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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현, "축산법 제22조 등 위헌확인", 결정해설집 14집, , 2016, p.463
[결정해설 (결정해설집14집)]
본문

축산법 제22조 등 위헌확인

- 소위 ‘공장식 축산’이 국민의 생명·신체의 안전에 대한 국가의 보호의무에 반하는지 여부 -

(헌재 2015. 9. 24. 2013헌마384 , 공보 228, 1469)

류 지 현*1)

【판시사항】

가축사육시설의 허가 및 등록기준인 구 축산법 시행령(2013. 3. 23. 대통령령 제24455호로 개정되고, 2014. 2. 21. 대통령령 제2519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4조 제2항 별표 1 제1호 가목 4) 및 나목과 축산법 시행령(2013. 2. 20. 대통령령 제24388호로 개정된 것) 제14조의2 제2항 별표 1 제2호(이하 위 조항들을 합하여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가 국민의 생명·신체의 안전에 대한 국가의 보호의무에 관한 과소보호금지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구 축산법 시행령(2013. 3. 23. 대통령령 제24455호로 개정되고, 2014. 2. 21. 대통령령 제2519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4조 제2항 별표 1 제1호 가목 4) 및 나목(이하 ‘이 사건 허가기준’이라 한다)과 축산법 시행령(2013. 2. 20. 대통령령 제24388호로 개정된 것) 제14조의2 제2항 별표 1 제2호(이하 ‘이 사건 등록기준’이라 하고, ‘이 사건 허가기준’과 ‘이 사건 등록기준’을 합쳐 ‘이 사건 기준’이라 한다)가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구 축산법 시행령(2013. 3. 23. 대통령령 제24455호로 개정되고, 2014. 2.

21. 대통령령 제2519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4조(축산업 허가의 절차 및 기준) ② 제1항에 따라 축산업 허가를 받으려는 자가 법 제22조 제1항에 따라 갖추어야 하는 시설·장비 및 단위면적당 적정사육두수와 위치에 관한 기준은 별표 1과 같다.

※ 별표 1 생략함.

제14조의2(가축사육업 등록의 절차 및 기준) ② 제1항에 따라 가축사육업의 등록을 하려는 자가 법 제22조 제2항에 따라 갖추어야 하는 시설·장비 등은 별표 1과 같다.

※ 별표 1 생략함.

【사건의 개요】

1. 심판청구에 이르게 된 경위

청구인들은 육류를 구입하고 섭취하는 소비자들이다. 청구인들은 밀집사육시설인 이른바 ‘공장식 축산’을 허용하고 그에 대한 절차 및 기준을 규정하고 있는 축산법 제22조, 같은 법 시행령 제13조, 제14조, 제14조의2, 제14조의4 및 ‘공장식 축산’으로 생산된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 및 쇠고기제품 수입위생조건’이 청구인들의 생명 및 신체의 안전에 관한 권리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들의 주장

가. 심판대상 조항들은 대규모의 집약적 축산방식인 이른바 ‘공장식 축산’ 방식으로 가축을 사육하도록 함으로써 국가의 생명존중, 동물보호, 환경보전의 의무를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환경권을 침해하고, 청구인들에게 정신적인 충격과 고통을 야기하여 청구인들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

나. 심판대상 조항들에 따라 사육되는 가축들은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각종 질환에 시달리게 되고, 이러한 축산물을 섭취하는 인간도 각종 질환

에 시달리게 된다. 따라서 심판대상 조항들은 국민의 생명·신체의 안전에 관한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를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생명·신체의 안전 및 보건에 관한 권리와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한다.

다. 심판대상 조항들은 사육규모나 사육두수에 아무런 제한도 두고 있지 않아 대규모 가축사육시설에서 다량의 분뇨와 이산화질소 등이 배출됨으로써 국가의 환경보전의무를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환경권을 침해한다.

【결정요지】

이 사건 기준은 가축사육업 허가를 받거나 등록을 할 때 갖추어야 하는 가축사육시설기준으로서, 가축사육시설의 환경이 열악해지는 것을 막는 최소한의 기준이라 할 것이고, 그 규제 정도도 점진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기준만으로 곧바로 가축들의 건강상태가 악화되어 결과적으로 청구인들의 생명·신체의 안전이 침해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국가는 이 사건 기준뿐만 아니라 축산법 기타 많은 관련법령들에서 가축의 사육 및 도축, 유통에 이르는 전 단계에 걸쳐 가축의 질병 발생과 확산을 방지하고 가축사육시설을 규제함으로써, 국민의 생명·신체에 대한 안전이 침해받지 않도록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기준이 국민의 생명·신체의 안전에 대한 국가의 보호의무에 관한 과소보호금지원칙에 위배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해 설】

1. 사안의 쟁점

이 사건의 경우 당초 청구인들이 축산법 제22조 등 여러 조항에 대하여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는바, 이에 대하여 모두 판단하여야 하는지가 문제 되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본안을 검토하기 전에 소위 ‘공장식 축산’이 무엇인지, 그 부작용은 무엇인지에 대한 검토가 먼저 이루어졌고, 이를 전제로 본안 판단을 함에 있어서 제한되는 기본권과 심사기준은 무엇인지, 현재 국가가 ‘공장식 축산’으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생명·신체의 안전에 대한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다 하였는지 여부가 주된

쟁점이 되었다.

한편, 청구의 적법성과 관련하여 이 사건 기준으로 인한 기본권침해가능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도 문제될 수 있었으나, 헌법재판소에서는, 이 사건 기준은 가축사육업 허가를 받거나 등록을 하고자 할 경우 사육시설이 갖추어야 하는 기준을 정한 것으로서, 시설장비기준 및 단위면적당 적정사육기준 등을 두어 과밀한 사육을 방지하는 등 가축의 건강을 담보함으로써 소비자인 국민의 생명·신체의 안전에 관한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취한 위험방지 조치 중의 하나이고, 만약 이러한 기준이 국민의 생명·신체의 안전에 관한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적절하고도 효율적인 조치를 취하지 못하였다면 이는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의무를 위반하여 국민의 생명·신체의 안전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할 것이므로, 기본권침해가능성은 인정된다는 전제 하에 본안 판단으로 나아갔다.

이하에서는, 우선 심판대상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 살펴본 후 소위 ‘공장식 축산’에 대하여 개괄적으로 검토한 다음, 기본권침해 여부에 대한 본안 판단을 하고자 한다.

2. 심판대상의 정리

가. 청구인들은 당초 축산업 허가 및 등록에 대해 규정한 축산법 제22조, 허가를 받아야 하는 가축사육업의 종류에 대해 규정한 축산법 시행령 제13조, 축산업 허가 및 등록 절차에 대해 규정한 동 시행령 제14조 및 제14조의2, 비용지원에 대해 규정한 동 시행령 제14조의4 및 미국산 쇠고기제품에 대한 수입위생조건 고시인 ‘미국산 쇠고기 및 쇠고기제품 수입위생조건’에 대하여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그러나 이 사건 심판청구에서 청구인들이 주로 다투고자 하는 바는 가축사육시설의 기준이 지나치게 열악하여 이러한 시설에서 사육되는 가축들의 건강상태가 악화되고 환경오염이 심화되어 결과적으로 인간의 생명·신체의 안전이 침해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에서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모든 조항들에 대하여 판단할 필요는 없고, 청구인들이 궁극적으로 다투고자 하는 부분, 즉 축산법 시행령 제14조 제2항 별표 1 및

제14조의2 제2항 별표 1 중에서도 가축사육시설 관련 부분에 대하여만 판단하면 충분하다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는 이 사건 기준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에 대하여만 검토하기로 하였다.

