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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1993. 3. 11. 선고 92헌마191 판례집 [기소유예처분취소]
[판례집5권 1집 170~188]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검사(檢事)의 기소유예처분(起訴猶豫處分)으로 인한 기본권침해(基本權侵害)가 인정된 사례

결정요지

당연히 의심을 갖고 조사해야 할 중요한 사항에 대하여 조사를 현저히 소홀히 하고, 피의사실(被疑事實)을 인정할 수 있는 증거(證據)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認識)하고도 자의적(恣意的)인 증거판단(證據判斷)에 의하여 청구인에 대하여 기소유예처분(起訴猶豫處分)을 한 것은 청구인에게 헌법상(憲法上) 보장(保障)된 평등권(平等權)과 행복추구권(幸福追求權)을 침해(侵害)한 것이다.

참조판례

1989.10.27. 선고, 89헌마56 결정 (판례집 1권, 309)

1992.6.26. 선고, 92헌마7 결정

1992.10.1. 선고, 91헌마169 결정

1992.11.12. 선고, 91헌마146 결정

당사자

청 구 인 이 ○ 훈

대리인 변호사 신 기 남 외 1인

피청구인 서울지방검찰청 검사

주문

피청구인이 1992.6.26. 서울지방검찰청 1992년 형제57435호 사건에 관하여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유

1. 사건개요

가. 1978.1.10.생인 청구인은 1992.6.13. 당시 만 14세로 성남중학교 2학년에 재학중이었다. 1992.6.13.은 토요일이어서 학교에서 귀가한 후 강남중학교 2학년 재학 중이며 만 13세인 청구외 강시구와 함께 남대문시장에 가서 약 3시간 동안 배회하였다. 이들을 소매날치기배로 의심한 서울경찰청 소속형사인 경찰관 이재창과 동 정용화는 같은 날 오후 10시경 청구인과 위 강시구를 소매치기범으로 검거하였다. 그리고 위 경찰관들은 청구인의 주머니에서 1,000원권 1매, 위 청구외 강시구의 주머니에서 5,000원권 1매, 1,000원권 2매를 찾아내었다.

경찰관들은 청구인과 위 청구외 강시구로부터 이들이 같은 날 4회에 걸쳐 위 8,000원을 합동하여 소매치기하였다는 자백을 받고 이들을 근처 중앙우체국 수위실에 데리고 갔다가 차를 태워서 서울지방경찰청에 데리고 가서 청구인이 같은 날 4회에 걸쳐 소매치기하였다는 자백을 한 피의자신문조서(강시구에 대하여는 진술조서)를 작성하였다.

그 자백내용은 다음과 같다.

(1) 1992.6.13. 15:20분경 서울 남대문시장 새로나백화점 노상에서 성명불상의 약 20대 중반의 여자가 왼쪽어깨에 핸드백을 메고 혼잡한 시장길을 걸어가고 있을 때, 위 청구외 강시구는 동 녀의 뒤에 서서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도록 몸으로 막아주면서 망을 보아주는 동안, 청구인은 동 녀의 좌측 옆에 바싹 붙어서 오른손으로 핸드백단추를 열고, 그 속에서 한국은행발행 1,000원권 1매를 소매치기 수법으로 합동절취하고,

(2) 같은 날 15:30경 위 남대문시장의 타바리떼건물 앞 의류판매 노점상에서 성명불상의 약 30대 가량의 여자가 핸드백을 우측어깨에 메고 의류를 고르고 있을 때, 청구인은 동 녀의 뒤에서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게 몸으로 막아주면서 망을 보아주는 동안, 위 강시구는 동 녀의 우측옆에 바싹 붙어서 오른손으로 핸드백단추를 열고, 그 속에서 한국은행발행 5,000원권 1매를 소매치기 수법으로 합동절취하고,

(3) 같은 날 15:35분 같은 장소에서 성명불상의 약 30대 가량의 여인이 핸드백을 우측어깨에 메고 의류를 구경하고 있을 때, 청구인은 전항과 같은 방법으로 핸드백 속에서 한국은행발행 1,000원권 1매를 소매치기 수법으로 합동절취하고,

(4) 같은 날 18:10분 위 새로나백화점 후문 앞 의류노점상에서 서울 성동구 용답동 36의 7 거주 청구외 박경자 만 26세 여인이 핸드백을 우측어깨에 메고 의류를 구경하고 있을 때, 청구인은 전항과 같은 방법으로 핸드백 속에서 한국은행발행 1,000원권 1매를 소매치기 수법으로 합동절취하였다.

