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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5. 5. 26. 선고 2004헌마49 판례집 [계호근무준칙 제298조 등 위헌확인]
[판례집17권 1집 754~771]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1.법무부 훈령인 계호근무준칙 제298조 제1호·제2호에 대해 공권력행사성과 직접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2.검사조사실에서의 구속 피의자에 대한 계구사용에 관한 원칙

3.검사조사실에서의 계구사용을 원칙으로 정한 위 계호근무준칙조항과, 도주, 폭행, 소요, 자해 등의 위험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거나 예견되지 않음에도 여러 날 장시간 피의자신문을 하면서 계구로 피의자를 속박한 행위가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적극)

결정요지

1.계호근무준칙(2000. 3. 29. 법무부 훈령 제422호로 개정된 것) 제298조 제1호·제2호(이하 ‘이 사건 준칙조항’이라 한다)은 행정규칙이기는 하나 검사 조사실에서의 계구사용에 관한 재량권 행사의 준칙으로서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시행되어 그 내용이 관행으로 확립되었다 할 수 있는 것으로, 이 사건 준칙조항을 따라야 하는 검사 조사실 계호근무자로서는 검사 조사실에서 수용자가 조사를 받는 동안에는 그 때 그 때 개별적으로 상관에게 요청하여 그 지시를 받아 계구사용의 해제 여부를 결정할 여유가 사실상 없기 때문에 일단은 재량의 여지없이 원칙적, 일률적으로 계구를 사용하여 수용자를 결박한 상태에서 계호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 준칙조항은 이와 같은 재량 없는 집행행위를 통하여 계호대상이 되는 수용자에게 직접적으로 계구사용으로 인한 기본권제한의 효력을 미치게 된다고 볼 수 있다.

2.수형자나 미결수용자에 대한 계호의 필요에 따라 수갑, 포승 등의 계구를 사용할 수 있지만 구금된 자라는 이유만으로 계구사용이 당연히 허용되는 것이 아니고 계구사용으로 인한 신체의 자유의 추가적 제한 역시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므로 구속 피의자에 대한 계구사용은 도주, 폭행, 소요 또는 자해나 자살의 위

험이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드러난 상태에서 이를 제거할 필요가 있을 때 이루어져야 하며,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여야 한다. 검사가 검사조사실에서 피의자신문을 하는 절차에서는 피의자가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기의 방어권을 충분히 행사할 수 있어야 하므로 계구를 사용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원칙이고 다만 도주, 폭행, 소요, 자해 등의 위험이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계구를 사용하여야 할 것이다.

3.검사실에서의 계구사용을 원칙으로 하면서 심지어는 검사의 계구해제 요청이 있더라도 이를 거절하도록 규정한 계호근무준칙의 이 사건 준칙조항은 원칙과 예외를 전도한 것으로서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청구인이 도주를 하거나 소요, 폭행 또는 자해를 할 위험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여러 날, 장시간에 걸쳐 피의자 신문을 하는 동안 계속 계구를 사용한 것은 막연한 도주나 자해의 위험 정도에 비해 과도한 대응으로서 신체의 자유를 제한함에 있어 준수되어야 할 피해의 최소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고, 심리적 긴장과 위축으로 실질적으로 열등한 지위에서 신문에 응해야 하는 피의자의 방어권행사에도 지장을 주었다는 점에서 법익 균형성도 갖추지 못하였다.

재판관 송인준, 재판관 주선회의 반대의견

이 사건에서 청구인에게 사용된 포승 및 수갑은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사실에 관하여 첨예하

게 대립되는 조사를 받고 있던 청구인의 도주, 자해 등과 같은 돌발적인 상황을 사전에 예방하여 청구인과 타인의 생명·신체의 안전을 지키고 시설 내의 질서유지를 확보하기 위해 그 사용필요성이 긴절한 것이었다. 검사조사실의 열악한 인적·물적 계호현황을 감안할 때 수감이후 청구인을 관찰하고 계호해온 피청구인의 입장에서 포승과 수갑을 사용하여 청구인을 계호한 것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거나 계호목적 달성을 위해 과잉한 수단을 선택하였다고는 볼 수 없다. 검사조사실에서의 이 사건 계구사용행위는 행형법 제14조 제1항, 동법시행령 제46조 제1항 등 법령에 근거한 정당한 계호목적을 위하여

불가피한 최소한의 조치로 볼 수 있고, 따라서 이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기본권이 제한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두고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난 위헌적인 공권력행사라고는 볼 수 없다.

심판대상조문

계호근무준칙(2000. 3. 29. 법무부훈령 제422호로 개정된 것) 제298조(검사조사실 근무자 유의사항) 검사조사실 계호근무자는 다음 사항에 유의하여야 한다.

1.계구를 사용한 채 조사실 안에서 근접계호를 하여야 한다.

2.검사로부터 조사상 필요에 따라 계호근무자의 퇴실 또는 계구의 해제를 요청 받았을 때에는 이를 거절하여야 한다. 다만, 상관으로부터 지시를 받았을 때에는 예외로 한다.

3.~5. 생략

참조조문

행형법 제14조(계구) ① 교도관은 수용자의 도주·폭행·소요 또는 자살의 방지 기타 교도소 등의 안전과 질서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계구를 사용할 수 있다.

② 계구의 종류는 다음과 같다.