3. 축산의 산업화

가. 공장식 축산의 등장

(1) 공장식 축산의 의의

공장식 축산은 농장의 모든 생산수단을 집약적·효율적으로 사용하여 질적으로 표준화된 도축용 비육축을 만들어내는 양축법이다. 표준화된 부품·작업·제품이라는 현대적 대량생산의 원리를 농장에서도 구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공장식 축산에서는 밀집사육, 각종 인공시술과 화학약품의 사용, 곡물사료의 투여, 단일품종 사육 등을 그 특징으로 한다.

‘공장식 축산’의 근간은 종축, 사료, 시설이라는 세 가지 핵심 요소의 경제적 조합이다. 따라서 공장식 축산은 ① 고성능의 가축품종의 통제 ② 그에 특화된 고효율의 사료 생산·투입, ③ 전기와 수도 등 산업인프라에 기반하여 농장 입지지역과 무관하게 최소의 노동력으로 가축을 키울 수 있는 사육환경을 갖추는 것을 그 요체로 한다. 예를 들어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개량품종 돼지는 에너지와 라이신 요구량이 높기 때문에 그런 산육능력을 살리려면 반드시 에너지 함량이 높고 사료첨가제가 잘 배합된 사료를 사용하여야 한다. 이처럼 고성능의 가축품종과 그에 특화된 고효율의 사료급여를 표준화하는 것이 공장식 축산의 핵심이다.

한편, 고성능가축과 고효율사료의 완전한 결합, 그리고 그로부터 예측되는 표준화된 생산성 성과는, 축사와 기타 기자재로 구성되는 축산시설 하에서만 가능하다. 일례로 살코기가 많이 생산되도록 고도로 개량된 돼지품종은 비계가 얇아 체온조절 능력이 떨어진다. 따라서 그런 돼지는 온도, 습도, 환기 등이 인위적으로 통제되는 실내축사에 가둬 키우지 않으면 종축에 장착된 성능이 무용지물이 된다. 가축의 효율적 격리·수용, 방역과 질병예방, 폐기물 처리 등을 위해서도 동물용 건조환경(built environment)은

필수적이다. 그 외에도 생산성 제고를 위해 어느 정도의 집약적 사육을 전제로 할 수밖에 없고, 이러한 집약적 사육은 생물로서 가축의 적정 서식밀도를 무시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여기에서 기인하는 각종 수의학적 문제도 관리·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공장식 축산’은 ‘과학적 축산’으로 간주된다.

(2) 한국축산의 전업화·기업화

(가) 한국에서 농가의 부업적 활동에 불과했던 축산업은 1980년대를 거치면서 공장식 축산을 통해 농업과 분리된 독자적 산업으로 급속히 성장하여 상당히 규모화·집약화되었다. 축종에 상관없이 지난 30년간 가축의 사육두수는 2-5배 증가하였고(규모화), 전체 사육두수는 증가한 반면 농가는 감소하여 결과적으로 사육밀도는 증가하였다(집약화). 실제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농가당 한우 사육 마릿수는 1990년 평균 2.62마리에서 2010년 16.86마리로 6배, 돼지는 34.05마리에서 1237.63마리로 36배, 닭은 462.5마리에서 4만 1051.88마리로 무려 89배가 증가하였다. 특히, 아래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전체 가축사육마리수는 월등히 증가한 반면 사육농가 호수는 현저히 줄어들고 있고, 사육규모가 작은 농가는 점점 줄어드는 반면 사육규모가 큰 농가는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가축사육마리수 및 호수 >

한(육)우
젖소
돼지
마리수
(천마리)
호수
(천호)
마리수
호수
마리수
호수
마리수
(천수)
호수
(천호)
1970
1,286
1,120
24
3
1,126
884
23,633
1,338
1990
1,622
620
504
33
4,528
133
74,463
161
2000
1,590
290
544
13
8,214
24
102,547
210
2010
2,922
172
430
6
9,881
7
149,200
3.6
2013
2,918
124
424
6
9,912
6
151,337
3.1

<가축별 사육규모별 호수 >

2000
2010
2013
한(육)우
계(천호)
290
172
124
20마리 미만(천호)
274
135
88
20-49(호)
11,380
24,110
21,626
50 이상(호)
4,061
13,162
14,847
젖소
계(천호)
13.3
6.3
5.8
10마리 미만
0.8
0.3
0.3
10-49
8.8
1.9
1.5
50 이상
3.7
4.2
4.0
돼지
계(천호)
23.8
7.4
5.6
100마리 미만
13.9
4.1(1,000마리 미만)
2.6(1,000마리 미만)
100-999
7.6
1,000마리 이상
2,340
3.3
3.0
계(천호)
218
3.6
3.1
5,000수 미만
214.3
0.4(10,000수 미만)
0.1
5,000-9,999
0.7
0.2
10,000수 이상
2.9
3.2
2.8

* 닭: 2006년부터는 3,000수 이상 사육 가구수임.

* 젖소: 2008년부터 20마리 미만, 20-49, 50마리 이상임.

(나) 축산학계에서는 이러한 축산업의 규모화·집약화 추세를 일반적으로 축산농가의 전업화·기업화로 설명한다.

전업·기업 축산농은 전통적인 부업형 축산가족농과 달리 이미 상업화된 축산농으로서 생계를 거의 전적으로 축산에 의존하기 때문에 가계와 축산경영의 안정적 재생산을 위한 수지타산에 민감하다. 따라서 전업·기업 축산농은 단위 수익의 하락을 산출의 증대로 만회하기 위해 농장을 규모화하는 경향을 갖는다. 그리고 농장의 규모화는 규모에 적합한 경영방식으로서 농장의 기업적 운영과 생산과정의 합리화를 수반하는데, 이는 새로운 축산기술의 도입과 고정자본 투자 등 축산의 산업화를 촉진하고, 가족노동이나 최소한의 고용노동으로 경영할 수 있는 수준에서 축산이 지속적으로 규모

화되기 위해서는 양축의 자동화·기계화도 필수적이며, 지가와 인건비 문제가 큰 한국 농업의 조건에서 축산규모의 확대는 필연적으로 생산의 집약화를 수반한다.

(다) 한편, 이러한 축산의 산업화가 가져오는 일차적인 성과는, 축산물 전반의 생산비 절감과 상품가격의 상대적 하락, 그리고 그에 따른 소비 증가라 할 수 있다. 축산물 생산량이 급증하고 생산성이 향상되면서 식육의 대량공급이 가능해진 것이다. 그 결과 한국농업에서 축산물은 여타 농산물보다 훨씬 높은 자급률을 보여, 현재 곡물자급률은 27%에 불과한 데 반해 육류자급률은 78%에 이른다.

나. 공장식 축산의 부작용

(1) 가축의 본성에 반함

공장식 축산은 비용을 최대한 절감하는 표준화된 방법으로 가축을 사육하여 고기를 저렴한 가격에 대량공급하는 시스템이다.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인 동물 또한 최대한의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치밀하게 짜인 자동화된 생산공정의 일부분이 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대규모의 집약적 사육방식은 여러 가지 면에서 가축의 본성에 반한다. 예를 들어, 닭은 날개를 펼치거나 모래목욕을 하거나 횃대에 앉는 습성을 가지고 있지만, 위와 같은 시설에서는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철사로 만든 비좁은 닭장을 여러 층으로 만들어 그러한 닭장에서 살도록 함으로써 닭은 본래의 습성을 유지하며 살지 못하고 있다. 또한, 공장식 축산에서는 다른 닭을 쪼지 않도록 부리를 자르거나 수평아리를 도태시키고 새끼돼지의 꼬리나 어금니, 송곳니 등을 자르거나 숫퇘지를 거세하는 등의 행위가 이루어진다.

