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손인혁, "사립학교법 제57조 위헌제청 ", 결정해설집 7집, 헌법재판소, 2009, p.537
[결정해설 (결정해설집7집)]
본문

- 사립학교 교원의 당연퇴직 사유로서 파산선고 -

(헌재 2008. 11. 27. 2005헌가21, 판례집 20-2하, 118)

손 인 혁*1)

사립학교 교원이 파산선고를 받으면 당연퇴직되도록 하는 것이 사립학교 교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사립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사립학교법(1997. 12. 13. 법률 제5438호로 개정된 것) 제57조국가공무원법 제33조 제1항 제2호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의 위헌 여부(이 사건 법률조항은 2008. 3. 14. 법률 제8888호로 개정된 바 있으나, 그 개정 내용은 단지 “국가공무원법”이라는 부분을 “「국가공무원법」”으로 법명표기방식만 변경하였을 뿐 그 외에는 법문상으로나 내용상으로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위 2008. 3. 14. 법률 제8888호로 개정된 이후의 법률과도 실질적으로 그 내용이 동일하다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는 위 2008. 3. 14. 법률 제8888호로 개정된 것까지 포함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

사립학교법 제57조(당연퇴직의 사유) 사립학교의 교원이 국가공무원법 제33조 제1항 각 호의 1에 해당하게 된 때에는 당연 퇴직된다.

구 국가공무원법(1963. 4. 17. 법률 제1325호로 폐지제정되고, 2007. 3. 29.

법률 제833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3조 (결격사유) ①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공무원에 임용될 수 없다.

2. 파산자로서 복권되지 아니한 자

가. 제청신청인은 학교법인 ○○학원이 운영하는 ○○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중 2004. 2. 27. 대구지방법원에서 파산선고를 받았고, 이에 대한 제청신청인의 항고 및 재항고가 모두 기각되어 같은 해 8. 18. 위 파산선고가 확정되었다.

이에 대구지방법원은 교육인적자원부장관에게 제청신청인에 대한 파산선고가 확정되었음을 통지하였고, 학교법인 ○○학원은 제청신청인이 2004. 8. 18.자로 당연퇴직되었음을 제청신청인에게 통지하였다.

나. 제청신청인은 2005. 4. 26. 대구지방법원에 학교법인 ○○학원을 상대로 교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하여 그 소송 계속중 제청신청인에 대한 당연퇴직의 근거조항인 사립학교법 제57조국가공무원법 제33조 제1항 제2호 부분에 대하여 위헌제청신청을 하였고, 위 법원은 같은 해 11. 1. 이를 받아들여 위 사립학교법 조항 부분에 대하여 위헌제청결정을 하였다.

(1) 헌법 제31조 제6항은 “학교교육 및 평생교육을 포함한 교육제도와 그 운영, 교육재정 및 교원의 지위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법률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교원의 지위에 관해서는 입법자에게 폭넓은 입법형성권이 인정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헌법 제37조 제2항이 정하는 기본권제한의 입법적 한계를 넘어서는 아니 된다.

(2) 사립학교 교원도 유동적이고 복잡한 경제적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므로 판단착오, 급작스러운 경기변동, 불가피한 인적ㆍ물적 보증 등 다양한 사유로 파산의 결과에 이를 수 있음에도 사립학교 교원이 파산에 이르게 된

경위나 과정을 묻지 아니하고 파산선고가 있었다는 사실 자체로 당연퇴직하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 그리고 사립학교 교원이 이와 같은 불운한 경제적 상황이나 경제적 선택 등의 사유로 파산에 이르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교원직에서 당연히 퇴직되어야 할 만큼 교원의 품위를 손상시켰다거나 장차 손상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3) 파산선고를 받으면 예외 없이 당연퇴직되도록 할 것이 아니라 파산의 원인, 정도 및 비난가능성에 따라 그 제재를 달리하는 것이 최소침해성의 원칙에 부합하고, 외국의 입법례도 같은 취지에서 파산선고를 당연퇴직사유로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다.

(4) 일단 채용된 교원을 퇴직하게 하는 것은 교원이 장기간 쌓은 지위를 박탈하는 것으로 그 교원이 잃는 불이익이 대단히 크다는 점에서 교원임용 이전의 임용결격사유와 교원임용 이후의 당연퇴직사유를 동일하게 규율하는 것은 사익에 비하여 지나치게 공익을 보호하는 것이다. 그리고 파산제도의 목적이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하여 파탄에 직면해 있는 채무자에 대하여 채권자 등 이해관계인의 법률관계를 조정하여 채무자의 효율적인 회생을 도모하거나 채무자의 재산을 공정하게 환가ㆍ배당하는 것인 점에 비추어 보면 법익균형의 원칙에도 위배된다.

(1) 사립학교 교원이 파산선고를 받은 경우 경제적인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파산선고로 인한 심리적 요인이 학생들의 정서적인 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파산선고의 효과로서 거주지를 떠날 수 없을 뿐 아니라 면접 또는 통신상의 제한을 받게 되므로, 업무수행의 안정성을 확보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파산을 사립학교 교원의 당연퇴직사유로 규정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이로써 교원의 신속하고 안정적인 업무수행과 학생들의 학습권이 보장되므로 방법의 적정성도 인정된다.

(2)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른 당연퇴직은 파산자의 과거 행동에 대한 제재의 성격이 아니라 파산자의 일정한 행동을 장래를 향하여 제약함으로써 경제생활의 안정을 도모하고 공무수행 내지 일정한 직업수행의 적정성을 확

보하고자 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 따라서 파산의 원인에 따라 제재의 정도를 달리하여야 한다는 책임주의의 요청은 애당초 문제되지 아니 한다. 그리고 파산선고는 소극재산이 적극재산을 초과한다는 객관적 사실에 기초하는 것으로 그 사유를 따로 공시하는 방법이 없는 이상 파산사유에 따른 차별적 제재도 불가능하다.

(3) 파산을 개인의 책임에 따른 징계사유로 볼 수 없는 한 당해 교원을 직무에서 배제하는 방법은 당연퇴직 외에는 없다. 그리고 파산선고를 받은 자는 교원으로서의 교육활동이 크게 제약될 우려가 있어 공평무사한 직무수행과 학생의 수업권 확보가 어렵게 되므로 이에 대하여 퇴직 외에 더 완화된 다른 수단이나 방법을 찾기도 어렵다.

(4)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보호하려는 공익은 경제적인 파산의 상태가 교원의 업무수행에 영향을 미쳐 원활한 교육활동이 이루어지지 못하게 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데에 있고, 이는 파산선고를 받은 사립학교 교원이 당연퇴직됨으로써 받는 불이익과 비교하여 법익의 균형을 상실한 것으로 볼 수 없다.

