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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1. 2. 22. 선고 2000헌마704 공보 [기소유예처분취소]
[공보54호 255~257]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사건에서, 상해의 발생 여부 및 상해발생사실 인식 여부에 대한 수사가 미진하다는 이유로 검사의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한 사례

결정요지

피해자에게 형법 제257조 제1항에 규정된 상해로 평가될 수 있는 정도의 상해가 실제로 있었는지 및 그 상해가 차량과의 접촉으로 인한 것인지 여부와, 청구인인 피의자가 과연 상해의 발생사실을 알고 현장을 이탈하였는지 여부가 모두 의심스러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사건에서, 검사가 아무런 추가조사도 없이 곧바로 피의자의 혐의사실을 인정하고 기소유예처분한 것은 현저한 수사미진으로서, 청구인의 기본권인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다.

참조판례

헌재 1989. 10. 27. 89헌마56 , 판례집 1, 309

헌재 1992. 6. 26. 92헌마7 , 판례집 4, 462

대법원 1991. 6. 14. 선고 91도253 판결

대법원 1997. 12. 12. 선고 97도2396 판결

대법원 1999. 11. 12. 선고 99도3140 판결

대법원 1999. 12. 7. 선고 99도2869 판결

대법원 2000. 2. 25. 선고 99도3910 판결

대법원 2000. 3. 28. 선고 99도5023 판결

당사자

청 구 인 조○현

대리인 변호사 김순평

피청구인 서울지방검찰청 북부지청 검사

주문

피청구인이 2000. 8. 10. 서울지방검찰청 북부지청 2000년형제39681호 사건에 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이 사건 기록과 청구인에 대한 서울지방검찰청 북부지청 2000년형제39681호 불기소사건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가.청구인은 2000. 6. 29. 서울북부경찰서에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도주차량)위반 피의자로 입건되었는바,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2000. 6. 28. 00:35경 그 소유의 아반테 승용차량을 운전하여 서울 강북구 ○○○동 760의 2 앞 이면도로 삼거리에서 주차할 곳을 찾아다니면서 차를 돌리기 위하여 후진하던 중 마침 그곳 슈퍼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아 술을 마시던 청구외 유○두(남, 39세)의 의자다리부분을 위 차량 좌측 뒷바퀴부분으로 충돌, 그 충격으로 위 청구외인에게 전치 2주일간의 우측흉부좌상의 상해를 입힌 후, 사고현장에서 아무런 구호조치없이 도주하였다.

나.피청구인은 위 사건을 수사하여 2000. 8. 10. 혐의를 인정하고 청구인을 기소유예처분하였다.

다.이에 대하여 청구인은, 그가 교통사고를 야기한 후 구호조치없이 도주한 것이 아님에도, 피청구인이 위 혐의를 인정하여 기소유예처분한 것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하였다는 이유로 그 취소를 구하면서 2000. 11. 8.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하였다.

2. 판 단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제1항이 정하는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에 의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라 함은 사고운전자가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기 이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하여 사고를 낸 자가 누구인지 확정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대법원 2000. 3. 28. 선고 99도5023 판결; 2000. 2. 25. 선고 99도3910 판결; 1999. 12. 7. 선고 99도2869판결 등 참조). 따라서 위 도주운전죄가 성립하려면 먼저 피해자에게 사상의 결과가 발생하여야 하고, 또한 이는 사

람을 사상하였다는 사실을 인식할 것을 필요로 하는 고의범이다(대법원 1999. 11. 12. 선고 99도3140 판결; 1991. 6. 14. 선고 91도253 판결 등 참조).

그러므로 이 사건 청구인의 소위가 이들 요건을 충족하고 있는지 여부를 살핀다.