(2) 질병 발생률의 증가

사육환경이 열악하면 가축은 스트레스를 받게 되어 면역력과 항균력이 저하되고 병원성 세균 또는 바이러스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져 질병으로 이환되기가 쉽다. 스트레스는 동물에게 긴장, 압박, 자극을 주는 것으로, 동물의 생명유지와 생산 활동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환경적 자극요인으로서

생체활동에 영향을 주는 환경적 교란(추위, 더위, 영양 불균형, 피로, 두려움 등의 심리적 위축 등)을 의미하는데, 이는 직접적으로 질병 감수성을 증가시키거나 저항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그런데 공장식 축산에서 생산성 제고라는 목적을 극대화할 경우 축산업자는 한정된 공간에서 최대한 많은 수의 가축을 사육하고자 할 것이고, 결국 가축은 몸조차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비좁은 공간에 갇혀 자라게 된다. 이 사건 허가기준에 의하더라도 산란계의 경우 케이지에서 닭 한 마리가 차지하는 공간은 500㎠이면 되는데, A4 복사용지 한 장의 면적이 623.7㎠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상당히 좁은 면적이다. 이처럼 가축들이 마음대로 활동을 할 수 없으니 뼈가 약해서 더 쉽게 골절상을 입을 수 있고, 요로감염이 일어날 가능성도 높다.

또한, 공장식 축산에서는 식중독을 일으키는 노로바이러스를 비롯하여 살모넬라균, 포도상구균, 병원성 대장균 O-157, 리스테리아균과 같은 병원성 세균이 계속하여 돌연변이를 일으키고 있어 식중독에 걸릴 위험성도 높다. 물론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기생충 등 식중독의 원인체는 인류가 발생하기 전부터 자연계에 존재해왔고, 앞으로도 완전히 박멸되기는 어렵다. 채식을 하거나 유기농 축산물만을 먹는다고 하여 식중독에 전혀 걸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공장식 축산을 통해 식중독 원인체가 보다 더 많이, 보다 더 빨리 퍼져나가고 있는 것도 부정하기는 어렵다. 식중독을 일으키는 세균이나 바이러스는 가축의 내장에 많이 살고 있기 때문에 분변을 통해서 쉽게 전염된다. 가축들은 분변으로 범벅이 된 채 도살장에 도착하고, 변을 제대로 닦지 않고 도축할 경우 도축되어 가공된 육류도 병원성 대장균에 오염될 수 있다. 공장식 축산 시스템에서 가축은 더 다양하고 강력한 세균에 감염되고 있고, 그것을 먹는 인간 역시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그 외에도 광우병, 조류독감, 돼지독감 같은 대재앙을 일으킨 전염병이 바로 공장식 축산에서 발원하였고, 공장식 축산은 바이러스가 부지기수로 생겨나는 슈퍼 배양소 역할을 하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물론 구제역 등의 바이러스는 공장식 축산업이 발생하기 이전에도 존재하였고, 야생동물에게도 감염이 일어나고 있으므로, 유기축산 등 어떠한 사육 방식을 선택해도

구제역 같은 전염병이 발생하는 것을 전적으로 막기는 어렵다. 그러나 좁은 공간에서 밀집 사육하고 단일 지역에 축산 농장이 몰리는 등 공장식 축산은 구제역 바이러스가 퍼지기 좋은 조건을 만들었다. 공장식 축산방식은 생산성이 좋은 소수 품종을 집중적으로 사육하여 가축의 유전적 다양성을 파괴시켰다. 높은 스트레스로 면역력이 떨어진 가축은 전염병에 더욱 취약해졌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위산에 민감하기 때문에 음식 섭취로 발병할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지만, 고기를 삼키기 전에 구강을 통해 감염될 수 있고, 특히 어린이나 입안, 입술 등에 궤양이 있는 면역력이 약한 사람의 경우는 드물게 구제역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도 있다고 한다.

(3) 항생제 등 과다 사용

공장식 축산에서는 질병을 치료하고 예방하기 위하여 많은 양의 항생제와 살충제, 소독약 등을 사용하고 있다. 한국의 축산업에서의 항생제 사용량은 연간 1,500톤가량 되는데, 이는 우리보다 축산물 생산량이 2배나 많은 일본의 1,000톤보다 많은 수치이고, 축산물 생산량이 우리의 1.2배가량인 덴마크의 94톤에 비하면 무려 16배나 많은 수치이다. 더욱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2006년 3월 발표한 ‘식품 중 식중독균 항생제 내성 모니터링’ 보고서를 보면, 육류의 40%에서 대장균, 장구균, 황색포도상구균 등 식중독 세균이 검출되었는데, 더 큰 문제는 이 식중독 세균들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즉, 대장균은 테트라사이클린이라는 항생제에 대해 92.5%의 내성률을 보였고, 장구균의 내성률도 90%를 넘었다. 다만, 세균은 어느정도 Host Specificity를 가지고 있어, 가축에서 유래된 내성균이 사람의 내성균 발생에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하기는 힘들지만, 축산환경에서의 항생제 내성균 문제는 내성균 발생과 전파의 측면에서 사람의 항생제 내성률 문제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공장식 축산업이 여러 가지 항생제에 교차내성을 갖는 슈퍼 박테리아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지만, 엄청나게 많은 항생제를 사용하는 공장식 축산업 때문에 인간을 위협하는 슈퍼 박테리아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4) 기타 문제

이 외에도 공장식 축산에서는 좁은 공간에서 더 많은 생산을 위해 성장촉진제가 남용되고 있으며 심지어 초식동물에게 도축장 폐기물인 동물성 사료까지 투입된다. 이러한 동물성 사료의 투입은 광우병 발병 위험을 높인다. 그리고 대규모 공장식 축산농가에서는 다량의 분뇨가 발생하고, 이로 인한 악취와 환경오염도 근래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5) 미국 퓨 위원회 보고서

공장식 축산이 공중보건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가에 대하여는 미국에서 2008. 3. 29. 채택된 퓨(Pew) 위원회 보고서2)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퓨 보고서에서는 ① 공장식 축산방식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콧물과 재채기 등을 통해 인간에게 돼지독감을 전염시킬 수 있고, ② 공장식 축산방식은 한 곳에 많은 동물을 집중적으로 사육함으로써 아주 드문 바이러스 돌연변이가 일어날 수 있으며, ③ 공장식 축산방식은 밀집사육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동물의 면역체계를 약화시키고, ④ 공장식 축산방식은 햇볕이 들지 않고 신선한 공기가 부족한 어두운 사육공간에서 병원체가 더 오랫동안 살 수 있도록 하며(햇볕 속에 들어있는 자외선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사멸시키는 아주 효과적인 수단인데, 오랫동안 축축하고 그늘진 곳에 가축을 사육함으로써 독감 바이러스가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다), ⑤ 공장식 축산방식은 분변더미에서 나오는 암모니아 가스가 동물의 호흡기를 공격하여 감염을 일으킬 수 있도록 하고, ⑥ 공장식 축산방식은 살아있는 가축을 먼 곳까지 수송함으로써 세계 곳곳의 사람들에게 동물의 질병을 퍼트릴 위험을 높인다고 평가하였다.