파산선고를 받은 사립학교 교원에 대하여 당연퇴직이라는 신분상 불이익을 가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교원의 사회적 책임 및 교직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고, 교원으로서의 성실하고 공정한 직무수행을 담보하기 위한 법적 조치로서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파산선고를 받은 교원을 교직에서 배제하도록 한 것은 위와 같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효과적이고 적절한 수단이다. 파산선고를 받은 사립학교 교원이 교직을 계속 수행할 경우 공평무사하게 학생들을 교육하는 본업에 전념할 수 있을지에 관하여는 회의적일 뿐만 아니라 피교육자나 그 학부모 등 사회공동체의 구성원들이 당해 교원의 신뢰성에 근본적인 의문을 가지게 될 개연성이 대단히 높고, 위와 같은 입법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으면서도 제약이 덜한 대체적인 입법수단의 존재가 명백하지 아니하며, 파산선고에 따른 자격제한을 없앨 경우 파산신청의 남용이 우려되는 점, 파산선고를 받은 교원의 지위가

박탈된다고 하여도 그것이 교원의 사회적 책임과 교직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한다는 공익에 비해 더 비중이 크다고는 볼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침해의 최소성이나 법익의 균형성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청구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국가가 헌법 제31조 제6항에 따라 부여받은 교육제도 전반에 관한 형성권에 근거한 것으로, 합리적인 입법한계를 벗어나 대학의 자율성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복잡다기한 현대의 경제생활에서 파산은 다양한 원인에 의하여 발생할 수 있고, 사립학교 교원이 파산선고를 받은 경우에도 그 원인 여하에 따라 국민의 교직에 대한 신뢰에 미치는 영향은 큰 차이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인바, 이 사건 법률조항은 덜 제약적인 대체적 입법수단을 강구하지 아니하고 파산선고를 받은 사립학교 교원을 일률적으로 교직에서 퇴출되도록 하고 있으므로, 최소침해성의 원칙에 위배된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면책 여부에 불구하고 파산선고를 받은 교원을 일률적으로 그의 경제적 갱생의 기초가 되는 교직으로부터 퇴출시키고 있는바 이는 개인파산제도의 취지와도 맞지 아니하고, 사립학교 교원의 임용결격사유와 당연퇴직사유를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은 규정체계상으로도 공익과 사익 간에 적절한 균형이 이루어진 입법이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청구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은 ‘파산자로서 복권되지 아니한 자’를 사립대학 교수를 포함한 사립학교 교원의 당연퇴직사유로 규정하고 있는바, 사립학교 교원이 경제적인 지급불능상태에 빠져 파산선고를 받으면 향후 복권여부를 불문하고 파산선고의 법적 효과로서 교직에서 당연퇴직된다. 당연퇴직은 법률

이 규정하는 당연퇴직의 사유가 발생하면 임명권자의 별도 처분을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그 신분관계가 종료되므로 일단 법원의 파산결정이 확정되면 그 복권여부에도 불구하고 교원의 신분관계는 확정적으로 종료하게 된다.

※ “파산자로서 복권되지 아니한 자”에 대한 다른 해석의 가능성

당연퇴직사유로서 ‘파산자로서 복권되지 아니한 자’를 파산선고가 있으면 복권여부와 관계없이 당연퇴직되는 것으로 해석할 경우 임용결격사유와는 달리 ‘…… 복권되지 아니한 자’ 부분이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되므로, 이를 ‘파산선고가 확정되고 면책결정 등에 의한 복권이 이루어지지 아니할 것으로 확정된 자’로 새겨 파산선고 확정 후 복권되기까지는 당연퇴직이 유예되는 것으로 볼 수 없는지가 문제된다. 만약 그렇게 해석할 수 있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성은 해석으로도 치유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가공무원법 제33조 제1항 각호는 공무원의 임용결격사유를 정하고, 국가공무원법 제69조 및 이 사건 법률조항은 위 각호 부분을 원용하여 당연퇴직사유를 정하고 있는바, 임용결격사유가 확정적인 사유가 아닌 경우(복권되지 아니한, 5년을 경과하지 아니한, 선고유예기간중에 있는, 자격이 정지된 등 부분)에는 그대로 당연퇴직사유로 삼기에 곤란한 부분이 있다. 당연퇴직은 공무원관계를 최종적·확정적으로 종료시키는 법적 효과를 가지므로 위와 같이 한시적인 사유에 있어서는 당연퇴직의 효과가 번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용결격사유가 당연퇴직사유로 원용되는 경우에는 해당사유가 발생하면 바로 당연퇴직의 법적 효과가 발생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나아가 파산의 효력발생시점은 원칙적으로 파산선고를 한 때(‘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311조)이므로 당연퇴직 등 자격제한의 효과와 관련하여서만 그 발생시점을 복권여부의 확정시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고, 폐지된 구 파산법 제358조제359조‘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74조 제1항(당연복권) 및 제575조(신청에 의한 복권)에서 일정한 경우 파산선고에 의하여 파산자에게 부과되는 제약을 소멸시키는 복권제도를 두고 있는 것도 파산선고에 의하여 당연히 자격제한의 효과가 발생한다는 점을 전제로 한 것이다.

따라서 사립대학 교수인 제청신청인은 파산결정이 확정된 2004. 8. 18.자로 당연퇴직되어 더 이상 교원의 직을 영위할 수 없게 되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 제15조에 의하여 보장되는 사립학교 교원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

나. 헌법 제22조 제1항에서 규정한 학문의 자유 등의 보호는 개인의 인권으로서의 학문의 자유 뿐만 아니라 특히 대학에서 학문연구의 자유ㆍ연구활동의 자유ㆍ교수의 자유 등도 보장하는 취지이다. 이와 같은 대학에서의 학문의 자유에 대한 보장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하고, 여기서 대학의 자율이란 대학시설의 관리ㆍ운영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것이라야 하므로 연구와 교육의 내용, 그 방법과 대상, 교과과정의 편성, 학생의 선발과 전형 및 특히 교원의 임면에 관한 사항도 자율의 범위에 속한다(헌재 1992. 10. 1. 92헌마68등, 판례집 4, 659, 670; 헌재 1998. 7. 16. 96헌바33, 판례집 10-2, 116, 144-144 각 참조). 따라서 법률로써 사립대학의 교원임면과 관련하여 임면의 구체적인 조건을 확정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대학의 자율권을 침해할 우려가 없지 않다(헌재 1998. 7. 16. 96헌바33, 판례집 10-2, 116, 150 참조).

