승인하거나 승인한 것으로 의제되는 경우에도 그 사실을 안 날부터 3월내에 한정승인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 그 이후, 헌법재판소는 헌재 2003. 12. 18. 2002헌바91등 사건(판례집 15-2, 530)에서 위 개정민법 제1019조 제3항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다음으로, 상속회복청구권에 관한 문제이다. 민법 제999조 제2항에 의하여 준용되는 제982조 제2항 중 상속회복청구권의 행사기간을 상속 개시일로부터 10년으로 제한한 것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헌법재판소는 헌재 2001. 7. 19. 99헌바9등 결정(판례집 13-2, 1)에서 상속회복청구권에 대하여 상속 개시일부터 10년이라는 단기의 행사기간을 규정함으로 인하여, 위 기간이 경과된 후에는 진정한 상속인은 상속인으로서의 지위와 함께 상속에 의하여 승계한 개개의 권리의무도 총괄적으로 상실하여 참칭상속인을 상대로 재판상 그 권리를 주장할 수 없고, 오히려 그 반사적 효과로서 참칭상속인의 지위는 확정되어 참칭상속인이 상속개시의 시점으로부터 소급하여 상속인으로서의 지위를 취득하게 되므로, 이는 진정상속인의 권리를 심히 제한하여 오히려 참칭상속인을 보호하는 규정으로 기능하고 있는 것이라 할 것이어서, 기본권 제한의 한계를 넘어 헌법상 보장된 상속인의 재산권, 행복추구권, 재판청구권 등을 침해하고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판시하였다. 그 이후 상속회복청구권 행사기간을 “상속권의 침해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10년”이라고 한 개정민법 제999조 제2항 해당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다시 문제가 되었으나, 헌법재판소는 헌재 2002. 11. 28. 2002헌마134 결정(판례집 14-2, 756)에서 개정민법 제999조 제2항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심판청구를 기각하였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상속회복청구권의 행사기간을 상속침해를 안 날로부터 3년으로 제한한 구

민법(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99조에 의하여 준용되는 제982조 제2항 중 “그 침해를 안 날로부터 3년” 부분의 위헌 여부도 다루었는데, 헌재 2004. 4. 29. 2003헌바5 결정(판례집 16-1, 509)에서 위 심판대상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결정을 하였다.

이 사건은 상속의 효과를 포괄ㆍ당연승계로 정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를 심사하는 것으로 기존에 상속법에 관하여 다루었던 헌법재판소의 선례들과는 쟁점을 달리하는 것이다. 이 사건 헌법소원의 대상인 민법 제1005조는 상속이 개시된 때부터 상속인은 상속개시를 알고 있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상속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피상속인의 일신에 전속한 것을 제외하고 당연히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한 포괄적인 권리와 의무를 승계하는 것으로 규정함으로써, 소극재산이 적극재산을 초과하는 경우에도 상속인이 이를 당연히 승계하는 것은 상속인의 고유재산으로 피상속인의 채무를 부담하게 한다는 의미에서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을 제한하고, 개인이 그 의사에 따라 법적 관계를 스스로 형성하는 것을 보장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사적자치권 및 행복추구권을 제한할 여지가 있다. 헌법재판소는 우리나라의 상속법제가 상속의 포기ㆍ한정승인제도를 두어 상속인으로 하여금 그의 의사에 따라 상속의 효과를 귀속시키거나 거절할 수 있는 자유를 주고 있으며, 상속인과 피상속인의 채권자 및 상속인의 채권자 등의 이해관계를 조절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입법자가 입법형성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하였다거나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이나 사적 자치권 및 행복추구권을 과도하게 침해하여 기본권 제한의 입법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어떤 상속인은 막대한 재산을 상속하지만 어떤 상속인은 소극재산만을 상속하게 되는 차이는 민법 제1005조에 따른 차별대우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고, 상속이 개시될 당시의 피상속인의 재산상태라는 우연적이고 운명적인 것에 의하여 초래된 것일 뿐이라고 보았다.

우리나라에서 상속의 효과를 상속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당연히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한 포괄적인 권리와 의무를 승계하는 것으로 규정하는 한편 상속인으로 하여금 그의 의사에 따라 상속의 효과를 귀속시키거나 거절할 수 있는 자유를 주고 있고, 상속인과 피상속인의 채권자 및 상속인의 채권

자 등의 이해관계를 조절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은 대부분의 입법례와 그 취지를 같이 하는 것이다. 그런 점까지 감안하여 보면, 헌법재판소가 위 결정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합헌성을 확인한 것은 타당한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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