다. 공장식 축산에 대한 반동

(1) 채식주의의 등장

공장식 축산으로 인한 육식의 증가에 대응하여 오늘날 채식을 주장하는 다양한 논거들이 등장하고 있다. 먼저 ‘건강상의 채식주의’는, 육식은 건강에 좋지 않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육식은 비만과 당뇨, 심장병 등을 낳기 때문에 육식을 피하고 채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리적 채식주의’는, 육식은 죄 없는 동물을 죽이는 부도덕한 행위이기 때문에 행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이와 유사한 종교적 이유로 채식을 주장하는 종교적 채식주의도 있다. ‘생태적 채식주의’는 생태계 보전을 위해 채식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다량의 옥수수가 소요되는데, 닭고기 1kg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옥수수 5kg, 돼지고기는 7kg, 소고기는 11kg의 옥수수가 필요하기 때문에 비효율적이라 할 수 있고, 만일 우리가 채식을 한다면 이런 생태계 파괴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적 채식주의’는 생태적 채식주의와 마찬가지로 육식은 비효율적인데다가 8억 이상의 굶주리는 빈민에게 식량을 확보해주기 위해 채식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 유기축산의 등장

‘윤리적 채식주의’를 전제로 하는 ‘동물윤리학’에서는 원칙적으로 육식을 반대한다. 고기에 대한 인간의 기호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이 생명에 대한 동물의 이익보다 우선시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특히 ‘동물윤리학’에서는 공장식 축산으로 발생하는 동물들의 고통에 주목한다. 공장식 축산으로 인하여 동물들은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고, 인간의 필요에 부응하는 기능적 존재로 전락해, 자연이 준 본성과는 어긋나는 삶을 강요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생태적 채식주의’ 내지 ‘생태주의’에서는 육식 자체나 육식을 위한 동물사육 자체는 반대하지 않지만, 동물을 사육하기 위해 옥수수 밭을 개간하여 야생을 파괴하는 것은 생태계의 수용능력을 벗어난 것으로 보기 때문에 공장식 축산은 반대한다. 따라서 ‘생태주의’에서는 생태계에 부담을 주지 않는 적정 상태의 생태친화형 축산, 즉 ‘유기축산’은 문제가 안 된다고 보고 있다.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강조하는 ‘유기축산’에서는 기본적으로 사육과정

에서 항생제 등 약품을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축산에서 약품이나 항생제 사용을 최소화하면서도 위생적이며 건강하게 가축을 사육하기 위해서는 보다 쾌적한 사육환경과 동물복지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동물복지(animal welfare)란, 동물에게 청결한 주거환경의 제공, 관리, 영양 제공, 질병예방 및 치료, 책임감 있는 보살핌, 인도적인 취급, 필요한 경우의 인도적인 안락사 등 동물의 복리의 제측면에 대한 고려를 포함하는 인간적인 의무라고 정의된다. 즉, 동물이 사람의 필요에 의해 사육되더라도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영양과 휴식을 충분히 제공하면서 위생이나 질병 예방, 그리고 치료에서도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이 동물복지라 할 수 있다. 결국, 유기축산은 동물복지축산의 하나의 실행형태라 할 수 있고, 유기축산은 기본적으로 동물복지 생산체계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라. 동물복지축산의 세계적 동향

(1) 영국

영국은 세계 최초로 동물복지 개념이 시작된 곳이고, 영국의 동물복지 관련 단체 및 그들의 움직임은 현대 동물복지 개념의 근간이 되므로 매우 중요하다. 1979년 설립된 영국의 농장동물복지위원회(The Farm Animal Welfare Council; FAWC)는 현재까지도 가축사육, 수송, 도축, 시장, 정부의 입법 등에서 동물복지에 대한 자문을 하고 있다. 위 FAWC에서는 1993년 동물복지를 위한 5가지 자유3)를 제시하며 축산관련업자에게 이를 준수하도록 권고하였는데, 이는 오늘날 EU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동물복지의 가장 기본이 되는 개념으로 자리잡았다. 영국에서는 이를 기반으로 동물복지에 대한 많은 단체들이 활성화되기 시작했고, 동물복지에 대한 과학적 연구와 경제적 타당성에 대한 검토도 수행되었다. 그 결과 1996년에는 동물복지법을 제정하여 농장동물뿐만 아니라 실험동물에 대한 학대도 금지하였고, 1999년에는 모돈의 스톨 사육을 금지하였다.

한편, 영국 정부는 RSPCA(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 Royal Society for the Prevention do Cruelty to Animals)와 함께 농장동물의 복지를 소비자들에

게 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1994년부터 Freedom Food Program을 운영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식품안전성을 보증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농가 인증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동물복지농장에 대해 RSPCA가 검사와 인증을 하고 정부가 보증하여 freedom foods label을 붙여 높은 가격으로 판매토록 함으로써 농가 소득보전에 힘쓰고 있다. 이 외에도 위 RSPCA는 주요 축종별 농장동물복지기준을 제정하여 농장동물의 복지수준 향상에 필요한 정보 및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 가이드라인에서는 농장동물의 먹이, 음수, 사육환경, 사육방법, 건강관리, 수송 및 도축 등에 대한 사항을 자세히 다루고 있고, 이에 따라 제정된 동물복지인증기준에서는 육우의 경우 성장 단계를 체중 별로 나누어 두당 최소 사료조의 길이까지도 제시하고 있으며, 환경 항목에서는 사육시설의 면적 및 부피를 체중 별로 나누어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고 있다. RSPCA의 동물복지 인증 가이드라인은 현재 전 세계 동물복지 인증기준의 기초가 되는 WOAH에서 채택한 동물복지 가이드라인의 기초가 되었다.

(2) EU

동물복지축산물시장은 EU를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EU는 동물복지의 개념이 처음 시작된 곳이고 현재 어떤 농업선진국보다도 동물복지 분야에 선두에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는 축산물에 대한 소비가 급증하여 공장식 집약적 축산업이 성행하였는데, 이러한 공장식 집약적 축산업에 대한 위험성을 바탕으로 영국에서부터 시작된 농장동물복지 운동이 유럽 전역으로 확산된 것이다. EU는 동물복지제도와 가축복지축산물에 대한 자체적인 제도를 만들고 있고(European Commission, 2010), 그 결과를 자신들의 무역 체결 기준과 국제기구의 기준에 반영하도록 하여 무역거래를 함에 있어서 EU가 유리한 입장에 서도록 하는 사실상의 무역장벽도 구축하고 있다. 만약 그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나라의 축산물은 수출이 불가능하게 되거나 가능하더라도 조건적 제재를 받는다. 현재 EU 27개국 중 총 12개국이 동물복지축산을 시행하고 있는데, 동물복지표시 라벨링을 기준으로 본다면, 스웨덴에서 생산되는 90%의 닭고기, 80%의 우유, 5%의 쇠고기, 네덜란드에서 생산되는 달걀의 95%, 덴마크에서 생산되는 30%의 쇠고

기, 12%의 닭고기가 동물복지제품이라 한다. 프랑스에서는 닭고기의 33%와 계란시장의 7%를 동물복지제품이 점유하고 있고, 영국의 경우 49%의 계란, 28%의 돼지고기, 5%의 닭고기 등이 동물복지축산물이라고 한다.