1. 포승

2. 수갑

3. 사슬

4. 안면 보호구

③ 계구는 징벌의 수단으로 사용하여서는 아니된다.

④ 계구의 종류별 사용요건 및 사용절차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되, 계구의 모양·규격 및 사용방법 등에 관한 사항은 법무부장관이 정한다.

행형법시행령 제45조(계구의 사용) 계구는 당해 소장의 명령없이 사용하지 못한다. 다만, 긴급을 요하는 때에는 사용 후 즉시 소장에게 보고하여야 한다.

행형법시행령 제46조(계구의 종류별 사용요건 등) ① 포승과 수갑은 소요·폭행·도주 또는 자살의 우려가 있는 자와 호송중의 수용자에게, 안면보호구는 제지에 불응하고 고성을 발하거나 자해의 우려가 있는 수용자에게 각각 사용한다.

②, ③ 생략

계구의제식과사용절차에관한규칙(1995. 5. 3. 법무부훈령 제333호로 개정된 것) 제4조(계구의 사용요건) ① 소장은 다음 각 호의1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을 때에는 수용자에게 계구를 사용할 수 있다.

1. 이송 및 출정을 위한 호송 기타 교정시설 이외의 장소에서 수용자를 호송할 때

2. 도주·자살·자해·폭동 등(이하 “교정사고”라 한다)의 예방을 위하여 필요한 때

3.~5. 생략

②, ③ 생략

참조판례

1. 헌재 2002. 7. 18. 2001헌마605 , 판례집14-2, 84, 93

헌재 1995. 2. 23. 90헌마214 , 판례집 7-1, 245, 254

2. 헌재 2003. 12. 18. 2001헌마163 , 판례집 15-2, 562, 575-576

3. 헌재 2003. 12. 18. 2001헌마163 , 판례집 15-2, 562, 576-580

당사자

청 구 인 송○율

법무법인 한결

대리인 변호사 박영립 외 11인 (그 명단은 별지 1 기재와 같다)

피청구인 서울구치소장

주문

1.계호근무준칙(2000. 3. 29. 법무부훈령 제422호로 개정된 것) 제298조 제1호·제2호는 헌법에 위반된다.

2.2003. 10. 24.경부터 같은 해 11. 6.까지 사이에 수회에 걸쳐 청구인이 서울지방검찰청 검사조사실에서 피의자신문을 받는 동안 수갑과 포승으로 계속 청구인의 신체를 결박해 둔 피청구인 산하 교도관의 행위는 청구인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서 위헌임을 확인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청구인은 독일 거주 사회학자로서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에서 입국한 다음 수사를 받다가 구속되어 2003. 10. 22.경 서울구치소에 수용되었다.

(2)청구인은 2003. 10. 24.경부터 같은 해 11. 6.까지 사이에 수회에 걸쳐 서울지방검찰청 검사조사실에서 피의자신문을 받았는데 그 대부분의 시간 포승과 수갑으로 신체가 결박된 채 신문을 받았다.

(3)청구인은 2004. 1. 16. 위와 같은 계구사용으로 인해 신체의 자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등 기본권이 침해되었다고 하여 피청구인의 위 계구사용행위 및 계호근무준칙 제298조의 각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심판대상은 다음 두 가지이다.

ⓛ2003. 10. 24.경부터 같은 해 11. 6.까지 사이에 수회에 걸쳐 청구인이 서울지방검찰청 검사조사실에서 조사를 받는 동안 수갑과 포승으로 계속 청구인의 신체를 결박해 둔 피청구인 산하 교도관의 행위(이하 ‘이 사건 계구사용행위’라고 한다)의 위헌 여부

② 계호근무준칙(2000. 3. 29. 법무부훈령 제422호로 개정된 것) 제298조 제1호·제2호(이하 ‘이 사건 준칙조항’이라고 한다)의 위헌 여부

청구인은 “제298조”를 심판대상으로 표시하였으나 그 구체적 주장을 보면 검사조사실에서 계구를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같은 조 제1호·제2호가 위헌이라는 내용일 뿐 그 전체가 위헌이라는 취지는 아니므로 위와 같이 그 중 제1호 및 제2호만을 심판대상으로 한다. 이 사건 준칙조항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계호근무준칙 제298조(검사조사실 근무자 유의사항) 검사조사실 계호근무자는 다음 사항에 유의하여야 한다.

1.계구를 사용한 채 조사실 안에서 근접계호를 하여야 한다.

2.검사로부터 조사상 필요에 따라 계호근무자의 퇴실 또는 계구의 해제를 요청받았을 때에

는 이를 거절하여야 한다. 다만, 상관으로부터 지시를 받았을 때에는 예외로 한다.

3.제2호 단서규정에 의하여 계구를 사용하지 않거나 계호근무자가 조사실 밖에서 근무하게 될 경우에는 창문을 닫고 출입문에 접근하여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자세로 근무에 임하여야 한다.

4.조사 중 수용자에게 금지된 담배, 술 등을 제공하려 할 때에는 이를 제지하여야 한다. 다만, 식사의 제공은 감독자의 지시를 받아 허가할 수 있다.

5.권총, 교도봉, 가스총 등 보안장비를 휴대하여야 한다.