나. 그러나 청구인이 자백한 위 범죄사실 중 위 (4)의 피해자라

는 청구외 박경자는 위 같은 날 돈을 소매치기당한 사실이 없고, 청구인을 검거한 경찰관인 위 청구외 이재창의 처이다.

한편 경찰관 이재창은 1992.6.13. 청구인과 위 청구외 강시구가 자백한 위 범죄사실 (4)에 관한 피해자진술조서를 작성함에 있어, 그 피해자라는 박경자에 대한 신문을 하지도 않고 동 박경자가 1992.6.13. 18:10분 남대문시장에서 어깨에 멘 핸드백 속에 있던 한국은행발행 1,000원권 1매를 소매치기당하였는데 형사들이 범인 2명을 잡아주어 1,000원을 회수하였다고 중앙우체국 경비실에서 진술하였다는 허위내용의 진술조서를 작성하였다. 위 경찰관 이재창은 동 진술조서 말미 진술자 서명날인난에 스스로 박경자라고 기명한 다음에 자신의 무인을 찍고 또 작성자라하여 동료경찰관 경장 오명환의 성명을 기명한 다음에 동 오명환의 인장을 날인하고, 입회인으로서 동료경찰관 순경 정용화의 서명을 기명한 다음에 동인의 도장을 날인하여 진술조서를 위조하여 수사기록에 편철하였다.

그리고 위 경찰관 이재창은 청구인과 위 강시구로부터 한국은행발행 1,000원권 3매, 5,000원권 1매를 압수하여 그 압수조서를 작성하고, 그 중 청구인으로부터 압수한 한국은행발행 1,000원권 1매에 대하여 위 박경자가 가환부신청하는 내용의 가환부신청서도 위 박경자 명의로 위조하고 검찰에 가환부지휘 품신을 하여 위 박경자에게 가환부하라는 지휘를 받아 동 박경자에게 가환부한 양 허위처리하였다.

다. 청구인에 대한 위 특수절도피의사건은 청구인이 자백한 범죄사실 모두 1992.6.18. 검찰에 송치되었고, 청구인은 송치된 당일 검사입회서기로부터 1회 신문을 받으면서 경찰에서 자백한 내용대

로 자백하였다. 그리고 1992.6.26. 위 자백한 내용과 같은 범행을 시인하면서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겠다는 서약서를 작성하여 검사에게 제출하였다.

라. 피청구인은 위 박경자에 대한 진술조서가 허위내용의 위조된 조서인 점을 모르고 1992.6.26. 청구인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이유로 기소유예처분하였다.

본 건 피의사실의 요지는 사법경찰관작성 의견서기재 범죄사실과 같은 바, 수사한 결과 피의사실은 인정되나 피의자는 중학교 2학년생으로 초범이고, 절취한 금액이 8,000원으로 사안이 경미하며, 절취한 현금이 모두 압수되었고,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겠다고 다짐하고 있으므로 선도위원의 선도를 조건으로 이번에 한하여 그 소추의 절차를 유예한다.

마. 그 후 청구인과 위 강시구는 귀가하여 범행을 부인하였고, 위 범죄사실 (4)의 피해자 박경자가 청구인으로부터 소매치기 당한 사실이 없으며 동 박경자에 대한 진술조서가 허위내용으로 위조된 사실이 드러났다. 청구인의 모인 청구외 이경숙은 청구인의 법정대리인으로서 청구인에 대한 재수사신청을 하였고, 위 청구외 강시구의 모인 청구외 장향순과 함께 1992.7. 위 박경자에 대한 진술조서를 위조한 위 경찰관 이재창 등을 고소하였다.

바. 청구인에 대한 재수사를 신청한 사건은 검찰에서 진정사건(92진정 제1256호)으로 처리하여 1992.8.18. 종전의 기소유예처분을 유지한다는 것으로 사건을 종결하였다. 한편 1992.8.19. 가정법원은 위 청구외 강시구에 대하여 소년법 제29조를 적용하여 보호처분을 할 필요가 없다고 인정된다는 이유로 불처분결정을 하였다.