EU에서 제정된 동물복지에 관한 최초의 법률은 1978년 6월에 채택된 ‘농업 목적으로 사육된 동물의 보호를 위한 유럽협정의 체결에 관한 이사회 결정’(78/923/EEC; Council Decision of 19 June 1978 concerning the conclusion of the European Convention for the protection of animals kept for farming purposes)이다. 하지만 동물복지에 관한 EU 차원의 구체적 기준이 처음으로 제시된 것은 1997년 6월 체결된 암스테르담조약(Treaty of Amsterdam)에 부속된 ‘동물보호 및 복지에 관한 의정서’(Protocol on the protection and Welfare of Animals)이다. 1999년부터 발효된 위 의정서에서는 생산에서 가공에 이르는 각 단계별로 준수해야 할 사항을 명시하고, EU 각 기관 및 회원국들은 농장동물과 관련된 농업, 운송 및 역내 시장 등의 EU 정책 및 법령을 수립·제정할 때에 반드시 동물복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 후 EU의회는, 2006년 1월부터 성장촉진제, 항생제 사용을 전면 금지토록 하였고, 2008년부터는 생후 8주 이상된 송아지를 펜(폐쇄식 우리)에서 사육하는 것을 금지하였으며, 2012년부터는 산란계의 케이지 사육을 전면적으로 금지하였고, 2013. 1. 1.부터는 임신중인 어미돼지를 스톨에 가둬서 사육하는 것을 금지하였다.

이처럼 EU는 소, 돼지, 산란계 등 가축의 종류에 따라 사육단계부터 수송, 도축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별로 지켜야 할 동물복지 기준을 정하고 있는데, 현재 축종별로 구체적인 기준을 보면 다음과 같다.

ⅰ) 산란계: ⒜ enriched cage(케이지 내부에 난상, 모래목용상자, 횃대가 있는 형태)의 경우 마리 당 최소 750㎠를 확보해야 함. ⒝ non enriched cage(battery cage)의 경우 마리 당 최소 550㎠를 확보해야 함. 다만, 이 유형의 닭장은 2003년부터 신축 금지, 기존의 닭장은 2012년부터 전면 사용금지. (c) non-cage systems with nests(둥지를 가진 닭장)의 경우 닭 일곱 마리당 적어도 1개 이상의 둥지를 설치해야 하고 적당한 횃대가 있어야 하고, 사육밀도는 평방미터당 아홉 마리를 초과해서는 안 됨.

그리고 위 모든 유형에 공통되는 사항으로서, 마리당 15cm의 횃대 공간을 두어야 하고, 닭들이 쪼고 긁을 수 있는 깔짚이 제공되어야 하며, 급이대 길이는 마리 당 최소 10cm 이상일 것.

ⅱ) 육용계: 두당 30kg/㎡ 미만의 사육밀도 준수. 이를 초과하는 고밀도사육(30~38kg/㎡)의 경우 암모니아는 20ppm 이하, 이산화탄소는 3,000ppm 이하의 농도를 유지해야 함.

ⅲ) 송아지(6개월 미만): 1998년부터 생후 8주 이후부터는 폐쇄된 개별우리를 사용하거나 이와 같은 형태의 축사를 신축 또는 개축하는 것이 금지됨. 2007년부터는 이 기준을 모든 축사에 대하여 적용. 220kg을 초과하는 송아지는 두당 1.5㎡ 이상의 개방공간이 제공되어야 함.

ⅳ) 돼지: 2013년부터 모돈 및 미경산돈에게 각각 2.25㎡, 1.64㎡의 개방공간을 제공해야 함. 암컷의 경우 교미 후 4주부터 분만예정 12주 전까지 집단 사육.

ⅴ) 동물운송: 운전자는 운송증과 동물복지 교육 참가 및 시험 합격 증명서를 획득하여야 하고, 65km를 넘는 운송의 경우에는 운송허가서를 보유하여야 한다. 동물운송차량 중 새로 출고되는 차량은 2007년부터, 기존의 차량은 2009년부터 위성항법장치를 의무적으로 사용하여야 함. 위 장치를 이용하여 수송과 중간 휴식 시간을 모니터링할 수 있음.

ⅵ) 도축 및 살처분: 용인되는 기절(고정볼트: Captive bolt pistol, 충격법, 전기기절법, 이산화탄소 가스법) 및 도축방법(충상, 감전사, 이산화탄소 가스법)만 가능.

(3) 미국

미국에서 현재까지 유효한 연방차원의 동물복지 관련법은 1906년에 제정된 통칭 ‘28시간법’이다. 이 법은 동물을 주를 넘어 운송할 경우 29시간 이상 차량에 실은 상태로 두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사전승인을 얻은 경우나 사고 등 불가피한 경우에는 최장 36시간까지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1958년에는 인도적 도축법이 제정되어 도축과 도축장에서의 가축처리에 관한 방법을 규정하여 도축할 때 고통 없이 도축하도록 의무화하였으나 그 대상은 소, 말, 양, 돼지 등이고 가금류는 제외되었다. 1966년에 제정

된 동물복지법은 동물에 대해 인도적 처리를 할 것을 규정하였지만, 그 대상은 애완동물, 실험용 동물, 전시용 동물(서커스, 동물원 등)에 한정되고 가축은 제외되었다. 그 후 1985년에는 영장류 실험동물에 관한 동물복지법을 개정하여 실험동물을 인도적으로 도살하도록 하였고, 가축복지뿐만 아니라 식품안전에도 관심을 갖게 되어 2001년 미 의회에서는 농장안전에 대한 규정과 가축보호에 대한 수정안을 통과시켜 질병이나 부상으로 걸을 수 없는 가축을 수송하거나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였으며, 농무성은 가축의 고통을 경감시키기 위한 연구와 인도적 도살에 대해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미국은 농장동물에 대한 동물복지 차원의 규제가 유럽에 비하여 다소 느슨하고 연방 혹은 주 차원에서의 규제는 엄격하지 않은 편이다. 다만, 최근 들어 동물복지단체가 매스컴을 통하여 동물복지에 대한 지침을 강력히 요구함에 따라 식품관련 업게는 자체적으로 동물복지기준을 마련하는 등 점차 동물복지가 관련업계의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즉, 미국 농장동물복지의 특징은 중앙정부 차원의 규제보다는 생산자 단체를 중심으로 자체적인 농장동물복지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거나 소비자 또는 동물복지단체의 압력에 따라 기업이 독자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미국의 동물복지는 현재 기관 및 기업마다 각각 다른 기준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식육 공급에 대하여는 미국식육협회(AMI)가 작성한 식육포장업자를 위한 가축처리 가이드라인이 이용되고 있고, 계란 공급에 대하여는 계란생산자연합회(UEP)가 작성한 산란계 사육 가이드라인에 약간 수정을 가한 것이 채택되고 있으며, 그 외에도 전국육우생산자협회가 작성한 ‘소·소고기핸드북’(Cattle and Beef Handbook Facts and Figures), 돈육생산자단체가 작성한 ‘돼지사육 핸드북’(Swine Care Handbook) 등에서 가축사육에 대한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동물복지단체의 압력을 통해 기업에서 자주적으로 동물복지 가이드라인을 도입한 대표적인 예가 바로 ‘Mcdonald와 PETA’ 사례이다. PETA는 1980년부터 시작한 동물복지 및 권리운동기구로서, 동물복지를 하지 않는 대규모 농장이나 식품업계에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2000년에는 Mcdonald와 협의하여 인도적인 방법으로 사육하는 내용의 규정을 만들어 이를 실천하는 농장의 계란과 고기를 구입하도록 하였고, 수송 및 도축도

인도적으로 처리하도록 하였다. Mcdonald는 동물복지단체의 지속적인 압력을 통해 미국기업으로서는 최초로 자사에서 이용하는 축산물에 대해 동물복지를 위한 기준을 도입하였는데, 구체적으로 보면 돼지고기는 암퇘지의 동물복지를 중시하는 업자로부터 구매하고, 닭고기와 달걀은 부리자르기를 실시하지 않는 공급업자로부터만 구매하며, 달걀은 일정 크기 이상의 케이지에서 산란계를 생산하고 강제 털갈이를 실시하지 않는 공급업자에게서만 구입하고 자사에서 이용하는 축산물의 도축 시 인도적인 차원에서의 도축이 이루어지는지 감시하는 등의 대응을 실시하였다. 그 후 2001년에는 버거킹과 웬디스에서도 동물복지기준을 준수하겠다고 공포하였고, KFC에서도 부화에서 도계까지 닭을 인도적으로 다루는 기준을 제정하였다.