행형법 제14조(계구) ① 교도관은 수용자의 도주·폭행·소요 또는 자살의 방지 기타 교도소 등의 안전과 질서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계구를

사용할 수 있다.

② 계구의 종류는 다음과 같다.

1. 포승

2. 수갑

3. 사슬

4. 안면 보호구

③ 계구는 징벌의 수단으로 사용하여서는 아니된다.

④ 계구의 종류별 사용요건 및 사용절차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되, 계구의 모양·규격 및 사용방법 등에 관한 사항은 법무부장관이 정한다.

행형법시행령 제45조(계구의 사용) 계구는 당해 소장의 명령 없이 사용하지 못한다. 다만, 긴급을 요하는 때에는 사용 후 즉시 소장에게 보고하여야 한다.

제46조(계구의 종류별 사용요건 등) ① 포승과 수갑은 소요·폭행·도주 또는 자살의 우려가 있는 자와 호송중의 수용자에게, 안면보호구는 제지에 불응하고 고성을 발하거나 자해의 우려가 있는 수용자에게 각각 사용한다.

계구의제식과사용절차에관한규칙 제4조(계구의 사용요건) ① 소장은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을 때에는 수용자에게 계구를 사용할 수있다.

1.이송 및 출정을 위한 호송 기타 교정시설 이외의 장소에서 수용자를 호송할 때

2.도주·자살·자해·폭동 등의 예방을 위하여 필요한 때

2. 청구인의 주장 및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

(1) 청구인은 검찰청 조사실에서 조사를 받는 기간동안 보통 1일 4시간 이상 조사를 받았는데 그 동안 계속 수갑과 포승에 묶인 채 불편한 의자에 앉아 있어야 했으므로 심신의 건강이 악화되었고 수치심, 당혹감을 느꼈으며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방어권 행사에도 지장을 받았다. 청구인은 조사를 받을 것을 각오하고 귀국하여 소환조사에 계속 협조하였으므로 도주우려가 없었을 뿐 아니라 조사실과 복도에 설치된 문을 잠그고 교도관이 출입문에서 지키는 방법만으로도 도주를 막기에 충분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사를 받는 동안 미결수용자인 청구인에게 계속 수갑, 포승을 사용하여 과도하게 신체를 구속

한 이 사건 계구사용행위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고 무죄추정원칙에도 위배된다.

(2) ‘도주, 폭행, 소요 또는 자살의 방지 기타 교도소 등의 안전과 질서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인지를 불문하고 검사조사실에서 항상 계구를 사용하도록 규정한 이 사건 준칙조항은 상위법인 행형법에 위배될 뿐 아니라 헌법에도 위배된다.

나. 피청구인의 주장

(1) 청구인은 행형법 제6조에 의한 청원을 하거나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음에도 이러한 사전 구제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하였으므로 이 심판청구는 보충성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고 이미 수사가 종결되었으므로 권리보호이익도 소멸되었다.

(2) 계호교도관이 심각하게 부족한 현실이고, 수용자의 성향이나 신체적 조건 등에 개별적 차이가 많아 그 때 그 때 어느 정도의 계호가 필요한지 판단하여 계구를 해제해 주기가 어렵다. 서울지방검찰청의 경우 검찰청 직원, 피조사자, 민원인 등 수많은 사람이 드나들어 출입문을 잠그거나 출입을 통제하기가 어렵고, 창문을 통하여 도주하거나 사무용품을 무기로 이용하여 교도관의 제지를 막고 도주하는 것도 가능하다. 계호교도관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계구를 해제하면 도주를 더욱 부추길 수 있으며 현재와 같이 수용자가 사복을 입는 상황에서는 도주사고가 빈발할 수 있다.

계구를 사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편안하게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원칙에 동의하나 계호인력, 일부 검찰청의 조사 환경 등 현실이 위와 같으므로 신체에 대한 제약이 적은 수갑과 포승을 사용하여 최소한의 안전을 확보할 수밖에 없다.

(3) 청구인이 계구를 사용한 채 검사실에서 조사를 받은 시간은〔별지 2〕기재와 같다. 청구인이 교수의 신분이라 해도 청구인에 대해서만 특별한 계호를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청구인의 경우 포승을 느슨하게 해주었고 계호인력을 증강한 다음 2003. 11. 10.부터 같은 달 17.까지 사이에 5회의 조사를 받을 때에는 계구를 해제하여 조사를 받도록 배려하였다. 청구인의 경우 구속에 대한 불만으로 묵비권을 행사하는 등 검찰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도주우려 보다는 조사과정에서 흥분하여 자해나 자살을 기도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컸다.

계호의 불가피성 때문에 법률에 근거하여 계구를 사용하는 것은 무죄추정

원칙과는 직접적 연관이 없다.

(4)계호의 법적 책임은 검사가 아닌 계호교도관에게 있다. 검사조사실은 실내이기는 하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구조상 사고 위험성이 높고 검사나 수사관은 계호에 협조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계호근무자는 검사나 수사관의 계구해제 요청이 있다고 해도 이에 따를 수 없는 경우가 있다.

(5)검사실의 시설·구조를 개선하고 조사실시 중의 검사에게 계호권을 인정하는 등으로 제도를 개선하여 계구사용의 필요성을 감소 또는 해소시키는 것이 바람직하겠으나 당시의 여건하에서는 청구인에 대한 계구사용은 불가피하였다.

