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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1. 1. 14. 선고 2017도11533 판결
[토양환경보전법위반][미간행]
판시사항

피고인이 자기 소유의 토지에 대하여 관할 시장으로부터 오염토양정화 조치명령(정화명령)을 받았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하여 토양환경보전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구 토양환경보전법 제10조의3 제3항 (종전법의 오염원인자 조항)이 구 토양환경보전법 제10조의4 (구법의 오염원인자 조항)로 개정되면서 양 조항의 동일성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종전법의 오염원인자 조항에 관한 헌법재판소 헌법불합치결정의 효력이 구법의 오염원인자 조항에까지 미친다고 본 원심판단은 타당하지 않으나, 구법의 오염원인자 조항이 죄형법정주의에서 도출되는 책임주의에 반한다는 반성적 고려로 2014. 3. 24. 법률 제12522호로 개정된 토양환경보전법 제10조의4 (개정법의 정화책임자 조항)는 정화책임자에 대한 책임 한계를 설정하고 정화조치명령 우선순위를 두도록 하였는데, 토양오염을 직접 발생시키지 않은 토지소유자에 불과한 피고인보다 우선적으로 정화명령의 대상이 되는 토양오염을 직접 발생시킨 자 등에 대해 정화명령을 할 수 없었다는 점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검사

변호인

법무법인(유) 율촌 담당변호사 박해식 외 1인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은, 이 사건 토지의 소유자인 피고인이 수원시로부터 위 토지에 대하여 2014. 6. 12.부터 2015. 6. 12.까지 오염토양정화 조치명령(이하 ‘이 사건 정화명령’이라 한다)을 받았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2. 원심은, 구 토양환경보전법(2011. 4. 5. 법률 제1055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종전법’이라고 한다) 제10조의3 제3항 제3호 중 토양오염관리대상시설을 양수한 자를 오염원인자로 간주하는 부분(이하 ‘종전법의 오염원인자 조항’이라고 한다)에 관한 헌법불합치결정( 헌법재판소 2012. 8. 23. 선고 2010헌바28 전원재판부 결정 )의 효력이 구 토양환경보전법(2014. 3. 24. 법률 제1252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법’이라고 한다) 제10조의4 제3호 의 토양오염관리대상시설을 양수한 자를 오염원인자로 간주하는 부분(이하 ‘구법의 오염원인자 조항’이라고 한다)에까지 미치므로, 구법의 오염원인자 조항에 근거한 이 사건 정화명령이 위법한 이상, 위 명령에 따르지 아니한 피고인의 행위는 범죄로 되지 않는 때에 해당한다고 보아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3. 원심판결 이유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을 알 수 있다.

가. 종전법은 ‘토양오염관리대상시설을 양수한 자’를 토양오염의 원인자로 보되, 토양오염관리대상시설을 인수한 자가 선의이고 무과실인 때는 그러하지 아니하며( 제10조의3 제3항 , 종전법의 오염원인자 조항), 행정청은 오염원인자에게 오염토양의 정화 조치 등을 명할 수 있으며( 제11조 제3항 ), 정화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것( 제29조 제1호 )으로 규정하였다.

구법 제10조의4 를 신설하여 ‘토양오염관리대상시설을 양수한 자’를 오염원인자로 보되 그가 토양오염관리대상시설을 양수 또는 인수하기 이전에 토양환경평가를 받아 그 토양오염관리대상시설의 오염 정도가 우려기준 이하인 것을 확인하는 등 선의이며 과실이 없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한 것으로 개정하였다(구법의 오염원인자 조항).

이로써 오염원인자 조항이 종전법 제10조의3 (토양오염의 피해자에 대한 무과실책임)’에서 구법 제10조의4 (오염원인자의 범위)’로 변경되었고, ‘토양오염관리대상시설을 양수한 자의 선의ㆍ무과실’은 토양오염관리대상시설을 양수 또는 인수하기 이전에 토양환경평가를 받아 오염 정도가 우려기준 이하인 것을 확인하였는지 여부 등으로 구체화되었다. 그 밖에 제11조 제3항 의 정화조치명령이나 제29조 의 처벌규정은 종전법이 대체로 그대로 유지되었다.

