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검사(檢事)의 기소유예처분(起訴猶豫處分)도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여부
2. 형사피의자(刑事被疑者)로 입건(立件)되었던 자가 검사의 기소유예처분(起訴猶豫處分)에 대하여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경우 다른 법률상 구제절차(救濟節次)가 있는지 여부 및 그 청구기간
3. 검사(檢事)의 기소유예처분(起訴猶豫處分)으로 인하여 형사피의자(刑事被疑者)로 입건(立件)되었던 자의 기본권침해가 인정된 사례
결정요지
1. 형사피의자(刑事被疑者)로 입건(立件)되었던 자가 기소유예처분(起訴猶豫處分)을 받았을 때 스스로 무고함을 주장하여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2. 위의 경우 형사피의자로 입건되었던 자(者)는 검찰청에 진정서(陳情書)나 탄원서(歎願書)를 제출하거나 수사재기(搜査再起)를 신청함으로써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할 수도 있겠으나, 그것은 검사의 직권발동(職權發動)을 촉구(促求)하는 하나의 방법일 뿐이므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단서 소정의 구제절차(救濟節次)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으며, 위와 같은 사건은 법률상 구제절차(救濟節次)가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헌법재판소에 직접 제소하는 것이 가능하며, 그 기간은 헌법재판소법 제69조 제1항 본문에 따라 그 사유인 기소유예처분이 있음을 안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그 사유가 있은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청구하면 된다.
3. 청구인의 기소유예처분(起訴猶豫處分)은 청구인에 대한 불리한 처분을 함에 있어서 청구인에 대하여 청문(聽聞)의 기회를 보장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현저한 수사미진에서 기인하는 중대한 이유불비의 하자가 있
어 그 처분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 적법절차(適法節次)를 위배한 자의적(恣意的)인 검찰권의 행사라고 할 것이고, 그로 말미암아 다른 형사사건과 차별없는 공정하고 성실한 수사를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청구인의 평등권(平等權)이 침해되었음은 물론 아울러 헌법 제27조 제1항 소정의 법관(法官)에 의한 재판(裁判)을 받을 권리(權利)마저도 침해된 것임이 명백하다고 한 사례
청구인 : 김○왕
대리인 변호사 김형두
피청구인 : 부산지방검찰청 검사
참조조문
당사자
1. 3. 1989.10.27. 선고, 89헌마56 결정(판례집 1, 309)
1991.4.1. 선고, 90헌마65 결정(판례집 3, 160)
1992.6.26. 선고, 92헌마7 결정(판례집 4, 462)
1992.10.1. 선고, 91헌마169 결정(판례집 4, 645)
2. 1992.10.1. 선고, 91헌마169 결정(판례집 4, 645)
주문
부산지방검찰청 1991년 형제43960호 사건에 있어서 피청구인이 1991.6.24.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유
1. 사건의 경위
가. 청구인(피의자)은 1991.4.8. 청구외 송○순으로부터 부산
동부경찰서에 불법체포, 불법감금,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죄 등으로 고소(부산 동부경찰서 접수2737호)를 당하였는데 피고소인은 청구인외에 16명이었다.(경찰서에서는 성명불상자를 빼고 12명만 피의자로 입건하였다).
고소의 요지는 피고소인 등이 공동하여 1991.3.3. 14:00경부터 다음날 07:00까지 17시간 동안 부산 동구 초량3동 소재 ○○건설(주) 사무실에서 고소인 송○순에 대하여(동인의 남편으로서 동회사의 조합아파트 사기 분양사건의 하수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이○남의 행방을 추궁하면서 욕설을 하면서 옷을 벗기고 물고문·폭행·협박을 가하였다는 것이다.
나. 청구인은 위 고소사실로 부산 동부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을 때 범행에 가담한 사실을 극구 부인하였다. 그런데도 경찰서에서는 1991.6.4. 위 범죄사실이 인정된다고 하여 청구인을 서○자, 김○이, 김○동 등 6명과 함께 기소의견(혐의없음 의견 4명, 기소중지 의견 1명 포함하여 12명)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였고, 피청구인은 이를 접수하여(91형 제43960호) 같은 해 6.24.피의자(청구인)의 혐의는 인정이 되나(다만, 피청구인이 인정하고 있는 피의자의 혐의는 고소장의 기재보다는 축소되어 있다), 조합아파트 사기분양으로 전 재산을 날리게 되자 흥분하여, 그 남편의 소재를 추궁하다가 이 건에 이르렀던 것으로 동기에 참작할 만한 정상이 있다는 것과 가담의 정도도 경미하다는 이유를 들어 이 사건 청구인(피의자)에 대하여서는 다른 피의자 김봉순, 임○상과 함께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다. 청구인은 피청구인의 이러한 피의사실의 인정에 불복하여 1991.8.23.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한 것이다.