다. 법무부장관의 의견

피청구인의 주장과 대체로 같다.

3. 적법요건에 대한 판단

가. 행정조직 내부에서만 효력을 갖는 행정규칙이라 하더라도 재량권행사의 준칙인 행정규칙이 그 정한 바에 따라 되풀이 시행되어 행정관행이 이룩되어 평등의 원칙 등에 따라 행정기관이 그 규칙에 따라야 할 자기구속을 당하게 되는 경우에는 대외적 구속력을 가지게 되어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있고(헌재 2002. 7. 18. 2001헌마605 , 판례집14-2, 84, 93 참조), 한편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법령은 그 법령에 기한 다른 집행행위를 기다리지 않고 직접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법령이어야 하지만 예외적으로 법령이 일의적이고 명백한 것이어서 집행기관이 심사와 재량의 여지없이 그 법령에 따라 일정한 집행행위를 하여야 하는 때에는 당해 법령을 헌법소원의 직접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헌재 1995. 2. 23. 90헌마214 , 판례집 7-1, 245, 254). 이 사건 준칙조항은 행정규칙이기는 하나 검사 조사실에서의 계구사용에 관한 재량권 행사의 준칙으로서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시행되어 그 내용이 관행으로 확립되었다 할 수 있는 것으로, 이 사건 준칙조항을 따라야 하는 검사조사실 계호근무자로서는 검사조사실에서 수용자가 조사를 받는 동안에는 그때그때 개별적으로 상관에게 요청하여 그 지시를 받아 계구사용의 해제 여부를 결정할 여유가 사실상 없기 때문에 일단은 재량의 여지없이 원칙적, 일률적으로 계구를 사용하여 수용자를 결박한 상태에서 계호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 준칙조항은 이와 같은 재량 없는 집행행위를 통하여 계호대상이 되는 수용자에게 직접적으로 계구사용으로 인한 기본권제한의 효력을 미치게 된다고 볼 수 있고 이러한 상황은 청구인의 경우에도 실제로 동일하게 발

생하였다.

또 이 사건 계구사용행위는 우월적 지위에서 수용자에게 일방적으로 강제하는 성격을 가진 권력적 사실행위로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공권력행사에 해당하고 이 사건 준칙조항에 따른 계호근무자의 위와 같은 일률적 집행과 결합하여 청구인에게 직접적인 효력을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나. 행형법 제6조 제1항은 청원제도를 규정하고 있으나 그 처리기관이나 절차 및 효력 면에서 권리구제절차로서는 불충분하고 우회적인 제도이므로 헌법소원에 앞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사전구제절차라고 보기는 어렵고 이 사건 준칙조항에 대해서는 그 효력을 다툴 수 있는 다른 방법도 없으며 이 사건 계구사용행위는 이미 종료되었으므로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의 대상으로 인정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설사 그 대상이 된다고 하더라도 소의 이익이 부정될 가능성이 많아 청구인으로서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는 외에 달리 효과적인 구제방법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보충성의 원칙에 대한 예외에 해당된다(헌재 2003. 12. 18. 2001헌마163 , 판례집 15-2하, 562, 572-573 참조).

한편 이 사건 계구사용행위는 2003. 11. 6. 종료되었으므로 이에 대해 심판을 구할 청구인의 주관적인 권리보호이익은 이미 소멸되었다. 그러나 구속피의자에 대해 피의자신문을 하는 동안 검사조사실에서 계구를 사용하는 실무집행은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고 청구인의 경우에도 반복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기본권 침해사유의 반복가능성 그리고 계구사용으로 인한 신체의 자유의 심각한 제한 등을 고려하면 검사조사실에서 조사를 받는 미결수용자에 대한 계구사용에 관한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이 인정되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의 이익을 인정할 수 있다.

4. 본안에 대한 판단

가. 계호근무준칙의 위헌성

(1) 교도소, 구치소 등 수형자나 미결수용자의 수용시설에서 구금확보를 위해 장애가 되는 요인들을 예방하고 배제하며 수용자나 제3자의 생명·신체·재산에 대한 장애나 위험을 예방·배제하기 위하여 필요에 따라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하므로 교정공무원에게는 신체적인 유형력 행사, 교도봉·가스분사기·최루탄 등의 보안장비나 무기를 사용한 강제력 행사 등의 권한을 포함하는 계호권이 주어지는데 이러한 계호권에는 포승, 수갑 등의 계구를 사용할 권한도 들어 있다(행형법 제3장 및 같은 장 제14조 참조). 이와 같이 계구는 계호의 필요에 의해 사용할 수 있지만 그 사용이 불가피한 경우에도 꼭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을 뿐, 일단 구금된 자라는 이유만으로 계구사용이 당연히 허용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포승, 수갑 등을 사용한 신체의 결박은 자연스러운 거동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매우 불편하게 만들 뿐 아니라 종종 심리적 위축까지 수반하며 장시간 계속될 경우 심신에 고통을 주

