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헌법소원에 대한 적법요건 규정이 입법자의 입법형성의 영역에 속하는 것인지 여부(적극)
2. 헌법소원심판청구의 적법요건으로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을 요구하고 있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 중 “기본권을 침해받은” 부분이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1. 재판청구권의 실현은 법원의 조직과 절차에 관한 입법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입법자에 의한 재판청구권의 구체적 형성은 불가피하므로 원칙적으로 소송법상의 재판청구권과 관계되는 제 제도는 입법자의 광범위한 입법형성권하에 놓여 있는 것인바, 헌법 제111조 제1항 제5호도 헌법재판소의 다른 관장사항과 달리 ‘법률이 정하는’ 헌법소원에 관한 심판이라고 규정하여 헌법소원제도의 구체적 형성을 입법자에게 위임하고 있다. 그러므로 헌법소원의 적법요건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는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입법형성의 자유에 속하는 것이다.
2. 헌법소원심판의 직접성 요건은 다른 권리구제수단에 의해서는 구제되지 않는 기본권 보장을 위한 특별하고도 보충적인 수단이라는 헌법소원의 본질로부터 비롯된 것이므로, 이 사건 조항이 헌법소원심판청구의 적법요건 중 하나로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을 요구하는 것이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다.
심판대상조문
헌법재판소법 제68조(청구사유) ①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에는 그 절차를 모두 거친 후가 아
니면 청구할 수 없다.
② 생략
형법 제129조(수뢰, 사전수뢰) ①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②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될 자가 그 담당할 직무에 관하여 청탁을 받고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후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형법 제130조(제삼자뇌물제공)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삼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를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형법 제132조(알선수뢰) 공무원이 그 지위를 이용하여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참조판례
1. 헌재 1996. 8. 29. 96헌바57 , 판례집 8-2, 46, 60
2. 헌재 1998. 4. 30. 97헌마141 , 판례집 10-1, 503 등
당사자
청 구 인 신○필
국선대리인 변호사 이성환
주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청구인의 채권자의 신청에 따라 청구인 소유의 부동산에 관하여 경매절차가 개시되자 2004. 7. 14. 부동산 경매제도를 규정한 민사집행법 제1
조, 제24조, 제80조, 제103조 등이 채권자의 권리만 일방적으로 보장하고 채무자의 권리를 무시함으로써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 2004헌마561 )을 청구하였으나, 2004. 8. 10. 위 심판청구가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각하되었다.
이에 청구인은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을 요구하고 있는 헌법재판소법(이하 ‘법’이라 한다) 제68조 제1항 본문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2004. 8. 24.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법 제68조 제1항 본문 중 ‘기본권을 침해받은’ 부분(이하 ‘이 사건 조항’이라 한다)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법 제68조(청구사유) ①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에는 그 절차를 모두 거친 후가 아니면 청구할 수 없다.
2. 청구인의 주장
모든 법령은 국민에 대한 관계에서 국가기관의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고, 그로 인한 기본권 침해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현재에 관한 것이든 과거나 미래에 관한 것이든지 상관없이 모두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조항은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을 헌법소원심판청구의 요건으로 하여 헌법소원의 심판대상을 제한함으로써 청구인이 헌법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
3. 판 단
그런데, 법 제68조 제1항의 헌법소원심판은 예외적이고 보충적인 특별권리구제수단으로서 다른 법률이 규정하는 권리구제수단에 의하여 구제되지 않는 기본권 보장의 사각지대를 막기 위한 구제수단으로서의 의미를 가지므로 모든 공권력의 행사나 불행사를 심판대상으로 삼을 것은 아니고, 상대적으로 기본권 침해의 위험성이 적거나 그에 대한 권리구제수단이 잘 갖추어져 있는
경우에는 법률로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배제함으로써 심판청구를 제한할 수 있다. 헌법 제27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함으로써 재판청구권을 보장하고 있는바, 법원에서
의 재판절차가 법률상 권리의 구제절차이자 동시에 기본권 침해에 대한 기본적인 구제절차로서 이미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일반적으로도 재판청구권의 실현은 법원의 조직과 절차에 관한 입법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입법자에 의한 재판청구권의 구체적 형성은 불가피하며, 따라서 원칙적으로 소송법상의 재판청구권과 관계되는 제 제도는 입법자의 광범위한 입법형성권 하에 놓여 있는 것인바(헌재 1996. 8. 29. 93헌바57 , 판례집 8-2, 46, 60 참조), 헌법 제111조 제1항 제5호도 헌법재판소의 다른 관장사항과 달리 ‘법률이 정하는’ 헌법소원에 관한 심판이라고 규정하여 헌법소원제도의 구체적 형성을 입법자에게 위임하고 있다. 이는 헌법소원의 구체적 내용에 관해서 우리나라의 사법체계나 기본권 상황, 그리고 제도적 폐해 등을 고려하여 입법자가 형성하라는 취지라 할 것이다.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의 요건은 법령에 대한 헌법소원에서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데,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은 집행행위에 의하지 아니하고 법률 그 자체에 의하여 자유의 제한, 의무의 부과, 권리 또는 법적 지위의 박탈이 생긴 경우를 의미하므로(헌재 1992. 11. 12. 91헌마192 , 판례집 4, 814, 823; 1998. 7. 16. 96헌마268 , 판례집 10-2, 312, 334; 2004. 9. 23. 2003헌마19 ), 구체적인 집행행위를 통하여 비로소 기본권 침해의 법률효과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직접성의 요건이 결여된다(헌재 1998. 3. 26. 96헌마166 , 판례집 10-1, 285, 293-294 참조). 집행행위에는 입법행위도 포함되므로, 법령규정이 그 규정의 구체화를 위하여 하위규범의 시행을 예정하고 있는 경우에도 당해 법령규정의 직접성은 부인된다고 할 것이다(헌재 2002. 12. 18. 2001헌마111 , 판례집 14-2, 872, 878; 2004. 9. 23. 2003헌마231 등, 판례집 16-2상, 586 참조).