2. 당사자의 주장
가. 청구인의 주장요지
(1) 청구인은 청구외 이○남의 소개로 허위로 발행된 주택조합아파트 조합원 인정서(속칭 물딱지)를 2,800만원에 매수하여 프리미엄 464만원을 포함하여 도합 3,264만원을 사기당하였는데 그러한 피해자가 청구인 외에도 30여명에 이른다.
(2) 이○남이 주도하여 행방불명이 되자 이○남의 가족에게 피해변상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이○남의 처와 몇몇 흥분한 피의자들이 싸움을 벌인 사건이 발생하였다고 하는데 청구인은 폭력에 가담한 사실이 없음은 물론 그 현장을 목격한 사실도 없다. 청구인이 경험한 사실은 1991.3.3. 20:30경부터 22:00경까지의 ○○건설사무실에서 이○남의 부모와 처(송○순)가 그곳에 모인 피해자들에게 "부산진시장내에 있는 1평짜리 가게 싯가 9,000만원 상당을 처분하고 송○순 명의로 저축된 3,000만원을 합하여 변상하겠다."는 의논을 하는 광경을 지켜본 것 뿐이고 그것이 사건에 관련된 전부이다.
(3) 그런데 송○순은 위 사건을 빌미로 이○남으로부터 사기당한 사람 전원을 폭행혐의로 고소하였으니 청구인을 포함하여 사기피해자 전부를 상대로 형사고소를 하여 곤경에 빠뜨린 후 이○남의 사건을 유리하게 합의하려는 의도였다. 청구인은 이 어이없는 고소가 결국은 진실에 따라 처리될 것으로 바라면서 자신이 경험한 사실을 그대로 진술하였다.
(4) 청구인은 검찰에서는 진실을 밝혀주리라고 기대하고 있었으나 검찰은 단 한번도 소환·조사도 하지 않고 1991.6.24.자로
기소유예처분을 하였으며, 검찰로부터 그 통지를 같은 해 7.1.경 받았다. 폭력에는 털끝만치도 관여한 바 없고 목격한 바도 없는데 혐의없음의 처분이 되지 않고 기소유예처분된 것은 청구인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다.
나. 법무부장관과 피청구인의 의견요지
청구인의 혐의는 고소인의 진술 및 청구인과 함께 입건된 상피의자 임○상 등의 진술에 의하여 충분히 인정되고, 다만 청구인을 소환·수사하지 않은 것은 사법경찰관이 작성한 청구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 상피의자 임○상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 고소인의 고소 보충조서 등을 종합하면 청구인이나 참고인 등을 더 이상 소환·수사할 필요없이 혐의가 인정될 수 있었기 때문이며 이 사건 결정을 함에 있어서 고소인의 일방적 진술만으로 판단한 것이 아니고 관련자들의 진술 등을 함께 참작하여 결정한 것이어서 청구인이 평등권이나 행복추구권이 침해될 소지가 없어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는 기각되어야 한다.
3. 판단
위의 경우 형사피의자로 입건되었던 자는 검찰청에 진정서나 탄원서를 제출하거나 수사재기를 신청함으로써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할 수도 있겠으나, 그것은 검사의 직권발동을 촉구하는 하나의 방법일 뿐 검사가 그에 따라 의무적으로 어떠한 조처를 해야 하는
것도 아니어서 그것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단서 소정의 구제절차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으며, 위와 같은 사건은 법률상 구제절차가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헌법재판소에 직접 제소하는 것이 가능하며, 그 기간은 헌법재판소법 제69조 제1항 본문에 따라 그 사유인 기소유예처분이 있음을 안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그 사유가 있은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청구하면 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는 법정청구기간내에 제기된 것이라고 할 것이다.
