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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1996. 10. 4. 선고 96헌마222 공보 [기소유예처분취소]
[공보18호 610~613]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검사의 起訴猶豫處分으로 인한 基本權侵害가 인정된 사례

결정요지

피청구인이 자의로 수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증거를 취사선택하거나 법령을 해석함으로써 청구인들에 대한 혐의를 인정하여 起訴猶豫處分을 한 것은 청구인들의 平等權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한 사례.

참조조문

憲法 제11조 제1항

憲法裁判所法 제68조 제1항

참조판례

1989. 10. 27. 선고, 89헌마56 결정

1992. 6. 26. 선고, 92헌마7 결정

1992. 11. 12. 선고, 91헌마146 결정

1993. 3. 11. 선고, 92헌마191 결정

1996. 3. 28. 선고, 95헌마170 결정

청 구 인 최 ○ 진 외 2인

청구인들 대리인 변호사 김 형 운

피청구인 수원지방검찰청 검사

주문

피청구인이 1996. 4. 25. 수원지방검찰청 1996년형제28866호 피의자 최○진·이○호·김○구에 대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 피의사건에 관하여 한 기소유예의 불기소처분은 청구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들은 1996. 3. 24. 수원중부경찰서 사법경찰관리인 경장 이○인, 순경 임○균에 의하여 다음과 같은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의 혐의로 범죄인지보고되어 1996. 4. 18. 피청구인에게 송치되어 조사를 받았다.

나. 혐의사실의 요지는

피의자(청구인)들은 수원시 장안구 ○○동 97-1 ○○마트(슈퍼마켓)에서 종업원으로 근무하는 자들인 바, 1996. 3. 23. 18:20경 위 슈퍼마켓에서 청구외(피해자) 공○숙(48세,여)이 비닐봉투에 물건을 구입하여 계산을 마치고 나가다가 햄을 구하기 위하여 재차 들어가 물건을 고르고 있을 때에 피의자 최○진은 동녀의 등부위를 서너차례 툭툭치면서 물건을 샀으면 빨리 나가라고 하여 동녀가 밖으로 나가는데 계속 뒤를 따라 나오면서 다시 동녀의 등부위를 서너차례 툭툭쳐서 폭행하고 비닐봉투안을 보자고 하므로 동녀는 도둑취급을 받았다는 이유로 즉시 수원중부경찰서 서문파출소에 같은 피의자를 신고하게 되고, 동일 19:00경 피해자인 위 파출소근무 경장 이○걸이가 그 신고를 받고 위 슈퍼마켓에 이르러 위 피의자에게 사건경위를 물으면서 위 파출소까지 동행할 것을 요구하자 위 피의자는 위 피해경찰관에게 “내가 무슨죄를 지었느냐, 영장을 가지고 왔느냐”라고 큰소리를 치고, 이 소리를 들은 피의자 이○호, 같은

김○구, 같은 성명미상자가 함께 위 피해경찰관에게 달려들어 그의 팔을 잡아 당기며 그의 엄지손가락을 꺽고 손등을 할퀴는 등 폭행하여 그에게 약 10일간의 가료를 요하는 좌측손 표피손상을 가한 것이다라함에 있다.

다. 피청구인은 1996. 4. 18. 위 피의사건을 불구속으로 송치받아 수사하다가 1996. 4. 25. 청구인들에 대하여 기소유예의 불기소처분을 하였다.

라. 청구인들은 이에 불복하여 소정기간안에 적법하게 이 사건 심판청구를 하였다.

2. 당사자의 주장요지

가. 청구인들의 주장

(1) 청구인 최○진은 위 피해경찰관의 동행요구를 받았으나 경리업무를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일일정산업무를 마치고 잠시후에 동행할 수 있다고 한 바, 그는 신경질적으로 강압적인 태도를 보이며 ‘경찰관이 가자고 하면 가야지’라고 하면서 위 청구인을 잡아끄는 등 흥분하여 강제로 연행하려 하였으며 이때 청구인 이○호와 같은 김○구가 때를 달리하여 개별적으로 청구인 최○진과 위 피해자의 사이를 막아서면서 강제연행을 만류했으나 위 최○진이가 사태악화를 염려하여 말리지 말라 하므로 그들은 차례로 물러났고 그 뒤 곧바로 위 피해자에 의하여 위 최○진이가 강제연행을 당하였을 뿐 아무도 위 피해경찰관을 폭행한 바가 없다.

(2) 위 최○진은 위 공○숙의 등을 서너차례 툭툭친 바도 없다.