그리고 피청구인은 위 경찰관 이재창에 대하여는 청구인과 위 강시구가 위 자백내용과 같이 소매치기를 한 것을 전제로 공문서위조·동행사, 사문서위조·동행사 및 업무상횡령죄로 공소제기한 결과 1992.10.19. 공소사실 그대로 인정되어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의 판결이 선고되었다.

사. 청구인은 1992.8.22.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그러므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대상은 피청구인이 1992.6.26. 서울지방검찰청 1992년 형제57435호 사건에 관하여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결정이 헌법상 보장된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였는지의 여부이다.

3. 청구인의 주장

청구인의 주장요지는 다음과 같다.

가. 청구인과 위 청구외 강시구는 소매치기를 한 사실이 없다. 서울지방경찰청 강력과 도범계 치기반 소속경찰관인 청구외 이재창과 동 정용화가 청구인과 위 강시구가 갖고 있던 돈을 소매치기한 돈이라고 단정하고 이를 부인하는 청구인과 위 강시구에 대하여 가혹행위를 하여 자백을 강박하므로 심신이 유약한 청구인과 청구외 강시구는 이를 이기지 못하고 하지도 않은 범행을 허위자백하였다. 형사들은 청구인 등을 경찰에 데리고 가서도 폭행과 협박을 계속하는 한편 자백만 하면 석방시켜 주겠다고 회유하기도 하여 허위자백을 한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하였다. 한편 경찰관들은 피해자가 없어 범행을 입증할 증거가 없으므로, 청구인과 위 강시구를 연행한 이재창 순경의 처인 청구외 박경자를 피해자로 꾸며서 그녀가

돈 1,000원을 소매치기 당하였다는 허위내용의 피해자진술조서를 위조하였다. 또한 소년인 청구인과 위 청구외 강시구는 워낙 경찰에서 시달림을 크게 받아 공포감이 남아 있었고 자백을 한 이상 이제와서 부인해 봐야 더 혼나기만 할 뿐 소용없다는 자포자기의 심정에서 검사의 입회서기의 신문에도 경찰에서 자백하였던 대로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나. 청구인과 위 강시구가 석방된 후에 억울한 사정을 호소하기 시작하자, 청구인의 부모도 사건이 조작되었다는 의심이 들어 진상을 조사해 보았다. 그 결과 소년들이 폭행과 협박 끝에 허위자백하게 된 경위와 절취하였다는 돈이 위 강시구의 누이인 강순옥이 준 돈인 사실과 피해자라는 청구외 박경자는 위 이재창 순경의 처이며 조작된 피해자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자체조사 끝에 피해자 진술조서를 조작한 청구외 이재창 순경을 허위공문서작성 혐의로 구속하여 기소하였으나 청구인과 청구외 강시구가 소매치기 범인임은 틀림없다는 식으로 강변을 계속하였다. 이재창 순경사건을 담당한 검사도 청구인에 대한 수사를 다시 하려는 의도를 갖지 않은 채 청구인의 신청을 단순한 진정사건(92진정 제1256호)으로 취급한 후, 검사는 경찰측의 일방적 주장만을 근거로 1992.8.18. 청구인에게 대한 종전의 기소유예처분을 그대로 유지하고 재수사를 펴지 않는 것으로 종결하였다.

다. 피청구인은 청구인들이 허위자백한 사실과 증거가 조작된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재수사를 하여 진실을 밝히려 하지 않았다. 검사 앞에서의 자백과 접견시의 시인은 어린학생으로서는 극도로 위축된 심정에서 감히 항거하지 못하고 빨리 석방되어 부모의

품에 돌아가기만을 원하여 경찰에서의 자백을 뒤엎지 못한 것이다. 증거를 조작하기까지 한 경찰관들이 범행현장을 목격하였다는 진술은 증거로 거론될 여지도 없다. 검사는 남대문 시장상인이나 위 강순옥을 신문한 바 없으며 남대문 시장상인들의 진술내용도 모호하다. 또 중앙우체국 수위들도 감히 폭행현장을 목격하였다고 진술하기는 어려운 사정에 있다. 청구인과 위 청구외 강시구는 모범생이고 가정도 화목하여 소매치기를 할 이유도 없고, 그런 능력도 없다. 또 소매치기를 검거하는 경찰관은 반드시 피해자와 증거물을 확보한다. 이제 필수적인 입증자료가 모두 쓸모없는 것이 된 지금 청구인과 위 청구외 강시구에게 혐의를 씌울 근거가 없다. 강시구에 대하여도 소년부 판사가 죄가 없다고 인정하고 1992.8.12. 불처분결정을 하였다. 피청구인은 범죄의 혐의가 없음이 명백한 사안을 놓고 자의적이고 타협적으로 기소유예처분을 함으로써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평등권과 헌법 제27조에 보장된 재판을 받아 무죄판결을 받을 권리를 박탈당하고 유죄판결에 준하는 취급을 받아 사회생활에 유형 무형의 불편을 받게 하여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