이 사건 법률조항은 학교법인과 사립대학 교원간의 사법상 고용계약관계를 당사자의 의사여하를 불문하고 강제로 종료시키는 것을 내용으로 하므로 대학 내의 교수임면에 관한 사항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대학의 자율권을 제한하고 있다.2)

개인파산제도는 영업자·비영업자 등 채무자(파산자)의 신분에 관계없이 채무자가 ‘개인’인 파산사건을 의미하는 것으로, 봉급생활자 등 개인소비자 또는 개인사업자가 소비활동 또는 영업활동의 일환으로 자신의 변제능력을 초과하여 과도하게 물품구입 또는 금전차용을 한 결과 자신의 모든 재산으로도 채무를 변제할 수 없는 지급불능상태에 빠져 그 정리를 위하여 법원의 파산선고에서부터 파산절차·면책·복권의 절차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1) 징계주의와 비징계주의

파산선고를 받은 채무자의 공·사법상의 권리 또는 자격을 제한하는지 여부에 따른 구별이다. 이를 제한하는 입법례를 징계주의, 이를 제한하지 않는 입법례를 비징계주의라고 하는데, 프랑스법이 징계주의를, 독일·일본·우리나라가 비징계주의 입법례를 채택하고 있다. 파산법은 제정 당시부터 파산선고로 인한 신분 또는 자격의 제한을 따로 규정하지 않아 비징계주의 입법례를 따르고 있지만, 국가공무원법, 변호사법, 공인회계사법 등 개별법률에서 파산선고를 원인으로 한 결격사유를 광범위하게 규정하여 실질적으로는 징계주의의 색채가 강하게 남아있다.4)

(2) 면책주의와 비면책주의

파산절차에서 배당에 의한 변제를 한 뒤라도 채무가 잔존하는 경우가 보통인데, 이 잔존채무에 대한 채무자의 책임면제 여부에 대한 입법례이다. 파산절차가 법제화된 초기에는 계약에 따른 채무를 일방적으로 면책하는 것이 자연적 정의와 법감정에 반한다는 이유로 예외없이 비면책주의 입법례를 따랐으나, 현대에는 미국 등을 중심으로 면책주의 입법례가 대세를 이루게 되었다. 독일은 최근까지도 비면책주의를 채택하였으나 1999년 도산법을 개정

하여 면책주의로 전환하였다.

(3) 파산법제의 변천과정

로마의 12표법 이래로 파산법은 파산자를 파렴치범으로 취급하여 이를 죄악시하는 기조에서 출발하였는데, 파산자를 노예로 삼거나 공·사의 자격을 제한 또는 박탈하는 것이 모두 이러한 유형에 속한다.

그러나 채권자의 채권회수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채무자의 적극적인 협력을 받는 것이 유리하다는 입장에서 채무자의 협력을 조건으로 잔존채무를 면제하는 입법례가 19세기에 영국을 중심으로 등장하였는데, 이 역시 파산법의 목적을 채무자의 갱생이 아니라 채권자 보호에 둔 것이다.

한편, 1884년과 1893년에 발생한 미국의 경제공황으로 인하여 파산자가 속출하게 되자 파산자를 그대로 방치하는 것보다 “성실하지만 불운한(honest but unfortunate) 채무자”에게 면책을 인정하는 것이 사회 전체적으로 이익이 된다는 관점에서 이들의 갱생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입법방향이 전환되었다. 그리고 이에 더하여 오늘날 금융자본의 과잉금융공여의 결과로 발생한 개인의 경제적 파탄은 종래의 “성실하나 불운한 채무자”를 구제하는 차원을 넘어 이를 과잉융자의 희생자로 보아 성실 또는 불운 여하에 불구하고 면책하는 방향으로 입법방향이 새롭게 전개되고 있다.

파산법제의 이러한 변천은 중세 이후 상업 및 산업의 발전에 따른 상인들의 도산사태, 근대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주기적 공황사태,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달하면서 형성된 대량생산·대량소비체제의 확립과 이에 따른 과잉금융 풍조의 발생 등 시대적·사회적 상황의 변천과 궤를 맞추어 형성되어 온 것이다.5)

채무자의 경제적 파탄상태를 의미하는 ‘도산(倒産)’은 자본주의 경제질서의 필연적인 결과물로서 이를 처리하기 위한 절차인 파산절차는 채권자, 채무자 및 사회일반의 입장에서 다음과 같은 목적을 가진다.6)

(1) 채권자 사이의 공평확보

채무자에게 변제능력이 없는 한 채권자 전부가 완전한 만족을 얻을 수는 없으므로 모든 채권자가 공평하게 채권을 변제받도록 보장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2) 채무자의 경제적 재출발

채무자에게 변제능력이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채권자들은 끊임없이 채권변제를 종용하게 되고, 채무자는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이러한 사실을 숨기고 경제활동을 계속하게 되어 경제적 회생이 더욱 곤란하게 된다. 이러한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고 채무자가 재기·갱생할 수 있도록 파산절차가 필요하다.

(3) 경제사회의 손실방지

채무자의 도산은 연쇄적으로 다른 채권자의 도산을 유발하고, 이는 결국 경제사회에 큰 혼란을 가져오게 된다. 따라서 도산의 확대를 방지함으로써 경제생활 일반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서도 파산절차가 필요하다.

(1) 우리나라 도산법제의 현황

2005. 3. 31.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기 전까지 채무자의 경제적 도산상태를 처리하는 법률은 파산법, 회사정리법, 화의법, 개인채무자회생법(2004. 3. 22. 법률 제7198호로 제정되고, 2004. 9. 23.부터 시행7))으로 나뉘어 규율되고 있었다. 그러나 각 법률마다 적용대상이 다를 뿐

만 아니라 특히 회생절차의 경우 회사정리법화의법으로 이원화되어 있어 그 효율성이 떨어지므로 상시적인 기업의 회생·퇴출 체계로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었던바, 이들 법률들을 하나로 통합하여 채무자의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의 체계를 일원화하는 한편, 기존의 회생절차 중 화의절차를 폐지함과 아울러 회사정리절차를 개선·보완하고, 정기적인 수입이 있는 개인채무자에 대하여는 파산절차에 의하지 않고 채무를 조정할 수 있는 개인회생제도를 도입하여 파산선고로 인한 사회적·경제적 불이익을 받게 되는 사례를 줄이기 위하여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기에 이르렀다. 종전에도 화의법이 회생형 절차로서 화의제도를 운영하였지만 자연인이 이용하기에는 여러 가지 제약이 있었다.

(2) 파산절차의 개요

(가) 파산 및 면책 신청서 제출

파산절차는 채무자 또는 채권자가 채무자의 주소지를 관할하는 지방법원의 본원에 파산신청을 함으로써 개시하고{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8)(2005. 3. 31. 법률 제7428호로 제정되고 2008. 2. 29. 법률 제8863호로 개정된 것, 이하 ‘법’이라 한다) 제294조 제1항}, 이 때 채무자가 반대의 의사표시를 한 경우를 제외하고 파산신청과 동시에 면책신청을 함께 한 것으로 본다(법 556조 제3항).

(나) 파산선고

법원은 채무자심문 또는 서면심리의 결과 파산원인이 있음을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파산선고를 한다(법 제305조). 파산원인은 ‘지급불능상태’이고, 채무자가 지급을 정지한 때에는 지급불능상태임을 추정할 수 있다. 지급불능상태란 채무자가 채무변제능력의 결여로 즉시에 변제하여야 할 채무를 일반적·계속적으로 변제할 수 없는 객관적인 상태를 말하는데, 채무변제능력의 유무는 채무자의 자산, 신용, 가동력(노동력, 기능 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

하여 판단한다.

