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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동부지방법원 2020. 6. 11. 선고 2019노1470 판결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미간행]
피고인

피고인

항소인

검사

검사

김도석(기소), 박민지(공판)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이 사건을 서울동부지방법원 단독판사에게 환송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 차량 진행방향 왼쪽에 주차된 차량이 있어 시야가 확보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면,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정지하거나 서행하는 등 더욱 주의를 기울여 운행하였어야 하는바, 피고인은 횡단보도에서의 보행자 보호의무가 인정되고, 이를 게을리 한 피고인은 횡단보도에서의 보행자 보호의무를 위반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그럼에도, 피고인에게 횡단보도에서의 보행자 보호의무위반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를 기각한 원심판결에는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차량번호 생략) 쏘나타 택시를 운전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피고인은 2019. 4. 4. 20:45경 위 택시를 운전하여 서울 송파구 (주소 생략) 앞 도로를 문정동 방면에서 오금동 방향으로 우회전하게 되었다.

그 곳 전방에는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가 설치되어 있었으므로 이러한 경우 자동차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는 특히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이 있는지 여부를 면밀히 살펴 안전하게 운전함으로써 사고를 미리 방지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이를 게을리 한 채 그대로 진행한 과실로 때마침 진행방향 좌측에서 우측으로 횡단보도를 건너던 피해자 공소외인(7세)의 우측 다리를 위 택시 앞부분으로 들이받았다.

결국 피고인은 위와 같은 업무상의 과실로 피해자에게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우측 고관절 근육 손상 등을 입게 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를 기각하였다.

1) 관련 법리 등

도로교통법 제27조 제1항 은 ‘모든 차의 운전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을 때에는 보행자의 횡단을 방해하거나 위험을 주지 아니하도록 그 횡단보도 앞(정지선이 설치되어 있는 곳에서는 그 정지선을 말한다)에서 일시정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본문 , 단서 제6호 , 제4조 제1항 본문 , 단서 제1호 , 도로교통법 제27조 제1항 의 내용 및 도로교통법 제27조 제1항 의 입법 취지가 차를 운전하여 횡단보도를 지나는 운전자의 보행자에 대한 주의의무를 강화하여 횡단보도를 통행하는 보행자의 생명·신체의 안전을 두텁게 보호하려는 데 있음을 감안하면, 모든 차의 운전자는 신호기의 지시에 따라 횡단보도를 횡단하는 보행자가 있을 때에는 횡단보도에의 진입 선후를 불문하고 일시정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함으로써 보행자의 통행이 방해되지 아니하도록 하여야 한다. 다만 자동차가 횡단보도에 먼저 진입한 경우로서 그대로 진행하더라도 보행자의 횡단을 방해하거나 통행에 아무런 위험을 초래하지 아니할 상황이라면 그대로 진행할 수 있다( 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6도17442 판결 등 참조).

2) 판단

①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차량이 횡단보도에 진입할 당시에는 피해자가 보이지 않다가 이 사건 차량이 횡단보도에 들어선 순간 피해자가 횡단보도 내로 진입하여 피고인 차량 오른쪽 범퍼에 우측 다리를 부딪친 사실, 이 사건 차량의 진행방향 왼쪽에는 주차된 차량이 있어 시야가 확보되지 아니한 사실, 위 횡단보도에는 차량용 신호기, 보행등 및 차량보조등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사실이 인정된다.

② 이 사건 교통사고는 신호기가 없는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진입을 시도하기 전 피고인 차량이 횡단보도에 먼저 진입하여 진행하던 중 갑자기 횡단보도에 진입한 보행자와 충돌하여 발생한 것이고, 도로교통법 제27조 제1항 은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을 때’ 운전자에게 ‘횡단보도 앞’에서의 일시정지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므로, 보행자가 횡단보도에 진입하기 전에 횡단보도에 진입한 피고인에게 위 규정 문언상의 일시정지의무가 그대로 발생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③ 한편 앞서 본 법리에 의하면, 도로교통법 제27조 제1항 의 입법 취지 등을 감안하여 횡단보도에 신호기가 설치되어 있고 보행자가 신호기의 지시에 따라 횡단보도를 횡단하는 때에는 횡단보도에의 진입 선후를 불문하고 운전자에게 일시정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지만, 이 사건과 같이 신호기가 없는 횡단보도의 경우는 사정이 그와 같지 않은 점, 도로교통법 제27조 제1항 이 횡단보도에서 운전자가 일시정지를 해야 할 시점과 지점을 명시해 놓았다고 볼 수 있는 점, 도로교통법 제27조 제1항 같은 법 제156조 제1호 와의 관계에서는 처벌규정의 일부이고 교통사고처리 특례법과의 관계에서는 일종의 소추요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인데, 소추요건에 관하여도 그 범위를 유추적용할 경우 가벌성의 범위가 확대되어 행위자에게 불리하게 된다면 죄형법정주의의 파생원칙인 유추해석금지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는 점( 대법원 1997. 3. 20. 선고 96도1167 전원합의체 판결 , 대법원 2010. 9. 30. 선고 2008도4762 판결 등 참조) 등에 비추어 보면, 사고현장인 횡단보도 등에 신호기가 설치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보행자가 횡단보도에 진입하지 아니한 이 사건의 경우까지 진입 선후를 불문한 ‘횡단보도에서의 보행자 보호의무’를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④ 따라서, 피고인이 운전자로서 사고발생방지에 관한 업무상주의의무를 위반하였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도로교통법 제27조 제1항 에 따른 횡단보도에서의 보행자 보호의무위반은 인정되지 아니한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사고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 제6호 의 사유 없이 발생한 사고로 같은 법 제3조 제1항 , 형법 제268조 에 해당하는 죄이고,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차량은 택시공제조합에 가입되어 있는 사실이 인정되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4조 제1항 , 제3조 제2항 본문 에 따라 공소를 제기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공소는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 에 따라 공소를 기각한다.