4. 피청구인의 답변

피청구인의 답변요지는 다음과 같다.

가. 이 사건 관련 경찰관들은 폭행사실을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고 경찰관들이 사람이 붐비는 시장안에서 청구인 등을 폭행하였다는 진술은 상식에 반하여 믿기 어려우며, 중앙우체국의 수위들도 폭행사실을 목격하지 못하였다고 진술하고 있고, 달리 청구인과 위 청구외 강시구의 진술이 임의성이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허위라는 증거가 없다. 오히려 청구인과 위 강시구가 경찰청에서 조사를 받을 때, 위 강시구의 어머니와 외삼촌인 청와대 경비단 근무 경찰관 장점동이 위 강시구를 면회하고 조사실 옆에서 기다리고 있었으며, 위 강시구는 체포 당일 어머니 및 외삼촌과 귀가하여 2일간 집에서 휴식을 취하였으나 가족들에게 범행을 부인하는 말을 전혀 하지 않았고, 청구인은 동대문경찰서 유치장과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어 있으면서 면회 온 어머니 이경숙에게 시장을 구경하다 용돈이 필요하여 돈을 훔치게 되었다고 범행이유를 이야기 한 바도 있다. 따라서 청구인과 위 강시구의 자백은 진술의 임의성과 신빙성이 있다.

나. 청구인과 청구외 강시구를 체포한 경찰관인 순경 이재창과 정용화는 남대문시장을 3시간여 동안 배회하는 청구인 등을 미행하여 4회의 범행을 목격하고 청구인 등을 체포하였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 시장상인 박형복, 임왕규, 이준상 및 주매실은 동 경찰관들이 청구인 등을 미행하는 것과 청구인과 위 청구외 강시구가 소매치기를 하려다 미수에 그치는 것을 목격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다. 또한 위 청구외 강시구는 같은 동료 경찰관인 청구외 장점동의 조카로서 동인이 선처를 부탁하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사실 등에 비추어 위 경찰관들의 진술은 신빙성이 있다.

다. 청구인과 위 청구외 강시구는 중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학생들로서 동료학생들의 용돈 사용규모 및 그 사용실태 등에 비추어 볼 때, 압수된 돈 8,000원이 위 강시구의 누이인 청구외 강순옥이 사건 10일 전에 준 10,000원 중 쓰고 남은 돈이라는 주장은 현실과 괴리된 것으로 타당성이 없다.

라. 청구인과 위 청구외 강시구가 자신들의 거주지인 신대방동에서 멀리 떨어진 남대문시장까지 나와 아무런 이유없이 시장안을 3시간이상 배회하였고 이 건 이전에도 남대문시장에 나온 일이 있었다. 청구인과 위 강시구처럼 친구들끼리 시장에 나와서 배회하는 소년들은 비행성이 농후하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청구인 등이 소매치기를 하였을 개연성이 있다.

마. 서울가정법원 92푸3414 특수절도사건에 대한 결정문에 의하면 소년법 제29조를 적용하여 보호소년에 대하여 보호처분을 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로 불처분결정을 하였는 바, 동 결정의 취지는 위 법 제29조 전단의 보호처분을 할 수 없는 경우가 아니고 단지 보호처분을 할 필요가 없는 경우임을 밝히고 있어 오히려 강시구의 촉법행위를 인정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바. 그러므로 피청구인의 기소유예처분은 타당한바, 피해자 진술조서가 위조되었다는 일부의 사실을 근거로 피의사실 전체가 허위라는 것은 논리의 비약에 불과하므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는 기각하는 것이 타당하다.