거나 나아가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고 사용하는 방법에 따라서는 인간으로서의 품위에까지 손상을 줄 수도 있다. 그러므로 계구를 사용한 신체의 자유의 추가적 제한 또한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른 기본권 제한의 한계를 지켜야 하고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정성, 피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을 갖춤으로써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하지 않아야 한다. 과도한 계구사용은 이와 같이 신체의 자유, 나아가 인간의 존엄성의 침해가 될 수 있다. 특히 미결수용자의 경우에는 무죄추정원칙에도 불구하고 수사나 재판의 필요성 때문에 불가피하게 구금한 것이므로 그 자유제한은 불가피한 정도에 그칠 필요성이 더욱 요구된다. 2004. 12. 18. 선고 2001헌마163 결정에서 우리 재판소는 수용자에 대한 계구사용은 도주, 가해, 자살 등을 막기 위해 사용할 수 있으나 분명하고 구체적인 위험이 있는 상태에서 이를 제거하기 위해 필요한 만큼만 사용되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2) 행형법 제14조에서는 계구의 사용요건과 종류 등을 규정하고 있고 행형법시행령은 이를 더 구체화하고 있다. 위 제14조 제1항은 계구를 사용할 수 있는 사유에 관하여 “수용자의 도주·폭행·소요 또는 자살의 방지 기타 교도소 등의 안전과 질서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라고 하고 있다. 또 위 법 시행령 제46조에서는 계구의 종류별 사용요건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데 그 중 제1항은 “포승과 수갑은 소요·폭행·도주 또는 자살의 우려가 있는 자와 호송중의 수용자에게” 사용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45조에서는 “계구는 당해 소장의 명령 없이 사용하지 못한다. 다만, 긴급을 요하는 때에는 사용 후 즉시 소장에게 보고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나는 청구인과 피청구인의 주장과 자료에 의하면 원칙적으로 구속된 상태에 있는 모든 피의자나 피고인은 검사 조사실에서 조사를 받는 시간 중 계구로 결박된 상태에서, 그리고 계호교도관이 같은 방에서 계호를 하는 상태에서, 조사를 받는 것이 확립된 관행으로서 검사가 계구를 해제하라고 요구하는 경우에도 계호교도관은 이 사건 준칙조항에 따라 이에 바로 응하지 않고 지휘계통을 따라 상급자에게 보고하여 승인을 받아야만 비로소 해제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3) 결국 구속 피의자에 대한 계구의 사용은 도주, 폭행, 소요 또는 자해나 자살의 위험이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드러난 상태에서 이를 제거하기 위해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보아야 한다. 또한 검사가 피의자신문을 하는 경우에는 계구의 계속적 사용이 피의자의 심리상태를 위축시키고 검사에게 대항하여 자기를 정당하게 변호할 의지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 정면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피의자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헌법형사소송법의 정신은 이 경우에도 최대한 관철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검사가 검사조사실에서 피의자신문을 하는 절차에서는 피의자가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기의 방어권을 충분히 행사할 수 있도록 계구를 사용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원칙이고 다만 도주, 폭행, 소요, 자해 등의 위험이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계구를 사용하여야 할 것이다.

(4) 이렇게 볼 때 이 사건 준칙조항의 위헌성은 그대로 드러난다. 왜냐하면 이 조항은 위에서 설명한 바와는 반대로, 검사실에서의 계구사용을 원칙으로 하면서(제1호) 심지어는 검사의 계구해제 요청이 있더라도 이를 거절하도록 규정함으로써(제2호 본문) 계구의 사용을 거의 절대적인 원칙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제2호 단서에서 “다만, 상관으로부터 지시를 받았을 때에는 예외로 한다.”라고 하는 예외를 형식상 두고 있지만 이것이 실제로 적용되기란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은 권력의 속성과 관료체계의 경직성으로부터 쉽게 이해될 수 있다.

따라서 이 조항이 취하고 있는 원칙과 예외의 이러한 완전한 전도는, 기본권은 원칙으로

최대한 보장하고 예외로 최소한도로만 제한하여야 한다는 헌법상의 기본권보장원칙에 어긋나게, 신체의 자유를 원칙적으로 과도하게 제한하여 이를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나. 계구사용의 위헌성

(1) 검사가 조사를 하는 곳은 비록 실내이긴 하지만 일정한 구역을 외부로부터 완전히 물리적으로 차단시키고 있는 교도소나 구치소에 비하여서는 구속된 피의자가 도주하기가 다소 용이하다고 볼 측면이 있고 또 검사조사실에 비치된 물품을 사용하여 폭행이나 자해를 할 우려가 상대적으로 높은 점이 없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위험적 요소는 검사조사실의 출입문을 일시적으로 시정하고 다른 사람의 출입을 잠시 금지시키고 검사조사실에 비치된 물품의 위치와 재질, 모양 등을 적절히 선택하는 방법 등을 통하여 비교적 용이하게

상당 정도 제거가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상식에 비추어 합당하다. 그리고 계구의 해제를 원칙으로 한다고 하더라도 도주나 자해 등의 위험이 다른 경우에 비하여 높다고 인정되는 피의자에 대하여 사전에 계호를 강화하는 조치(계구의 사용을 포함한다)를 예외적으로 강구하는 것까지 막아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2) 그러므로 이 사건의 경우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검사가 청구인에 대하여 검사조사실에서 피의자신문을 하는 동안에는 계구를 해제하고 신문을 하는 것이 원칙이고 도주나 폭행, 소요 또는 자해 등의 위험이 예상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계구를 사용했어야 할 것이다. 만일 그렇게 하지 아니하였다면 앞의「가」의 판단에서 본 바와 같이 이는 헌법상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여 위헌이 될 것이다.

