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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2. 6. 16. 선고 2022도1401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상)][미간행]
판시사항

횡단보행자용 신호기가 설치되지 않은 횡단보도를 횡단하는 보행자가 있을 경우, 자동차 운전자의 보행자에 대한 주의의무 / 운전자가 횡단보도 표시구역을 통과하면서 보행자가 횡단보도 노면표시가 없는 곳에서 갑자기 건너오지 않을 것이라고 신뢰하는 신뢰의 원칙은 상대방 교통관여자가 도로교통 관련 제반 법규를 지켜 자동차의 운행 또는 보행에 임하리라고 신뢰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적용이 배제되는지 여부(적극) / 자동차의 운전자가 통상 예견되는 상황에 대비하여 결과를 회피할 수 있는 정도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 교통사고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경우,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과 교통사고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참조판례

대법원 1985. 7. 9. 선고 85도833 판결 (공1985, 1150) 대법원 2002. 10. 11. 선고 2002도4134 판결 대법원 2010. 7. 29. 선고 2010도4078 판결 대법원 2020. 12. 24. 선고 2020도8675 판결 (공2021상, 322) 대법원 2022. 4. 14. 선고 2020도17724 판결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검사

변호인

변호사 손창근 외 2인

원심판결

의정부지법 2022. 1. 13. 선고 2020노2839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의 요지와 원심의 판단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차량번호 생략) 봉고3 차량의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2020. 4. 8. 16:30경 고양시 (주소 생략) ○○○○○백화점 앞 횡단보도를 △△△△ 복지센터 방면에서 □□□□ 방면으로 미상의 속도로 진행하였다. 당시 그곳에는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가 설치되어 있었으므로, 자동차의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은 보행자가 있을 경우를 대비하여 서행함으로써 사고를 미리 방지하여야 할 업무상의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이를 게을리한 채 그대로 진행하다가 횡단보도 근처를 피고인 진행방향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횡단하는 피해자 공소외인(만 9세, 여, 초등학교 4학년)을 뒤늦게 발견하고 제동을 하였으나 미처 멈추지 못하고 피고인 차량 앞 범퍼 부분으로 피해자의 오른쪽 무릎 부위를 충격하여 피해자에게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우측 족근관절염좌 등의 상해를 입게 하였음에도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그대로 도주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이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 사고 발생을 예견하거나 회피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로 판단하였다.

1) 위 사고가 횡단보도 안에서 발생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2) 피해자가 넘어지면서 상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이므로, 피해자 진술만으로 피고인의 차량이 피해자의 신체를 충격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려워 피고인이 차량을 급정거함으로써 사고를 방지할 수 있을 정도로 서행하고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3) 피고인이 주의를 다하였다면 피해자의 존재를 좀 더 일찍 인식하고 피해자가 넘어지는 경우를 방지할 수 있었는지를 알 수 있는 자료가 없다.

2. 대법원의 판단

가. 관련 법리

도로교통법 제27조 제5항 은 ‘모든 차의 운전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가 설치되어 있지 아니한 도로를 횡단하고 있을 때에는 안전거리를 두고 일시정지하여 보행자가 안전하게 횡단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자동차의 운전자는 횡단보행자용 신호기가 설치되지 않은 횡단보도를 횡단하는 보행자가 있을 경우에 그대로 진행하더라도 보행자의 횡단을 방해하지 않거나 통행에 위험을 초래하지 않을 경우를 제외하고는, 횡단보도에 먼저 진입하였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차를 일시정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함으로써 보행자의 통행이 방해되지 않도록 할 의무가 있다 ( 대법원 2020. 12. 24. 선고 2020도8675 판결 , 대법원 2022. 4. 14. 선고 2020도17724 판결 참조).

도로교통법 제10조 제4항 은 ‘보행자는 횡단보도 표시구역이 아닌 곳에서 차의 바로 앞이나 뒤로 횡단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모든 차의 운전자는 횡단보도 표시구역을 통과하면서 보행자가 횡단보도 노면표시가 없는 곳에서 갑자기 건너오지 않을 것이라고 신뢰하는 것이 당연하고 그렇지 아니할 이례적인 사태의 발생까지 예상하여 그에 대한 주의의무를 다하여야 한다고는 할 수 없다. 다만 이러한 신뢰의 원칙은 상대방 교통관여자가 도로교통 관련 제반 법규를 지켜 자동차의 운행 또는 보행에 임하리라고 신뢰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적용이 배제된다 ( 대법원 1985. 7. 9. 선고 85도833 판결 , 대법원 2002. 10. 11. 선고 2002도4134 판결 , 대법원 2010. 7. 29. 선고 2010도4078 판결 등 참조).

자동차의 운전자가 통상 예견되는 상황에 대비하여 결과를 회피할 수 있는 정도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 교통사고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면, 비록 자동차가 보행자를 직접 충격한 것이 아니고 보행자가 자동차의 급정거에 놀라 도로에 넘어져 상해를 입은 경우라고 할지라도,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과 교통사고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

나. 이 사건의 판단

1)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가) 피고인은 시야 확보에 지장이 없는 맑은 날씨의 오후에 트럭을 운전하여 횡단보도를 통과한 직후 횡단보도 부근에서 차량 진행방향 좌측에서 우측으로 도로를 횡단하려는 피해자를 뒤늦게 발견하고 급제동 조치를 취하였다.

나) 사고가 발생한 장소는 편도 1차선의 폭이 비교적 좁은 도로이고 양쪽에 상점들이 있어서 횡단보도 부근의 차도 가장자리나 인도에 통행하는 보행자들이 많이 있었고, 횡단보도에는 횡단보행자용 신호기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언제든지 보행자가 횡단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다) 피해자는 ‘피고인의 트럭에 치어 넘어졌다.’고 경찰에서 진술하였고, 사고 목격자의 경찰 진술도 이에 부합한다.

라) 피해자는 사고 당일부터 다리와 무릎의 통증을 호소하였고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우측 족근관절염좌, 족부 좌상’으로 통원 치료를 받았다.

2) 위와 같은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가) 사고 지점 부근의 도로 상황, 사고 발생 시각, 사고 당시의 교통량, 횡단보도 부근의 보행자 현황 등을 종합해 볼 때, 트럭을 운전하던 피고인으로서는 횡단보행자용 신호기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횡단보도 구간을 통과한 직후 그 부근에서 도로를 횡단하려는 보행자가 흔히 있을 수 있음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으므로, 무단횡단하는 보행자를 발견한 즉시 안전하게 정차할 수 있도록 제한속도 아래로 속도를 더욱 줄여 서행하고 전방과 좌우를 면밀히 주시하여 안전하게 운전함으로써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나) 사고 전후의 경위와 관련자들의 진술에 비추어, 피고인의 트럭 앞 범퍼 부위로 피해자의 우측 무릎 부위를 직접 충격하여 피해자를 도로에 넘어지게 하였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설령, 피고인의 트럭이 피해자를 직접 충격한 것이 아니었다고 할지라도, 피해자가 도로에 넘어진 직접적인 원인은 횡단보도를 통과하면서 감속하지 않은 피고인의 차량이 급정거한 때문으로 봄이 합리적이다.

다) 피고인의 트럭이 피해자를 직접 충격하지 않았더라도 피고인이 횡단보도 부근에서 안전하게 서행하였더라면 사고 발생을 충분히 피할 수 있었을 것이므로, 피고인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과 사고 발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3) 그럼에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상)죄에서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대엽(재판장) 조재연 민유숙(주심) 이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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