5. 판단

가. 이 사건 기소유예결정으로 인정된 피의사실들은 위 사건경위에서 본 바와 같이 청구인과 위 청구외 강시구가 합동하여 (1) 1992.6.13. 15:20분경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성명 미상의 여인이 어깨에 멘 핸드백 속에 든 한국은행발행 1,000원권 1매를 소매치기 하고,

(2) 같은 날 15:30분경 성명 미상의 여인이 어깨에 멘 핸드백 속에 든 한국은행발행 5,000원권 1매를 소매치기 하고,

(3) 같은 날 15:35분 성명 미상의 여인이 어깨에 멘 핸드백 속에 든 한국은행발행 1,000원권 1매를 소매치기 하고,

(4) 같은 날 18:30분 청구외 박경자의 어깨에 멘 핸드백에 든 한국은행발행 1,000원권 1매를 소매치기 하였다는 것이고, 그 방법은 청구인과 위 청구외 강시구 중 한 사람은 피해자의 뒤에서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도록 몸으로 막아주면서 망을 보아주는 동안, 다른 한 사람이 핸드백의 단추를 열고 그 속에서 돈을 꺼냈다는 것이다.

나. 이에 먼저 1992.6.26.에 한 이 사건 기소유예결정이 동 결정시를 기준하여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한 여부를 살펴본다.

(1) 동 사건에 대한 수사기록을 살펴보면 위 기소유예결정 당시 이들 피의사실들에 부합한 증거로는,

(ㄱ) 청구인이 자백한 내용의 검사 및 사법경찰리가 작성한 청구인에 대한 피의자 신문조서기재와 청구인이 작성하여 검사에게 제출한 서약서기재와 위 청구외 강시구가 자백한 내용의 사법경찰리가 작성한 위 강시구에 대한 진술조서기재와,

(ㄴ) 위 피의사실(4)에 관한 피해자라는 청구외 박경자에 대한 사법경찰리가 작성한 진술조서기재 및 (ㄷ) 한국은행발행 1,000원권 1매, 동 5,000원권 1매, 동 1,000원권 1매 및 동 1,000원권 1매와 이 돈들에 대한 압수조서기재가 있다.

(2) 그러나 위 (ㄱ)의 증거들은 청구인과 위 강시구의 자백일 뿐이다. (ㄴ)의 진술조서는 위 피의사실 (1), (2), (3) 및 (4)중 피의사실(4)에 관한 피해자진술조서로서 유일한 피해자진술조서이지만 동 증거는 위 기소유예결정 당시 드러나지는 않았으나 청구인들을

검거한 경찰관 이재창이 그 처인 박경자를 피해자로 조작한 허위내용인 위조된 문서이고 나머지 피의사실들은 그 피해자조차 특정되지 않았다. (ㄷ)의 압수조서는 청구인과 위 청구외 강시구의 옷주머니 등에서 나온 돈을 압수한 것으로, 위 (ㄱ)의 청구인과 위 청구외 강시구의 자백이 허위자백일 때, 또는 압수된 돈이 소매치기한 돈이 아닐 때, 이 사건 피의사실들을 인정할 증거가 되지 못한다.

(3) 한편 청구인은 겨우 14세, 위 강시구는 겨우 13세로 경찰관의 위협적 언동에 쉽사리 겁먹고 허위자백할 수 있는 어린 소년인 점, 이들은 무위도식하는 불량성 있는 소년이 아니라 중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학생인 점, 소매치기하였다는 일시는 토요일 방과 후인 오후이어서 중학생이 시장구경을 할 만한 일시인 점, 청구인과 위 강시구는 소매치기 기타 범죄행위의 전력이 없는 점, 가정환경도 청구인의 아버지는 건설업자이고 위 강시구의 어머니는 식당을 경영하고 있어서 청구인이나 위 강시구가 소매치기를 하여야 할 만한 환경에 있지 않은 점, 남대문시장과 같은 큰 시장에 물건을 사러오는 여인이 핸드백속에 1,000원권 1매나 5,000원권 1매만을 넣고 오는 일도 드문 일인데, 핸드백을 열고 소매치기 하였다는 돈도 네 번 모두 한국은행발행 1,000원권 또는 5,000원권 1매씩만 꺼냈다는 것이어서 이례적인 점, 이 사건 수사기록 4정 내지 7정에 편철된 서울지방경찰청 강력과 도범계 치기반 근무경장 오명화, 동 유정길, 순경 정용화, 동 금경록, 동 이재창이 작성한 현행범인체포보고서 기재에 의하면, 이들 경찰관들이 소매치기 단속목적으로 청구인과 위 강시구를 미행하였다는 바, 치기반 경찰관들이 소매치기 검거목적으로 미행하는 동안 들키지 아니하고 범인 한 사람은

