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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8두49390 판결
[부정당업자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취소][공2019상,189]
판시사항

갑 주식회사가 조달청장과 우수조달물품으로 지정된 고정식 연결의자를 수요기관인 지방자치단체에 납품하는 내용의 물품구매계약을 체결한 후 각 지방자치단체에 지정된 우수조달물품보다 품질이 뛰어난 프리미엄급 의자를 납품하였는데, 조달청장이 갑 회사가 수요기관에 납품한 의자가 우수조달물품이 아닌 일반제품이라는 이유로 3개월간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처분을 한 사안에서, 원심이 위 처분에 처분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부분은 수긍하기 어려우나 위 처분이 비례원칙 등을 위반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으므로 결과적으로 위법하다고 판단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갑 주식회사가 조달청장과 우수조달물품으로 지정된 고정식 연결의자를 수요기관인 지방자치단체에 납품하는 내용의 물품구매계약을 체결한 후 각 지방자치단체에 지정된 우수조달물품보다 품질이 뛰어난 프리미엄급 의자를 납품하였는데, 조달청장이 갑 회사가 수요기관에 납품한 의자가 우수조달물품이 아닌 일반제품이라는 이유로 3개월간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처분을 한 사안에서, 위 물품구매계약은 갑 회사와 조달청장이 당사자이고 수요기관인 지방자치단체들이 계약상 수익자인 제3자를 위한 계약인데, 제3자인 지방자치단체들이 계약 내용을 임의로 변경할 수 없으므로, 갑 회사가 임의로 위 계약에서 정한 제품과 다른 제품을 납품한 행위 자체가 계약위반에 해당하는 점, 갑 회사가 수의계약이 가능한 제품으로 계약을 체결한 후에 수의계약이 불가능한 제품을 대신 수요기관에 납품한 것은 그 자체로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의 취지에 반하는 것으로 부당하거나 부정한 행위로 평가할 수 있는 점, 결과적으로 같은 제품을 생산하는 다른 중소기업자들의 납품 기회를 박탈하였다는 점에서 보면 갑 회사가 납품한 제품이 물품구매계약에서 정한 제품보다 효용성이 크다거나 고가·고급 사양의 제품이라는 이유만으로 갑 회사의 계약위반 행위가 정당화되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심이 위 처분에 처분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부분은 수긍하기 어려우나 위 처분이 비례원칙 등을 위반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으므로 결과적으로 위법하다고 판단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한 사례.

원고, 피상고인

혜성산업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우공 담당변호사 박은혜 외 1인)

피고, 상고인

조달청장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경위

원심판결 이유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가. 피고의 처분

(1)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국가계약법’이라 한다) 제7조 제1항 단서와 그 시행령(이하 ‘국가계약법 시행령’이라 한다) 제26조 제1항 제3호 (바)목 조달사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8조 에 따라 우수조달물품으로 지정·고시된 제품을 해당 중소기업자로부터 제조·구매하는 경우에는 수의계약을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2) 피고는 2013. 8. 30. 원고가 생산한 고정식 연결의자(1070D, HS1081D)를 우수조달물품으로 지정하였고, 2014. 7. 10. 원고와 위 의자를 수요기관인 각 지방자치단체에 납품하도록 하는 내용의 물품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3) 피고는 2016. 10. 20. 원고가 수요기관에 납품한 의자가 우수조달물품이 아닌 일반제품이라는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국가계약법 제27조 에 따라 3개월간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나. 원고가 제품을 변경한 경위

(1) 문화체육관광부는 지역발전정책의 일환으로 개봉관이 없는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에 최소 20개의 ‘작은 영화관’ 건립을 추진하면서 지원계획을 밝혔는데, 지원 규모는 관람 의자 1석당 33만 원씩 100석 합계 3,300만 원 정도였다.

(2) 강원 영월군, 전북 진안군, 전남 장흥군, 경북 고령군, 전남 고흥군, 경남 합천군 등 수요기관인 지방자치단체 담당자들은 용이성이나 편의성 등이 고려된 적절한 제품에 관한 의견을 나누다가, 조달품목에 등재되지 않은 프리미엄급 관람 의자가 적절하다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3) 위 담당자들은 원고에게 경쟁입찰을 거칠 경우 공사기간을 맞추기 어려우니 예산에 맞추어 조달품목이 아닌 프리미엄급 의자를 납품해 달라고 요구하였다. 원고는 자신이 우수조달품목을 등록한 업체라서 우수조달물품이 아닌 다른 제품에 대해서도 수의계약이 가능하다고 하면서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물품이 아닌 프리미엄급 관람 의자(HS1080SL-WA, HS1080SL-FA, HS1070P)를 수요기관에 납품하였다.

다.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제품과 실제 공급한 제품의 비교

(1)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제품은 단가 35만 원의 고정식 연결의자로서 좁은 영화관에서 자동으로 접히는 특허기술이 적용된 우수조달물품 지정 제품이었다.