한편 법 제309조는 파산신청을 기각할 수 있는 사유9)를 신설하였는데, 정직하고 성실하나 불운한 채무자의 새로운 출발을 도모하는 개인파산제도의 본래 목적에 충실하면서도 파산절차가 당사자의 주관적 사정에 따라 중대한 영향을 받거나 남용되는 것을 방지하여 본래 개인파산이 예정하였던 사회적 기능이 정상적으로 발현되도록 초점을 맞춘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로써 실무상 파산법원이 개인파산사건에 대하여 파산원인의 존재뿐 아니라 신의칙까지 심리의 범위를 넓힘으로써 파산제도의 남용에 대한 통제가 파산절차 내에서 가능하게 되었다.10)

법 제309조가 정하는 기각사유 중 “법원에 회생절차 또는 개인회생절차가 계속되어 있고 그 절차에 의함이 채권자 일반의 이익에 부합하는 경우”는 일반적으로 회생형 절차가 채권자의 이익에 부합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를 파산절차에 우선시키는 취지이고, 채무자가 개인회생절차를 이용하지 아니하고 파산신청만을 하는 경우에도 이를 파산신청을 남용하는 경우로 취급함으로써 개인회생절차의 이용을 간접적으로 유도할 수 있다.

(다) 파산절차

파산절차는 채무자가 자기의 재산을 채권자에게 공평하게 변제하기 위하여 파산선고와 함께 개시되는데, 채권자에 대한 배당이 실시되는 경우에는 종결결정으로, 배당이 실시되지 않는 경우에는 폐지결정으로 종료된다. 특히

폐지결정은 파산선고 시에 예상되는 파산재단이 파산절차의 비용조차 조달하기 어려운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파산선고와 동시에 파산절차를 폐지하는 동시(同時)폐지와 파산절차의 진행 중에 비용부족으로 절차를 폐지하는 이시(異時)폐지로 구분된다.11)

(라) 면책신청 및 면책허가결정

면책신청은 파산신청일로부터 파산선고가 확정된 날 이후 1개월 이내에 언제든지 할 수 있고,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파산신청과 함께 면책신청을 한 것으로 본다(법 제556조). 법원은 면책불허가사유가 있는지 여부를 조사하여 면책불허가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면책허가결정을 하여야 한다(법 제564조).

※면책불허가사유

법 제564조(면책허가) ①법원은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때를 제외하고는 면책을 허가하여야 한다.1. 채무자가 제650조·제651조·제653조·제656조 또는 제658조의 죄에 해당하는 행위가 있다고 인정하는 때2. 채무자가 파산선고 전 1년 이내에 파산의 원인인 사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이 없는 것으로 믿게 하기 위하여 그 사실을 속이거나 감추고 신용거래로 재산을 취득한 사실이 있는 때3. 채무자가 허위의 채권자목록 그 밖의 신청서류를 제출하거나 법원에 대하여 그 재산상태에 관하여 허위의 진술을 한 때4. 채무자가 면책의 신청 전에 이 조에 의하여 면책을 받은 경우에는 면책허가결정의 확정일부터 7년이 경과되지 아니한 때, 제624조에 의하여 면책을 받은 경우에는 면책확정일부터 5년이 경과되지 아니한 때5. 채무자가 이 법에 정하는 채무자의 의무를 위반한 때6. 채무자가 과다한 낭비·도박 그 밖의 사행행위를 하여 현저히 재산을 감소시키거나 과대한 채무를 부담한 사실이 있는 때②법원은 제1항 각호의 면책불허가사유가 있는 경우라도 파산에 이르게 된

경위, 그 밖의 사정을 고려하여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면책을 허가할 수 있다.면책허가결정이 확정되면 비면책채권을 제외하고 잔존채무 전부에 대하여 책임이 면제되고(법 제566조), 채무자는 당연히 복권되어 공·사법상의 신분제한이 소멸된다.

(마) 면책의 취소

파산선고 후 복권되었다가 추후 사기파산에 대하여 유죄의 확정판결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면책을 얻은 경우에는 법원이 면책취소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채무자를 위한 면책결정이 오·남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이다.

(1) 재산상의 효과

파산선고가 있으면 원칙적으로 채무자가 종래 소유하던 재산의 전부는 파산재단을 구성하고 이에 대한 관리처분권은 파산관재인에 속한다. 따라서 파산자가 파산재단에 속하는 재산에 관하여 법률행위를 한 경우 상대방은 파산관재인에게 대항할 수 없고, 소송에서 당사자적격도 파산관재인에게 있다.

(2) 인적 효과

파산절차의 원활한 진행을 위하여 파산선고에 의하여 파산자에게 다음과 같은 일정한 자유의 제한이 가해진다.

(가) 설명의무(법 제321조) : 채무자의 재상상태를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채무자 측으로부터 이에 대한 설명을 듣는 것이 가장 적절하므로 채무자, 대리인 등에게 파산에 관하여 설명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나) 채무자의 구인(법 제319조, 제322조) : 채무자가 법원에 출석하지 않는 등 파산절차의 진행에 비협조적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법원은 채무자를 구인하도록 명할 수 있다.

종전 파산법에서는 채무자 구인 외에도, ①채무자가 주거지를 떠날 수 없도록 하는 주거지 제한{파산법(2002. 1. 26. 법률 제6627호로 개정된 것) 제137조12)}, ②법원의 명령으로 채무자의 주거지를 관할하는 경찰의 감독을 받게 하는 감수제도(파산법 제139조),13)③감수를 명령받은 채무자가 법원의 허가를 얻지 않으면 타인과 면접하거나 통신할 수 없도록 하는 면접·통신의 제한 등을 규정하고 있었는데, 채무자의 인격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실익도 없다는 지적에 따라 삭제되었다.

(다) 통신비밀의 제한(법 제484조) : 파산자의 재산상태 파악, 재산의 소재발견 및 탐지를 위하여 헌법 제18조가 보장하는 통신의 비밀에 대한 제한으로 채무자에 대한 우편물 등의 파산관재인에 대한 배달, 수령한 우편물 등의 개봉 및 채무자에 대한 열람요구 등을 규정하고 있다.

(3) 자격의 제한

파산선고가 있으면 개별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각종 공·사법상의 자격이 제한되거나 상실된다. 그리고 파산선고의 확정으로 자격 등이 상실된 이후에 면책결정을 받아 복권되더라도 면책결정에는 소급효가 없으므로 이미 상실된 자격이 당연히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법은 파산선고를 이유로 차별취급을 금지하는 명문의 규정을 두었으나(법 제32조의2),14)이는 근로관계에서의 차별금지를 의미하므로 개별법률에서의 자격제한 등 차별취급은 당해 개별법률의 개정을 필요로 한다.

다만, 변호사법, 법무사법, 사법시험법 등의 일부개정으로 파산선고를 받고 복권되지 아니한 자라도 변호사 또는 법무사 사무실의 사무원이 될 수 있고, 사법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되었다(변호사법 제22조, 법무사법 제23조,

사법시험법 제6조 참조). 또한 2007. 4. 11. 법률 제8366호로 개정된 의료법 제8조 제3호와 2007. 12. 21. 법률 제8784호로 개정된건축사법 제9조 제2호는 의료인과 건축사의 결격사유에서 “파산선고를 받고 복권되지 아니한 자”를 삭제하여 파산선고를 받더라도 그 자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였다.