(4) 일본

일본은 1987년에 가축의 사육, 위탁 사육 및 보관 등에 관한 법을 근거로 ‘산업동물 사육 및 보관에 관한 기준’을 만들었으나, 농장동물의 복지 증진을 위한 구체적인 기준은 포함되지 않았다. 한국과 지리적, 기후적, 사회적 및 문화적 여건이 비슷한 일본은 소비자와 생산자간의 농장동물복지 도입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크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본도 점점 축산기술협회 및 학계, 생산자 단체, 동물보호단체, 소비자 단체들을 중심으로 농장동물복지 인증제도를 위한 인증기준을 도입중이다. 2007년부터 돼지 및 산란계의 동물복지인증기준 초안을 시작하여 2009년 3월에 최종안을 보급하여 시행 중이고, 육계 및 젖소에 대한 지침은 2010년에 완료하였으며 현재는 육우와 말에 대한 동물복지지침을 개발 중이다.

(5) WTO

EU와 동물복지단체에서는 WTO가 국제교역의 자유화를 위한 기준은 강화하면서 동물복지문제에 대하여는 소홀하다고 우려한다. 즉, 동물복지기준으로 생산한 축산물이 공장식 축산에서 생산된 저가의 수입품에 의해 피해받지 않도록 보상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므로, WTO에서 수입품이 어떤 방법으로 생산되었는지에 대해 알 수 있는 방안에 대하여 논의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동물복지문제는 경제, 윤리, 동물의 건강, 사람의 건강,

식품생산, 법적 문제 등이 교차되는 복합적 이슈로, 각 국이 자국의 상황에 맞게 조정된 동물복지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6) WOAH(세계동물보건기구; World Organization for Animal Health) - 구 OIE(국제수역사무국)

WOAH(구 OIE)는 1924년 28개 회원국의 서명으로 프랑스 파리에서 최초 설립되었다. WOAH의 설립목적은 전 세계적인 농장가축 위생의 개선과 동물복지의 증진을 위한 것이었는데, 가축전염병으로 인한 전 세계 국가들이 처한 공통적인 위험에 신속하게 대처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국경을 초월한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므로 새로운 질병이 발생할 경우 WOAH를 통하여 각국에 통보하고 대처방안에 대한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며 회원국의 위생상태의 개선과 가축 전염병의 근절 및 확산 방지를 위하여 설립되었다. 그 후 WOAH는 1995년에 동물검역에 관한 국제기준을 수립하는 국제기관으로 공인되었고, 2013년 현재 178개 회원국이 가입하고 있다(한국은 1953. 11. 18.에 정회원국으로 가입하였다). WOAH는 국제기구로서는 최초로 동물복지 문제를 공식적인 의제로 다루었고, 전 세계 36개 단체 및 기구들에 소속된 각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용하며 국가 간 협력 및 교류를 이끌어 내고 있다. 따라서 WOAH의 농장동물복지 가이드라인은 전 세계적인 농장동물복지의 국제표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WOAH에서 실시하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업무는 국제적인 동물 및 축산물 교역 시의 표준규범인 ‘동물위생규약’과 ‘가축전염병 진단 및 백신 매뉴얼’의 제정 및 개정이다. WOAH는 동물보건과 동물복지 사이에는 중요한 연관관계가 있음을 인식하고, 회원국과 협의하면서 동물복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는 일을 진행해왔다. 2001년 이전에는 가축복지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을 찾고 가축복지를 2001년~2005년까지의 5개년 계획의 주요사업으로 정하였다. 2005년에는 가축의 육상운송, 해상운송, 질병관리목적으로서의 가축살처분, 인간의 소비를 위한 도축 등 4가지 항목의 가이드라인을 결의하였고, 2006년에는 항공운송 분야에 대한 농장동물복지 가이드라인을 추가로 채택하였으며, 2010년까지 가축생산시스템(Animal Production System)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위 가축생산시스

템 복지가이드라인은 동물복지기준에 대하여 ‘자원기반기준(공간허용도, 면적, 온습도, 깔짚, 공기, 사료, 물 및 위생조치 등)’ 및 ‘동물기반기준(생존률, 질병 및 상해빈도, 신체조건, 운동능력 및 동물의 반응 등)’의 두 가지 입장에서 서로 조화롭게 보완하는 것을 기초로 하여, ‘동물의 건강과 정상적인 기능의 보호’, ‘동물의 심리적 측면 보호’ 및 ‘종 특이적인 본래 습성에 따른 생존조건의 제공’이라는 세 가지 목표가 적절하게 조화된 가이드라인의 제정을 목표로 한다. WOAH의 동물복지가이드라인은 현재 국제표준으로 인정받고는 있지만, 지역 및 국가별로 동물의 사육방식이 다양하고 농장동물복지에 대한 인식의 차이로 인해 일괄적용에는 어려움이 있다. 현재 위 가이드라인은 국가들에 대한 권고사항으로서, 국가 간의 무역 시 동물복지기준 설정 또는 그와 관련된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는 해당 국가의 법규가 우선으로 적용된다.

(7)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유기농업적 가축사양방식에 가축복지 개념을 포함한 항목으로 제각·절미·발치의 금지, 자유행동, 질병예방, 충분한 사료와 물 공급, 축사구조, 수송방법, 계류사육금지, 스트레스와 고통 없는 도축방법 등 상세한 규정을 두고 있다.

4. 본안 판단

가. 제한되는 기본권과 심사기준 등

(1) 제한되는 기본권

(가)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여,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닌 주체임을 천명하고, 국가권력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을 금지함은 물론 이에서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이를 실현할 의무가 있음을 선언하고 있다. 또한 생명·신체의 안전에 관한 권리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의 근간을 이루는 기본권으로

서, 헌법은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규정하여(제36조 제3항) 질병으로부터 생명·신체의 보호 등 보건에 관하여 특별히 국가의 보호의무를 강조하고 있고, 그 외에도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제35조 제1항) 국가에게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할 의무도 부여하고 있다. 그런데 후자와 같이 환경권에 대하여 국가의 보호의무를 인정한 것은, 환경피해는 생명·신체의 보호와 같은 중요한 기본권적 법익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한 것이므로(헌재 2008. 7. 31. 2006헌마711 ), 환경권 침해 내지 환경권에 대한 국가의 보호의무위반도 궁극적으로는 생명·신체의 안전에 대한 침해로 귀결된다.

결국, 국민의 생명·신체의 안전이 질병 등으로부터 위협받거나 받게 될 우려가 있는 경우, 국가로서는 그 위험의 원인과 정도에 따라 사회·경제적인 여건 및 재정사정 등을 감안하여 국민의 생명·신체의 안전을 보호하기에 필요한 적절하고 효율적인 입법·행정상의 조치를 취함으로써, 그 침해의 위험을 방지하고 이를 유지할 포괄적인 의무를 진다(헌재 2008. 12. 26. 2008헌마419 등 참조).

(나) 이 사건 기준은 가축사육업 허가를 받거나 등록을 하고자 할 경우 사육시설이 갖추어야 하는 기준이다. 그런데 가축사육시설의 환경이 지나치게 열악할 경우 그러한 시설에서 사육되고 생산된 축산물을 섭취하는 인간의 건강도 악화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국가로서는 건강하고 위생적이며 쾌적한 시설에서 가축이 서식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적절하고도 효율적인 조치를 취함으로써, 소비자인 국민의 생명·신체의 안전에 관한 기본권을 보호할 구체적인 헌법적 의무가 있다.