가사 툭툭친 바가 있다고 가정하고 폭행의 개념을 신체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라고 이해하더라도, 신체에 대한 모든 일상생활에서의 유형력행사를 포함하는 것은 결코 아니므로 이 정도의 행위를 가지고 폭행이라 할 수 없다.

(3) 또한 위 피해경찰관이 흥분하여 강제연행한 점으로 보아 그가 청구인 최○진을 현행범으로 보고 자신의 행위를 현행범의 체포행위로 주장하는 듯이 보이나, 위 최○진과 위 공○숙간에 일어난 행위가 끝난 이후 1시간이나 경과하여 출동한 것이라면 범죄행위가 종료되는 순간 또는 종료된 직후가 아님이 분명하므로 위 강제연행의 행위는 현행범의 체포행위라고도 볼 수 없다. 따라서 위 피해경찰관의 행위는 불법행위이고 가사 위와 같은 폭행사실이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이는 정당행위 내지 정당방위 행위로써 죄가 되지 아니한다.

(4) 오히려 위 피해경찰관 등이 청구인들을 1996.

3. 23. 19:00경부터 1996. 3. 24. 09:00경 또는 11:00경까지 불법으로 구속한 사실을 규명하여 공정한 처리를 하였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피청구인은 이와 같은 사실관계를 규명하지 아니한 채 청구인들에게 서약서(반성문)만을 작성케 하고 아무런 수사를 하지 아니하였는 바, 이는 공정한 수사를 다하였다고 볼 수 없으며, 공정한 수사를 하였더라면 마땅히 혐의없음의 불기소처분을 하였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만연히 혐의사실을 인정하고 기소유예의 불기소처분을 하였음은 청구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다.

나. 피청구인의 기소유예처분의 이유와 답변

(1) 피의자(청구인)들은 모두 회사사원이고 초범이며, 경찰관으로부터 임의동행을 요구받고 거절하였다가 경찰관이 강제로 허리띠를 잡고 데려가기에 이에 반항하다가 상해를 입힌 것으로서 사안이 경미하고 우발범이며 서약서를 징구하였으므로 굳이 소추할 필요성이 없다.

(2) 피의자 최○진이가 피해자 공○숙의 등을 몇차례 툭툭친 행위는 타인의 신체(특히 여자의 몸)에 대한 불쾌한 접촉을 자행한 행위이며 타인의 인격을 무시하는 행위로서 폭행행위임이 분명하므로 청구인의 이 부분 주장은 부당하다.

(3) 청구인들은 이 사건 강제연행 행위가 정당한 공무집행이 아니라고 주장하나, 위 피해경찰관이 임의동행요구를 거절받는 순간 바로 위 최○진을 강제로 연행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동행요구를 거절받자 경찰관으로서 자존심이 상하여 강제로 연행할 듯한 태도를 보여 동행승낙을 얻으려고 한 것으로 판단되고, 그 과정에서 위 최○진이가 손톱으로 위 피해경찰관의 손등을 할퀴어 상처를 입힌 사실, 피의자 성명미상자가 위 피해자의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꺾은 사실, 피의자 이○호가 위 피해자의 앞을 막고 잠바를 붙잡은 사실, 피의자 김○구가 두 손으로 위 피해자의 팔을 붙잡은 사실이 인정되고 이를 종합하면 여러사람이 공동하여 위 피해자를 폭행한 것은 명백하므로 그러한 행위가 불법강제연행에 대한 정당행위 내지 정당방위가 된다고는 할 수 없다.

따라서 위 기소유예처분은 적법타당하다.

3. 판 단

가.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1) 청구인 최○진이가 피해자 공○숙의 등을 툭툭친 사실이 있는지 여부

(2) 동 청구인은 동행을 거부하면서 실랑이를 벌

이다가 피해자 이○걸의 손을 할퀸 바가 있는지 여부

(3) 청구인 최○진이가 피해자 이○걸의 동행요구에 불응하자 동 피해자가 혁띠를 잡아 끌어 강제로 동행한 것인지 여부

(4) 이 과정에서 청구인 이○호·김○구가 공동하여 위 강제동행을 저지하던 중에 피해자 이○걸을 폭행한 여부

(5) 법률문제로서

(가) 청구인 최○진의 툭툭친 행위가 폭행에 해당하는지 여부

(나) 청구인 최○진이가 강제동행에 항거하던 중에 빚어진 행위와 청구인 이○호·김○구의 제지행위가 정당행위 내지 정당방위 행위인지 여부

나. 일건 기록을 살피면

(1) 청구인 최○진의 툭툭친 행위에 대하여

청구인 최○진의 부인진술과 피해자 공○숙의 상반되는 진술이 있을 뿐, 당시 상황을 목격한 고객이나 ○○마트 종업원에 대한 조사가 일체 없어, 과연 그런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가 매우 어렵다. 따라서 피청구인이 위 고객 또는 종업원에 대한 조사를 다하지 아니하고 자의로 증거판단을 한 잘못을 인정할 수 있다.