(3)〔별지 2〕기재와 같이 피청구인이 인정하는 계구사용시간의 내용에 따르면 청구인은 2003. 10. 24.경부터 11. 6.까지 사이에 10일 동안은 피의자 신문을 받는 동안 거의 계속하여 계구로 결박된 채 있었고 그 중 3시간 이상 계속 결박상태에서 피의자 신문에 응한 날을 가려보아도 5일 이상이나 된다.

또한 기록에 의하여 이 사건 검사조사실의 구조, 청구인이 그 곳에서 조사를 받을 당시의 주변상황, 청구인의 성향, 신체적 조건, 수용생활태도, 혐의사실의 내용, 구속경위, 조사당시의 행동이나 심리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피청구인도 어느 정도 시인하는 바와 같이, 청구인이 도주를 하거나 소요, 폭행 또는 자해를 할 위험이 있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청구인의 충동적인 자해의 위험에 관하여도 이것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거나 예견되었다는 사정이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이 수일간, 그리고 장시간에 걸쳐 피의자 신문을 하는 동안 계속 계구를 사용한 것은 막연한 도주나 자해의 위험 정도에 비해 과도한 대응이라 하지 않을 수 없고 따라서 신체의 자유를 제한함에 있어 준수되어야 할 피해의 최소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다. 또 청구인에게는 수갑과 포승을 동시에 사용하였는데 위와 같이 장시간 계구를 사용할 경우에는 수갑과 포승 중 한 가지만 사용하는 것이 고통을 줄이는 한편 자해의 위험방지에도 충분하였을 것이라는 점에서도 역시 피해의 최소성원칙을 어긴 것이 된다.

또한 신체를 결박하는 것은 단순히 신체적인 고통을 초래하는데 그치지 않고 긴장과 심리적 위축을 수반할 수밖에 없는데 실질적으로 열등한 지위에서

신문에 응해야 하는 피의자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긴장과 심리적 위축이 방어권행사에 큰 장애가 된다는 점에서 신체의 자유에 대한 이러한 제한은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지 못한 것이다.

(4) 그렇다면 2003. 10. 24.경부터 같은 해 11. 6.까지 사이에 수회에 걸쳐 청구인이 서울

지방검찰청 검사조사실에서 피의자 신문을 받는 동안 피청구인 산하 교도관이 수갑과 포승으로 계속 청구인의 신체를 결박해 둔 행위는 청구인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므로 위헌이라 할 것이다.

5.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준칙조항은 헌법에 위반되고 이 사건 계구사용행위 또한 청구인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였으므로 그 위헌임을 확인하기로 하여, 다음 6.과 같은 반대의견을 개진한 재판관 송인준, 재판관 주선회를 제외한, 다른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6. 재판관 송인준, 재판관 주선회의 반대의견

다수의견은, 이 사건 준칙조항은 헌법에 위반되고 이에 근거한 계구사용행위도 청구인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였으므로 위헌적인 공권력행사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검사조사실에서의 미결수용자에 대한 계구사용행위에 대하여는, 이로 인하여 제한되는 미결수용자의 신체의 자유와 계호권 보장을 통한 국가형벌권 실현 사이의 충돌하는 법익에 관하여 합리적인 비교교량을 통하여 헌법상 조화로운 해석을 도모할 필요가 있으므로 아래와 같이 반대의견을 밝혀 둔다.

가.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이 갖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밝히면서(제10조), 이를 구현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자유로서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고(제12조 제1항), 신체의 자유는 모든 기본권 보장의 전제가 되는 것으로서 신체거동의 자유와 함께 신체의 안전성이 외부로부터의 물리적인 힘이나 정신적인 위협으로부터 침해당하지 아니할 자유를 포함한다(헌재 1992. 12. 24. 92헌가8 , 판례집 4, 853, 874)는 점은 우리도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또한 무죄가 추정되는 미결수용자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제한은 구금의 목적인 도주·증거인멸의 방지와 시설 내의 규율 및 안전 유지를 위한 필요최소한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서는 안되고, 이러한 기본권의 제한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구체적인 자유·권리의 내용과 성질, 그 제한의 태양과 정도 등을 교량하여 한계를 설정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나. 행형법령에서 계구사용의 요건으로 수용자의 도주·폭행·소요 또는