다. 당심의 판단

도로교통법 제2조 제11호 에서 횡단보도를 횡단할 수 있도록 안전표시로써 표시한 도로의 부분이라고 정의하고 있고, 도로교통법 제5조 에서 도로를 통행하는 보행자는 교통안전시설이 표시하는 신호 또는 지시와 경찰공무원 등의 신호 또는 지시를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도로교통법 제10조 제2항 에서는 보행자는 횡단보도가 설치되어 있는 도로에서는 그 곳으로 횡단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보행자가 보행신호기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횡단보도를 횡단함에 있어 지켜야 할 특별한 금지나 제한사항을 규정하고 있지는 않은 점,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2항 본문 , 단서 제6호 , 제4조 제1항 본문 , 단서 제1호 , 도로교통법 제27조 제1항 의 내용 및 도로교통법 제27조 제1항 의 입법취지가 차를 운전하여 횡단보도를 지나는 운전자의 보행자에 대한 주의의무를 강화하여 횡단보도를 통행하는 보행자의 생명·신체의 안전을 두텁게 보호하려는 데 있음을 감안하면, 모든 차의 운전자는 보행신호기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횡단보도를 횡단하는 보행자가 있을 때에는 횡단보도에의 진입선후를 불문하고 일시정지하는 등의 보호조치를 취함으로써 보행자의 통행이 방해되지 아니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사거리에 이르러 문정동 방면에서 오금동 방향으로 우회전하여 시속 약 주1) 20㎞ 로 교차로에 인접한 횡단보도를 통과하려고 진입한 사실, 위 횡단보도에는 차량용 신호기, 보행신호기, 차량용 보조신호기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사실, 이 사건 교통사고 현장은 왕복 2차로의 도로인데, 당시 피고인 차량 진행방향과 반대방향 모두에 횡단보도를 침범하여 인도 쪽에 붙여서 주차된 차량들이 있어서, 피고인 차량은 왕복 2차로의 가운데 부분으로 진행하면서 횡단보도를 통과하려고 진입한 사실, 당시 양쪽에 주차된 차량들은 횡단보도 중 피고인 차량 진행방향 쪽에서 절반 정도 침범하여 주차되어 있어, 피고인 차량에서 양쪽 횡단보도 진입부분의 시야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았던 사실, 피고인 차량이 횡단보도에 진입한 순간 피고인 차량 진행방향 좌측에 주차되어 있던 차량의 뒤 쪽에서 7세의 피해자가 뛰어서 피고인 차량 진행방향 좌측에서 우측으로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한 사실, 피해자가 횡단보도의 중간에 다다르기 직전에 피고인 차량의 앞 범퍼 부분과 충돌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과 위 증거들을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이 사건 교통사고 현장의 횡단보도는 보행신호기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언제든지 보행자가 횡단할 수 있는 곳이었으므로 피고인으로서는 횡단보도를 횡단하는 보행자가 있는지를 확인한 후 보행자의 통행이 방해되지 아니하도록 차량을 운행하였어야 할 것인 점, 당시 양쪽으로 주차된 차량으로 인하여 횡단보도의 진입부분에 보행자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으므로, 피고인으로서는 차량을 일시정지하여 횡단보도를 통행하는 보행자가 없는 것을 확인하거나 보행자를 발견하면 즉시 정차할 수 있도록 차량의 속도를 더욱 줄여 진행하였어야 할 것인 점, 피고인은 피해자를 충격할 때까지 일시정지하거나 차량의 속도를 줄이지는 아니한 점 등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도로교통법 제27조 제1항 에서 정한 횡단보도에서의 보행자 보호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이 도로교통법 제27조 제1항 에서 정한 횡단보도에서의 보행자 보호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횡단보도에서의 보행자 보호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위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6조 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인 서울동부지방법원 단독판사에게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태우(재판장) 이봉락 김희동

주1) 정확한 속도는 조사되어 있지 않지만, 피고인은 경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시속 약 15~20㎞로 주행하였다고 진술하였고, 실황보고서에는 사고 직전 속도에 관하여 시속 0~20㎞로 되어 있으므로, 위와 같이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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