청구인들의 주장취지는, 이 사건 기준에서 정한 가축사육시설의 기준이 지나치게 낮고 가축을 건강하게 사육하기 위한 사육환경에 대한 세부적인 기준이 없어 위 시설에서 사육된 고기를 섭취하는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된다는 것이다. 결국 이 사건 기준으로 인하여 국민의 생명·신체의 안전이 질병 등으로부터 위협받거나 받게 될 우려가 있는지 여부가 문제되는바, 이 사건에서 제한되는 기본권은 국가의 보호의무에 상응하는 생명·신체의 안전에 관한 권리이다.

(2) 심사기준

국가가 국민의 생명·신체의 안전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 하더라도, 국가의 보호의무를 입법자 또는 그로부터 위임받은 집행자가 어떻게 실현하여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원칙적으로 권력분립과 민주주의의 원칙에 따라 국민에 의하여 직접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고 자신의 결정에 대하여 정치적 책임을 지는 입법자의 책임범위에 속하므로, 헌법재판소는 단지 제한적으로만 입법자 또는 그로부터 위임받은 집행자에 의한 보호의무의 이행을 심사할 수 있다. 따라서 국가가 국민의 생명·신체의 안전에 대한 보호의무를 다하지 않았는지 여부를 헌법재판소가 심사할 때에는 국가가 이를 보호하기 위하여 적어도 적절하고 효율적인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취하였는가 하는 이른바 ‘과소보호금지 원칙’의 위반 여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헌재 2008. 12. 26. 2008헌마419 등).

나. 과소보호금지 원칙 위반 여부

(1) 가축사육시설 등이 인간의 생명·신체의 안전에 미치는 영향

이 사건 기준은 가축사육시설의 허가 및 등록기준이다. 그런데 가축사육환경이 열악하면 가축은 스트레스를 받게 되어 면역력과 항균력이 저하되고, 병원성 세균 또는 바이러스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져 질병으로 이환되기가 쉽다. 그리고 이렇게 질병에 걸린 가축으로 생산된 축산물을 섭취할 경우 인간도 질병에 걸릴 우려가 있다. 또한, 대규모의 밀집사육시설에서는 질병 치료와 예방을 위하여 항생제를 사용하고 있고, 이로 인하여 항생제 내성균이 나타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따라서 국가로서는 건강하고 위생적이며 쾌적한 시설에서 가축이 서식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적절하고도 효율적인 조치를 취함으로써, 소비자인 국민의 생명·신체의 안전에 관한 기본권을 보호할 구체적인 헌법적 의무가 있다.

그렇다면 아래에서는 국가가 국민의 생명·신체의 안전에 관한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를 다하고 있는지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2) 국민의 생명·신체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각종 규제 내용

(가) 사육시설에 대한 규제

1) 가축사육업 허가 및 등록에 의한 규제

이 사건 기준은 가축사육업을 하고자 하는 자로 하여금 허가를 받거나 등록을 할 때 사육시설 등이 갖추어야 하는 최소한의 시설 및 장비요건과 단위면적당 적정사육기준을 정한 것이다.

축산법에서는 가축사육업이 무분별하게 이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하여 일정 규모 이상의 가축사육업에 대하여는 이 사건 허가기준을 갖추어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는바(제22조 제1항 제4호), 이는 종전에 등록제로만 운영되던 가축사육업에 허가제를 도입하여 그 규율 수준을 높인 것이다. 더욱이 최근 축산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2014. 2. 21. 대통령령 제25192호로 개정된 것) 장차 사육시설 면적이 50제곱미터를 초과하는 소·돼지·닭·오리 사육업은 모두 허가대상이 되는 등 허가대상이 확대되고 있다(제13조). 또한, 축산법에서는 이 사건 허가기준 외에 등록기준도 두어 일정 규모 이하의 가축사육업을 하고자 할 경우에도 최소한의 요건을 갖추어 등록을 하도록 하고 있다(제22조 제2항). 그리고 가축사육업 허가를 받거나 등록을 한 자는 일정한 준수사항을 지켜야 하고(제26조), 정기점검이나 교육이수 등의 의무도 부담한다(제28조 제1항, 제33조의2 제3항).

이처럼 축산법에서는 허가제 및 등록제를 통해 가축사육업 농가를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고, 허가 및 등록 시의 요건인 이 사건 기준은 사육시설환경이 열악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서 기능하고 있다. 그리고 이 사건 기준은 그 구체적인 내용면에서 다른 국가들에 비하여 뒤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2) 사육시설에서의 분뇨처리에 대한 규제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축산업자에 대하여 가축분뇨로 인한 환경오염을 방지하도록 노력하여야 하는 책무를 지우고(제3조 제1항, 제4항), 생활환경보호나 상수원 수질보전을 위하여 주거 밀집지역이나 상수원보호구역 등 일정한 지역에 대하여는 가축의 사육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제8조 제1항), 가축분뇨를 배출하거나 처리 등을 하는 자는 그러한 작업 시에 가축분뇨가 공공수역 등에 유

입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10조 제1항). 특히 일정 규모 이상의 사육시설에서는 시장 등의 허가를 받아 배출시설을 설치하거나 시장 등에게 신고를 하고 배출시설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제11조 제1항, 제3항).

이처럼 국가는 분뇨배출시설에 대하여 여러 가지 규율을 함으로써 가축사육시설 설치 단계에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에 대한 안전이 침해받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나) 사육시설 내 가축에 대한 규제

1) 항생제 등에 대한 규제

국내산 축산물에 대한 항생제 오남용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자, 정부에서는 지난 2005년부터 사료에 섞어 먹일 수 있는 동물용 의약품의 종류를 53종에서 25종(항생제 15, 항균제 1, 기타 9)으로 줄이기 시작하여, 2009. 1. 1.부터 사료에 첨가할 수 있는 항생제를 9종으로 축소하고, 2011. 7. 1.부터는 배합사료에 항생제 첨가를 전면 금지하였다. 그리고 최근 약사법이 개정되면서(2012. 2. 1. 법률 제11251호로 개정된 것), 동물용 의약품 도매상 허가를 받은 자는 오용·남용으로 사람 및 동물의 건강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동물용 의약품인 마취제, 호르몬제, 항생·항균제 등을 수의사 등의 처방전 없이 판매할 수 없고(제85조 제6항 본문), 약국개설자도 주사용 항생물질 제제를 수의사의 처방전 없이 판매할 수 없게 되었다(제85조 제7항 단서 제1호). 또한,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은 동물의 질병을 진료 또는 예방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동물용 의약품으로서 동물의 체내에 남아 사람의 건강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고 지정하는 제제에 대하여는 사용 대상 동물, 용법·용량 및 사용 금지 기간 등 동물용 의약품의 사용 기준을 정할 수 있고, 이러한 동물용 의약품을 사용하려는 자는 위 기준을 지켜야 한다(제85조 제2항, 제3항). 구체적인 의약품 종료와 대상동물, 용법·용량, 휴약기간 등에 대하여는 ‘동물용의약품의안전사용기준’(농림축산검역본부고시 제2013-28호)에서 정하고 있다.

이처럼 국가는 가축에 대한 항생제 등의 오·남용을 규제함으로써 이것이 국민의 생명·신체에 미칠 악영향을 방지하고 있다.

