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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1999. 5. 27. 선고 97헌마137 98헌마5 결정문 [재소자용수의착용처분 위헌확인]
[결정문]
청구인

【당 사 자】

청 구 인 1. 강○현 (97헌마137)

2. 서○식 ( 98헌마5 )

청구인들 대리인 법무법인 덕수합동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김창국 외 5인

피청구인

1. 성동구치소장 (97헌마137)

2. 영등포구치소장 ( 98헌마5 )

주문

1. 피청구인 성동구치소장이 청구인 강○현을 1997. 3. 28.부터 같은 해 5. 8.까지 성동구치소에, 피청구인 영등포구치소장이 청구인 서○식을 1997. 11. 12.부터 1998. 2. 5.까지 영등포구치소에, 각 수용하는 동안 재소자용 의류를 입게 하여 수사 또는 재판을 받게 한 행위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고 청구인들의 인격권, 행복추구권,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위헌임을 확인한다.

2. 청구인들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청구인 강○현은 1997. 3. 28. 공용물건손상 및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성동구치소에 수감되고, 같은 해 4. 4. 서울지방법원 동부지원(97고단778)에 기소되었다.

피청구인 성동구치소장은 수용시는 물론 수사 및 재판을 받을 때에 재소자용 의류(관급의복과 법무부장관이 지정하는 자비부담의 평상복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를 입게 하였다. 피청구인이 청구인으로 하여금 사복을 입지 못하게 하고 재소자용 의류를 입게 한 행위는 헌법 제10조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헌법 제27조 제4항의 무죄로 추정될 권리를 침해하였다는 이유로 같은 해 5. 8. 이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하였다. 청구인은 같은 해 5. 8. 위 법원에서 징역 1

년에 집행유예 3년의 판결을 받고 석방되었다.

(2)청구인 서○식은 1997. 11. 12. 국가보안법위반 혐의로 영등포구치소에 수감되고, 같은 달 28. 서울지방법원 서부지원(97고합269)에 기소되었다.

피청구인 영등포구치소장은 수용시는 물론 수사를 받을 때에 재소자용 의류를 입게 하였다. 피청구인이 청구인으로 하여금 사복을 입지 못하게 하고 재소자용 의류를 입게 한 행위는 헌법 제10조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헌법 제27조 제4항의 무죄로 추정될 권리를 침해하였다는 이유로 1998. 1. 3. 이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하였다. 청구인은 같은 해 2. 5. 위 법원의 보석허가 결정으로 석방되었다.

나. 심판의 대상

청구인 강○현이 성동구치소에 수감된 1997. 3. 28.부터 같은 해 5. 8.까지 수용시, 수사 또는 재판을 받을 때(97헌마137 사건), 그리고 청구인 서○식이 영등포구치소에 수감된 1997. 11. 12.부터 1998. 2. 5.까지 수용시와 수사를 받을 때( 98헌마5 사건), 피청구인들이 청구인들에게 사복을 입지 못하게 하고 재소자용 의류를 입게 한 행위(이하 “이 사건 행위”라 한다)가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였는지 여부이다.

2. 청구인의 주장과 이해관계인의 의견

가. 청구인들의 주장 요지

구치소장이 미결수용자의 수용시는 물론 수사 또는 재판을 받을 때 재소자용 의류를 입게 하는 것은 인격적 모욕감과 수치심에 시달리며 자기방어권마저 자유롭게 행사하지 못하게 한 것이므로, 이 사건 행위는 청구인들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훼손하고 무죄로 추정될 권리를 침해한 것이다.

나. 피청구인들 및 법무부장관의 의견 요지

(1)청구인 강○현은 1997. 5. 8. 집행유예 판결로 출소하였고(97헌

마137 사건) 청구인 서○식은 1998. 2. 5. 보석허가 결정에 의하여 석방되었으므로( 98헌마5 사건) 청구인들의 기본권 침해 여부는 다툴 실익이 없다. 이 사건 행위에 대하여는 행형법 제6조에 의한 청원,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과 같은 구제절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것은 보충성을 위반한 것이다.