(가) 사법상(私法上)의 제한

민법상 법정대리인(제127조), 후견인(제937조), 친족회원(제964조), 유언집행자(제1098조), 수탁자(제690조)의 자격이 제한된다. 다만 권리능력, 행위능력, 소송능력은 제한되지 않는다.

상법상 합명회사·합자회사 사원의 퇴사사유(제218조)가 되고, 주식회사·유한회사와 위임관계에 있는 이사의 경우 그 위임관계가 파산선고로 종료되어 당연퇴임한다.

(나) 공법상의 자격제한

○ 공무원, 사립학교 교원, 변호사, 공인회계사, 변리사, 공증인, 부동산중개업자 등의 자격제한. 다만 공직선거법상의 선거권과 피선거권은 그대로 보유한다.

※ 파산자가 가질 수 없는 직업(자격관련) : 변호사 등 152가지 직종

※ 파산자가 영위할 수 없는 사업(인·허가 제한관련) : 건설업 등 97개 사업

(4) 신원증명사항 및 공고

면책허가결정을 받지 못하거나 면책결정이 취소된 채무자에 한하여 파산선고 확정사실이 채무자의 신원증명업무를 담당하는 등록기준지의 시·구·읍·면장에게 통지되고, 신원증명서에 신원증명사항의 하나로 기재된다(‘개인파산 및 면책신청사건의 처리에 관한 예규’ 제6조).15)

그리고 법원은 파산선고를 하는 경우 관보게재 또는 대법원규칙이 정하는 방법에 의하여 파산사실을 공고하는데(법 제313조), 개인파산의 경우 대법원 홈페이지 법원공고란에 게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위 예규 제7조).

(5) 차별적 취급의 금지(법 제32조의2)

개인파산제도가 변제능력을 상실한 개인의 경제적·사회적 재건을 도모하기 위한 제도임에도 파산선고를 불성실의 징표 또는 사회적 신뢰의 상실로 이해하여 직장에서 해고되거나 전적처분을 받는 등 부당한 차별 또는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여 채무자의 경제적 재기를 돕기 위해 신설된 규정이다. 따라서 회사의 사규나 취업규칙에서 파산선고를 받는 것이 당연퇴직사유로 규정되어 있더라도 사용자는 이를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감봉 등 불리한 조치를 취할 수 없다.

※ 통합도산법 제32조의2의 의미 및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과의 관계

통합도산법에서 신설된 제32조의2는 “누구든지 이 법에 따른 회생절차ㆍ파산절차 또는 개인회생절차 중에 있다는 이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취업의 제한 또는 해고 등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 조항에서 말하는 ‘불이익한 처우’에 파산선고 등으로 인한 당연퇴직도 포함되는지 여부 및 그 경우 파산선고를 결격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각종 개별법률 조항들과의 충돌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문제된다.

이에 대하여는, ①위 조항에서 말하는 ‘불이익한 처우’에 당연퇴직이 포함됨을 전제로 위 조항이 신설됨으로써 원칙적으로 각종 개별법률상의 파산자에 대한 신분상의 불이익을 규정한 조항은 그 효력을 상실하게 되었다고 보는 견해16)와 ②위 조항은 근로관계에서의 차별 금지에 대한 것으로서 각종 법률에서 파산선고를 받고 복권되지 아니한 자에 대한 자격제한 등의 금지는 개별 법률의 개정이 있어야 한다고 보는 견해17)가 대립하고 있다.

통합도산법 제정 당시 대법원에서는 미국 연방파산법 제525조의 취지를 참고하여 파산절차 또는 개인회생절차를 신청하였거나 파산선고 또는 개인회생절차의 개시결정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해고 또는 차별대우를 하여서는 아니된다는 내용의 수정안18)을 제안하였는데, 그 취지는 파산선고에 따

른 광범위한 공ㆍ사법상의 자격제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별 법령에 규정되어 있는 파산자에 대한 불이익 규정을 합리적으로 개정하여야 할 것이나, 그와 같은 일괄개정이 쉬운 일이 아니어서 우선 법령에 규정되지 않은 사항에 관한 차별대우라도 방지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함에 있었다고 한다.19)

위 차별금지조항과 개별 법령에서의 자격제한조항과의 관계를 다룬 판결은 아직 보이지 아니하고, 다만, 지방공기업의 직원이 파산선고를 받은 경우 당연퇴직시키도록 하는 인사규정에 기하여 한 해고는 근로기준법상의 정당한 이유가 없으므로 무효라고 판시한 하급심판결20)이 있을 뿐이다.

(1) 원인

(가) 무절제·무계획적인 생활태도와 신용카드 등 소비자신용의 팽창

채무자의 무절제하고 경솔한 생활태도에서 우선 파산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대량생산·대량소비의 경제사회에서 채무자에게 제공된 신용이 경제생활의 편의를 위한 것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오로지 소비를 위한 것으로 잘못 사용된 결과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9년경부터 국내경기의 활성화와 자영업자에 대한 과세자료수집 등을 정책목표로 하여 신용카드 활성화정책을 시행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신용카드사용으로 인한 신용불량자의 증가, 카드회사의 부실화, 소비신용의 비정상적 팽창 등의 문제점이 발생하였다.21)이에 정부는 2002년

도부터 강도 높은 가계대출 억제정책과 신용카드회사의 현금대출 비중을 전체 채권의 50% 내로 제한하는 내용의 신용카드 종합대책을 시행하였다.22)그 결과 급격한 신용한도의 축소 및 대출회수가 이루어지면서 연체율과 신용불량자 수가 급증하였는데, 그 중 상당수가 경제적 파탄상태에 이르게 되었다.23)

따라서 종래 파산의 원인이 주로 경솔한 생활태도에 기인한 경우에는 파산선고가 파산에 이른 개인의 책임과 신용성 및 도덕성을 평가하는 징표가 되었지만, 현대의 상황에서는 신용카드회사 등 신용제공자의 과잉여신 즉, 약탈적 대출과 경기활성을 위한 정부의 정책에 기인하는 바가 크므로 이를 채무자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 없게 되었다.

(나) 가계파산

채무자가 경제적으로 양호한 상태에서 일정한 계획을 가지고 높은 이율의 금전차입을 한 후에 근무처의 도산, 해고, 본인 또는 가족의 질병, 자연재해24)등으로 인하여 지급불능에 이른 경우이다. 특히 사회보장제도와 의료보험제도가 미흡한 우리나라의 경우에 사보험 등으로 미리 예측하기 어려운 장래의 위험에 대처하지 못하게 되면 파산에 이를 위험이 매우 높다. 그리고 이에 더하여 소득에 대비하여 주택의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우리의 상황에서는 주로 주택구입을 위하여 경제적인 능력을 넘는 다액의 융자가 불가피한데, 그 후로 예상하지 못한 경제상황의 악화나 질병 등의 위험이 발생하면 파산상태에 이르게 된다.