피해자의 뒤에서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도록 막아주면서 망을 볼 때, 다른 한 사람은 피해자가 메고 있는 핸드백의 단추를 열고 그 속에 있는 돈을 재빨리 꺼낸다는 소매치기 방법은 소매치기에 숙련된 자나 할 수 있는 기술적인 방법이라고 할 것인데, 소매치기 전력이 없는 나이 어린 청구인과 위 강시구가, 경찰관들이 소매치기 검거목적으로 미행하는 동안 발각되지 아니하고 3차례나 연속적으로 그러한 방법으로 소매치기하였다는 것도 통상 생각하기 어려운 점, 그리고 경찰관이 이를 발견하였다면 즉시 검거하고 피해자도 확정하였을 것인데 그러하지 아니하고 네번째 피의사실만 피해자 진술조서가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수사전문가인 검사로서는 나이 어린 청구인과 위 강시구의 자백이 허위자백일 수도 있다는 점을 능히 의심하였을 것이고, 따라서 피의사실 넷 중 오직 (4)의 피의사실에 한하여만 특정된 피해자인 청구외 박경자라도 소환하여 신문하고 청구인을 검거한 경위에 대하여도 수사하였더라면 피의사실(4)의 피해자라는 박경자는 1992.6.26. 소매치기를 당한 사실이 없으며, 따라서 동 박경자에 대한 사법경찰리 작성 진술조서가 조작된 허위내용의 진술조서이고, 1992.6.26. 18:10분 박경자의 핸드백에서 한국은행발행 1,000원권 1매를 청구인과 위 강시구가 합동하여 소매치기하였다는 위 피의사실(4)에 대한 청구인과 위 강시구의 자백이 허위이며, 또한 경찰관들이 미행하는 가운데 연이어 3번 소매치기하였다면서 피해자도 특정되지 아니한 피의사실 (1), (2) 및 (3)에 대한 청구인과 위 강시구의 자백도 허위자백이라는 사실을 밝혀낼 수 있었을 것이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위와 같이 유일한 피해자로

특정된 박경자에 대한 신문도 하지 않고, 경찰관들이 미행하면서 3차례의 범행을 목격하거나 피해자를 특정하지 않고 네번째 범행시에 비로소 검거한 경위도 조사하지 않았으며, 또한 청구인에 대한 신문도 단 1회의 속칭 구류신문이라는 신문만 한 채 범죄전력도 없고 나이어린 청구인과 위 강시구의 자백만을 경신하여 청구인에 대하여 위 피의사실 전부에 대하여 기소유예결정을 한 것은 당연히 의심을 갖고 조사해야 할 중요한 사항에 대하여 조사를 현저히 소홀히 한 채 사건을 종결지은 것이라고 하겠고, 이로 인하여 청구인에게 헌법상 보장된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할 것이다.

다. 다음으로 청구인에 대한 재수사신청에 대하여 1992.8.18. 내사종결시까지 나타난 증거들까지 종합하여 살펴보면, 위 기소유예 결정으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청구인의 기본권이 침해된 사실을 더욱 명백히 알 수 있다.

(1) (가) 1992.8.18. 위 내사종결시까지 나타난 증거들을 이 사건기록과 수사기록에 의하여 살펴볼 때 이 사건 기소유예된 위 피의사실들 중 피의사실 (1), (2) 및 (3)에 부합하는 증거로는, (ㄱ) 위 나.에서 이미 본 바, 겨우 14세로 연소한 청구인이 자백한 내용의 검사 및 사법경찰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기재와 청구인이 작성하여 검사에게 제출한 서약서기재와 위 강시구가 자백한 내용의 동 청구인에 대한 사법경찰리가 작성한 진술조서기재와, (ㄴ) 검거한 경찰관 이재창에 대하여 검사가 작성 한 피의자신문조서 중 청구인에 대한 위 피의범죄사실들을 동 경찰관이 모두 목격하였다는 내용의 진술기재와 역시 검거한 경찰관 정용화에 대하여 검사가 작성

한 피의자신문조서기재 중 동 정용화가 위 피의사실 (1)을 목격하였다는 내용의 진술기재 및, (ㄷ) 1,000원권 2매, 5,000원권 1매 및 이 돈들에 대한 압수조서의 기재가 있다.