2) 가축전염병에 대한 규제

‘가축전염병 예방법’에 따르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가축전염병을 예방하고 그 확산을 방지하기 위하여 가축전염병별 긴급방역대책 등 가축전염병 관리대책을 수립하여 시행하여야 하고(제3조), 가축 소유자 등은 축사와 그 주변을 청결히 하고 주기적으로 소독하여 가축전염병이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가축방역대책에 적극 협조하여야 하며(제5조), 가축방역기관장 등은 가축전염병이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지체 없이 역학조사(疫學調査)를 하여야 한다(제13조). 그 외에도 위 법률에서는 가축전염병이 발생하거나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검사·주사 및 투약(제15조), 소독설비구비(제17조), 출입기록작성 및 보존(제17조의2), 격리와 폐쇄명령(제19조), 살처분명령(제20조) 등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국가는 국민의 생명·신체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가축전염병의 발병과 확산을 막기 위해 여러 가지 규제를 하고 있다.

3) 가축 사료에 대한 규제

사료관리법에 따르면, 사료의 품질관리를 위하여, 사료제조업을 영위하려면 시·도지사에게 등록하여야 하고(제8조 제1항), 제조업자나 수입업자는 제조 또는 수입하려는 사료의 종류·성분 및 성분량 등을 등록하여 사료 포장 등에 표시하여야 한다(제12조 제1항, 제13조 제1항). 한편, 인체 또는 동물 등에 해로운 유해물질이나 동물용의약품이 허용기준 이상으로 함유되어 있거나 동물 등의 질병원인이 우려되어 사료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 동물 등의 부산물·남은 음식물 등은 사료로 제조·수입 또는 판매되거나 사료의 원료로 사용될 수 없는바(제14조 제1항), 이에 ‘사료 등의 기준 및 규격’(농림축산식품부고시 제2014-106호)에서는 사료 내 사용 가능한 동물용의약품의 종류 및 허용기준 및 사료 내에서 검출되어서는 아니되는 물질 등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다(제11조 제1항 별표 16, 제2항 별표 17, 제3항 별표 18, 제5항 별표 19).

그 외에도 사료관리법에서는 사료의 원료관리, 제조 및 유통의 과정에서 위해(危害)한 물질이 해당 사료에 혼입되거나 해당 사료가 오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사료별로 제조시설 및 공정관리의 절차를 정하거나 각 과

정별 위해요소를 중점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안전관리인증기준; HACCP)을 정하고 있다(제16조 제1항, 제3항).

이러한 규정들은, 사육되는 가축이 섭취한 사료가 종국적으로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서, 국민의 생명·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볼 수 있다.

(다) 유통단계에서의 규제

1) 가축 및 축산물 이력관리에 의한 규제

‘가축 및 축산물 이력관리에 관한 법률’은 방역의 효율성을 도모하고 축산물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하여(제1조), 소와 돼지에 대하여 사육단계와 도축단계, 수입단계, 유통·판매단계로 나누어 각 단계마다 가축 및 축산물에 대하여 이력번호를 부여하여 그 이력을 관리하도록 하고 있고(제4조, 제6조 등), 이력관리를 위하여 작성하는 ‘가축및축산물식별대장’에 이력번호와 농장경영자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및 위해축산물 해당 여부 등을 기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19조).

2) 도축에 대한 규제

가축도축에 대하여는 ‘축산물 위생관리법’동물보호법에서 규제하고 있다.

‘축산물 위생관리법’은 축산물의 위생적인 관리와 그 품질의 향상을 도모하기 위하여 가축의 사육·도살·처리와 축산물의 가공·유통 및 검사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고 있고(제7조 내지 제10조의2, 제11조 내지 제20조의3), 그 외에도 인체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는 축산물 등의 유통을 금지하고 있으며(제33조 제1항), 일정한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장으로 하여금 위해의 우려가 제기되는 축산물 등에 대하여 위해평가 및 일시적인 판매금지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제33조의2 제1항, 제2항).

한편,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모든 동물은 도살과정에 불필요한 고통이나 공포, 스트레스를 받아서는 안되고, 특히 다른 법률에 동물을 도축하거나 살처분할 경우에는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방법을 이용하여 고통을 최소화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10조 제1항, 제2항).

3) 식품위생법에 의한 규제

식품위생법은 식품으로 인하여 생기는 위생상의 위해(危害)를 방지하고

식품영양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며 식품에 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여 국민보건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으로서(제1조), 축산물을 비롯하여 모든 음식물의 최종 소비 직전 단계에서의 위생 상태에 대하여 규제하고 있는 법이다. 식품위생법에서는 위해식품 등이나 병든 동물고기 등의 유통을 금지하고(제4조, 제5조), 일정한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장으로 하여금 위해의 우려가 제기되는 식품 등에 대하여 위해평가 및 판매금지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제15조 제1항, 제2항),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식품 등에 관하여 제조·가공·사용·조리·보존 방법에 관한 기준 및 성분에 관한 규격을 정하여 고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7조 제1항, ‘식품의 기준 및 규격’(식품의약품안전처고시 제2015-4호)}.

(라) 동물복지형 축산업

위에서 본 조치들 외에도, 이 사건 기준에 따라 설치된 시설이 생산성만을 강조하여 동물복지나 동물건강에 소홀히 할 위험에 대비하여, 항생제 등의 약품 사용을 규제하거나 보다 동물친화적으로 사육시설을 설치하도록 하는 등 다른 방식의 축산업 형태도 인정하고 있다. 여기에는 ‘친환경농어업 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지원에 관한 법률’상의 유기축산 및 무항생제축산(제19조 제1항, 제34조 제1항), ‘축산물 위생관리법’상의 안전관리인증농장(제9조 제1항, 제3항),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상의 환경친화축산농장(제9조 제1항, 제3항), 동물보호법상의 동물복지축산농장(제29조) 등이 있다.

이에 따라 일반 소비자로서는 일반 농장에서 사육된 축산물을 구매할 것인지 아니면 유기축산물이나 무항생제축산물, 안전관리인증농장에서 사육된 축산물, 동물복지축산농장에서 사육된 축산물을 구매할 것인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이상과 같은 조치들은 건강하게 가축을 사육하여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서, 국민의 생명·신체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3) 소결

이 사건 기준은 가축사육업 허가를 받거나 등록을 할 때 갖추어야 하는 가축사육시설기준으로서, 가축사육시설의 환경이 열악해지는 것을 막는 최소한의 기준이라 할 것이고, 그 규제 정도도 점진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기준만으로 곧바로 가축들의 건강상태가 악화되어 결과적으로 청구인들의 생명·신체의 안전이 침해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국가는 이 사건 기준뿐만 아니라 축산법 기타 많은 관련법령들에서 가축의 사육 및 도축, 유통에 이르는 전 단계에 걸쳐 가축의 질병 발생과 확산을 방지하고 가축사육시설을 규제함으로써 국민의 생명·신체에 대한 안전이 침해받지 않도록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기준이 국민의 생명·신체의 안전에 대한 국가의 보호의무에 관한 과소보호금지 원칙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헌법재판소도 이 사건 기준이 국민의 생명·신체의 안전에 대한 국가의 보호의무에 관한 과소보호금지 원칙을 위반하지 아니하였다고 판단하였다.

5. 결정의 의의

가. 이 사건 결정은, 헌법재판소가 축산법과 관련하여, 소위 공장식 축산으로 인한 문제와 그에 대한 국가의 보호 정도에 대하여 판단한 최초의 결정이다.

나. 이 사건 결정에서는 가축사육환경이 열악하면 결과적으로 인간의 생명·신체의 안전도 침해될 수 있음을 전제로, 다만 이미 국가에서 여러 규제들을 통해 적절하고 효율적인 최소한의 보호조치는 취하고 있다고 판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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