(2) 청구인 최○진의 할퀸 행위에 대하여

동 청구인은 동행을 거부하면서 이끌려가지 않으려고 버티었을 뿐 할퀸적은 물론 아무런 폭행을 한 바 없다고 범행을 부인함에 반하여, 피해자 공○숙·이○걸·1차 동행을 요구한 바 있는 경찰관 오○영의 진술은 할퀸 바 있다는 내용으로서, 일응 범행을 인정할 수 있는 듯 하나, 두 피해자는 이해관계인의 진술인 점에서 오○영은 피해자 이○걸보다 먼저 동행을 요구하다가 거절당한 경찰관이라는 점에서 믿기 어려우므로 피청구인의 위 (1)항 기재와 같은 잘못을 인정할 수 있다.

(3) 강제동행인지 여부

피해자들과 청구인들 진술에 따르면, 임의동행을 거부함에도 불구하고 청구인 최○진의 혁띠를 잡아 끌어 112 순찰차에 태운 사실이 인정된다. 다만, 피해자 이○걸은 현행범 체포인 듯이 주장하나 동 피해자가 출동한 시간은 피해자 공○숙의 등을 툭툭친 범행이 종료된지 40여분이나 지난 때이므로 현행범으로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현행범 체포라는 피청구인의 주장은 부당하다.

(4) 청구인들의 공동폭행여부에 대하여

청구인들은 피해자 이○걸의 강제동행이 경찰관의 불법직무

집행행위이므로 이를 제지하기 위하여 동 피해자와 실랑이를 하다가 청구인 최○진의 요청으로 중단했을 뿐 폭행한 바가 없다고 범의를 부인하고 있는 반면, 피해자들과 위 오○영 경찰관의 진술은 피해자 이○걸의 잠바를 잡아 흔들고 성명미상 피의자는 동 피해자의 손을 꺾었다는 취지로서 위 (2)항에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믿기 어려우므로, 피청구인의 위 (1)항 기재와 같은 잘못을 인정할 수 있다.

(5) 툭툭친 행위가 폭행인지 여부에 관하여

타인의 신체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임이 분명하고 이 행위가 친지간에 있을 수 있는 행위가 아니라 의심을 가지고 모르는 여인의 등을 친 행위로서 불쾌감을 갖는 등 관용이 기대되지 아니한 행위이므로 폭행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툭툭친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는 위 (1)항에서 본 바와 같이 수사미진 상태에서 판단할 수 없고, 가사 그 행위가 있었음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행위시는 야간이 아니므로(일몰시간은 18시 47분 - 위 수사기록 14쪽) 죄명을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이 아니라 단순폭행으로 의율하였어야 할 것이며, 피해자가 경찰단계에서는 비록 일시적으로 흥분하여 처벌을 원하였다고 하더라도 그후 3개월여가 지난후인 1996. 7. 1.에 검찰에 송치되었으므로 검찰단계에서는 피해자의 심경변화가 있는지 여부도 확인하기 위하여 피해자를 환문하였어야 할 것이고, 처벌의사가 없다면 불기소의 주문이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이 가정의 경우라도 피청구인이 수사를 다하지 못하고 법령적용을 잘못한 점을 인정할 수 있다.

(6) 청구인들의 강제동행 저지중에 부득이 행하여진 폭행이 정당행위 또는 정당방위 행위인지 여부에 대하여,

성명미상 피의자가 피해자 이○걸의 손을 꺾은 행위는 별론으로 하고 청구인들의 저지행위는 즉 끌려가지 않으려고 버티거나 청구인 최○진과 피해자 이○걸의 사이에 끼어들어 동 이○걸의 잠바 등을 붙잡는 등 행위는 저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행위로서 사회상규에 반하지 아니하는 행위라고 보여진다. 따라서 이와 반하는 피청구인의 주장은 받아 들이지 아니한다.

(7) 그렇다면,

피청구인은 자의로 수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증거를 취사선택하거나 법령을 해석함으로써 청구인들에 대한 혐의를 인정하여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청구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하였다고 할 것이고,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함이 마땅하다

고 할 것이다.

4. 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가 있으므로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재 판 장 재 판 관 김 용 준

재 판 관 김 진 우

재 판 관 김 문 희

재 판 관 황 도 연

재 판 관 이 재 화

주 심 재 판 관 조 승 형

재 판 관 정 경 식

재 판 관 고 중 석

재 판 관 신 창 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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