(다) 보증관계

주채무자의 채무보증인으로 갑자기 과다한 보증채무를 부담하게 된 경우

이다. 이는 우리나라에 특유한 파산원인으로 금융관행상 채무자의 친족·친구 등에게 보증을 강요하여 연쇄적으로 파산에 이르게 한다. 특히 공무원이나 교원 등 안정된 직업을 가진 경우에는 보증을 의뢰받는 경우가 많아 이로 인하여 파탄상태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2) 채무자의 책임 유무에 따른 파산의 분류

채무자가 파산에 이르게 된 원인이 무절제하고 무계획적인 소비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실업, 질병, 자연재해, 보증채무의 부담 등 채무자에게 그 책임을 귀책시키기 어려운 사정인지에 따라 파산을 분류하기도 한다.25)무계획적이고 무절제한 경제생활로 파산에 이르게 된 경우에는 비난가능성이 높으므로 면책을 허가하지 않거나 면책의 범위를 축소하고, 경제교육을 통하여 재발을 방지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에 반하여 개인에게 책임을 묻기 어려운 경우에는 채무자가 경제적 재생을 용이하게 하는 방향으로 파산제도가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3) 특징

(가) 개인파산은 대부분 채무자 스스로가 파산신청을 하는 자기파산이다. 개인파산은 잔여재산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채무자가 스스로 면책을 받을 목적에서 파산신청을 하게 된다. 그러나 개인이라도 파산선고로 인하여 자격 등이 제한되는 경우(공무원, 교원, 변호사 등)에는 채권회수를 위한 심리적 압박, 채무불이행에 대한 보복 등을 목적으로 채권자가 파산신청을 하는 경우가 많다.

(나) 개인파산은 채무자의 자산이 아주 없거나 거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동시파산폐지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따라서 개인파산에서는 파산절차의 본래적 기능으로 채권자의 채권실현을 위한 포괄적인 강제집행이라는 성격이 후퇴하고, 채무자 자신의 이익도모가 그 목적이 되고 있다.

사. 개인파산제도의 현황

1962년 파산법이 제정된 이후로 파산에 대한 사회적 인식, 파산으로 인한

직업 등의 제한, 사회적 불명예, 까다로운 면책조건 등으로 개인파산제도가 전혀 이용되지 않고 있다가 1997. 5. 29. 최초로 개인파산결정이 있었다. 이후 IMF구제금융사태를 거치면서 파산신청 건수가 2004년 12,317건, 2005년 38,773건으로 급증하였고, 이 중 파산선고가 기각된 경우는 2004년 322건, 2005년 305건에 그치는 등 대부분의 파산신청이 인용·면책되고 있어 최근 파산에 따른 채무자의 회생을 중요시하는 실무추세를 보이고 있다.

※연도별 개인파산 신청자수 현황

구 분
1998
1999
2000
2001
2002
2003
2004
2005
신청자
350
503
329
672
1,335
3,856
12,317
38,773

※파산 선고 기각 및 면책 기각 건수(전국)

구 분
2003
2004
2005
파산선고 기각 건수
155
322
305
면책 기각 건수
31
46
23

그러나 우리나라의 개인 신용불량자 3,615,367명(2004년 12월 기준26)) 중 0.3%인 12,317명만이 파산을 신청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바, 이러한 수치는 미국의 소비자도산사건 1,625,208건(2003년 기준), 일본의 242,849건(2003년 기준)과 비교해 볼 때 매우 낮은 활용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파산제도가 각종 공사법상의 자격이나 직업 등을 제한하는 제재수단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으로 인식되었고, 개인사업자의 경우 사업체가 해체됨에 따라 사회적ㆍ경제적 손실이 상당하며, 파산자가 면책된다 하더라도 파산채권자에 대한 보증인의 책임은 면제되지 않는 등 파산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27)

개인회생절차란 총 채무액이 무담보채무의 경우에는 5억원, 담보부채무의 경우에는 10억원 이하인 개인채무자로서 장래 계속적으로 또는 반복하여 수입을 얻을 가능성이 있는 자가 원칙적으로 5년간 일정한 금액을 변제하면 잔액의 면제를 받을 수 있는 절차이다.

(2) 제도의 도입

2004. 3. 22. 법률 제7198호로 제정되어 같은 해 9. 23.부터 시행된 ‘개인채무자회생법’은 2006. 4. 1.부터 시행되고 있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79조 내지 제627조로 통합되는 대신 2005. 3. 31. 법률 제7428호로 폐지되었다. 따라서 개인이 파산상태에 이르면 법상 갱생형으로 회생절차 또는 개인회생절차, 청산형으로 파산절차를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회생절차는 개인이 이용하기에는 비용이나 절차의 복잡성 측면에서 부담스러운 면이 있어 개인으로서는 파산절차를 통하여 면책을 받거나 개인회생절차를 통하여 면책을 받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3) 제도도입의 취지28)

(가) 명예감정의 유지

개인회생제도 역시 도산을 처리하기 위한 법적 절차이지만 파산절차와는 달리 채무자를 구제하기 위한 국가적인 정책으로 홍보되는 측면이 있으므로 개인회생신청을 하더라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정도가 약하고, 채무자의 입장에서 볼 때 자신의 노력으로 일부라도 채무를 변제하였다는 자부심이 유지될 수 있다.

(나) 신분상 불이익의 회피

파산으로 인하여 당연퇴직 또는 자격이 상실되는 공무원, 교직원, 변호사 등의 직종에 종사하는 자들과 사실상 사직을 강요당하는 회사원들의 경우 개인회생절차를 신청함으로써 그러한 불이익을 피할 수 있다.

(다) 재산의 유지

일정한 재산을 가진 채무자가 파산에 직면한 경우 파산신청을 하면 가진 재산을 환가하여 채권자들에게 배당하여야 하지만 개인회생절차를 이용하면 장래의 소득으로 변제하면 되므로 재산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

(라) 임의경매 등의 경우 담보권자와 협상할 시간의 확보

채무자의 부동산 등에 대하여 담보권자가 임의경매를 신청하여 진행 중에 있을 경우 개인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되면 최소한 개시결정시부터 인가시까지는 임의경매가 중지되므로 그 사이에 담보권자와 협상을 하거나 담보권을 해결할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가능하다.

(마) 면책허가의 범위 확대

과도한 낭비나 도박 등으로 인한 경제적 파탄상태의 경우 파산신청을 하면 파산신청의 남용으로 기각되거나 파산선고를 받더라도 면책불허가사유를 광범위하게 규정하고 있어 면책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지만, 개인회생절차의 경우에는 그 신청이 기각될 여지가 크지 않을 뿐만 아니라 파산절차와는 달리 이러한 사유가 면책불허가사유로 규정되어 있지 아니하여 이에 따른 이득을 볼 수 있다.29)

(4) 개인파산절차와의 비교30)

(가) 채무자의 채권자에 대한 변제재원이 개인회생절차에 있어서는 장래 채무자가 얻을 소득임에 반하여, 개인파산절차에 있어서는 채무자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재산이다.