나. 청구인은 ○○건설 사무실에서 채권자단과 송○순의 가족이 배상문제로 설왕설래할 때 현장에 있었던 사실은 시인하고 있으나 폭력은 행사한 바가 없고 폭력을 목격한 바도 없다고 극구 부인하고 있다.
청구인의 주장사실을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청구인은 위와 같이 재산피해를 입히고 소재불명이 된 고소인의 남편 청구외 이○남을 만나려고 1991.3.3. 09:00경부터 16:00경까지 4회에 걸쳐 이○남의 동생이 경영하는 부산 동래구 사직동 소재 "○○비디오"가게에 갔었으나 그 곳에서 이○남을 만나지 못하였는데, 위 비디오 가게에 몰려왔던 피해자들이 ○○건설 사무실로 갔다는 소리를 듣고 같은 날 20:30경 그 사무실에 이르러 위 이○남의 부모와 그곳에 모인 피해자들이 피해변상을 협의할 때 이를 지켜봤으며, 그곳에서 이○남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다가 같은 날 22:00경 귀가한 것이 사건에 관련된 전부이고, 고소인에게 폭행을 가한 사실이 없음은 물론 다른 사람이 폭행하는 것을 목격한 사실 조차도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경찰에서는 같은 해 6.4. 청구인에 대한 위 피의사실이 인정된다 하여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한 것이므로 송치된 사건기록상(91형제43960호) 이 사건 청구인인 피의자에 대하여 혐의사실을 인정할 만한 자료가 있었는지의 여부에 대하여 살펴본다.
청구인은 범행에 가담한 사실을 부인하고 있으므로 청구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가 청구인의 혐의를 인정하는데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다음으로 청구인과 함께 고소되고 또한 기소유예처분된 임○상에 대한 피의자 신문조서의 기재내용을 보면, 임○상은 "○○각 남자주인(청구인)이 현장에 있었다."는 진술을 하고 있을 뿐 청구인이 고소인에게 어떠한 폭행이나 위세를 가하였는가의 점에 대하여서는 전혀 참고될 수 있는 진술을 하고 있지 않으며, 더욱이 임○상은, 경찰관의 "고소인이 감금된 상태에서 폭행, 물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하였다는 데 알고 있나요"라고 하는 질문에 대하여 "제가 갔을 때는 그런 일이 없었으며 제가 도착하자 누구인지 모르나 그런 일이 있었다고 말한 것을 들어 알고 있습니다."라고 전문(傳聞)의 사실을 진술하고 있을 뿐 자신이 스스로 폭행현장을 직접 목격한 사실조차 없다고 진술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전문의 사실을 진술하고 있는 임○상이 청구인의 범행가담사실을 진술하였다고 하더라도 전문증거에 불과하여 문제가 있는데(설사 임○상이 범행현장의 목격자라고 하더라도), 그의 진술내용으로는 청구인이 범죄혐의를 인정할 자료가 없기 때문에 소장이 없는 것이다.
다음, 고소인 송○순에 대한 고소인 보충조서를 살펴보면, 청구인이 사건 범행에 가담한 사실을 인정할 자료가 없음은 말할 것도
없고, 청구인이 범행현장에 있었는지의 여부조차 알 수 없으며, 청구인은 가해자의 한사람으로서 아예 거명조차 되어 있지 않는 것이다. 청구인도 피고소인 중의 한사람으로 고소장에 적시되어 있는만큼 경찰에서는 적어도 고소인 송○순에 대하여서만은 청구인의 범행가담의 정도와 내용을 질문하여 그 부분을 소상히 밝혔어야 마땅할 이치인데도 아예 청구인의 관련부분에 대하여서는 구체적인 질문조차 하고 있지 않는 것이다. 결국 수사기록을 정사해 보면, 고소인 송○순 명의의 고소장에 기재된 고소사실에는 청구인의 범행가담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증거가 전혀 없는 것이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단지 수사 및 소추기관만이 아니고 공익의 대표자인 검사로서는 피의자(청구인)에 대하여 범죄의 혐의가 없다고 인정하여 "혐의없음"의 처분을 하는 경우라면 모르거니와 피의사실이 인정된다고 결정하려면 적어도 한번쯤은 피의자를 소환하여 그 변소를 들어 보고 그에게 유리한 증거제출과 증거설명의 기회를 부여하는(헌법재판소 1992.6.26. 선고, 92헌마7 결정 참조) 한편,고소인에 대하여서도 고소사실에 부합하는 증거를 제시하게 하는 등 최소한도의 조사를 행한 다음, 피의사실에 부합하는 증거와 배치되는 증거의 신빙성을 따져 결론을 추출하는 것이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을 생략한 채 현저한 수사미진인 상태에서 피의자(청구인)에게 불리한 처분을 한 것은 적법절차 위배라고 아니 할 수 없는 것이다.