자살의 방지 기타 교도소 등의 안전과 질서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로 한정하고(행형법 제14조 제1항, 동법시행령 제46조 제1항), 포승과 수갑의 사용을 이송 및 출정을 위한 호송 기타 교정시설 이외의 장소에서 수용자를 호송할 때 등(계구규칙 제4조)으로 규정하고 있음은 위와 같은 헌법이념과 원리를 구체화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중 ‘호송’이란 수용자를 일시적으로 구금시설 외의 장소로 이동시키는 것을 말하는데, 예컨대 미결수용자의 경우에는 검사 또는 재판부의 소환에 응하기 위하여 일시적으로 검찰청이나 법원으로 호송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 호송관서에서 출발하여 검찰청 또는 법원에 도착한 후, 그리고 검찰구치감에서 수용 및 검사조사실에서의 조사 또는 법정대기실에서의 대기 및 법정내 재판과정에서의 계호업무는 그 성격상 호송의 개념 범위 내에 있는 업무로 보아야 하며, 이러한 인식에 터잡아 교도관이 이를 계속 수행하며 계구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 교도실무라고 할 수 있다. 즉, 검사조사실에서도 호송중의 계호권이 미치는 범위이므로 교도관은 당연히 계구를 사용한 상태로 근접계호를 하고, 검사로부터 계구해제의 요청을 받는 경우에도 이를 거절하고 상관에게 보고하여 수용자의 연령ㆍ성격ㆍ범수(犯數)ㆍ범행내용ㆍ수용생활태도ㆍ교정사고전력ㆍ사고유발위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계구해제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다.교도관에 의한 수용자의 신병확보는 보안작용으로서의 직무권한, 즉 계호권의 기본적인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계호업무는 교정시설의 내외를 불문하고 교도관의 책임과 의무에 속한다. 비록 검사가 수사상 필요에 의하여 구금시설에 수용되어 있는 수용자를 소환할 경우에도 앞서 본 바와 같이 수용자가 수용기관에서 검찰청으로 일시 그 신병이 옮겨지기는 하나 성질상 수용의 연장에 속하는 것이므로 담당교도관의 수용자에 대한 신병확보와 계호의 책무는 계속된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구치감 거실이나 법정 내에서와는 달리 검사조사실에서의 계구사용은 다음과 같은 특수사정이 특별히 고려되어야 한다.

첫째, 검사조사실은 일반적으로 교도소 등 교정시설이나 구치감 거실과는 달리 도주나 폭행ㆍ자해ㆍ자살방지를 위한 시설이 갖추어지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즉, 구치소나 교도소에는 거실(구금공간)에서 일반사회로의 최접근지까지 거실문ㆍ중간문(1~3단계)ㆍ주벽ㆍ이중철조망 등 5~7단계의 도주방지 차단장치 등이 있는데 비해, 검사조사실은 검사조사실에서 나올 경우 바로 일

반사회로의 탈출이 가능하고(물적계호시설면), 2명 정도의 교도관만이 계호하고 있으며(계호인력면), 무전기 등 최소보안장비만 보유하고 있는 실정이다(보안장비면). 또한 민원인이나 불구속 피의자들의 왕래가 잦고, 참고인이나 공범 등을 함께 조사할 때에는 그들 사이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충돌할 경우 폭력 등 돌발적 사고가 발생할 위험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구금시설이라고 볼 수 없는 검사조사실에서 일반적으로 계구를 해제하는 경우 언제 어떻게 야기될지 모르는 이러한 돌발적인 상황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제지할 수 없는 상당한 어려움에 처한다고 할 수 있다.

둘째, 검사조사실에서 구속된 미결수용자는 수사검사의 추궁에 대하여 자신을 방어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는 과정에서 급격히 흥분되기 쉽고, 신문상황이 시시각각 달라지는 긴박한 상태이므로 피의자 등이 언제 어떻게 도주, 가해 및 자해 등을 할지 알 수 없어 구체적이고 임박한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따라서 교도관은 미리 이러한 위험의 예방 차원에서 계구를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검사조사실에서 조사를 받는 미결수용자는 변화하는 신문상황에 따라 심리상태와 신체조건이 개별적이고 상이하여 그때그때 계구사용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그렇게 한다면 사실상 검사의 조사 자체도 어렵게 될 것이다. 실례로, 구속된 피의자가 검사조사실에서 공범인 피의자와의 대질신문 과정에서 범행사실이 드러나자 참여계장을 밀치고 책상서랍 안에 있는 면도칼로 자해한 사고, 검사조사실에서 수갑과 포승이 시용(施用)된 상태에서 투신하거나, 대질하던 참고인이 불리한 진술을 하자 투신자살하려고 한 사고, 검찰조사실에서 조사받던 중 준비한 칼로 복부를 긋고 자해한 사고 등 현행 계호준칙 하에서도 적지 않게 검사조사실 등에서 미결수용자의 가해 및 자해 사고가 발생하였고, 만약 앞으로 구속된 미결수용자에 대하여 검사조사실에서 원칙적으로 계구를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면 이러한 사고는 더욱 빈발할 가능성이 높고 검사조사실에서의 안전과 질서가 상당히 위태로워질 수 있다.

셋째,「법무연감」의 교정업무편 통계를 보면 2000년의 경우 1일 평균수용인원은 수형자와 미결수용자를 포함하여 62,959명, 2001년에 62,235명, 2002년에 61,084명, 2003년에는 58,945명 등으로서 매년 낮아지고는 있지만 교도관 1인당 평균 수용인원은 여전히 5명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검사조사실로 소환되는 수용자에게는 교도관 2명이 항상 복수계호를 하여야 하고 도주의 우려가 있는 강력범 및 문제수용자의 경우는 계호인원을 증가배치해야 하는데 현

실적으로 계호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므로, 여기에 계구가 해제되어 자유스러운 상태로 조사를 받게 할 경우 교도관의 수용자에 대한 계호부담은 엄청나게 가중될 것이다.