나. 구법 시행 중 헌법재판소는 종전 법 제10조의3 제3항 제3호 중 ‘토양오염관리대상시설을 양수한 자를 그 양수시기와 무관하게 일률적으로 오염원인자로 간주하는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아 그 적용의 중지를 명하는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였고(위 2010헌바28 결정 ), 종전 법 제10조의3 제3항 제2호 는 오염원인자의 범위를 직접오염유발자와 더불어 토양오염유발시설의 소유자ㆍ점유자ㆍ운영자까지 확장하여 이들에게도 1차적인 무과실의 정화책임을 부과하면서 과중한 정화비용을 그 범위의 제한 없이 전부 부담하여야 한다는 점과 다른 면책사유 또는 책임 제한수단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재산권 등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아 그 적용의 중지를 명하는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였다( 헌법재판소 2012. 8. 23. 선고 2010헌바167 전원재판부 결정 ).

다. 위 헌법불합치결정의 취지에 따라 2014. 3. 24. 법률 제12522호로 토양환경보전법은 다음과 같이 개정되었다(이하 ‘개정법’이라 한다). 개정 법 제10조의4 는 ‘오염원인자’라는 용어를 ‘정화책임자’로 변경하면서 정화책임자의 범위를 새롭게 정의하고( 제1항 ), 구법의 오염원인자 조항 중 토양오염관리대상시설의 소유ㆍ점유ㆍ운영자 및 양수자에 대한 면책범위를 확대하는 한편( 제2항 ), 정화책임자에 대한 정화조치명령의 우선순위를 도입하고( 제3항 ), 정화명령을 받은 정화책임자가 자신의 비용으로 오염토양을 정화한 경우에는 다른 정화책임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제4항 ), 정화비용 중 정화책임자의 수인한도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국고에서 정화비용을 지원하도록 함으로써( 제5항 ), 정화책임의 한계를 설정하여 과중한 정화책임을 완화하도록 규정하였다(이하 ‘개정법의 정화책임자 조항’이라 한다). 한편 개정 법 제29조 의 벌칙규정(벌금형이 상향되었다)은 2014. 3. 24. 시행되었고, 나머지 조항은 2015. 3. 24.부터 시행되었다.

라. 이 사건 토지에는 1991. 7. 19.부터 석유판매소가 운영 중이었는데 피고인은 2003. 7. 25.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하여 석유판매소를 철거하고 그 지상에 건물을 신축한 후 근린생활시설로 사용 중이다. 한편 이 사건 토지의 오염원인은 기존의 석유판매소 운영 중 유출된 유류에 의한 것이었는데, 수원시장은 2014. 6. 12. 피고인에게 이 사건 정화명령을 하였으나, 피고인은 그 기한인 2015. 6. 12.까지 이 사건 정화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

4. 가.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종전법의 오염원인자 조항이 구법의 오염원인자 조항으로 개정되면서 양 조항의 동일성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대법원 2014. 8. 28. 선고 2014도5433 판결 참조), 종전법의 오염원인자 조항에 관한 위 헌법불합치결정의 효력이 구법의 오염원인자 조항에까지 미친다고 본 원심판단은 타당하지 않다.

나.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결론은 타당하다.

이 사건 공소사실인 토양환경보전법 제29조 제1호 의 위반죄는 2015. 6. 13. 비로소 성립되었으므로, 형법 제1조 제1항 의 행위시법 원칙에 따라 그 당시 시행 중이던 개정법에 따라 그 위반 여부가 결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구법의 오염원인자 조항이 죄형법정주의에서 도출되는 책임주의에 반한다는 반성적 고려로 개정법의 정화책임자 조항은 정화책임자에 대한 책임의 한계를 설정하고 정화조치명령의 우선순위를 두도록 하여 토양오염을 발생시키지 아니한 토지소유자의 경우 정화조치명령의 우선 대상자가 아닐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토양오염을 직접 발생시키지 아니한 토지소유자에 불과한 피고인을 토양환경보전법 제29조 제1호 위반죄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개정법의 정화책임자 조항에 따라 피고인보다 우선적으로 정화명령의 대상이 되는 토양오염을 직접 발생시킨 자 등에 대하여 정화명령을 할 수 없었다는 점이 밝혀져야 한다. 그런데 기록상 위와 같은 사정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5. 따라서 위 헌법불합치결정의 효력이 구법의 오염원인자 조항에까지 미친다고 본 원심의 이유 설시는 적절하지 않으나,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철상(재판장) 박상옥 노정희 김상환(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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