(나) 개인회생절차는 변제기간 동안의 총 변제액이 채무자의 재산을 현재 청산하였을 때의 청산가치보다 높을 경우에 이용할 수 있다. 따라서 청산가치가 장래의 총변제액보다 많을 경우에는 현재 재산의 일부를 변제계획에 투입함으로써 총변제액을 청산가치보다 크게 하는 경우에만 이용될 수 있다. 이에 반하여 개인파산절차는 자신의 모든 재산을 충당하여도 모든 채무를 변제할 수 없는 지급불능상태에 빠지고, 장래 계속적으로 또는 반복하여 수입을 얻을 가능성이 없는 경우에 주로 이용하고 있다.

(다) 파산선고를 받으면 상당한 직업 또는 사업 등 사회적ㆍ법적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이에 반하여 채무자는 개인회생절차를 이용함으로써 파산선고에 따르는 사회적ㆍ법적 불이익을 피할 수 있다. 개인파산절차와 개인회생절차는 채무자의 경제적 상황에 따라 제도의 남용에 해당하지 않는 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광범위한 법적·사회적 불이익으로 인하여 개인파산신청건수에 비하여 개인회생신청건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다른 나라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독특한 현상으로 파산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법적 불이익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 한국·미국·일본의 개인파산 및 개인회생 신청건수 비교

구분
인구
사건수
인구 10만명당 신청인수
개인파산
개인회생
개인파산
개인회생
한국
48,423,000명
12,317
38,837
25
80
미국
295,734,000명
1,117,766
449,128
378
151
일본
127,417,000명
211,860
26,346
166
20

(인구는 2005년 기준, 개인파산건수는 2004년 기준, 개인회생은 한국 2004. 9.부터 2005. 9.까지, 미국과 일본은 2004년을 기준으로 한 것임)

이 사건 법률조항은 경제적 파탄상태에 빠진 파산자를 사립학교 교원직에서 당연퇴직시킴으로써 교원의 윤리성과 사회적 책임성 및 교직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고, 교원으로서의 성실하고 공정한 직무수행을 담보하려는 데에 그 입법목적이 있고, 이는 교원지위법정주의에 근거한 것으로 그 정

당성이 인정된다.

또한 파산선고를 받은 자를 교직에서 배제하도록 한 것은 위와 같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효과적이고 적절한 수단으로 볼 것이다.

(1) 채무자가 파산선고32)를 받았다는 것은 그 자체로 채무자의 불성실이나 부도덕의 징표가 된다고까지 볼 수는 없지만, 독자적인 경제주체로서의 자립성을 상실하였음을 의미한다. 이는 파산에 이른 원인이 무절제한 소비생활에 기인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파산자가 비록 ‘성실하지만 불운한’ 채무자에 해당하여 그에게 뚜렷한 비난가능성이 없는 경우이거나 파산자가 면책결정을 받았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라 할 것이다.

교원은 국민으로부터 공교육의 주도자로서의 역할을 부여받은 수임자로서 고도의 윤리ㆍ도덕성을 갖추어야 할 뿐 아니라 교원이 수행하는 교직 자체가 공교육이라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고 이것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교원 개개인이나 교직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기본바탕이 되어야 한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학생들로 하여금 자립하여 생활할 수 있는 기초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공교육의 주요한 기능 중의 하나인바, 파산선고를 받음으로써 스스로 경제주체로서의 자립성을 상실한 교원으로 하여금 위와 같은 의미의 공교육을 계속 담당하게 하는 것은 피교육자나 그 학부모 등 사회공동체의 구성원들이 당해 교원의 신뢰성에 근본적인 의문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대단히 부적절하다.

따라서, 파산선고로 인하여 교원으로서의 자질에 흠결이 생겼다고 보는 것에는 무리가 없고, 사인간의 관계에서도 위임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파산선

고를 받은 경우 위임계약이 당연 종료되는 것으로 보는 점(민법 제690조)이나, 채무자에게 가장 관대한 도산법제를 갖추고 있는 미국의 경우에도 개개의 채무자가 파산선고로 인하여 특정의 자격과 고용에 상응하지 않게 된 경우까지 불이익처분을 금하고 있지는 않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그 자질에 흠결이 생긴 교원에 대하여 위임자가 그 신뢰를 거두어 들여 그에 상응하는 신분상의 불이익을 과하는 것은 국민전체의 이익을 위해 적절한 수단이 될 수 있고 이것이 교원에게 공교육의 임무를 위임한 국민의 일반의사에도 부합할 것이다.

그런데, 파산선고를 받은 교원에 대하여 신분상 불이익처분을 하는 법률을 제정함에 있어서 파산선고를 받은 사실 그 자체를 이유로 일정한 신분상 불이익처분이 내려지도록 법률에 규정하는 방법과 별도의 징계절차를 거쳐 신분상 불이익처분을 하는 방법 중 어느 방법을 선택할 것인가는 입법자의 재량에 속한 것으로서 그 중 어느 방법만이 헌법에 합치하고 다른 방법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다만 파산선고를 받은 사실 그 자체만으로 별도의 징계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신분상 불이익처분을 하는 경우에는 파산선고에 따라 교원에 대하여 부과되는 신분상 불이익과 그로 인하여 보호하려고 하는 공익이 합리적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헌법적 제약이 따른다고 할 것이다.(헌재 1997. 11. 27. 95헌바14, 판례집 9-2, 575, 585 참조)

(2) 채무자 본인이 파산을 신청한 경우에는 파산선고에 따른 불이익을 감수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채권자의 신청에 의하여 파산선고에 직면한 채무자는 별도로 법원에 개인회생절차를 신청하고 그 절차에 의함이 채권자 일반의 이익에 부합하는 점을 소명하여 법원으로부터 파산신청에 대한 기각결정을 받을 수 있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309조 제1항 제2호)33). 앞서 검토한 바와 같이 개인회생절차와 파산절차의 개시요건이 완전히 동일하지는 아니하여 모든 채무자가 동일한 조건에서 양자택일할 수 있

는 것은 아니지만, 교원의 경우 급여소득자로서 이례적으로 다액의 채무를 부담하는 경우가 아니면 개인회생절차를 이용할 수 있고, 개인회생절차의 상한액을 초과할 정도로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다액의 채무를 부담한 경우에는 그 자체로 교원으로서의 자질을 상실한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개인회생제도는 이 사건 당연퇴직조항을 합헌으로 이끄는 유력한 매개체가 될 수 있다.

(3) 우리의 도산법제 및 법원 실무와 관련하여 보면, 교원과 같이 정기적인 수입이 있는 채무자가 장래 변제의 부담이 남지 않는 파산절차 대신 개인회생절차를 선택하는 주된 이유는 파산선고에 따른 자격제한을 피하고자 함에 있을 터인데, 그러한 제한이 없을 경우 채무자가 개인회생절차 대신 즉시 면책을 기대하면서 파산신청을 선호하게 되리라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바, 그러한 파산신청의 남용가능성에 대한 뚜렷한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파산선고에 따른 자격제한을 없애는 것은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는 것이 될 수 있다.

(4) 우리 국민의 교원에 대한 높은 기대수준에 비추어 사립학교의 내부 징계만으로 교원의 윤리성ㆍ사회적 책임성 및 교직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고자 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 것인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가. 입법자는 공익실현을 위하여 기본권을 제한하는 경우에도 입법목적을 실현하기에 적합한 여러 수단 중에서 되도록 국민의 기본권을 가장 존중하고 기본권을 최소로 침해하는 수단을 선택해야 한다(헌재 1998. 5. 28. 96헌가5, 판례집 10-1, 541, 556).