가. 상해의 발생에 관하여

먼저 위 청구외인이 위 차량과의 접촉으로 인하여 상해를 입었는지 여부를 보면, 청구인 스스로 후진 중 무엇인가 충격되는 느낌이 있어 즉시 정차하였다고 주장하므로 위 차량과 어떤 물체와의 접촉이 있었다는 것은 추지되지만, 과연 차량의 어느 부분이 위 청구외인의 신체 어느 부위 또는 동인이 앉아 있던 의자의 어느 부분이 접촉되었는지 분명치 않다. 기록에 의하면 위 청구외인은 의자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는 것이고, 전치 2주의 우측흉부좌상을 입었다는 것인바, 피청구인이 인정한 피의사실대로 차량의 좌측뒷바퀴가 위 청구외인이 앉아있던 의자의 다리를 충격하여 그 여파로 청구인이 우측흉부좌상을 입게 되었다면 위 청구외인이 충격에 놀라 일어서면서 식탁에 가슴부분을 부딪혀 상해를 입게 되었다는 것인지, 아니면 의자가 위 충격으로 넘어가면서 위 청구외인이 땅바닥에 쓰러져 다쳤다는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어떤 경위로 상해를 입게 된 것인지 분명치 않고, 한편 위 청구외인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위 차량의 뒷밤바부분으로 가슴부분인지 옆구리부분인지 부딪친 사실이 있다”고 진술하다가 다시 “술을 많이 마신 상태라 잘 모르겠으나, 제 몸이 차량에 부딪친 것이 맞다고 봅니다”라고 진술하기도 하였으며, 그 충격의 정도는 “살짝 스치는 정도의 충격”이라고 진술하고 있어(수사기록 21면), 위 청구외인이 과연 차량의 어느 부분에 충격을 받은 것인지, 그 충격으로 인하여 요치 2주의 우측흉부좌상을 입은 것인지가 매우 의심스럽다. 더욱이 사고현장에 있던 슈퍼 주인 청구외 오○환의 진술(수사기록 26면 이하)에 의하면, 아무런 충격음이나 비명도 없었으며 당시 사람이 다칠만한 교통사고가 아닌 것으로 생각되는데, 청구인이 귀가한 후 위 청구외인과 함께 술을 마시던 자가 위 청구외인을 부추겨 사고신고를 한 것이며, 위 청구외인 일행은 평소 항시 술에 취한 채로 다니는 자들로서 그가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다고 하나 밤에는 귀가하여 집에서 지냈고, 그 가족이 그 기간 중에도 술을 사러 왔었다는 등의 진술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피청구인은 위 청구외인이 사고 후 이틀이나 지나서 발급되어 제출한 진단서만을 덮어놓고 믿을 것이 아니라, 위 진단서가 위 청구외인이 호소하는 통

증 외에 다른 객관적인 자료가 있어 발급된 것인지 또 입원 중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치료를 받은 것이 있는지 등을 조사하여, 실제로 객관적으로 상해가 있었는지 여부를 가리고, 그 상해가 위 차량과의 접촉으로 인한 것인지 여부를 밝혔어야 할 것이며, 나아가 위 상해라는 것이 “생명·신체에 대한 단순한 위험에 그치거나 형법 제257조 제1항에 규정된 상해로 평가될 수 없는 정도의 극히 하찮은 상처로서 굳이 치료할 필요가 없는 것”에 불과한 정도는 아니었는지 여부(대법원 2000. 2. 25. 선고 99도3910 판결; 1997. 12. 12. 선고 97도2396판결 등 참조)까지도 함께 조사하여 보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나. 도주의 고의에 관하여

청구인은 위 청구외인이 만취상태에서 횡설수설하며 막무가내로 병원에 가자고 하였으나 아무런 외상도 없어서 공연한 시비로 알고 이를 거절하였으며, 또 나중에는 위 청구외인이 “갈려면 가라”고 하므로 부근에 차량을 주차하고 귀가하였다는 것이고, 위 청구외인 역시 사고 당시에는 아무런 통증도 느끼지 못하였으나 다만 술이 깬 후에 아플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하고 청구인 귀가 이후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에 항의하였다는 것(수사기록 28면)이다.

그렇다면, 청구인은 위와 같은 상황에서 위 청구외인이 양해를 한 것으로 오인하고 현장을 떠났다고 볼 여지도 없지 않으며, 또 위 청구외인의 상해가 외관상 쉽게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자신조차도 현장에서 통증을 느끼지 못하였다는 것이므로, 과연 청구인이 위 청구외인이 상해를 입은 사실을 인식하고도 필요한 조치없이 고의로 도주하였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매우 의문이다(대법원 1999. 11. 12. 선고 99도3140 판결 참조).

다. 소 결

사정이 위와 같음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이 이 사건을 송치받은 후 달리 아무런 수사를 진행하여 보지도 않고서 곧바로 기소유예처분한 것은, 피청구인이 자의로 수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증거의 취사선택 또는 법령의 해석을 제대로 하지 아니함으로써 청구인의 혐의를 인정하는 처분을 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이는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밖에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있어 피청구인의 청구인에 대한 불기소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이영모 한대현 하경철

김영일(주심)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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