(2)미결수용자는 도주 또는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어 구금된 자이고 구치소는 단체생활을 하므로, 구금 목적을 위태롭게 하거나 단체생활을 유지할 수 없게 하는 행위에 대하여는 일정한 제한을 하여야 한다.

행형법 및 같은 법시행령의 규정에 의하면 미결수용자는 관급의류 또는 자비부담의 의류를 선택적으로 입도록 되어 있다. 자비부담의 의류는 계절 및 위생에 적합하고 교도소 등의 규율을 해치지 아니하는 것이어야 한다. 미결수용자의 의복은 수형자와 색상을 달리하여 자연향토색으로 되어 있고, 자비부담의 의류도 그 종류를 대폭 다양화하는 등 형태와 색상을 개선하였다.

수용시설 및 관리인력이 부족한 우리 실정에서 미결수용자에 대한 사복의 허용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 미결수용자가 일반인과 같은 사복을 입고 법정에 출석하면 도주심리를 자극하고 자비부담의 평상복에 제한을 두지 않을 경우 수용자 간에 빈부격차로 인한 위화감의 조성과 비싼 의류에 대한 갈취행위 등도 예상된다. 또한 의류 속에 증거인멸을 기도하는 부정쪽지나 마약, 흉기 등을 은닉, 밀반입할 수 있게 되어 증거인멸의 방지라는 미결구금의 목적에 배치되고 교정시설의 안전과 질서를 위협하게 된다.

3. 판 단

가. 적법요건에 대한 판단

(1)청구인들은 법원의 집행유예 판결 및 보석허가 결정으로 모두 석방되었으므로, 이 사건 행위에 관하여 심판을 구할 청구인들의 주관적인 권리보호이익은 소멸되었다

그러나 헌법소원제도는 개인의 주관적 권리구제뿐만 아니라 객관적인 헌법질서의 수호·유지의 기능도 갖고 있다. 이 심판 계속중에 주관적인 권리보호이익이 소멸된 경우라도 그러한 기본권 침해행위가 반복될 위험이 있고 그 해명이 헌법질서의 수호·유지를 위하여 긴요한 사항으로 중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경우에는 심판청구의 이익을 인정하는 것이 우리 재판소의 선례이고, 미결수용자에 대하여 재소자용 의류를 입게 한 이 사건 행위는 선례에도 부합하므로 위헌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적격을 갖추고 있다(헌재 1992. 1. 28. 91헌마111 , 판례집 4, 51, 56).

(2)행형법 제6조는 “수형자 또는 미결수용자(이하 “수용자”라 함)는 그 처우에 대하여 불복이 있을 때에는 법무부장관 또는 순회점검공무원에게 청원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행형법상의 위와 같은 청원제도는 그 처리기관이나 절차 및 효력면에서 권리구제절차로서는 불충분하고 우회적인 제도이므로 헌법소원에 앞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사전구제절차라고 보기는 어렵다(헌재 1998. 10. 29. 98헌마4 , 판례집 10-2, 637, 644). 그리고 이 사건 행위는 이미 종료된 권력적 사실행위로서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의 대상으로 인정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소의 이익이 부정될 가능성이 많아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는 외에 달리 효과적인 구제방법이 없으므로 보충성의 원칙에 대한 예외에 해당되는 것이다(헌재 1995. 7. 21. 92헌마144 , 판례집 7-2, 94, 102).

