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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방법원 2015.6.19.선고 2015고합37 판결
살인
사건

2015고합37 살인

피고인

A

검사

전현민(기소), 강성기(공판)

변호인

변호사 B

판결선고

2015. 6. 19.

주문

피고인을 징역 8년에 처한다.

압수된 식칼 1개(증 제1호), 식칼자루 1개(증 제3호)를 각 몰수한다.

이유

범죄사실

피고인은 러시아 국적으로 러시아 선적 냉동운반선인 C(812톤)에 승선하여 2등 항해사로 근무하는 사람이고, 위 C는 2014. 12. 31. 18:00경부터 부산 사하구 감천동에 있는 감천항 3부두에 선박수리를 위하여 입항하였다.

피고인은 2015. 1. 1. 05:45 경 위 C 선내 조리실에서, 아침식사 준비를 하던 조리사인 피해자 D(38세)와 평소 선박에서 제공되는 음식이 맛이 없다는 이유로 피해자와 시비를 하다가 피해자가 식당에 있는 식칼(칼날길이 18㎝)을 피고인의 향해 휘두르는 것에 격분하여 피해자와 몸싸움을 하다가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피고인의 손으로 피해자를 밀치고 피해자의 손목을 꺾어 피해자가 들고 있는 흉기인 식칼을 빼앗은 다음 피해자의 왼쪽 가슴을 향해 3회 가량 찌르고 피해자가 쓰러지자 피해자의 배위에 올라타고 피고인의 손으로 피해자의 얼굴을 2회 가량 강하게 때려 즉석에서 흉부자에 한 과다출혈로 사망에 이르게 하여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1. 각 증인신문조서 사본(E, F)

1. 경찰 검증조서

1. 시체검안서

1. 추송서(감정의뢰회보 현장 및 증거물 DNA 반응 결과), 추송서(감정의뢰회보) 1. 압수된 식칼 1개(증 제1호), 식칼자루 1개(증 제3호)의 각 현존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관한 판단

1. 주장의 요지

피고인은 및 그 변호인은, 피고인이 피해자가 자신을 향해 휘두르는 식칼의 칼날을 손으로 잡고 칼끝이 피해자를 향하게 꺾은 상태에서 피해자가 넘어지면서 피고인도 피해자 위로 넘어져 칼날이 피해자의 가슴에 꽂혀 사망한 것이므로, 피고인은 살인의 고의가 없었거나, 피고인의 행위는 자신의 생명이나 신체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2. 관련 법리

1) 살인죄에서 살인의 범의는 반드시 살해의 목적이나 계획적인 살해의 의도가 있어야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타인의 사망이라는 결과를 발생시킬 만한 가능성 또는 위험이 있음을 인식하거나 예견하면 족한 것이며 그 인식이나 예견은 확정적인 것은 물론 불확정적인 것이라도 이른바 미필적 고의로 인정되는 것인바, 피고인이 범행 당시 살인의 범의는 없었고 단지 상해 또는 폭행의 범의만 있었을 뿐이라고 다투는 경우에 피고인에게 범행 당시 살인의 범의가 있었는지 여부는 피고인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범행의 동기, 준비된 흉기의 유무 종류 용법, 공격의 부위와 반복성, 사망의 결과발생가능성 정도 등 범행 전후의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6. 4. 14. 선고 2006도734 판결 등 참조).

2) 또한 가해자의 행위가 피해자의 부당한 공격을 방위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서로 공격할 의사로 싸우다가 먼저 공격을 받고 이에 대항하여 가해하게 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한 경우, 그 가해행위는 방어행위인 동시에 공격행위의 성격을 가지므로 정당방위 또는 과잉방위행위라고 볼 수 없고(대법원 2000. 3. 28. 선고 2000도228 판결 등 참조), 피해자의 침해행위에 대하여 자기의 권리를 방위하기 위한 부득이한 행위가 아니고, 그 침해행위에서 벗어난 후 분을 풀려는 목적에서 나온 공격행위는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96. 4. 9. 선고 96도241 판결 참조).

3.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의하면, 이 사건 범행은 피해자의 공격행위로부터 피고인을 방위하기 위한 행위라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피고인이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할 의사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① 피해자의 왼쪽 가슴에는 내부 좌·우측 허파 3개소의 각기 다른 방향으로 상당히 깊이 찔린 자창 3개가 발견되는바, 칼에 찔린 상처의 부위 및 개수, 깊이 등에 비추어 볼 때 이는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넘어지면서 우연히 칼날이 피해자의 가슴에 꽂혀 발생한 자상이라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이 의도적으로 피해자의 왼쪽 가슴을 칼로 여러 차례 찌른 것으로 보인다.

② 만약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 위로 함께 넘어지는 과정에서 칼날이 피해자의 가슴에 꽂힌 것이라면, 피해자의 후두부 등에는 상처가 발생하고 피고인의 가슴에는 칼자루로 인한 타박상 등의 상처가 발생하였을 것인데, 피해자의 후두부에 피하출혈 등 특이 손상이 없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의 가슴에도 아무런 상처가 없다. ③ C의 갑판원인 E의 증언에 의하면, 피고인은 이미 칼에 찔려 누워있는 피해자의 무릎 쪽에 걸터앉아 손바닥으로 피해자의 뺨을 피해자의 얼굴이 돌아갈 정도로 세게 2 회 가량 때렸는바, 이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피해자의 침해행위가 종료된 후에도 상당히 격분한 상태에서 피해자에 대한 공격을 계속한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를 구조하기 위하여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등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4 피해자가 휘두르는 식칼의 칼날을 손으로 잡았다는 피고인의 주장대로라면, 칼날부분에서 피고인의 DNA가 검출되었어야 하나, 현장 및 증거물 DNA 반응 결과에 의하면, 칼날 부분에는 피고인의 DNA가 검출되지 않았다. 오히려 식칼의 칼자루 부분에서 피고인의 DNA가 검출되었는바, 이에 의하면 피고인이 피해자가 휘두르는 칼을 빼앗아 피해자를 찔렀다고 봄이 상당하다.

⑤ 피해자의 왼쪽 가슴 중 위에서 본 자창 주변에 칼끝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예기손상이 10개 가량 발견되는데, 이는 피고인이 피해자가 들고 있는 식칼을 빼앗아 피해자의 가슴을 수회 찌르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고인 및 그 변호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250조 제1항(유기징역형 선택)

1. 몰수

형법 제48조 제1항 제1호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 징역 5년 이상 30년 이하

2.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유형의 결정] 살인범죄, 제2유형(보통 동기 살인)

[특별양형인자] 피해자유발(강함)(감경요소)

[권고형의 범위] 징역 7년 이상 12년 이하

3. 선고형의 결정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피해자와 시비를 하다가 피해자가 피고인을 향해 식칼을 휘두르는 것에 격분하여 피해자와 몸싸움을 하다가 피해자가 들고 있는 식칼을 빼앗아 피해자의 가슴을 3회 가량 치르는 등의 방법으로 피해자를 살해한 것으로,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으로 피해자가 사망하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초래된 점, 이로 인하여 피해자의 유족들 또한 상당한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겪고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유족들에 대한 어떠한 피해 보상도 이루어지지 아니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

다만, 피고인이 피해자와 말다툼을 하다가 피해자로부터 먼저 식칼로 공격을 당하여 얼굴에 자창을 입게 되자 이에 순간적으로 격분하여 우발적으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점, 피고인의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망에 이른 사실 자체에 대하여는 이를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하고,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가족관계,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조건을 참작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판사

재판장판사권영문

판사구창규

판사허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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