(2) 원고가 공급한 프리미엄급 관람 의자는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제품과 비교하여 좌석 폭이 넓고, 의자에 앉을 때 소리나 진동이 발생하지 않으며, 착석감이 좋고, 마무리가 천이 아닌 가죽으로 되어 있어 청결 상태 유지가 용이하여, 단가가 40만 원이 넘는 제품이었다. 다만 위와 같은 특허기술이 적용된 것은 아니다.

라. 이 사건 계약상 물품구매 조건에 관한 내용

(1) 이 사건 계약에 포함된 물품구매계약 일반조건 제13조 제1항은 ‘모든 물품의 규격은 계약상 명시된 규격명세, 규격번호와 발주기관이 제시한 견품의 규격을 충족하여야 하며, 구매목적에 맞는 신품이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2) 위 일반조건과 함께 이 사건 계약에 포함된 품질관리 특수조건 제3조 제1항에서도 ‘계약상 제반 조건과 품질조건 등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2. 원심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사정을 들어 이 사건 처분에는 처분사유가 인정되지 않거나 재량권 일탈·남용이 인정되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가. 처분의 근거 규정

(1) 이 사건 처분은 원고의 행위가 근거 규정인 국가계약법 제27조 제1항 그 시행령 제76조 제1항 제1호 에서 정하고 있는 ‘계약을 이행함에 있어서 부실·조잡 또는 부당하게 하거나 부정한 행위를 한 자’에 해당함을 전제로 하고 있다.

(2) 그러나 원고가 공급한 프리미엄급 관람 의자는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제품과 비교할 때, 내구성이 단축되거나 안전도에 위해를 가져오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기준규격보다 사양이 더 높다.

(3) 원고가 공급한 제품에 우수조달제품에 적용된 특허기술이 적용되지 않았지만 특허기술이 적용된다고 하여 반드시 높은 사양이라고 할 수 없고, 위 특허기술은 이 사건과 같이 넓은 공간을 가진 수요기관에게는 불필요하다.

나. 입법 취지와 그 밖의 정황

(1) 원고의 행위는 수요기관의 요구에 부응하여 계약에서 정한 제품보다 더 높은 사양의 제품을 공급한 것으로 그 과정에서 절차의 투명성이 훼손되지 않았고, 예산낭비적 요소도 발생하지 않아 국가계약법 등의 입법 취지를 크게 훼손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2) 원고의 행위 내용과 정도, 이 사건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상 필요와 원고가 입게 될 불이익, 그 밖의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원고의 행위로 침해된 공익의 정도에 비하여 원고가 이 사건 처분으로 입게 될 불이익이 훨씬 크다.

3. 대법원 판단

가. 우선 원심이 이 사건 처분에 처분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부분은 이를 수긍하기 어렵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이 사건 계약은 그 당사자가 원고와 피고이고, 수요기관인 지방자치단체들이 계약상 수익자인 제3자를 위한 계약이다. 제3자인 지방자치단체들이 이 사건 계약 내용을 임의로 변경할 수 없으므로, 원고가 임의로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제품과 다른 제품을 납품한 행위 자체는 계약위반에 해당한다.

(2) 국가계약법은 국민에게 공정하고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고 국가계약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경쟁입찰을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고, 예외적으로만 수의계약을 허용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수의계약이 가능한 제품으로 계약을 체결한 후에 수의계약이 불가능한 제품을 대신 수요기관에 납품한 것은 그 자체로 국가계약법의 취지에 반하는 것으로 부당하거나 부정한 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

(3) 원심은, 원고의 계약위반 행위가 부당하거나 부정한 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근거의 하나로 원고가 납품한 제품이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제품보다 효용성이 크다거나 고가·고급 사양의 제품이라는 사정을 들고 있다. 그러나 원고 또한 궁극적으로 자신의 영리를 목적으로 그러한 행위를 한 것이고, 그로 인해 결과적으로 같은 제품을 생산하는 다른 중소기업자들의 납품 기회를 박탈하였다는 점에서 보면, 그러한 이유만으로 원고의 계약위반 행위가 정당화되지 않는다.

(4) 원심은, 원고가 수요기관의 요청에 부응하여 다른 제품을 납품하였다는 사정 또한 원고의 계약위반 행위가 부당하거나 부정한 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근거로 삼고 있다. 그러나 원고 스스로 수요기관에 우수조달물품이 아닌 제품도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였고, 나아가 이러한 사정을 형량요소로 삼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처분사유가 있는지를 좌우하는 근거로 볼 수도 없다.

나. 그러나 원심이 이 사건 처분이 비례원칙 등을 위반하여 재량권 일탈·남용의 위법이 있다고 판단한 부분은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볼 때 이를 수긍할 수 있다.

다. 따라서 원심의 판결이유에 불명확한 부분이 있기는 하나, 결과적으로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관련 국가계약법령과 재량권 일탈·남용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결론

피고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조희대 김재형(주심) 민유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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