나. 본안에 대한 판단

(1)법관은 형사피의자 또는 형사피고인이 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 또는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는 구속영장을 발부한다(형사소송법 제70조, 201조). 이 영장이 집행되면 신병(身柄)은 교도소, 소년교도소 또는 구치소에 미결수용자로서 구금되고(행형법 제1조, 제2조, 제3조), 격리된 시설에서 강제적인 공동생활을 하므로 구금의 목적상 헌법이 보장하는 신체의 자유 등 기본권에 대한 제한

이 불가피하게 된다. 그러나 기본권의 제한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규정한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무죄가 추정되는 미결수용자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제한은 구금의 목적인 도망·증거인멸의 방지와 시설 내의 규율 및 안전 유지를 위한 필요최소한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서는 안되고, 이러한 기본권의 제한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구체적인 자유·권리의 내용과 성질, 그 제한의 태양과 정도 등을 교량하여 한계를 설정하게 된다.

헌법재판소는 미결수용자의 기본권과 관련하여, 변호인 접견에 교도관 등의 참여(헌재 1992. 1. 28. 91헌마111 , 판례집 4, 51), 무죄 등 판결 선고 후 의사에 반하여 교도소로 연행하는 행위(헌재 1997. 12. 24. 95헌마247 , 판례집 9-2, 806) 등은 모두 위헌이라고 하였고, 반면에, 서신의 검열(헌재 1995. 7. 21. 92헌마144 , 판례집 7-2, 94), 일간지 기사의 일부 삭제(헌재 1998. 10. 29. 98헌마4 , 판례집 10-2, 637) 등은 구금 목적 달성을 위한 필요최소한의 제한이므로 합헌이라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은 미결수용자에게 재소자용 의류를 입게 한 것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이다.

(2)미결수용자는 관급의류를 입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소장의 허가에 의하여 자비부담의 의류도 입을 수 있다. 자비부담의 의류는 계절 및 위생에 적합하고 교도소 등의 규율을 해치지 아니하는 것에 한한다(행형법 제20조, 제22조 및 같은 법시행령 제73조, 제85조, 제86조).

미결수용자 의복 개선방안(법무부예규, 작업 61440-73, 95. 5. 27.)에 의하면, 자비부담의 평상복 의류는 관급의류에 비하여 색상을 늘리고 상의에 점퍼형을 추가한 외에는 관급의류와 비슷한 규격품이다. 의

류의 색상은 수형자와 미결수용자, 남자와 여자를 구분한다. 미결수용자는 관급의복과 법무부예규가 정하는 자비부담의 평상복 중에서만 선택할 수 있으나 이와 같은 의류 이외의 사복은 입지 못하게 되어 있다.

(가)미결수용자인 청구인들은 구치소 안에서는 물론, 수사 또는 재판을 받을 때에도 재소자용 의류를 입었다.

그런데 청구인들이 구치소 안에 있는 경우와 수사 또는 재판을 받는 경우는 미결수용자의 기본권에 대한 침해 여부를 결정하는데 있어 차이가 있으므로 이를 나누어서 살피기로 한다.

1)먼저, 구치소 안에서 사복을 입지 못하게 하는 것이 구금의 목적이나 시설의 규율과 안전유지를 위한 제한의 한계 범위를 벗어난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미결수용자에게 구치소 안에서 사복을 입지 못하게 하고 재소자용 의류를 입게 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로운 인격의 발현을 억제하고 모욕감이나 수치심을 느끼게 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면이 있다.

그러나 시설 안에서는 재소자용 의류를 입더라도 일반인의 눈에 띄지 않고, 수사 또는 재판에서 변해(辯解)·방어권을 행사하는데 지장을 주는 것도 아니다. 미결수용자에게 사복을 입도록 하면 면회객 등과 구별이 되지 아니하며, 의복의 수선이나 세탁 및 계절에 따라 의복을 바꾸는 과정에서 증거인멸 또는 도주를 기도하거나 흉기, 담배, 약품 등 소지금지품이 반입될 염려도 있다. 또한 사회적 신분이나 빈부의 차이가 의복을 통하여 드러나고 이로 인한 수용자 간의 위화감으로 사고발생도 예상된다.