(나) 그러나, (ㄱ) 청구인과 위 강시구의 자백에 관하여 살펴보면, 청구인과 위 강시구는 그들이 검거되고 자백한 경위에 대하여 토요일 방과 후 친구인 위 강시구와 함께 남대문시장 구경을 나왔다가 청구인이 동행한 강시구로부터 돈 1,000원을 음료수를 사마시기 위하여 꾸어서 들고 가다가 땅에 떨어뜨려 이것을 주어들자 경찰관이 붙잡아 몇 번 하였느냐고 물어서 무슨 말이냐고 하였더니 돈을 몇 번 훔쳤느냐고 하여서 하지 않았다고 하니 경찰관이 무릎을 꿇리고 따귀를 때리고 기압을 주었고(수사기록 122정), 자백하면 집에 돌려 보낸다고 하는 바람에 겁먹고 경찰과 검찰에서 피의사실들을 자백한 것이라고 위 경찰관 이재창 등에 대한 위 형사사건에서 참고인으로 진술하고 있다. 청구인과 위 강시구는 나이가 겨우 만 14세, 만 13세의 어린 나이어서 경찰관의 위협적인 언사에 쉽사리 공포를 느끼고 자백하면 보내준다는 말에 넘어가기 쉬운 나이이며, 범죄전력도 없는 중학교 제2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으로 교내외 생활에서 불량성을 인정할 만한 자료도 없고, 가정환경도 위 나.에서 본 바와 같이 생업에 종사하는 보호자가 각 있어서 소매치기를 하여야 할 만한 환경도 아니고, 특히 위 피의사실(4)는 후술하는 바와 같이 완전히 조작된 사실인데도, 이 조작된 범죄사실(4)까지 자백한 점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의 특정도 없고, 소매치기 단속반 경찰관들이 청구인 등을 감시하면서 미행하는 동안에 발각되지 않고 위 나.에서 본 바와 같이 소매치기 전력도 없는 나이 어린

청구인과 위 강시구로서는 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방법으로 소매치기를 3회나 하였다는 것은 사리상 쉽게 인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범죄사실 (1), (2) 및 (3)에 대한 청구인과 위 강시구의 경찰 및 검찰에서의 자백도

경찰관의 위협에 겁먹고 허위자백한 것으로 봄이 경험칙과 논리칙에 합치한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피청구인이 이러한 믿기 어려운 자백이 기재된 사법경찰리와 검사가 작성한 청구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기재나 청구인이 작성하여 검사에게 제출한 서약서나 위 강시구에 대한 사법경찰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기재를 취신한 것은 자의적인 증거판단이라고 할 것이다.

(ㄴ) 청구인과 위 강시구를 미행하면서 청구인과 위 강시구의 위 피의사실 (1), (2) 및 (3)을 목격하였다는 경찰관들의 진술을 살펴볼 때, 첫째로 청구인과 위 강시구를 미행하면서 위 피의사실 (1), (2) 및 (3)을 목격하였다면, 미행한 경찰관은 혼자가 아닌데, 첫번째 범행 때 이를 목격하였으면 이 때 이미 검거하였을 것이지, 이를 목격하고도 그 뒤 3차례나 더 범행을 하도록 방치하여 피해자가 늘어나게 두었다는 것은 통상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다. 둘째로 경찰관이 혼자 미행한 것이 아닌데 3차례나 소매치기 현장을 목격한 소매치기 단속반 경찰관들이 단 한사람의 피해자의 주소, 성명도 파악하지 못하였다는 것도 통상 생각하기 어렵다. 경찰측은 피해자에게 피해액수도 적고 피해자진술을 하지 않으려 해서 피해자릍 특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나, 경찰관들이 그들이 주장하는 피해자들에게 주소, 성명을 문의하였다고 볼 자료도 없다. 뿐만 아니라 주소, 성명을 문의할 때 피해자 세사람이 모두 그 대답을 거부하였다는 것도 경험칙에 반한다. 셋째로 이들 경찰관들은 피의사실(4)에 관

하여 자기 처를 피해자로 조작하여 허위내용의 피해자진술조서를 위조까지 하고, 가환부서류까지 조작하여 피의사실(4)를 완전히 조작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 조작된 피의사실(4)까지 목격하였다고 진술한 자들의 진술이어서 이를 믿은 것은 경험칙, 논리칙에 현저히 반한다.