넷째, 법무부는 1999. 5. 27. 97헌마137 등 사건에서 선고한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를 존중하여 미결수용자의 사복착용을 허용하고 있어 검찰의 조사과정에서 도주 및 폭행 등의 우려가 더욱 높아졌고, 위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도 “미결수용자의 도주방지는 ‘계구의 사용’이나 계호인력을 늘리는 등의 수단에 의할 것”이라고 판시하였는바(판례집 11-1, 653, 665), 현실적으로 단기간 내에 계호인력을 늘리는 것은 매우 어려운 실정인 점 등을 감안하면 검사조사실에서의 계구사용은 불가피한 측면이 강하다.

다섯째, 이 사건에서 청구인에게 사용된 ‘양수승’의 포승 및 ‘금속수갑’은 국가보안법위반의 범죄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의 폭행, 소요와 도주 및 자해와 같은 구체적이고 돌발적인 위험상황을 사전에 예방하고 사후 진압함에 있어 적절하고 효과적인 방식이 될 수 있다. 즉, 포승 또는 금속수갑 중 어느 하나만을 계구로 사용할 경우 결박상태가 느슨하게 되어 도주나 소란, 폭행과 자해의 행위로 용이하게 옮겨갈 수 있다. 또한 피청구인은 청구인에 대하여 신체제압의 정도가 심대한 신체의 하지 또는 하퇴부를 함께 결박하거나(하지승 또는 하퇴승) 허리와 손목을 함께 묶는 방법(가죽수갑)을 취하지 않음으로써 계구의 종류와 사용방법에 있어서 신체의 자유에 대한 침해를 최소화하려 하였다. 따라서, 위에서 본 바와 같은 검사조사실의 일반적인 인적ㆍ물적 계호현황과 수감 이후 청구인을 예의 관찰하고 계호해 온 피청구인이 포승이나 수갑 중 어느 한 가지만으로는 계호목적을 위하여 충분하지 않다고 보아 이 두 가지를 병행사용한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거나 과잉한 수단을 선택하였다고는 단정할 수 없다.

라. 교도소 등 구금시설은 다수의 수용자를 집단적으로 관리하고 있고 더욱이 수용자들은 특수환경에서의 구금생활로 인하여 정신적 안정과 평형을 잃기 쉬운 처지에 있으므로, 수용자에 대하여는 수용자의 생명과 신체의 보전, 위생 및 건강관리, 시설 내의 질서유지 등을 위하여 일반 사회에서와는 다른 보다 엄격한 규율과 통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이 사건 청구인은 독일에 거주하는 주요 해외공작원인가의 여부와 관련하여 당시 비상한 사회적 관심과 반향을 불러 일으키는 와중에서 구금되었고, 청구인에 대한 국가보안법위반 등 혐의사실을 놓고 집요하게 추

궁되고 첨예하게 대립되는 조사과정을 거치고 있었다. 따라서 이 조사과정에서 돌발적으로 야기될 수 있는 사건ㆍ사고를 막아 청구인과 타인의 생명ㆍ신체의 안전을 지키고 시설 내의 질서유지를 확보하는 것은 구체적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긴절한 것이어서 계구사용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될 뿐만 아니라 필요하고도 불가피한 제한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또한 이와 같은 결론은 이 사건 조사 당시 청구인이 존경받는 학자이고 외국의 대학에서 오랫 동안 가르친 경력이 있는 신분이었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우리는, 이 사건 준칙조항(제298조 제1호·제2호)은 행형법 및 동법시행령을 근거로 검사조사실 내에서의 계구사용에 관하여 필요한 규율을 하고 있는 것이므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고, 이 사건 계구사용행위도 위와 같은 법령에 근거한 정당한 계호목적을 위하여 불가피한 최소한의 조치로 볼 수 있어 이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기본권이 일부 제한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두고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난 위헌적인 공권력행사라고는 볼 수 없으므로, 청구인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여야 한다고 보는 바이어서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것이다.

재판관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권 성(주심)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 전효숙 이상경 이공현

별지

〔별지 1〕 대리인 명단

1. 변호사 박영립 외 2인

2. 법무법인 한결

담당변호사 백승헌 외 2인

3. 법무법인 창조

담당변호사 이덕우

4. 법무법인 해마루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박세경 외 7인

5. 변호사 김칠준

6. 법무법인 한울

담당변호사 김호철

7. 변호사 김준곤

8. 법무법인 자하연

담당변호사 이유정

9. 법무법인 한빛

담당변호사 안병용

10. 변호사 김 진

〔별지 2〕 피청구인이 주장하는 청구인에 대한 계구사용시간

월/일   계구를 사용한 채 조사를 받은 시간

10. 24. 10:0-10:30(30분), 14:00-18:20(4시간 20분) (합계:4시간 50분)

10. 27. 14:00-21:30(7시간 30분, 단 18시경 수갑과 포승을 해제한 상태에서 검사실 내에서 저녁식사를 함)

10.28.10:40-11:45(1시간 5분), 14:25-18:00 (3시간 35분) (합계:4시간 40분)

10. 30. 11:00-12:00(1시간), 16:15-17:00(45분) (합계:1시간 45분)

10. 31. 14:30-17:35(3시간 5분)

11. 1. 9:40-10:00(20분)

11. 3. 14:30-18:05(3시간 35분)

11. 4. 11:00-11:50(50분), 14:30-17:20(2시간 50분) (합계:3시간 40분)

11. 5. 15:30-17:25(1시간 55분)

11. 6. 11:15-11:50(35분), 14:30-16:35(2시간 5분) (합계 2시간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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