이 사건 법률조항은 사립학교 교원이 파산선고를 받은 원인이나 파산에 이른 과정에 대한 비난가능성의 유무와 정도, 파산선고 후 면책결정을 받았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파산선고만 있으면 당연히 사립학교 교원직에서 즉각 퇴직하도록 하고 있는바, 이러한 일률적인 직업박탈이 우리 파산법제가 상정하고 있는 개인파산 및 면책제도의 목적, 파산선고가 성실하고 책임있는 교

직의 수행과 그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미치는 영향 등과 관련하여 필요한 정도를 넘는 과잉제한이 아닌지가 문제된다.

복잡다기한 현대의 경제생활에서 파산이라는 경제현상은 다양한 원인에 기하여 발생할 수 있다. 여기에는 채무자의 무절제한 소비생활이나 모험적인 투자 등 파산자에게 비난가능성이 높은 경우가 다수 있을 것이나, 자연적 재해 또는 경제상황의 급격한 악화로 인한 고용불안, 정의(情誼)관계에 기한 불가피한 채무보증, 소비자금융의 급격한 발달에 따른 과잉여신, 정부의 부적절한 경제정책 등의 여파로 인하여 이른바 ‘성실하지만 불운한’ 채무자가 파산에 이르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모든 파산이 채무자의 부도덕 또는 불성실을 징표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사립학교 교원이 파산선고를 받은 경우에도 그 원인 여하에 따라 국민의 교직에 대한 신뢰에 미치는 영향도 큰 차이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한편, 경제적으로 파탄상태에 이른 사립학교 교원에게 성실하고 공정한 교직수행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도 있을 것이나, 이러한 경우에 대비하여 사립학교법은 근무성적이 불량하거나 직무수행능력이 부족한 경우 등을 직권면직(제58조) 또는 직위해제(제58조의2)의 사유로 하고 있고,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하거나 직무를 태만히 한 때 그리고 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교원으로서의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한 때를 파면ㆍ해임 등 징계의 사유(제61조)로 규정하여, 파산선고가 교직수행에 영향을 미칠 경우 그에 상응하는 제재를 부과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그렇다면 입법자로서는 파산선고를 받은 모든 경우를 사립학교 교원의 당연퇴직사유로 할 것이 아니라, 입법목적을 달성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범위에서 파산의 원인별 유형을 한정하거나, 파산선고 후 일정한 기한 내에 면책결정을 받은 경우를 제외하는 등 적용범위를 제한하여 규정하거나, 혹은 사립학교법에 마련된 징계 등 별도의 제도로써도 입법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를 당연퇴직사유에서 제외시켜 규정하는 등의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다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위와 같은 덜 제약적인 대체적 입법수단을 강구하지 아니하고, 파산선고를 받은 사립학교 교원을 일률적으로 교직에서 퇴

출되도록 하고 있으므로, 최소침해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것이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이 추구하는 공익은 파산자를 사립학교 교원직에서 당연퇴직시킴으로써 교원의 사회적 책임 및 교직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임에 반하여, 파산선고를 받은 사립학교 교원으로서는 별도의 실체적ㆍ절차적 요건 없이 바로 교원직에서 퇴직하도록 되어 있어 장기간 쌓아온 교원으로서의 지위를 일시에 박탈당하게 되므로, 그 법적 지위가 가장 예민하게 침해받는 경우에 해당한다.

교원의 사회적 책임과 성실한 교직 수행에 대한 국민의 기대수준이 높다는 점은 다수의견이 설시하는 바와 같으나, 산업사회를 거쳐 정보화사회로 이행되어 가는 오늘날의 사회구조에서 교원에 대하여 여전히 모든 생활영역에서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전제 하에 완전무결성을 요구하는 것은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고, 오히려 교원도 직업인으로서의 지위를 가지므로 그의 교원 지위가 일차적으로 생활의 기초로서의 의미를 가진다 할 것이다.

한편, 개인파산제도는 면책제도와 결합하여 파산자에게 경제적 갱생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면책 여부에 불구하고 파산선고를 받은 교원을 일률적으로 그의 경제적 갱생의 기초가 되는 교직으로부터 퇴출시키고 있는바, 이는 개인파산제도의 취지와도 맞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공익을 사익에 비해 지나치게 우선시키고 있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사립학교법은 이 사건 당연퇴직사유를 임용결격사유와 동일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바(제54조의3 제4항, 제1항 제4호), 같은 입법목적을 위한 것이라고 하여도 사립학교 교원으로 임용되려고 하는 자에게 임용될 자격을 인정하지 아니하는 사유와 기존에 교원으로 근무하는 자를 퇴직시키는 사유를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은 규정체계상으로도 공익과 사익 간에 적절한 균형이 이루어진 입법이라고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사립학교 교원을 새로 임용하는 경우에는 임용될 자격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여도 해당자가 잃는 이익은 크다고 할 수 없지만, 일단 임용된 교원을 퇴직시키는 것은 교원이 장기간 쌓은 지위를 박탈해 버리는 것이므로 당해 교원이 잃는 이익은 대단히 클 뿐만 아니라, 임용결격사유로서

의 파산선고는 그 후 복권됨으로써 임용결격사유가 소멸되는 것임에 반하여 당연퇴직사유로 작용하는 경우에는 파산선고 자체로 별도의 처분없이 바로 퇴직되고 사후에 복권되었다 하여 당연복직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다루고 있는 이익의 크기가 현저하게 상이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교직 수행을 위한 자격의 문제로 파악하여 교원으로 임용되기 이전의 임용결격사유와 이후의 당연퇴직사유를 동일하게 규율하는 것은 파산선고로 당연퇴직되는 사립학교 교원의 사익에 비하여 지나치게 공익을 우선한 입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헌재 2002. 8. 29. 2001헌마788등, 판례집 14-2, 219, 228-229 참조).

이 결정은 사립학교 교원에 한정되지만 파산선고를 이유로 한 신분상의 불이익을 규정하고 있는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에 관하여 최초로 판단한 사례이다. 헌법재판소는 파산제도의 본질이 채무자의 방만한 경제생활에 대한 제재가 아니라 채무자의 경제적 회생에 있음을 분명히 지적하면서도, 교육의 중요성과 교직에 대한 공공의 신뢰가 더 중요하다고 보아 파산선고를 이유로 한 일률적인 당연퇴직이 헌법적으로 정당화된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현재 변호사 등 150 여 개의 직업영역과 건설업 등 100 여 개 경제적 활동영역에서 파산선고를 자격 및 인ㆍ허가 제한사유로 설정하고 있는바, 이러한 입법태도는 파산선고의 본래적 취지와는 달리 채무자의 경제적 회생을 오히려 곤란하게 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고, 이와 같은 광범위한 제재사유를 규정하고 있는 입법례도 또한 발견하기 어렵다. 입법론적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arrow
본문참조조문
판례관련자료
유사 판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