경찰서에서의 수사가 철저하지 못하였다는 것은 청구인의 처 김○순의 경우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 김○순도 고소인으로부터 청구인과 함께 고소를 당하여 피청구인에 의하여 서○자, 김○이,
강경희 등과 함께 "……와 공동하여 1991.3.3. 22:00경 ○○건설 사무실에서 송○순의 머리채를 잡아 흔들면서 옷을 잡아 찢었다."는 내용으로 약식기소(벌금 30만원)되어 있으나, 김○순은 송○순의 머리채를 잡은 사실은 있지만 약식기소장에 적시된 시간과 장소와는 전혀 다르다는 이유로 정식재판을 청구하였는데 동인에 대한 정식재판 과정에서 피청구인은 김○순에 대한 약식공소장에 기재된 범행일시, 장소를 "1991.3.3. 14:00경 부산 동래구 사직동 소재 ○○비디오 가게내"라고 변경하고 있는 것이다.
위의 공소장 변경은 그 형식상 그 일시·장소만의 변경이지만 결과적으로는 김○순만을 다른 공범들로부터 따로 분리하여 단독범으로 변경하는 뜻이 내포되어 있는 것이어서 상해와의 인과관계가 문제될 수도 있는데, 하여간 이 사건은 경찰에서부터 피고인들에 대한 혐의유무 및 정도가 확실히 가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사건이 송치되고 또 종결처리된 사실을 미루어 짐작하기에 어렵지 않다.
원래 이 사건은 청구인이 경찰에서부터 범행을 극구 부인하고 있는데도 대질신문은 커녕 고소인 보충조서에서 조차도 청구인의 범행가담 부분에 대한 보완수사를 행함이 없이 만연히 기소의견으로 송치한데서 문제가 발단된 것인데 피청구인 또는 이러한 부실한 수사기록을 토대로 하여 하등의 보완수사를 행함이 없이 "구약식", "기소유예", "혐의없음" 등으로 사건을 종결함으로써 이 사건 헌법소원이 제기되기에 이른 것이다.
피청구인은 청구인이 고소인 송○순이가 사실상 연금상태에 있었던 ○○건설 사무실에 있었던 것만은 분명하므로 그것이 가세한 증거로서 충분하다고 본듯 하나, 청구인 등이 그 장소에 된 경
위는 청구인과 같은 사기분양 피해자들이 사기분양의 하수인인 이○남의 행방을 추궁하고 아울러 피해보상을 받아내기 위하여 그 문제를 의논하고자 한 것이었던 점, 그 장소가 청구인들에게 사기분양의 혐의를 받고 있는 ○○건설의 사무실이었던 점, 가해자·피해자 공히 평소부터 안면이 있는 상인인 점 등을 종합해보면 청구인이 위 회사의 사무실에 있었다는 입증만으로는 폭력행위의 공범으로 단정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피청구인의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에 대한 불리한 처분을 함에 있어서 청구인에 대하여 청문의 기회를 보장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현저한 수사미진에서 기인하는 중대한 이유불비의 하자가 있어 그 처분은 처분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 적법절차를 위배한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라고 할 것이고, 그로 말미암아 다른 형사사건과 차별없는 공정하고 성실한 수사를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청구인의 평등권이 침해되었음은 물론 아울러 헌법 제27조 제1항 소정의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마저도 침해된 것임이 명백하다고 할 것이다.
4. 결론
그렇다면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있으므로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2항, 제3항에 따라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따른 것이다.
1992. 11. 12.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조규광
재판관 변정수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한병채
재판관 이시윤
재판관 최광률
재판관 김양균
재판관 김문희
재판관 황도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