따라서 미결수용자에게 시설 안에서 재소자용 의류를 입게 하는것은 구금 목적의 달성, 시설의 규율과 안전유지를 위한 필요최소한의 제한으로서 정당성·합리성을 갖춘 재량의 범위 내의 조치이다.

2)다음, 미결수용자가 수사 또는 재판을 받기 위해서 구치소 밖으

로 나올 때에 사복을 입지 못하게 하는 것이 구금의 목적 달성이나 시설의 규율과 안전유지를 위한 제한의 한계 범위를 벗어난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미결수용자가 일반인과 같은 사복을 입고 시설 밖으로 나오게 되면 중형에 해당하는 죄의 수사 또는 재판을 받는 자는 도주할 생각을 갖는 경우가 있고, 또 도주를 하면 일반인과 구별이 어려워 이를 제지하거나 체포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 수사 또는 재판을 받을 때에 재소자용 의류를 입게 하는 것은 이와 같은 사고 방지에 필요하고도 유용한 수단이다.

그러나 미결수용자가 수사 또는 재판을 받기 위하여 시설 밖으로 나오면 일반인의 눈에 띄게 되어 재소자용 의류 때문에 모욕감이나 수치심을 느끼게 된다. 미결수용자는 수사단계부터 고지·변해·방어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하고 재판단계에서는 당사자로서의 지위를 가지므로, 유죄가 확정되지 아니한 미결수용자에게 재소자용 의류를 입게 하는 것은 심리적인 위축으로 위와 같은 권리를 제대로 행사할 수 없게 하여 실체적 진실의 발견을 저해(沮害)할 우려가 있다.

우리의 교정 현실이 인적·물적 설비에서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할지라도, 미결수용자의 도주 방지는 계구(戒具)의 사용이나 계호 인력을 늘리는 등의 수단에 의할 것이지 기본권 보호의 필요성이 현저한 수사 또는 재판에서 사복을 입지 못하게 하는 것은 어떠한 이유를 내세우더라도 그 제한은 정당화될 수 없으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의 기본권 제한에서의 비례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미결수용자에게 재소자용 의류를 입게 하는 것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에서 유래하는 인격권과 행복추구권,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1955년 유엔 범죄방지 및 범죄자처우 회의에서 채택한 ‘피구금자 처우에 관한 최저기준규칙’ 제84조 제2항은 ‘유죄판결을 받지 아니한 피구금자는 무죄로 추정되고 무죄인 자로서 처우되어야 한다’고 하고, 제17조 제3

항은 시설 내에서는 사복을 입는 것이 허용되지 아니하는 피구금자에 대하여도 그가 ‘정당하게 인정된 목적을 위하여 시설 밖으로 외출할 때에는 언제나 자신의 사복 또는 눈에 띄지 않는 의복을 입도록 허용되어야 한다’는 규정도 이러한 면을 고려한 것이다).

(나)헌법재판소에 이 심판청구가 계류된 이후, 법무부는 1999. 3. 4. 수사 또는 재판시에 미결수용자가 사복을 입을 수 있게 새로 지침을 만들었다. 다만, 1999. 4.부터 같은 해 6.까지 5개 시범실시기관인 서울구치소, 울산구치소, 군산교도소, 홍성교도소, 강릉교도소 등에만 허용하고 같은 해 7.에는 전국적으로 확대 실시할 예정이다.

4. 결 론

피청구인들의 이 사건 행위 중 미결수용자에게 수사 또는 재판을 받을 때에도 재소자용 의류를 입게 한 부분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고 청구인들의 인격권 및 행복추구권,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서 취소되어야 하고, 시설 안에서 재소자용 의류를 입게 한 부분에 관한 심판청구는 이유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한다. 다만, 청구를 인용하는 부분에 관하여는 이미 행위가 종료되었으므로 선언적 의미에서 그에 대한 위헌확인을 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관여한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재판관 김용준(재판장) 김문희 이재화 조승형

정경식 고중석 신창언 이영모(주심) 한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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