다.법령에 대한 헌법소원에 있어서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을 요구하는 이유에 대하여 우리 재판소는 “법령은 일반적으로 구체적인 집행행위를 매개로 하여 비로소 기본권을 침해하게 되므로 기본권의 침해를 받은 개인은 먼저 일반 쟁송의 방법으로 집행행위를 대상으로 하여 기본권 침해에 대한 구제절차를 밟는 것이 헌법소원의 성격상 요청되기 때문”이라 판시하였는바(헌재 1998. 4. 30. 97헌마141 , 판례집 10-1, 503 등), 이는 헌법소원의 본질이 앞서 본 바와 같이 예외적이고 보충적인 특별권리수단이라는 성격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법령에 근거한 구체적인 집행행위가 재량행위인 경우에는 법령은 집행기관에게 기본권 침해의 가능성만을 부여할 뿐 법령 스스로가 기본권의 침해행위를 규정하고 행정청이 이에 따르도록 구속하는 것이 아니고, 이 때의 기본권의 침해는 집행기관의 의사에 따른 집행행위, 즉 재량권의 행사에 의하여 비로소 이루어지고 현실화되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법령에 의한 기본권 침해가 인정될 여지가 없다.
우리 재판소는 법 제68조 제1항의 헌법소원 사건에서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이 요구됨을 반복하여 판시하여 왔는바, 직접성 요건이 헌법소원의 적법요건이라는 점은 우리 재판소의 확립된 견해라 할 것이다.
라.직접성의 요건은 지나치게 좁게 인정하면 헌법재판소의 본안판단의 부담을 절감할 수는 있지만 반면에 재판을 받을 권리를 부당하게 박탈하는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므로 직접성을 판단함에 있어 다른 분쟁의 해결수단, 행정적 구제·입법적 구제의 유무 등을 기준으로 신중히 판단하여야 할 것이나, 구체적 집행행위가 존재하거나 예정되어 있는 경우라고 하여 언제나 법률자체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의 적법성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재판소는 다음과 같이 직접성의 요건의 예외를 넓게 인정하여 왔다.
즉, 집행행위가 예정되어 있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예외적으로 법령이 일의적이고 명백한 것이어서 집행기관이 심사와 재량의 여지없이 그 법령에 따라 일정한 집행행위를 하여야 하는 때”(헌재 1995. 2. 23. 90헌마214 , 판례집 7-1, 245, 254-255) 또는 “법규범의 내용이 집행행위 이전에 이미 국민의 권리관계를 직접 변동시키거나 국민의 법적 지위를 결정적으로 정하는 것이어서 국민의 권리관계가 집행행위의 유무나 내용에 의하여 좌우될 수 없을 정도로 확정된 상태”(헌재 1997. 7. 16. 97헌마38 , 판례집 9-2, 94, 104)라면 그 법규범의 권리침해의 직접성이 인정된다.
그 밖에 법령의 집행행위를 기다렸다가 그 집행행위에 대한 권리구제절차를 밟을 것을 국민에게 요구할 수 없는 경우에도 예외적으로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이 인정될 수 있다. 예컨대, 형법상의 법률조항은 엄밀한 의미에서 법률 그 자체에 의하여 국민의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넓은 의미의 재량행위(법관의 양형)의 하나인 형법조항의 적용행위라는 구체적인 집행행위를 통하여 비로소 국민의 기본권이 제한되는 것이지만, 국민에게 그 합헌성이 의심되는 형법조항에 대하여 위반행위를 우선 범하고 그 적용·집행행위인 법원의 판결을 기다려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것을 요구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집행행위가 재량행위임에도 불구하고 법령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의 적법성을 인정할 수 있다(헌재 1996. 2. 29. 94헌마213 , 판례집 8-1, 147, 154; 1998. 4. 30. 97헌마141 , 판례집 10-1, 496, 504 참조).
마.이와 같이 헌법소원심판의 직접성 요건이 다른 권리구제수단에 의해서는 구제되지 않는 기본권 보장을 위한 특별하고도 보충적인 수단이라는 헌법소원의 본질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는 점 및 우리 재판소 판례를 통하여 직접성 요건에 관하여 그 예외가 넓게 인정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조항이 헌법소원심판청구의 적법요건 중 하나로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을 요구하는 것이 청구인의 헌법소원심판청구를 지나치게 제한하여 재판을 받을 권리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한다고 볼 수는 없다.
4. 결 론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권 성 김효종(주심)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 전효숙 이상경 이공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