(ㄷ) 또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청구인과 강시구의 위 자백이 허위이고, 또 검사 작성의 강순옥, 장양순 및 강시구에 대한 각 진술조서의 기재에 의하면 위 강시구는 그의 누이인 청구외 강순옥으로부터 매달 10,000원을 받아 왔는데 압수된 위 8,000원은 1992.6.4.에 누이로부터 받은 10,000원 중 2,000원을 쓰고 남은 돈임이 입증되었다. 그러므로 이 압수물과 이 돈들에 대한 압수조서가 있다 하여 곧 위 피의사실 (1), (2) 및 (3)에 대한 증거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위 (ㄱ), (ㄴ) 및 (ㄷ)의 각 증거들에 의하여 위 피의사실 (1), (2) 및 (3)을 인정하여 기소유예처분한 것은 자의적인 증거판단에 의한 결정이라고 할 것이다.

(2) (가) 위 진정사건에 대한 내사종결시까지 나타난 증거를 이 사건기록과 위 수사기록에 의하여 살펴볼 때, 동 피의사실(4)에 부합되는 증거로는 (ㄱ) 청구인이 자백한 내용의 검사 및 사법경찰리가 청구인에 대하여 각 1회씩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기재와 청구인이 작성하여 검사에게 제출한 서약서기재와 위 강시구가 자백한 내용의 사법경찰리가 동 강시구에 대하여 작성한 진술조서기재와, (ㄴ) 청구인을 검거한 경찰관 이재창과 정용화가 이 피의사실을 목격하였다는 검사가 작성한 동 이재창, 동 정용화에 대한 각 진술조서기재와, (ㄷ) 사법경찰리가 작성한 위 박경자에 대한 진술조서기

재 및, (ㄹ) 한국은행발행 1,000원권 1매와 이에 대한 압수조서기재가 있다.

(나) 그러나 위 경찰관 이재창, 동 정용화에 대한 위 형사사건과 관련하여 검사가 작성한 위 박경자에 대한 진술조서기재에 의하면, 동 박경자는 청구인과 위 강시구를 검거한 경찰관인 위 이재창의 처로서 1992.6.13.에는 남대문시장에 간 바도 없고, 돈 1,000원을 소매치기 당한 사실도 없으며, 같은 날 동 여인이 소매치기 당하였다는 진술조서를 작성한 일도 없는 사실이 입증된다. 따라서 사법경찰리가 박경자에 대하여 작성한 위 (ㄷ)의 진술조서는 허위내용의 조서일 뿐만 아니라 경찰관 이재창에 의하여 위조된 조서이고, 1992.6.13. 18:10분 청구인과 위 강시구가 합동하여 박경자가 메고 있는 핸드백 속에서 한국은행발행 1,000원권 1매를 소매치기하였다는 피의사실(4)는 조작된 허위내용의 피의사실임이 명백히 드러났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청구인과 위 강시구가 이 피의사실(4)에 대하여 한 자백은 허위자백이며 피의사실(4)를 목격하였다는 경찰관 이재창 및 동 정용화의 진술 또한 허위진술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위 (ㄱ), (ㄴ)의 각 증거들을 믿는 것은 경험칙, 논리칙에 현저히 반하며, 이러한 증거들에 의하여 피의사실 (4)를 인정하는 것은 자의적인 증거취사라고 할 것이다. 또한 위 (ㄹ)의 증거는 동 피의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증거가 될 수 없다는 사실 등을 피청구인도 인식하였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이 위 피의사실(4)에 대하여 혐의있는 것으로 인정하고 위 기소유예결정을 내린 것은 자의적인 처분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3) 이상과 같이 위 내사종결시까지 나타난 증거들에 의할 때 동

내사종결로도 유지된 위 기소유예결정은 적법절차에 반하는 자의적인 결정임이 더욱 명백하고 이로 말미암아 청구인에게 헌법상 보장된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고 있음이 더욱 명백하다고 할 것이다.

6. 결론

필경, 피청구인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취소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조규광

재판관 변정수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한병채

재판관 이시윤

재판관 최광률

재판관 김양균

재판관 김문희

재판관 황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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